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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1화

나상준은 품에 안긴 차우미의 찌푸린 얼굴과 굳게 찡그린 미간에 거부와 두려움이 선명히 적힌 것을 보았다.그는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또한, 자신이 차우미에 강요해서는 안 되며,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참고 자제하여 때가 돼서야 이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그러나 더는 참을 수 없었다.술에 취한 차우미의 모습을 보며 마치 철통 장벽에 갑자기 틈이 생겨 잠시라도 침입할 수 있게 된 것 같다.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나상준은 원래 그냥 얼굴만 만지고 싶었었다.하지만, 차우미를 만지는 순간, 그의 이성적인 모습이 전부 사라지고 말았다.더는 마음을 억누르지 않고, 다른 걱정하지 않고 차우미를 가지고 싶었다. 그녀를 가지고 다른 사람이 빼앗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키스는 점점 깊어져 가고 뜨거워졌으며 호흡도 곤란했다. 나상준의 손끝에 차우미의 머리카락이 만져지면서 하마터면 부러질 것 같은 가느다란 허리를 감쌌다. 그는 힘 조절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취해 차우미를 끊임없이 품속으로 끌어안고, 입술도 빈틈없이 들이박혔다.통제할 수 없었다.나상준이 차우미를 만지는 순간, 그는 더는 자신이 아니었다.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갖고 싶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의 절제 없는 키스에 괴로웠다. 거절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도망치려고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다.어쩌지도 못하는 상황이 무서웠고, 두려웠다.한 남자가 작정하고 여자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할 때, 여성은 정말 무기력해지고 도망갈 방법이 없다.입술은 나상준에게 뺏기고, 숨도 쉬지 못하며 우물 속에 빠져나갈 수 없었다.나상준이 마음먹는 순간, 차우미의 모든 것은 더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 나상준의 것이 되었다.손으로 나상준을 잡고 밀어도 소용이 조금도 없는 게, 마치 개미가 나무를 흔드는 것처럼 가망이 전혀 없다.차우미는 포기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나상준을 밀어 붙었다. 그러나 호흡곤란이 오면서 숨쉬기 점점 어려워지고 힘이 가누지 못해 얼굴도 빨갛게 붉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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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차우미는 꿈을 거의 꾸지 않지만, 이날만은 꿈을 꾸었다.몹시 나쁜 꿈이었다.꿈속에서 무엇에 쫓겨 끊임없이 뛰어다녔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위험하다고 느껴서 조금도 쉬지 않고 앞으로 뛰어갔다.차우미는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이 조여진 것처럼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입술만 벌린 채 피곤한 줄 모르고 앞으로 달려갔다.아무리 뛰어도 좀처럼 위험을 벗어날 수 없었다.그녀는 당황하고 두려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그렇게 알람이 울릴 때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따르릉... 따르릉...알람 소리가 반복하며 들려오면서 차우미를 악몽 속에서 깨웠다.차우미는 눈살을 찌푸리고 어렴풋이 눈을 떴다.눈에 들어온 것은 희미한 빛과 가구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두꺼운 커튼 사이에 은은하게 스며들어온 빛이 차우미를 깨웠다.다만 숙취 때문에 잠에서 깬 그녀는 속이 울렁거렸다.머리도 무겁고 어지럽고 몸도 평소 같지 않았다.차우미는 눈살을 찌푸리고 눈을 감아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눈을 감으면서 수많은 기억이 떠오르면서 차우미는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고 침대를 짚고 일어나 앉았다.어젯밤 업무가 끝나고, 모두와 함께 호텔을 떠나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했는데, 같이 간 사람은 나상준과 하성우였다.레스토랑에 도착한 후, 그녀는 평소와 같이 식사했는데, 갑자기 하성우가 와서 차우미에 술을 권하러 와서 어쩔 수 없이 마우타이주 세 잔을 마시게 됐다.여기까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잔을 마시려고 할 때 나상준이 나타나 그녀를 막았던 것까지 기억한다.그녀는 나상준이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셨다.그러나 세 번째 술을 마시면서부터 그 뒤의 기억이 사라졌다.그렇다. 필름이 끊겼다.그 뒤의 기억은 마치 누군가가 삭제한 것처럼 하얗게 까먹었다. 그 뒤의 일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차우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침대에 기대어 어지러운 머리를 감싸 쥐고 어젯밤 술 마신 기억을 곰곰이 떠올렸지만,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아무것도 없다.그녀는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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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차우미는 항상 긴 옷과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밤에 잘 때도 항상 잠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반바지나 짧은 치마는 거의 입지 않았다.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익숙한 바지가 아닌 자신의 날씬한 종아리를 보았다.아니, 뭔가로 덮인 날씬한 종아리가 눈에 보였다.종아리를 덮고 있는 물건은 바로 목욕 가운이었다.그래, 바로 목욕 가운.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종아리를 덮고 있는 목욕가운은 살랑살랑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거렸다.흔들거리는 가운을 보자 차우미는 온몸이 굳어져 반응조차 없어졌다.문뜩, 그녀는 자신의 마음 한편이 차가워진 것을 느꼈다.마치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난 것 같아 그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그러나 그런 느낌은 몇 초 동안만 지속되었고, 차우미의 머릿속 생각이 차츰 정리가 되자 그녀는 긴장이 풀렸다.그녀는 자신의 옷차림을 보았다. 어제의 셔츠와 청바지가 아닌 목욕 가운.그리고 목욕 가운 안에는 딱 달라붙는 반바지만 있는 것 같았다.어젯밤에 토했을까? 아니면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렸을까?그리고 나상준이 누군가를 부탁해 나를 도와 옷을 갈아입히고 돌봐달라고 부탁했을까?생각하는 도중, 차우미는 손을 들어 자신의 소매와 팔, 그리고 이불 냄새를 맡았다.알코올 냄새 대신 은은한 샤워 젤 향이 그녀의 코끝에 닿았다.그녀는 분명히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았다.이 순간 차우미는 확신 했다. 자신이 어젯밤 나상준에게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그녀는 어젯밤 술을 마시고 자신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요 자신이 어떤 모양새를 하고 있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된 자신을 보아하니 나상준을 괴롭힌 건 사실인 것 같았다.차우미는 다시는 술을 마실 수 없을 것 같았다.남한테 폐를 끼치는 건 물론, 나쁜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말할 것도 없었다.나상준은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심한 사람이며, 사람들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진지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다.어젯밤에는 그가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아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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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해가 빨리 나오는 무더운 여름, 이른 새벽이지만 7시쯤이면 해는 항상 하늘 높이 떠오르고 있었다.회성 전체에 따뜻한 햇살이 뿌려지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조용한 도시를 찾아올 때쯤, 조용한 도시에는 점차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순간, 거실.햇빛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지는 두꺼운 유리를 통해 온 거실을 비췄다. 거실의 모든 것은 태양 아래 있는 대지, 산 그리고 강처럼 눈부시게 그리고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소파에 앉아 있는 저 남자도 포함하고 있었다.다리를 꼬고 앉아 마디가 분명한 손으로 신문을 잡고 있는 남자, 조용하게 신문을 넘기는 동시, 테이블 위에 끓인 차 한 잔에서 진하고도 은은한 향기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향기와 더불어 진 하얀 김은 공기의 은유를 따라 방안을 누비고 있었다.차우미는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바라보며 무아지경에 빠졌다.맞다. 그녀는 무아지경에 빠졌다.무아지경에 빠진 그녀는 그들이 아직 헤어지지 않았던 몇 달 전으로 돌아갔다. 당시의 그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거실 소파에 앉아 조간신문을 읽고 있었고 차 한 잔을 끓여 자신의 앞에 두고 있었다.그리고 그녀는 주방에서 질서 있게 아침 식사를 만들고 있었다.그들은 각자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그들은 한 지붕 아래 사는 부부로, 굳이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3년 동안 갈등이나 얼굴이 빨개지는 일 없이 부부로 지내고 있었다.서로에 대한 존중, 그것이 바로 이 모든 것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이었다.이혼한 지 하루 만에 이런 장면이 자신의 눈앞에 펼쳐질지 그녀는 예상하지 못했다.마치 부부로 지내던 그때처럼 변한 것은 없었다.차우미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속눈썹이 움직이며 그녀는 시선을 거두어 고개를 숙인 채 걸음을 옮겼다.나상준은 조간신문을 보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여느 때처럼 평범한 뉴스를 향해 같이 움직였고,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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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드레스는 헐렁한 모양새고 소매와 밑단은 매우 넓게 제작되었지만, 허리는 매우 잘 조여져 있었다.차우미 허리는 매우 얇았고 군살이 없었다. 평소에 그녀는 느슨하게 입는 것을 즐겼고 노출은 흔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그녀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그녀의 얇은 허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말랑해 보이면서도 얇은 그녀의 허리는 품 안에 안기 딱 좋았다.나상준은 미동도 없이 한참 동안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차우미가 문 쪽으로 걸어가 문고리를 잡자, 그가 입을 열었다.“준비가 되면 아침 먹으러 가자.”그렇게 말한 뒤 그는 시선을 거두며 신문을 덮었다. 그리고 커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옆에 있던 휴대전화를 들고 차우미를 향해 걸어갔다.차우미의 손은 손잡이에서 떨어졌다. 문을 열려고 하자 뒤쪽에서 나성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차우미의 움직임이 멈추더니 놀란 표정으로 나상준을 바라보았다.아침을 먹으러 가자고?함께 아침을 먹고 나예은에게 줄 선물을 사려고 그러는 건가?이제야 차우미는 어젯밤 나상준에게 언제 시간이 되냐고 물어본 사실을 기억해 냈다. 어젯밤의 물음에 나상준이 현재 답한 것이었다.오늘 밤, 내일.오늘 밤은 오늘 밤이 아닌 어젯밤이었다.하지만 어젯밤에는 술에 취해있으니,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모든 것을 생각해 낸 차우미는 순간 표정이 돌변했다. 그녀는 매우 진지해졌고 심지어 엄숙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더 이상 시간을 지연할 수 없었다.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부족했고, 어젯밤의 지연으로 인해 오늘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그리고 오늘 그는 아침 일찍 소파에 앉아 조간신문을 읽으며 분명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생각에 잠긴 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둘은 함께 아침 식사를 하러 갔고, 그녀는 전에 쇼핑몰에서 본 것들과 나예은이 좋아할 만한 것들에 대해 대략 이야기한 다음, 오전에 일이 끝나면 점심쯤에, 쇼핑몰에 가서 나예은의 선물을 사려고 하였다.오늘의 작업은 마지막 총결이었다. 오전의 일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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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차우미는 나상준의 대답을 듣지 못한 채 눈만 끔벅이며 그를 바라보았다.그의 얼굴은 이전과 변함이 없었다.그는 분명히 그녀가 말하는 것을 들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차우미의 입술은 뭔가 더 말하고 싶은 듯 움직였지만 결국 입술을 다물었다.그는 들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분명히 자신의 고려와 의도를 가지고 있었으니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었다.차우미는 시선을 거두어 나상준을 바라보는 것을 멈추고 그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그리고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나상준은 32층을 눌렀다.32 층을 누른 후 그는 다시 누르지 않았다.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른 한 손은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고, 눈은 앞을 보고 있었으며, 다시 버튼을 누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차우미는 그것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렇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엘리베이터가 딸깍 소리를 내며 32층에 멈출 때까지 분위기는 쥐 죽은 듯 아주 조용하였다.문이 열리자, 차우미는 곧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나상준도 엘리베이터를 나와 차우미 옆을 걸었다.차우미는 옆에 있는 나상준을 보고는 발걸음을 멈췄다.그녀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뭔 일 있어?”뭔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아니면 왜 그녀랑 같이 32층에서 내리는 걸까?이때 나상준은 눈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아침밥 함께 먹자.”차우미는 순간 얼어붙었다.함께.같이 아침밥을 먹는 건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원래도 그녀는 그와 함께 아침을 먹으며 이야기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상한 건, 그녀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하는 이 흔한 한마디에 차우미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나상준은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았고,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하지만 그는 이런 한마디를 내뱉었다.직설적이고 정직하며 무언가 분명해 보이는 한마디였다.순간 차우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의혹, 불확신하면 그리고 믿기지 않는듯한 눈빛으로 나상준을 바라보았다.나상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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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차우미가 입은 셔츠는 깃이 있는 것이다.단추를 다 잠가 목과 쇠골 쪽을 다 가려 빨개진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하지만 나상준은 알기라도 하듯이 시선은 그 부분에 고정됐다.셔츠로 가려도 뚫고 보는 듯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자신의 목이 빨개진 부분을 보는 것을 보고 부자연스럽게 그 부분을 만지작했다.“아직도 알려?”이 말을 듣고 나상준은 고개를 들고 차우미의 얼굴을 봤다.이상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의혹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차우미가 말했다.“잠시만, 나 다시 보고 올게.”그렇게 말하고 화장실에 가서 목을 다시 봤다.옷깃은 아주 정갈했고 목까지 꽁꽁 싸여있어 쇠골 쪽은 더 보이지도 않았다.차우미가 세면대 앞에서 고개를 기웃해 왼쪽 목을 보니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일부러 고개를 기웃해 보니 보일락 말락 했다.머리를 묶은 게 제일 큰 원인이다. 머리를 묶지 않으면 고개를 기웃해도 보이지 않는다.차우미가 옷깃을 정리하고 될 수 있는 한 고개를 기웃해도 보이지 않게 하려 했다.머리를 묶는 게 습관이 되어 묶지 않으면 일을 하는 데 영향을 준다. 이 옷은 차우미의 옷 중에 목이 제일 긴 옷이고 지금은 겨울도 아닌 여름이라 목폴라를 입는 건 오버다.지금 옷을 또 찾는 건 불가능하니 그저 이럴 수밖에 없었다.차우미의 목만 뚫어져라 쳐다볼 사람도 없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하고 차우미는 화장실을 나갔다.몸을 돌려 나가려고 한 순간 차우미는 깜짝 놀랐다.나상준이 문 앞에 딱 서서 문에 기대고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서서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 모습에 차우미는 깜짝 놀랐다.차우미는 나성준이 따라올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심지어 문 옆에 서서 오랫동안 보고 있은 듯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전에 비해 행동하는 게 달라져 사람이 바뀐 것 같았다.하지만 눈빛을 보면 다른 변화를 보아낼 수 없었다.“목이 불편해?”나상준은 셔츠에 꽁꽁 싸인 목과 쇠골을 보고는 차우미의 얼굴을 봤다.말투는 물어보는게 아니라 그저 하는 말 같았다.그저 평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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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차우미는 기다리며 시선은 나상준에게 꽂혀있었다. 나상준은 접시를 들고 조식을 담고 있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이러는 모습을 처음 봤다. 이런 걸 하는 걸 본 기억이 없었고 항상 일을 하는 모습만 봤었다.나상준의 몸에는 평범한 사람의 생활적인 느낌이나 이성 간의 감정이 아니라 높은 자리에서 오랫동안 리더를 해 다가가기 어려운 모습이었다.하지만 지금 파일을 들던 손으로 접시를 들고 그 마디마디 분명한 손가락으로 조식을 짚고 있으며 하지 않던 일을 아주 자연스레 하고 있었다.하지만 차우미가 보기에는 진실적이지 않았다.이 순간 나상준이 아니라 다른 사람 같았다.나상준은 회성에 온 시간 동안 차우미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대충 알아 접시에는 차우미가 좋아하는 죽과 반찬 그리고 계란이 있었다.하지만 나상준은 차우미와 달랐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오는 모습을 보고 일어나서 접시를 가졌다.하지만 나상준이 거절했다.나상준이 접시를 차우미의 앞에 놓고 자신의 것을 놨다.차우미는 그 자리에 서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눈앞에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놓인 조식을 보며 나상준이 오늘 너무 친절하다는 생각을 했다.마치 부부 사이에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아내에게 너무 잘해주는 느낌을 받았다.너무 잘해주면 아내는 경각심을 높이게 된다.지금은 아직 부부가 아니지만 이런 느낌이 강렬해 차우미는 경각심을 높이게 된다.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나상준의 평온한 표정을 보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마워.”차우미가 앉아 젓가락을 들고 조식을 먹기 시작했다.나상준 아무런 대답 없이 물티슈로 손을 닦고 차우미의 조식에 있는 계란을 가져다가 껍질을 발라주고 자기가 먹을 계란껍질을 발랐다.차우미는 많이 놀랐다.나상준의 아무 변화 없는 표정을 보며 물었다.“상준 씨, 오늘 뭐 할 말 있어?”그래.무슨 일이 있는 것이다.아니면 이런 사소한 일을 할리가 없다.나상준은 멈칫하다가 계속 계란 껍질을 발랐다.“무슨 일이 있겠어?”나상준의 눈에는 무언가를 담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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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나상준이 점심과 저녁에 시간이 있을 거 같았지만 나상준이 먼저 말하는 거보다 자신이 먼저 물어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나상준은 조식을 먹으며 차우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말을 하지 않다가 입을 열었다.“시간 돼.”이 말을 듣고 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잘됐네, 점심하고 저녁에 예은이 선물 사러 가자.”나상준의 대답에 차우미는 속이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나상준이 시간이 없어 회성에 오래 있을까 봐 걱정이 됐었다.그건 차우미가 바라는 게 아니다.지금 다 순리롭게 흘러가고 있었다.나상준의 대답에 차우미는 다른 생각 없이 마음 놓고 조식을 먹었다.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조용하게 조식을 먹고 치우미는 룸으로 돌아갔고 나상준은 따라가지 않았다.나상준도 할 일이 있고 시간도 이미 정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다 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차우미는 펜과 자료를 가지고 회의실로 갔다.마지막 날이니 잘 마무리하고 싶었다.순식간에 오전이 지났다.모두 회의실에서 나가고 차우미는 하종원에게 점심에 일이 있다고 하고 점심을 같이 먹을 수 없다고 했다.하종원은 허허 웃으며 차우미보고 일 보러 가라고 했다.오후에 길어 두 시간 정도면 회성에서의 업무를 끝낼수 있을 것 같았다.하종원은 이미 하성우에게 내일부터 사람들을 데리고 회성에서 재밌게 놀게 하고 안평시에 돌아가게 하라고 당부했다.특별히 하성우에게 꼭 차우미와 나성준을 데리고 재밌게 놀라고 신신당부를 했다.지금 차우미더러 가보라고 한 건 나상준이 회성에 온 것이 차우미를 위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부부 사이에 정상적인 일이다.특히 점심에 같이 점심을 먹는 것도 하종원은 이해한다.다른 사람들은 호텔에서 나가 점심을 먹고 차우미는 위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이때 차우미는 읽지 않은 메시지나 부재중 전화가 있는지 봤다. 읽지 않은 메시지 하나가 있었다.나상준이 보내온 것이었다.차우미가 그 메시지를 눌렀다.나상준: [일 끝나면 올라와.]짧은 문자에 차우미는 흠칫하고는 메시지를 보낸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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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나상준이 핸드폰을 테이블에 놓고 말했다.“점심 먹고 나가자.”차우미는 흠칫하다가 거실 왼쪽에 있는 식탁을 봤다.식탁 위에는 풍성한 점심이 놓여 있었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이걸 보고 차우미는 의외라고 느껴졌다.하지만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차우미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래.”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나예은의 선물을 고르러 가면 밖에서 점심을 먹지 않아도 되니 중간에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아주 좋은 것 같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이렇게까지 생각해 줄거라고 생각지 못했다.차우미는 다른 말을 하지 않고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식탁 앞에 앉았다.나상준는 다른 말 없이 차우미와 같이 식탁에 앉아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줬다.음식을 집어주는 일은 이미 많이 해 봐 다른 사람이 있어도 그렇게 할 것이다.차우미는 다른 사람이 없으니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하지만 며칠 남지 않았으니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며칠 지나면 필요 없게 된다.이렇게 생각하니 차우미의 마음이 가벼워졌다.회성에서의 일이 끝나니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이건 차우미가 바라던 것이다.안정하기 때문이다.나상준은 차우미의 가벼운 마음이 느껴졌다. 차우미가 나상준을 멀리하는 것도 사라진 듯 했다.차우미의 마음에 어느 정도의 자리는 있는 듯 했다.나상준은 마음을 놓고 점심을 먹고 있는 차우미를 보며 말했다.“뭐가 그렇게 기뻐?”차우미가 머리를 들고 말했다.“뭐라고?”나상준은 버섯을 집어주고 차우미의 한결 편안해진 표정을 보며 말했다.“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차우미는 아까 나상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두 번째 물음에 이해했다.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회성에서의 일이 드디어 끝났으니 시름을 놓을 수 있게 된 거지.”이 말을 듣고 나상준은 말을 하지 않았다.일이 끝나서 기쁜 게 아니라 자신을 멀리할 수 있어서 기쁜 것이기 때문이다.이 순간 나상준 주변에 공기가 무거워 났다.차우미는 나상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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