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영은 그와 거리를 벌리려고 했지만 둘이 같은 말을 타고 있다 보니 피하기도 쉽지 않았다.“대표님의 호의는 마음으로만 받을게요. 이만 내려주세요.”그녀가 이를 갈며 말했다.연재준은 그 말을 깔끔하게 씹고 말 뱃가죽을 힘껏 걷어찼다.유월영이 놀라서 눈을 부릅떴다.아까는 그녀가 아무리 안간힘을 써도 가만히 있던 말이 연재준이 고삐를 잡자 마치 활력을 찾은 것처럼 질주하기 시작했다.승마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말 등에서 중심을 잡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유월영은 초보 중의 초보였기에 온몸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고 있었다.그녀는 속으로 이를 갈았다.‘이 자식 일부러 이러는 거야!’물론 연재준도 진심으로 그녀에게 승마를 가르칠 마음은 없었다. 단순히 괘씸해서 혼내주고 싶었을 뿐이었다.드넓은 초원과 언덕이 펼쳐진 승마장은 말을 타고 달리기에 아주 좋은 것이었다.유월영은 손을 뻗어 말고삐를 힘껏 잡았다.그러자 달리고 있던 말이 갑자기 고개를 틀며 울부짖더니 폭주하기 시작했다. 연재준은 인상을 확 쓰며 다급히 고삐를 꽉 잡았다.돌발 상황에 멀리서 지켜보던 사람들마저 가슴을 졸였다.연재준은 말과 10초 정도 대치 끝에 드디어 말을 진정시키고 폭주를 멈추었다.그가 갈린 목소리로 고함쳤다.“미쳤어? 죽고 싶어? 말이 달리고 있을 때 고삐를 갑자기 잡아당기면 말도 놀라서 폭주한다고! 오늘 낙마하지 않은 걸 우린 다행으로 알아야 해!”유월영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알아요. 지난번에도 이래서 낙마했거든요. 그렇게 해서라도 연 대표님을 나한테서 떼어내고 싶다면 어떻게 생각하세요?”그렇게 되면 자신마저 중상을 입게 되겠지만 유월영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는 그의 이런 태도가 숨 막히고 자존심 상했다.연재준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너 진짜 간덩이가 부었구나?”“대표님은 항상 명령하고 사람들이 대표님에게 복종하는 것에 익숙하셔서 간과한 게 있어요.”유월영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 말했다.“해운과 신
연재준이 웃으며 말했다.“안 믿으니까 구체적인 걸 물어보는 거 아니야. 네가 또 어떤 거짓말을 지어낼지 궁금해지니까.”“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만담하는 사람을 찾아가셔야죠.”유월영은 힘겹게 고개를 돌리며 그의 손아귀를 떨쳐냈다.연재준은 그런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입을 다물고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서늘한 말투로 말했다.“두 손으로 고삐를 이렇게 잡고 좌우 방향을 조절하는 거야. 말고삐를 세게 잡을수록 말은 빨리 달려. 자꾸 말 뱃가죽을 차지 마. 그런 동작이 말의 심기를 자극할 거야.”이게 지금 뭐 하는 거지?진짜로 승마를 가르쳐 주려는 걸까?연재준은 그녀의 종아리를 툭툭 건드리며 말했다.“굳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꼭 발걸이를 꽉 디디고 있을 필요는 없어. 이런다고 안전한 건 아니니까. 만약 낙마하다가 발걸이에 발이 걸리면 더 크게 다칠 거야.”갑자기 너무 많은 걸 이야기해서 당황스러웠지만 유월영은 대충 알았다고 대답했다.그의 성격은 날이 갈수록 종잡을 수 없어지는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 사납게 화를 냈다가 갑자기 차분하게 승마를 가르치는 모습이 그녀에게는 정신병자로 비춰졌다.연재준은 강의를 마친 뒤에 말을 타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돌아가는 길에서 그는 일부러 그녀를 겁주려고 빠르게 달리지는 않았다.한편, 신연우는 신현우와 함께 마사로 갔다.사람이 없는 곳에 도착하자 신연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형,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나 여기 말 맡긴 적 없잖아.”신현우가 말고삐를 당기며 그에게 물었다.“유월영 씨랑 둘이 사귀니?”신연우는 솔직하게 대답했다.“난 호감이 있어. 잘해보고 싶어. 설마 이 일 때문에 나를 따로 부른 거야?”신현우가 말했다.“SK랑 해운이 협력해서 진행하는 프로젝트, 네가 안 한다고 했다면서?”신연우가 말했다.“나도 형을 돕고 싶지. 하지만 난 팀도 생각해야 하는 입장이잖아. 해운에서 제시한 조건이 너무 까다로워. 차라리 다른 투자자들이 제시한 조건이 더 좋았어.”“이 프로
신현우의 말에 신연우가 흔들린 것은 사실이었다. 비록 회사에 출근하지는 않지만 가족으로서 형이 그렇게까지 부탁을 하는데 거절하기는 힘들었다.신연우는 그녀의 손을 잡고 가서 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예전부터 월영 씨를 SK에 취직시키고 싶었어요. 하지만 최근 월영 씨 컨디션도 좋지 않은데다가 새 직장에 취직하면 적응 기간도 힘드니까 부담 주기 싫어서 얘기 안 했던 거예요.”사실 조교 업무는 그리 힘들지 않으면서 두둑한 보수를 줄 수도 있었다. 신연우는 이런 식으로 그녀에게 휴식 기간을 주고 싶었다.유월영은 자신을 이렇게까지 배려하는 신연우에게 감동했다.게다가 SK에 취직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은 제안이었다.SK에 입사하면 안정적인 급여를 보장받을 수 있고 대우도 좋았다.인공심장에 대해 조사해 봤는데 수술비와 인공심장 자체의 가격을 다 합산하면 최소 5억이 필요했다.게다가 나중에 기증자가 나타나서 수술하는 과정까지 합하면 또 3억이 나가야 할 판이었다. 그녀가 가지고 있는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제가 전에도 얘기했잖아요. 이제는 해운 사람들을 만나도 아무런 감흥이 없다고요. 신 교수님은 팀의 중심이니까 교수님만 원하면 저는 문제없어요.”그 시각, 연재준과 신현우는 승마장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 앉아 창문을 통해 드넓은 승마장을 바라보고 있었다.멀리서 보이는 두 남녀의 모습은 그렇듯 즐거워 보였다.감정을 얼굴에 잘 드러내지 않는 연재준이었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에서 울화가 치밀었다.내가 그렇게 경고했는데 그걸 무시해?한편, 승마장을 나온 유월영은 약국으로 가서 소독약과 연고를 구매했다.초보자라서 그런지 말을 타고 내려온 뒤에 허벅지 안쪽이 쓰리고 아팠다. 옷을 갈아입으며 확인해 봤더니 껍질이 벗겨져 있었다.솔직히 아까 그녀가 일부러 말을 자극한 건 그가 말을 진정시킬 실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어떤 식으로든 그에게 불쾌감을 줄 수 있다면 믿지는 장사는 아니었다.연재준은 할 줄 아는 것이 참 많은 사람이었다. 그가
다음 날, 신연우의 연구팀은 해운그룹과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주말에 있을 영안 출장에 연구팀이 동행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연구팀도 탐사와 관측이 필요했으니 합리적인 요구였다. 신연우가 가기로 했으니 자연히 유월영도 따라가야 했다.계약이 끝난 뒤, 유월영은 사무실을 나오면서 핸드폰으로 부재중 전화를 확인했다.큰언니에게서 온 연락이었다.그녀는 곧장 다시 전화를 걸었다.“언니.”“월영아, 지금 바빠?”“지금은 괜찮아. 무슨 일이야?”“엄마 병세에 관해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큰언니가 말했다.“엄마가 요즘 들어 계속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안 쉬어진다네? 게다가 식욕도 떨어져서 끼니를 거의 안 드셔. 안색도 안 좋으시고. 병이 또 도진 게 아닌지 너무 걱정돼.”유월영은 주저 없이 말했다.“내가 지금 갈게. 엄마 모시고 병원에 한번 다녀와야겠어.”큰언니가 말했다.“나도 같이 가.”“언니는 서우도 돌봐야 하잖아. 별일 없을 거야.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전화할게.”큰언니는 그녀의 의견에 따르겠다고 했다.유월영은 신연우를 찾아가서 차를 좀 빌리고 싶다고 부탁했다.신연우는 주저 없이 그녀에게 차키를 건넸다.“급한 일인가 봐요?”“그렇게 큰일은 아니에요. 내일 차는 학교에 끌고 가서 주차할게요.”유월영은 그가 걱정할까 봐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지금이 신연우에게는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신연우가 고개를 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차는 급하지 않으니까 운전만 조심해요.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나한테 연락하고요.”연재준이 사무실에서 나오다가 다급히 복도를 빠져 나가는 유월영의 뒷모습을 발견했다.신연우가 뒤돌아서며 두 남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신연우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꾸벅 숙였고 연재준도 대충 고개를 끄덕여 주고는 갈 길을 갔다.봉현군으로 돌아간 유월영은 엄마를 모시고 시내에 있는 신주병원으로 왔다. 나중에 그 일이 있고 그들은 병원을 옮겼다.검사 결과는 심장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다고 나왔다.의사가 정색한 얼굴로
“나랑 네 아빠는 마트를 운영하고 너희 셋이 마당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보았어. 하교하면 마트에 와서 간식을 훔쳐먹었다가 아빠한테 크게 혼나기도 하고. 그때마다 너희는 내 뒤로 숨었어. 그러다가 아빠 화가 좀 누그러지면 또 마당에 나가서 신나게 놀았지.”“사실 네 아빠도 진심으로 너희들을 혼낼 생각은 없었어. 그랬으니까 내가 말린다고 그만뒀지. 간식을 많이 먹으면 저녁을 못 먹는다고 걱정하셨던 거야. 그때는 참 좋았었는데….”유월영도 지난날을 회상했다.아빠가 사기를 당하기 전까지는 그들도 참 활력 충만한 삶을 살았던 것 같았다. 그 사기 사건은 그들의 가정을 완전히 무너지게 만들었다.유월영은 지금도 일이 왜 그렇게 됐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나중에 해운에서 자리를 잡고 사람을 통해 알아봤는데 그 사건에 연루되었던 인간들은 나중에 완전히 종적을 감추었다고 했다.그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하고는 했다. 그때 그 사기 사건이 아니었으면 나 삶도 이 모양은 아니지 않았을까?“월영아, 엄마한테 약속 하나만 해. 정말 가망이 없다면 엄마 위해 돈 쓰지 말고 나중을 위해서 남겨둬. 엄마는 죽을 때까지 너한테 부담 끼치기 싫어.”유월영은 울먹이며 고개를 흔들었다.‘아니, 절대 그렇게 못해, 엄마.’“하지만 신영이는 꼭 찾아줘. 걔 누구한테 사기 당했어….”이어지는 이틀 동안 유월영은 신연우에게 양해를 구하고 병원에서 엄마를 돌봤다.이영화는 겨울에 춥다며 유월영을 위해 목도리를 직접 짜주겠다고 했다.유월영은 어차피 힘이 드는 일도 아니니 뭐라도 할 일을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에 실과 뜨개바늘을 사다주었다.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이영화는 예쁜 목도리를 만들어냈다.엄마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갑자기 핸드폰으로 문자가 들어왔다.조서희였다.[월영아, 너랑 연재준이 승마자에서 말 타는 장면이 인터넷에 돌아다니고 있어. 벌써 인기검색어까지 올라갔더라.]유월영은 조서희가 보낸 링크를 클릭하고 기사에 접속했다. 연재준이 그녀를 앞에 태우고 달리다가 그녀가
겨울인데도 오늘의 날씨가 화창해서 연재준은 친구들과 골프를 치러 가기로 했다.서재욱은 오늘 운이 따라줬는지 치는 것마다 점수를 땄다. 친구들은 이 정도면 밥을 사야 한다고 아우성쳤다.서재욱도 흔쾌히 그러겠다고 대답했다.올블랙 운종복에 선글라스를 착용한 연재준이 산기슭에 있는 포인트를 노리며 골프채를 휘둘렀다.“난 밥 보다는 네가 아껴둔 양주 있잖아. 그거 나 줘.”서재욱이 웃으며 그에게 욕설을 퍼부었다.“중요한 날에 먹자고 아껴둔 거란 말이야! 양심도 없는 녀석!”골프에 별로 관심이 없는 노현재는 옆에서 구경만 하며 재잘재잘 떠들었다.“혁재도 결혼했는데 재욱이 넌 언제 결혼할 거야? 제수씨랑 만난지 꽤 오래되지 않았어?”“세연이 올해는 시간 없대. 내년에나 상의해 보자고 하더라고.”서재욱은 화살을 연재준에게로 돌렸다.“참, 유월영 씨가 이제 신연우 교수 비서로 들어갔다면서?”연재준은 대충 고개만 끄덕이고는 골프채를 들고 다음 포인트로 향했다.그가 자리를 뜨자 서재욱과 노현재도 그의 뒤를 따랐다.서재욱이 물었다.“넌 이미 알고 있었어? 반응이 시큰둥한데?”연재준은 커다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그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그가 다시 힘껏 골프채를 휘두르자 캐디가 달려가서 공을 챙겼다.그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무슨 반응을 보여야 정상인데? 나 지금 영안시 프로젝트 때문에 바빠. 유월영한테 신경 쓸 여유가 없다고.”서재욱이 그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작은 소리로 물었다.“너 사실 월영 씨가 임신했다가 유산한 거 사실이라고 믿는 거지?”옆에 있던 노현재가 핸드폰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유산이라니?”서재욱이 말했다.“유 비서 6개월 전에 자연유산을 한 적 있대. 이제 유 비서 취직 방해하지 않는 것도 그 일 때문이지?”노현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되물었다.“유 비서가 유산도 했어?”“이상한 생각하지 마. 이제 내 손을 떠난 인간이야. 그리고 걔한테 신경 쓸 여유가
한편, 이영화의 병실에 유은영이 방문했다. 유월영은 언니에게 엄마를 맡기고 병원을 나섰다.조서희에게서 문자가 도착했다.[장신희 기억해?]익숙한 이름이었다.유월영은 잠깐 고민하다가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장신희면 대학교 때 우리랑 같은 기숙사 방을 썼던 여자애 말하는 거야?”“맞아! 개야! 기숙사 청소는 한 번도 안 하고 매일 외박하고 화장실도 더럽게 쓰던 걔!”유월영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설마 처음 글을 게시한 사람이 장신희야?”“걔 맞을 거야! 지금 올린 게시물을 봤는데 친구들이랑 같이 커피를 마시는 사진이 있더라고. 위치를 보니까 시내 쪽인 것 같던데 아마 지금쯤 거기 있을 거야. 지금 가보자.”유월영은 차에 올라 이승연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간략해서 설명했다.근거 없는 소문을 퍼뜨린 행위는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었다. 유월영 본인은 법에 대해 모르니 이 방면에 잘 아는 이승연의 도움을 요청하고 싶었다.이승연도 마침 점심 시간이라 시간이 난다며 흔쾌히 동의했다. 세 여자는 거의 비슷한 시간에 장신희가 있는 커피숍 앞에 도착했다.조서희가 가장 먼저 안으로 들어갔다.손님이 적은 시간이라 구석진 곳에 앉아 있는 장신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장신희! 너 인터넷에 왜 그런 루머를 퍼뜨린 거야!”유월영은 어쩐지 장신희와 마주 앉아 있는 여자의 뒷모습이 낯이 익었다.그 여자가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흠칫 놀라서 걸음을 멈추었다.백유진이었다.조서희는 그 자리에서 욕설을 퍼부었다.“아, 그런 거였구나! 너희 둘이 짜고 우리 월영이 모함한 거였어! 어쩐지 장신희가 아무 이유 없이 인터넷에서 그런 글을 썼을 때부터 알아봤어. 네 년이 꾸민 짓이었네! 야, 이 양심도 없는 것들아!”그들이 찾아올 줄 몰랐던 장희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입은 살아서 시치미를 뗐다.“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친구 만나서 커피 한잔 하려고 나왔는데 뭐 문제 있어?”백유진이 말했다.“조서희 씨, 다짜고짜 욕설부터 지껄이는 건 좀 예의에
이승연이 미간을 확 찌푸렸다.백유진이 조서희를 바라보며 말했다.“며칠 전, 조서희 씨는 일부러 폭력을 휘둘러서 제 얼굴에 상처를 냈어요. 상처는 다 아물었지만 흉터가 남았고요 증거 사진과 병원 진단서도 가지고 있어요. 제가 이 일을 인터넷에 올리면 이런 건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 거죠?”그 일은 유월영이 이승연에게 말한 적 없기에 이승연은 당혹스러운 얼굴로 유월영을 바라봤다.조서희가 움찔하더니 이내 눈에서 불꽃이 치솟았다.유월영이 아무렇지 않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그래. 네 마음껏 해봐, 어디.”“나 요즘 인터넷에서 좀 유명하다? 사람들은 내가 병원 소란 가해자 딸인 걸 알고 있어. 네가 그것까지 인터넷에 뿌리면 네티즌들은 네가 우리 엄마 수술 기회를 먼저 가져간 사람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심지어 우리가 과거에 같은 회사에 다녔다는 사실까지 소문이 다 나겠지.”백유진이 물었다.“그래서요?”“나도 그 이후로 어떻게 될지 몰라. 인터넷은 추측이 불가능한 공간이니까. 나중에 어떤 풍파를 몰고 올지 누가 알겠어? 누가 이길지, 누가 마지막까지 웃을지는 대봐야 아는 거지.”백유진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유월영이 장신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인터넷에서 날 뭐라고 했든, 목적이 뭐였든 난 관심 없어. 어쨌든 오늘 안에 그 게시물 다 내리고 나한테 공개적으로 사과해. 그러지 않으면 난 널 고소할 거야. 나 한다면 하는 사람인 거 알지?”말을 마친 그녀는 조서희를 이끌고 이승연과 함께 커피숍을 나왔다.가는 길에서도 조서희는 분해서 부들부들 떨었다.“그것들이 아는 사이였을 줄이야! 참, 그러고 보니 거기 진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인간, 그거 백유진 같아. 걔랑 장신희 인터넷으로 서로 댓글도 많이 달고 했더라고!”조서희는 백유진의 SNS로 들어가서 유월영에게 보여주었다.거기에는 이런 글귀가 올라와 있었다.[내가 당신은 하늘이 나한테 준 선물이라고 했었죠? 그리고 당신은 선물을 받은 사람은 자신이라고 말했죠.]인물 사진은 없고 맞잡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