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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70화

작가: 유리
직원들은 하성우와 상준이 온 줄도 모르고, 웃으며 시끌벅적하게 안에서 걸어 나왔다.

차우미는 그들의 뒤를 따라 걸으며 조용히 있었다.

하성우는 호텔에서 사람들이 서서히 나오는 것을 보고 똑바로 섰다.

“나왔다. 나왔다.”

뒤에서 고개를 숙인 채 열심히 걷는 차우미를 한눈에 알아봤다. 눈에서 빛이 나더니 옆에서 통화하고 있는 사람을 쳐다봤다.

나상준은 항상 일도 많고 전화도 많이 걸어와서 계속 전화를 받고 있었다.

이때, 나상준은 휴대전화를 들고 조용히 뒤따라오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차우미는 거대한 아우라도 없고, 옷차림도 꾸미는 것도 아주 평범했다. 아무리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얼굴이라 해도 그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눈이 부실 정도는 아니었다.

매우 조용해서 주의하지 않으면 그녀를 놓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 주의를 기울이기만 하면, 주변 사람들은 다 보이지 않는다.

눈에 오직 그녀밖에 담기지 못한다. 그녀 말고는 누구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나상준은 고개를 숙이고 열심히 걷고 있는 차우미를 보며, 다른 사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자신의 눈길로 끌어들이는데, 자신의 세계로 가두고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

하성우는 나상준의 눈빛이 마치 사람을 잡아먹으려는 것을 보고 기뻐했다.

“성우야. 나 대표님. 여긴 어쩐 일이세요?”

이 소리에 하성우의 웃음을 끊기고, 하성우는 눈을 깜박이며 소리를 따라 보는데 진정국이었다.

맞다. 진정국이 한 말이다.

지금 차우미를 제외하고 다들 하성우와 나상준을 보고 있었다.

그러나 모두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있었다. 왜냐하면, 여기에 진정국과 하종원을 제외하고 그들과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진정국의 한 마디에 모두 하성우와 나상준에게 관심을 쏠렸다.

특히 나상준이 여기 있을 줄은 몰랐다.

어쨌든 하성우와 달리 매우 바쁜 사람이고,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차우미는 진정국의 말을 듣고 눈을 깜박이며 고개를 들었다.

순간, 그녀의 눈에 의아함이 스쳤다.

호텔 밖에 서 있는 하성우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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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671화

    두 사람은 5일 동안 연락도 없고, 만나지도 않고, 아무런 엮임도 없었다. 지금 차우미가 나상준을 5일 만에 다시 보는데, 가까운 거리에 약간의 서먹함이 느껴졌다.나상준이 차 문을 여는 것을 보고 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걸어가 차에 올랐다.회성에서의 일이 끝나면 그녀와 나상준도 더는 만나게 될 일이 없다.여기에서 마지막 업무, 그리고 해야 할 몇 가지 일을 실수하지 않고 잘할 것이다.나상준은 조용히 다가오는 차우미가 자신의 앞을 지나 차에 타는 것을 보는데, 그녀의 몸에 은은한 향기가 그의 주위에 가득 퍼졌다.익숙한 향기고 그녀만의 향기였다.그는 손을 약간 뻗고 차에 올랐다.문이 닫히고 주차장을 빠져나가 앞차를 따라 레스토랑으로 향했다.회성의 6시는 이미 밤이어서 바깥은 어두워졌다. 딱 퇴근 시간에 맞춰서 차량이 많았고 시끌벅적했다.차 안은 시끌벅적한 밖과 달리 조용했다.나상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차우미는 할 말이 있었다.그녀는 내일이면 일이 끝날 텐데, 계속 회성에 있을 리가 없다.그래서 나상준에게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어보고, 같이 나예은 선물을 사러 가려고 했다.선물을 다 사면 같이 청주에 가서 나예은과의 약속을 지키면, 차우미도 안심하고 안평시로 돌아갈 수 있다. 나상준과도 더는 연락하지 않아도 된다.다만, 두 사람이 너무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탓인지 갑자기 같은 공간에 앉아 있는데 이 적막한 고요 속에서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다.그러나 망설임도 잠시, 차우미가 먼저 입을 열었다.“이변이 없는 한, 회성에서의 일은 내일이면 끝날 수 있어. 넌 언제 시간 되는데? 예은이 선물 사서 청주에 가서 보러 가야지.”나상준은 휴대전화를 들고 일하지도 않았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있지도 않았다. 두 눈을 뜨고 정면을 보면서 진지한 표정이었다.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옆에서 들려오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좁은 차 안에서 봄바람처럼 그의 마음을 흔들렸다.“오늘 밤이랑 내일.”

  • 봄날   제672화

    차우미는 고개를 숙이고 밥을 먹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녀의 귓속으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들어 곁에 온 이 사람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하성우.그렇다. 하성우가 오른손에 마우타이주가 들은 술잔을 든 채 활짝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차우미는 잠시 머칫하다가 하성우 손에 든 술잔을 보고, 그의 안색도 살펴보는데 무슨 목적인지 알 수가 없었다.차우미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는 걸 하성우는 알고 있다.하성우는 직원 하나하나랑 인사를 다 하고 차우미를 찾아왔는데, 온몸에 독한 술기운이 돌고 있었다.밥을 열심히 먹어서 냄새를 못 맡았는데, 지금 이렇게 하성우를 마주하고 있으니, 냄새가 아주 독했다.차우미는 하성우가 술에 취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입술을 움츠리며 생각했다.“내... 내가 술 잘 못 마셔. 그냥... 술 대신 차를 마실게.”이런 자리에서 차우미가 거절하기에도 좀 그렇다.그래서 말을 마치고 앞에 놓인 찻잔을 들고 일어나 하성우에게 술을 권했다.그러나 하성우는 자신의 술잔을 거두어들이고 눈살을 찌푸리며 거절하듯 말했다.“형수,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짓이야!”“그동안 형수한테 내가 한 것도 없고, 그럴 기회도 없었는데, 이제 회성 일도 끝났으니 이렇게라도 감사함을 표해야지. 그동안 고생 많으시고, 신경 많이 썼다는 거 나 다 알아.”“그래서 말인데, 오늘 뭐라 해도 세 잔은 나랑 마셔!”“이 세 잔은 꼭 마셔. 나한테 형수님 감사할 기회를 준다고 생각해!”“괜찮아. 딱 세 잔! 많지도 적지도 않고 적당하지? 내 말 믿어도 돼.”차우미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옆에 있는 깨끗한 술잔을 들어 술을 따랐다. 술잔에 가득 채운 술을 본 차우미는 순간 멍해졌다.차우미의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아서 곁에 가서 나대지 않는다. 그녀가 술을 마실 줄 모르는 걸 알아서 억지로 마시게 하지 않는다.술을 권한다는 것은 더더욱 존재하지 않는다.지금 난생처음 보는 하성우의 행동에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하성우

  • 봄날   제673화

    말을 마친 차우미는 술잔을 들어 물처럼 맑지만 술 향기가 가득한 이 술을 보고, 입술을 오므린 후 들어 마셨다.차우미는 술을 마신 적이 있지만 많이 마시지 않는다. 기껏해야 한두 모금 정도인데, 소주가 가득 담긴 건 한 번도 마셔본 적이 없다.그러나 이런 상황에 마시지 않아도 문제다.술이 목구멍에 넘어가면서 맵고 따가운 느낌이 들어서 무의식적으로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삼켜 잔을 비었다.한약 먹듯이 한 번에 들이마셨다.하성우가 차우미에 술을 권한 것은 당연히 고의였다.술에 취해서 갑자기 차우미에 술을 권한 것이 아니고, 이미 다 생각해 놓은 것이다.하성우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으면, 오늘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 세 잔을 차우미에 마시게 할 생각이었다.하종원이 말리는데도 그는 일찌감치 변명을 생각해 뒀다.차우미가 마시겠다고 대답하자 하성우의 마음속에는 설렘이 가득해 두 눈에서 빛이 난다고 말할 수 있다.하필이면, 모두의 시선은 차우미에 쏠려서 하성우의 눈에 담긴 설렘과 흥분된 감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차우미가 술잔에 있던 술을 원샷을 하는 걸 보고, 하성우는 더욱 흥분됐다.최대한 흥분한 기색을 내색하지 않으려고 애썼다.차우미가 잔을 비운 것을 보고 하성우는 대뜸 말했다.“형수님, 시원시원하시네!”“내 체면 세워줘서 고마워!”“자, 두 잔 남았어. 두 잔 더 마시면 정말 내 형수님이라고 생각할게! 피 섞인 그런 사이, 바꿀 수 없는 그런 거!”말하면서 빠르게 차우미의 빈 술잔에 술을 따르고, 자신에게도 가득 따랐다.그러고 망설임 없이 차우미와 잔을 부딪친 다음, 또 한 번 시원하게 원샷을 했다. 마치 일 초라도 늦으면 진심이 아닌 것처럼 보일까 봐 시원했다.차우미는 술 향기에 입을 가리고 기침까지 했다. 그녀의 하얀 얼굴이 무서울 정도로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이 술은 보통 술이 아니다. 독하고 맵고, 술을 못 마시는 사람에게는 맛이 없다고 느껴진다.차우미의 눈에는 모든 술이 다 맵고 마시기 어렵다. 사람들이 왜 이렇게 

  • 봄날   제674화

    차우미가 두 번째 술잔도 비우자 하성우는 방금 두 번째 잔을 따랐을 때보다 더 빠르게 세 번째 잔을 따랐다.“형수님이 나를 정말 소중히 여기는 것 같아. 오늘부터 내가 우리 형수님 친동생 할게.”“친동생!”“앞으로 성우 씨라고 부르지 말고 동생이라고 불러.”말을 하면서 세 번째 잔을 가득 따랐다. 하성우는 전 두 잔처럼 잔을 들어 비웠다.차우미는 그가 다 마신 것을 보고 미간을 찌푸리며 술잔을 들어 마셨다.그녀는 이 술을 한약을 마신다고 생각하고 용기를 내서 한 모금에 다 마시려고 했다.그러나 차우미가 잔을 들고 마시려 하는데, 누군가가 손목을 잡고 말렸다.차우미는 멈춰 서서 자신의 손목을 잡은 사람을 굼뜨게 바라보았다.차우미는 지금 이미 반쯤 취한 상태였고, 평소의 맑은 눈동자는 지금 안개빛으로 뒤덮여 잘 보이지 않았다.나상준은 두 볼이 붉어지고 눈빛이 흐릿하며 눈에 띄게 취한 사람을 보며 말했다.“전화를 받으러 나갔을 뿐인데, 술을 마시기 시작했네.”그렇다. 그는 방금 전화를 받으러 나갔다.하성우는 나상준이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서둘러 차우미에 술을 권한 것이다.나상준의 말이 좀 이상했다. 차우미가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또 마시지 말아야 하기보다는 나상준이 있을 때 마셔야 하는 것처럼 들렸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도 아니다. 그의 말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차우미는 지금 눈이 두 개의 그림자가 겹쳐 보이지만, 눈앞에 있는 사람이 나상준이라는 것을 알아봤다.그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응. 마셨어.”마치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질문하는데,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정답을 말하는 학생처럼 순순히 대답했다.순간, 방 안의 모든 사람이 다 두 사람을 보는데, 주변의 분위기가 달라졌다.구체적으로 어디가 다른지 그들도 잘 모른다.하성우는 갑자기 나타난 사람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다가 얼굴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그렇다. 실망해 했다.나상준이 왜 마침 이 시간에 돌아왔는지 탓했다. 차우미가 

  • 봄날   제675화

    나상준이 미처 반응도 못 했는데, 차우미가 주저 없이 세 번째 잔을 비웠다.이를 보고 나상준은 차우미를 보는 안색이 변했다.그녀는 이전에 이렇게 반항적인 사람이 아니었다.맞다. 반항.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나상준의 눈치를 보지 않는다.나상준은 이런 차우미를 처음 본다.하성우는 차우미가 나상준의 뜻을 어기고, 조금도 주저함이 없이 술을 마시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고, 정말 뜻밖이어서 놀랐다.하지만, 재빨리 나상준을 한 번 본 후, 손뼉을 치며 말했다.“시원시원하네!”“잘 마시네.”“이제 친동생으로 여기고 불러!”하성우는 공손한 모습으로 말했다.차우미는 오히려 차분하게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아니야.”그러고 돌아서서 술잔을 테이블 위에 놓았다.다만, 세 잔을 마시고 나서 차우미는 이미 반쯤 취했고, 이성적인 모습은 아주 조금이었다.그녀는 사물을 보는데 허튼 데 보이고, 다리도 풀려서 술잔을 아무리 놓아도 제대로 놓이지 않는다.나상준은 차우미가 술잔을 들고 테이블과 힘겨루기를 하는 모습을 보니 취한 것이 분명하다. 그녀를 품에 안고 손에 쥐고 있는 술잔을 뺏어 제대로 놓고는 모두에게 말했다.“많이 취해서요. 먼저 자리 뜨겠습니다.”하종원은 인제야 차우미가 하성우에 의해 마우타이주 세 잔을 마시고 취한 걸 알아챘다.바로 하성우를 째려보고 눈살을 찌푸리며 걱정하는 듯 나상준에게 말했다.“빨리 돌아가. 해장국 먹이는 거 까먹지 말고. 그렇지 않으면 내일 일어나서 많이 괴로울 것 같다.”“네.”나상준은 길게 말을 하지 않고, 바로 차우미를 안아 들고 성큼성큼 룸을 떠났다.이를 본 하성우는 입가에 미소가 번지며 환하게 웃었다.‘기다려. 오늘 밤이 지나면, 반드시 나한테 감사할 테니까.’차우미는 원래 술잔을 내려놓고 사람들에게 화장실에 간다고 말하려 했지만, 자기가 취한 줄도 모르고, 술에 취해서 보는 것도 제대로 보지 못해서 술잔을 아무리 놓아도 잘 놓지 않았다.술잔을 잘 놓지 않으면 넘어트리기 때문에 좋지 않다.그래서

  • 봄날   제676화

    나상준의 이목구비는 또렷하고, 턱선은 마치 칼에 베일듯한 각 선을 가지고 있다.차우미는 그의 아름다운 턱선과 불그스름한 입술, 그리고 오뚝한 콧대랑 그윽한 눈매를 보았다.한 치의 흠집도 없는 얼굴에 한 줄기 빛이 섬세하게 그려지는데, 마치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순간처럼 모든 주목이 그에게 집중돼 있었다.그만큼 눈부시고 매력적이며 잘생겼다.그러나 그의 얼굴을 보는데, 아주 비현실적이고 가까이하고 싶어도 차마 다가가지 못하겠다. 이미 취한 차우미는 그 얼굴을 보고, 더욱 의식이 흐려졌다.그녀는 여기가 어딘지,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마치 비현실 세계에서 둘만 남아있고, 다른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은 듯했다.그녀의 세계에는 다른 사람은 없고, 나상준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나상준은 인기척을 느끼고 내려다보는데, 가느라 한 손이 아주 약한 힘으로 자신의 셔츠를 움켜쥐고 있었다.차우미가 지금 긴장은 풀렸지만, 아직 완전히 안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나상준은 눈동자를 굴리며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떨어졌다.차우미의 얼굴이 완전히 붉어졌다. 첫 번째 잔을 마실 때부터 이미 빨갛게 달아올랐다. 지금은 마치 저 붉은 노을처럼 붉어지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이뻤다.평소 맑았던 두 눈은 짙은 안개가 겹겹이 쌓여 차우미의 눈을 흐리게 만들었다. 덕분에 잘 보이지 않아 실눈을 뜨고 나상준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멍하니 꿈쩍도 하지 않고 그를 보고 있었다.지금의 차우미는 예전의 그가 잘 아는 차우미와 달리 얌전하고, 조용하고, 말을 잘 들을 것 같았다.나상준이 알던 차우미는 차갑고, 냉정하고, 이성적이며 그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었다.꼭 다른 사람이 그 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을 온전히 나상준에게 맡기고 거리감이 없었다.차우미가 맞지만, 또 아닌 것 같았다.나상준은 그런 차우미를 보며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성큼성큼 룸을 나섰다.운전기사는 이미 호텔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

  • 봄날   제677화

    차 안의 흐릿한 불빛이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차우미는 취해도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한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아주 불안해졌다.하얀 손끝은 나상준의 셔츠를 꼭 잡고 있었고, 일어나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이미 차에 탔지만, 나상준은 여전히 차우미를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나상준의 품에 갇혀 움직이지 못했다.차우미가 도망갈 틈을 주지도 않았다.그러나 나상준은 품에 안긴 사람을 보지 않고, 시선은 앞을 향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깊은 눈동자가 어두운 빛 속에서 점점 더 어두워졌다. 바깥의 노을이 들어와도 그의 눈동자를 밝게 비추지 못했다.눈동자가 어둠에 휩싸인 깊은 바다처럼 신비롭고 위험했다.입고 있던 셔츠가 그녀의 손끝을 거쳐 구겨졌는데, 셔츠가 아닌 마음을 쥐어 잡은 듯했다. 무심코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떨리게 했다.나상준은 시선을 거두어 품에 안긴 사람을 내려다보았다.차우미는 도통 통제할 수 없어 몸이 제 몸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평소에 간단한 동작조차도 힘들고, 일어나 앉으려고 애를 써도 제대로 앉지 못했다.몸도 불안정하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모두 두 개의 그림자가 겹쳐있었다.마치 회색 베일에 눈이 가려진 듯 먹구름 속에 갇혀, 안정감도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그때, 차우미는 튼튼한 몸짓에 기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위험하다고 느꼈지만 붙잡아야만 했다.그녀는 유일하게 남긴 지푸라기를 잡는 것처럼, 안간힘을 써서 일어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려고 했다.나상준은 품에 안겨 있는 사람이 불안정하게 앉아 자신을 붙잡고,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우물안에 빠진 사람이 애써서 올라오려고 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구경만 하고 도와주지도, 말리지도 않았다.차우미는 무슨 일이든 성공할 때까지 집착하는 사람이다.아무리 어려워도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그래서인지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 마침내 포기하지 않고 나상준의 품에 안겨 일어나

  • 봄날   제678화

    나상준은 품에 안겨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 앉아 자신의 몸에 기대고 있는 걸 보았다. 머리카락이 그의 턱에 닿고, 얼굴은 어깨에 닿으면서 그녀의 숨결이 느껴졌다. 마치 깃털처럼 그의 쇄골과 목에 부드럽게 쓸어내렸다.그는 손에 힘을 쥐고 품 안에 있던 사람을 더욱 꽉 안아 그녀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좁혔다.차우미는 멍한 상태에서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지만, 방금 몸에서 조이는 강한 힘이 느껴지자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눈동자를 굴리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차 안에는 별빛도 비추지 않았고, 오직 창밖에서 들어오는 불빛만이 나상준의 눈동자를 비추었다. 차우미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다만, 술에 취한 탓인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것 때문인지, 아니면 이런 상황 때문인지, 나상준의 두 눈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나상준의 시선을 피해 창밖을 들여다보았다. 창밖에 끊임없이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차우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났다.화장실에 가서 술을 뱉어내려고 했지만, 지금 이미 차에 탄 상태였다. 그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잊은 것 같았으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시 생각났다.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현기증만 심하게 느껴졌다.얼굴을 때려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얼굴에 손을 닿자마자 뜨거움이 느껴졌다.얼굴뿐만 아니라 이마도 매우 뜨거워서 덥다고 느꼈다.그렇다. 덥다.그리고 불편했다.몸을 다시 움직여 지금 앉아있는 곳을 떠나고 싶었다. 평평하지 않고 단단해서 앉아있기가 불편했기 때문이다.차우미는 옆에 있는 좌석을 보며 나상준을 잡고 있던 손을 밀어내 그 좌석에 앉으려고 했다.그녀는 지금 자기가 기대고 있는 사람이 나상준이라고 완전히 잊고 있었다.나상준도 차우미가 움직이자 그녀가 뭘 하고 싶은지 바로 알아챘다.나상준은 상관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차우미의 얼굴과 머리카락이 그의 몸에서 떨어져, 그와 거리를 두었다.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팔에 힘을 주는데, 순간 차우미는 중심

최신 챕터

  • 봄날   제956화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 봄날   제955화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 봄날   제954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 봄날   제953화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 봄날   제952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 봄날   제951화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 봄날   제950화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 봄날   제949화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 봄날   제948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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