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모든 챕터: 챕터 661 - 챕터 670

734 챕터

제661화

차우미는 그 여인이 잡은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서너 살짜리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였다.둘은 아주 완벽히 닮았고, 동그란 얼굴에 눈도 아주 컸고 귀여웠다. 아이들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다.차우미는 아이를 매우 좋아한다. 지금 그녀를 바라보는 이 두 쌍의 순수한 눈을 보고, 나예은이 생각나서 눈빛이 순식간에 부드러워졌다.눈빛이 녹을 것만 같았다.심지어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이 번지고 입꼬리가 올라가며 눈에는 부드러움이 가득하다.여인의 말을 듣고 차우미는 정신을 차리면서 자신이 길을 못 봤다고, 아이랑 상관없다고 말하려고 했다.그러나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그 여인이 마지막에 한 말 한마디가 귀에 들어왔다.남자친구...차우미와 나상준은 남자친구 여자친구 사이가 아니다.하지만, 지금 차우미와 나상준을 보면 그렇게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차우미는 잠시 멍해 있다가 나상준의 품에서 물러나 거리를 뒀다.그녀는 자연스럽게 나상준의 품에서 나와 아무런 이상함도 느끼지 않았다.“아니에요. 제가 길을 안 봐서 그런 거예요. 두 아이와는 상관없는 일이에요.”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리에 밝아야 한다.이건 서로서로 존중하는 법이다.아이들의 부모도 옳고, 차우미도 옳다.여인은 웃으며 긴장을 풀었다.“아닙니다. 아이들이 너무 빨리 달려서 제가 잘 보질 못했어요.”차우미는 부드러운 눈빛을 드러냈다.“한창 뛰어다니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나이잖아요. 부모가 항상 곁에서 돌봐줄 수도 없고.”“괜찮아요.”말을 마친 차우미는 얌전히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두 꼬마를 보고, 마음이 녹은 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란성 쌍둥이죠?”예전 같았으면 차우미는 이렇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귀여운 두 아이를 보고, 그녀는 참지 못하고 말이 많아졌다.“네. 장난꾸러기 두 명인데 임신하면서 고생 많이 했어요. 그런데 태어나서 애들을 보는 순간, 모든 고생이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어요. 특히 애
더 보기

제662화

“네.”아무런 요동도 없는 예의적인 대답이었다.그러나 나상준의 대답이 차우미를 어리둥절하게 하고는 의아해하며 나상준을 쳐다보았다.여인은 나상준의 대답에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둘이 행복하고 빨리 득남하세요.”그러고 두 아이를 보며 말했다.“재율아, 재준아. 이모 삼촌한테 인사해야지.”두 아이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몰랐지만, 엄마가 시키는 대로 했다. 작고 귀여운 두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이모, 삼촌. 안녕히 계세요.”차우미는 나상준의 갑작스러운 대답에 어리둥절했지만, 아이들의 귀여운 목소리에 정신을 차리렷다. 몸을 굽혀 두 아이에게 손을 흔들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녕.”그렇게 여인은 두 사람을 보고 웃으며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다.나상준의 시선은 두 아이에게 쏠리고, 눈빛이 매우 짙어졌다.무서울 정도였다.그의 눈동자는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차분하여 이상함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차우미는 여인이 아이들을 데리고 떠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 두 아이도 계속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고, 아주 착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다.차우미의 마음속에 아이를 갈망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그녀는 아이를 좋아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아이를 낳고 싶었다.그녀에게 있어서 매우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다.아이들은 점점 시야에서 사라졌고, 차우미의 마음속에 아이를 원하는 갈망도 억누르고 옆 사람을 돌아보았다.생각지도 못한 깊고 차가운 눈동자가 자기를 지켜보고 있었다.나상준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차우미는 그대로 멍해 있었다.“내가 손잡고 같이 가?”나상준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차우미는 눈을 부릅뜨고 있다가 그 말뜻을 깨닫고 얼굴을 붉혔다.“나... 나 핸드폰 안 볼게.”“걱정하지 마.”방금 차우미가 길을 보지 않아서 아이들과 부딪힐 뻔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확실히 차우미 때문이었다.인정해야 한다.나상준은 고개를 숙이고 잘못을 인정하는 차우미를 보는데, 마치 잘못을 저질러서 선생
더 보기

제663화

나상준의 이런 모습은 사무실에 앉아 부하들의 보고를 기다리는 사장과도 흡사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의 카리스마가 사람들을 무의식적으로 긴장하게 만든다.차우미는 긴장하지 않았지만, 나상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순간 매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상사에게 업무를 보고하는 비서처럼 잡생각도 사라졌다.“지금까지 업무를...”차우미의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방에서 천천히 퍼지며, 마치 따뜻한 봄바람처럼 주위의 차가운 공기를 녹였다.나상준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줄곧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눈매를 보고 있는데, 매우 청초하고 뚜렷하여 자세히 보면 눈썹이 짙고 연하지 않았다. 그리고 눈썹 모양도 매우 단아하여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달처럼 가까이하고 싶게 한다.눈썹에 이어 눈을 보는데 이목구비가 수려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차우미의 눈은 보통 여자들의 예쁜 형태의 눈이 아니라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형태였다.눈이 좁고 길며 눈꼬리가 약간 치켜 올라 눈을 들어 올려다볼 때, 눈빛이 맑고 서늘하여 마치 깊은 산속에 있는 샘물처럼 매우 차갑다. 그러나 차우미의 성격은 차가운 눈매와 달리 잘 웃는 사람이다. 그녀가 웃으면 주변의 차가운 기운은 다 사라지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퍼진다.나상준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서 문득 한란이라는 식물이 떠올랐다.맞다. 깊은 산속에 홀로 자라 피어나는 식물체다.남의 시선을 받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자라나서 피어난다.그녀는 누구의 보살핌이 없다고 살 수 없는 사람이 아니다. 혼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다.나상준의 시선이 그녀의 두 눈에 떨어져 있는데, 손에서 천천히 흔들고 있는 찻잔이 점점 더 느려졌다.차우미는 나상준의 시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열심히 집중해서 그동안의 업무 진행 과정, 그리고 닥친 어려움을 보고해줬다.그녀는 말하는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목소리가 크지도 않았다. 침착하고 질서정연한 목소리가 방에 퍼져 더욱 고요해진 것 같았다.유일하게 열린 창밖에
더 보기

제664화

차우미는 식사 후 디저트를 먹는 습관이 없지만, 나상준이 직접 접시에 집어줬는데 먹지 않는 게 더 문제다.차우미는 어쩔 수 없이 디저트를 천천히 음미했다.나씨 집안은 식사 중에 말하는 습관이 없고, 차우미도 말이 많은 스타일이 아니다. 나상준은 더욱 그렇다.그렇게 둘은 소리 없이 식사했다. 나상준은 차우미가 점심을 먹지 않은 것처럼 수시로 음식을 집어줬다.차우미는 처음엔 나상준이 자기가 점심 먹은 줄 몰랐다고 생각해서 음식을 집어줄 때 일부러 설명해주기도 했다.하지만 나상준의 조금만 더 먹으라는 한 마디에 차우미의 입을 닫았다.그는 전에 차우미에 반찬을 집어주었던 것처럼 계속해서 그녀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차우미는 평소에 너무 배부르게 먹지 않는다. 너무 배부르게 먹으면 불편하므로 나상준이 지금 반찬을 집어줘도 먹을 만했다.나상준도 많이 집지 않고, 적당한 양으로 준다..그래도 다 먹으면 배가 터질 것 같다.나상준은 돈을 내고 차우미와 함께 식당을 떠났다. 차우미는 휴대전화를 꺼내 시간을 보니 벌써 두 시가 넘었다.식당에서 나와 차우미는 앞서가는 사람을 보고 물었다.“이따가 바빠? 바쁘면 먼저 가서 일 봐. 나도 일하러 갈게. 언제 시간이 되면 다시 이야기하자.”나상준은 차 뒷좌석 문을 열고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저녁에.”차우미는 나상준이 저녁에 시간이 있다고 단번에 알았다.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그럼 저녁에 다시 얘기하자.”말을 마치고 차우미는 나상준이 차 문을 열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보고 잠시 멈칫하다가 결국 차에 올라탔다.그는 차 문을 열어 놓고, 몸을 한쪽으로 기울인 채 그녀가 차에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차우미가 차에 오르자 나상준도 따라 올라탔고, 차는 곧 호텔로 향했다.레스토랑은 호텔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그리고 점심시간이 지나서 십여 분 만에 호텔에 도착했다.차우미는 가방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둘은 차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나상준은 차에 오른 후 의자 등받이에 기대 눈을 
더 보기

제665화

나상준의 시간이 귀하다는 것을 알고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알지만, 밤을 새워서 일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효율적이지도 않다.차우미 역시 낮에 얘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물론 나상준이 동의하지 않으면 올라가서 그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어쨌든 회사에서는 나상준이 상사이고 차우미는 직원이다.대표님의 말을 감히 듣지 않을 수 없다.전화가 고는 중이다.차우미는 휴대전화를 들고 나상준이 전화를 받기를 기다렸다.“죄송합니다. 지금 거신 전화는 잠시 연결이 되지 않사오니 잠시 후 다시 걸어주세요...”휴대전화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인공 목소리에 차우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의아해했다.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지 않는 걸까?차우미는 생각해보고 전화를 끊었다. 그러고 옷방에 가서 외투를 입고 나와 39층으로 갔다.늦은 시간이라 호텔 안은 아주 조용했고, 긴 복도에는 차우미가 자신의 발소리가 들릴 정도로 텅 비어있었다.나상준의 방을 찾아서 문을 두드리려 했으나 문이 살짝 열려 있었고 닫혀 있지 않았다.마치 그녀를 위해 일부러 문을 열어 준 것 같았다.차우미는 잠시 멈칫하다가 문을 두드렸다.“나상준?”“...”응답이 없고 조용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바쁜지 어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 대답이 없어서 문을 열고 그냥 들어갔다.들어가자마자 거실은 평소와 같았다. 재킷은 소파에 버려져 있었고, 탁자 위에는 그의 휴대전화와 손목시계가 놓여 있었다.이를 본 차우미는 바로 알아챘다.나상준은 목욕하러 갔다.차우미는 소파에 앉아 나상준이 다 씻고 나오기를 기다렸다.그때 욕실에서 흘러내리는 물소리가 들려왔다.차우미는 창밖을 보고, 다시 휴대전화를 들어 시간을 보니 5분 안 돼서 10시였다.전화로 나상준에게 말하려고 했는데, 그가 전화를 받지 않자 올라왔다.차우미는 앉아서 마치 선생님을 기다리는 학생처럼 조용히 앞만 보고 기다렸다.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탁자 위의 휴대전화에서 띵 하는 소리가 들렸다.메시지가 왔다.차우
더 보기

제666화

나상준은 두 발짝 떨어진 차우미를 바라보며 안색을 살폈다. 특히 그녀의 맑고 청량한 두 눈을 보는데 거절이라고 또렷이 적혀 있는 듯했다.물을 따르든 업무 이야기하든 모두 거절했다.조금 전까지도 가까웠던 사람이 갑자기 멀어져 그동안 쌓은 정이 다 무너진 것 같았다.나상준은 말을 하지 않고, 눈동자도 그대로 멈춰 섰다. 그의 깊은 눈동자는 차우미를 쳐다보는데, 무의식적으로 그의 시선을 피하려고 했다.압박감이 너무 강한 눈빛이었다.차우미는 시선을 살짝 거두고는 다시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지금은 너무 늦었으니 일찍 쉬고 낮에 일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몸도 덜 상하고.”이번에는 말투가 방금보다 아주 부드러워졌다. 마치 나상준과 상의하려고 건드리지 않으려고 하는 것 같았다.나상준과 잘 소통하기를 바랐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안색 변화를 보고, 그녀가 방금 한 말에 마치 낮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과 같이 얼굴에서 거리감이 덜 느껴졌다. 나상준은 눈동자를 살짝 움직이며 말했다.“돌아가 봐.”나상준의 말에 차우미는 좀 의외라고 생각했다.그녀는 나상준이 승낙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왜냐하면, 지금 눈빛에서 조금의 승낙도 보이지 않고, 압박감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렇게 흔쾌히 승낙할 줄은 몰랐다.차우미의 안색이 바로 회복되고 웃음을 지었다.“그래, 너도 일찍 쉬어. 내일 시간 되면 다시 업무 얘기하자.”차우미는 더는 머물지 않고 스위트룸을 떠났다.가기 전에 열려 있던 문을 닫았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보지 않고 손에 수건을 들고 서 있었다.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방안은 다시 정적으로 돌아갔다.차우미가 왔었음을 증명하는 그녀의 숨결만이 방안에 감돌고 있었다.나상준은 움직이지 않고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차우미가 떠나면서 이곳 온도는 다시 차갑게 변했다.그 온도는 마치 나상준의 눈동자에서 발산하는 차가운 시선처럼 낮았다.꽤 오랫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방안의 온기가 다 차가워져서야 수건을 소파에 걸치고, 바에 가서 술 한 
더 보기

제667화

로앤.“죄송합니다. 지금 거신 전화는 통화 중입니다.”하성우는 휴대전화에서 전해오는 소리를 듣고 눈살을 찌푸린 채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어떻게 된 거야? 방금까지 아무도 안 받았는데, 지금은 통화 중이야. 일부러 내 전화를 안 받는 거야?”하성우는 휴대전화를 들고 꺼진 화면을 보며 기분 나쁘게 중얼거렸다.양훈은 맞은편에 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하성우의 불만 섞인 목소리를 듣고 말했다.“네가 타이밍을 잘못 잡았네.”하성우는 잠시 멈칫하다가 이어 말했다.“타이밍을 잘못 잡았다고? 그럼 언제 전화해야 하는데?”“나상준 이 시간에 절대 안자. 겨우 10시인데, 적어도 11시가 되어서야 자. 그런데 내가 지금 전화하는 게 뭐 어때서.”양훈은 하성우의 무식한 말을 듣고 아예 그를 외면했다.바둑을 두면서 참견하지 않았다.하성우는 양훈이 자기를 무시하는 것을 보고, 머리를 굴려 대답했다.“아! 알았다!”“일 보고 있는 거네!”말을 다 하고 하성우 자신도 미간을 찌푸렸다.“설마? 차우미가 나상준을 받아들이지 않겠지?”“아니다. 백 퍼센트 거절할 거야. 둘이 결혼할 때도 아무 일 없었는데, 이혼했는데 차우미 성격으로는 절대 불가능해.”“그런데...”하성우는 무언가를 떠올리며 다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두 눈을 웃으면서 실눈이 떠졌다.“불가능하긴 한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도 보장할 수 없지.”그러고 하성우는 자기를 신경 쓰지 않고 바둑을 두는 양훈을 바라보며 스스로 감탄했다.“몰라봤네. 당신 같은 모태솔로가 이런 것까지 신경 쓸 줄 알다니.”“대단해!”이 말을 들은 양훈은 잠시 동작을 멈추더니 이어 말했다.“앞으로 저녁에는 전화 작작 해.”양훈의 이 말은 하성우를 주의하라고 하는 말이다.“알았어.”“이 남자는 말이야. 하나를 알려주면 백을 알아요. 잘 알아들었어.”“그런데 지금 상황이 심상치 않는데. 차우미랑 다시 만난다는 게 어려운 상황인데. 여가현이 전 남자친구랑 재결합해서 지금 막 깨가 쏟는다는 소식을 들었
더 보기

제668화

양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바둑판 위에 바둑을 두며 말했다.“그럼 꽤 오래 걸릴 텐데,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하자.”하성우가 심나연을 끔찍이 아끼는 것을 듣고, 양훈은 이 계획에 흥미가 사라진 게 분명하다.그러나 하성우는 알아듣지 못했다.“그렇게 오래 안 걸려. 기껏해야 보름 정도면 될걸.”“괜찮아. 나연이 발 다 나으면 바로 실행하는 거야.”양훈은 말을 하지 않았다.그때까지 기다리면 둘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호텔 안.나상준은 통화를 마치고 아까보다 더 어두워진 바깥을 바라보며 술잔에 남긴 술을 한 모금에 다 마시고 침실로 들어갔다.깊은 밤의 적막이 소리도 없이 방안에 퍼졌다.차우미는 방에 돌아가서 씻고 쉬었다. 나상준의 이해심에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었다.이튿날까지 꿀잠을 자고,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씻고 아침 식사를 했다.아침 식사를 하면서 오늘은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떠올랐다.차우미는 이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시간을 보고 아침 식사를 한 후, 차우미는 호텔로 돌아가서 일하면서 나상준의 연락을 기다리려고 했다.같이 나예은 선물도 고르고, 쉬는 시간에 업무도 보고할 수 있다.다만 나상준이 시간이 있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다.차우미는 오늘 호텔에서 나상준을 기다리고, 나가지 않고 일을 한다고 얘기했었다.바쁘다고 하기엔 그리 바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한가하게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자료 검색은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오전이 지나간다.차우미는 배달을 시켜서 점심을 먹고 일을 계속했다. 그렇게 저녁이 다 돼가고 바깥은 어두워졌다.하늘이 어두워지자 비로소 휴가가 끝나가고 밤이 다 되어간다는 것을 깨달았다.휴대전화를 들어서 시간을 보니 어느덧 6시가 넘었다.나상준이 여전히 바쁠 것 같아서 차우미는 저녁도 배달시켜서 호텔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저녁 식사를 다하고 일을 계속하니 눈 깜짝할 사이에 저녁 9시가 되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연락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
더 보기

제669화

저녁 6시.사우스 호텔. 회의실.하종원은 직원들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원래는 일주일 동안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일주일도 안 돼서 일을 끝냈네요.”“너무 효율적인데요.”“그동안 진심으로 감사하고, 여러분의 정성과 노력에 감사드립니다.”하종원은 말을 마치고, 직원들을 보며 몸을 굽히며 감사함을 표했다.다들 하종원의 이 동작을 보고 급히 손사래를 쳤다. 진정국도 급히 하종원을 부축하여 말했다.“교수님, 이러시는 게 더 부담스러워요. 얼른 일어나세요.”다들 하종원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라서 매우 당황하면서도 감사했다.하종원은 진정국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여러분이 그동안 고생한 거 저도 다 압니다. 마음고생도 많이 했고, 여러분이 없었다면 이번 일은 절대 할 수 없었을 거예요.”“교수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이렇게 의미 있는 일을 하는데, 저희 마음도 교수님과 같으니 감사할 필요 없습니다.”다들 진정국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교수님, 우리 다 같은 목표로 여기까지 왔잖아요. 미래를 위해서,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일인데요.”“안 그러셔도 됩니다.”“맞습니다. 교수님이 이러시면 저희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다들 진심으로 하종원에게 얘기하고 있다. 집을 떠나 이렇게 멀리 일하러 와서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자식들도 보지 못하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고, 하종원의 말처럼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하고 신경도 많이 쓰는 것이다.하나도 힘들지 않다.직원들의 말을 듣고 있던 하종원은 눈가에 눈물이 고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여러분, 감사합니다.”차우미는 따라 일어서서 하종원의 이런 모습을 보고, 그녀의 마음도 뭉클해졌다.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은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돈을 추구하고, 어떤 사람은 감정을 추구한다. 또 어떤 사람은 이익을 추구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꿈을 추구한다.하종원의 말처럼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은 명예도 이익
더 보기

제670화

직원들은 하성우와 상준이 온 줄도 모르고, 웃으며 시끌벅적하게 안에서 걸어 나왔다.차우미는 그들의 뒤를 따라 걸으며 조용히 있었다.하성우는 호텔에서 사람들이 서서히 나오는 것을 보고 똑바로 섰다.“나왔다. 나왔다.”뒤에서 고개를 숙인 채 열심히 걷는 차우미를 한눈에 알아봤다. 눈에서 빛이 나더니 옆에서 통화하고 있는 사람을 쳐다봤다.나상준은 항상 일도 많고 전화도 많이 걸어와서 계속 전화를 받고 있었다.이때, 나상준은 휴대전화를 들고 조용히 뒤따라오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차우미는 거대한 아우라도 없고, 옷차림도 꾸미는 것도 아주 평범했다. 아무리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얼굴이라 해도 그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눈이 부실 정도는 아니었다.매우 조용해서 주의하지 않으면 그녀를 놓칠 수도 있다.하지만, 그녀에게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주변 사람들은 다 보이지 않는다.눈에 오직 그녀밖에 담기지 못한다. 그녀 말고는 누구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나상준은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걷고 있는 차우미를 보며, 다른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자신의 눈길로 끌어들이는데, 자신의 세계로 가두고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하성우는 나상준의 눈빛이 마치 사람을 잡아먹으려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성우야. 나 대표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이 소리에 하성우의 웃음을 끊기고, 하성우는 눈을 깜박이며 소리를 따라 보는데 진정국이었다.맞다. 진정국이 한 말이다.지금 차우미를 제외하고 다들 하성우와 나상준을 보고 있었다.그러나 모두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여기에 진정국과 하종원을 제외하고 그들과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진정국의 한 마디에 모두 하성우와 나상준에게 관심을 쏠렸다.특히 나상준이 여기 있을 줄은 몰랐다.어쨌든 하성우와 달리 매우 바쁜 사람이고,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차우미는 진정국의 말을 듣고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들었다.순간, 그녀의 눈에 의아함이 스쳤다.호텔 밖에 서 있는 하성우와
더 보기
이전
1
...
6566676869
...
74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