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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90화

전화가 연결되었고 수화기 너머로 무언가 딱딱한 것이 벗겨지는 소리가 들렸다.

차우미는 여가현이 무언가를 먹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아직 안 잤어?"

무언가를 바삭바삭하게 씹는 여가현이다. 결국, 차우미가 먼저 물었다. "뭐 먹는 거야?"

"아, 땅콩. 오늘 저녁을 하도 많이 먹어서 나가서 걷는데, 마침 땅콩을 팔더라고. 그래서 좀 샀어."

차우미가 푸스스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먹고도 또 들어가나 보다?"

"아니, 소화할 겸 산책하러 갔는데 마침 거기서 땅콩을 팔고 있잖아."

여가현은 땅콩을 먹으면서 계속해서 말했다.

오래간만에 이렇게 수다를 떨며 먹는 모습을 본다. 보통 여가현은 일과 식사를 병행했다.

차우미가 검게 변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로 전화했어?"

지금 11시가 거의 되어갔다. 별일 없으면 차우미는 씻고 자려 했다.

내일도 일정이 빡빡했다.

"아, 별거 아니야. 난 그냥 너랑 선배 어떤지 물어보려고 전화했어. 오늘 어땠어?"

여가현이 이런 질문을 한 게 놀랍지도 않은 지 차우미는 태연했다.

사실 오후에 두 사람이 통화할 때부터 여가현이 했던 질문이다. 그녀와 온이샘 사이를 누구보다 궁금해했다.

"좋았어."

"뭐가 좋았는데?"

"…"

차우미는 고개를 숙이고 이마를 짚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

할 일을 끝냈는지 이제는 다른 사람일까지 관여하는 여가현 때문에 차우미가 난감한 듯 말했다.

"가현아, 지금 11시야."

"11시? 고작 11시밖에 안 됐어? 나 오늘 12시 전에 일 끝낸 거네!"

여가현의 놀란 소리가 들려왔다. 차우미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너 오늘 12시 전에 일 끝냈어."

"근데 난 11시가 되도록 씻지도 못했어."

"왜 아직도 씻지 못했는데?"

여가현이 뒤따라 말했다.

"선배랑 데이트했어? 솔직해 말해봐, 둘이 지금 어떤 상태야?"

"더 깊어진 거야?"

"이샘 선배가 일부러 너 만나려고 회성간 것 좀 봐. 너 설마 모른다고 할 건 아니지?"

차우미는 통화를 끝내고 싶었다. 지금 확실히 늦은 시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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