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새없이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이 밤연회는 이번 여정의 가장 중요한 연회로 모든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였다.문연주는 이미 몇 벌의 의상을 준비해 옷걸이 걸어놨고 루장월더러 고르게 했다. 심지어 메이크업 전담팀까지 대기하고 있었다.그가 그녀를 꾸미려고 하면 할수록 루장월의 마음 속은 더더욱 얼음장처럼 차가워져만 갔다.일종의 잘 꾸며서 높은 가격애 팔려는 느낌이랄까.기분이 별로였던 그녀는 대충 아무거나 골랐다.문연주는 소파에 앉아 잡지를 보다가 힐긋 그녀를 흘긴다.“이 옷은 옥비녀에 안 어울려.”아 그제야 생각났다. 어젯밤 문연주는 옥비녀를 사주며 거기에 맞는 드레스를 입으라고 했었다.루장월은 불편한 마음을 가까스로 억누르며 다시 중식 치파오를 골랐다.연한녹색의 치파오는 발목뼈까지 오는 길이에 정면으로는 우아하고 단정해보였지만 등은 뻥 뚫려 마침 두 날개뼈를 드러내며 타고난 섹시함을 표현해냈다.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녀의 머리를 한 손에 쥐고 비녀를 꽂았다. 메이크업 역시 청순하고 단아한 느낌을 줬다.아티스트가 립스틱을 고르며 고민하고 있을때 루장월의 뒤에서 불쑥 나온 손이 립스틱 하나를 골랐다. 그들이 자연스레 뒷걸음질 치는 걸 본 루장월은 거울에 비친 문연주의 모습을 봤다. 그는 이미 단정하고 깔끔한 블랙 슈트로 갈아입고 있었다.그는 립스틱을 돌려 그녀의 입가에 대고 비교해보고는 계피색 립스틱을 골라 섬세하게 그녀의 입술에 발라줬다.루장월은 움직이지 않았다. 근데 이 남자 어색해 보이지 않게 손가락으로 입가 변두리를 흐릿하게 하는 방법까지 알고 있다.그는 단 한번도 그녀에게 립스틱을 발라준 적이 없다. 메이크업하는 모습을 본 것 조차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은데 이리도 자연스레 하는 걸 보면 꼭 누군가한테 해준 적이 있는거다.그더러 립스틱을 발라주게 할 사람은 딱 한 명.백유였다.이건 어쩌면 그들의 순수한 사랑에 아주 어울리는 걸지도 모른다.다 바른 뒤 루장월은 낮은 소리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곤 진주 귀걸이를 꺼내 걸었다.
이때 주최자가 다가와 인사를 건네며 말했다.“연주!”문연주가 웃으며 동시에 낮은 소리로 루장월에게 말한다.“이따가 무도회 시작하면 왼쪽으로 가. 내가 너 잡을게“왼쪽으로 뭘 어쩌라는 거지? 좀처럼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중년 남성은 이미 그들 앞으로 다가왔고 그녀는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큰 아버지.“문연주가 굽석 인사를 한다.60세 남짓해보이는 남성은 사람 좋은 푸근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너 너, 다들 여기 와서 즐기면서 화합해야 재물이 생기거늘 넌 도리어 사람을 놀래켜 보내버리다니!“그의 이 한마디는 질책으로 들리겠지만 사실 농담에 가까웠고 문연주라는 이 후배를 매우 좋게 보는것 같았다.문연주도 그에게 아주 삭삭하게 대했는데 루장월은 그가 이런 식으로 윗어른과 대화하는 걸 처음 보게 됐다, 그의 아버지도 포함해서.“큰 아버지 저 나무라시는거예요? 전 분명 큰 아버지를 도와 적을 대신 처단해줬는데요. 그런 잡것들이 유람선에 먹칠하지 멋하게요.”“넌 늘 이렇게 똑똑해!“상 회장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근데 내가 뭐하러 외부인 때문에 널 나무라겠니? 넌 반은 내 아들과도 같은데 내 팔은 당연히 안으로 굽지!“루장월이 조용히 생각에 잠긴다. 반은 아들이라고?그럼 사위인 건가 아니면 양자인 건가?문연주 곁에 이렇게 오랜 시간 있었던 그녀는 왜 문연주가 어느 가문과 이리도 두터운 관계를 맺어오는지 몰랐던거지?문연주가 무심코 말을 꺼낸다.“시서는 돌아왔어요?”——시서!미처 준비도 못하고 그 이름을 들어버린 루장월은 무의식적으로 문연주를 바라봤다.문연주는 냉담한 옆태만 보인 채 상 회장과 얘기하느라 그녀를 보지 못한 것 같다.“……”루장월은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며 이 연회가 상씨 가문에서 주최한 연회임을 깨달았다.“시서는 주장이 뚜렷해서 가끔은 아비인 나도 스케줄을 잘 모르지. 이번엔 오라고 했는데 왔는지 안 왔는지, 배에 탔는지는 나도 모르겠네.”상 회장이 탄식을 하며 말한다.“시서가 엄마랑 가까워
“……네?”루장월은 그가 왜 상시서를 언급하는지도 몰랐다.그녀와 상시서는 그때 모두 고등학생이었고 심지어 문연주와 그녀는 그때 알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사장님 무슨 말씀하시는지 모르겠네요.”문연주가 무표정을 하고 말한다.“진짜 못 알아듣는게 좋을거야.”루장월은 정말 문연주가 하는 말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궁금해하는 그녀의 시선을 차갑게 무시한 문연주는 갑자기 지긋지긋해났는지 말한다.“당분간 내 눈앞에 나타나지 마.”그는 그녀의 허리에 감쌌던 손을 빼내고는 혼자 가버렸다.루장월은 넋 너간 표정으로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온 짜증이지?사면팔방엔 모두 낯선 귀빈들 뿐이었고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는 그녀는 어떻게 할지를 몰랐다.다행히 이럼 연회 참여 경험이 많으니 인츰 적응해 나갔다.그녀는 혼자 연회장의 구석으로 가 있었다.만약 이 상태 그대로만 연회가 끝난다면 이건 루장월에게 그토록 좋은 일이 아닐수 없을 것이다. 오늘 밤 끝나고 내일 배에서 내리면 모레 퇴사, 순조롭기 그지 없었다.하지만 당연히 이런 일은 없겠지.순간 연회장의 모든 불빛이 꺼진다. 놀란 루장월은 더듬거리며 휴대폰을 찾았다.이때 한줄기 무대 조명이 켜지며 핑크색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무대로 올라왔다.마이크를 손에 쥔 여자가 말한다.”Ladies-and-Gentlemen. 우선 이 자리를 빌어 상씨 그룹 대표로 바쁘신 와중에도 이번 연회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여러분! 1년이 지난 오늘 다시 한 자리에 모였네요!”연회장에 열렬한 박수 소리가 울려퍼진다.루장월은 그제야 이게 하나의 과정임을 알고 따라서 박수를 치며 어두컴컴한 연회장에서 문연주의 그림자를 찾아다녔다.여성 MC가 웃으며 말한다.“늘 그래왔듯 오늘 밤도 춤으로 시작해보죠. 모두 눈을 가려주시고 무대로 들어와 오직 느낌에만 의거해 자신의 파트너를 찾으세요. 저희 함께 이 춤을 통해 서로에 대해 더욱 깊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
상대의 가슴팍에 닿을락 말락 가까워진 루장월은 코끝으로 전해지는 낯설지만 좋은 향기를 맡게 된다.동틀 녘 우거진 삼림 속 줄 지어 있는 촉촉하고 차가운, 신비감을 주며 속을 알고 싶게 만드는 송백 나무 같았다.3초간 넋을 잃고 있던 루장월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상대의 얼굴을 올려다 봤다.하지만 고개를 드는 순간 두 눈은 또다시 검은 천에 가려지고 만다——남자가 떨어진 천을 주워 다시 그녀의 뒷통수에 매줬던 거다.루장월의 시야는 남자의 턱만 보일 정도까지 가려진다.가장 익숙한 문연주가 아니라는 것만은 알수 있었다.“……실례지만 성함이?”루장월이 나지막이 묻는다.남자는 잠시 뜸을 들이는가 싶더니 대답을 하지 않고 그녀의 손을 잡는다.MC가 무대에서 선포한다.“3분 다 됐습니다! 모두들 자신의 파트너를 찾으셨군요. 그럼 오늘 밤 무도회를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은은한 관현악이 울려퍼지며 남자는 루장월의 허리를 감싼다.여자들의 민감한 촉은 상대가 자신에게 무례한지 아닌지를 단번에 캐치해낸다. 그녀는 남자가 무례한 의도는 없다는걸 깨닫고는 피하지 않고 함께 무대로 들어갔다. 앞이 보이지 않는 루장월은 완전히 그에 의해 “조종“당한 채 좌우앞뒤로 스텝을 옮겼다. 이건 왈츠의 기본 스텝이다,연회에 참석해본 사람이면 다 아는.그녀가 몇 번이고 눈을 가린 천을 벗어내려 했지만 남자는 줄곧 그녀의 손을 잡고 벗어내지 못하게 만들었다.그가 자신이 누군인지 알리기 싫어하면 할수록 루장월은 더욱더 알고싶어졌다.“……도대체 누구세요?”남자가 한 손을 잡고 그녀를 “던져버리는” 틈을 타 루장월은 다른 한 손으로 천을 벗겨내려 했지만 또 한번 남자에 의해 손을 붙잡히고 말았다.남자가 손을 움직여 그녀와 손 깍지를 낀다.둘의 손바닥이 맞붙고 남자의 온기가 느껴지자 루장월의 몸이 부르르 떨려온다.송백 나무 향도 더 짙어진것 같다.루장월은 정신이 온통 딴데 팔려 왈츠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이 사람 도대체 누굴까?그녀는 꽤나 관심을 보이는것 같다.
심소흠이 고개를 숙여 그녀를 바라본다.“네? 저도 모르죠. 조명이 안 켜져서 저도 잘 보이진 않았는데 다시 켜졌을때 아가씨가 제일 가까이 있었으니 그럴수도 있겠네요.“루장월이 고개를 돌려 다른 이들을 바라본다. 모두들 더이상 눈을 가리고 있지 않았다.그녀의 생각이 틀린게 아니라면 이 게임의 규칙은 아마도 눈을 가린 채 파트너를 찾은 뒤 천을 벗을수 있다는 것이었다.하지만 그 남자는 여전히 그녀의 눈을 가리고 아무것도 못 보게 했다.일부러 그를 못보게 한거다.애초에 조명이 꺼지면 자세히 보이지도 않겠지만 그는 조금도 자신을 볼 수 없게 했다.그 남자는 절대 심소흠일리가 없다.심소흠이 의문스러운 듯 묻는다.“아가씨?”루장월은 짐시 그 남자에 대한 생각을 접어두고 심소흠을 돌아봤다.“감사합니다 교수님.”땅에 떨어진 케이크는 웨이터들에 의해 신속하고 깨끗하게 치워졌고 카펫 역시 완전히 새것으로 교체됐다. 이 모든 과정은 불과 15분도 걸리지 않았다. 정말이지 상가네 규칙과 효율은 매번 사람을 놀래키는 정도다.편안한 관현악이 다시 울려퍼지며 MC가 무대에 올라와 귀빈들을 안정시켰다. 그렇게 연회는 계속 진행됐다.계속 춤을 추고 싶은 사람들은 그 사람들대로, 일 얘기를 할 사람들은 그 사람들 대로 각자 모여 소파를 찾아 자리를 잡았다.심소흠이 그녀의 주위를 살펴본다.“문 사장님은 안 계세요?”“어디 가셨는지 모르겠네요.”루장월도 딱히 그를 찾고싶진 않았다.안경 너머 심소흠의 눈빛이 빛나며 말한다.“아가씨 너무 뜬금없이 생각하지 마시고 오늘 밤엔 제가 곁에 있어드릴게요. 별 일 없을겁니다.”루장월은 그의 말 뜻을 알고 있었다.그녀가 두려워하는 건 문연주가 자신을 보내버리는 것이었으니 그가 곁에 있어준다면 만약의 상황이 닥쳐도 그의 보호를 받을수 있었기 때문이다.루장월이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정말 고맙습니다 교수님.““오늘 감사를 너무 많이 받아서 지금은 거절할게요. 아가씨 정말 감사인사를 하고 싶으시면.”심소흠이 새하얗고
그저 평범하게 춤을 추고 있었던 루장월과 심소흠은 당연히 손에 힘을 주고 있지 않았고 문연주에 의해 단번에 끊겨버리고 말았다. 문연주는 동시에 소소를 심소흠에게 밀어버리곤 루장월의 허리를 단단히 감쌌다.준비도 없이 문연주 앞에 끌려간 루장월은 넋이 나가 그를 바라본다. 그의 눈빛이 무미건조하다.그녀는 자신이 그의 눈엔 그저 물건 같다고 여겨졌다. 갖기 싫을 땐 아무렇게나 버리고 갖고 싶을땐 냅다 뺏어오는 그런 물건.일말의 존중도 찾아볼수가 없었다.루장월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한다.“사장님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왜? 너랑 심소흠 떼놨다고 이러는 거야?” 문연주가 차디찬 목소리로 말한다.“본인이 누구 물건인지 잊어나봐?”물건?그렇다, 그의 눈에 루장월은 그저 도구 아니면 물건일 뿐이었다. 단 한번도 자신만의 인격을 가지지 못한 채 그를 에워싸고 빙빙 돌아야만 했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 했고 심지어 생사조차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다!루장월은 그와 춤을 추기 싫었다.그를 보고싶지가 않았다.하루종일 꾹꾹 참아낸 감정이 결국 이때를 넘기지 못하고 폭발해버린다.루장월은 그를 떠나고 싶었지만 손과 허리 모두 단단히 잡혀 할 수 없이 한 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밀쳐냈다.문연주가 그리 힘을 주지도 않은것 같았지만 여전히 밀어내긴 힘들었다.루장월이 이를 악물고 말한다.“사장님, 사장님이 먼저 저 버리고 가셨잖아요?”그는 지금 또 뭘 지적하려 든단 말인가!문연주가 말한다.“내가 왼쪽으로 오라고 했어 안 했어? 내가 너 끌어당기겠다고 하지 않았나?”루장월은 문득 그 말이 떠오른다.하지만 두서 없이 그렇게 말해버리면 이런 연회 경험이 처음인 그녀가 어찌 눈 가리는 환절이 있을줄 알았겠는가? 또 무슨 수로 그의 말이 이런 뜻임을 떠올릴수 있을까?“못 들은거야? 아님 못 알아들은거야?”문연주가 그녀를 쳐다본다.“하긴 하루 종일 정신이 딴데 팔려서 도통 뭔 궁리를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내가 한 말이 귀에 들어갈리가 있을까.”“사장님
루장월은 문연주가 두려웠다.그가 계약서에 어떤 시나리오를 써내려갈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인간이란 모르면 모를수록, 확신이 없으면 없을수록 더욱 두려워나기 마련이었다.문연주 역시 다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그녀의 손을 놓고 큰 보폭으로 계단을 올라갔다.그는 루장월더러 따라오라는 말을 하진 않았다.하지만 그 뒷모습엔 안 따라오면 두고보겠다고 보란듯이 적혀져 있는 것만 같았다.루장월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다 무의식적으로 심회흠과 눈을 마주쳤고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루장월은 마음을 굳히고 결국엔 계단을 올랐다.적어도 심회흠이 있으면 그녀 곁에서 부단히 도움을 주며 맴돌아 줄것이다.심소흠의 체면을 보지 않더라도 그녀가 제시한 조건은 그 역시 매우 만족스러워 했으니 말이다.그는 그녀를 도와줄 것이다.아래층은 일반 귀빈들의 오락 장소였고 2층이 바로 이 배에 탄 거물들이 모이는 장소였다.상 회장이 문연주의 어깨를 치며 말한다.“다들 마작을 하고 있어. 내 기억엔 연주 너도 실력이 꽤나 괜찮았었는데.“”그냥 좀 하는 편일 뿐이죠.“상 회장이 허리를 쭉 펴며 한숨을 쉰다.”그럼 나랑 자리 바꾸지. 나이 드니 힘이 들어서 누워야겠어.“문연주가 고개를 끄덕인다.그가 방에 들어가자 루장월도 따라 들어간다.방은 그리 크진 않았지만 조명은 매우 밝았다. 한 눈에 보니 소파, 차 테이블 그리고 마작 전용 테이블이 다였다.소파엔 사람이 없었지만 마작 테이블엔 블랙 슈트를 입은 남자 두 명이 패를 섞고 있었다. 둘은 모두 그리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았고 저마다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루장월은 어딘가 낯이 익었지만 도통 이름을 기억해내질 못했다.방금까지 치고 있던 심회흠이 바로 테이블 앞에 앉았고 문연주 역시 상 회장의 자리에 앉아 함께 패를 섞었다.소소라고 불리던 그 여자는 어느새 따라왔는지 벌써 와있었다. 그녀는 오늘 밤 튜브탑을 입고 있었는데 상반신은 말린 장미 컬러의 벨벳 소재였으나 치맛자락은 아이보리 쉬폰 형태
한편.상 회장의 아픈 허리는 그저 핑계였고 그는 소식을 듣고 급히 방으로 돌아와 비서에게 묻는다.“시서가 진짜 배에 올랐나?”“걸이가 매우 닮은 뒷모습을 봤다는데 확신은 못하겠답니다.”상 회장은 화가 나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자기 집에서 여는 연회에도 살금살금, 뭐 얼굴 못 내밀 이유라도 있나? 나 참, 지 엄마한테서 잘못 배운거야!”그가 냅다 분부를 내린다.“사람 시켜서 당장 찾아!“비서가 대답한다.”네.“상 회장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한다.”잠깐, 천천히 조심스레 찾아. 놀래키지 말고.“만약……본인만의 생각이 있는거라면 그는 거기에 방해가 되고 싶진 않았다.비서가 대답했다.”알겠습니다.“상 회장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다시 그 방으로 간다.그 방에선 지금 짧은 침묵이 흐르고 있다.류 사장이 루장월을 요구한다.문연주의 시선이 루장월에게로 향한다. 그의 등 뒤에 있는 스탠드 조명때문에 도저히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수 없었다.루장월의 호흡도 따라서 멈췄다.모든게 문연주 손에 달렸다.그가 고개를 끄덕인다면 그녀는 오늘 밤 속수무책으로 끌려갈 것이다……아니지.그러면 안 된다. 희망을 이 남자한테 건다는건 희망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니.루장월이 갑자기 얼굴에 미소를 띠고는 목각처럼 굳은 두 다리를 앞으로 뻗어 다가간다.“네? 사장님들 무슨 말씀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근데 저도 마작 할 즐 아는데 저도 끼워주시겠어요?“류 사장, 류연이 웃음을 참으며 그녀를 바라본다.”여기 올라오려고?“이 말은 분명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 그녀를 비웃는것이었다.루장월은 못 들은 척하며 자연스레 말했다.“제가 기술은 괜찮아서 사장님들 파트너로는 딱일겁니다.“유연은 자기절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몸에 힘을 풀어 의자 손잡이에 기댄 채 싱글벙글거리며 그녀에게 미끼를 던졌다.“그럼 말해봐. 여기서 누가 당신한테 자리를 내주지?“신청 문가의 거대 재벌, 서청 심가의 벤처 캐피탈, 송청 류가의 부동산 큰 손, 용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