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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억대 몸값 비서님의 모든 챕터: 챕터 191 - 챕터 200

966 챕터

제191화

뭔가 일을 칠 것 같은 눈빛이었다.“대표님.”연재준은 싸늘하게 그녀를 지나쳐 나가버렸고 하필이면 이때 배달기사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배달 시키신 분?”유월영은 정신을 차리고 다가가서 음식을 받았다.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아침까지 상쾌하던 기분이 완전히 사라졌다.연재준이 현시우에게 굉장한 적대감을 품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한때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둘의 사이가 왜 이렇게 최악이 되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선박 파티에서 연재준은 현 회장에게 굉장히 우호적으로 보였다. 오히려 연 회장보다 현 회장과 사이가 더 좋아보였는데 왜 하필 그 아들인 현시우를 이토록 고깝게 생각하는 걸까?물론 유월영은 자신 때문에 연재준이 한때 친구였던 현시우를 적대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정말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 비중이 차지하는 바는 아주 적다고 생각했다.간단히 식사를 마친 그녀는 북강로 기지로 가서 신연우와 합류했다.오늘은 그들이 영안에 출장 온지 7일째가 되는 날이었다. 필요한 데이터는 다 수집하였고 이 속도대로라면 3일 정도만 더 진행하면 돌아갈 수 있었다.유월영은 온 오후 뛰어다니다 보니 더워서 목도리를 벗었다.신연우가 다가와서 그녀에게 생수 한 병을 건넸다. 그들이 잠깐 휴식을 취하려던 순간, 갑자기 두 명의 제복을 입은 형사들이 다가왔다.“유월영 씨 맞죠?”유월영은 형사들을 보고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습니다.”“영안 경찰서에서 나왔습니다. 유월영 씨한테 알아보고 싶은 일이 있어서요.”신연우가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러시나요?”형사가 물었다.“유월영 씨와는 무슨 관계죠?”“상사입니다.”형사는 유월영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유월영 씨, 어젯밤에 동부로에 있는 수림에 가셨죠?”유월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습니다.”“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좀 나눌 수 있을까요?”유월영은 고개를 돌려 신연우에게 말했다.“형사님들이랑 얘기 좀 나누고 올게요.”하지만 신연우는 무조건 동행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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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2화

그녀는 어제 차에서 연재준과 하정은이 했던 대화를 떠올렸다.설 의원은 이미 사고가 난 것을 알고 있었던 걸까?어쩌면 어제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연재준은 피해자가 죽임을 당했을 것을 염두에 두고 경찰에 신고했을 수도 있었다.신연우의 표정도 어둡게 가라앉았다.“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왜 나한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유월영은 다시 목도리를 목에 두르고 담담히 말했다.“실질적인 피해도 없었어요. 놈들이 저한테 달려들기 전에 제가 도망쳤거든요.”신연우가 물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소은혜를 용서한다고요?”만약 단순한 장난이었으면 넘어갔을 수도 있었다.하지만 그 장난 때문에 유월영은 하마터면 큰 사고를 당할 뻔했다. 유월영 본인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기로 했더라도 신연우는 그럴 수 없었다.유월영은 더 이상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합의금도 이미 받았어요. 이 일은 여기서 마무리해요.”그녀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매화 마을은 어떤 곳인가요?”“우리가 데이터를 수집해야 할 마지막 포인트가 있는 곳이에요. 매화산 아래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매화 마을이라고 불리는데 마을 주민들이 외부인을 극도로 경계해요. 재개발 들어갈 거라고 거액의 보상금을 약속했는데도 절대 마을을 안 떠난다고 버티고 있어요.”말을 마친 신연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이건 우리가 신경 쓸 일은 아니죠.”“알아요.”그날 저녁 회의 때, 연재준과 서지욱은 비서만 따로 보내고 나타나지 않았다. 유월영은 그들이 매화 마을 사건을 해결하러 갔다고 생각했다.SK에서 소은혜 대타로 보낸 인원도 오후에 도착했다. 경영사업팀 부장이었다.그리고 부장과 함께 온 인물이 신연아였다.해운을 떠난 뒤로 다시는 신연아를 만나지 못했는데 그 사이 신연아는 SK로 돌아가서 경험을 쌓고 있다고 했다. 오늘 신연아는 부장의 비서로 같이 출장에 동행했다.하지만 일에 집중하기는커녕 연재준에게만 신경 쓰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회의가 끝난 뒤, 신연우는 신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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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3화

유월영은 순간 당황했고 신연우도 인상을 찌푸렸다.“신연아.”신연아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말했다.“왜? 술상에서 이런 질문 지극히 정상적인 거잖아? 형식적인 질문만 하면 그게 무슨 재미야? 다른 사람들도 다 그러고 놀아.”유월영은 담담한 어투로 답했다.“내가 게임 룰을 몰라서 그랬네요. 그럼 벌칙을 선택하면 뭘 하면 되나요?”신연아가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벌칙은 오른편에 앉은 남성분이랑 10초 동안 키스하는 거예요.”유월영의 오른편에는 오늘 같이 기지에 갔던 연구원이 앉아 있었다.그는 현지인이었는데 오늘 이 술집을 추천한 장본인이기도 했다.문제는 신연우도 유월영의 왼쪽에 앉아 있는데 신연아가 굳이 친하지도 않은 연구원을 지목했다는 것이었다.고의성이 다분한 도발이었다.신연우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이게 무슨 짓이야? 너 공부하라고 대학까지 보냈더니 어디서 이런 못된 짓만 배워왔어?”신연아는 피식 냉소를 지었다. 어제 출장을 와서 유월영을 봤을 때부터 그녀를 어떻게 엿 먹일지 계획했던 그녀였다.“내가 뭐 어쨌다고? 저 여자 회사에서 비서로 일할 때도 상사랑 붙어먹었던 여자야. 대학교 조교로 들어간 뒤로는 담당 교수랑 붙어먹고. 저런 헤픈 여자를 내가 왜 존중해 줘야 하는데?”신연우는 동생의 무례한 발언에 화가 치밀었다.“넌 우리 SK가문의 얼굴이야. 난 내 동생이 이렇게 기본적인 소양도 못 갖춘 사람인 줄은 몰랐어. 어떻게 사람을 앞에 두고 그런 심한 말을 할 수 있어? 당장 안 일어나?”신연아는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언성을 높여 말했다.“내가 뭐 틀린 말했어? 전부 사실이잖아! CCTV영상에서 저 여자가 재준 오빠랑 같이 방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봤단 말이야! 저 여자가 재준 오빠 앞에서 꼬리친 거라고!”“그러면서도 그때 내가 해운에 있을 때는 나랑 재준 오빠 사이를 잘되게 도와준다고 하던 가증스러운 여자야. 날 아주 멍청이로 알고 온갖 거짓말을 했다고. 난 저런 여자를 절대 새언니로 인정할 수 없어!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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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4화

클럽 2층.연재준은 사실 이렇게 시끄러운 곳을 좋아하지 않았다.노현재가 직접 운영하는 서덕궁을 제외하고 그는 거의 이런 오락장소에 드나들지 않았다.이곳에 오게 된 이유는 미팅 때문이었다.초대를 받고 온 뒤에야 클럽인 줄 알게 되었다.그는 별실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술을 마시는 대신 안주만 깨작거리고 있었다.검은색 니트에 베이지톤의 코트를 걸친 그의 모습은 평소에 정장을 입고 있을 때보다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겼다.“굳이 날 이런 곳으로 부를 필요는 없었을 텐데요. 철거 보상금은 전에 얘기했던 대로예요. 이미 이 프로젝트 시작하기 전부터 정해진 거라 더 올려드릴 수도 없어요. 다른 마을 주민들도 똑같아요. 주 사장이 나한테 뇌물을 먹인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는 얘기예요.”아래층에서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는 여전히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게다가 이 사업은 우리 해운 혼자 추진하는 게 아니에요. 다른 회사들 눈치도 봐야 한다고요.”“그렇게 말씀하시면 내가 많이 섭섭하지요, 연 대표님.”맞은편에 앉은 남자가 냉기를 풀풀 풍기며 말했다.“이 사업을 세 기업에서 같이 투자한다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 기업 중에서 가장 발언권을 가진 분이 연 대표님이잖습니까. SK쪽에서도 지분이 고작 20퍼센트밖에 안 되는데 대표님 한마디면 해결될 문제 아닙니까.”“저희가 무슨 과분하게 올려달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연 대표님한테는 슈퍼카 한 대 값일 텐데요. 돈만 받으면 당장 이사하겠습니다. 계속 이렇게 질질 끌고 있으면 대표님이 보는 손실이 더 클 것 같아서요.”연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상대를 노려보았다.주영문 이 작자는 조직 폭력배였다.그가 바로 매화 마을 주민들을 선동하여 철거에 반대하고 가격을 올려달라고 억지를 부리는 세력의 우두머리였다. 철거금이 지급되면 중간에서 톡톡히 이득을 챙길 꿍꿍이인 모양이었다.평소였다면 그냥 무시했을 텐데 매화 마을은 살인 사건이 벌어진 현장 인근에 있었다. 그는 주범을 주영문으로 보고 오늘 만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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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5화

유월영은 입술을 질끈 깨물고 억지로 그가 있는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신연우 씨! 신 교수님!”하지만 신연아에게 정신이 팔린 신연우는 그녀의 간절한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힘겹게 그의 주변으로 다가간 유월영이 손을 뻗었지만 그에게 닿을 수는 없었다.신연아가 누군가와 부딪히며 바닥에 쓰러졌다. 이런 혼잡한 상황에서 크게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신연우는 조급한 마음에 사람들을 밀치다가 마침 자신을 향해 손을 뻗던 유월영의 손길마저 쳐냈다.동생의 앞으로 다가간 신연우는 울고 있는 신연우를 품에 안고 무대를 벗어났다.유월영도 그 혼란에 바닥에 넘어졌기에 신연우는 그녀를 보지 못했다.2층에서 이 모습을 전부 지켜보고 있던 연재준은 비릿한 웃음을 터뜨렸다.‘잘 봐. 이게 네가 선택한 남자야.’바닥에 쓰러진 유월영이 어지럼증을 참으며 몸을 일으켰을 때, 눈앞에 난쟁이가 다가와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키다리도 그녀와 거리를 좁히며 다가오고 있었다.순식간에 포위당한 유월영은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사내들은 수건으로 그녀의 코와 입을 틀어막고 강제로 그녀를 끌고 나갔다.클럽에서 남자가 여자를 끌고 나가는 일은 아주 흔한 일이었기에 누가 도중에 보더라고 해도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연재준은 두 사내에게 끌려 클럽 뒷문으로 향하는 유월영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걸음을 돌렸다.떠나기 전, 그는 뒤돌아서 무표정한 얼굴로 주영문을 바라보며 말했다.“지금 조급한 건 내가 아니라 너희들이야. 시체를 비록 찾지는 못했지만 그 많은 경찰 인력이 동원되었으니 찾아내는 건 시간 문제일 거야. 안 그래?”주영문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머리가 제대로 돌아가는 놈이라면 지금 나랑 협상을 할 게 아니라 경찰서에 달려가서 자수했을 거야. 공무집행 중인 형사를 죽인 죄면 사형을 받을 수도 있는데 돈이 다 무슨 소용이지?”말을 마친 연재준은 우아하게 뒤돌아섰다.“감귤은 맛있었어.”키다리와 난쟁이는 유월영의 손발을 묵고 테이프로 입을 막은 뒤, 그녀를 끌고 작은 룸으로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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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화

두 사내는 그 시각 문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키다리가 말했다.“넌 여기서 지키고 있어. 난 형님 좀 만나고 올게. 잘 지켜야 해. 절대 도망치게 두면 안 돼.”난쟁이가 시큰둥한 얼굴로 대꾸했다.“걱정 마. 여자 혼자 무슨 수로 도망가겠어? 게다가 약까지 흡입했잖아. 아마 지금쯤 다리에 힘이 풀려 걷지도 못할걸?”“일반 수면제 사용한 거 아니었어?”“그날 밤에 수림에서 만난 뒤로 계속 생각나더라고.”“그래서 최음제를 썼다고?”“그래. 어서 다녀와. 너 돌아오면 같이 들어가자. 어차피 형님은 따먹지 말란 말은 안 했잖아.”키다리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가버렸다. 난쟁이 사내는 군침을 질질 흘리며 유월영을 안는 상상을 하고 있는데 안에서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는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안에 있어야 할 여자는 보이지 않고 풀어진 끈과 테이프만 보일 뿐이었다.놀란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떻게 된 거지?유월영은 문 뒤에 숨어 있다가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다급히 방을 뛰쳐나가서 밖으로 문을 잠갔다.그리고 미친듯이 달렸다.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유월영은 비틀거리며 복도를 달렸다. 하지만 격렬한 움직임은 약의 확산 속도를 가속화할 뿐이었다. 그녀는 점점 목이 타고 시야가 흐릿해졌다.고개를 돌려 보니 아무도 쫓아오는 사람이 없었다.뒤돌아선 그녀는 극심한 어지럼증을 느끼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핸드폰은 이미 놈들에게 빼앗긴 뒤였다.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시라도 빨리 동료들에게 돌아가는 일이었다.조금만 더… 조금만 더… 유월영은 벽을 짚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두 다리가 떨리고 호흡이 가빠졌다.흐릿한 시야로 누군가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키다리가 돌아온 걸까?그녀는 다급히 몸을 숨기려고 주변을 둘러봤다.창고라는 간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클럽 청소부들이 잡동사니를 쌓아두는 곳이었다.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안에서 문을 잠그려 했지만 잠금 장치가 망가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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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화

옛날 일이 떠오르자 약효 때문인지 그녀의 두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고 두 손은 저도 모르게 연재준의 허리를 더듬고 있었다.남자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그는 만약 자신이 마침 이 클럽에 오지 않았고 우연히 그녀를 발견하고 따라오지 않았더라면 다른 남자에게 안겼을 것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었다.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약에 취한 달뜬 여자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차라리 제정신일 때보다 이런 모습이 조금 더 예뻐 보이기는 했다.하지만 그의 그런 시선은 유월영의 자존심을 자극했다.결국 그녀는 이성으로 본능을 누르고 그를 밀어냈다.“내 몸에 손대지 마세요!”연재준은 그대로 그녀를 벽으로 밀어버렸다.도망갈 곳이 없게 된 유월영은 성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몸 상태가 이 지경인데 나한테서 도망가려고? 여기를 나가면 또 어느 남자한테 도움을 요청할 거야?”그의 말투에서는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신연우? 걔 너 버리고 가버렸어. 네가 선택한 남자가 네가 위험한 상황에서 가버렸다고. 현시우? 걔 아마 지금 영안에 있을걸? 하지만 네가 이러고 있는 걸 알기나 할까?”유월영은 혼탁해진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두 손으로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몸은 자꾸만 그의 품을 파고들고 있었다.“현시우?”여기서 현시우가 왜 나오지?연재준은 냉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현시우한테 가고 싶어? 하지만 지금 네 앞에 있는 건 나야!”그는 그날 현시우가 그녀의 방으로 들어간 것을 알고 있었다. 며칠이나 지났지만 지금 생각해도 분노가 치밀었다.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월영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건가?그렇다면 오늘도 보고만 있기를 바랄게.연재준은 유월영의 볼을 잡고 그대로 입술을 덮쳤다.남자의 강렬한 기운이 그녀를 감쌌다. 반항하고 싶었지만 이미 약효가 온몸에 퍼진 상태라 밀어낼 수도 없었다.머릿속에 그와 사랑을 나누던 지난 날과 최근 두 달 사이에 자신을 압박하던 연재준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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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8화

그녀의 입에서 현시우의 이름이 나와서인지, 오늘의 연재준은 여느 때보다 더 거칠게 그녀를 유린했다.갑자기 핸드폰이 울리고 유월영은 움찔하며 움직임을 멈추었다.연재준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힘 빼.”유월영은 바짝 긴장했다. 벨소리를 들어보니 자신의 핸드폰 알림음인 것 같았다.분명 핸드폰은 놈들에게 빼앗긴 줄 알았는데?아니었던 걸까?그때 당시 이미 약에 취해 정신이 없었던 그녀는 당연히 놈들이 핸드폰을 가져갔다고 생각하고 신고를 포기했었다.그런데 멍청한 두 녀석은 그녀를 묶어놓기만 했지 핸드폰을 가져가지 않은 것 같았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경찰 부르는 건데….’그녀는 속으로 경솔했던 자신을 탓했다.처음부터 이 술집에 오는 게 아니었다.연재준은 한바탕 욕구를 풀어낸 뒤에야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남자친구가 전화 왔나 본데?”신연우를 가리키는 말이었다.유월영은 달뜬 숨을 내뱉으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연재준은 일부러 그러는 듯, 다시 그녀의 예민한 곳을 공략했다.“이 나쁜 자식아!”유월영이 욕설을 내뱉자 남자의 표정도 사납게 일그러졌다.“걔랑도 했을 거 아니야? 걔는 네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거 알까?”유월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무슨 미친 소리야?”“내가 틀린 말했어?”연재준은 그녀의 겉옷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조급해진 유월영이 소리쳤다.“연재준, 핸드폰 건드리기만 하면 죽어서도 용서 안 할 거야!”연재준이 피식 웃자 그녀의 두 눈에는 분노와 절망감이 가득했다.그는 그녀의 눈앞에서 핸드폰을 흔들며 물었다.“그렇게 싫어?”굴욕감을 견디지 못한 유월영이 번쩍 손을 치켜들었다. 연재준은 가볍게 그녀의 손목을 잡고 지금도 울려대는 핸드폰을 바라봤다. 발신자는 신연우가 아닌 큰언니 유은연이었다.그제야 그는 살짝 누그러진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받을래?”하지만 이 상태로 어떻게 전화를 받을 수 있을까!연재준은 계속해서 그녀의 눈앞에 대고 핸드폰을 흔들며 다시 물었다.“정말 안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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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화

그 시각, 신주병원에서 유은영은 동생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속을 끓이고 있었다.갑자기 혼수상태에 다시 빠진 이영화는 다시 응급실로 실려 들어갔다.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유은영은 고통스럽고 두려웠다.그래서 엄마의 부탁도 잊고 유월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어쩐 일인지 아무리 전화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그녀가 다시 전화를 걸려던 순간, 응급조치를 끝낸 의사가 밖으로 나왔다.“고비는 넘겼습니다. 대뇌 산소 공급 부족으로 잠깐 의식을 잃으셨던 것 같아요.”“지금은 괜찮은 거죠?”“꼭 그렇다고 할 수 없습니다. 대뇌에 산소 공급이 부족하면 뇌신경 손상 등 여러가지 합병증을 불러옵니다.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도 크고요. 마음에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유은영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의사를 바라보았다.의사가 뭐라고 하는 거지? 합병증이 뭔데? 수술 위험부담이 더 커졌다는 걸까?‘내가 잘못한 걸까?’유은영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야! 월영이가 전화를 안 받아서 이렇게 된 거야. 난 아무것도 몰라. 수술도 월영이가 하자고 한 거잖아.’유은영은 엄마 나이도 있는데 병에 걸려 돌아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많은 돈을 들여 치료할 바에는 차라리 생활비에 보태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기더라도 전부 유월영의 탓이라며 자아위안을 했다.사실 문제 클럽의 사장은 주영문이었다.키다리와 난쟁이는 그의 부하였기에 최음제를 구하는 일도 그들에게는 간단했다.그들은 주영문의 지시를 받고 유월영을 납치한 것이었다. 본인들 아지트였기에 시름 놓고 일을 벌인 건데 다 잡은 유월영이 도망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주영문은 부하들을 소집하여 클럽을 봉쇄하고 사방에 흩어져서 유월영을 찾기 시작했다.그들은 사람을 찾지 못하자 CCTV영상을 뒤졌다. 유월영이 창고에 있는 것을 확인한 주영문은 부하들을 소집하여 창고로 갔다.그들이 문을 열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연재준이 단정한 자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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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화

유월영은 저도 모르게 남자의 옷깃을 으스러지게 잡았다.연재준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주영문에게 말했다.“미연이? 주 사장이 사람을 잘못 봤네. 얘는 내 비서거든.”주영문이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아까 얼굴을 봤는데 걔는 제가 아는 미연이가 맞습니다. 착각했을 리가 없어요.”연재준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니까 내가 내 비서도 못 알아봤다는 소리네?”높지도 않은 언성이었지만 그는 거기 서 있는 것 자체로 강한 압박감을 풍기고 있었다.그것은 태어나서부터 재벌가에서 자라며 쌓은 자신감에서 나오는 카리스마였고 해운그룹이라는 전국 일류 대기업의 오너가 주는 강압적인 분위기였다.연재준은 오만하고 성격이 거칠었지만 그는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었다.그는 주영문에게 그런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고 생각하느냐고 묻고 있었다.주영문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적당히 겁줘서 여자만 내려놓고 보낼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겁을 먹은 건 이쪽이었다.연재준은 유월영을 안고 주영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못 믿겠으면 얼굴을 한번 확인해 봐. 주 사장이 말하는 미연이가 맞는지 아니면 나 연재준의 비서인지 확인하라고.”유월영은 단지 그가 자신을 안고 주영문에게 다가갔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철렁했다.주영문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연재준을 노려보았다.둘은 한참이나 대치하고 있다가 결국 주영문이 먼저 꼬리를 내렸다.“대표님이 그렇다고 한다면 그런 거겠죠. 살펴가십시오.”눈치 없는 난쟁이가 소리쳤다.“형님! 저 여자가 틀림없어요. 이대로 보내면 안 돼요! 쟤 아는 게 많단 말이에요!”주영문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연 대표님이 비서라고 하면 비서인 거야. 비켜!”그제야 난쟁이와 키다리 듀오가 길을 비켰다.연재준은 그대로 유월영을 안고 그들의 앞을 지나쳤다.등 뒤에서 주영문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연 대표님, 밤길 조심하십시오.”클럽을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맡은 순간에서야 유월영은 긴장을 풀 수가 있었다.연재준은 길가를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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