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날: Chapter 271 - Chapter 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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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1화

"하지만 난 상준 씨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그쪽이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난 진심이에요."말을 마친 차우미가 시선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주혜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주혜민에게 무례한 말 그만하라고 요구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보는 시선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주혜민과 논쟁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자리를 피했다.그러나 차우미는 자신의 이런 태도가 주혜민에게 도발로 다가왔다는 것을 몰랐다. 마치 그녀를 무시하고 자기 갈 길을 가겠다는 것처럼 보였다.주혜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선심 써서 경고했더니 그걸 모르네요. 이젠 내가 어떻게 행동해도 원망하지 마요."주혜민은 차우미가 자기 주제를 아는 사람이라 여겼다. 그러나 직접 대면한 차우미는 그렇지 않았다.그래서 차우미에게 더는 예의를 차리고 싶지 않았다.주혜민은 바로 팔을 들어 차우미의 앞을 막았다.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주혜민 씨." 차우미의 입이 열리자마자 주혜민은 순식간에 그녀를 밀쳤다.그러나 주혜민의 힘이 강했던 탓에 차우미는 떠밀려 비틀거렸다. 그리고 주혜민이 손찌검을 쓸 줄 몰랐던 차우미는 아무런 방비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공격을 받았고 그래서 무게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던 것이다. 결국 차우미가 균형을 잃고 순식간에 뒤로 휘청댔다.그러나 넘어지는 순간 차우미의 뇌리로 다쳤던 발이 스쳐 지났고 다시 다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그래서 넘어지는 와중에 다쳤던 발부터 보호했다. 그러나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한 통증이 전해왔다.차우미가 바닥에 넘어지는 것을 본 주혜민은 그제야 만족했다.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주혜민은 그녀의 앞에 다가와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녀를 내려다보며 턱을 약간 치켜들고 차가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임자 있는 약혼남을 감히 건드리고 뭐가 이렇게 당당해!"주혜민은 마치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주혜민의 발언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주혜민의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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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2화

"그만해!""그만해!"두 사람의 목소리가 거의 동시에 울렸다.하지만 주혜민의 행동이 더 빨랐다.순식간에 강한 힘이 차우미를 밀어붙였고, 채 일어서기도 전에 차우미는 다시 뒤로 자빠졌다.그러나 그녀가 뒤로 고꾸라지던 순간, 누군가 빠르게 날아와 순식간에 그녀를 품에 안았다.친숙하면서도 낯선 품에 부드럽게 안긴 차우미는 안정감을 느꼈다.'선배가 왔어.'온이샘이 차우미를 품에 꼭 감싸고 있었다. 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주혜민를 노려보았다. "지금 한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알아?"온이샘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이런 분노를 살면서 처음 느꼈다.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차우미가 휴대폰을 가지고 나갔을 때까지만 해도 온이샘은 멍하니 접시에 놓인 꽃잎을 바라보았다.그는 차우미와 연인으로 발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음식에 집착했던 것이다. 어쩌면 둘 사이를 좋게 발전시킬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줄 수 있었기에, 용기를 내서 자기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그러나 갑작스레 걸려온 전화가 차우미의 식사를 방해했다. 둘 사이에 무언가 발전할 기회를 방해했다. 마치 둘 관계가 순조롭게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실의에 빠졌다.항상 평온하던 온이샘은 이런 사소한 일에 감정이 동요해버렸다.침울한 기분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오지 못하던 온이샘은 직원이 다가와 찻물을 따라줄 때가 되어서야 차우미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보자 주혜민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주혜민과 맞은편에 앉은 남자 모두 사라져버렸다. 테이블에는 음식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순간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차우미를 찾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러나 차우미를 찾기 위해 나갔을 땐, 차우미가 바닥에서 일어서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온이샘의 마음이 시큰거렸다.그가 다가가던 찰나, 주혜민은 또다시 차우미를 해쳤다.바로 그의 눈앞에서 다쳤다. 이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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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그는 시선을 돌려 차우미에게 다가갔다.자기를 무시하고 지나치는 진현 때문에 주혜민은 치솟는 분노를 어쩔 줄 몰랐다. 심지어 그녀가 아닌 차우미에게 시선을 고정한 진현 때문에 주혜민은 어쩔 줄 몰랐다.너무 화가 나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진현이 말없이 차갑게 주혜민을 지나치자 그녀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진현!”"..."진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주혜민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마치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처럼 그녀를 투명인간 취급했다.그는 차우미의 앞에 다가가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혜민이 대신 사과드립니다. 정말 미안합니다."말을 마친 진현이 허리를 구부리며 고개를 숙였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혜민의 두 눈이 커졌다. 상상도 하지 못한 전개였다.'날 대신해서 사과한다고?''저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사과를 받는데?''자기 행동이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거야?'주혜민은 마치 미치광이를 보듯 진현을 바라보았다.차우미는 온이샘의 품에 안긴 덕분에 넘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애써 정신을 차렸다.겨우 안전하게 자리에 서자, 진심 어린 사과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차우미는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인 채 진심으로 사과하는 진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진현은 진심을 다해 주혜민 대신 사죄를 했다.하지만 차우미는 그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죄송해요. 당신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어요."멈칫하던 진현이 몸을 똑바로 펴고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파르르 떠는 차우미는 연약해 보였지만, 누구보다 침착했고 평온했다.방금 뜻밖의 사고를 당한 사람답지 않게 차분했다.차우미는 말을 마친 뒤 시선을 주혜민에게 돌렸다. 주혜민은 충격과 분노에 서린 표정으로 외쳤다. "그쪽이 날 다치게 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난 미안한 짓 안 했어요. 그러니까 나한테 사과하지 마요.""허!"주혜민이 실소를 터트렸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주변을 훑어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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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4화

"우리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사람 됨됨이 대해 가르쳤어요.""세상사는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고 하셨죠.""사람마다 가장 기본적인 것만 갖추면 충분히 잘 살 수 있다고 했어요. 윤리 도덕과 같은 품행 말이에요."주혜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주혜민은 실눈을 뜨고 차우미를 쳐다보았다.차우미는 지금 주혜민이 윤리 도덕 없는 무례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차우미가 자기를 완전히 얕본다고 여겼다.차우미는 주혜민의 안색이 눈에 띄게 변한 것을 보고 계속해서 말했다. "우리 부모님은 결코 나한테 재력이나 지위, 명예 같은 게 중요하다고 가르치지 않았어요. 두 분은 그저 저한테 착실하게 살면 된다고, 그러면 가문에 먹칠하지 않는 거라고 하셨어요.""그래서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날 지키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헐뜯지 않기 위해 내 일에 최선을 다했고 부끄러움 없이 잘 살았어요.""그런데 혜민 씨가 오늘 저한테 거짓을 진실인양 날조해 모독하고 내 명예를 훼손하고 날 다치게 한 거예요. 그쪽 가정 교육이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난 우리 부모님 가르침대로, 나한테 피해를 주는 사람은 물러서지 않을 거에요.""난 불륜을 한 적도 없고 누군가의 감정에 끼어드는 짓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쪽이 한 비난과 모욕을 참을 수 없어요. 그쪽 언행으로 난 다른 사람들한테 불륜녀라는 낙인이 찍혔고 보이지 않는 상처를 입었어요. 물론 날 가르친 부모님께까지 상처를 주는 행동이었고요.""혜민 씨가 모든 사람 앞에서 나한테 사과하세요."차우미는 어떤 감정의 미동 없이 차분하게 말을 마쳤다.그녀는 상처를 입은 사람보다 상처를 입은 사실을 진술하는 변호사 같기도 했다.순간, 주위가 삭막해졌다. 숨소리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고요했다.구경꾼들은 차우미의 말에 살짝 동요했다.자기 할 말을 이렇게 똑 부러지게, 이성적으로 하는 여자를 불륜녀로 오해했다고 여겼다.온이샘은 조용히 주먹을 꽉 쥐었다.차우미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차우미에게 명예 훼손을 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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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감히 나한테 따지는 거야? 사과하라고? 자기가 뭔데?'주혜민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고 눈빛도 어두워졌다. 언제든지 무서운 짓을 할 수 있는 사람 같았다.그러나 차우미는 아무것도 겁나지 않았다. 주혜민이 어떤 반응을 보이든 차우미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그녀는 오직 자기 자신만 믿을 뿐,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았다.주혜민은 평온하기 그지없는 차우미의 모습에 헛웃음이 터졌다.그녀는 진현과 온이샘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주위에서 질책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의 웃음소리가 더욱 커졌다. "내가 만약 사과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건데요?"주혜민은 아무런 가책도 느끼지 못한 것처럼 말했다.차우미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신고할 거예요."주혜민이 눈을 가늘게 떴다."방금 당신이 한 말, 한 짓 때문에 난 실질적인 피해를 보았어요. 충분히 경찰에 신고할 수 있는 일이에요.""사과하지 않으면 경찰서에서 만나야겠죠."주혜민은 더는 웃지 않았다.그녀의 안색이 차가워졌다, 한겨울의 서리처럼 차가워졌다.차우미가 진심으로 한 말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기 위해 주혜민은 차우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얼마 뒤, 주혜민이 입을 열었다. "신고하세요.""지금 신고하면 돼요."말을 마친 주혜민은 차우미를 힐끗 쳐다보더니 돌아섰다.매우 건방지고 오만했다.차우미는 주혜민이 떠나는 것을 보고 휴대폰을 들고 112에 전화를 걸었다.곧 전화가 연결되었고 차우미가 말했다. "안녕하세요. 저 신고하려고요."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가던 주혜민은 차우미의 목소리에 발걸음을 멈췄다.그러나 바로 다시 걸음을 옮겼다.차우미는 멀어지는 주혜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아까 발생했던 상황을 낱낱이 설명했고 경찰관이 곧장 출발하겠다고 했다."네, 감사합니다."전화가 끊겼고 주혜민은 이미 떠났다.진현은 자리에 서서 주혜민의 그림자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다시 차우미에게 시선을 옮겼다. 차우미가 휴대폰을 넣으며 온이샘에게 말했다. "선배, 나 때문에 저녁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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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6화

차에 탄 양훈은 경찰서에서 걸어나오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차우미가 오늘 왜 경찰서에 왔는지 조사해봐.""네."전화가 끊기자, 양훈은 멀어지는 택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돌아가자."...호텔로 돌아온 주혜민은 곧바로 경찰서로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진짜 신고했어?'전화를 끊은 주혜민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가방과 함께 내동댕이쳤다.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분노다.3년 전, 나상준이 자기보다 못난 여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미 차우미에 관해 조사한 적 있었다.주혜민은 차우미에 관한 모든 것을 샅샅이 조사했다. 차우미의 집안은 청렴했다, 조상들도 청렴결백한 사람들이었고 지저분한 것이 없었다.나상준의 할머니가 차우미를 신붓감으로 고른 이유 중 하나가 그녀의 가문 때문이라고 여겼다. 차우미 집안이 바로 청렴결백한 집안이기에.두 사람의 집안과 비교하면 차우미 집안도 뒤떨어지지 않았다.차우미의 관한 흠을 찾으려 했으나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했고 결혼을 막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았으나 끝까지 알아내지 못했다.어쩌면 나상준의 할머니가 훨씬 전에 조사를 끝냈을 수도 있었다.결국 주혜민은 나상준의 결혼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게다가 나상준은 주혜민을 거절했다.그녀가 먼저 고백을 했고 나상준이 원하기만 하면 주혜민은 그와 결혼할 생각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나상준이 주혜민을 거절했다. 자기 잘난 맛에 살던 주혜민은 처음 겪어본 거절에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주혜민은 나상준이 결혼한 뒤에 후회하게 할 생각이었다. 틀림없이 후회할 거라고 굳게 믿었다.그러나 그가 정말로 차우미와 결혼했을 때 후회한 것은 주혜민이다.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어떻게든 그 결혼을 막아야 했었다.그러나 후회를 해봤자 이미 늦은 뒤다. 그는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했고 한방에서 살았으며 친밀한 일을 했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주혜민은 질투에 휩싸였다.그래서 선택한 게, 출국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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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7화

나상준뿐만 아니라 가온그룹의 아드님까지 그녀에게 매달리고 있는 꼴이었다. 주혜민은 아까 한식집에서 일어났던 일을 떠올렸다. 차우미를 보호하던 온이샘, 차우미의 편을 들던 진현, 두 사람은 그녀에게 적대적이었다.'허! 대단하다! 진짜 대단해!'기가 찬 주혜민은 실소하며 눈빛이 음침하게 변했다.'차우미, 네가 감히 자기 주제도 모르고 내 자리를 빼앗으려고 해?네가 이렇게 나오면, 나도 더는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아.'주혜민의 입꼬리가 비열하게 올라갔다. 그녀는 몸을 구부려 바닥에 있는 휴대폰을 집어들었다.방문과 닿은 곳에 내동댕이친 탓에 문 앞으로 가서 주워야 했다.그녀가 휴대폰을 집어 들고 일어서는 순간, 문밖으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다.진현이다.언제부터 입구에 서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주혜민의 눈빛이 순간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녀가 실눈을 뜨고 진현을 바라보았다. "왜 온 건데? 아까는 모른 척하더니?"주혜민의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다.그들은 알고 지낸 지 몇 년이나 되었다, 그는 지금까지 줄곧 주혜민의 말을 들었다. 그녀에게 어떤 일이 생기든 진현은 줄곧 주혜민의 말에 따랐다.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진현이 변했다.그녀가 알던 순종적인 남자가 아니었다.진현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와 같은 얼굴로 조용히 들어왔다. "가자, 경찰서 같이 가줄게."진현은 주혜민 앞에 서서 온화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주혜민이 손을 들었다. 짝!매우 우렁찬 소리와 함께 진현의 얼굴이 돌아갔다.진현의 얼굴이 서서히 굳었다.주혜민은 눈앞에 태연하게 서 있는 그를 바라보며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 "경찰서를 가? 네가 뭔데? 네가 뭔데 나 대신 사과를 해? 제까짓 게 뭔데! 진현, 경고하는데, 난 널 사랑하지 않아! 결코, 널 좋아하는 일 없을 거니까 헛된 꿈 품지 마!"주혜민이 턱을 치켜들며 차갑게, 조롱하듯 아무렇지 않게 이런 말을 내뱉었다.그녀는 말을 마친 뒤 바닥에 있는 가방을 집어 들고 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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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안 바빠요."나상준의 희미한 목소리에 서혜지는 살짝 당황했다. 나상준은 처음부터 말수가 적었다. 그녀가 이 집안에 시집을 왔을 때부터 나상준은 쭉 이런 성격다. 다행히 가족들은 집안 큰 행사가 아니면 자주 만나지 않았고 그래서 나상준의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이미 적응했다.오늘 그녀는 나준우와 저녁에 외출했었다.집에 돌아온 뒤에야 딸이 넘어진 뒤에 자기 큰아빠와 큰엄마한테 연락한 것을 알게 되었다.예은이는 큰엄마가 자기 만나러 꼭 오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큰아빠도 같이.어린 애들은 자기 말에 따르는 척만 해줘도 순진하게 믿었다. 그래서 차우미의 대답이 놀랍지 않았다. 그러나 예은이에게 먼저 연락한 나상준은 급한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어린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나상준은 평소에도 예은이와 거리를 뒀다. 가끔 본가로 가면 몇 번 놀아주기는 했지만, 결코 많지는 않았다.차가운 성격의 나상준을 예은이가 무섭다고 피하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 여겼다.어린애에게 아무 관심도 없던 그가 갑자기 전화하자, 서혜지는 되려 불안했다.예은이가 큰엄마한테 연락해서 자기를 만나러 오라고 투정부린 사실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준우에게 당장 아주버님에게 연락해 목적을 알아보게 한 것이다.간단한 문제 같지 않았다.그러나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감정 기복 없는 목소리에 서혜지는 겁을 살짝 먹었다.짤막한 말이나 눈빛 하나로 상대를 압도하는 사람이 있다.나상준이 바로 이런 부류이다. 나상준은 카리스마가 강한 사람이다.서혜지가 마음속의 두려움을 억누르며 애써 미소 지었다. "아무 일도 없는 거면 다행이에요. 저랑 준우 씨가 아주버님 쉬는 거 방해한 건 아니죠?"나준우는 순식간에 나약해진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자기한테 큰소리를 치던 아내가 꼬리를 내리는 꼴이 웃겼다.게다가 그의 등까지 찰싹 내리쳤다.나상준은 휴대폰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르고 창밖의 야경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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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9화

나상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준우야."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자기를 부르는 나상준 때문에 나준우가 살짝 당황했다. "응, 형.""너 제수씨랑 어떻게 사귄 거야?""뭐?"나준우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더욱 당황했다.나상준이 이런 문제로 연락했을 줄 몰랐다.나준우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어버버거렸다.서혜지는 나상준이 한 얘기를 듣지 못했으나, 자기 남편의 반응 때문에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얼른 나준우의 팔을 붙잡고 나준우의 곁에 바짝 붙어 통화 내용을 들으려 했다.나준우는 아내가 엿듣는 모습에 정신을 차렸다. 그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몸을 옆에 밀착한 서혜지 때문에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우리가... 말로 설명하긴 애매해."서혜지는 통화 내용을 엿듣기 위해 애썼지만 나준우의 목소리만 들렸다. 나준우는 그런 서혜지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결국 휴대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선 나준우가 위층으로 피신했다.서혜지는 소파에 멍하니 앉아 휴대폰을 들고 도망치는 나준우를 바라보았다.'나 몰래 할 얘기가 있다는 거야?'나준우는 휴대폰을 들고 서재로 가서 문을 살며시 닫았다. "형, 여자랑 잘 안돼?"나상준은 남에게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그에게 도움을 청하면 청했지, 그가 먼저 도움을 청할 리 없었다.지금까지 총 두 번 나준우에게 도움을 청했다.한 번은 차우미가 손을 다쳤을 때였고 다른 한 번은 지금이다.나상준은 창문 밖의 끝없는 등불을 바라보았다. 환하게 빛나는 도시의 밤은 눈부신 은하수같이 그의 눈에서 끊임없이 반짝였다.그는 담담하고 평온한 차우미의 얼굴을 떠올렸다. 깜짝 놀라서, 아연실색하던, 멍하게 넋이 나갔던 그녀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심장 박동이 빨라졌다."음."그는 분명 문제가 생겼고 해결해야 했다.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나지막한 소리에 나준우는 그가 전과 확실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냥 꺼낸 질문에 나상준이 대답할 줄 몰랐다. 게다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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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0화

"사귀는 데까지 얼마나 걸렸는데?"나준우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대학교 시절부터 알았으니까, 졸업 후 내가 취업한 뒤부터 만났으니까...""얼추 계산하면 2~3년 정도 걸린 것 같은데."'2년에서 3년이 걸렸다...'나상준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너무 길다.휴대폰이 다시 조용해졌다. 나준우는 나상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궁금한 게 있음에도 묻지 못했다. 아무나 연애나 사랑을 잘하는 게 아니다. 나상준은 업무 능력이 뛰어났지만, 연애에 취약했다.그리고 그는 명백하게 나상준이 이 일에 대해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어떻게든 형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나준우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조용해졌다. 그는 나상준의 대답을 기다렸다.오랫동안 침묵이 유지되었고 나상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네가 일이 바쁠 때, 제수씨가 자주 찾아오면 짜증 나지 않았어?""음..."나준우가 곰곰이 되새기더니 말했다.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런데…"나상준은 물컵을 들고 창문 앞에 섰다. 그는 거리의 등불을 바라보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의 얼굴이 평온했다.다만 그의 눈빛이 깊게 변했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나준우가 말을 멈추자 나상준은 컵을 든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며 물었다. "왜?" 나준우가 얼굴을 찡그리더니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내가 정말 바빴던 날이 있었는데, 그날이 혜지가 찾아온 거야. 화가 났던 난 걔한테 듣기 싫은 말을 했고 혜지가... 그때 울더라고."나상준의 시선이 무거워졌다. "그리고?"나준우 지금까지 이런 말을 누군가에게 한 적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자기의 지나간 시절을 얘기하는 게 쑥스러웠던 나준우가 머리채를 움켜쥐고 말했다. "울면서 뛰쳐 갔어, 동료 눈에는 우리가 커플로 보였는지 전부 날 위로하면서 잡으라고 하더라고. 물론 나도 말실수를 한 것 같았고 그래서 혜지를 잡기 위해 따라나갔어.""그날 유독 큰비가 왔어. 내가 혜지를 찾았을 땐, 이미 비에 흠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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