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봄날: Chapter 301 - Chapter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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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온이샘은 결코 적은 나이가 아니었고 진작 연애결혼을 해야 했다. 그러나 여태 단 한 번도 여자를 인사시킨 적도 없었고 연애를 한다는 말도 없었다. 그래서 진문숙과 그의 할머니는 그의 연애 사정을 궁금해했다.진문숙과 가족들 전체가 온이샘의 여자친구에 대해 궁금해했다.온이샘이 정말로 만나는 여자가 있다면 이것은 경사였다.곧 진문숙이 온이샘을 끌고 비상구로 향했다.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진문숙이 재빨리 물었다."이샘아, 여자친구 생겼어?"온이샘의 대답을 듣기 전에 진문숙이 계속해서 말했다."여자 친구면 집에 데려와야지. 외할머니가 네 여자친구를 얼마나 고대했는데, 늘 염려했잖아.""여자친구면 외할머니한테 인사하러 와. 외할머니가 기뻐서 깨어나실 수도 있잖아?"진문숙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주변에 여자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진문속은 자기 아들이 좋아하는 여자가 아니면 절대 만나지 않는 것을 알고 있다. 여자친구에 대한 요구도 없었다. 아들에게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그러나 예상치 못한 여자친구의 소식은 그녀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온이샘은 진문숙의 얼굴에 서린 기대와 설렘을 알아차렸다. 그러나 남녀 사이 감정 문제는 그리 쉬운 게 아니었다."여자친구 아니야."솔직히 말하면 그녀가 분명 실망할 거라는 것을 온이샘은 잘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었다.진문숙의 얼굴이 서서히 어두워졌다."아... 아니야?""그럼... 그럼 방금 그 표정은..."진문숙이 온이샘의 얼굴을 가리켰다.온이샘의 얼굴만 봐도 진문숙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분명 전과 달랐다, 분명 여자였다.'설마... 아직 썸타는 중인가?'온이샘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나 혼자 짝사랑 중이야."진문숙의 얼굴이 멍해졌다.'혼자 짝사랑 중이라니? 그러니까 좋아하는 여자가 생겼다는 거잖아!'진문숙의 눈빛이 번쩍 밝아졌다."너... 너 당장 데리러 가!""이렇게 늦은 시간에 아가씨 혼자 얼마나 피곤하겠어! 같이 오지, 왜 혼자 왔어?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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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진문숙은 엘리베이터 밖에 서서 문이 닫힐 때까지 지켜보았다. 바보 같이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바라보며 웃었다. 기쁜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분명 이샘이한테 외할머니 입원 소식을 듣고 따라온 거야.'자기 아들은 혼자 짝사랑 중이라고 했지만 어쩌면 그녀도 자기 아들과 마음이 같을 수 있다고 여겼다.그게 아니면 한밤중에 이렇게 달려올 리 없었다.진문숙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서둘러 집에 있는 유모에게 연락해 게스트룸을 청소하게 했다.자기 아들이 좋아하는 아가씨가 집에 오니 절대 소홀해서는 안 된다.2시 50분, 영소 공항.회성에서 출발한 비행기 한 대가 영소 공항에 착륙했다.곤히 잠들었던 승객들이 깨어났다.차우미도 눈을 살짝 붙였다. 마음이 놓이지 않아 편하게 잠들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자지 않는 것보다 낫다.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담요를 개어 승무원에게 다시 돌려준 차우미는 가방을 들고 휴대폰을 열었다.벌써 3시가 다 되었다.창밖을 바라보니 칠흑같이 어두웠다. 짙은 먹물을 끼얹은 것처럼 새카맸다.줄지어 비행기에서 내린 차우미는 곧바로 강서흔에게 연락했다.그러나 그때, 그녀에게 문자가 왔다.발신자는 온이샘이었다, 차우미는 살짝 놀랐다.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선배 아직도 안 자는 건가?'이렇게 늦은 시간에 온이샘이 연락할 줄 몰랐던 차우미는 얼른 문자를 확인했다.[우미야, 나 10분 뒤에 공항에 도착할 거야. 공항 입구에서 나 기다려.]발걸음을 멈춘 차우미는 멍하니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10분 뒤에 도착한다는 말에 차우미는 온이샘이 어떻게 그녀가 여기 온 것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었다.[선배 언제 영소시에 온 거야?]몇 초간 굳은 차우미는 온이샘에게 답장했다.한편, 온이샘을 태운 택시는 공항으로 달려가고 있었다.온이샘은 창 밖으로 스쳐 지나는 건물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휴대폰을 확인했다.이쯤이면 차우미도 도착했을 것이다. 그래서 다급히 그녀에게 문자했다.지잉-그의 휴대폰이 가볍게 진동했다. 온이샘이 초조한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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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차우미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뇌졸중?""그래."차우미의 휴대폰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얼굴이 사뭇 진지하게 변했다. "그... 그래서 지금 어떤 상황이야?"차우미는 온이샘이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겼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미처 그의 외할머니가 쓰러져서 왔을 줄 몰랐다. 게다가 뇌졸중일지는 더욱 몰랐다.그녀가 아는 바로는 이 병은 아주 위험했다.온이샘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묻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그녀가 얼마나 걱정하고 근심하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병원 가서 확인했는데 이미 무사하게 수술받으셨고 지금은 상태 안정되셨어. 걱정하지 마."평온한 목소리로 답하는 온이샘에, 차우미도 마음을 내려놓았다.물론 그녀와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긴장되었다.온이샘의 외할머니이기에."정말 다행이야."차우미가 미간을 풀며 계속해서 발걸음을 움직였다.온이샘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가현이도 너무 걱정하지 마. 강서흔한테 연락하니까 가현이도 지금 병실에 입원했다고 하더라. 링거 맞고 있대, 상황도 좋아졌고.""응, 일단 가현이부터 만나려고.""같이 가야지."차우미는 그제야 온이샘의 외할머니와 여가현이 같은 병원이라는 걸 다시 떠올렸다.'나도 선배 외할머니한테 인사드려야 하나?'몰랐으면 그냥 지나쳤을 테지만, 이미 알아버린 지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온이샘은 그녀의 부모님을 자주 찾아뵈었다. 매번 예의 바르게 그들을 챙겼다. 그의 외할머니가 입원했으니 그녀도 인사하는 게 인지 사정이다."우선 가현이부터 살펴보고 그 뒤에 선배 외할머니한테 인사드릴 거야."자연스럽게 그의 외할머니한테도 인사드리겠다는 차우미의 제안에 온이샘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사실 온이샘도 기대했다. 그녀가 인사 하러 와주길. 가족들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었다.어디까지나 그의 바람이었다. 차우미가 인사 하러 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차우미는 그의 예상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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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택시가 순환도로를 지나 공항에 다다랐다. 공항 입구가 온이샘의 시야로 들어왔다.입구 왼쪽에 얇은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긴 머리를 어깨 뒤로 말끔하게 묶은 차우미다.새벽 3시, 모두가 잠든 시각은 아주 고요했다. 가로등이 고요하게 물들었고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고요한 숨결 속에서 모든 것이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하얀 가방을 들고 있었다. 다른 손에는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추운지 팔을 문지르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그려졌다.온이샘은 차우미의 미소에, 가로등에 비친 그녀의 모습에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의 일희일비에, 그녀의 행동에 온이샘의 기분이 좌지우지되었다. 택시가 차우미의 앞에 멈춰 섰고 차우미가 시선을 택시로 옮겼다.차 문이 열리자 온이샘이 내렸다.차우미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선배."온이샘은 그녀를 바라보며 눈웃음을 부드럽게 지었다. "춥지? 얼른 타."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응."춥긴 했으나 참을만했다.차우미가 차에 올라타자, 온이샘도 뒤따라 올랐다. 곧 택시가 다시 출발했다.한편, 공항 게이트 오른쪽에 남자의 그림자가 비쳤다.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택시가 떠나자마자 남자는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택시 번호판 397이니까 따라붙어.""예."곧 검정 차 한 대가 택시의 뒤를 따라붙었다.택시 안.온이샘이 어디론가 전화 걸었다. "유모, 집에 내가 뒀던 옷들 있지?""예, 있어요.""외투 한 벌만 병원으로 갖다 줘. 저녁이라 그런지 춥네.""네, 지금 갖다 드리겠습니다.""수고해줘.""아닙니다, 다른 건 필요하지 않으세요?"온이샘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엄마한테 필요한 거 없는지 물어보고 같이 갖다 줘.""네, 그럴게요.""응."통화가 끝났고 온이샘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차우미는 고개를 숙여 강서흔과 문자 중이다. 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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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차우미는 온이샘의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차우미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안 추워."창문을 열지 않아 차 안이 따듯했다.온이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영소시의 밤은 추워. 초여름이라 밤에 좀 더 쌀쌀해."차우미가 말했다. "그런 것 같아. 내가 너무 급하게 나와 여기 날씨를 고려 못 했어."여가현이 신경 쓰여 다른 것을 돌보지 못했다.온이샘은 그녀의 목소리가 안정된 것을 느꼈다. "너무 걱정하지 마. 가현이 괜찮을 거야.""응."강서흔이 전화를 걸어왔다.차우미가 얼른 전화를 받았다. "강서흔.""온이샘이랑 같이 있어?""응.""전화 바꿔줘, 할 얘기 있어.""응."차우미가 온이샘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선배, 강서흔이 바꿔 달래."온이샘이 고개를 끄덕이며 건네받았다. "응.""나 지금 공항으로 출발했어. 두 시간 뒤에 폰 꺼질 거야. 열 몇 시간 걸려야 국내에 도착할 수 있어. 가현이 부탁 좀 할게."온이샘이 답했다. "그래, 걱정하지 마.""물론, 너도 이번 기회에 표현 좀 잘해. 나랑 가현이 이용해서 점수 좀 따라고."강서흔은 농담이 아니었다. 온이샘이 어쩔 수 없이 웃었다."알겠으니까 할 일 해. 내가 알아서 할게.""흠흠, 형제여, 힘 좀 내! 올해 결혼해야지!"온이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강서흔은 요즘 결혼에 관한 얘기밖에 하지 않았다."응, 노력할게."온이샘이 전화를 끊은 뒤,휴대폰을 차우미에게 돌려주었다.휴대폰을 건네받은 그녀가 다시 가방에 넣었다. "가현이 많이 좋아졌대?"강서흔은 해외에 있었지만, 인맥이 넓어 여가현의 상태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강서흔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았다.온이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들었대, 간병인이 지키고 있어.""가현이 본 뒤 돌아가서 잠깐 눈 좀 붙이고 내일 아침 다시 오는 게 어때?"온이샘은 그녀에게 여가현의 상황에 대해 알려줬다.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는 존중할 것이다.차우미가 고민하더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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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차우미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 얼마 뒤, 병실 문이 열렸고 중년의 여성이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었다.차우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전..."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중년 여성이 선수 쳤다. "차우미 씨와 온이샘 씨 맞죠?"여자는 강서흔에게 일찌감치 두 사람이 올 거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여자가 말했다. "들어오세요. 강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이따가 두 분이 올 거라고.""아, 네. 그만 들어가셔서 쉬세요. 여긴 제가 있을게요.""괜찮습니다. 전 밖에서 지키고 있을게요. 강 선생님께서 반드시 환자분 잘 지켜야 한다고 당부하셨거든요."차우미가 미소를 지었다.강서흔의 마음을 그녀도 알고 있다.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그녀는 여가현이 깰까 봐 어쩔 수 없었다.중년 여성이 조용히 문을 닫으며 나갔다. 차우미가 여가현의 옆으로 다가갔다.침대 탁자 위에 놓은 등이 여가현의 얼굴을 또렷이 비추었다. 얼굴이 많이 야위었다.특히 안색이 창백했다.그간 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차우미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만지며 그녀의 체온을 알아보려 했으나 뜻밖에도 그녀의 손이 여가현의 이마에 닿자마자 여가현이 잠에서 깼다."우미야..."침대 옆에 서서 자기를 다정하게 쳐다보는 차우미의 모습에 여가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혼자 출장 중, 갑자기 몸이 아팠지만, 그녀의 곁에는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멀리 있던 친구가 자기를 보러 오면 누구라도 감동할 것이다.여가현도 더욱 감동했다.그녀는 차우미에게 손을 뻗었다. 안아달라는 뜻이다.차우미도 그녀의 서러움을 알고 있었기에 허리를 굽혀 부드럽게 껴안았다. "괜찮아, 아무 일 없을 거야."여가현은 아주 강인했다. 평소에 성격이 쾌활했고 눈물이 적었다. 그런데 이렇게 차우미의 품에 안기자, 그간 참았던 설움이 몰려와 눈물을 터지게 했다.차우미는 멍하게 여가현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나 여기 있어."차우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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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차우미가 눈썹을 살짝 움직였다. "응."차우미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그녀의 눈꺼풀이 많이 처져 있었다.휴식이 필요했다.온이샘이 병실을 나가기 전 한마디 했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줘. 귀찮지 않으니까 언제든지 전화해. 영소시는 우리 엄마 고향이야."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야."온이샘의 말뜻을 차우미가 모를 리 없었다.그의 엄마 고향이라는 건, 그의 고향이라는 거다. 이곳에 온 이상,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전부 돕겠다는 뜻이다.온이샘이 그녀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떴다. 병실 문이 조심스레 닫혔다.차우미는 눈물 자국으로 얼룩진 여가현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이 짠했다.여가현은 강서흔을 좋아했다. 그러나 강서흔의 집안은 여가현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만하고 주관이 강한 여가현과 강서흔이 만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의 감정에 가족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수많은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다. 강서흔은 그녀에게 나중에 그녀와 가족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예의를 갖추고 참아달라고 했다.여가현도 처음엔 참고 견디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참아도 강서흔의 가족들에게 존중을 받을 수 없었고, 오히려 감정의 고리만 깊어져 두 사람의 감정도 서서히 균열이 생겼다.다른 가치관과 잦은 다툼으로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기로 했다.여가현은 자기의 힘으로 능력으로 얼마든지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녀가 강서흔에게 어울리는 여자라는 것을. 하지만 그럴수록 여가현의 삶은 매우 고되고 힘들게 변했다. 항상 밤샘 작업을 하고, 24시간 내내 일하거나, 잠도 자지 않는 일이 다 반수였다.휴식 시간이 없으니, 자기 시간도 없었고 워커 홀릭이 되어 자기를 증명하는 것에만 몰두했다.여가현은 매우 고되고 피곤했을 거다.이번에 갑자기 이렇게 아픈 것도 그녀가 처음 아픈 것이다. 그녀의 체력이, 마음이 한계에 달한 것이다.그래서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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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차 안에 있던 사람은 온이샘이 병원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 알겠습니다."회성, 명경빌라.서재.양훈이 휴대폰을 손에 쥐고 어두운 눈빛으로 있었다.그는 오랫동안 휴대폰을 바라보더니 문자를 보냈다....온이샘은 쇼핑백을 들고 여가현의 병실로 향했다. 노크하지 않고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갔다.병실 안에는 조명이 커져 있었다. 침대 가장자리에 엎드려 잠든 차우미가 그의 시선으로 들어왔다.곤히 잠든 차우미는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부드러운 눈빛으로 차우미를 바라본 뒤 조용히 문을 닫고 안으로 병신 안에 들어가 침대 앞에 멈췄다. 쇼핑백에서 옷을 꺼내 그녀에게 덮어주려 했다. 그러나 그가 옷을 집자마자 미세한 움직임 소리가 들렸고 그가 행동을 멈추었다.차우미는 잠에서 깨지 않고 깊이 잠들었다.다시 시선을 돌린 온이샘이 가방을 들고 몸을 돌려 나갔다.조심스레 나가서 쇼핑백을 가방에 넣고 옷을 꺼낸 뒤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고요한 병실 안에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 발걸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온이샘은 차우미의 등 뒤로 가 옷을 조심스레 그녀에게 덮어 주었다.진문숙이 유모에게 말했던 그녀의 코트다. 비록 출가한 딸이지만 친정집에 가끔 오는 탓에 친정집에는 여전히 진문숙의 옷이 있었다.다만 새 옷이 아닌 그녀가 입었던 옷이다.이 시간에 새 옷을 살 수 없었기에 우선 진문숙의 옷을 가져온 것이다. 낮이었다면 진문숙은 진작에 그녀의 새 옷을 사러 갔을 거다.온이샘은 차우미에게 옷을 덮어주며 안색을 살폈다.옷이 차우미에게 완전히 덮어질 때까지 차우미는 전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속눈썹은 미세한 떨림도 없었다.항상 제시간에 잠든 탓에 이번 일정은 분명 피곤했을 거다.그녀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를 보니 푸르스름했다. 그는 마음이 아팠다. 가능하다면 그녀를 도와 모든 일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녀 대신 걱정하고 그녀 대신 피로를 감행하고 싶었다. 차우미는 그냥 행복하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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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온이샘이 차우미를 데리러 나갔을 무렵, 진문숙도 병원은 자기가 지키겠다고 했다.온이샘의 혼인 대사를 진문숙이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온이샘의 감정에 물꼬가 트인 지금 진문숙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진문숙과 진문남, 셋째 아들 그리고 그녀의 두 조카까지 중환자실 앞을 지키고 있었다.온이샘이 탄 엘리베이터가 16층에 멈춰 섰다.사람들은 의자에 기대 담요를 덮고 자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소리에 그들도 눈을 떴다.진문숙은 온이샘이 데리러 간 아가씨가 걱정되어 선잠이 들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소리에 바로 반응했다.유모에게 온이샘이 병원에 왔다는 말에 진문숙도 그가 곧 돌아올 거라는 것을 감지했다.병원에 진작 도착한 온이샘이 돌아오지 않아 이상했다.그래서 유모에게 자세히 물었고, 유모는 온이샘이 친구에게 옷을 전달해야 한다며 가져갔다고만 했다.진문숙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그녀는 담요를 옆에 두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몇 걸음 옮기자마자 온이샘이 쇼핑백을 들고 돌아왔다.진문숙은 살짝 놀랐다.온이샘의 등 뒤에는 누구도 없었다. 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묻지 못했다.온이샘은 진문숙의 얼굴을 보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다.온이샘이 어쩔 수 없이 웃었다."이샘아, 아가씨는?"진문숙이 다급히 온이샘의 손을 낚아채고 물었다. 그러면서 차우미를 찾았다.혹시나 자기 눈이 침침해서 보지 못한 것일까 봐 걱정했다.온이샘이 진문숙을 진정시켰다. "잠들었어.""잠들었다니?""어디서? 집으로 간 거야?""내가 유모한테 게스트룸 청소하라고 했어. 그 아가씨 데리고 집으로 간 거야?"진문숙은 온이샘이 데리고 온 여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라 참으로 다행이었다.온이샘은 진문숙의 말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사람 친구가 이 병원에 입원했거든. 친구 보러 왔고 지금은 병실 지키고 있어."진문숙은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다.분명 여자친구라고 여겼다. 그러나 자기 아들은 여자친구가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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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엄마한테 친구 상태 대해 말해봐. 큰아빠한테 말해서 병원에서 좀 더 주의 기울이게 할게."온이샘은 한껏 즐거워하는 진문숙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 "아니야, 그녀 친구랑 강서흔 아는 사이야.""강서흔이 다 준비했어.""아..."진문숙이 얼떨결 한 얼굴로 물었다. "병문안하러 온 친구는 여자지?"온이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진문숙이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 일단 넌... 넌 들어가서 얼른 쉬어. 여긴 엄마가 준비할게."진문숙은 매우 흥분된 상태다. 그녀는 어떻게 차우미를 이곳에 정착시켜 며느리로 들일지에 대해 고민했다. 예비 며느리가 영소시를 마음에 들어 하길 바랐다.온이샘은 진문숙의 이런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엄마 돌아가서 쉬어. 여긴 내가 있을게."진문숙이 발끈했다. "어떻게 그래? 멀리서 온 네가 쉬어야지. 얼른 돌아가. 내일 아가씨랑 병문안 온다며. 깔끔하게 차려입고 와, 알겠지?"진문숙은 온이샘의 등을 다시 떠밀었다.온이샘이 얼른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엄마, 여기 있다가 틈틈이 보러 가려고 그래."진문숙의 발걸음이 멈췄다. "어?"온이샘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영소시 처음이야. 게다가 급하게 와서 챙겨 온 것도 없고. 내가 대신 준비해야지.""그리고 여기 아는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어."진문숙은 자기가 대신 준비하겠다고 말하려다가 아들의 진지한 눈매에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그... 그럼 네가 그 아가씨 곁에 가. 엄마가 여기서 외할머니 지키고 있을게.""엄마 먼저 들어가서 쉬어. 내일 다시 얘기하자.""내 말 들어."아들의 진지한 말에 진문숙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온이샘은 누구보다 단호했다. 진문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 엄마가 돌아갈게."그녀는 집에 돌아가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좋은 컨디션으로 며느리가 될지도 모르는 여자를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았다.진문숙은 진문남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고 병원을 나섰다.온이샘은 진문남의 옆에 앉았다.진문남 역시 오랫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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