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더 이상 강이한과 엮이고 싶지 않았기에 잔인하긴 하지만 이 아이를 세상에 태어나게 할 수는 없었다.태어나도 비참한 운명일 것을 생각하면 아이 자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그녀는 눈을 감으면 태어난 아이가 죽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고 현실적으로도 그녀는 아이를 낳아 키울 상황이 되지 못했다.그녀 본인조차 크리스탈 가든 비리 문제와 동교 건설 현장 사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어찌 아이의 미래를 생각할 수 있을까!“회장님 쪽에는 알리는 게 좋지 않을까요?”조민정이 그녀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조민정은 이유영이 지금 난감한 상황에 처해 의기소침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기를 바라지 않았다. 혹시라도 나중에 그녀가 후회할까 봐 걱정했다.정국진 얘기가 나오자 이유영은 처연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외삼촌 쪽에도 일단은 알리지 말아요.”이미 정유라 때문에 정신이 없을 것이다.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문제로 정국진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이미 그렇게 많은 기사와 사고가 터졌는데도 아무런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것을 보면 정국진이 뒤에서 손을 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동교 현장 반박 자료도 정국진의 인력들이 꼼꼼히 데이터를 확인했지만 강이한이 비열한 수를 썼기 때문에 결국에는 모든 증거가 그녀를 가리키고 있었다.“민정 씨.”“네, 대표님.”“나랑 강 대표는 이제 더 이상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알죠.”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수많은 불쾌한 일들을 생각하면 그들이 다시 만나서 화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엄마가 내 자식한테 완전한 가정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사람들의 무시와 비난을 받게 만든다면… 그래서 아이가 불완전한 환경에서 자라게 할 수밖에 없다면 차라리 처음부터 태어나지 않는 게 나아요.”이유영은 침통한 얼굴로 힘겹게 말했다.이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그녀와 강이한은 서로 엮일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그런 결과를 바라지 않았다.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아이 때문에 강이한과 타협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녀
과거에 이유영도 강이한을 꼭 닮은 아이를 낳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강이한의 미친 모습을 눈앞에서 봐버린 그녀는 좋은 엄마가 되어줄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 미친 남자에게서 이 아이를 지켜줄 자신도 없었다.그 시각, 홍문동.식탁에 한지음과 강이한이 마주앉아 있었고 강이한은 통화 중이었다.그는 덤덤한 얼굴로 핸드폰에 대고 말했다.“정국진은 아직 그쪽에 신경 쓸 여유가 없을 거야. 그래. 그렇게 알고 준비해.”말을 마친 그는 차갑게 전화를 끊었다.정국진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한지음은 이유영과 연관이 있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눈치챘다.속으로 통쾌하다고 느껴지는 동시에 조금 걱정도 되었다.강이한은 진짜로 잔인한 사람이었다.10년을 사랑했던 여자에게마저 이렇게 잔인할 수 있는 사람이니 다른 사람이면 오죽할까!그녀는 힘겹게 테이블을 더듬어 주스병을 입가로 가져갔다. 긴장을 풀기 위한 수단이었다.“주스 많이 마시면 이따가 밥을 못 먹잖아.”남자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랬다. 조금 전 통화할 때의 싸늘함과는 전혀 다른 목소리였다.한지음은 애써 표정을 가다듬으며 주스병을 내려놓았다.그리고 젓가락을 더듬어 손에 쥐었다. 옆에 있던 간병인이 도와주려 다가왔지만 한지음은 스스로 할 수 있다며 단호히 말했다.“그냥 도움을 받아.”강이한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한지음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걸렸다.그 모습은 마치 천사처럼 아름다웠다.너무 순수해서 강이한의 마음이 안쓰러울 정도였다.‘저렇게 순수한 아이를 이유영은 어떻게!’한지음이 말했다.“평생 암흑 속에서 남의 도움만 받고 살 수는 없잖아요. 스스로 살 수 있는 법을 알아가야죠.”그 말은 강이한의 죄책감만 더 가중시켰다.강이한은 무언가가 가슴을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지금이야 이한 오빠가 옆에 있다지만 나중에 오빠가 내 옆에 없으면 어쨌든 스스로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잖아요. 평생을 너무 초라하고 비굴하게 살아가기는 싫어
세강의 안주인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강이한은 평생이라는 단어를 뱉고 갑자기 갑갑함을 느꼈다.이유영에게 평생을 약속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그들은 서로를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평생을 약속했었다.그런데 고작 10년이 지났을 뿐인데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 줄을 누가 알았을까?“평생은 너무 무거워요. 지금이야 괜찮아 보이지만 어쨌든 난 시각 장애인이고 오빠는 대기업 수장이잖아요. 결국 난 오빠한테 짐만 될 거예요.”한지음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강이한은 짐이라는 소리에 다시 이성이 돌아왔다.‘젠장! 또 그 여자를 떠올려 버리다니!’“이한 오빠, 언니랑 화해해요. 난 오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지음아!”“진심이에요. 어쨌든 언니랑 오빠 사이에는 10년이라는 세월이 있잖아요.”그 말은 강이한의 분노만 더 가중시킬 뿐이었다.그는 10년 동안 자신이 온순하고 순진한 얼굴에 속아 본모습을 보지 못했다고 생각하니 수치스러웠다.할 수만 있다면 당장 이유영을 지옥으로 던져 버리고 싶었다.“지음아.”“네?”“약혼식 준비할 거야.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아.”“누구랑요?”“너랑 나.”한지음은 속으로 크나큰 희열을 느꼈다.하지만 겉으로는 여전히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오빠 이미지에 타격이 클 거예요. 언니랑 내 관계를 모르는 사람이 없잖아요.”“내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어.”“하지만….”“내 말 듣고 그렇게 하자. 응?”강이한은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끊었다.여전히 주저하는 한지음을 보며 그는 속으로 결심을 굳혔다.한지석은 그를 위해 목숨을 잃었는데 그의 하나뿐인 여동생은 이유영의 이기심과 질투 때문에 평생 광명을 잃었다.그러니 그가 옆에서 돌봐주는 건 당연했다.게다가 진영숙도 호시탐탐 한지음을 보내버릴 생각을 하고 있으니 누구에게 맡겨도 안심할 것 같지 않았다.한지음은 아직 어리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었다. 그리고 그 길을 그는 그녀와 함께 걸어갈 것이다.그는 이제 더 이상 이유영에게
진영숙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씩씩거리며 밖으로 향했다.“어딜 그렇게 가는 거니?”유혜정이 음침한 목소리로 진영숙을 불렀다.“홍문동이요!”진영숙은 이 한마디만 남기고 문을 나섰다.유혜정은 옆에서 멍하니 서 있는 강서희를 노려보며 말했다.“멍하니 있지 말고 빨리 따라가 봐!”유혜정도 조바심이 나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유영 때문에 안 그래도 강이한은 가족들과 사이가 별로 좋지 못했다.그런데 난데없는 한지음 때문에 또 서로 얼굴을 붉혀야 한다니 머리가 지끈거렸다.강서희는 착잡한 표정을 하고 진영숙을 따라갔다.한편, 조민정은 늦은 밤 병실을 방문했다.“이미 준비가 끝났습니다. 대표님 건강 상태가 별로 좋지 못하니 아마 병원에서 며칠 휴양하다가 대략 2주 뒤에 수술을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이때, 이유영의 핸드폰이 울렸다.그녀는 멍하니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화면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고개를 돌려 화면을 확인한 조민정의 표정도 착잡해졌다.그녀는 손을 뻗어 이유영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하지만 현재의 이유영에게는 아무런 위로도 되지 못했다.강이한 때문에 하마터면 자연유산이 될 뻔하고 병원에 있는데 하필이면 이 시기에 한지음과 그의 약혼 소식을 접하다니! 머리가 멍하고 어지러웠다.그는 대놓고 한지음의 남은 생을 책임지겠다고 공표한 거나 다름없었다.동시에 대놓고 이유영과 세강의 얼굴에 먹칠한 것과 같았다.“나 괜찮아요.”이유영은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이미 이렇게 될 줄을 예상은 하고 있었기에 사실 타격은 그리 크지는 않았다.“수술 날짜를 조금만 앞당길 수는 없을까요?”그녀는 강이한의 약혼식과 비슷한 날짜에 수술을 한다고 생각하니 구역질이 올라왔다.“의사 선생님이 제안한 거예요. 대표님 건강 상 문제도 있고 하니….”“내일 오전으로 수술 잡아주세요.”“대표님!”“내 말 듣고 그렇게 해요.”“하지만….”조민정은 여전히 머뭇거렸지만 이유영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결
아마 지난 생에는 강이한과의 아이를 원했을 수도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는 피임에 딱히 신경 쓰는 개념이 없었다.“지금 어디예요? 내가 그쪽으로 갈게요.”그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부드러운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순정동이요.”“알았어요. 지금 갈게요.”전화를 끊은 이유영은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아랫배에서 여전히 통증이 느껴졌다.하지만 세강그룹에서 나올 때만큼 괴롭지는 않았기에 옷을 갈아입고 외출 준비를 했다. 의사를 만나고 돌아온 조민정이 그녀를 보고 놀란 얼굴로 물었다.“외출하시려고요?”“맞아요.”“아직 퇴원하시면 안 돼요. 의사랑 상의해 봤는데 내일 수술하는 건 위험하고 일주일 뒤에나 가능하대요. 지금 대표님 몸 상태가 어떤지 잘 아시잖아요!”최근 이유영은 죽자 살자 일에만 몰두했기에 피로가 잔뜩 쌓인 상태였다.조민정의 손에는 피로회복제와 각종 보신에 좋은 약들이 잔뜩 들려 있었다.이유영은 쓴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리듯 말했다.“그 인간과 엮이니 몸까지 고생하네요.”자칫 잘못해서 목숨까지 잃을 뻔한 그녀였다.그녀는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강이한에게만큼은 절대 흔들리지 않을 거라며 속으로 다짐했다.그에게 마음을 주었던 여자들은 대부분 좋은 결과를 맞지 못했다.“그런데 왜….”조민정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이유영은 시간을 확인하고 말했다.“잠깐만 나갔다 오는 거예요. 루이스에게 연락할까요? 아니면 저랑 같이 갈래요?”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조민정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류뭉치를 살폈다.이유영은 자신이 입원하면서 자신이 해야 할 모든 업무가 조민정에게 돌아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루이스 불러주세요.”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조민정이 오늘 자신을 홀로 내보내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사실 지금 상황을 놓고 봐도 루이스와 동행하는 게 차라리 안전했다.그 시각.진영숙과 강서희는 기세등등하게 홍문동에 도착했다. 강이한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온 두 사람을 보고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너 미쳤
전에 이유영 때문에 당한 게 있기 때문에 진영숙은 절대로 한지음을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이유영이 정국진의 조카가 아니고 평범한 신분이었어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지석이한테는 유일한 여동생이에요.”“그럼 다른 방법으로 보답하면 되지 굳이 네가 직접 돌봐야 할 이유가 뭐 있어!”진영숙도 지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한지석의 여동생이라는 신분은 마치 사라지지 않는 주문처럼 그들 사이에 존재했다.‘하! 쩍하면 그 놈의 여동생!’“어머니는 이번 일을 겪고도 그렇게 느끼는 바가 없으세요?”강이한이 비웃음을 지으며 진영숙에게 말했다.진영숙은 불쾌함이 가득 담긴 그 눈빛에 화가 치밀었다.“어미한테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사실 그가 전하고 싶은 말은 이유영을 완전히 떠나 보내기로 한 후로 남녀 사이의 사랑에 대해 혐오감이 생겼다는 거였다.10년을 함께한 이유영에게마저 배신을 당했는데 어찌 사랑을 믿을 수 있을까?‘그러니까 이제 더 이상 재혼도 생각이 없으니까 아예 평생 한지음이나 보살피며 산다고?’이유영과 있었던 일로 하여 강이한 역시 사랑이라는 것에 환멸을 느꼈다. 한지음과 약혼하겠다고 한 이유는 책임감 때문이었다.“이한아!”진영숙이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하지만 조금 전의 기세등등한 목소리와는 달리 안타까움이 담긴 말투였다.“어쩌면 유영이랑 우리 사이에 뭔가 오해가 생겼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대체 언제부터 그렇게까지 이유영을 감싸기로 하신 겁니까!”강이한이 굳은 얼굴로 물었다.진영숙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았다.전에 그가 그토록 바라던 게 아니었나?진영숙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후회가 몰려왔다.만약 이유영이 있을 때 그녀를 가족으로 받아줬더라면 어쩌면 한지음이 그들 사이에 끼어들 틈이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늦었지만 진영숙은 여전히 아들이 이유영과 잘되기를 바랐다. 그랬기에 한지음의 존재가 너무도 거슬렸다.‘그년 그거 처음부터 작정했던 거였어!’“지음이는 내가 돌봐줄 수 있어!”진영숙이
“설마 오빠한테 가서 내가 이유영을 나락으로 보내기 위해 내 눈을 자해했다고 말할 거야?”강서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녀 역시 비열하고 잔인한 사람이었지만 한지음은 그보다 더 위에 있는 인물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한지음은 자신에게마저 칼을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었다.‘그러니까 지금 자기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으니 오빠한테 들러붙겠다?’“말했잖아. 평생 먹고 살 돈을 주겠다고. 왜 하필이면 오빠야?”강서희가 분노를 참으며 물었다.가능하다면 저 요망한 얼굴을 찢어버리고 싶었다.그들이 손을 잡은 이유는 아무리 괴롭혀도 그 자리에 가만히 버티고 있는 이유영 때문이었다.전에 강서희는 갖은 수단으로 강이한 신변에 나타났던 여자들을 해치웠지만 유독 이유영만큼은 견고한 성처럼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그래서 어쩔 수 없이 이유영을 강이한의 신변에서 멀어지게 하려고 한지음을 끌어들였던 것이다.그녀의 바람대로 이유영은 떠났지만 어쩐지 더 상대하기 힘든 한지음이 그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게 되었다.한지음은 입가에 비웃음을 살짝 머금고 말했다.“강서희, 그 여자들이 어떻게 되었는지 나 다 알아. 너에 비하면 네 오빠가 더 믿음직하다고 판단해서 말이지!”강이한의 옆에 있으면 평생 그 남자가 가져다주는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그리고 부귀영화까지 누릴 수 있으니 이만한 상대가 어디 있을까?“이유영은 굳이 우리가 뭘 하지 않아도 네 오빠가 알아서 지옥으로 보낼 거야.”“그래서 우리가 했던 약속을 어기겠다는 거야?”분노한 강서희가 앙칼진 목소리로 물었다.“너에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지. 네가 한 짓이 나보다 덜하다고 말할 수 있어?”“뭐라고?”“너랑 나 사이에서 네 오빠는 누구 말을 믿을 것 같아?”“그게 무슨 소리야?”“자신 있으면 해보자고!”강서희는 처음으로 한지음이라는 여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느끼게 되었다.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녀의 눈에 한지음은 지옥에서 돌아온 저승사자로 보였다.한편 진영숙은 어떻게든 강이한을
그녀는 문밖에 서서 초인종을 눌렀지만 아무도 나와서 문을 열어주지 않았고 저택 내부는 어둡고 고요했다.이유영은 박연준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며 밖에서 조금 더 기다리기로 했다. 밤바람이 차서 저도 모르게 오한이 느껴졌다.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박연준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어쩐 일인지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이유영은 추위에 떨며 외투를 여몄다.이때, 어깨에서 묵직한 무언가가 느껴졌다.어느새 다가온 루이스가 검은 외투를 그녀의 어깨에 걸쳐주며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이유영도 거절하지 않고 감사하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건강 상태가 좋지 못해서 그런지 춥고 온몸이 떨려왔다.지난 생에서 임신사실을 금방 알았을 때는 홍문동에서 화재를 당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여자는 임신했을 때 유난히 취약했던 것 같았다.임신 반응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유영은 갑자기 피로감이 몰려왔다.계속해서 박연준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았다.이유영은 박연준의 저택 앞에서 두 시간을 기다렸지만 남자는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루이스는 추위에 떠는 그녀를 조용히 지켜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다가가서 말했다.“그만 돌아가요.”“루이스.”“네, 대표님.”“박 대표 어디 있는지 좀 알아봐 줘요.”이유영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박연준은 약속시간을 어기는 사람이 절대 아니었다. 그녀와 이미 만나기로 약속해 놓고 아무 이유 없이 사라졌을 리가 없었다.루이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대략 5분쯤 지나 소식이 도착했다.루이스는 핸드폰을 확인하고는 무거운 얼굴로 이유영을 바라보며 말했다.“30분 전에 박 대표님은 박 회장 측 사람들에 의해 강제로 비행기에 태워졌답니다.”이유영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온몸에 피가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았다. 그녀는 한참 루이스를 바라보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알겠어요.”어쩌면 이게 박연준에게는 오히려 더 나은 일일지도 모른다.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