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모든 챕터: 챕터 281 - 챕터 290

736 챕터

제281화

나준우는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말할 수밖에 없었다."혜지를 끌어안자 내 품에 안겨 울더라. 날 때리면서 욕하더라. 양심 없다고... 나 그때 진짜 복잡했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혜지가 우니까 나도 괴로웠어, 그래서..."나준우가 마지막 말을 삼켰다.더는 말 할 수 없었다.나준우는 결국 서혜지에게 키스했다.아주 서투르게 첫 키스를 했다.나준우도 자기가 그렇게 행동할 줄 몰랐다.나상준도 그가 삼킨 말을 눈치챘다.물 한 모금을 마신 나상준이 천천히 말했다. "두 사람 지금 보기 좋아."나준우가 한숨을 돌렸다.그는 나상준이 계속해서 뒷이야기를 물을까 봐 걱정했다. 끝까지 물으면 나준우는 어쩔 수 없이 말해야 했다."그냥 서로 운명이었던 거지, 자연스럽게 만나는...""나도 일부러 뭘 하려고 애쓰지 않았거든. 어쩌다 보니 지금 이렇게 부부가 된 거야."나상준은 몸을 돌려 물잔을 돌려놓고 말했다. "제수씨가 고생이 많네.""아..."나준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는 일부러 무엇을 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서혜지는 그를 위해 많은 것을 해줬다. 사소하고 작은, 보잘것없지만 아주 중요한 것이다.서혜지는 확실히 나준우보다 많은 사랑을 줬다.나준우가 순간 물었다. "지혜가 고생이 많았지. 난... 아니지.""너도 좋은 사람이야. 이렇게 앞으로 쭉 행복하게 살아."나준우는 마음속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상준이 뭔지 모르게 자기를 부러워하는 기분이 들었다.부러워하는 건가?나준우는 놀랐다.나상준은 아주 대단한 사람이다, 못하는 게 없었고 어떤 일이든 잘해낸다.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나상준은 훌륭하게 해결한다.그런 사람이 자기를 부러워한다는 게 살짝 의아했다."그래,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나준우가 정신을 차렸다. "알겠어.""형도... 내가 도움될지 모르겠지만 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응, 그럴게."'흠...'나준우는 살짝 난처했다.남녀 사이의 감정에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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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2화

"우선 확인해 봐. 다 보고 나한테 연락해.""음."전화가 끊기고 동영상이 흘러나왔다. 동영상 안의 목소리와 사람이 선명하게 들어왔다.나상준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영상이 재생되면서 침실 안의 눈빛이 한없이 차가워졌다.특히 주혜민이 차우미를 밀치던 순간, 나상준의 눈이 흔들렸다. 여태 보지 못했던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영상은 짧지 않았다. 거의 한 시간 동안 이어졌고 나상준은 인내심있게 바라보았다. 차우미와 온이샘이 나가는 모습에서 영상이 종료되었다.이때까지만 해도 나상준의 얼굴이 고요했다. 마치 동영상을 보기 전과 후에 어떤 변화도 없었다.그러나 그의 눈빛은 심연처럼 어두웠다.등불 하나 없는 어두운 밤과 비슷했다.손가락을 살짝 움직인 나상준은 양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양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봤어?""음.""경찰서에 갈 일이 있어서 근처에 갔는데 차우미와 온이샘이 거기서 나오더라고.""그래서 사건의 진위에 대해 알아봤어. 네가 봤던 그대로야."양훈이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이었다. "진현이 너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어."조용한 목소리에 감정의 변화가 들리지 않았으나, 양훈은 나상준이 화난 것을 눈치챘다.감정이 커질수록 그는 냉정해진다."경찰서 잘 지켜보라고 했어. 주혜민은 경찰서에 나타나지 않았더라, 변호사 보냈다고 하더라. 차우미는 주혜민에게 사과를 요구했더라.""주혜민은 배상은 하겠지만, 사과는 하지 않겠다고 했대.""피해 보상으로 끝날 것 같아."말을 마친 양훈이 입을 닫았다.나상준도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을 것 같았다.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일이고 차우미도 그다지 크게 다치지 않았다. 물론 차우미가 계속 사과하기를 고집한다면 주혜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주혜민이 사과할 때까지 진행되는 수밖에 없다.그러나 차우미는 분명 끝까지 갈 성격이 아니다.그녀는 가족을 사랑했고 가족애를 중시했다. 여기서 일이 더 커지면 그녀의 가족들도 크게 걱정할 것이다.그녀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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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3화

휴대폰을 내려놓은 양훈은 여전히 재생되고 있는 동영상을 바라보다가 전화를 걸었다. "차우미에게 사람을 붙여. 무슨 일 생기면 언제든 보고해.""예."나상준도 전화를 끊었다.그의 손가락이 전보다 좀 더 하얗게 변해 있었다.그의 눈동자는 어두운 밤과 어우러져 더 짙게 빛났다. 등불은 여전히 눈부시게 빛났지만 끝없는 심연에 결코 환하게 비칠 수 없었다.한참 동안 그는 눈을 감았다.어두운 밤, 고요한 적막이 가득 뒤덮였다.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고요하고 조용하게 지나갔다....회성의 밤은 열기로 가득 찼다.차우미는 온이샘과 함께 L 거리에 도착했다. 온이샘이 말한 먹자골목은 L 거리였다. 하성우가 차우미를 데리고 왔던 곳이다. 다만 거리가 워낙 넓었던 탓에 지난번에는 먹자골목에 오지 못했다. 당시 하성우는 먹자골목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와서 먹자고 했다.결국 그들 일행 중 대다수는 고령인들로 고염도 음식이나, 당도가 높은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하성우는 이곳은 젊은이들에게 적합한 장소라고 말해줬다.하성우의 말에 차우미는 나중에 여가현과 이곳에 오면 좋을 것 같다고 여겼다. 그런데 오늘 온이샘과 오게 될 줄 몰랐다.그들이 왔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지난번에 왔던 사람들보다 훨씬 많았다.사람들로 거리가 가득 찼지만 짙은 불꽃 연기가 거리를 가득 메워 후끈하게 했다.먹자골목은 다양한 음식들의 향이 가득 메우고 있었고 사람들의 식욕을 돋웠다. 차우미는 가리는 것 없이 아주 잘 먹었다. 좋아하는 먹거리도 많았으나 위가 작아 많이 먹지 못했다. 여가현과 있을 때도 두 사람은 함께 1인분을 먹을 정도였다. 다만 차우미는 몇 입, 여가현은 남은 전부를 먹었다.다양한 것을 적당하게 먹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그러나 온이샘과 하나를 나눠 먹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작은 점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지글지글 익고 있는 야채 육전을 바라보던 온이샘이 2인분을 주문했다. 차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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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4화

"1인분 두 그릇에 나눠서 담아주세요."온이샘이 사장에게 말했다.차우미가 고개를 돌려 온이샘을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두 사람이 하나를 나눠 먹으면 온이샘이 배불리 먹지 못할 수 있었다.차우미가 입술을 살짝 움직였다. "나 많이 못 먹어."온이샘은 그녀의 말뜻을 알아 들었다."사장님 말씀대로 여기 먹을 것 많잖아. 나도 한 가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다른 것 못 먹잖아."차우미는 사실 온이샘이 먹는 양이 적을까 봐 걱정했으나 온이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우리 나눠 먹자."사장은 두 사람의 표정과 대화 분위기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육전을 깔끔하게 자른 뒤 두 그릇에 나눠 담아 온이샘에게 건넸다. "뜨거우니 남성분이 들어주세요.""여성분은 손을 아껴야죠."온이샘은 사장의 매우 깊은 눈빛을 알아차리고 미소 지었다. "네."그는 상자를 받아 들었다. 사장은 작은 꼬챙이를 꽂으며 차우미에게 말했다. "여성분이 먼저 드세요. 뜨거운 걸 드셔야죠."차우미는 사장의 말에 마음이 훈훈해졌다. 차우미는 사장 옆의 중년 여인을 보았다. 중년 여인은 바삐 재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손발이 매우 재빠른 사람이었다. 중년 여성은 차우미와 온이샘을 바라보더니 그녀에게 말했다. "저희 집 양반이 괜한 소리를 한 거니 신경 쓰지 말아요."차우미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두 사람은 줄곧 밖에서 장사했는지, 기름 연기에 그을려져 있었고 얼굴에도 기름기가 가득했다. 피부도 거칠었다.그러나 그들의 미소는 아무런 악의가 없었고 서로 소중하게 여겼다.차우미는 두 사람에게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고 발걸음을 옮겼다.행복은 돈에서 오는 게 아니다, 마음을 어떻게 하는가에 달려있다.그녀는 노점상 부부의 얼굴에서 행복을 보았다. 비록 부자가 아니지만, 그들은 지금의 생활에 충분히 행복함을 느끼고 있다.그녀가 동경하는 자신의 아버지와 어머니와 같았다.온이샘은 차우미의 변화를 눈치채고 그녀를 보았다. "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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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너무 늦은 시간까지 돌아다니면 좋지 않았다.차우미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게다가 내일 할 일도 있었기에 더 돌아다닐 수 없었다.호텔 앞에 택시가 멈춰 섰고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온이샘이 입을 열었다. "어제 너희 부모님 만나러 갔는데..."온이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우미의 휴대폰이 울렸다.온이샘이 하던 말을 멈추었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말을 들으며 걷다가 휴대폰이 울리자 발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가방에서 꺼냈다.회성에서 걸려온 전화다. 차우미가 잠시 고민하더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차우미 씨 휴대폰 맞나요?""네. 그런데 누구...""안녕하세요, 회양 강변 경찰서입니다. 오늘 폭행 사건으로 신고하셨잖아요."차우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네, 조사하셨어요?"온이샘은 말없이 그녀의 곁에 서서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온이샘의 시선이 차우미에게 꽂혔다.그녀는 경찰서에 있을 때처럼 진지한 표정이었다. 웃음기조차 보이지 않았다.온이샘은 단번에 누가 전화를 걸어왔는지 짐작했다."상대 측 변호사가 피해 보상금을 제시했습니다. 사과 대신 보상금을 내겠다는데, 시간 되실 때 경찰서로 와서 합의 보는 게 어떻습니까?""이 일은 두 분께서 직접 협상이든 합의를 보는 게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경찰의 말에 차우미는 예상한 듯 물었다. "내일 점심에 가도 될까요?""네.""네, 그럼 내일 점심에 갈게요."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휴대폰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경찰서에서 연락 온 거야?"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변호사가 와서 피해 보상금을 제시했다네. 사과는 안 하겠다고 한대, 그래서 내일 합의해야 할 것 같아." 온이샘이 미간을 찌푸렸다. 주혜민이 어떤 성격인지 단번에 파악되었다. 그때 주혜민의 오만한 태도가 그녀의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돈을 주더라도 사과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자기가 잘못했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다. 자기가 일부러 상해한 것을 잘못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이다.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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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6화

"내일 경찰서에 가서 합의금 받을 거야."그녀의 목소리가 차분했다. 눈매가 평화로웠고 어떤 원망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결과를 예상한 듯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온이샘은 눈앞의 평온하고 담담한 그녀를 바라보며 안도했다.차우미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가족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미꾸라지 한 마리 잡으려고 어장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자기가 손해 보는 일을 할 수 없었다.경찰에 신고한 이유는 단지 보여주는 거다.인과응보가 있다고, 잘못한 일이라는 것을 충분히 증명할 기회였다.주혜민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온이샘이 미소 지었다.후퇴한다고 패배를 인정하는 게 아니다. 이건 차우미가 원하는 결과다. 그게 전부였다."그래, 언제 갈 거야?""내일 점심."온이샘이 미소 지었다. "나도 같이 가."차우미가 온이샘을 바라보았다. "그래."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타고 온이샘은 전에 못다 한 말을 계속했다. "어제 너희 부모님께 갔거든. 내가 회성에 간다고 했더니 너한테 챙겨줄 게 있다면서 이것저것 챙겨주더라."차우미는 살짝 의아했다. 온이샘이 여기 오기 전에 그녀의 부모님을 뵈러 갔을 줄 몰랐다. "두 분 아무 일 없지?"온이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두 분 다 건강하셔. 널 보고 싶어 하더라, 네가 혼자 밖에 있으니까 걱정하셨어."차우미는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스스로 나 하나는 잘 돌볼 수 있어."차우미의 부모님은 그녀가 결혼하든, 이혼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 눈에는 차우미가 여전히 아이처럼 보였다. 세상의 부모들은 대부분 그러할 것이다. 자녀가 아무리 커도 혼자 밖에 있으면 부모는 안심할 수 없다.온이샘이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따듯하게 말했다. "네가 회성에 처음이기도 하고, 혼자 오니까 마음을 놓을 수 없으셨나 봐."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차우미가 온이샘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말했다. "고마워, 선배."온이샘이 매우 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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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7화

드디어 발이 완쾌했고 그녀는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한다.그래서 점심과 저녁에만 시간을 뺄 수 있었다.온이샘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나 신경 쓰지 마. 낮에 혼자 돌아다니면 돼. 네가 시간 될 때 같이 돌아다니자.""응."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온이샘이 점심때 정리한 물건을 꺼냈다. "이 안에 든 건 네 옷이야. 네가 회성에 이렇게 오래 머물 줄은 몰랐다면서 여러 벌 챙겨줬어." 차우미가 가방을 들고 안에 있는 옷가지를 확인했다. 두 세 벌 되었다.그녀는 여기 올 때 세 벌 정도의 옷을 가져왔다. 호텔 드라이클리닝 서비스가 있어서 매일 그녀의 옷을 세탁해 저녁에 갖다 준다.속옷 같은 것은 그녀 스스로 세탁했다. 발을 다쳤지만 간단한 세탁은 가능했다.그래서 몇 벌의 옷을 돌려가며 입었다.온이샘이 이렇게 옷을 가져온 덕분에 앞으로 입을 옷이 충분했다.온이샘이 다른 쇼핑백을 꺼냈다. "이건 네가 좋아하는 거야. 여기서 살 수 없을까 봐, 혹시나 먹고 싶은 게 있을까 봐 챙겨주셨어." 차우미는 쇼핑백에 담겨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간식들이다. 회성에서 팔지 않는 것들이다.차우미는 안에서 떡 한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손바닥 크기의 반타원형 떡 일곱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그녀는 한 개를 꺼내 온이샘에게 건넸다. "선배, 이거 먹어봐.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건데, 선배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온이샘은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었다. 유난히 좋아하는 것도, 유난히 싫어하는 것도 없었다.그는 차우미가 자기에게 무언가를 준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그녀가 좋아하는 건, 그도 좋아한다."응."그는 한 입 베어 물었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이 부드러웠다. 전에는 먹어본 적이 없는 맛이었다.차우미는 그가 씹는 것을 보고 물었다. "어때?"온이샘은 전에 먹었던 떡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우 특별한 맛이다. 이질적인 느낌이 들게 했다.사랑하는 마음처럼, 달달하면서도 짭조름한 게..온이샘은 차우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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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8화

차우미는 온이샘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여전히 미소 지었다.차우미는 수면 시간을 놓친 것을 감지하고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나머지 떡을 다시 상자에 넣은 뒤, 쇼핑백 안의 다른 간식들 몇 가지를 온이샘에게 건넸다."선배 이거 먹어봐.""다 맛있어, 선배도 먹어."온이샘은 진지하게 자기 간식을 나누어주는 차우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나누어준다면 온이샘은 일찌감치 거절했을 것이다.그러나 차우미의 작은 행동에도 빠르게 뛰어대는 심장을 그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뜨거운 열기가 가슴을 가득 채웠고 온이샘은 거절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럼 거절 안 한다?""응, 맘껏 먹어."차우미는 쇼핑백을 다시 바르게 고쳐 잡은 뒤, 온이샘과 작별 인사를 고했다.그러나 온이샘이 한 수 빨랐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가 먼저 말했다. "방문 앞까지 데려다 줄게."자연스레 그녀의 손에 있던 쇼핑백을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가자."차우미는 당황했다. 온이샘의 동작이 너무 빨랐다. 그녀가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온이샘은 이미 앞에 가 있었다.차우미는 얼른 그를 따라갔다. "선배 됐어. 내가 들게. 선배는 얼른 쉬어."온이샘의 손에서 다시 쇼핑백을 가져오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온이샘이 놓지 않는 바람에 두 사람의 손이 서로 닿았다.두 사람 모두 멍해졌다.차우미가 황급히 손을 뗐다. "선배, 나 혼자..."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바탕 듣기 좋은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이샘의 휴대폰이다.온이샘이 눈살을 찌푸렸다.차우미가 얼른 말했다. "선배, 전화받아. 내 방 바로 위층이잖아, 혼자 갈게.""진짜 안 데려다 줘도 돼."온이샘의 손에서 쇼핑백을 가져오는 차우미다.기어코 혼자 가겠다고 하는 그녀다.만약 휴대폰이 울리지 않았다면 온이샘은 차우미를 방문 앞까지 바래다줬을 것이다. 그러나 때마침 울린 휴대폰 때문에 차우미는 혼자 방으로 가게 되었다. "그럼 도착해서 문자 보내 줘."호텔이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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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9화

"그래, 최대한 서둘러. 엄마가 너무 걱정돼서..." 진문숙은 뒷말을 차마 잇지 못했다. 온이샘도 엄마가 끝내지 못한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으로 뵙는 것일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외할머니는 이미 80세 고령이셨고 뇌졸중이라는 큰 병을 버티지 못할 수도 있었다.온이샘이 몸을 돌려 방으로 향했다. "진정해. 내가 지금 갈 테니까... 그리고 외할머니 무사하실 거야.""그래! 무사하실 거야! 엄마도 그렇게 믿어!"진문숙과 통화를 끝낸 온이샘은 영소시로 가는 가장 빠른 티켓을 예약했다. 신분증과 중요한 서류들만 간단히 챙긴 채 바로 호텔을 나섰다. 짐을 챙기지 않은 채 몸만 영소시로 간다.만약 외할머니가 고비를 넘기면 그는 내일 아침 일찍 돌아올 작정이다.그러나 불상사가 생기면 내일 문자로 차우미에게 상황을 알리려 했다.온이샘은 빠르게 호텔에서 나와 택시를 잡아탔다."기사님, 공항으로 가주세요. 급해요.""네."곧 기사가 차를 출발했다.온이샘은 뒷좌석에 앉아 손에 휴대폰을 꼭 쥐었다. 눈 앞에서 호텔이 빠르게 사라졌다.차우미에게 연락하려다가 잠시 떠나는 것일 수도 있기에 결국 그녀에게 문자를 남기지 않았다.일단 영소시로 가서 상황을 살펴본 뒤 다시 연락할 참이다.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밤빛이 그의 마음을 더욱 초조하게 했다. 온이샘의 얼굴이 어둡게 깔렸다.한편, 방으로 돌아온 차우미는 온이샘에게 문자를 보냈다.곧 온이샘이 답장했다.[그래, 일찍 쉬어.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해, 만약 내가 전화 못 받으면 문자라도 남겨.]차우미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채 알겠다고 답장한 뒤 들고온 쇼핑백의 짐을 챙겨 파우더룸으로 걸어갔다.발목에서 은근한 통증이 전해왔다.그녀는 옷을 걸치고 가죽 소파에 앉아 바지를 걷어 올려 발목을 살펴보았다.발목이 약간 부은 것 같았다. 낮에 주혜민에게 밀려 뒤로 넘어지면서 발목이 살짝 삔 것 같았다.황급히 발을 보호하려 했으나 주혜민이 너무 갑작스레 두 번이나 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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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전화가 연결되었고 수화기 너머로 무언가 딱딱한 것이 벗겨지는 소리가 들렸다.차우미는 여가현이 무언가를 먹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아직 안 잤어?"무언가를 바삭바삭하게 씹는 여가현이다. 결국, 차우미가 먼저 물었다. "뭐 먹는 거야?""아, 땅콩. 오늘 저녁을 하도 많이 먹어서 나가서 걷는데, 마침 땅콩을 팔더라고. 그래서 좀 샀어."차우미가 푸스스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먹고도 또 들어가나 보다?""아니, 소화할 겸 산책하러 갔는데 마침 거기서 땅콩을 팔고 있잖아."여가현은 땅콩을 먹으면서 계속해서 말했다.오래간만에 이렇게 수다를 떨며 먹는 모습을 본다. 보통 여가현은 일과 식사를 병행했다.차우미가 검게 변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로 전화했어?"지금 11시가 거의 되어갔다. 별일 없으면 차우미는 씻고 자려 했다.내일도 일정이 빡빡했다."아, 별거 아니야. 난 그냥 너랑 선배 어떤지 물어보려고 전화했어. 오늘 어땠어?"여가현이 이런 질문을 한 게 놀랍지도 않은 지 차우미는 태연했다.사실 오후에 두 사람이 통화할 때부터 여가현이 했던 질문이다. 그녀와 온이샘 사이를 누구보다 궁금해했다."좋았어.""뭐가 좋았는데?""…"차우미는 고개를 숙이고 이마를 짚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할 일을 끝냈는지 이제는 다른 사람일까지 관여하는 여가현 때문에 차우미가 난감한 듯 말했다."가현아, 지금 11시야.""11시? 고작 11시밖에 안 됐어? 나 오늘 12시 전에 일 끝낸 거네!"여가현의 놀란 소리가 들려왔다. 차우미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너 오늘 12시 전에 일 끝냈어.""근데 난 11시가 되도록 씻지도 못했어.""왜 아직도 씻지 못했는데?"여가현이 뒤따라 말했다. "선배랑 데이트했어? 솔직해 말해봐, 둘이 지금 어떤 상태야?" "더 깊어진 거야?""이샘 선배가 일부러 너 만나려고 회성간 것 좀 봐. 너 설마 모른다고 할 건 아니지?"차우미는 통화를 끝내고 싶었다. 지금 확실히 늦은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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