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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63화

나상준의 이런 모습은 사무실에 앉아 부하들의 보고를 기다리는 사장과도 흡사했다. 말을 하지 않아도 그의 카리스마가 사람들을 무의식적으로 긴장하게 만든다.

차우미는 긴장하지 않았지만, 나상준의 이런 모습을 보고 순간 매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상사에게 업무를 보고하는 비서처럼 잡생각도 사라졌다.

“지금까지 업무를...”

차우미의 가볍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방에서 천천히 퍼지며, 마치 따뜻한 봄바람처럼 주위의 차가운 공기를 녹였다.

나상준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지만, 줄곧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매를 보고 있는데, 매우 청초하고 뚜렷하여 자세히 보면 눈썹이 짙고 연하지 않았다. 그리고 눈썹 모양도 매우 단아하여 마치 하늘에 떠 있는 달처럼 가까이하고 싶게 한다.

눈썹에 이어 눈을 보는데 이목구비가 수려하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차우미의 눈은 보통 여자들의 예쁜 형태의 눈이 아니라 눈꼬리가 살짝 올라간 형태였다.

눈이 좁고 길며 눈꼬리가 약간 치켜 올라 눈을 들어 올려다볼 때, 눈빛이 맑고 서늘하여 마치 깊은 산속에 있는 샘물처럼 매우 차갑다. 그러나 차우미의 성격은 차가운 눈매와 달리 잘 웃는 사람이다. 그녀가 웃으면 주변의 차가운 기운은 다 사라지고, 온화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퍼진다.

나상준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면서 문득 한란이라는 식물이 떠올랐다.

맞다. 깊은 산속에 홀로 자라 피어나는 식물체다.

남의 시선을 받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자라나서 피어난다.

그녀는 누구의 보살핌이 없다고 살 수 없는 사람이 아니다. 혼자서도 여전히 잘 지낼 수 있다.

나상준의 시선이 그녀의 두 눈에 떨어져 있는데, 손에서 천천히 흔들고 있는 찻잔이 점점 더 느려졌다.

차우미는 나상준의 시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열심히 집중해서 그동안의 업무 진행 과정, 그리고 닥친 어려움을 보고해줬다.

그녀는 말하는 속도가 빠르지도 않고 목소리가 크지도 않았다. 침착하고 질서정연한 목소리가 방에 퍼져 더욱 고요해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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