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상준의 이목구비는 또렷하고, 턱선은 마치 칼에 베일듯한 각 선을 가지고 있다.차우미는 그의 아름다운 턱선과 불그스름한 입술, 그리고 오뚝한 콧대랑 그윽한 눈매를 보았다.한 치의 흠집도 없는 얼굴에 한 줄기 빛이 섬세하게 그려지는데, 마치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이 등장하는 순간처럼 모든 주목이 그에게 집중돼 있었다.그만큼 눈부시고 매력적이며 잘생겼다.그러나 그의 얼굴을 보는데, 아주 비현실적이고 가까이하고 싶어도 차마 다가가지 못하겠다. 이미 취한 차우미는 그 얼굴을 보고, 더욱 의식이 흐려졌다.그녀는 여기가 어딘지,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마치 비현실 세계에서 둘만 남아있고, 다른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은 듯했다.그녀의 세계에는 다른 사람은 없고, 나상준만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나상준은 인기척을 느끼고 내려다보는데, 가느라 한 손이 아주 약한 힘으로 자신의 셔츠를 움켜쥐고 있었다.차우미가 지금 긴장은 풀렸지만, 아직 완전히 안심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나상준은 눈동자를 굴리며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떨어졌다.차우미의 얼굴이 완전히 붉어졌다. 첫 번째 잔을 마실 때부터 이미 빨갛게 달아올랐다. 지금은 마치 저 붉은 노을처럼 붉어지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이뻤다.평소 맑았던 두 눈은 짙은 안개가 겹겹이 쌓여 차우미의 눈을 흐리게 만들었다. 덕분에 잘 보이지 않아 실눈을 뜨고 나상준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멍하니 꿈쩍도 하지 않고 그를 보고 있었다.지금의 차우미는 예전의 그가 잘 아는 차우미와 달리 얌전하고, 조용하고, 말을 잘 들을 것 같았다.나상준이 알던 차우미는 차갑고, 냉정하고, 이성적이며 그와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었다.꼭 다른 사람이 그 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자신을 온전히 나상준에게 맡기고 거리감이 없었다.차우미가 맞지만, 또 아닌 것 같았다.나상준은 그런 차우미를 보며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성큼성큼 룸을 나섰다.운전기사는 이미 호텔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방금
차 안의 흐릿한 불빛이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차우미는 취해도 몸이 본능적으로 반응한다.지금, 이 순간, 그녀는 아주 불안해졌다.하얀 손끝은 나상준의 셔츠를 꼭 잡고 있었고, 일어나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보려고 안간힘을 썼다.이미 차에 탔지만, 나상준은 여전히 차우미를 끌어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는 나상준의 품에 갇혀 움직이지 못했다.차우미가 도망갈 틈을 주지도 않았다.그러나 나상준은 품에 안긴 사람을 보지 않고, 시선은 앞을 향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깊은 눈동자가 어두운 빛 속에서 점점 더 어두워졌다. 바깥의 노을이 들어와도 그의 눈동자를 밝게 비추지 못했다.눈동자가 어둠에 휩싸인 깊은 바다처럼 신비롭고 위험했다.입고 있던 셔츠가 그녀의 손끝을 거쳐 구겨졌는데, 셔츠가 아닌 마음을 쥐어 잡은 듯했다. 무심코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떨리게 했다.나상준은 시선을 거두어 품에 안긴 사람을 내려다보았다.차우미는 도통 통제할 수 없어 몸이 제 몸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평소에 간단한 동작조차도 힘들고, 일어나 앉으려고 애를 써도 제대로 앉지 못했다.몸도 불안정하고, 눈앞에 보이는 것은 모두 두 개의 그림자가 겹쳐있었다.마치 회색 베일에 눈이 가려진 듯 먹구름 속에 갇혀, 안정감도 없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그때, 차우미는 튼튼한 몸짓에 기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위험하다고 느꼈지만 붙잡아야만 했다.그녀는 유일하게 남긴 지푸라기를 잡는 것처럼, 안간힘을 써서 일어나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아보려고 했다.나상준은 품에 안겨 있는 사람이 불안정하게 앉아 자신을 붙잡고,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려고 하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우물안에 빠진 사람이 애써서 올라오려고 하는 것을 보는 것처럼, 구경만 하고 도와주지도, 말리지도 않았다.차우미는 무슨 일이든 성공할 때까지 집착하는 사람이다.아무리 어려워도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그래서인지 꽤 오랜 시간이 흘러서 마침내 포기하지 않고 나상준의 품에 안겨 일어나
나상준은 품에 안겨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 앉아 자신의 몸에 기대고 있는 걸 보았다. 머리카락이 그의 턱에 닿고, 얼굴은 어깨에 닿으면서 그녀의 숨결이 느껴졌다. 마치 깃털처럼 그의 쇄골과 목에 부드럽게 쓸어내렸다.그는 손에 힘을 쥐고 품 안에 있던 사람을 더욱 꽉 안아 그녀가 움직일 수 있는 범위를 좁혔다.차우미는 멍한 상태에서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았지만, 방금 몸에서 조이는 강한 힘이 느껴지자 정신을 차렸다.그녀는 눈동자를 굴리며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어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들여다보았다.차 안에는 별빛도 비추지 않았고, 오직 창밖에서 들어오는 불빛만이 나상준의 눈동자를 비추었다. 차우미는 이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다만, 술에 취한 탓인지,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것 때문인지, 아니면 이런 상황 때문인지, 나상준의 두 눈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나상준의 시선을 피해 창밖을 들여다보았다. 창밖에 끊임없이 지나가는 풍경을 보며 차우미는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났다.화장실에 가서 술을 뱉어내려고 했지만, 지금 이미 차에 탄 상태였다. 그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잊은 것 같았으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다시 생각났다.차우미는 미간을 찌푸리고 현기증만 심하게 느껴졌다.얼굴을 때려 정신을 차리려고 했지만, 얼굴에 손을 닿자마자 뜨거움이 느껴졌다.얼굴뿐만 아니라 이마도 매우 뜨거워서 덥다고 느꼈다.그렇다. 덥다.그리고 불편했다.몸을 다시 움직여 지금 앉아있는 곳을 떠나고 싶었다. 평평하지 않고 단단해서 앉아있기가 불편했기 때문이다.차우미는 옆에 있는 좌석을 보며 나상준을 잡고 있던 손을 밀어내 그 좌석에 앉으려고 했다.그녀는 지금 자기가 기대고 있는 사람이 나상준이라고 완전히 잊고 있었다.나상준도 차우미가 움직이자 그녀가 뭘 하고 싶은지 바로 알아챘다.나상준은 상관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차우미의 얼굴과 머리카락이 그의 몸에서 떨어져, 그와 거리를 두었다. 그녀의 허리를 붙잡고 있던 팔에 힘을 주는데, 순간 차우미는 중심
차우미의 목소리는 취기에 물들어 평소보다 더욱 부드러워지고, 듣기에 마치 솜뭉치처럼 힘이 없었다. 더욱 아끼고 품에 안기고 싶었다.차우미는 진지함이 가득한 목소리였다.마치 업무를 처리하는 것처럼 딱딱했다.듣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차우미는 잠시 말을 멈추다가 이어 말했다. “내려줘. 옆에 앉을 거야.”술을 마셔서 그런지 원래도 느린 말투가 더욱 느려졌다. 그 덕분에 진지함이 사라지고, 술에 취한 게 바람에 흩날리는 꽃과 같았다.나상준은 이런 상황에도 자신과 거리를 두는 것을 잊지 않는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그녀가 조금이라도 정신이 맑은 상태여도 나상준을 멀리하려고 했다.지금, 이 순간, 나상준은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더욱 꽉 껴안았다.차우미는 나상준의 움직임에 둘의 몸이 더욱 가까워지고, 거의 움직일 수조차 없는 것을 감지했다.심지어 숨쉬기도 힘들어지는 것 같다.차우미는 나상준의 행동에 불쾌함을 느끼며 눈살을 찌푸렸다.그녀도 더는 소리를 내지 않고 아예 나상준 품에서 허우적거리기 시작했다.그의 품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그를 밀어내려고 한다.하지만 차우미의 힘으로 어떻게 나상준을 밀어낼 수 있겠는가. 정신이 멀쩡할 때도 나상준을 밀어낼 수 없는데, 술에 취한 상태는 말할 것도 없다.몸에도 힘이 없고 손도 마찬가지다. 솜뭉치처럼 나상준의 품에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나상준을 붉게 달아오르게 했다.정상적인 남자로서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이다.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게다가 지금과 같은 좋은 기회가 다시 없을 수도 있다.나상준의 자신의 짙은 눈동자를 굴리며 입을 열었다.“재혼하자.”차우미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나상준의 품에 벗어날 수 없었다.차우미는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땀으로 이마와 머리카락을 적시고, 그녀의 얇은 셔츠까지 젖으며 몸이 끈적끈적해지자 점점 더 힘들어졌고, 도망가고 싶어졌다.그런데 바로 그때, 나상준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귀에 들려와 그녀는 멍해졌다.무의식적으로 고
피부는 부드럽고 얼굴은 뜨거워져서 나상준의 손가락이 차우미의 얼굴이 닿는 순간, 경험하지 못했던 섬세함이 나상준의 손끝을 파고들어 그를 감쌌다.의도치 않게 손이 떨렸다.그리고 무언가가 그의 가슴을 쿵 치는 듯, 마음속의 잔잔한 호수에 물보라를 일으켰다.나상준의 가슴은 누가 치는 것처럼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차우미는 멍해져서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나오지 못했다.그러나 갑자기 어디선가 낯선 촉감이 얼굴에 전해져 왔는데, 순간, 차우미의 혼란스러운 머릿속은 하얘지고 바로 피했다.그렇다. 무의식으로 그런 낯선 터치에 피한 것이다.동시에 자기의 얼굴을 만진 사람을 보고, 눈을 부릅뜨면서 나상준의 허공에 떠 있는 손을 바라보았다.순간, 차우미는 멍해졌다.나상준의 손이었다. 방금 무슨... 짓을 했던 거지?차우미가 피해서 나상준의 손은 허공에 떠 있었다. 있어야 할 물건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면서 마음속에 공허함으로 가득 찼다.불쾌하고 불편했다.마치 자신의 물건이 빼앗긴 느낌이 들면서 다시 되 갖고 싶었다.나상준의 시선은 차우미의 입술에 떨어지고, 손을 들어 그녀의 뒤통수를 감싸고 키스했다.차우미가 미처 반응도 하지 못하는 속도로 빠르게 코앞에 나타나서 키스했다.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마치 자기를 잡아먹으려는 듯한 기운을 뿜으며 다가오는 나상준을 바라보며 무의식적으로 도망치려 했다.그러나 차우미가 막 움직이려 하자 뒤통수가 붙잡혀 도망가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다가와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입술에 키스했다.차우미는 몸이 굳어졌다.한순간, 몸이 나무처럼 굳어 꼼짝도 하지 않는다.나상준은 키스해본 적도 없고, 차우미 이외의 여자와 이렇게 가깝게 접촉한 적도 없다.그의 인생에서 가장 가깝게 지낸 여자가 차우미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고 할 수 있다.나상준의 얇은 입술과 차우미의 입술이 닿는 순간,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부드러움이 불꽃처럼 그의 마음을 터트리며 밤하늘이 환하게 밝히는 듯했다.눈동자가 어두워지면서 그 안의 모든 것을 삼키려는
나상준은 품에 안긴 차우미의 찌푸린 얼굴과 굳게 찡그린 미간에 거부와 두려움이 선명히 적힌 것을 보았다.그는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또한, 자신이 차우미에 강요해서는 안 되며,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다.참고 자제하여 때가 돼서야 이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그러나 더는 참을 수 없었다.술에 취한 차우미의 모습을 보며 마치 철통 장벽에 갑자기 틈이 생겨 잠시라도 침입할 수 있게 된 것 같다.이런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나상준은 원래 그냥 얼굴만 만지고 싶었었다.하지만, 차우미를 만지는 순간, 그의 이성적인 모습이 전부 사라지고 말았다.더는 마음을 억누르지 않고, 다른 걱정하지 않고 차우미를 가지고 싶었다. 그녀를 가지고 다른 사람이 빼앗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키스는 점점 깊어져 가고 뜨거워졌으며 호흡도 곤란했다. 나상준의 손끝에 차우미의 머리카락이 만져지면서 하마터면 부러질 것 같은 가느다란 허리를 감쌌다. 그는 힘 조절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심취해 차우미를 끊임없이 품속으로 끌어안고, 입술도 빈틈없이 들이박혔다.통제할 수 없었다.나상준이 차우미를 만지는 순간, 그는 더는 자신이 아니었다.그는 그녀의 모든 것을 갖고 싶었다.차우미는 나상준의 절제 없는 키스에 괴로웠다. 거절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고, 도망치려고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다.어쩌지도 못하는 상황이 무서웠고, 두려웠다.한 남자가 작정하고 여자에게 무슨 짓을 하려고 할 때, 여성은 정말 무기력해지고 도망갈 방법이 없다.입술은 나상준에게 뺏기고, 숨도 쉬지 못하며 우물 속에 빠져나갈 수 없었다.나상준이 마음먹는 순간, 차우미의 모든 것은 더는 자신의 것이 아니라 나상준의 것이 되었다.손으로 나상준을 잡고 밀어도 소용이 조금도 없는 게, 마치 개미가 나무를 흔드는 것처럼 가망이 전혀 없다.차우미는 포기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나상준을 밀어 붙었다. 그러나 호흡곤란이 오면서 숨쉬기 점점 어려워지고 힘이 가누지 못해 얼굴도 빨갛게 붉어졌다.
차우미는 꿈을 거의 꾸지 않지만, 이날만은 꿈을 꾸었다.몹시 나쁜 꿈이었다.꿈속에서 무엇에 쫓겨 끊임없이 뛰어다녔다. 잘 보이지 않았지만, 위험하다고 느껴서 조금도 쉬지 않고 앞으로 뛰어갔다.차우미는 살려달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목이 조여진 것처럼 소리를 내지 못하고 입술만 벌린 채 피곤한 줄 모르고 앞으로 달려갔다.아무리 뛰어도 좀처럼 위험을 벗어날 수 없었다.그녀는 당황하고 두려웠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전혀 몰랐다.그렇게 알람이 울릴 때까지 쉬지 않고 달렸다.따르릉... 따르릉...알람 소리가 반복하며 들려오면서 차우미를 악몽 속에서 깨웠다.차우미는 눈살을 찌푸리고 어렴풋이 눈을 떴다.눈에 들어온 것은 희미한 빛과 가구들이 어렴풋이 보였다. 두꺼운 커튼 사이에 은은하게 스며들어온 빛이 차우미를 깨웠다.다만 숙취 때문에 잠에서 깬 그녀는 속이 울렁거렸다.머리도 무겁고 어지럽고 몸도 평소 같지 않았다.차우미는 눈살을 찌푸리고 눈을 감아 정신을 차리려고 했다.눈을 감으면서 수많은 기억이 떠오르면서 차우미는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러고 침대를 짚고 일어나 앉았다.어젯밤 업무가 끝나고, 모두와 함께 호텔을 떠나 레스토랑으로 가서 식사했는데, 같이 간 사람은 나상준과 하성우였다.레스토랑에 도착한 후, 그녀는 평소와 같이 식사했는데, 갑자기 하성우가 와서 차우미에 술을 권하러 와서 어쩔 수 없이 마우타이주 세 잔을 마시게 됐다.여기까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잔을 마시려고 할 때 나상준이 나타나 그녀를 막았던 것까지 기억한다.그녀는 나상준이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셨다.그러나 세 번째 술을 마시면서부터 그 뒤의 기억이 사라졌다.그렇다. 필름이 끊겼다.그 뒤의 기억은 마치 누군가가 삭제한 것처럼 하얗게 까먹었다. 그 뒤의 일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차우미는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침대에 기대어 어지러운 머리를 감싸 쥐고 어젯밤 술 마신 기억을 곰곰이 떠올렸지만, 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아무것도 없다.그녀는 지
차우미는 항상 긴 옷과 긴 바지를 입고 있었고 밤에 잘 때도 항상 잠옷을 입고 있었다. 그녀는 반바지나 짧은 치마는 거의 입지 않았다.하지만 그 순간, 그녀는 익숙한 바지가 아닌 자신의 날씬한 종아리를 보았다.아니, 뭔가로 덮인 날씬한 종아리가 눈에 보였다.종아리를 덮고 있는 물건은 바로 목욕 가운이었다.그래, 바로 목욕 가운.그녀가 움직일 때마다 종아리를 덮고 있는 목욕가운은 살랑살랑 그녀의 움직임을 따라 흔들거렸다.흔들거리는 가운을 보자 차우미는 온몸이 굳어져 반응조차 없어졌다.문뜩, 그녀는 자신의 마음 한편이 차가워진 것을 느꼈다.마치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난 것 같아 그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그러나 그런 느낌은 몇 초 동안만 지속되었고, 차우미의 머릿속 생각이 차츰 정리가 되자 그녀는 긴장이 풀렸다.그녀는 자신의 옷차림을 보았다. 어제의 셔츠와 청바지가 아닌 목욕 가운.그리고 목욕 가운 안에는 딱 달라붙는 반바지만 있는 것 같았다.어젯밤에 토했을까? 아니면 술을 마시고 난동을 부렸을까?그리고 나상준이 누군가를 부탁해 나를 도와 옷을 갈아입히고 돌봐달라고 부탁했을까?생각하는 도중, 차우미는 손을 들어 자신의 소매와 팔, 그리고 이불 냄새를 맡았다.알코올 냄새 대신 은은한 샤워 젤 향이 그녀의 코끝에 닿았다.그녀는 분명히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았다.이 순간 차우미는 확신 했다. 자신이 어젯밤 나상준에게 문제를 일으켰다는 사실.그녀는 어젯밤 술을 마시고 자신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요 자신이 어떤 모양새를 하고 있었는지 몰랐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된 자신을 보아하니 나상준을 괴롭힌 건 사실인 것 같았다.차우미는 다시는 술을 마실 수 없을 것 같았다.남한테 폐를 끼치는 건 물론, 나쁜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말할 것도 없었다.나상준은 자기 생각을 말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세심한 사람이며, 사람들이 안심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진지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이었다.어젯밤에는 그가 현장에 있었기 때문에 아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