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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7화

이런 상황에서마저 고개를 숙이지 않는 그녀의 대단한 자존심이 얄미웠다. 그 많은 일을 벌여놓고 왜 저렇게 당당할까?

걸음을 멈춘 이유영은 고개를 돌리고 싸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렇게 많은 걸 준비한 이유가 결국 나를 고개 숙이게 하기 위해서잖아? 비굴하게 네 앞에서 비는 모습을 원한 거 아니야?”

“강이한, 높은 곳의 공기도 좋지만 네가 갖은 수단 방법을 써서 나를 심연으로 끌어내린다고 네가 원하는 모습을 볼 수는 없을 거야.”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또박또박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고귀한 여왕 같은 존재였고 그녀를 심연으로 끌어들인 존재가 오히려 추악한 존재였다.

이유영은 도도한 걸음을 유지한 채 밖으로 나갔다.

세강그룹을 나온 이유영은 핸드폰으로 정국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난리가 났는데 그쪽에 소식이 안 들어갔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외삼촌에게서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유영은 점점 조바심이 났다.

그녀는 갑자기 방향을 잃어버린 기분이 들면서 지난 생의 마지막 화면이 떠올랐다.

이렇게 될 거면 회귀한 의미가 과연 있는지도 의심이 됐다.

비록 강이한 앞에서는 애써 당당하고 강한 척했지만 홀로 남아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니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지난 생처럼 한지음에게 망막을 빼앗기고 홍문동에서 화재로 죽는 일은 없었지만 강이한이 비열한 수단으로 자신을 저격하기 시작했을 때 이미 그녀는 죽어가고 있었다.

도망가자!

이게 본능적으로 든 생각이었다. 강이한은 미쳤고 그런 미친 상태에서 이미 강서희와 한지음을 믿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리 강력한 증거를 들이밀어도 그는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그는 완전히 한지음에게 미쳐 있었다.

그런 미친 인간에게 보복을 당하는 입장이니 앞으로도 매일이 지옥일 것이다.

그녀는 심지어 청하에 남아 있는 자체가 수명을 태우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회귀할 기회가 주어진 것은 강이한의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라는 의미가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내 그녀는 그런 생각을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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