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미는 항상 긴 옷과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밤에 잘 때도 항상 잠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반바지나 짧은 치마는 거의 입지 않았다.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익숙한 바지가 아닌 자신의 날씬한 종아리를 보았다.아니, 뭔가로 덮인 날씬한 종아리가 눈에 보였다.종아리를 덮고 있는 물건은 바로 목욕 가운이었다.그래, 바로 목욕 가운.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종아리를 덮고 있는 목욕가운은 살랑살랑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거렸다.흔들거리는 가운을 보자 차우미는 온몸이 굳어져 반응조차 없어졌다.문뜩, 그녀는 자신의 마음 한편이 차가워진 것을 느꼈다.마치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난 것 같아 그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그러나 그런 느낌은 몇 초 동안만 지속되었고, 차우미의 머릿속 생각이 차츰 정리가 되자 그녀는 긴장이 풀렸다.그녀는 자신의 옷차림을 보았다. 어제의 셔츠와 청바지가 아닌 목욕 가운.그리고 목욕 가운 안에는 딱 달라붙는 반바지만 있는 것 같았다.어젯밤에 토했을까? 아니면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렸을까?그리고 나상준이 누군가를 부탁해 나를 도와 옷을 갈아입히고 돌봐달라고 부탁했을까?생각하는 도중, 차우미는 손을 들어 자신의 소매와 팔, 그리고 이불 냄새를 맡았다.알코올 냄새 대신 은은한 샤워 젤 향이 그녀의 코끝에 닿았다.그녀는 분명히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았다.이 순간 차우미는 확신 했다. 자신이 어젯밤 나상준에게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그녀는 어젯밤 술을 마시고 자신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요 자신이 어떤 모양새를 하고 있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된 자신을 보아하니 나상준을 괴롭힌 건 사실인 것 같았다.차우미는 다시는 술을 마실 수 없을 것 같았다.남한테 폐를 끼치는 건 물론, 나쁜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말할 것도 없었다.나상준은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심한 사람이며, 사람들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진지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다.어젯밤에는 그가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아무 일
해가 빨리 나오는 무더운 여름, 이른 새벽이지만 7시쯤이면 해는 항상 하늘 높이 떠오르고 있었다.회성 전체에 따뜻한 햇살이 뿌려지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조용한 도시를 찾아올 때쯤, 조용한 도시에는 점차 사람의 인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그리고 그 순간, 거실.햇빛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지는 두꺼운 유리를 통해 온 거실을 비췄다. 거실의 모든 것은 태양 아래 있는 대지, 산 그리고 강처럼 눈부시게 그리고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소파에 앉아 있는 저 남자도 포함하고 있었다.다리를 꼬고 앉아 마디가 분명한 손으로 신문을 잡고 있는 남자, 조용하게 신문을 넘기는 동시, 테이블 위에 끓인 차 한 잔에서 진하고도 은은한 향기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향기와 더불어 진 하얀 김은 공기의 은유를 따라 방안을 누비고 있었다.차우미는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을 바라보며 무아지경에 빠졌다.맞다. 그녀는 무아지경에 빠졌다.무아지경에 빠진 그녀는 그들이 아직 헤어지지 않았던 몇 달 전으로 돌아갔다. 당시의 그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거실 소파에 앉아 조간신문을 읽고 있었고 차 한 잔을 끓여 자신의 앞에 두고 있었다.그리고 그녀는 주방에서 질서 있게 아침 식사를 만들고 있었다.그들은 각자 자기 일을 하고 있었다.그들은 한 지붕 아래 사는 부부로, 굳이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아도 상대방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3년 동안 갈등이나 얼굴이 빨개지는 일 없이 부부로 지내고 있었다.서로에 대한 존중, 그것이 바로 이 모든 것을 유지할 수 있는 핵심이었다.이혼한 지 하루 만에 이런 장면이 자신의 눈앞에 펼쳐질지 그녀는 예상하지 못했다.마치 부부로 지내던 그때처럼 변한 것은 없었다.차우미는 한참을 멍하니 서 있었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서야 속눈썹이 움직이며 그녀는 시선을 거두어 고개를 숙인 채 걸음을 옮겼다.나상준은 조간신문을 보고 있었다. 서두르지 않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신문을 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여느 때처럼 평범한 뉴스를 향해 같이 움직였고, 그
드레스는 헐렁한 모양새고 소매와 밑단은 매우 넓게 제작되었지만, 허리는 매우 잘 조여져 있었다.차우미 허리는 매우 얇았고 군살이 없었다. 평소에 그녀는 느슨하게 입는 것을 즐겼고 노출은 흔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 그녀가 입고 있는 드레스는 그녀의 얇은 허리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말랑해 보이면서도 얇은 그녀의 허리는 품 안에 안기 딱 좋았다.나상준은 미동도 없이 한참 동안 그녀의 가느다란 허리를 바라보았다.그러나 차우미가 문 쪽으로 걸어가 문고리를 잡자, 그가 입을 열었다.“준비가 되면 아침 먹으러 가자.”그렇게 말한 뒤 그는 시선을 거두며 신문을 덮었다. 그리고 커피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뒤 옆에 있던 휴대전화를 들고 차우미를 향해 걸어갔다.차우미의 손은 손잡이에서 떨어졌다. 문을 열려고 하자 뒤쪽에서 나성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차우미의 움직임이 멈추더니 놀란 표정으로 나상준을 바라보았다.아침을 먹으러 가자고?함께 아침을 먹고 나예은에게 줄 선물을 사려고 그러는 건가?이제야 차우미는 어젯밤 나상준에게 언제 시간이 되냐고 물어본 사실을 기억해 냈다. 어젯밤의 물음에 나상준이 현재 답한 것이었다.오늘 밤, 내일.오늘 밤은 오늘 밤이 아닌 어젯밤이었다.하지만 어젯밤에는 술에 취해있으니, 약속을 지킬 수 없었다.모든 것을 생각해 낸 차우미는 순간 표정이 돌변했다. 그녀는 매우 진지해졌고 심지어 엄숙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더 이상 시간을 지연할 수 없었다.그녀에게 주어진 시간은 부족했고, 어젯밤의 지연으로 인해 오늘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그리고 오늘 그는 아침 일찍 소파에 앉아 조간신문을 읽으며 분명히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생각에 잠긴 차우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둘은 함께 아침 식사를 하러 갔고, 그녀는 전에 쇼핑몰에서 본 것들과 나예은이 좋아할 만한 것들에 대해 대략 이야기한 다음, 오전에 일이 끝나면 점심쯤에, 쇼핑몰에 가서 나예은의 선물을 사려고 하였다.오늘의 작업은 마지막 총결이었다. 오전의 일과를
차우미는 나상준의 대답을 듣지 못한 채 눈만 끔벅이며 그를 바라보았다.그의 얼굴은 이전과 변함이 없었다.그는 분명히 그녀가 말하는 것을 들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차우미의 입술은 뭔가 더 말하고 싶은 듯 움직였지만 결국 입술을 다물었다.그는 들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분명히 자신의 고려와 의도를 가지고 있었으니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었다.차우미는 시선을 거두어 나상준을 바라보는 것을 멈추고 그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랐다.그리고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나상준은 32층을 눌렀다.32 층을 누른 후 그는 다시 누르지 않았다. 한 손은 주머니에 넣고 다른 한 손은 휴대전화를 들고 있었고, 눈은 앞을 보고 있었으며, 다시 버튼을 누를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차우미는 그것을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렇게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엘리베이터가 딸깍 소리를 내며 32층에 멈출 때까지 분위기는 쥐 죽은 듯 아주 조용하였다.문이 열리자, 차우미는 곧장 밖으로 걸어 나갔다.나상준도 엘리베이터를 나와 차우미 옆을 걸었다.차우미는 옆에 있는 나상준을 보고는 발걸음을 멈췄다.그녀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물었다.“너, 뭔 일 있어?”뭔 일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아니면 왜 그녀랑 같이 32층에서 내리는 걸까?이때 나상준은 눈을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아침밥 함께 먹자.”차우미는 순간 얼어붙었다.함께.같이 아침밥을 먹는 건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원래도 그녀는 그와 함께 아침을 먹으며 이야기하려 하였다. 그러나 이상한 건, 그녀의 깊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하는 이 흔한 한마디에 차우미는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나상준은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았고,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말이었다.하지만 그는 이런 한마디를 내뱉었다.직설적이고 정직하며 무언가 분명해 보이는 한마디였다.순간 차우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의혹, 불확신하면 그리고 믿기지 않는듯한 눈빛으로 나상준을 바라보았다.나상준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너와
차우미가 입은 셔츠는 깃이 있는 것이다.단추를 다 잠가 목과 쇠골 쪽을 다 가려 빨개진 부분은 보이지 않는다.하지만 나상준은 알기라도 하듯이 시선은 그 부분에 고정됐다.셔츠로 가려도 뚫고 보는 듯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자신의 목이 빨개진 부분을 보는 것을 보고 부자연스럽게 그 부분을 만지작했다.“아직도 알려?”이 말을 듣고 나상준은 고개를 들고 차우미의 얼굴을 봤다.이상하거나 부끄러워하는 게 아니라 의혹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차우미가 말했다.“잠시만, 나 다시 보고 올게.”그렇게 말하고 화장실에 가서 목을 다시 봤다.옷깃은 아주 정갈했고 목까지 꽁꽁 싸여있어 쇠골 쪽은 더 보이지도 않았다.차우미가 세면대 앞에서 고개를 기웃해 왼쪽 목을 보니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일부러 고개를 기웃해 보니 보일락 말락 했다.머리를 묶은 게 제일 큰 원인이다. 머리를 묶지 않으면 고개를 기웃해도 보이지 않는다.차우미가 옷깃을 정리하고 될 수 있는 한 고개를 기웃해도 보이지 않게 하려 했다.머리를 묶는 게 습관이 되어 묶지 않으면 일을 하는 데 영향을 준다. 이 옷은 차우미의 옷 중에 목이 제일 긴 옷이고 지금은 겨울도 아닌 여름이라 목폴라를 입는 건 오버다.지금 옷을 또 찾는 건 불가능하니 그저 이럴 수밖에 없었다.차우미의 목만 뚫어져라 쳐다볼 사람도 없을 것이다.이렇게 생각하고 차우미는 화장실을 나갔다.몸을 돌려 나가려고 한 순간 차우미는 깜짝 놀랐다.나상준이 문 앞에 딱 서서 문에 기대고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서서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었다.이 모습에 차우미는 깜짝 놀랐다.차우미는 나성준이 따라올 거라고 생각지 못했다. 심지어 문 옆에 서서 오랫동안 보고 있은 듯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전에 비해 행동하는 게 달라져 사람이 바뀐 것 같았다.하지만 눈빛을 보면 다른 변화를 보아낼 수 없었다.“목이 불편해?”나상준은 셔츠에 꽁꽁 싸인 목과 쇠골을 보고는 차우미의 얼굴을 봤다.말투는 물어보는게 아니라 그저 하는 말 같았다.그저 평범
차우미는 기다리며 시선은 나상준에게 꽂혀있었다. 나상준은 접시를 들고 조식을 담고 있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이러는 모습을 처음 봤다. 이런 걸 하는 걸 본 기억이 없었고 항상 일을 하는 모습만 봤었다.나상준의 몸에는 평범한 사람의 생활적인 느낌이나 이성 간의 감정이 아니라 높은 자리에서 오랫동안 리더를 해 다가가기 어려운 모습이었다.하지만 지금 파일을 들던 손으로 접시를 들고 그 마디마디 분명한 손가락으로 조식을 짚고 있으며 하지 않던 일을 아주 자연스레 하고 있었다.하지만 차우미가 보기에는 진실적이지 않았다.이 순간 나상준이 아니라 다른 사람 같았다.나상준은 회성에 온 시간 동안 차우미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대충 알아 접시에는 차우미가 좋아하는 죽과 반찬 그리고 계란이 있었다.하지만 나상준은 차우미와 달랐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오는 모습을 보고 일어나서 접시를 가졌다.하지만 나상준이 거절했다.나상준이 접시를 차우미의 앞에 놓고 자신의 것을 놨다.차우미는 그 자리에 서서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눈앞에 손가락 하나 까딱 안 하고 놓인 조식을 보며 나상준이 오늘 너무 친절하다는 생각을 했다.마치 부부 사이에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아내에게 너무 잘해주는 느낌을 받았다.너무 잘해주면 아내는 경각심을 높이게 된다.지금은 아직 부부가 아니지만 이런 느낌이 강렬해 차우미는 경각심을 높이게 된다.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나상준의 평온한 표정을 보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고마워.”차우미가 앉아 젓가락을 들고 조식을 먹기 시작했다.나상준 아무런 대답 없이 물티슈로 손을 닦고 차우미의 조식에 있는 계란을 가져다가 껍질을 발라주고 자기가 먹을 계란껍질을 발랐다.차우미는 많이 놀랐다.나상준의 아무 변화 없는 표정을 보며 물었다.“상준 씨, 오늘 뭐 할 말 있어?”그래.무슨 일이 있는 것이다.아니면 이런 사소한 일을 할리가 없다.나상준은 멈칫하다가 계속 계란 껍질을 발랐다.“무슨 일이 있겠어?”나상준의 눈에는 무언가를 담고 있는
나상준이 점심과 저녁에 시간이 있을 거 같았지만 나상준이 먼저 말하는 거보다 자신이 먼저 물어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나상준은 조식을 먹으며 차우미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말을 하지 않다가 입을 열었다.“시간 돼.”이 말을 듣고 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잘됐네, 점심하고 저녁에 예은이 선물 사러 가자.”나상준의 대답에 차우미는 속이 내려가는 느낌을 받았다.나상준이 시간이 없어 회성에 오래 있을까 봐 걱정이 됐었다.그건 차우미가 바라는 게 아니다.지금 다 순리롭게 흘러가고 있었다.나상준의 대답에 차우미는 다른 생각 없이 마음 놓고 조식을 먹었다.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조용하게 조식을 먹고 치우미는 룸으로 돌아갔고 나상준은 따라가지 않았다.나상준도 할 일이 있고 시간도 이미 정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다 정상적으로 흘러가고 있었고 차우미는 펜과 자료를 가지고 회의실로 갔다.마지막 날이니 잘 마무리하고 싶었다.순식간에 오전이 지났다.모두 회의실에서 나가고 차우미는 하종원에게 점심에 일이 있다고 하고 점심을 같이 먹을 수 없다고 했다.하종원은 허허 웃으며 차우미보고 일 보러 가라고 했다.오후에 길어 두 시간 정도면 회성에서의 업무를 끝낼수 있을 것 같았다.하종원은 이미 하성우에게 내일부터 사람들을 데리고 회성에서 재밌게 놀게 하고 안평시에 돌아가게 하라고 당부했다.특별히 하성우에게 꼭 차우미와 나성준을 데리고 재밌게 놀라고 신신당부를 했다.지금 차우미더러 가보라고 한 건 나상준이 회성에 온 것이 차우미를 위한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부부 사이에 정상적인 일이다.특히 점심에 같이 점심을 먹는 것도 하종원은 이해한다.다른 사람들은 호텔에서 나가 점심을 먹고 차우미는 위층으로 올라가야 했다. 이때 차우미는 읽지 않은 메시지나 부재중 전화가 있는지 봤다. 읽지 않은 메시지 하나가 있었다.나상준이 보내온 것이었다.차우미가 그 메시지를 눌렀다.나상준: [일 끝나면 올라와.]짧은 문자에 차우미는 흠칫하고는 메시지를 보낸 시
나상준이 핸드폰을 테이블에 놓고 말했다.“점심 먹고 나가자.”차우미는 흠칫하다가 거실 왼쪽에 있는 식탁을 봤다.식탁 위에는 풍성한 점심이 놓여 있었는데 김이 모락모락 나고 있었다.이걸 보고 차우미는 의외라고 느껴졌다.하지만 무언가 생각이 났는지 차우미는 웃으며 대답했다.“그래.”호텔에서 점심을 먹고 나예은의 선물을 고르러 가면 밖에서 점심을 먹지 않아도 되니 중간에 시간을 많이 절약할 수 있다.아주 좋은 것 같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이렇게까지 생각해 줄거라고 생각지 못했다.차우미는 다른 말을 하지 않고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고 식탁 앞에 앉았다.나상준는 다른 말 없이 차우미와 같이 식탁에 앉아 젓가락으로 음식을 집어줬다.음식을 집어주는 일은 이미 많이 해 봐 다른 사람이 있어도 그렇게 할 것이다.차우미는 다른 사람이 없으니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하지만 며칠 남지 않았으니 마음속에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며칠 지나면 필요 없게 된다.이렇게 생각하니 차우미의 마음이 가벼워졌다.회성에서의 일이 끝나니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 같았다.이건 차우미가 바라던 것이다.안정하기 때문이다.나상준은 차우미의 가벼운 마음이 느껴졌다. 차우미가 나상준을 멀리하는 것도 사라진 듯 했다.차우미의 마음에 어느 정도의 자리는 있는 듯 했다.나상준은 마음을 놓고 점심을 먹고 있는 차우미를 보며 말했다.“뭐가 그렇게 기뻐?”차우미가 머리를 들고 말했다.“뭐라고?”나상준은 버섯을 집어주고 차우미의 한결 편안해진 표정을 보며 말했다.“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차우미는 아까 나상준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두 번째 물음에 이해했다.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좋은 일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회성에서의 일이 드디어 끝났으니 시름을 놓을 수 있게 된 거지.”이 말을 듣고 나상준은 말을 하지 않았다.일이 끝나서 기쁜 게 아니라 자신을 멀리할 수 있어서 기쁜 것이기 때문이다.이 순간 나상준 주변에 공기가 무거워 났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