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훈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바둑판 위에 바둑을 두며 말했다.“그럼 꽤 오래 걸릴 텐데, 그때 가서 다시 얘기하자.”하성우가 심나연을 끔찍이 아끼는 것을 듣고, 양훈은 이 계획에 흥미가 사라진 게 분명하다.그러나 하성우는 알아듣지 못했다.“그렇게 오래 안 걸려. 기껏해야 보름 정도면 될걸.”“괜찮아. 나연이 발 다 나으면 바로 실행하는 거야.”양훈은 말을 하지 않았다.그때까지 기다리면 둘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다.호텔 안.나상준은 통화를 마치고 아까보다 더 어두워진 바깥을 바라보며 술잔에 남긴 술을 한 모금에 다 마시고 침실로 들어갔다.깊은 밤의 적막이 소리도 없이 방안에 퍼졌다.차우미는 방에 돌아가서 씻고 쉬었다. 나상준의 이해심에 안심하고 잠을 잘 수 있었다.이튿날까지 꿀잠을 자고, 평소처럼 일찍 일어나 씻고 아침 식사를 했다.아침 식사를 하면서 오늘은 일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떠올랐다.차우미는 이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시간을 보고 아침 식사를 한 후, 차우미는 호텔로 돌아가서 일하면서 나상준의 연락을 기다리려고 했다.같이 나예은 선물도 고르고, 쉬는 시간에 업무도 보고할 수 있다.다만 나상준이 시간이 있는 전제하에 가능한 일이다.차우미는 오늘 호텔에서 나상준을 기다리고, 나가지 않고 일을 한다고 얘기했었다.바쁘다고 하기엔 그리 바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한가하게 일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자료 검색은 시간과 정성이 많이 들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오전이 지나간다.차우미는 배달을 시켜서 점심을 먹고 일을 계속했다. 그렇게 저녁이 다 돼가고 바깥은 어두워졌다.하늘이 어두워지자 비로소 휴가가 끝나가고 밤이 다 되어간다는 것을 깨달았다.휴대전화를 들어서 시간을 보니 어느덧 6시가 넘었다.나상준이 여전히 바쁠 것 같아서 차우미는 저녁도 배달시켜서 호텔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저녁 식사를 다하고 일을 계속하니 눈 깜짝할 사이에 저녁 9시가 되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연락하지 않을 거로 생각하
저녁 6시.사우스 호텔. 회의실.하종원은 직원들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원래는 일주일 동안 생각했는데, 예상 밖으로 일주일도 안 돼서 일을 끝냈네요.”“너무 효율적인데요.”“그동안 진심으로 감사하고, 여러분의 정성과 노력에 감사드립니다.”하종원은 말을 마치고, 직원들을 보며 몸을 굽히며 감사함을 표했다.다들 하종원의 이 동작을 보고 급히 손사래를 쳤다. 진정국도 급히 하종원을 부축하여 말했다.“교수님, 이러시는 게 더 부담스러워요. 얼른 일어나세요.”다들 하종원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라서 매우 당황하면서도 감사했다.하종원은 진정국의 손을 잡고 고개를 저었다.“여러분이 그동안 고생한 거 저도 다 압니다. 마음고생도 많이 했고, 여러분이 없었다면 이번 일은 절대 할 수 없었을 거예요.”“교수님,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리가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이렇게 의미 있는 일을 하는데, 저희 마음도 교수님과 같으니 감사할 필요 없습니다.”다들 진정국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교수님, 우리 다 같은 목표로 여기까지 왔잖아요. 미래를 위해서,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서 하는 일인데요.”“안 그러셔도 됩니다.”“맞습니다. 교수님이 이러시면 저희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다들 진심으로 하종원에게 얘기하고 있다. 집을 떠나 이렇게 멀리 일하러 와서 집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자식들도 보지 못하지만, 진심으로 좋아하는 일이고, 하종원의 말처럼 의미 있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하고 신경도 많이 쓰는 것이다.하나도 힘들지 않다.직원들의 말을 듣고 있던 하종원은 눈가에 눈물이 고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여러분, 감사합니다.”차우미는 따라 일어서서 하종원의 이런 모습을 보고, 그녀의 마음도 뭉클해졌다.세상 사람들이 추구하는 것은 다 다르다. 어떤 사람은 돈을 추구하고, 어떤 사람은 감정을 추구한다. 또 어떤 사람은 이익을 추구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의 꿈을 추구한다.하종원의 말처럼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은 명예도 이익
직원들은 하성우와 상준이 온 줄도 모르고, 웃으며 시끌벅적하게 안에서 걸어 나왔다.차우미는 그들의 뒤를 따라 걸으며 조용히 있었다.하성우는 호텔에서 사람들이 서서히 나오는 것을 보고 똑바로 섰다.“나왔다. 나왔다.”뒤에서 고개를 숙인 채 열심히 걷는 차우미를 한눈에 알아봤다. 눈에서 빛이 나더니 옆에서 통화하고 있는 사람을 쳐다봤다.나상준은 항상 일도 많고 전화도 많이 걸어와서 계속 전화를 받고 있었다.이때, 나상준은 휴대전화를 들고 조용히 뒤따라오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차우미는 거대한 아우라도 없고, 옷차림도 꾸미는 것도 아주 평범했다. 아무리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얼굴이라 해도 그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눈이 부실 정도는 아니었다.매우 조용해서 주의하지 않으면 그녀를 놓칠 수도 있다.하지만, 그녀에게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주변 사람들은 다 보이지 않는다.눈에 오직 그녀밖에 담기지 못한다. 그녀 말고는 누구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나상준은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걷고 있는 차우미를 보며, 다른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자신의 눈길로 끌어들이는데, 자신의 세계로 가두고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하성우는 나상준의 눈빛이 마치 사람을 잡아먹으려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성우야. 나 대표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이 소리에 하성우의 웃음을 끊기고, 하성우는 눈을 깜박이며 소리를 따라 보는데 진정국이었다.맞다. 진정국이 한 말이다.지금 차우미를 제외하고 다들 하성우와 나상준을 보고 있었다.그러나 모두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여기에 진정국과 하종원을 제외하고 그들과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진정국의 한 마디에 모두 하성우와 나상준에게 관심을 쏠렸다.특히 나상준이 여기 있을 줄은 몰랐다.어쨌든 하성우와 달리 매우 바쁜 사람이고,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차우미는 진정국의 말을 듣고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들었다.순간, 그녀의 눈에 의아함이 스쳤다.호텔 밖에 서 있는 하성우와
두 사람은 5일 동안 연락도 없고, 만나지도 않고, 아무런 엮임도 없었다. 지금 차우미가 나상준을 5일 만에 다시 보는데, 가까운 거리에 약간의 서먹함이 느껴졌다.나상준이 차 문을 여는 것을 보고 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걸어가 차에 올랐다.회성에서의 일이 끝나면 그녀와 나상준도 더는 만나게 될 일이 없다.여기에서 마지막 업무, 그리고 해야 할 몇 가지 일을 실수하지 않고 잘할 것이다.나상준은 조용히 다가오는 차우미가 자신의 앞을 지나 차에 타는 것을 보는데, 그녀의 몸에 은은한 향기가 그의 주위에 가득 퍼졌다.익숙한 향기고 그녀만의 향기였다.그는 손을 약간 뻗고 차에 올랐다.문이 닫히고 주차장을 빠져나가 앞차를 따라 레스토랑으로 향했다.회성의 6시는 이미 밤이어서 바깥은 어두워졌다. 딱 퇴근 시간에 맞춰서 차량이 많았고 시끌벅적했다.차 안은 시끌벅적한 밖과 달리 조용했다.나상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차우미는 할 말이 있었다.그녀는 내일이면 일이 끝날 텐데, 계속 회성에 있을 리가 없다.그래서 나상준에게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고, 같이 나예은 선물을 사러 가려고 했다.선물을 다 사면 같이 청주에 가서 나예은과의 약속을 지키면, 차우미도 안심하고 안평시로 돌아갈 수 있다. 나상준과도 더는 연락하지 않아도 된다.다만, 두 사람이 너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탓인지 갑자기 같은 공간에 앉아 있는데 이 적막한 고요 속에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그러나 망설임도 잠시, 차우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변이 없는 한, 회성에서의 일은 내일이면 끝날 수 있어. 넌 언제 시간 되는데? 예은이 선물 사서 청주에 가서 보러 가야지.”나상준은 휴대전화를 들고 일하지도 않았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지도 않았다. 두 눈을 뜨고 정면을 보면서 진지한 표정이었다.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옆에서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좁은 차 안에서 봄바람처럼 그의 마음을 흔들렸다.“오늘 밤이랑 내일.”
차우미는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녀의 귓속으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곁에 온 이 사람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하성우.그렇다. 하성우가 오른손에 마우타이주가 들은 술잔을 든 채 활짝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차우미는 잠시 머칫하다가 하성우 손에 든 술잔을 보고, 그의 안색도 살펴보는데 무슨 목적인지 알 수가 없었다.차우미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걸 하성우는 알고 있다.하성우는 직원 하나하나랑 인사를 다 하고 차우미를 찾아왔는데, 온몸에 독한 술기운이 돌고 있었다.밥을 열심히 먹어서 냄새를 못 맡았는데, 지금 이렇게 하성우를 마주하고 있으니, 냄새가 아주 독했다.차우미는 하성우가 술에 취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입술을 움츠리며 생각했다.“내... 내가 술 잘 못 마셔. 그냥... 술 대신 차를 마실게.”이런 자리에서 차우미가 거절하기에도 좀 그렇다.그래서 말을 마치고 앞에 놓인 찻잔을 들고 일어나 하성우에게 술을 권했다.그러나 하성우는 자신의 술잔을 거두어들이고 눈살을 찌푸리며 거절하듯 말했다.“형수,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이야!”“그동안 형수한테 내가 한 것도 없고, 그럴 기회도 없었는데, 이제 회성 일도 끝났으니 이렇게라도 감사함을 표해야지. 그동안 고생 많으시고, 신경 많이 썼다는 거 나 다 알아.”“그래서 말인데, 오늘 뭐라 해도 세 잔은 나랑 마셔!”“이 세 잔은 꼭 마셔. 나한테 형수님 감사할 기회를 준다고 생각해!”“괜찮아. 딱 세 잔! 많지도 적지도 않고 적당하지? 내 말 믿어도 돼.”차우미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옆에 있는 깨끗한 술잔을 들어 술을 따랐다. 술잔에 가득 채운 술을 본 차우미는 순간 멍해졌다.차우미의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아서 곁에 가서 나대지 않는다. 그녀가 술을 마실 줄 모르는 걸 알아서 억지로 마시게 하지 않는다.술을 권한다는 것은 더더욱 존재하지 않는다.지금 난생처음 보는 하성우의 행동에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하성우
말을 마친 차우미는 술잔을 들어 물처럼 맑지만 술 향기가 가득한 이 술을 보고, 입술을 오므린 후 들어 마셨다.차우미는 술을 마신 적이 있지만 많이 마시지 않는다. 기껏해야 한두 모금 정도인데, 소주가 가득 담긴 건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다.그러나 이런 상황에 마시지 않아도 문제다.술이 목구멍에 넘어가면서 맵고 따가운 느낌이 들어서 무의식적으로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삼켜 잔을 비었다.한약 먹듯이 한 번에 들이마셨다.하성우가 차우미에 술을 권한 것은 당연히 고의였다.술에 취해서 갑자기 차우미에 술을 권한 것이 아니고, 이미 다 생각해 놓은 것이다.하성우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으면, 오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세 잔을 차우미에 마시게 할 생각이었다.하종원이 말리는데도 그는 일찌감치 변명을 생각해 뒀다.차우미가 마시겠다고 대답하자 하성우의 마음속에는 설렘이 가득해 두 눈에서 빛이 난다고 말할 수 있다.하필이면, 모두의 시선은 차우미에 쏠려서 하성우의 눈에 담긴 설렘과 흥분된 감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차우미가 술잔에 있던 술을 원샷을 하는 걸 보고, 하성우는 더욱 흥분됐다.최대한 흥분한 기색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썼다.차우미가 잔을 비운 것을 보고 하성우는 대뜸 말했다.“형수님, 시원시원하시네!”“내 체면 세워줘서 고마워!”“자, 두 잔 남았어. 두 잔 더 마시면 정말 내 형수님이라고 생각할게! 피 섞인 그런 사이, 바꿀 수 없는 그런 거!”말하면서 빠르게 차우미의 빈 술잔에 술을 따르고, 자신에게도 가득 따랐다.그러고 망설임 없이 차우미와 잔을 부딪친 다음, 또 한 번 시원하게 원샷을 했다. 마치 일 초라도 늦으면 진심이 아닌 것처럼 보일까 봐 시원했다.차우미는 술 향기에 입을 가리고 기침까지 했다. 그녀의 하얀 얼굴이 무서울 정도로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이 술은 보통 술이 아니다. 독하고 맵고, 술을 못 마시는 사람에게는 맛이 없다고 느껴진다.차우미의 눈에는 모든 술이 다 맵고 마시기 어렵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차우미가 두 번째 술잔도 비우자 하성우는 방금 두 번째 잔을 따랐을 때보다 더 빠르게 세 번째 잔을 따랐다.“형수님이 나를 정말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아. 오늘부터 내가 우리 형수님 친동생 할게.”“친동생!”“앞으로 성우 씨라고 부르지 말고 동생이라고 불러.”말을 하면서 세 번째 잔을 가득 따랐다. 하성우는 전 두 잔처럼 잔을 들어 비웠다.차우미는 그가 다 마신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술잔을 들어 마셨다.그녀는 이 술을 한약을 마신다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서 한 모금에 다 마시려고 했다.그러나 차우미가 잔을 들고 마시려 하는데, 누군가가 손목을 잡고 말렸다.차우미는 멈춰 서서 자신의 손목을 잡은 사람을 굼뜨게 바라보았다.차우미는 지금 이미 반쯤 취한 상태였고, 평소의 맑은 눈동자는 지금 안개빛으로 뒤덮여 잘 보이지 않았다.나상준은 두 볼이 붉어지고 눈빛이 흐릿하며 눈에 띄게 취한 사람을 보며 말했다.“전화를 받으러 나갔을 뿐인데, 술을 마시기 시작했네.”그렇다. 그는 방금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하성우는 나상준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서둘러 차우미에 술을 권한 것이다.나상준의 말이 좀 이상했다. 차우미가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또 마시지 말아야 하기보다는 나상준이 있을 때 마셔야 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도 아니다. 그의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차우미는 지금 눈이 두 개의 그림자가 겹쳐 보이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이 나상준이라는 것을 알아봤다.그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마셨어.”마치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질문하는데,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정답을 말하는 학생처럼 순순히 대답했다.순간, 방 안의 모든 사람이 다 두 사람을 보는데, 주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구체적으로 어디가 다른지 그들도 잘 모른다.하성우는 갑자기 나타난 사람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다가 얼굴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그렇다. 실망해 했다.나상준이 왜 마침 이 시간에 돌아왔는지 탓했다. 차우미가
나상준이 미처 반응도 못 했는데, 차우미가 주저 없이 세 번째 잔을 비웠다.이를 보고 나상준은 차우미를 보는 안색이 변했다.그녀는 이전에 이렇게 반항적인 사람이 아니었다.맞다. 반항.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나상준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나상준은 이런 차우미를 처음 본다.하성우는 차우미가 나상준의 뜻을 어기고,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술을 마시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 정말 뜻밖이어서 놀랐다.하지만, 재빨리 나상준을 한 번 본 후, 손뼉을 치며 말했다.“시원시원하네!”“잘 마시네.”“이제 친동생으로 여기고 불러!”하성우는 공손한 모습으로 말했다.차우미는 오히려 차분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니야.”그러고 돌아서서 술잔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다만, 세 잔을 마시고 나서 차우미는 이미 반쯤 취했고, 이성적인 모습은 아주 조금이었다.그녀는 사물을 보는데 허튼 데 보이고, 다리도 풀려서 술잔을 아무리 놓아도 제대로 놓이지 않는다.나상준은 차우미가 술잔을 들고 테이블과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취한 것이 분명하다. 그녀를 품에 안고 손에 쥐고 있는 술잔을 뺏어 제대로 놓고는 모두에게 말했다.“많이 취해서요. 먼저 자리 뜨겠습니다.”하종원은 인제야 차우미가 하성우에 의해 마우타이주 세 잔을 마시고 취한 걸 알아챘다.바로 하성우를 째려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걱정하는 듯 나상준에게 말했다.“빨리 돌아가. 해장국 먹이는 거 까먹지 말고. 그렇지 않으면 내일 일어나서 많이 괴로울 것 같다.”“네.”나상준은 길게 말을 하지 않고, 바로 차우미를 안아 들고 성큼성큼 룸을 떠났다.이를 본 하성우는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환하게 웃었다.‘기다려. 오늘 밤이 지나면, 반드시 나한테 감사할 테니까.’차우미는 원래 술잔을 내려놓고 사람들에게 화장실에 간다고 말하려 했지만, 자기가 취한 줄도 모르고, 술에 취해서 보는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술잔을 아무리 놓아도 잘 놓지 않았다.술잔을 잘 놓지 않으면 넘어트리기 때문에 좋지 않다.그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