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날: Chapter 261 - Chapter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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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1화

5시가 넘었지만, 아직 어둡지 않았다. 도시 전체가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회성이 시끌벅적하게 변했다.아이들이 하교하고 일꾼들이 퇴근했다.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차우미는 온이샘이 저녁밥을 먹자고 제안을 한 뒤에야 자기가 미처 레스토랑을 예약하지 못한 사실을 인지했다.점심때 두 사람이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미처 저녁 식사 장소를 예약해야 하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행사장에 돌아온 뒤에는 일에 집중을 한 탓에 더 생각지도 못했다.차우미는 죄책감이 약간 들었다.자기가 해야 할 일을 까먹은 것이 미안했다.결국 온이샘이 먼저 장소를 찾은 것이다.차우미는 전에 그들이 회양 강변에서 식사하던 것이 생각났다. 당시 하성우는 그 한식집이 회양 강변에서 가장 좋은 곳이며, 회성에 놀러 오기만 하면 반드시 가는 맛집 중 하나라고 말했었다.요리도 잘하고 맛도 좋은 의미가 있는 한식집이다.결국 온이샘이 예약한 곳은 그녀가 갔던 그 식당이다.그래서 온이샘의 말을 듣자마자 그녀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집자.레스토랑의 이름이다. 하성우가 이야기해줬던 낭만적인 러브 스토리의 주인공의 이름을 딴 한식집.차우미는 머리가 하얗게 질렸다.아무것도 모를 땐 그냥 갔겠지만, 차우미는 그 한식집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온이샘이 왜 그곳에 가려고 하는지 차우미는 잘 알고 있다.그의 마음을 알아차렸다.온이샘은 자기 앞에 멍하게 서 있는 차우미를 살펴보았다. 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온이샘도 알아차렸다.차우미는 더는 평온을 유지하지도 담담하지도 않았다.온이샘의 마음이 빠르게 뛰어댔다. 그의 눈빛이 부드럽게 변했다. 뜨거운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갈까?"낮은 그의 음성에 옅은 긴장감과 기대감, 갈망이 뒤섞여 있다.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술을 살짝 열었다. "응."가야 했다.그곳에 가는 이유가 어떻든 그녀는 갈 것이다.식당은 좋은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했지만, 확실히 음식 맛도 훌륭했다.어쩌면 온이샘이 먼저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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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2화

"집자..."주혜민이 가방을 들고 내렸다. 그녀는 한식집의 화이트 골드 빛의 간판을 바라보았다.진현이 그녀에게 다가가 물었다. "여기 이름 잘 지은 것 같지 않아?"주혜민이 그를 쳐다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당신 생각은 어떤데?"그녀는 며칠 전 회성을 떠났다, 그러다 오늘 다시 돌아왔다.그녀가 어디를 가든, 진현이 함께 했다. 그녀는 진현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진현이 자기를 따라오든 말든 자기 할 일을 했다. 이곳은 진현이 오자고 제안했다.자기 마음을 꿰뚫어 본 주혜민을 바라보며 진현이 미소 지었다. "난 좋은 것 같은데.""하하."주혜민이 가볍게 웃더니 곧장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진현도 그녀를 따라갔다.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자 직원이 다시 예의 바르게 물었다. "실례지만 두분 예약하셨습니까?"진현이 예약한 번호를 알려줬다."네, 위층으로 모시겠습니다."직원이 두 사람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주혜민은 간판의 새겨진 두 글자에 관심이 생겼다.특히 이 안의 인테리어를 보면 엔틱하고 고풍스러운 술집 느낌이 많이 났다. 음식 맛이 아주 풍부해 기분이 좋아졌다.진현은 그녀와 함께 나란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는 올라가면서 주혜민의 얼굴을 힐끗힐끗 살피기도 했다.주혜민의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 같자 그의 얼굴에 미소가 짙어졌다.곧 두 사람은 3층으로 올라갔다.3층은 오픈된 형식은 1층과 같지만 1층은 중간에 아무런 가림막도 없었다. 하지만 3층은 디자인이 특이했다. 식탁마다 좌우로 반인분의 가림막을 만들어 옆 테이블 손님을 차단하였다. 마치 작은 분리된 공간처럼 느껴졌다. 식탁이 가운데에 놓여 있고 손님들이 이 안에서 식사하면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안에 앉아 식사하는 손님은 주위 사람들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주위 상황도 볼 수 있다. 우아한 분위기가 남달랐다.두 사람이 직원을 따라 3층에 올라오자, 식사하던 다른 손님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향했다.그러나 주혜민의 시선은 룸에 앉아 있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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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3화

주혜민이 온이샘을 말없이 훑어보았다."아는 사람이야?"진현이 주혜민의 눈빛에 의아한 듯 물었다.주혜민의 눈빛이 결코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주혜민의 입가에 웃음기가 진해졌다. "아는 사이는 아닌데... 그래도 재밌네."기분 좋은 듯 환하게 웃는 주혜민이다.진현은 더는 묻지 않았다.그는 주혜민의 얼굴만 살필 뿐이다.두 사람이 대화하는 사이, 직원이 두 사람을 데리고 룸으로 들어갔다."여깁니다."직원이 공포문 너머에 서서 손짓했고 주혜민이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진짜 재밌어, 진짜 재밌어."진현은 주혜민이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눈치챘다. 분명 그들과 잇닿은 온이샘 때문일 거라고 여겼다.주혜민과 진현이 앞에, 온이샘과 차우미가 뒤에 앉았다.공교롭게도 네 명이 한 공간에 모였다.주혜민은 말을 하면서 진현을 힐끗 쳐다보더니 안으로 들어가 차우미와 등을 맞대고 앉았다.결국 진현은 맞은편에 앉았다.두 사람이 자리에 앉으면서 서로 얼굴을 볼 수 없게 차단되었다.직원이 메뉴판을 두 사람에게 건넸다. "주문하시겠어요?"주혜민이 메뉴판을 받아 펼치더니 천천히 훑어보았다.진현이 먼저 말했다. "먹고 싶은 거로 주문해.""응."주혜민은 말없이 메뉴판을 훑으며 주문했다.하지만 진현의 시선은 메뉴판이 아닌 주혜민을 향해 있었다.한편, 차우미는 주혜민과 같은 공간에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음식에 집중했다. 온이샘의 입맛에 맞으면서도 이곳 특색을 알리는 요리들로 주문했다.게다가 주변에 앉은 사람들의 대화 소리와 적절한 소음 탓에 차우미는 주혜민의 말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그래서 주혜민이 그녀를 목격한 사실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하지만 온이샘은 주혜민을 발견했다. 차우미가 주문하고 있을 무렵, 온이샘의 시선은 진현과 대화하는 주혜민에게 쏠려 있었다.온이샘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는 이곳에서 주혜민을 보게 될 줄 몰랐다.온이샘은 주혜민이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주혜민과 직접 대면한 적은 없지만, 차우미가 예전에 우연히 넘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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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4화

"집자 하나 주세요.""네."직원이 주문을 마치자 떠났다.차우미는 온이샘이 주문한 요리 때문에 살짝 놀랐지만 이내 평온을 되찾았다.집자는 이곳의 특색 요리다. 그녀는 이 요리의 의미를 잘 알고 있다. 온이샘이 그녀를 이곳에 데려온 이유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주문하지 않은 거다.그의 마음을 거절하는 게 아니었다. 다만 둘 사이를 발전시키기에는 너무 일렀다.그녀는 온이샘이 훌륭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어쩌면 그녀와 잘 맞을 수도 있다고 여겼다.그러나 아직은 아니다.그녀와 나상준이 이혼한 지도 불과 두석 달밖에 되지 않았다.그녀는 두석 달 만에 다른 사람을 좋아할 수 없다고 여겼다.온이샘이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차우미는 멍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다가 서둘러 시선을 돌렸다. 애써 평온한 척하고 있다.온이샘이 미소를 지었다.그가 주문한 요리에 관해 차우미는 거절도 배척도 하지 않았다.온이샘은 시선을 찻잔으로 돌렸다. 그가 찻잔을 들어 차 한 모금 마셨다. 그는 오늘 차우미에게 자기 마음을 알리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의 뒤에 앉은 주혜민 때문에 차마 말할 수 없었다.강서흔에게 주혜민에 관해 전해 들은 적 있다. 주혜민은 심술궂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기가 원하는 것은 손에 넣는 사람이다. 사람이 독하고 매정해 그녀의 심기를 건드는지 않는 게 좋았다.그녀에게 찍히면 꼼짝없이 갈기갈기 찢겨버릴 것이다.가녀린 여자에게 이런 수식어가 붙는 거로 봐서 주혜민은 결코 평범한 사람이 아니다.특히, 그날 밤 차우미가 바닥에 쓰러져 몸부림치던 장면은 온이샘에게 다시는 돌이키고 싶지 않은 가슴 아픈 상처로 남아 있다.그는 차우미를 절대 주혜민의 눈에 들게 할 수 없었다.주혜민은 메뉴판을 훑는 거처럼 보였으나, 사실은 차우미와 온이샘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두 사람이 회성에 온 이유가 무엇 때문인지,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 어디까지 발전한 건지 궁금했다.둘에 관해 속속들이 알고 싶었다.진현은 주혜민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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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5화

"다른 속설이라는 게 뭔데요?"주혜민이 흥미 어린 표정으로 직원을 쳐다보았다.직원이 말했다. "커플들끼리 서로 인연인지, 아닌지 테스트할 수 있는 음식입니다.""인연 테스트? 그런 것도 있어요?"주혜민은 살짝 놀란 눈치다. 난생처음 이런 미신을 들어본다.직원이 웃으며 답했다. "네.""정말 인연이 있다면 이 음식을 먹은 뒤 계속 커플 사이가 유지될 겁니다. 하지만 인연이 아니라면 둘은 곧 헤어질 것입니다."주혜민은 음식 하나로 이런 테스트까지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커플 같아요?"주혜민이 진현으 가리켰다. 진현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그녀를 쳐다보았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표정변화도 알리지 않았다.직원이 주혜민의 눈치를 살피며 이해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주혜민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린 커플이 아니라 남매예요. 오해하지 말라고요. 내 약혼자가 질투할지도 모르거든요.""그 남자가 워낙 질투가 많아서요."차우미는 온이샘을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온이샘이 평소와 달랐기 때문이다. 갑자기 표정이 달라졌다.분명 이곳에 온 뒤로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 차우미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눈치만 살폈다.그러던 중, 바이올린 소리가 울려 퍼졌고 식당 안 분위기가 한결 편안하게 풀어졌다.하지만 여유로움도 잠시, 주혜민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또렷하게 들려왔다.아주 가까운 곳에서 주혜민의 목소리가 들리자 차우미는 온몸이 굳어버렸다. 그녀는 주혜민이 자기 뒤에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둘 사이에는 가림막이 있었지만 분명히 느껴졌다.차우미는 당황했다.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봤던 이후로 다시는 주혜민과 마주치지 않을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이런 곳에서 주혜민과 마주치게 될 줄이야.그녀는 주혜민이 자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여겼다.그녀는 차 안에 있었다.그러나 그날 이후로 주혜민을 아예 마주치지 못했고 그래서 차우미의 기억 속에서도 주혜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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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6화

차우미의 안색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괴로운 모습도 없이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다.온이샘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주혜민과 차우미가 너무 가까이 앉은 탓에 차우미는 그녀가 한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그럼에도 차우미가 태연하게 행동하자 온이샘이 되려 당황했다.'신경 쓰지 않는 건가?'차분하게 앉아 자기를 평온하게 바라보는 차우미 때문에 온이샘이 바짝 긴장했다.그는 차우미가 주혜민이 한 말을 신경 쓰지 않기를 바랐다. 이미 끝난 결혼이고, 지나간 일로 상처를 입지 않기를 바랐다.그러나 이것은 그의 바람일 뿐, 요구할 수 없었다.그래서 아무렇지 않아 보이는 차우미의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이럴 수 없었다.온이샘은 차우미와 잘 되고 싶었다. 만약 그녀가 자기 마음을 받아준다면 꿈처럼 느껴져 기쁨을 제대로 누릴 수 못할 수도 있었다.차우미는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온이샘의 시선을 느꼈다. 온이샘이 그녀를 걱정하며 불안해하고 초조해 한다. 온이샘의 감정이 전부 느껴졌다.자기 일 마냥 복잡해 보였다.온이샘의 이런 모습에 차우미가 되려 당황했다.그녀는 처음으로 온이샘에게 이렇게 많은 감정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봤다. 그래서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두 사람이 조용해지자 주혜민이 계속해서 말했다.심지어 잘 들으라는 듯 높게 말했다. "이건 주문하지 않을게요. 다른 거 주문하자.""이건 다음에 약혼자랑 와서 먹는 게 좋을 것 같아."주혜민이 진현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주문해.""먹고 싶은 거 얼마든지 주문해. 내가 살게."진현은 승리에 만취한 것 같은 주혜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고고한 그녀의 자태는 마치 차우미를 바닥에 짓밟아 쾌감을 느끼는 사람 같았다.주혜민은 자신감이 넘쳤고 우월해 보였다.진현의 얼굴에 미소가 옅어졌다. 그는 메뉴판을 들고 주문했다.3가지 음식을 주문한 뒤 메뉴판을 덮은 진현이 직원을 바라보았다. "집자도 주세요."살짝 당황한 직원이 진현을 쳐다보더니 살짝 웃으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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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7화

온이샘의 낯선 모습에 놀랐을 그녀가 걱정되어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차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선배만 아무 일 없으면 그거로 충분해."사실 차우미는 그를 걱정했다.온이샘도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예전에 여기 음식 맛 좋다고 들었거든. 다음에는 가현이랑 서흔이도 같이 오자. 둘 다 좋아할 거야."사실 차우미도 여가현과 올 생각을 했었다.그리고 여가현과 강서흔이 잘 되길 바라는 온이샘의 마음을 차우미도 공감되었다. 오랜 친구였기에 서로 잘 알고 있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너도?"온이샘이 살짝 놀란 눈치였다.차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가현이랑 오면 좋을 것 같더라. 가현이 입맛에 맞을 거야, 분명 좋아할 거야.""그래, 다음엔 우리 넷이 같이 오자.""좋아."두 사람이 웃고 떠들었다. 그들은 주혜민을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의 대화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주혜민은 마땅한 정보를 캐내지 못했다. 게다가 두 사람 말투는 전혀 연인 같지 않았다.두 사람이 사귀는지, 사귀지 않는지 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었다.차우미와 온이샘이 대화를 하는 사이 음식이 나왔다.그들이 주문했던 음식이 전부 올라왔다.온이샘은 집자를 바라보았다. 함께 잡은 두 손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어떤 일이 생겨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두 연인을 표현한 집자를 바라보았다.메뉴판 속 사진과 똑같았다. 사진으로만 보던 것을 직접 눈앞에서 보자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어댔다.맞잡은 두 손이 심장에 반응하게 했다.온이샘이 애써 진정을 유지하며 미소 지었다. "이 음식에 대해 들은 적 있어.""보기만 해도 좋네."온이샘은 자기의 마음을 그녀에게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의 말 속에는 차우미를 향한 마음이 분명하게 담겨 있었다.아까 주혜민과 진현에게 직원이 이 요리에 담긴 러브 스토리를 할 때부터 온이샘도 귀를 기울였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말뜻을 알아차렸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게, 맛있어 보여."차우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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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8화

온이샘은 그녀가 먹은 뒤 먹을 생각이다.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던 마음이 유난히 컸던 온이샘은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진심으로 믿었다.그래서 그녀가 꽃잎을 집어 먹는 순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바짝 긴장한 채로.그녀가 꽃잎을 입가에 가져가려던 순간, 갑자기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순간 온이샘은 머리가 하얗게 질렸다.왜 하필 지금 그녀의 휴대폰이 울리는지 알 수 없었다. 바짝 긴장했던 온이샘의 가슴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했다.차우미는 휴대폰 진동음에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꽃잎이 다시 그릇에 올려졌다. 차우미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발신자는 예은이다.갑자기 전화를 걸어온 예은 때문에 차우미도 당황했다.안평시에서 예은과 통화한 이후로 그녀와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 시간이 날 때 그녀에게 간식을 전해주러 가려 했지만, 연속으로 스케줄이 생기는 바람에 갈 수 없게 되었다.차우미의 눈에 죄책감이 감돌았다."선배, 먼저 먹어. 나 잠깐 통화 좀 하고 올게."온이샘 앞에서 다른 사람과 통화하는 게 꺼려졌던 차우미가 전화를 받기 위해 일어섰다. 그리고 굳이 온이샘에게 전에 나상준과 이걸 먹었다고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사사건건 전부 말할 필요는 없었다.특히 주혜민이 듣고 있는 지금.이런 상황에서는 말조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차우미는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온이샘은 자리에 앉아 그녀의 앞 접시에 올려진 꽃잎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었다.지금 상황이 마치 둘은 이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예언하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전화를 받기 위해 휴게실 쪽으로 향했다.곧장 앞으로 나가 모퉁이를 돌자 작은 울타리가 보였다. 안에는 가지런히 놓인 티 테이블과 소파가 있었다.차우미가 전화를 받으며 그쪽으로 다가갔다."으앙!"예은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차우미가 순간 발걸음을 멈추었다.눈살을 찌푸린 차우미가 휴대폰을 꼭 쥐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예은아, 무슨 일이야?""예은이 큰엄마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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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9화

차우미가 물었다. "예은이 넘어졌다고 하던데, 심각해요?""아니에요. 뛰다가 카펫에 넘어져서 무릎만 조금 붉어졌어요.""다행히 피부는 까지지 않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 할머니가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고 차우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나씨 가문은 아이를 가르치는 데 있어 까다롭지 않았다. 아이는 다치면서 크는 거라고 여겼고 큰일이 아닌 이상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나준우와 서혜지도 이 일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큰 문제가 아니면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다.송 할머니는 50세가 넘었고 경험도 많았다. 게다가 나씨 집안에서 오랫동안 일한 고용인 중 한 명으로 그녀가 심각하지 않다고 말한 거로 보아, 정말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그럼 저도 안심할게요.""예은이한테 전화 바꿔주세요.""네."예은이가 전화를 건네받았다. "큰엄마, 언제 예은이 만나러 와요?"스피커폰으로 한 탓에 송 할머니도 그녀의 말을 듣고 있다. 예은이는 차우미가 자기를 걱정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껏 심하게 울지 않은 것이다.차우미는 예은이의 목소리로 보아 아이가 진정을 되찾은 것을 알아차렸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안돼, 며칠 뒤에 갈게.""왜요?""에은이가 큰엄마를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큰엄마가 만들어 주신 과자 먹고 싶어요. 꿈도 꾸고 있어요.""큰엄마, 예은이 보러 오면 안 돼요?""예은이 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요."예은은 활발했고 잘 웃고 귀엽게 행동했다. 머리도 총명해 표현을 유난히 잘했고 예쁨 받을 줄 알았다.울지도 않고 순진무구한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것처럼.차우미가 웃음을 터트렸다.그녀와 나상준이 이혼한 뒤로 그녀는 자연스레 나씨 가문과도 거리를 뒀다. 자연스레 예은과 만나지 않았다.이혼한 이상 가족끼리 만나지 않는 게 정상이다.그러나 예은이와 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죄책감이 그녀를 괴롭혔다.차우미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큰엄마 요즘은 바빠서 안 돼. 바쁜 거 지나가면 예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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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0화

차우미와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누군가 서 있었다.그녀는 실크색 긴 셔츠를 입고 있었다. 정강이까지 내려오는 스커트와 높은 힐을 신고 있었다. 그녀의 우월한 외모와 몸매를 아주 잘 표현했다.다만 주혜민의 기분이 상당히 나빠 보였다.그녀는 입가에 손을 짚고 얼굴에는 웃음을 띠었지만, 눈에는 냉기가 돌았다.주혜민은 자리에 서서 한동안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차우미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입술을 살짝 깨문 차우미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주혜민이 차우미를 따라와 그녀의 통화를 엿들은 것이다.그녀는 차우미와 예은이 나누는 대화를 정확히 들었다. 차우미는 휴대폰을 살짝 움켜쥐고 주혜민을 스쳐지나기로 했다.주혜민에게 들키기 싫어 여기까지 나와 전화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주혜민이 따라왔다.차우미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결국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차우미가 주혜민을 스쳐지나자 주혜민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속에 들어왔다. "멈춰요."차우미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주혜민의 발소리가 멈춰지자 몸을 돌려 섰다.그녀가 천천히 차우미의 앞으로 다가왔다.차우미보다 키가 살짝 더 컸던 주혜민은 10cm가 넘는 힐을 신은 탓에 훨씬 컸다.그녀는 차우미의 앞을 가로막고 서있어 차우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주혜민을 쳐다봤다."설명해야죠?"주혜민의 담담한 얼굴에 미소가 짙어졌지만, 눈빛은 싸늘해졌다.그녀는 매우 화가 났다. 온이샘과 대화 내용을 엿듣기 위해 룸에 앉아 있다가, 차우미가 전화를 받으러 나오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뒤따라 나왔다.누가 전화를 걸었기에 이렇게 나와서 받는지 궁금했다.호기심이 생겨 따라나온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통화한 사람은 다름 아닌 예은이다, 나씨 집안의 손녀.차우미가 아지도 그 집안 사람과 연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결국 주혜민의 마지노선을 넘었고 그녀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차우미가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깨물었다.주혜민의 말뜻을 차우미도 알아들었다. 헤어진 마당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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