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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후 전남편과 이혼의 모든 챕터: 챕터 411 - 챕터 420

993 챕터

제411화

비록 강이한이 얼마나 비열한 인간인지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사람을 절박하게 할 줄은 몰랐다.그가 적을 상대할 때 얼마나 잔인한 수법을 썼는지 옆에서 지켜봤지만 그 수단을 자신에게 쓸 줄이야!아마 외삼촌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그녀는 경찰서에 잡혀갔을지도 모른다.이유영은 결국 강이한의 미친 정도를 과소평가했던 것이다.세강그룹.남자는 창가에 서서 먼산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겨 있었다.그의 주변으로 서늘한 공기가 무겁게 맴돌고 있었다.핸드폰으로 문자를 확인한 조형욱이 어두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한지음 씨가 다친 것 같습니다.”“어떻게 된 거지?”그의 목소리에서 긴장감이 묻어났다.그는 어린 한지음이 당한 일을 생각하면 가슴이 쓰렸다.오빠인 한지석은 자신을 위하다가 죽었는데 동생인 그녀는 결국 그와 이유영의 사랑 싸움에서 희생양이 되어버린 것이다.강이한은 조형욱을 시켜 최근 한지음에게 접근했던 사람들을 알아보게 했다.이유영과 한지음 사이에는 딱히 밀접한 접촉이 없었다. 다만 이유영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을 받은 사람이 한지음을 찾아가서 협박했을 뿐이었다.온화하고 순종적인 줄로만 알았던 여자가 이렇게 악랄한 사람이었을 줄이야!“앞이 보이지 않아서 욕실에서 나올 때 미끄러졌는데 머리를 세면대에 박아서 피를 많이 흘렸다고 합니다.”“그렇게 심각해?”“네.”뒤돌아선 강이한은 결국 외투를 챙기고 밖으로 나갔고 조형욱이 그의 뒤를 따랐다.강이한의 본가.이유영이 생각했던 대로 교활한 강서희는 결국 그 세치혀로 강이한을 오빠로만 생각한다고 우겼다.그녀는 더럽고 추악한 여자들이 오빠에게 접근하는 게 싫어서 혼내줬을 뿐인데 그런 오해를 받을 줄은 모른다고 말했다.그렇게 겨우 진영숙의 화를 달랠 수 있었다.“사모님, 아가씨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제가 말했잖아요.”왕숙도 옆에서 거들었다.진영숙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강서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결국 표정을 누그러뜨렸다.“서희야.”“응, 엄마.”“넌 내 딸이고 가지지 말아야 할 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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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2화

밖에서 온갖 소문이 돌고 있었지만 진영숙은 여전히 이유영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의 배후에 버티고 있는 로열 글로벌 때문이었다.로열 글로벌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기업이었고 모든 사람들이 경외하는 존재였다.이유영은 곧 그런 로열 글로벌의 후계자로 당당히 서게 될 텐데 밖에서 떠도는 소문은 전혀 상관없었다.어차피 소문은 소문일 뿐, 결국 지나가게 되어 있다.“알겠어, 엄마.”강서희는 속으로 이유영에게 저주를 퍼부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표정으로는 그 어떤 불만도 찾아볼 수 없었다.“다시는 그러면 안 돼!”진영숙은 전에도 경고를 무시한 강서희의 행위를 생각하며 강경하게 말했다.강서희는 서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다니까.”그렇게 한참을 잔소리를 늘어놓은 진영숙은 그제야 강서희를 올라가서 쉬게 했다.방 문을 닫은 순간, 강서희의 두 눈이 음침하게 빛났다. 당장이라도 달려가서 이유영을 찢어버리고 싶었다.진영숙은 왕숙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아줌마가 잘 지켜봐. 서희가 이유영한테 더 이상 접근하지 못하게!”“걱정 마세요, 사모님. 아가씨가 그래도 제 말은 들으니까요.”왕숙은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드디어 무사히 넘겼다는 생각에 왕숙도 속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진영숙은 눈을 질끈 감고 생각에 잠겼다. 비록 끝까지 캐묻지는 않았지만 강서희가 했던 일들을 생각하면 기분이 착잡했다.강서희는 강이한을 위해서 몰래 했다고 했지만 진영숙은 그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었다.게다가 강서희는 여태 제대로 된 연애 한번 해본 적 없었다.그녀는 그 어떤 사내에게도 마음을 주지 않았고 가장 가까운 유일한 사내가 강이한이었다.한편, 강이한은 강주로 향했다.강서희와 진영숙도 소식을 들었다.한지음의 생활을 책임진 사람이 진영숙과 강서희였기에 강이한이 그쪽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은 재빨리 그들의 귀에 전해졌다.강주에 간 강이한은 한지음을 시켜 짐을 싸게 했다고 했다.대체 뭘 하려는 걸까?진영숙은 소식을 듣자마자 강이한에게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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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3화

강이한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그 여자는 널 여동생으로 인정하지도 않는데 언니는 무슨.”말투에서는 이유영을 향한 혐오와 실망이 가득 묻어났다.그는 이미 속으로 이유영을 극도로 배척하고 있었다.한지음은 잔뜩 날이 선 그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지만 얼굴은 여전히 상처 받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아무리 그래도 피를 나눈 자매잖아요.”그녀가 애써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강이한의 앞에서 한지음은 항상 이유영의 편을 드는 척했다.이유영이 전화를 걸어 네 엄마가 남의 가정을 망친 상간녀라고 했을 때도 한지음은 이유영의 편에서 서 말했다.나중에 한지음이 매체에 공개적으로 한지음은 자신의 동생이 아니라고 까발렸을 때도 그랬다.강이한은 한사코 언니라고 감싸는 한지음을 보며 안쓰러움을 느꼈다.“그 얘기는 그만하자. 내 말 들어.”강이한이 말했다.한지음이 더 뭐라고 하려는데 강이한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하니 진영숙이었다. 강이한은 바로 전화를 받았다.“서희 집에 갔죠?”진영숙이 다짜고짜 물었다.“너 강주니?”짜증과 실망이 가득 담긴 말투였다.“네.”“한지음을 데리고 청하로 온다고?”청하와 강주 사이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차로 고작 한 시간 거리에 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진영숙은 한지음이 청하로 돌아오는 게 달갑지 않았다.옆 도시에 있으면 그래도 거리가 있어서 그나마 안심할 수 있었지만 같은 도시는 아니었다.“그렇게 됐어요.”엄마의 질문에 대해 강이한은 해명할 마음이 없었다.그의 일처리 방식은 항상 그랬다.“걔를 데리고 어디로 가려고 그러니? 본가에 데려오려고?”진영숙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한지음을 지금 본가로 데려오면 사람들이 또 뭐라고 할까?이유영이 그들에게서 완전히 돌아선 상황에 한지음까지 끼어들면 아마 다시는 되돌릴 수 없게 될 것이다.“홍문동으로 갈 겁니다.”강이한이 단호하게 말했다.안 그래도 화가 나 있던 진영숙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잠시 시간이 흐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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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한지음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말 들을게요.”그 미소를 보고 나서야 강이한의 입가에도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조형욱은 이곳을 책임진 간병인과 이야기를 나누며 그간 있었던 일을 강이한에게 보고했다.강이한도 강서희와 한지음이 다녀간 이야기를 듣고 표정을 굳혔다.그는 완전히 엄마에게 실망했다. 한지석의 동생이기에 잘 대해주기를 바랐건만, 이런 대우를 할 줄이야!한편, 조민정은 크리스탈 가든으로 이이유영을 찾아갔다.동교 공사 현장 사고에 대한 조사 자료였다. 그리고 설계도안에서 제시한 사이즈 수치에 문제가 생겨서 건물이 무너졌다는 결론이 나왔다.“아니 처음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가….”이유영은 결국 말을 잇지 못했다.아마 이번 사고도 강이한의 작품일 것이다.그녀가 설계도안 수치를 열심히 계산하고 있을 때, 그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설계도안이 바뀌었어요.”조민정은 가짜 설계도면을 이유영의 앞에 내밀었다.외관 디자인은 이유영이 설계한 것과 똑같았지만 내부 수치가 미묘하게 달랐다.건축 디자인을 해본 사람이라면 사이즈 수치가 이상하다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이유영은 설계도면을 빤히 노려보며 입가에 냉소를 지었다.“민정 씨, 대신 해줘야 할 일이 있어요.”“뭔데요?”“강서희요.”이유영은 잠깐 생각을 정리했다.‘침착하자, 이유영! 침착해야 해!’강서희가 풀려났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를 찾아와서 의기양양한 얼굴을 하고 시비를 걸어올 것이다.이유영은 더 이상 그 얼굴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그녀의 표정에서 뭔가를 알아챈 조민정은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그건 제가 처리할게요.”“나가 보세요.”조민정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이유영을 바라보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밖으로 나갔다.현재 이유영이 처한 상황은 최악이라고 할 수 있었다.액세서리의 원자재가 바뀌었고 그걸 이유영이 결재했다는 서류 하나만으로 이유영의 현재 입지를 무너뜨리기엔 충분했다. 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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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5화

강이한은 불과 며칠도 되지 않은 시간에 높은 곳에 서 있던 이유영을 나락으로 떨어뜨렸다.이유영은 인터넷에 기재된 기사들을 보며 등골에 소름이 돋았다.기세등등하게 세강그룹으로 찾아갔지만 강이한을 만나지도 못하고 조형욱에게 붙잡혔다.“이유영 씨, 대표님께서는 이유영 씨를 안으로 들여보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짝!말이 끝나기 바쁘게 이유영은 손을 뻗어 조형욱의 귀뺨을 쳤다.그 순간 조형욱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그는 날이 선 눈으로 이유영을 노려보았다.“크리스탈 가든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더니 완전히 미쳤나 보네?”이때 앙칼진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정윤아가 팔짱을 끼고 나오더니 조형욱의 옆에 서서 비아냥거리는 눈으로 이유영을 쳐다보았다.짝!이유영은 그대로 손을 들어 정윤아의 귀뺨을 쳤고 그 바람에 들고 있던 커피포트가 바닥에 떨어져 커피가 사방으로 튕겼다.강 건너 불 구경하듯이 그들을 쳐다보던 사람들은 그 모습을 보고 서둘러 자리를 피했다.“지금 나 쳤어?”“주제파악을 잘 못하는 것 같길래 정신 좀 차리라고!”이유영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녀는 지금 속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강이한은 몰라도 그의 부하직원들마저 자신에게 무례를 저지르는 모습을 보고 참을 수 없었다.한지음의 절친인 정윤아는 안 그래도 꼴 보기 싫은 이유영에게 귀뺨을 맞자 그대로 그녀에게 달려들었다.옆에 있던 조형욱이 그녀를 말렸다.“그만!”“이거 놔요!”정윤아가 신경질적으로 말했다.하지만 조형욱이 싸늘한 눈빛을 보내자 정윤아는 바로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화가 나도 비서실장인 조형욱에게 대놓고 대들 수는 없었다.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이유영을 노려보며 계속해서 입을 놀렸다.“뭐가 그렇게 잘났어? 지음이 며칠 전에 홍문동으로 들어갔어. 너 외삼촌한테도 곧 버림받을걸?”“정윤아 씨!”“조 실장님!”“자리로 돌아가!”조형욱은 정윤아의 어깨를 확 밀쳤다.정윤아는 잔뜩 억울한 표정으로 조형욱을 노려보다가 결국 입을 다물고 씩씩거리며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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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6화

“내가 못할 것 같아?”“아니요. 안 할 걸 알아요. 저 같은 사람을 위해 이러실 필요가 없거든요.”조형욱이 또박또박 말했다.확신에 찬 말투에 이유영은 웃음이 나왔다.“어떻게 그렇게 확신하지? 넌 강이한 사람이잖아. 그 인간이랑 관련된 사람들은 다 거슬려!”“굳이요?”“하! 뭐라고? 그래! 굳이 이럴 필요야 없지. 하지만 나 때문에 조 비서가 병원에 실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조형욱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그 순간, 팔뚝에서 알싸한 통증이 전해지더니 조형욱은 순간 숨이 확 막혔다. 그는 본능적으로 팔뚝을 잡고 이유영을 노려보았다. 이유영의 요염한 얼굴에 그의 피까지 뿌려지자 더 괴이하게 보였다.“네가 한 짓, 잘 감춰야 할 거야. 오늘은 그냥 경고하러 왔어. 하지만 다음에는 나도 어떻게 할지 몰라.”현장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유영이 미쳤다고 생각했다.안 그래도 강이한이 그녀의 숨통을 조르는 와중에 달려와서 그의 심복에게 상처를 입히는 행위는 자살 행위나 다름없었다.사실 상 인터넷에서 DNA 감정서가 돌아다니는 것을 봤을 때 그녀는 이미 미쳐버렸다.강이한이 결국 그녀를 미치게 만든 것이다.이유영은 조형욱을 지나쳐 강이한의 사무실 앞으로 가서 문을 걷어찼다.대표실 의자에 싸늘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내가 앉아 있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닿았다.이유영은 말없이 과도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과도를 힘껏 들어 그의 사무실 책상에 박았다.“벌써 미쳐버린 건가?”사내가 싸늘한 목소리로 물었다.“강이한, 네가 죽으면 이 모든 고통이 끝나겠지?”“고작 네 주제에 할 수 있을 것 같아?”남자가 가소롭다는 듯이 말했다.이유영은 남자의 서늘한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할 수 있을까?그녀 역시 속으로 묻고 있었다.가능하다면 그녀는 칼을 강이한의 심장에 꽂아 넣고 싶었다.결국 이유영은 책상에 놓인 담배를 집어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외삼촌은 건드리지 않는다고 했잖아.”“건드리지 않았어. 이유영 너를 둘러싼 보호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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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이런 상황에서마저 고개를 숙이지 않는 그녀의 대단한 자존심이 얄미웠다. 그 많은 일을 벌여놓고 왜 저렇게 당당할까?걸음을 멈춘 이유영은 고개를 돌리고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렇게 많은 걸 준비한 이유가 결국 나를 고개 숙이게 하기 위해서잖아? 비굴하게 네 앞에서 비는 모습을 원한 거 아니야?”“강이한, 높은 곳의 공기도 좋지만 네가 갖은 수단 방법을 써서 나를 심연으로 끌어내린다고 네가 원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을 거야.”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또박또박 말했다.그녀는 여전히 고귀한 여왕 같은 존재였고 그녀를 심연으로 끌어들인 존재가 오히려 추악한 존재였다.이유영은 도도한 걸음을 유지한 채 밖으로 나갔다. 세강그룹을 나온 이유영은 핸드폰으로 정국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난리가 났는데 그쪽에 소식이 안 들어갔을 리가 없었다.하지만 외삼촌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이유영은 점점 조바심이 났다.그녀는 갑자기 방향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면서 지난 생의 마지막 화면이 떠올랐다.이렇게 될 거면 회귀한 의미가 과연 있는지도 의심이 됐다.비록 강이한 앞에서는 애써 당당하고 강한 척했지만 홀로 남아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니 초라하기 그지없었다.지난 생처럼 한지음에게 망막을 빼앗기고 홍문동에서 화재로 죽는 일은 없었지만 강이한이 비열한 수단으로 자신을 저격하기 시작했을 때 이미 그녀는 죽어가고 있었다.도망가자!이게 본능적으로 든 생각이었다. 강이한은 미쳤고 그런 미친 상태에서 이미 강서희와 한지음을 믿기로 마음먹었다.아무리 강력한 증거를 들이밀어도 그는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그는 완전히 한지음에게 미쳐 있었다.그런 미친 인간에게 보복을 당하는 입장이니 앞으로도 매일이 지옥일 것이다.그녀는 심지어 청하에 남아 있는 자체가 수명을 태우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회귀할 기회가 주어진 것은 강이한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하지만 이내 그녀는 그런 생각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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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8화

이유영은 그제야 박연준이 아마 앞으로도 자신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거라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다.그녀는 문 비서를 빤히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지금 상황에서 박연준에게 말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은 문 비서가 유일했다.“그럼 들어가지 않을게요.”“잘 생각하셨어요.”문 비서가 고개를 끄덕였다.이유영의 급한 성격을 아는 문 비서는 혹시라도 그녀가 억지로 문을 따고 들어가려 할까 봐 걱정했다.이유영이 물었다.“박 대표님은 지금 어떤 상태인가요?”“별로 좋지 않아요. 잠 자는 것 말고는 일만 하시는데 동교 얘기는 입밖에 꺼내지도 못하게 해요.”동교 재개발 프로젝트가 금기어가 되었다는 얘기였다.그 말을 들은 이유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기회가 되면 한 마디만 전해줄 수 있을까요?”“그러죠.”결국 문 비서는 이유영의 고집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현장에서 가져온 설계도안이랑 제가 그린 설계도안이랑 비교를 했어요. 현장 설계도안이 바꿔치기 당한 거예요.”“뭐라고요?”문 비서는 떨떠름하면서도 충격 받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동교 프로젝트가 강성건설 내부에서 금기어가 되기는 했지만 설계도가 바뀌었다는 얘기는 심각한 얘기였다.“이쪽으로 오시죠.”문 비서는 급하게 주변을 둘러보고는 이유영을 손님 접대실로 안내했다.안으로 들어간 이유영은 설계도를 꼼꼼히 대조했던 것과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자체 조사를 했던 상황을 설명했다.그리고 현장에 사람을 보내 설계도를 가져와서 대조했을 때에야 설계도가 바꿔치기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범인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문 비서는 굳은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잠깐만 여기서 기다리시죠.”말을 마친 문 비서는 접대실을 떠나 박연준의 사무실로 향했다.만약 그녀의 설계도에 문제가 생겼고 그 실수 때문에 박청하가 죽었다면 그녀와 박연준의 관계는 여기서 끝장이 날 것이다.잠시 후, 돌아온 문 비서가 한숨을 쉬었다.“어떻게 됐어요? 박 대표는 뭐래요?”이유영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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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화

이유영은 무슨 정신으로 강성건설을 나왔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차에 올랐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도 잡히지 않았다.이때 핸드폰 진동음이 울렸다. 스튜디오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솔직히 그녀는 회사나 스튜디오 쪽에서 연락이 오면 지금은 심장부터 떨렸다.마치 그녀가 지금 처한 상황을 자꾸만 일깨워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두 번의 삶을 살게 되었지만 사방이 꽉 막힌 이런 느낌에 그녀는 방향을 잃어가고 있었다.“여보세요.”“작업실로 와주실 수 있을까요?”“또 무슨 일인데요?”긴박한 조민정의 목소리를 들으며 이유영은 절망을 느꼈다.조민정이 말했다.“서원이랑 진행했던 사업이요.”서재욱?“그건 또 왜요?”“그쪽에서 자꾸 재촉이 들어와서요. 아시다시피 대부분 디자이너들이 사직서를 낸 상태라….”조민정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만약 긴박한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이 이유영 본인이 직접 가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며칠 되지도 않은 시간 안에 거의 대부분 디자이너들이 사직서를 냈고 현재는 신입들만 남은 상황이라 서원 같은 큰 사업의 디자인을 맡길 수 없었다.“무슨 말인지 알았어요.”전화를 끊은 이유영은 바깥을 바라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떴다.‘그래! 정신 차리자! 나 이유영이야!’회귀를 하고 돌아오면서 강이한과 한지음 그리고 자신에게 상처를 입혔던 모두를 자신 앞에 무릎 꿇고 빌게 하겠다고 다짐했던 그 이유영이었다.그러니 절대 이대로 무너질 수 없었다.그녀는 차에 시동을 걸고 서원그룹으로 향했다.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깔끔한 정장을 입은 서재욱이 마침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그 뒤로는 싸늘한 인상을 한 김연우가 따르고 있었다.이유영은 종종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갔다.“서 대표님!”남자는 그녀를 알아보고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이유영 씨가 이 시간에 여기는 어쩐 일이세요?”그는 헐떡이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었다.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미소를 지을 수 없었다.“지금 바빠요? 프로젝트 때문에 잠깐 드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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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0화

“다만 맞는지 아닌지만 대답해 주세요.”“내가 아니라고 하면 믿어주실 건가요?”과거 그녀를 믿어주었던 사람들 중에 이 사건에 엮이지 않은 소은지만 제외하고 모두가 그녀에게 등을 돌렸다.소은지라면 엮였다고 해도 믿어주겠지만 다른 사람은 확신할 수 없었다.가장 그녀를 믿어줬어야 할 강이한조차도 가장 먼저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으니 다른 사람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었다.서재욱은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믿어요.”그 말 한마디에 이유영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사실 울어도 괜찮아요. 지금 상황이 웃을 상황은 아니잖아요?”남자는 여전히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의 표정을 관찰하며 말했다.하지만 이유영은 끝까지 눈물을 참아냈다.그녀는 줄곧 강해져야 한다고 자신을 세뇌했다.어렵게 한번 더 살 기회를 주었는데 우는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연준이 그 녀석한테는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요.”서재욱은 우아하게 커피잔을 들고 향을 음미하며 말했다.이유영이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그는 말을 이었다.“박청하는 그 녀석에게 정말 중요한 존재거든요. 연준이랑 강성 일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죠? 사실 혼자였던 연준이를 가문으로 데리고 들어간 사람이 박청하였어요.”그 말을 들은 이유영은 무거운 무언가를 가슴에 얹은 느낌이었다.강성 일가는 방대한 가문이었다. 전대 회장은 많은 첩을 두었는데 박연준의 모친은 줄곧 밖에서 명분도 없이 생활했다고 한다.엄마가 아버지의 사랑을 받지 못했기에 가문 사람들도 박연준을 가족으로 받아주지 않았다. 그는 줄곧 엄마와 함께 밖에서 생활했다.여기까지는 이유영도 알고 있는 얘기였다.그런데 박연준을 가문으로 데리고 간 사람이 박청하였다니! 아마 박연준이 지금의 대표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박청하의 도움이 가장 컸을 것이다.어쩌면 박청하는 박연준에게 유일한 따스함을 준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런 여동생이 불의의 사고를 당했으니 무너지는 건 당연했다.“얘기해 줘서 감사해요.”이유영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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