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내는 그 시각 문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키다리가 말했다.“넌 여기서 지키고 있어. 난 형님 좀 만나고 올게. 잘 지켜야 해. 절대 도망치게 두면 안 돼.”난쟁이가 시큰둥한 얼굴로 대꾸했다.“걱정 마. 여자 혼자 무슨 수로 도망가겠어? 게다가 약까지 흡입했잖아. 아마 지금쯤 다리에 힘이 풀려 걷지도 못할걸?”“일반 수면제 사용한 거 아니었어?”“그날 밤에 수림에서 만난 뒤로 계속 생각나더라고.”“그래서 최음제를 썼다고?”“그래. 어서 다녀와. 너 돌아오면 같이 들어가자. 어차피 형님은 따먹지 말란 말은 안 했잖아.”키다리는 고개를 갸웃하고는 가버렸다. 난쟁이 사내는 군침을 질질 흘리며 유월영을 안는 상상을 하고 있는데 안에서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는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그런데 안에 있어야 할 여자는 보이지 않고 풀어진 끈과 테이프만 보일 뿐이었다.놀란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떻게 된 거지?유월영은 문 뒤에 숨어 있다가 그가 안으로 들어가자 다급히 방을 뛰쳐나가서 밖으로 문을 잠갔다.그리고 미친듯이 달렸다.어떻게든 이곳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에 유월영은 비틀거리며 복도를 달렸다. 하지만 격렬한 움직임은 약의 확산 속도를 가속화할 뿐이었다. 그녀는 점점 목이 타고 시야가 흐릿해졌다.고개를 돌려 보니 아무도 쫓아오는 사람이 없었다.뒤돌아선 그녀는 극심한 어지럼증을 느끼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핸드폰은 이미 놈들에게 빼앗긴 뒤였다.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시라도 빨리 동료들에게 돌아가는 일이었다.조금만 더… 조금만 더… 유월영은 벽을 짚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두 다리가 떨리고 호흡이 가빠졌다.흐릿한 시야로 누군가가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키다리가 돌아온 걸까?그녀는 다급히 몸을 숨기려고 주변을 둘러봤다.창고라는 간판이 시야에 들어왔다. 클럽 청소부들이 잡동사니를 쌓아두는 곳이었다.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안에서 문을 잠그려 했지만 잠금 장치가 망가져
옛날 일이 떠오르자 약효 때문인지 그녀의 두 눈에서 초점이 사라지고 두 손은 저도 모르게 연재준의 허리를 더듬고 있었다.남자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그는 만약 자신이 마침 이 클럽에 오지 않았고 우연히 그녀를 발견하고 따라오지 않았더라면 다른 남자에게 안겼을 것을 생각하니 분노가 치밀었다.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의 턱을 잡고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약에 취한 달뜬 여자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차라리 제정신일 때보다 이런 모습이 조금 더 예뻐 보이기는 했다.하지만 그의 그런 시선은 유월영의 자존심을 자극했다.결국 그녀는 이성으로 본능을 누르고 그를 밀어냈다.“내 몸에 손대지 마세요!”연재준은 그대로 그녀를 벽으로 밀어버렸다.도망갈 곳이 없게 된 유월영은 성난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몸 상태가 이 지경인데 나한테서 도망가려고? 여기를 나가면 또 어느 남자한테 도움을 요청할 거야?”그의 말투에서는 온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신연우? 걔 너 버리고 가버렸어. 네가 선택한 남자가 네가 위험한 상황에서 가버렸다고. 현시우? 걔 아마 지금 영안에 있을걸? 하지만 네가 이러고 있는 걸 알기나 할까?”유월영은 혼탁해진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두 손으로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이미 이성을 잃은 몸은 자꾸만 그의 품을 파고들고 있었다.“현시우?”여기서 현시우가 왜 나오지?연재준은 냉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현시우한테 가고 싶어? 하지만 지금 네 앞에 있는 건 나야!”그는 그날 현시우가 그녀의 방으로 들어간 것을 알고 있었다. 며칠이나 지났지만 지금 생각해도 분노가 치밀었다.보이지 않는 곳에서 유월영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는 건가?그렇다면 오늘도 보고만 있기를 바랄게.연재준은 유월영의 볼을 잡고 그대로 입술을 덮쳤다.남자의 강렬한 기운이 그녀를 감쌌다. 반항하고 싶었지만 이미 약효가 온몸에 퍼진 상태라 밀어낼 수도 없었다.머릿속에 그와 사랑을 나누던 지난 날과 최근 두 달 사이에 자신을 압박하던 연재준의 모습이 주마등처럼
그녀의 입에서 현시우의 이름이 나와서인지, 오늘의 연재준은 여느 때보다 더 거칠게 그녀를 유린했다.갑자기 핸드폰이 울리고 유월영은 움찔하며 움직임을 멈추었다.연재준이 그녀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힘 빼.”유월영은 바짝 긴장했다. 벨소리를 들어보니 자신의 핸드폰 알림음인 것 같았다.분명 핸드폰은 놈들에게 빼앗긴 줄 알았는데?아니었던 걸까?그때 당시 이미 약에 취해 정신이 없었던 그녀는 당연히 놈들이 핸드폰을 가져갔다고 생각하고 신고를 포기했었다.그런데 멍청한 두 녀석은 그녀를 묶어놓기만 했지 핸드폰을 가져가지 않은 것 같았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경찰 부르는 건데….’그녀는 속으로 경솔했던 자신을 탓했다.처음부터 이 술집에 오는 게 아니었다.연재준은 한바탕 욕구를 풀어낸 뒤에야 싸늘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남자친구가 전화 왔나 본데?”신연우를 가리키는 말이었다.유월영은 달뜬 숨을 내뱉으며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연재준은 일부러 그러는 듯, 다시 그녀의 예민한 곳을 공략했다.“이 나쁜 자식아!”유월영이 욕설을 내뱉자 남자의 표정도 사납게 일그러졌다.“걔랑도 했을 거 아니야? 걔는 네가 지금 이러고 있는 거 알까?”유월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무슨 미친 소리야?”“내가 틀린 말했어?”연재준은 그녀의 겉옷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조급해진 유월영이 소리쳤다.“연재준, 핸드폰 건드리기만 하면 죽어서도 용서 안 할 거야!”연재준이 피식 웃자 그녀의 두 눈에는 분노와 절망감이 가득했다.그는 그녀의 눈앞에서 핸드폰을 흔들며 물었다.“그렇게 싫어?”굴욕감을 견디지 못한 유월영이 번쩍 손을 치켜들었다. 연재준은 가볍게 그녀의 손목을 잡고 지금도 울려대는 핸드폰을 바라봤다. 발신자는 신연우가 아닌 큰언니 유은연이었다.그제야 그는 살짝 누그러진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받을래?”하지만 이 상태로 어떻게 전화를 받을 수 있을까!연재준은 계속해서 그녀의 눈앞에 대고 핸드폰을 흔들며 다시 물었다.“정말 안 받
그 시각, 신주병원에서 유은영은 동생에게 연락이 닿지 않아 속을 끓이고 있었다.갑자기 혼수상태에 다시 빠진 이영화는 다시 응급실로 실려 들어갔다. 혼자 모든 걸 감당해야 하는 유은영은 고통스럽고 두려웠다.그래서 엄마의 부탁도 잊고 유월영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어쩐 일인지 아무리 전화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그녀가 다시 전화를 걸려던 순간, 응급조치를 끝낸 의사가 밖으로 나왔다.“고비는 넘겼습니다. 대뇌 산소 공급 부족으로 잠깐 의식을 잃으셨던 것 같아요.”“지금은 괜찮은 거죠?”“꼭 그렇다고 할 수 없습니다. 대뇌에 산소 공급이 부족하면 뇌신경 손상 등 여러가지 합병증을 불러옵니다.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도 크고요. 마음에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유은영은 망연자실한 얼굴로 의사를 바라보았다.의사가 뭐라고 하는 거지? 합병증이 뭔데? 수술 위험부담이 더 커졌다는 걸까?‘내가 잘못한 걸까?’유은영의 손끝이 떨리고 있었다.‘아니야. 내 잘못이 아니야! 월영이가 전화를 안 받아서 이렇게 된 거야. 난 아무것도 몰라. 수술도 월영이가 하자고 한 거잖아.’유은영은 엄마 나이도 있는데 병에 걸려 돌아가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많은 돈을 들여 치료할 바에는 차라리 생활비에 보태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수술 후 합병증이 생기더라도 전부 유월영의 탓이라며 자아위안을 했다.사실 문제 클럽의 사장은 주영문이었다.키다리와 난쟁이는 그의 부하였기에 최음제를 구하는 일도 그들에게는 간단했다.그들은 주영문의 지시를 받고 유월영을 납치한 것이었다. 본인들 아지트였기에 시름 놓고 일을 벌인 건데 다 잡은 유월영이 도망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주영문은 부하들을 소집하여 클럽을 봉쇄하고 사방에 흩어져서 유월영을 찾기 시작했다.그들은 사람을 찾지 못하자 CCTV영상을 뒤졌다. 유월영이 창고에 있는 것을 확인한 주영문은 부하들을 소집하여 창고로 갔다.그들이 문을 열기도 전에 문이 열리고 연재준이 단정한 자세로
유월영은 저도 모르게 남자의 옷깃을 으스러지게 잡았다.연재준은 그녀를 힐끗 보고는 주영문에게 말했다.“미연이? 주 사장이 사람을 잘못 봤네. 얘는 내 비서거든.”주영문이 음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아까 얼굴을 봤는데 걔는 제가 아는 미연이가 맞습니다. 착각했을 리가 없어요.”연재준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니까 내가 내 비서도 못 알아봤다는 소리네?”높지도 않은 언성이었지만 그는 거기 서 있는 것 자체로 강한 압박감을 풍기고 있었다.그것은 태어나서부터 재벌가에서 자라며 쌓은 자신감에서 나오는 카리스마였고 해운그룹이라는 전국 일류 대기업의 오너가 주는 강압적인 분위기였다.연재준은 오만하고 성격이 거칠었지만 그는 그럴만한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었다.그는 주영문에게 그런 내가 사람을 잘못 봤다고 생각하느냐고 묻고 있었다.주영문의 얼굴이 퍼렇게 질렸다. 적당히 겁줘서 여자만 내려놓고 보낼 생각이었는데 오히려 겁을 먹은 건 이쪽이었다.연재준은 유월영을 안고 주영문에게 다가가며 말했다.“못 믿겠으면 얼굴을 한번 확인해 봐. 주 사장이 말하는 미연이가 맞는지 아니면 나 연재준의 비서인지 확인하라고.”유월영은 단지 그가 자신을 안고 주영문에게 다가갔다는 사실만으로 가슴이 철렁했다.주영문은 잔뜩 일그러진 표정으로 연재준을 노려보았다.둘은 한참이나 대치하고 있다가 결국 주영문이 먼저 꼬리를 내렸다.“대표님이 그렇다고 한다면 그런 거겠죠. 살펴가십시오.”눈치 없는 난쟁이가 소리쳤다.“형님! 저 여자가 틀림없어요. 이대로 보내면 안 돼요! 쟤 아는 게 많단 말이에요!”주영문의 입가에 경련이 일었다.“연 대표님이 비서라고 하면 비서인 거야. 비켜!”그제야 난쟁이와 키다리 듀오가 길을 비켰다.연재준은 그대로 유월영을 안고 그들의 앞을 지나쳤다.등 뒤에서 주영문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연 대표님, 밤길 조심하십시오.”클럽을 나와 신선한 공기를 맡은 순간에서야 유월영은 긴장을 풀 수가 있었다.연재준은 길가를 걸으며
연재준은 담배를 비벼끄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시간도 늦었으니 일찍 자.”“그래.”전화를 끊은 뒤, 그는 방으로 돌아가서 잠든 여자의 얼굴을 빤히 내려다보다가 자리에 누웠다.다음 날 아침, 유월영은 갑갑한 느낌에 잠에서 깼다.고개를 돌려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그녀는 손에 잡히는 대로 남자에게 물건을 집어던졌다.“꺼져!”연재준은 자다가 봉변을 당한 격이었다. 무거운 담배 재떨이가 그의 이마에 맞고 튕겨져 나갔다.피는 흐르지 않았지만 이마가 빨갛게 부어올랐다.그는 발광하는 그녀의 손을 침대머리에 고정했다. 유월영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연재준이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겨우 살려줬더니 은혜도 모르고 이게 무슨 짓이야? 나 아니었으면 너도 지금쯤 산에 묻혔을지도 몰라.”유월영은 씩씩거리며 그에게 말했다.“나가.”연재준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너 폭력에 재미라도 들렸어? 내가 그랬지? 다시 내 몸에 손대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거라고.”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놀란 유월영은 힘껏 고개를 비틀며 반항했다.하지만 연재준의 한 마디에 그녀는 꼼짝달싹할 수 없게 되었다.“어제 사진 잊었어?”유월영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어젯밤 주영문의 손에서 그녀를 구해준 감사함도 그 한마디로 전부 사라져 버렸다.그녀가 이를 갈며 욕설을 퍼부었다.“연재준, 이 쓰레기 같은 자식아!”연재준은 그녀가 욕설을 뱉든 말든 입술로 그녀의 목덜미를 탐했다.유월영은 그대로 눈을 질끈 감았다. 어쩌면 연재준은 처음부터 그녀와 정상적인 관계를 유지할 마음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3년을 그의 옆을 지켰지만 그는 한 번도 그녀에게 명분을 준 적이 없었다. 연 회장 부부가 결혼 얘기를 꺼낼 때마다 그는 온갖 짜증을 부렸다.그리고 친구 생일 파티에서 대놓고 그녀는 자기 스타일이 아니라고 말한 사람이었다.그러면서도 헤어진 뒤에도 그녀를 찾아와 더러운 욕망만 채웠다.‘처음부터 당신은 나를 욕망을 풀
유월영은 사진첩을 열심히 뒤졌지만 사진을 찾을 수 없었다.그녀는 연재준의 카톡을 클릭하고 자신의 연락처를 찾았다.하지만 대화창구는 공백으로 되어 있었다.설마 처음부터 사진은 존재하지 않았던 걸까?유월영은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속으면 안 돼. 수 틀리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는 인간이야. 어쩌면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은밀히 보관했을 수도 있어.’욕실에서 물소리가 멈추자 유월영은 핸드폰을 벽에 패대기쳤다.탁!욕실가운을 걸치고 밖으로 나온 연재준은 바닥에 두 동강이 난 핸드폰과 유월영을 번갈아보며 싸늘하게 말했다.“내가 미련하게 핸드폰에 사진을 숨겼겠어? 클라우드 저장공간도 있는데?”유월영은 분노를 참으며 그에게 물었다.“나한테 왜 이러는 거예요? 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됐잖아요. 아직도 뭐가 부족한데요?”연재준은 욕실가운을 걸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느긋하게 말했다.“부족하지 않아. 우리 유 비서가 해주는 서비스는 항상 날 즐겁게 해줬으니까.”그 말이 유월영에게는 굉장히 굴욕적으로 들렸다.“사진 삭제해요.”연재준은 악마 같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이 즐거움을 더 오래 가져가고 싶은데 내가 왜 굳이 그래야 할까?”설마 그 사진으로 협박해서 잠자리를 가지겠다는 걸까?유월영은 갑자기 숨이 막혔다.“정말 고소할 수도 있어요.”연재준은 가소롭다는 듯이 그녀를 힐끗 보고는 소파에 앉아 하정은에게 전화를 걸어 옷을 가져오라고 했다.유월영이 말했다.“제가 입을 옷도 좀 부탁한다고 해줘요.”하정은은 유월영이 비서실에서 일할 때 사이가 꽤 돈독했던 동료였기에 그녀와 연재준의 애매모호한 관계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물론 눈치 빠른 하정은은 한 번도 그들의 앞에서 티를 낸 적 없었다. 유월영은 그녀의 그런 점이 매우 고마웠다.그렇게 조심스럽게 지켜온 비밀인데 연재준이 수 틀리면 당장 사진을 공개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숨이 막혀왔다.한참이 지나 호텔에 도착한 하정은은 옷만 전해주고는 조용히 자리를 떠나버
언니가 말이 없자 유월영은 다급히 물었다.“언니? 듣고 있어? 엄마한테 무슨 일 생긴 거야?”조급한 목소리에 언니가 말했다.“괜찮아. 어제 엄마가 너 보고 싶다고 전화하셨는데 네가 안 받아서…. 모자 완성됐어. 또 뭐 필요하냐고 엄마가 물으셔.”그제야 굳었던 유월영의 표정이 풀렸다.그녀는 무슨 일이 있었으면 한번만 울리고 끊었을 리 없다며 스스로 위안했다.“난 괜찮으니까 엄마 무리하지 말라고 해. 뜨개질도 정력이 필요하잖아.”유월영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엄마는 깨셨어? 엄마 좀 바꿔줘.”“엄마 지금 수액 맞는 중이라 불편해. 수액 다 맞고 연락하신대.”“그래.”그 대화를 끝으로 유월영은 전화를 끊었다.언니는 괜찮다고 했지만 어쩐지 자꾸만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그녀는 어제 그런 일을 겪어서 놀란 탓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밖으로 나가면서 신연우에게 전화를 걸었다.수화기 너머로 신연우의 걱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들려왔다.“월영 씨, 괜찮은 거죠?”유월영은 담담히 대답했다.“괜찮아요.”“어제 몇 번이나 전화했는데 안 받아서 걱정했어요. 카톡으로 문자하니까 나를 차단했더라고요. 어제 그렇게 두고 가서 화난 줄 알았어요.”유월영은 그 말을 듣고 흠칫하며 걸음을 멈추었다.“연아 때문에 기분이 안 풀린 거라면 내가 연아 많이 혼냈어요. 연아도 이제 잘못을 알았으니 오늘 직접 사과한대요.”유월영은 연재준이 자신의 핸드폰으로 장난질 쳤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어제 술이 좀 취했는데 핸드폰 하다가 잘못 눌렸나 봐요. 이따가 다시 추가할게요.”“지금 어디예요? 아까 방으로 찾아갔는데 없더라고요.”신연우가 물었다.“네. 너무 취해서 근처에 있는 호텔에서 하루 잤어요.”신연우는 한참 말이 없었다. 그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지만 더 물어볼 수는 없었다.“그럼 언제 돌아와요? 내가 데리러 갈까요?”이때, 등 뒤에서 갑자기 나타난 손이 유월영의 허리를 감쌌다.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리자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