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장월은 문연주가 두려웠다.그가 계약서에 어떤 시나리오를 써내려갈지 모를 일이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인간이란 모르면 모를수록, 확신이 없으면 없을수록 더욱 두려워나기 마련이었다.문연주 역시 다른 어떤 행동도 취하지 않은 채 그녀의 손을 놓고 큰 보폭으로 계단을 올라갔다.그는 루장월더러 따라오라는 말을 하진 않았다.하지만 그 뒷모습엔 안 따라오면 두고보겠다고 보란듯이 적혀져 있는 것만 같았다.루장월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다 무의식적으로 심회흠과 눈을 마주쳤고 그는 살짝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루장월은 마음을 굳히고 결국엔 계단을 올랐다.적어도 심회흠이 있으면 그녀 곁에서 부단히 도움을 주며 맴돌아 줄것이다.심소흠의 체면을 보지 않더라도 그녀가 제시한 조건은 그 역시 매우 만족스러워 했으니 말이다.그는 그녀를 도와줄 것이다.아래층은 일반 귀빈들의 오락 장소였고 2층이 바로 이 배에 탄 거물들이 모이는 장소였다.상 회장이 문연주의 어깨를 치며 말한다.“다들 마작을 하고 있어. 내 기억엔 연주 너도 실력이 꽤나 괜찮았었는데.“”그냥 좀 하는 편일 뿐이죠.“상 회장이 허리를 쭉 펴며 한숨을 쉰다.”그럼 나랑 자리 바꾸지. 나이 드니 힘이 들어서 누워야겠어.“문연주가 고개를 끄덕인다.그가 방에 들어가자 루장월도 따라 들어간다.방은 그리 크진 않았지만 조명은 매우 밝았다. 한 눈에 보니 소파, 차 테이블 그리고 마작 전용 테이블이 다였다.소파엔 사람이 없었지만 마작 테이블엔 블랙 슈트를 입은 남자 두 명이 패를 섞고 있었다. 둘은 모두 그리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았고 저마다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루장월은 어딘가 낯이 익었지만 도통 이름을 기억해내질 못했다.방금까지 치고 있던 심회흠이 바로 테이블 앞에 앉았고 문연주 역시 상 회장의 자리에 앉아 함께 패를 섞었다.소소라고 불리던 그 여자는 어느새 따라왔는지 벌써 와있었다. 그녀는 오늘 밤 튜브탑을 입고 있었는데 상반신은 말린 장미 컬러의 벨벳 소재였으나 치맛자락은 아이보리 쉬폰 형태
한편.상 회장의 아픈 허리는 그저 핑계였고 그는 소식을 듣고 급히 방으로 돌아와 비서에게 묻는다.“시서가 진짜 배에 올랐나?”“걸이가 매우 닮은 뒷모습을 봤다는데 확신은 못하겠답니다.”상 회장은 화가 나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자기 집에서 여는 연회에도 살금살금, 뭐 얼굴 못 내밀 이유라도 있나? 나 참, 지 엄마한테서 잘못 배운거야!”그가 냅다 분부를 내린다.“사람 시켜서 당장 찾아!“비서가 대답한다.”네.“상 회장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한다.”잠깐, 천천히 조심스레 찾아. 놀래키지 말고.“만약……본인만의 생각이 있는거라면 그는 거기에 방해가 되고 싶진 않았다.비서가 대답했다.”알겠습니다.“상 회장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는지 다시 그 방으로 간다.그 방에선 지금 짧은 침묵이 흐르고 있다.류 사장이 루장월을 요구한다.문연주의 시선이 루장월에게로 향한다. 그의 등 뒤에 있는 스탠드 조명때문에 도저히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수 없었다.루장월의 호흡도 따라서 멈췄다.모든게 문연주 손에 달렸다.그가 고개를 끄덕인다면 그녀는 오늘 밤 속수무책으로 끌려갈 것이다……아니지.그러면 안 된다. 희망을 이 남자한테 건다는건 희망이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니.루장월이 갑자기 얼굴에 미소를 띠고는 목각처럼 굳은 두 다리를 앞으로 뻗어 다가간다.“네? 사장님들 무슨 말씀 하시는지 모르겠네요. 근데 저도 마작 할 즐 아는데 저도 끼워주시겠어요?“류 사장, 류연이 웃음을 참으며 그녀를 바라본다.”여기 올라오려고?“이 말은 분명 주제도 모르고 나대는 그녀를 비웃는것이었다.루장월은 못 들은 척하며 자연스레 말했다.“제가 기술은 괜찮아서 사장님들 파트너로는 딱일겁니다.“유연은 자기절로 담배에 불을 붙이고 몸에 힘을 풀어 의자 손잡이에 기댄 채 싱글벙글거리며 그녀에게 미끼를 던졌다.“그럼 말해봐. 여기서 누가 당신한테 자리를 내주지?“신청 문가의 거대 재벌, 서청 심가의 벤처 캐피탈, 송청 류가의 부동산 큰 손, 용청
“류 사장님 과찬이십니다. 아마 손에 익은 탓이겠죠. 전엔 저도 잘 몰랐지만 비운의 수석비서로써 자주 비운을 대표해 여러 회장님과 사모님에게 연락을 드리며 친분을 이어가고 있기에 점점 늘고 있는 것 뿐입니다.”패를 문지르던 류 사장의 손이 멈칫한다.수석 비서라……회장님 사모님들과 함께 한다……그가 잠시 주춤해서는 말한다.“그렇군.”문연주 역시 그녀의 뼈가 있는 말을 듣고 그녀를 보며 패를 한장 낸다.루장월은 그 패를 먹어버리며 적당히 그에게 시선을 보냈다.방금 그 말은 류 사장 뿐만 아니라 그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그는 진짜 그녀를 보내려고 하는걸까? 잘 생각해보기나 한건가?그녀는 수석 비서로써 비운의 수많은 고객 자원을 담당하고 있는데 그가 이런 그녀를 팔아넘긴다면 그녀는 입단속을 못할지도모른다.아무렇게나 류연에게 거물 고객들의 취미며 습관이며 마지노선 같은 걸 알려주고 그에게 고객을 뺏긴다 해도 그녀를 탓할 순 없었다.그저 그녀가 마작을 할때 몇명 고객의 가십거리로 “수다”를 떤것뿐이니 비운의 기밀을 팔아넘긴것엔 속하지 않을것이다.루장월이 웃으며 말했다.“저에게 가장 많은 가르침을 주신 건 설 사모님이시지만 마작 할때 가장 재밌으신 분은 사제 사모님이세요. 그 분은 광수 분이신데 광수 마작은 “치고 받는“패라는 별명도 가지고 있어 아주 재밌습니다. 류 사장님 광수 마작 할 줄 아세요?”류연이 심사숙고하더니 말한다.“보긴 봤는데 직잡 해보진 못했지. 루비서가 이렇게 말하니 흥미가 생기는데 오늘 잠 가르쳐 줄수 있나?”루장월은 역겨움을 간신히 누르고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으며 말했다.“좋습니다. 제가 이제 위 사장님과 기 사장님이 좋아하시는 패에 대해서도 말씀드리죠.“그녀가 본인 패를 만지막 거리더니 말한다.”깡에 꽃이 피니 또 올라네요. 류 사장님도 제 운기를 높여주시네요.“문연주가 비웃은다. 그는 아무래도 이 여자를 너무 얕잡아만 본 것 같다.감히 머리 꼭대기에서 위협하려 들다니.루장월이 입술을 깨문다.“계속할까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땐 미처 몰랐지만 힘이 빠지고 나니 루장월은 또 다시 머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마를 만져보니 이번엔 정말 열이 나기 시작하는 것 같다.그녀는 웨이터에게서 감기약을 받아 먹고에 조용한 곳에 있고 싶었다.우연히 마주친 엽혁연이 그녀에게 묻는다.“연주랑 같이 있는거 아니었어요?”잠시 멍 때리던 루장월은 그제야 그가 문연주의 행방을 묻는걸 알았고 대충 윗층을 손짓으로 가리키고는 그를 스쳐지나 창가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엽혁연은 그녀를 몇 번 쳐다보더니 이내 윗층으로 올라갔다.혼자 소파에 앉아있던 루장월은 앉아있을수록 어지럼증이 심해져 더는 버티지 못할 것만 같았다.방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길지도 짧지도 않은 거리에도 그녀는 비틀비틀거렸고 세상만물은 눈 앞에서 빙글빙글 돌아갔다. 넘어질때 그녀의 눈 앞에 가죽 구두 한 쌍이 멈춰선다.또 다시 송백 나무 향기를 맡은것 같다.……윗층의 몇몇 사람들은 프로젝트 얘기를 마무리하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오락을 즐길 생각이었다.엽혁연과 문연주도 함께 있다.엽혁연이 그를 찾아온 건 그가 본 이성한 일 때문이었다.“방금 유람선에서 보트 내보는 걸 봤는데 느가 또 중도 하차 했는지 몰라.”배에 올랐다가 중도에 가버리는 건 조금은 상씨 가문을 난처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유 사장 같이 어쩔수 없이 가야 하는거면 몰라도 일반 사람은 그렇게 규칙을 어기고 가지 않을텐데 말이다.“유씨는 본인이 직접 노 저어서 갔는데 상씨 가문에서 보트를 내려보낸 거 보면 무조건 보내야 하는 사람일거야.”문연주는 크게 관심이 없어 보인다.“누구든지 뭔 상관이야.”아무리 그래도 상시서는 아니겠지.상시서가 생각 난 문연주는 바로 루장월을 찾으러 갔다.“그 사람 봤어?”그는 아직도 그녀에게 쌓인 게 많나보다.“누구?”엽혁연이 알아맞춰본다.“루비서?”“응.”엽혁연이 그 소파를 가리키며 말한다.“저기 있잖아……응? 어디 갔지?”소파는 텅텅 비어있었다.엽혁연이 의아해하며 말한다.“내
그녀를 향해 걸어오는 두 남자는 분명 루장월의 미모를 보고 접근했을 것이고 그들은 그녀의 앞에 무릎을 끓고 앉아 뭐라고 말을 했다.루장월이 고개를 들지 않자 남자는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잡는다.문연주가 차갑게 바라본다. 이미 그 둘을 똑똑히 기억해 놨다.루장월의 얼굴을 자세히 본 다른 한 남자가 문연주 곁에 있는 사람이라며 같이 온 남자를 끌고 가버린다. 감히 문연주는 건드릴 엄두가 안 났던거다.루장월은 땅에 떨어진 비녀를 잡아 손에 쥐곤 비틀대며 갑판에서 일어났다.허나 그녀는 현재 그 누구에게라도 한 입 물릴것 같은 한 마리의 작은 양과도 다름없는 상태다.문연주는 이때까지 루장월이 이토록 쉽게 괴롭힘 당하는 사람인지를 알지 못했었다.더 미칠 노릇인 건 그녀가 갑자기 사각지대쪽으로 걸어가는 것이었다. 매니저가 황급히 다른 카메라를 틀어봤지만 루장월의 그림자를 찾을 수 없었다.문연주가 무거운 목소리로 묻는다.“어디 있어 지금?”“문 사장님 잠시만요 잠시만요……”매니저가 계속해서 카메라를 바꿔보지만 없다. 없다, 그 어디에도……루장월은 사각지대로 걸어간 뒤 감쪽같이 증발해 버렸다.루장월을 찾아나섰던 가드들이 3층에 도착했지만 그녀를 찾지 못했다고 무전을 해왔다.매니저가 침을 꼴깍 삼킨다. 문연주의 여인이 그들 눈 앞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들의 후과는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그는 곳곳에 연락해 인원을 늘려 구석구석 샅샅이 뒤지고 모든 귀빈들께 다 물어보라고 지시했다. 특히나 3층에 갔던 사람들에게는 더더욱……그가 황급히 지시를 내리던 순간 아직 재생되고 있던 감시 카메라 영상에서 갑자기 풍덩하는 소리가 들린다. 무거운 물체가 물에 빠지는 소리같은?매니저가 넋이 나가 어버버하고 있을때 문연주는 이미 마우스를 눌러 돌려감기를 하고 있었다.그 풍덩소리는 비로 루장월이 사라진 방향에서 들려오고 있었다.“……”순식간에 감시실에 차가운 정적이 흐른다.이런 상황이라면 루장월은——발을 헛디뎌 바다에 빠진거라고 생각할 수밖엔 없었다!
엽혁연이 별다른 수확 없이 노트북을 닫으려 할때 그의 뒤에 있던 한 여자가 갑자기 입을 연다.“여덟시 반 그때 내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아……“여자는 친구에게 낮은 소리로 말하고 있었는데 저 멀리 있던 문연주는 그걸 어떻게 들었는지 벌떡 일어나 그들에게로 걸어왔다.”뭘 들은겁니까?“그의 목소리가 무겁다.여자가 잠시 넋이 나가더니 긴가민가해 하며 말했다.”여덟시반쯤 3층 방에서 물건을 가지고 연회장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방을 지나면서 무의식적으로 다투는 소리와 ‘풍덩’소리를 들었어요. 그때 전 뭐가 빠진즐 알았죠……”문연주의 시선이 뚜렷해진다.“실례지만 절 그 방에 데려다 주시죠.”여자는 황급히 알겠다고 하고는 문연주를 데리고 3층 방으로 갔다.문연주는 냅다 문을 두들긴다.문이 열리고 코는 퍼렇고 얼굴은 퉁퉁 부은 남자가 나온다. 그는 문연주를 보고는 몹시 놀라며 말한다.“문,문 사장님. 여긴……”문연주가 그의 뒤에 펼쳐진 방을 쭉 훑어본다. 방안은 엎어져 있는 의자에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그는 에둘러 말하지 않고 바로 떨어지는 소리가 뭐냐고 묻는다.남자는 감히 숨기지 못하고 솔직하게 오늘밤 와이프와 다툼이 있었고 서로 손찌검을 하다가 와이프가 순간의 화를 못 참고 던진 화분을 피한게 창문 밖으로 날아가 바다에 떨어졌다고 했다……그 말인 즉 풍덩하는 소리는 화분이 떨어지는 소리였다는거다.루장월이 아니었다.“……”문연주가 두 눈을 질끈 감는다.엽혁연은 별안간 그가 아까부터 꾹 참아오던 숨을 이제야 뱉어내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루장월때문에 긴장하고 있는걸까?확인을 마친 문연주는 머무르지 않고 바로 발걸음을 돌렸다.“바다에서 수색하던 사람 절반은 와서 선실 찾으라고 해. 루장월은 아직 배에 있으니까.”엽혁연이 바로 그의 말에 따른다.문연주가 혼자 복도를 걸어간다.그는——루장월이 바다에 빠진게 아니라면 꼭 배에 있을거라고 생각했다.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는데 제 정신이라면 나오지 않을수가 없을것이다. 감시 카메
30분 전으로 돌아가서 유월영은 홀로 연회장에 앉아 있었다. 머리가 어지러워서 이마를 만져보니 뜨끈뜨끈했다.그녀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돌아가서 잠을 보충할 생각이었다.그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으로 올라가려 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취객들이 말다툼을 버리고 있었다.그녀는 인상을 찌푸리고 계단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녀가 있는 곳이 3층이니까 1층만 올라가면 방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가 층을 헷갈린 것이다.연회장은 2층에 있었다. 그래서 한층만 더 올라가면 4층이라고 생각하고 올라갔는데 사실 상 3층으로 올라간 것이다.그렇게 그녀는 방을 잘못 들어가게 되었다.계단에서 바람을 맞아서 그런지 어지럼증은 점점 더 심해지고 호흡이 가빠졌다.그녀는 비틀거리며 방 문 앞으로 다가가서 방 키를 꺼냈다.센서에서 잘못된 카드라는 알림음이 요란하게 들렸다.유월영은 그것도 듣지 못하고 살짝 열려 있는 방 문을 그대로 열었다.그녀는 당연히 룸 키로 열은 줄 알고 비틀거리며 안으로 들어가서 소파에 몸을 뉘였다.방 안 환경이 기억과 좀 다르다는 건 느꼈지만 이미 그런 것에 더 신경 쓸 여유도 없이 깜빡 잠들어 버렸다.신연우는 홀로 나간 유월영이 걱정 돼서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오다가 소파에 누워 있는 여자를 발견했다.그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그녀에게 다가갔다.자세히 보니 그녀의 볼은 빨갛게 달아오른 상태였고 호흡도 고르지 않았다.신연우는 고개를 숙이고 주변의 냄새를 맡았다. 술냄새가 느껴지지 않는 것으로 보아 술에 취한 것 같지는 않았다. 손을 뻗어 이마를 만졌더니 불덩이였다.열 때문에 방을 잘못 들어온 게 분명했다.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유월영 씨?”하지만 유월영에게서는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았다.그는 못 말린다는 듯이 웃으며 욕실로 가서 수건을 물에 적셔 그녀의 이마를 닦아 주었다.그리고 캐리어에서 비상약통을 꺼냈다. 그는 평소에도 준비성이 철저한 사람이었다. 멀리 여행을 가거나
유월영은 연재준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건 그가 굉장히 화가 났다는 의미였다.연재준은 사실 감정을 잘 드러내는 일이 없었다. 워낙 제멋대로인 성격이긴 하지만 워낙 그를 띄워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서 굳이 화를 낼 일도 없었다. 짜증 나거나 거슬리는 사람이 있으면 부하직원에게 말해서 처리하게 하면 그만이었다.그러니 그가 이 정도로 화가 난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유월영은 담담한 목소리로 그에게 인사했다.“대표님.”연재준인 손을 뻗어 그녀의 팔목을 잡고 거칠게 침대에서 일으켰다.워낙 힘이 거세서 유월영은 중심도 제대로 잡지 못하고 그의 품으로 무너졌다.그는 향수를 선호하지 않았다. 청량한 바디워시 향이 코끝을 자극했다.정말 은은한 향이었지만 아까 맡았던 소나무향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그녀에게는 자극적이었다.그에게 잡힌 팔목에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졌다.유월영은 저도 모르게 가냘픈 신음을 흘렸다.“왜 이러세요?”연재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의 팔목을 꽉 잡은 채, 밖으로 향했다.신연우가 문앞을 가로막고 서서 싸늘한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이렇게 방까지 쳐들어와서 사람을 끌고 나가는 건 너무 무례한 처사 아닙니까?”아까부터 서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연재준은 이 남자를 바다에 던져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둘이 욕실 가운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는 당장 달려가서 이 남자의 숨통을 비틀고 싶었다.그가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네 형님도 감히 건들지 못하는 내 비서를 방까지 끌고 와서 그게 나한테 할 소리야?”참다못한 유월영이 차갑게 말했다.“대표님,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셔야죠!”신연우를 감싸는 듯한 그녀의 발언에 연재준의 얼굴이 차갑게 식었다.신연우는 여전히 여우만만한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지금 내가 유월영 씨를 끌고 방까지 들어왔다고 생각하시나요? 유월영 씨가 원해서 내 방까지 왔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대표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