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장월은 손을 뻗어 비녀를 만지작거리며 입술을 깨물고는 “네”라고 한 마디 했다.그녀에게 사줬다고 말하기 보단 얼른 자신의 이미지를 수립하기 위해 요트의 다른 사장더러 그라는 사람을 비운의 실력을 알아보게 한거라는 말이 적합했다.더 간단하게 말하면 그녀는 또 한번 그가 신분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 쓰여졌다는 것이었다.심소흠은 시선을 거두고 천천히 칵테일 한 모금을 마신다.곁에 있던 지인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묻는다.“너도 저 비녀 마음에 들어? 그렇게 열심히 보냐.”심소흠이 살짝 웃으며 말한다.“그럼. 나도 마음에 들지.”친한 지인이 묻는다.“진짜? 그럼 방금 왜 가격 경쟁 같이 안 한거야? 저 분 문씨 일가 문연주 맞지? 저 가문은 확실히 대단하더라. 유독 몇년 간 벌전 속도며 기세가 장난 아니던데 너희 서청 심씨 가문도 그리 뒤처지진 않잖아. 너도 저 비녀 가지고 싶었으면 뺏어올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심소흠이 웃으며 말한다.”괜찮아. 세월은 길고 기회는 많아.“그는 심소흠과 문연주 쪽을 번갈아 보며 고민하더니 뭔가를 알아차린 듯 물었다.“넌 비녀가 마음에 든게 아니라……비녀를 하고 있는 사람이 마음에 든 거구나?”심소흠이 나긋하게 말한다.“그런 말 함부로 했다간 명예를 격추시킬 수도 있어.“지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흥분에 차서 말한다.”너 진짜로 마음에 든 거면 집에 가서 귀띔이라도 드려. 집에선 무조건 바로 꽃가마 태워서 너한테 시집 보낼거야. 오랜 세월, 옛집에 불 붙을때까지 기다렸으니 말이지.“심소흠은 여전히 웃어보이면서 아무 말도 하지는 않았다.대화에 심취한 그들은 뒷 줄에 엽혁연이 있는건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나보다.그들의 목소리가 그리 높진 않았지만 6,7할은 엳들은 그는 문연주가 마침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가려 하자 곧장 따라나섰다.”연주야.“문연주가 뒤 돌아 힐끗 쳐다봤고 두 사람은 함께 화장실로 향했다.”너 언제부터 심소흠이랑 대립중이었어?“엽혁이 묻는다.”심소흠? 아닌데.”“방금 내가
이 여자는 도대체 누굴 경계하는건지 몰라도 긴 바지에 긴 소매 순면 잠옷을 입고는 있었지만 잠 버릇은 가관이었다. 잠옷 단추는 이리 저리 뒹굴다가 열려 쇄골이 드러나 있었다.그녀는 잘 모르는게 분명하다. 더 싸매면 싸맬수록 더 찢어버리고 싶게 만든다는 도리를 말이다.문연주는 잠시 생각을 하다가 물만 마시고는 방으로 돌아갔다.밤에 잠에서 깬 루장월은 담요가 땅에 떨어져 있는걸 보곤 아예 얇은 셔츠를 하나 더 꺼내입고 다시 담요를 꼭꼭 덮었다.이렇게까지 했는데도 이틑 날 깨어난 루장월은 여전히 머리속이 흐리멍텅한 느낌을 받았다.다행히도 세수를 하고나니 어지럼증은 많아 완화됐다.화장실에서 나와보니 문연주는 이미 주방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그녀가 묻는다.“사장님, 방에 약상자 없어요?”혹시 모르니 감기약이라도 먹어둘 생각이었다.“없어. 뭐 필요하면 웨이터 찾아서 가져.”문연주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본다.“배 멀미?”방에 없으니 굳이 웨이터를 찾아가 방해하기도 싫었다. 그래 큰일도 아닌데.“아니요. 아무것도 아니에요.”그녀가 조용히 앉아 아침을 먹는 동안 먼저 다 먹은 문연주는 커피잔을 들어 한모금 마시며 창밖으로 펼쳐진 에메랄드 빛 바다를 바라본다.“수영복은 가져왔어?”루장월이 고개를 든다.“아니요……수영도 해요? 여기 바다 중심인데 해안가에서 멀어지면 위험하지 않을까요?”“중심이면 좋지, 도망갈래야 갈 수도 없고.”뜻 모를 문연주의 말을 들은 루장월은 몸이 굳으며 눈꺼풀도 두번 뛰는걸 느꼈다. 어딘가 모르게 묘하게 불안한 이 기분.”수영복 없으면 아무거나 입어. 좀 있다 다들 같이 해상 오토바이 타로 갈거니까.“루장월이 입술을 꽉 깨물며 말한다.”근데 전 할 줄 모르는데요.“”모르면 배워.“문연주가 새까만 눈을 하고 말한다.“다른 사람들 분위기 흐리지 말고.”“……네.”루장월의 촉은 늘 정확했다. 문연주가 갑자기 파티에 데려오려는게 이상하다 싶더니……여기서 중요한 건 이미 반년이라는 시간동안 한번도 그 어떤 상
문연주의 솜씨는 전문가 선생님보다도 훨씬 좋았다. 그는 그녀를 데리고 바다 위에서 엄청난 속도로 달렸다. 정면으로 마주오는 바닷물에 맞아 눈도 못 떴지만 아드레날린은 순식간에 무섭게 치솟았다!“재밌어?”문연주는 귀까지 빨개지며 흥분한 그녀를 보곤 목젖을 움직이더니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를 살짝 물었다.루장월은 무의식적으로 목을 움츠리긴 했지만 어찌나 흥분하고심장 박동이 빨라졌는지 그의 행동에 신경 쓸 새도 없었고 대답 할 새도 없었다.근데 정말 너무 재밌었다.너무 재밌다!심지어 이런 몸과 영혼이 분리되는 자극감이 좋아하진것 같은 기분마저 들었다. 그 순간만큼은 머리속에도 아무 생각이 없었고 머리까지 발 끝까지 딱 한 단어만 남아있었다.——미쳤다!문연주가 지루해진듯 묻는다.“더 빨리 해?”루장월은 눈빛마저 빛나며 말했다.“더 빨리도 돼요?”문연주가 입꼬리를 내리더니 액셀을 꽉 잡고 속도를 한 레벨 더 높였다. 이 순간엔 아예 다른 해상 오토바이를 타던 사람들을 저 멀리 제친 뒤였다.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에서는 모든 미친 일도 다 용납이 될것 같았다. 더이상 참지 못한 루장월은 소리쳤다.“아——“문연주도 웃으며 조금은 힘을 뺀 것 같았다.그들은 한시간을 넘게 놀고서야 배로 돌아왔다. 루장월은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려 제대로 서있을 수 조차 없었다.문연주가 팔을 잡아주며 갑자기 웃더니 나지막이 말했다.“내가 침대에서도 널 이렇게 안 만들었는데 차에서 이렇게 만들어버렸네.”이명까지 들리는 루장월은 그의 말을 잘 못 듣고 멀뚱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문연주가 그녀를 놔주자 그녀는 갑판에 주저앉았다. 이왕 이렇게 된거 여기 앉아서 흥분으로 가득 찬 몸을 천천히 추스려야겠다.엽혁연이 다가오며 말한다.“미쳤네 미쳤어. 뒤에서 보는 내가 다 손에서 땀이 나더라, 전복되기라도 할가봐.”문연주가 신경도 안 쓰며 말했다.“놀고 싶대서 데리고 놀아주느라고.”엽혁연은 뭔가를 암시하는 듯한 말을 건넨다.“루비서님, 연주 오토바이 안
넋이 나간 루장월이 고개를 돌렸을때 그들은 이미 코너를 돌아 자취를 감춘 뒤였다.루장월은 그들을 모른다. 그 어떤 교집합도 없는 낯선 이에게 갑자기 욕을 듣는다……심지어 자기를 욕한건 맞는걸까?그 자리에 멈춰선 루장월은 결국 붙잡고 따지지 않기로 했다. 낯선 곳에서 굳이 일을 만들진 말아야 할거 아닌가.계속 방 쪽으로 걸어가던 그녀는 그때부터 기분이 점점 가라앉기 시작했다.더운 물에 샤워를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루장월은 머리를 말릴때 연속으로 재채기를 했고 몸도 으슬으슬 떨려옴을 느꼈다.아침에 추울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는데 물에서 놀면서 바람까지 맞다보니 다시 감기에 걸린 것 같다.루장월이 이마를 손을 갖다댄다. 다행이다, 열은 안 나서.욕실에서 나온 그녀는 거실 소파에 이미 슈트로 갈아 입은채 앉아있는 문연주를 본다.그가 눈짓을 하며 말했다.“테이블 위에 있는 차 마셔.”루장월은 의문을 품은 채 걸어갔고 짙은 갈색 차를 들어 향을 맡아본다. 그건 생강차였다.한 모금 마시자마자 오장육부로 따뜻해나는 기분이었다.루장월이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감사합니다 사장님.”문연주가 물으려는 건 따로 있었다.“너 심소흠이랑 어느 정도로 친해?”루장월이 뜨끔하더니 대답했다.“식사 두 번에 커피 한번 마셨어요.”문연주가 코웃음을 치며 말한다.“고작 그거로 여동생을 내 곁에 소개시켜준 거야?”루장월이 찻잔을 들고 그에게 묻는다.“사장님 아가씨 잊으셨어요? 전에 아가씨가 따라다녔잖아요.”“언제?”문연주는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는 듯 하다.“3년 전 신청대학교에서 이름있는 학우였던 사장님이 신입생 환영 파티에 참여해 무대에서 강연을 할 때 한 눈에 반해서 한동안 쫓아다녔잖아요.”문연주는 도저히 기억이 나지 않는지 물었다.“그때 내 반응이 어땠는데?”“……그리 흥미 있어보이시진 않았어요.”문연주가 두 다리를 교차시키며 말한다.“그때도 감흥이 없었는데 왜 지금은 그렇다고 생각하는 거지?”그의 말 뜻이라면……
문연주의 눈빛에 다른 것이 담겨 있는 것 같았지만, 어지럼증에 기분도 그닥 좋지 않은 루장월은 그것을 깊게 고민할 생각이 없었다.행여 그가 심묘묘를 내보내지 않겠다고 해도 그녀는 뭐라 할 말이 없었다.끽해봤자 심소흠에게 눈치를 줘서 심묘묘더러 감정 소비를 너무 많이 하지 말라고 귀띔해 주는 것뿐이다.문연주가 건성으로 말했다.“비서실 수석은 너야. 다 너보다 아래 사람들이니까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면 내보내면 되는 거지. 이런 사소한 일들은 나한테 물어보지 않아도 돼.”이 말은 심묘묘를 내보내는 걸 동의한다는 건가?문연주는 늘 이랬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었다.심묘묘의 말이 맞았다. 문연주 같은 사람은 상대의 소유욕을 자극한다. 그가 진심을 내보이면 어떤 모습인지 궁금해지게 만든다.하지만 이미 시도해 봤던 루장월은 처참히 실패했고 이젠 더 이상 그의 사랑을 갈구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그저 물 흐르듯 자연스레 자신을 놔주길 바라고 있을 뿐이다.자신에게 다가오는 문연주를 보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든 루장월은 그에게 턱을 잡히고 말았다.“심씨는 우리 비운과 겹치는 업무가 아주 많아, 경쟁 관계이기도 하지. 루비서한테 도리 같은 건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심소흠이랑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 알겠어?”루장월이 해명했다.“교수님과는 그저 평범한 친구 사이예요. 저흰 단 한 번도 공적인 일에 관한 대화를 나눈 적이 없어요. 교수님은 교육인이셔서 심씨에 관한 일과는 크게 관련이 없어요.”문연주가 그녀의 턱을 잡고 흔들었다.“심소흠이 너한테 관련이 없다고 말했어?”“제가 추측한 거예요. 만약 심씨가 비운의 상업 기밀을 갈취해 가는 게 두려우시다면 애초에 심묘묘를 비서로 들이지 않았겠죠. 비서의 손에 닿는 기밀 서류가 더 많으니까요.”문연주가 잘 모르겠다는 듯 물었다.“넌 대체 심묘묘를 질투하는 거야 아니면 심소흠을 감싸주는 거야?”루장월이 잠시 뜸을 들이고 대답했다.“둘 다 아니에요. 전 그저 일 예기를 하는 거예요.”귀찮아진
루장월은 화장을 하긴 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얼굴이 백지장처럼 창백하다.그런 거였구나……그런 거였어.그래서 문연주가 갑자기 반년 만에 파티에 데려온 거고, 그래서 남자들의 시선이 어딘가 이상하고 여자들마저 이유없이 욕을 한거였구나……남자들은 그녀를 쉽게 가질수 있는 사람이라 여기고 여자들은 그런 그녀를 수법이 독특한 경쟁 상대로 여긴거였다.그녀만 영문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그녀만 문연주에게 속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진실과 마주한 루장월은 한시라도 빨리 여길 벗어나고 싶었지만 문득 여기는 바다 위고 사면초가가 바다임을 깨달았다. 과연 그녀가 어디로 도망갈 수 있을까?문연주가 한참 전에 이미 말한 적 있다.“도망 갈래야 갈 수 없어.”모든게 다 그가 계산해낸 판이다. 루장월은 두려움 탓인지 실망스러움 탓인지 눈가가 급격히 뜨거워 났다.눈물이 금방 똑 떨어지자 마자 그녀는 재빨리 닦아낸다.왜 울고 있는거지?그녀는 그 남자 때문에 울어서는 안됐다. 매정하게 구는 그 남자 때문에 운 게 어디 하루 이틀도 아닌데 지금은 울기보단 스스로를 구할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사방이 적인 이 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진짜 그런 일에 닥쳤을땐 반항할래야 할 수조차 없을것이다. 그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모든 기회를 놓지지 않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자신이 문연주가 이익을 교환하는 도구로 전락되는 걸 막을수 있기에.그녀는 마음을 추스리고 다시 식당으로 돌아갔다.문연주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있었지만 그의 앞에 앉아있던 사장은 또 다른 사람으로 바뀐 뒤었다.그의 신분이야 이미 다 알고 있었기에 영원히 상대가 찾아와 말을 걸어줄 뿐이었다.루장월이 천천히 다가간다. 관심없이 사장이 본인 회사 자랑을 늘어놓는걸 들으며 말도 섞지 않던 문연주는 루장월이 돌아오니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오래도 다녀오네?”루장월은 그저 “네.”라고만 대답한다.그녀의 눈에 사장이 데리고 온 파트너가 들어온다. 나이가 너무 어려보였는데 미성년자가 맞는지도 모를 정도였다.
바꿀지 말지는 문연주에게 달려있었다.문연주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한다.“유 사장은 잘 아나봐요?”“그럼요! 제가 훈육해놓은 여자들만 해도 과장 하나도 없이 백은 안돼도 80은 되죠!”유 사장이 우쭐대며 자랑스럽게 말한다.문연주가 입꼬리를 내리며 말한다.“그래서 이렇게 어린 애 데려오셨네요. 더 어린 애도 만나보셨죠?”유 사장은 쉿 하며 숨기려고 하는 모습이었지만 사실 무서운게 없었고 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징그럽게 웃어보였다.“이런 말은 대놓고 하면 안 돼요. 못 들으셨어요? 필경 이건 위법이고 범죄니까요 하하.”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던 루장월이 벌떡 일어나자 문연주가 손을 붙잡았다.가지 못하게 하다니!유 사장이 의자를 움직여 문연주의 곁에 바짝 붙으며 말했다. “사장님도 혹시 이 쪽으로 흥미 있으시면 제가 방법 가르쳐 다릴수도 있어요.”문연주가 담담한 눈빛으로 바라보니 뭔가 할 말이라도 있는 줄 안 유 사장은 더욱 곁으로 붙는다. 실실 웃으며 뭔가를 말하려던 그는 문연주가 자신의 얼굴에 술을 퍼부을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악!”문연주가 비단 손수건을 꺼내 손을 닦으며 놀라서 얼 빠진 유 사장에게 천천히 말했다.“방금 협력건은 여기까지.”온 얼굴에 와인을 덮어 쓴 유 사장이 다급히 말한다.”왜, 왜요?“”감옥 가게 생겼는데 같이 협력했다간 나도 곤란해질거 아닌가?“유 사장의 낯빛이 급격히 어두워진다.”무슨 감옥이요?!“문연주가 루장월을 바라보며 말한다.”루비서, 유 사장 방금 한 말 못 들었어? 신고 안 하고 뭐해.“루장월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휴대폰을 꺼내들자 그제야 농담이 아닌걸 눈치 챈 유 사장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다.문연주는 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댄 채 앉아 있었지만 유 사장보다 기세는 월등히 높았다.“여자를 어떡하든 말든 그건 내 일이야. 본인이 뭔데 날 지적하지? 유병덕이 다음엔 조심해, 다신 무례하게 굴지 마.“그가 갑자기 멈추더니 비웃으며 말했다.”넌 다음도 없겠다.“죽일듯이 문연주를 쏘
심소흠이 눈썹을 치켜든다.루장월은 줄곧 분수를 잘 따지는 여자였다.설사 함께 식사를 하고 커피를 마시더라도 절대 그 어떤 썸의 기류도 연상하지 않도록 행동하는 사람이었다.이렇게 그의 손을 덥석 잡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녀는 마치 물에 빠져 허우적 대며 죽을 힘을 다해 유일한 부목을 붙잡은듯 했다.심소흠이 그녀를 자세히 쳐다봤을때 그녀의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마음 약해진 그는 조용히 탄식을 하고는 머리를 숙여 나긋하게 물었다.“아가씨 왜 그러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루장월은 바닷 바람에 저릿하게 아파오는 뒤통수 통증을 참아내며 밑도 끝도 없이 물었다.“교수님 파트너 데리고 오셨어요?”“아니요.”“그럼 형은 파트너 데리고 오셨어요?”“데리고 왔죠.”“여자 친구요?”심소흠이 적절한 대답을 골라한다.“이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무조건 아니다.여자 친구같은 신분이었다면 그의 대답은 이게 아닐거다——설마 자신의 형수를 모를까?똑똑히 말할 순 없지만 사실은 형이 교환하러 데리고 온 여자라고 에둘러 표현한걸거다.하긴 유람선에 타기까지 했는데 게임 수칙을 모를리가.모든 사람이 그녀처럼 속아서 배에 탄 건 아닐테니 말이다.루장월이 바짝 마른 입술을 깨물고는 유심히 심소흠을 바라본다. 이목구비 어디 하나 흠 잡을데가 없는 그는 까맣게 반짝이는 두 눈을 가진 잘 생긴 사람이다. 루장월이 갑자기 입을 연다.”비운과 심씨는 동일한 목표를 두고 경쟁중이에요. 필경 이 한달동안 제가 회사 업무에 크게 참여하진 않았지만 그 프로젝트가 두 회사 모두에게 중요하다는 건 압니다.“심소흠이 말을 끊는다.”아가씨, 제가 화사 일에 참여하지 않는 거 아시잖아요.“”알죠. 전 그저 교수님이 절 친구로 여기시고 형님께 대신 한마디만 전해주셨으면 합니다——만약 절 바꿔오셔서 그 어떤 터치도 없이 절 안전하게 데리고 나갈수만 있다면 제가 형님 도와드린다고요.“도와준다?절벽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외줄 타기를 하는 듯한 루장월은 본 그는 자기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