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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화

본인 일가 회사에 들어왔던 소운은 지금 소사장이라 불린다. 그래서인지 그의 아버지는 이 생일파티를 빌어 그를 정식으로 협력 파트너에게 소개시켜 주고싶어 했다. 그저 여성 파트너가 필요했던 거였다면 소운의 연락 한번으로도 충분했겠지만 이번엔 사뭇 달랐다. 그의 여자친구들이라곤 전부 어리고 예쁘기만 한 모델이거나 인플루언서들이니 그들이 상권 응대 경험이 어디 있을까. 결코 첫 등장부터 체면을 구기고 싶지 않았기에 그는 콕 집어서 무조건 루장월을 원했다.루장월이 비운 그룹의 수석 비서 출신인 건 모두가 공공연히 아는 사실이니 어느 누가 프로페셔널한 면에서 그녀를 따라 잡을수 있단 말인가?!루장월은 잠시 고민에 빠지더니 이내 별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소 사장님, 사장님이 말씀하신 거예요. 제가 사장님 생일파티에 가서 사장님 도와 이 관문만 넘기면 그 뒤엔 저희 둘 더 이상 빚진거 없기로요.”“그럼!”......마침 다들 바에 있었던지라 입이 근질근질해난 소운은 루장월의 응답을 받자마자 그새를 못 참고 이 사실을 친구들에게 공유했다.“루 아가씨가 내 부탁 들어주겠대!”수옥조차도 조금은 의외라는 듯 말했다.“그 분 이미 너 거절하지 않았었나?”“여자들은 말야 속으론 좋으면서 겉으론 싫은 척 하거든. 이건 내가 누구보다 잘 알지! 내일 아침 일찍 사람 보내서 아가씨한테 예복 전해줘라고 해야겠어. 예쁘게 꽃단장하고 부담없이 내 생일파티에 참여하도록 말이지!”수옥이 그를 두어번 힐끗 쳐다본다.“너 애 좀 쓴다.”“그럼!”소운의 시선은 곧장 구석에 있는 문연주에게로 향했다.“연주 형, 왜 도통 말이 없어?”문연주가 천천히 눈꺼풀에 힘을 준다 . 칼에 베일 듯 날카롭고 수려한 이목구비, 눈가엔 그 어떤 온기도 남아있지 않은 채로 조용히 술 한 모금을 들이킨다. 엽혁연이 방해하지 말라고 소운을 다그쳤다.“쟤 저녁에 집 불려가서 밥 먹었어, 아님 여기 왜 왔겠냐?”제 아무리 눈치 없는 소운이라 해도 알아챌 수 있었다.매번 집에 돌아갈 때면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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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화

때마침 소운이 그녀를 데리러 나왔고 루장월은 바로 소운을 따라 가버렸다.그녀의 등 역시 상당 부분 노출이 돼있었다. 날개뼈며 허리라인이며, 걸음걸이는 또 어찌나 사뿐사뿐한지 소리 없이 사람을 미치게 만들었다.백유도 문주연의 눈빛을 주의깊게 보지 않은 건 아니었다. 연신 고개를 숙여 자신을 보지 않을 수도 없었다.그녀 역시 약한 편에 속하긴 했다. 하지만 보기 거북하게 약하달까, 듣기 좋게 말하면 그냥 학생 몸매였다. 문연주가 그녀에게 선물한 예복은 모 고등학교에서 정한 소녀풍이다. 쉬폰 스커트, 일자 어깨에 다이아몬드와 꽃 장식. 여리여리한 선녀 같기도 했다.원래는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루장월한테 비교하고 나니 그녀의 뇌리에는 묘하게 “심심하다”는 단어가 맴돌았다. 유독 문연주의 눈에서 일종의 남자가 여자에게 느끼는 소유욕을 보고 난 뒤로는 더욱 아랫입술을 꽉 깨물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장월 언니 그날 분명 소운이랑 그냥 평범한 친구라고 하지 않았나, 언니 드레스 소운이랑 커플룩 아니야?”“아마도.” 문연주가 냉랭하게 대답했다.백유가 낮은 소리로 중얼거린다.“장월 언니 진짜 예쁘네.”문연주가 그녀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그리고는 그녀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몇마디 툭 내뱉는다.“너무 평범해. 그래도 여자는 청순한게 좋아.”백유의 입꼬리가 주체 못하고 올라간다, 그리고는 그를 향해 청순하게 웃어보였다.그녀는 문연주가 자신의 청순함을 좋게 본 것이라는걸 알고있었다.문연주가 말하는 소위 “평범하다”는 다른 사람들에겐 백퍼센트 화려하고 아름답다는 뜻이었다.과장 하나 보태는것 없이, 주장월이 파티장에 나타났을땐 단번에 모든 귀빈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수많은 남정네들의 부러움과 질투가 섞인 따가운 눈총을 받은 소운이었지만 체면은 배로 치켜세워졌다. 그리고는 루장월에게 돌직구를 날렸다.“장월아, 넌 내가 본 제일 제일 제일 예쁜 여자야!”루장월이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나 너무 추켜세우지 마요.”“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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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다음 순간, 그녀는 공격성이 다분한 웬 남자의 숨결에 압도되어 버렸다.“누구 찾아? 소운? 난 전에 왜 너희 둘 사이가 이토록 친근한 걸 몰랐을까? 나 몰래 걔랑 얼만큼이나 연락했어? 응?”“......문 사장님?”루장월은 충격에 정신줄을 놓은 듯이 말한다.문연주의 두 눈은 어둠 속에서도 빠져 들어갈 것마냥 그윽했다.“응.”루장월이 옅은 한숨을 내쉰다. 하지만 안도감은 금세 긴장감으로 바뀌었고 더욱 거세게 저항을 해댔다.“사장님, 저 좀 놔주세요.”“소운한테 관심이라도 생겼나 봐?”문연주는 그녀의 속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녀가 소운을 향해 웃어 보일때 부터 전혀 관심이 없는걸 단번에 알아챘으니 말이다.그가 뭐라 하든 관심 없었던 루장월은 소리 없이 몸부림만 쳐댔다. 그녀는 그저 소운에게 천진난만한 아이같은 귀여움이 있는것 같다고 여길 뿐이었다. 문연주는 조롱하듯 웃어 보이며 그녀를 곧장 창고 창문앞으로 끌고 갔다. 그리고는 창문 사이 작은 틈을 가리키며 말했다.“두 눈 똑바로 뜨고 잘 봐.”루장월의 시선이 홀린 듯 바깥 쪽으로 향한다.시선이 멈춘 곳은 다름 아닌 인적 드문 뒤쪽 정원의 산 모형 속이었다. 거기에는 소운이 한 여자를 누르고 있었고 여자는 연신 신음소리를 내고 있었다.“.......”화장실에 다녀온 그 짧은 얼마 사이에 벌써 다른 여자랑 사랑을 나누고 있었다니.천진난만한 귀여움? 뭔가 단단히 오해를 했나 보다, 이게 바로 재벌집 도련님의 민낯인 것을.루장월은 구역질 날 것 같은 걸 간신히 참고 기회를 잡아 문연주를 있는 힘껏 밀쳐냈다.“ 사장님 너무 앞서 나가셨어요. 전 소 도련님한테 아무런 감정도 없습니다. 그저 도련님이 절 도와주신 적이 있었기에 오늘 밤 저도 도와드리려고 온 것 뿐이에요. 도련님이 뭘 하든 저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그러면서 그녀는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문고리에 손이 닿기도 전, 또 다시 그 남자에 의해 벽에 눌리고 말았다.슬슬 화가 나기 시작한 루장월이 입을 열어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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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그녀를 알아 본 손님이 발걸음을 멈췄다.“루비서 아직 몰랐어요? 방금 이사장님이랑 사장님 하마터면 사람들 앞에서 싸우실 뻔했어요!”루장월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아니 어떻게? 문연주는 그토록 냉철하고 침착한 사람인데, 그런 사람이 어떻게 다른 이의 파티에서 대놓고 아버지랑 싸울 생각을 할 수있지?“진짜요?”다른 한 손님 급히 끼어들며 말했다.“아니요 아니요. 그건 과장이고요, 정확히 말하자면 정색한거지 싸우진 않으셨어요.”“바로 그 위치에서 이사장님은 사장님과 함께 파티에 참석하신 여비서와 대화를 나누고 계셨어요. 말씀 도중 문 사장님이 오시더니 오자마자 여비서를 본인 뒤로 보내셨어요. 그리고 이사장님한테 뭐라고 하시니까 이사장님 얼굴이 바로 굳어지셨죠.”“그래도 소 사장님이 얼른 와서 분위기를 풀어주시면서 사람들 더러 윗층 가서 얘기 나누시라고 하셨어요. 그 뒷일은 잘 모르겠네요.”루장월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손님이 떠보듯 물었다.“루비서는 사장님 최측근이셨으니까 아실거 아니예요. 저희한테만 귀띔해 주세요. 그 여비서 사실은 사장님 여자친구 맞죠? 이사장님이 허락 안 하시니까 사장님이 다투신거 아니에요?”거의 맞는 말이다.그게 아니라면 문연주가 무슨 이유로 아버지한테 정색을 할까? 지난번 문가네에서 식사할 때 아버지의 어조에서 이미 백유를 썩 좋아하지 않는걸 알았다.루장월이 입꼬리를 삐죽 내밀었다.이윽고 손님이 말한다.“루비서 그래도 얼른 올라가서 봐봐. 이사장님 이번엔 정말 화 단단히 나신 것 같던데.”루장월이 잠시 망설였다. 솔직히 더는 문연주의 일에 간섭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의 부모님들은 실로 너무 괜찮으신 분들이었다. 작년 추석엔 소주에서 시간을 보내시다가 특별히 그녀에게 양첨호의 정종대게를 한 박스나 보내주시고 설날이면 현금 봉투까지 챙겨주셨다. 친부모님조차도 이렇게 그녀를 챙겨주진 않았는데.거기다 문연주 아버님은 고혈압까지 있으신데......양심의 가책을 느낀 그녀는 결국 치맛자락을 들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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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말이 끝나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소운에서부터 루장월에게로 쏠렸다.짙은 보라색 롱 드레스를 입은 루장월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태로 그 자리에 서있었다. 다만 무표정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정교하게 빚은 조각상 같기도 했다.소운네 부모님은 사실 루장월이 무척이나 마음에 드셨다. 특히 오늘 밤 그녀가 소운을 데리고 여기저기서 소통하고 응대하는 모습을 보고는 말이다.아들이 사업가가 될 인재는 절대 아님을 속으로 누구보다 잘 알고 계셨던 소운의 부모님은 그래서인지 이 방면으로 다재다능한 아내를 찾길 바랬다. 또한 이건 그들의 한결같은 며느리에 대한 가장 큰 요구이기 했다.다만 듣기로는 루장월이 높은 집안 자제 츨신은 아니라던데 큰 상관은 없었다, 출신이 높지 않아야만 휘어잡기가 더욱 쉬우니까. 회사를 손에 맡겼다가 그녀가 뒤에서 몰래 빼돌려 친가 좋은 노릇만 하게 될게 내심 걱정됐던 모양이다.여기까지 생각한 소운의 부모님은 바로 루장월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는 환하게 웃으시면서 말했다.“그래 그래 그래. 나도 장월이 마음에 든다.“루장월은 다급히 손을 빼냈다.소운의 부모님이 적잖이 당황하신다.루장월은 입술을 한 번 오므리고는 차갑게 말했다.“소운 아버님 오해하시지 마세요. 소운은 그저 농담을 한겁니다,전 아드님과 친한 친구 사이일 뿐인데 무슨 명분으로 감히 결혼을 논할까요?“소운이 다급하게 말한다.“장월아!”루장월은 여지조차 남기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도련님 진짜 오해예요. 전 순전히 도련님을 제 친구로만 생각했지 다른 뜻은 없었어요.““전엔 아무 뜻 없다 쳐. 지금부터 품으면 되는거 아니야?“소운은 그야말로 막무가내였다.“다 모르겠고 난 오직 너만 원해! 넌 꼭 나랑 결혼해야 돼! 오늘은 내 생일이니까 내가 제일 세!“루장월이 묵직하게 한 마디 했다.“도련님 이건 너무 억지에 강압 아닌가요?”소운이 투덜거린다.“왜 난 억지로라도 할건데!“소운의 아버지가 깊은 고뇌에 빠진다.루장월은 명백히 문가네에서 점 찍은 사람이거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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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화

출입구 쪽으로 발걸음을 뗀 소운은 얼마 알지도 못하는 영어 단어들을 총출동시켜 아랫층 파티장 로비에 있던 손님들께 대고 말했다.“Ladies-and-gentlemen! 매우 중요한 사안 하나를 선포하려고 합니다! 다들 잘 들으세요! 저와 루……“어디서 솟아나온 용기인진 모르겠지만 루장월은 한 손으로는 문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필사적으로 그를 뿌리치며 끌려나가지 않으려 용을 썼다.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그녀의 뿌리침에 소운은 밖에 있던 복도로 내팽개 쳐져서는 털썩 주저 앉아버린다. 하마터면 천장을 보며 벌러덩 자빠질 뻔했다. 아래층에서는 손님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너도나도 까치발을 들어 무슨 일이라도 났는지 올려다보고 있었다.루장월은 얼른 두 발자국 뒷걸음쳤고 방에서 나가지 않았다. 다행히 손님들은 그녀를 못 본것 같다.침착함을 되찾은 그녀가 빠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농담도 적당히 하셔야죠!““저랑 도련님 알게 된지도 얼마 안 됐는데 혼사를 논하다니 이건 말도 안되죠! 전 도련님이랑 결혼하고 싶지도 않고요, 아무런 감정도 없어요——제가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못 알아들으면 제가 나가서 사람들한테 다시 한번 말할 수도 있어요.“그녀의 이런 태도에 소운의 체면은 이미 구겨질대로 구겨졌다.바닥에서 간신히 일어난 소운은 곧장 그녀를 덮치며 잡을 기세였다.“너……”재빠르게 피하며 겨우 두 발자국 뒷걸음질 친 그녀의 어깨가 뒤에 있던 누군가에게 부딪쳤다.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뒤 돌아본다.문연주가 그녀를 스쳐 지나가며 소운의 앞을 가로 막았다.“이 지경까지 망신 당하고도 아직 부족한가 봐?“그의 아버지가 차갑게 웃으며 말한다.“넌 장월이 마음에 안 든다며? 그럼 누구랑 결혼하든 너랑 무슨 상관이지?“소운이 중얼거린다.“그러니까! 연주 형은 백유랑 결혼한다고 안 했나? 그럼 장월은 나한테 줘야지, 공평하게  한 사람 하나씩!“한 사람이 하나씩이라. 루장월이 믿기지 않는다는듯 물었다.“도련님 절 무슨 시장에서 파는 배추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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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화 

문연주는 확실히 그런 마음이 훅훅 바뀌는 정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적어도 그녀가 3년동안 곁에 있을때 만큼은 그에겐 오직 그녀 한 사람 뿐이었으니 말이다.하지만 지금은 백유의 전통을 존중해 혼전 거사를 치르지를 못하니 그녀라는 이 도구를 찾아와 욕구를 해소하려는게 틀림없다. 그 날 그가 백유의 전통을 칭찬하며 앞에 덧붙였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했다.“가정교육이 잘 됐어.“뻔하다. 그의 마음 속에 그녀는 가정 교육이 잘 된 모범소녀가 아니였겠지. 그러니 군말 없이 3년 동안이나 자신을 따라다닌 사람에 의해 걸레 마냥 아무렇게나 버려진게 아닌가.차라리 먼저 떠난게 다행일지도 모른다, 결혼해 아이를 낳는거와는 상관이 없어졌으니.아이 출산이라……루장월은 자신도 모르게 손으로 복부를 감싸쥐었다. 콕콕 찌르는 듯한 심장의 고통이 고스란히 눈가로 전해져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다.그녀는 쓰디쓴 눈물의 맛을 맛봐야했다.……문연주는 여느때와 다름없이 백유를 아파트로 데려다 주며 신신당부했다.“밤길 조심하고 가서 얼른 쉬어.“백유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안전벨트를 풀고 차문을 열어 한 쪽 발을 내밀었다. 그리고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아쉬운 듯 연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사장님 단지에 가로등 하나가 고장 나서 엄청 어둡거든요. 조금 무서워서 그러는데 저 데려다 주시면 안될까요?“문연주는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서는 말했다.“내가 그냥 데려다 주기만 했으면 해?“백유의 두 볼이 화끈 달아오른다.“이렇게 늦었는데 사장님 차 끌고 돌아가시기도 힘드시잖아요. 아니면 오늘 밤……“여기까지 암시했으면 뜻은 이미 뻔했다.문연주가 그녀를 바라본다.“너희 어머니가 함부로 남자들이랑 가깝게 지내지 말라 하셨다고 너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었나?“백유가 낮은 목소리로 말한다.“근데 사장님 저랑 결혼할 거라면서요. 그럼 저희 함부로는 아니잖아요.“전에 그녀는 알게 모르게 자신은 함부로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암시를 해왔었다. 필경 남자들이란 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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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문연주는 끝까지 엽혁연의 의견을 수긍할 건지 안 할건지에 대해서는 대답하지 않은채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그제야 헤어졌다.엽혁연이 서궁에서 그냥 잠드려고 하자 문연주는 더럽다며 서궁의 웨이터들을 시켜 그를 차에 태워 동해안까지 데려가도록 했다.걷는것도 비틀대는 걸 보니 그는 이미 7,8할은 취한듯 하다. 그런 그를 웨이터들이 조심히 부축해 윗층으로 데리고 올라갔다. 문연주는 소파에 눕다싶이 하고는 손으로 이따끔씩 저려오는 태양혈을 짚었다.웨이터는 그가 가고 나서 무슨 일이라도 생겨 책임을 묻게 할까 두려웠는지 우물쭈물하며 물어왔다.“저 문 선생님, 문 선생님? 제가 선생님 보모 분 데려와서 선생님 케어하시라고 할까요? 아니면 선생님 집 술 깨는 약은 어디 있으세요? 제가 선생님 도와 가지고 올까요?“문연주가 귀찮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휴대폰을 꺼내 던졌다.“루장월한테 전화 해서 여기 오라고 해.“간 큰 웨이터는 그의 연락처를 뒤져가며 “루장월“을 찾아냈다.그녀에게 연락을 해본다.처음엔 연락을 받지 않았다. 하기야 새벽 두시가 다 돼가는데 상대도 아마 잠들었겠지.웨이터가 또 한번 연락을 한다. 통화 연결음이 거의 끝나 갈 무렵 드디어 연락이 닿았다.전화기 너머 비몽사몽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딱 들어도 금방 단잠에서 깬 것 같은 목소리였다.“……누구세요?”웨이터가 다급히 말했다.“안녕하세요, 루장월 아가씨신가요? 그게 어떻게 된거냐면 문 선생님께서 술에 취하셨거든요. 지금 동해안에 계신데 아가씨께서 와주셨으면 해서요.“루장월은 그제서야 귀에서 휴대폰을 떼고 화면을 확인했다.과연 문연주가 맞았다.단잠을 방해받아 깨서 습관적으로 받다보니 누군지도 확인을 안 했던거다.그녀는 별안간 조용해지더니 장장 1분을 묵묵부답 상태를 유지했다.웨이터가 소리를 쳐본다.“루 아가씨, 아직 듣고 계신가요?“이윽고 전화가 바로 끊겨버렸다.당황한 웨이터가 바로 다시 연락을 취해봤지만 이번엔 통화중이라는 시스템 음성이 흘러나왔다……그는 어찌할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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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화

생일 파티 그 후, 소운은 온갖 핑계를 대가며 루장월을 만나거나 식사라도 한 끼 하려 했으나 그녀는 모두 묵묵부답이었다.몇 번이 지나니 소운도 그녀가 마음을 굳힌 걸 알아챘는지 더이상 그녀를 찾지 않았다. 하긴 평소에도 남들에게 떠받들려 살아온 재벌집 아드님이 몇 번이나 고배를 맛봤으니 흥미가 떨어진 만도 했다.그 날 마트에서 장을 보던 루장월은 그가 인플루언서와 함께 있는 걸 보게 됐다. 그도 분명 루장월을 봤지만 못 본 척 인플루언서를 감싸 안고는 차에 올라탔다. 그들의 이 인연줄은 그렇게 완전히 끊어져 버렸다.마구잡이로 끌어들이려 하던 소운이 없으니 루장월은 그 무리들과 실질적으로 멀어져갔다. 자연히 그들의 근황 역시 알 수가 없었다.교서서는 그녀의 화장대 위에 앉아서 수다스럽게 말했다.“내 사무실 동기 하나가 그 무리랑 자주 어울리거든. 그 날 어느 재벌집 백수한테서 들은건데 이사장님은 백유가 마음에 드시지 않으셔서 조용히 내보냈대. 문연주한테는 어디로 보냈는지도 안 알려주고 말이야. 문연주는 최근 항상 저기압이라던데.“루장월이 전혀 몰랐던 일이다.한참이 지난 뒤에야 그녀가 말했다.“그래?”잘 생각해보면 그리 의외도 아니었다.문연주의 아버지는 아직 완전히 뒤로 물러 나신게 아니었기에 여전히 본인의 세력이 있었다. 그 날 문연주가 백유와 결혼하겠다고 했던게 그의 마지노선을 건드렸고 그렇게 어쩔수 없이 둘을 떼어놨을것이다.“후기도 있는데 한 번 알아맞춰봐. 문연주는 또 새로운 대학생 비서를 곁에 들였어, 밸리 댄스 추는 애로다가. 전에 백유랑 똑같이 두 사람은 같이 들어갔다가 같이 나와.“교서서가 혀를 끌끌 차며 고개를 저었다.“내 생각에 문연주는 이사장님을 약 올리려고 저러는거야. ‘백유를 보내면 난 또 다른 백유를 찾아오겠다, 어차피 널린 게 대학생인데.‘ 이런 심리랄까.“몇 십 초간의 침묵을 깨고 그제야 루장월이 입을 열었다.“그 사람이 어떻게 하든 우리랑은 상관 없잖아.“그러면서 삐뚤어진 아이라인을 지우고 다시 그리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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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화

면접관의 충고는 겁을 주려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해주는 거였다.전에 한 대형 공장 프로젝트 담당자가 계약 만료 임계점에서 다른 회사와 접촉을 진행한 뒤 바로 이직하려고 했다는 뉴스를 접한적이 있었다.결국엔 진지하게 업무에 임하지 않은 죄, 그 자리에서 응당 해야 할 일을 히지 않은 죄, 회사에게 거액의 손실을 안긴 죄로 고소당하고 말았다.이건 순전히 직원에게 죄를 물고야 말겠다는 전 직장의 고의성이 다분한 행위였다. 법정 싸움은 징장 2년동안 지속됐고 결국 직원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사건에 할애한 그의 시간과 노력, 그리고 바닥쳐 버린 명예는 완전히 그를 고립시켜 버렸다.루장월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저도 알고 있어요.“식사가 끝난 뒤 그들은 바로 헤어졌다.식당 화장실에 갔던 루장월은 벽 하나를 사이 두고 우연히 밖에서 두 웨이터들이 하는 말을 엿듣게 됐다.“너 문 사장님 옆에 있던 그 여자 봤어? 뭔가 꼼수가 많아 보이던데.““맞아 맞아 맞아, 나도 봤어. 사장님 비서 같던데 술 잔을 막아도 모자랄 판에 쉴새없이 술 따라주고 있었어. 꼭 술 안 취하는게 두려운 것처럼 말야.“웨이터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당연히 거하게 취하게 만들어야지. 안 그러면 어떻게 사장님 침대에 오를 수 있겠어? 요즘 어린 여자애들 진짜 대단하다.““쉿! 가자 가자. 또 술 가지러 가야 되잖아.“그들이 간 뒤에야 루장월은 칸에서 나와 손을 씻고 티슈를 뽑아 손을 닦았다.면접관의 말이 생각나 잠시 고민하긴 했지만 결국 그 두 웨이터들을 따라 문연주의 독방에 들어갔다.독방이 문은 잠겨 있지 않았고 루장월은 지나가는 척하며 내부를 슬쩍 들여다 봤다.비서는 문연주 바로 옆에 있었다. 문연주의 얼굴엔 취기가 다분했다. 손으로는 턱을 괴고 있었고 눈빛은 무심해보였다. 고객들과 얘기 나누는 그의 입가엔 평소엔 보기 힘들었던 가벼운 미소가 걸려있었다.금방 술잔을 내려놓은 그에게 비서는 다시 술을 따랐고 문연주는 또 술잔을 들어올렸다.평소의 문연주라면 업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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