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친구 상태 대해 말해봐. 큰아빠한테 말해서 병원에서 좀 더 주의 기울이게 할게."온이샘은 한껏 즐거워하는 진문숙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 "아니야, 그녀 친구랑 강서흔 아는 사이야.""강서흔이 다 준비했어.""아..."진문숙이 얼떨결 한 얼굴로 물었다. "병문안하러 온 친구는 여자지?"온이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진문숙이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 일단 넌... 넌 들어가서 얼른 쉬어. 여긴 엄마가 준비할게."진문숙은 매우 흥분된 상태다. 그녀는 어떻게 차우미를 이곳에 정착시켜 며느리로 들일지에 대해 고민했다. 예비 며느리가 영소시를 마음에 들어 하길 바랐다.온이샘은 진문숙의 이런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엄마 돌아가서 쉬어. 여긴 내가 있을게."진문숙이 발끈했다. "어떻게 그래? 멀리서 온 네가 쉬어야지. 얼른 돌아가. 내일 아가씨랑 병문안 온다며. 깔끔하게 차려입고 와, 알겠지?"진문숙은 온이샘의 등을 다시 떠밀었다.온이샘이 얼른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엄마, 여기 있다가 틈틈이 보러 가려고 그래."진문숙의 발걸음이 멈췄다. "어?"온이샘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영소시 처음이야. 게다가 급하게 와서 챙겨 온 것도 없고. 내가 대신 준비해야지.""그리고 여기 아는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어."진문숙은 자기가 대신 준비하겠다고 말하려다가 아들의 진지한 눈매에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그... 그럼 네가 그 아가씨 곁에 가. 엄마가 여기서 외할머니 지키고 있을게.""엄마 먼저 들어가서 쉬어. 내일 다시 얘기하자.""내 말 들어."아들의 진지한 말에 진문숙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온이샘은 누구보다 단호했다. 진문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 엄마가 돌아갈게."그녀는 집에 돌아가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좋은 컨디션으로 며느리가 될지도 모르는 여자를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았다.진문숙은 진문남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고 병원을 나섰다.온이샘은 진문남의 옆에 앉았다.진문남 역시 오랫동안
차우미는 여가현이 상태가 좋아진 것을 보고 반 박자 느리게 반응했다. 차우미가 눈을 비비며 물었다. "몇시야?"여가현은 고개를 숙이고는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7시 40분. 더 자, 난 괜찮아."여가현은 차우미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마치 어른이 어린아이를 달래는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잠에서 깬 차우미는 어이없다는 듯 여가현을 쳐다보았다. 어제 안색이 좋지 않았던 여가현은 오늘 상태는 아주 좋았다. 창백하던 안색에 혈기가 돌고 있었다.차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 손끝이 뜨겁지 않았다. 미지근했다.차우미가 말했다. "음. 괜찮네, 회복이 빨라."여가현이 뿌듯하게 말했다. "너 내가 누군지 잊었어?""난 절대 만만하지 않다고!"차우미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여가현이 물었다. "뭐해?""커튼 열려고."차우미는 밝은 곳을 선호했다. 햇빛을 좋아했다.쏴악!커튼이 열리고 쨍한 햇빛이 얼굴에 비쳤다. 그녀의 온몸이 햇빛에 덮어버렸다.여가현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창가에 서서 햇빛을 받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순간, 그녀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진짜 친구들끼리 평소에 연락을 취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정말 필요할 때는 가장 먼저 상대의 곁에 나타난다.이런 친구는 단 한명만 있어도 충분했다.차우미는 여가현에게 이런 친구다. "자, 얼른 씻고 뭐라도 먹자.""이샘 선배가 너한테 세면용품 가져다줬어. 갈아입을 옷도 가져다줬고 아침도 가져다줬어.""천생 남편이라니까."여가현은 침대 머리맡에 놓인 쇼핑백을 들고 와 안에 든 내용물을 하나하나 꺼냈다.건강을 되찾은 여가현이 신나서 말했다.차우미는 그녀의 말에 몸을 돌렸다. "선배 왔었어?""응.""6시에 왔다가 7시에 또 왔어. 물건 가져다주거나 너 보러 왔었지." "쯧쯧, 누군가의 걱정시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정말 부럽다."여가현이 쇼핑백에 든 물건을 모두 꺼내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마치 온이샘이 얼마나 좋은 남자인지 보여주는 것
여가현은 온이샘이 가져온 물건 전부를 침대에 올려놓았다.옷, 바지, 세면용품, 물컵, 그리고 아침 식사까지 있었다. 안쪽에 짙은 봉투가 봉지가 있었고 여가현은 그걸 꺼내 열어봤다. 차우미는 밝은색의 내복을 바라보며 좀처럼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그녀는 선배가 이렇게 꼼꼼하게 준비해줄 줄 몰랐다. 그러나 차우미의 머릿속으로 어떤 일이 떠올랐다.진달래 산에 갔을 때, 그녀는 손에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었다. 부모님이 오지 않아 간병인이 그녀를 돌보았다.온이샘이 없을 때 간병인은 그녀에게 온이샘이 아주 좋은 남자친구라고 여겼다. 간병인에 필요한 옷과 각종 세면용품을 사 오라고 했다. 좋은 것을 사 와달라며 당부하면서 간병인에게 자기 카드를 건넨 온이샘을 간병인이 얼마나 세심한지 알려줬다.간병인은 그녀와 온이샘을 연인 사이로 오해했다. 그래서 간병인에게 차우미는 둘이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해명하기 급급했고 간병인의 말을 집중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차우미는 알 것 같았다. 온이샘은 간병인에게 이것저것 세심하게 당부했고 비록 직접 사러 가지 않았지만 온이샘은 모든 것을 고려했다.지금도 그랬다.차우미가 따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선배는 좋은 사람이야."여가현은 차우미의 이런 모습에 두 손을 팔짱 끼고 싱글벙글 웃었다. "선배는 좋은 사람이지. 마치 동화 속 왕자님처럼, 인품이며 학식이며 교양이며 모든 면이 뛰어나지. 선배한테 시집가는 사람은 훗날 복을 누릴 거야."여가현은 차우미와 온이샘이 더 자주 만나 서로를 알아갔으면 좋을 것 같았다.차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온이샘이 어떤 사람인지, 그의 성품과 인격에 대해 그녀는 잘 알고 있다.온이샘은 차우미에게 행복을 줄 것이다.차우미가 물건을 다시 쇼핑백에 넣은 뒤, 아침을 꺼냈다. "아직 안 먹었지?"도시락통은 두 개 있었다. 하나는 여가현, 다른 하나는 차우미다.여가현이 도시락통을 바라보며 말했다. "응."여가현이 자기 배를 더듬었다. "정말 배
루즈한 브이넥 니트 안에 몸에 달라붙은 탱크톱이 있었다. 연 베이지색 탱크톱은 같은 컬러라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청바지는 연한 청바지다. 그녀의 옷과 잘 어울렸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이다. 차우미는 플랫 슈즈를 신었다. 그녀의 하얀 발목이 드러났다.차우미의 코디는 단아하면서 부드러웠다. 몸에 붙는 청바지는 그녀의 몸매를 드러낸다. 길고 곧은 다리가 유난히 아름다웠다.차우미는 몸에 달라붙는 바지를 즐겨 입지 않았다. 불편하다고 여겼지만, 선배가 준 바지는 입기 편했다.여가현은 침대에 걸터앉아 차우미를 쳐다보았다. 차우미의 옷이 반짝반짝 빛났다. "옷 잘 골랐네. 니트가 부드러워 보인다. 완전 네 스타일이야.""게다가 바지도 잘 어울려. 위아래 너무 잘 어울린다.""역시 선배 안목이 뛰어나."여가현은 차우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차우미는 편하고 심플하며 미니멀한 스타일을 추구했다.온이샘이 그녀에게 준비해준 옷은 아주 편안했다. 그래서 디자인에 신경 쓰지 않았다. 디자인도 평범했다. 다만 탱크톱에 살짝 당황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옷은 팔이나 가슴, 다리를 드러내지 않았다.온이샘은 확실히 섬세하고 차우미의 스타일을 제대로 파악했다.차우미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얼른 아침 먹어. 식잖아."간병인이 조그마한 탁자 위에 아침을 차려놓았다. 여가현이 젓가락을 들었다."잠깐, 잠깐 기다려 봐!"여가현이 말했다.그녀의 표정이 변하자 차우미가 걸음을 멈췄다. 무의식적으로 가슴이 졸여졌다. "왜 그래?"차우미가 여가현을 바라보았다. 여가현이 젓가락을 들고 말했다. "움직이지 마. 거기 서 있어. 절대 움직이지 마!"여가현이 신신당부하면서 침대 위에 놓인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 차우미의 사진을 찍었다.차우미는 갑작스레 사진 찍는 여가현의 모습에 당황했다. 그래서 멍한 얼굴로 서 있다가 천천히 걸어갔다. "너 오늘 아니면 내일 퇴원할 수 있겠다."이렇게 기운 넘치는 걸 보니 전혀 아픈 사람 같지 않다.여
차우미는 여가현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누구도 여가현을 말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여가현을 내버려 두었다.여가현은 휴대폰을 들고 빙그레 웃었다. 차우미가 다정하게 말했다. "너 이런 몸 상태로 찬 거 먹으면 안 돼."차우미는 여가현에게 음식이 뜨거울 때 어서 먹으라고 일깨웠다.여가현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알겠다고 손짓했다.차우미는 여가현의 이런 모습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침 식사를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여가현은 카메라에 비친 사람을 바라보며 휴대폰을 테이블에 기대어 놓고 카메라를 차우미에게 맞췄다.곧 차우미가 조용하게 식사하는 화면이 휴대폰에 비쳤다. 그제야 여가현이 젓가락을 들고 아침을 먹었다.여가현은 아침을 먹으면서 휴대폰에 나오는 차우미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마치 큰일을 도모하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아침을 먹은 뒤 식탁을 치웠다. 사용했던 용기도 깨끗하게 씻었다.여가현은 아침 식사를 끝내고 차우미가 병실을 나가기 전까지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아주 빠르게 찍은 동영상과 사진을 정리했다.곧 여가현이 새로운 피드를 올렸다.온이샘은 하루 동안 거의 눈을 붙이지 못했다. 어젯밤 진문숙이 떠난 뒤 그는 중환자실 밖을 지켰다. 오랫만에 만난 큰아빠와 친척들과 잡담을 나누다가 등받이에 기대 잠시 휴식을 취했다.오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온이샘은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유모는 매우 이른 아침에 일어난다. 진문숙도 뜻밖에 일어났다. 진문숙은 온이샘이 돌아온 것을 보고 즉시 위층으로 보내 쉬게 했다. 진문숙과 유모는 차우미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같이 준비했다.온이샘은 여가현도 있으니 2인분을 준비해달라고 했다.진문숙이 아침 일찍 일어난 것은 유모와 함께 아침을 만들어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여가현과 차우미를 위한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온이샘은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진문숙에게 근처에 쇼핑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물었다. 차우미에게 옷을 사
여가현에게 알겠다고 손짓한 온이샘은 밖으로 나가 옷 가게로 향했다.여자의 옷을 사본 적 없는 온이샘은 난감했다. 그러나 다행히 엄마의 친구가 차우미의 키와 몸무게 그리고 사진을 보더니 그녀에게 어울리는 옷 몇 벌을 건넸다.치마 몇 벌과 세트, 그리고 바지 등을 건넸고 온이샘은 그중에서 한 벌을 골랐다.차우미가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은 것 같았던 온이샘은 그녀에게 필요한 용품까지 사기로 했다. 그러나 어떤 것을 사야 할지 마땅히 감이 오지 않아 엄마의 친구에게 부탁했다.온이샘에게 그 중 몇벌을 고르라고 했지만 쑥스러웠던 온이샘은 그녀에게 모든 선택권을 넘겼다.결국 엄마의 친구가 고른 옷과 용품을 골라 쇼핑백에 같이 담았다.계산을 마친 온이샘은 바로 24시간 편의점으로 가 세면용품도 샀다.필요한 것들을 사서 병원에 가니 어느새 7시가 되어 있었다. 차우미는 여전히 잠 들어 있었다.차우미를 깨우지 않기 위해 온이샘은 쇼핑백을 올려놓은 뒤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아침 일찍 의사가 외할머니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왔다. 보호자들은 밖에서 대기했다.온이샘만 의사를 따라 중환자실 안으로 들어갔다.30분 뒤, 의사와 온이샘이 따라 나왔다.사람들의 시선이 의사에게 머물렀다.의사는 펜을 가운 가슴 주머니에 꽂고 말했다. "환자분께서 저녁에 상태가 안정되셨습니다. 그러나 연세가 있어 며칠 더 관찰하고 안정이 되면 일반 병동으로 옮기겠습니다."진문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의사가 대략적인 상황,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보호자에게 알려줬다. 의사의 말에 가족들도 근심을 덜었다.할머니 상태가 전반적으로 안정되었다.의사가 떠났을 땐 어느새 8시가 되어 있었다.의사의 말에 가족들도 한시름 덜었다. 온이샘은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뒤 차우미에게 가려 했다."이샘 오빠 여자친구는 언제 만날 수 있어?" 그의 사촌 동생이 순진무구하게 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이 온이샘에게 쏠렸다.온이샘의 귓불이 붉어졌다. "아직 여자친구 아니야."사람들은 온이
명경 별장.거실."뭐라고?!"큰 데시벨의 소리에 별장 밖에서 지저귀던 새들이 깜짝 놀라 날개를 펴고 날아가 버렸다.응접실에서 차를 우려내던 양훈의 얼굴은 평온했다. 그는 여전히 차가웠다. 차를 우려내는 동작이 흐트러짐 없었다.그러나 옆에서 지켜보던 하성우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양훈을 바라봤다. 하성우도 점차 차분해졌다.하성우가 물었다. "너 확실해? 차우미랑 온이샘이 영소시에 간 거 확실해?"그랬다, 하성우가 이토록 놀란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응."양훈이 찻잎을 꺼내 주전자에 넣었다. 차향이 순식간에 방 안에 퍼졌다. 하성우도 긴장감이 살짝 풀렸다.무덤덤한 양훈의 반응에 하성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 생겨서 간 거야?"하성우는 아침에 깨자마자 휴대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했다. 차우미는 새벽 12시 17분에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친구가 갑자기 아파, 상황이 위급해, 당장 가야 한다고. 오늘 돌아오기 힘들 것 같으니 오늘 일정에 참여할 수 없다고 전했다.차우미가 직접 갈 정도면 분명 아주 친한 친구다. 그 역시 친구 무리 중 한 명이 갑자기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면 당장 달려갈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의 문자에 별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차우미에게 알겠다고 답장을 보냈다.그러나 잇달아 온 양훈의 문자에 하성우는 의아했다.어떤 부연 설명도 없이 일어나면 명경 별장으로 오라는 통보였다.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양훈이 중요하다고 표현할 정도면 분명 간단치 않을 이야기다. 그래서 아침 일찍 양훈에게 향했다.양훈은 하성우가 별장에 들어서자마자, 온이샘과 차우미가 어젯밤 영소시로 갔다고 말했다.그래서 하성우가 깜짝 놀란 것이다.차우미가 친한 친구가 아파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양훈은 하성우에게 온이샘과 차우미가 함께 영소시로 갔다고 전했다.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영소시는 온이샘의 엄마 친정이다. 차우미는 온이샘과 함께 친정 어른을 만나러 간 게 아닌지 걱정되었다.그러나 하성우는 이내 잡생각을
"12시 17분.""새벽에 문자 왔어. 자느라고 못 봤어. 아침에 일어나서야 봤어."하성우의 말에 양훈이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었다.하성우는 옆에서 멍하게 입을 벌렸다. "너... 너 누구한테 전화하는 거야?"양훈은 하성우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상대가 전화를 받자마자 말했다. "병원 가서 알아봐. 여가현이 병원에 입원했는지.""예."전화가 끊기자 양훈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하성우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여가현이 누구야?"양훈이 다시 태연하게 차에 집중했다.하성우의 귓가로 양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차우미 친구.""뭐?""우미 씨 친구?""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하성우도 모르는 차우미의 친구 존재를 양훈이 알고 있었다.양훈이 잠시 행동을 멈추더니 고개를 들어 하성우를 쳐다보았다. "내가 왜 몰라야 하는데?""아..."하성우도 살짝 당황했다.양훈은 정보망이 넓었다. 그는 모르는 게 없었다.그러니 차우미의 친구를 알아내는 건 그에게 일도 아니다.하성우가 코끝을 긁적이더니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러니까, 우미 씨 친구인 여가현이라는 사람이 어젯밤 병원에 입원해서 우미 씨가 영소시로 갔고 온이샘 외할머니 고향이 마침 영소시라 두 사람이 같이 갔다는 거야?"양훈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어젯밤, 온이샘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어.""아..."하성우는 살짝 당황했다.양훈이 계속해서 말했다. "두 사람 각자 영소시로 갔어. 나도 우미 씨 친구 여가현이 영소시 있을 줄은 몰랐는데.""지금 그 이유 알 것 같네."하성우가 입을 살짝 벌렸다. 그는 차가운 얼굴로 차에 집중한 양훈을 눈을 깜빡이며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우연이라고?"드디어 모든 실마리가 풀렸다. 온이샘의 외할머니가 어젯밤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고 온이샘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영소시로 향했다. 그리고 차우미의 친구 여가현도 병원에 입원해 차우미도 급히 영소시로 간 것이다.두 사람이 영소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알았어요.”가정부는 거실의 유선 전화를 끊고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던 주혜민에게 다가가서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주 사장님, 사모님은 다른 일이 있어서 오늘 밤에 돌아올 수 없다고 해요.”주혜민은 눈 밑이 살짝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많이 바쁘시군요. 오늘은 제가 사전에 약속하지 않고 왔으니 방법이 없죠. 다음에는 사전에 약속을 잡고 다시 올게요.”말하면서 주혜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저는 이만 갈게요.”가정부가 고개를 끄덕였다.주혜민은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가방을 들고 가정부에게 미소를 지으며 거실을 나와 차에 타고 시동을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별정을 빠져나가 가정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가정부는 계단에 서 있다가 차가 보이지 않자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다시 거실에 있는 유선 전화기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문지영의 담담한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리자, 가정부가 말했다.“사모님, 주 사장은 갔어요.”“알았어. 다음에 또 오면 나한테 전화할 필요 없이 그냥 내가 없다고 해.”“네, 알겠습니다.”문지영은 전화를 끊었다.옆에 있던 서혜란은 문지영이 휴대폰을 내려놓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물었다.“왜? 누구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거야?”서혜란은 최근에 늘 문지영과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가끔은 그럼 전시회로 가고 또 가끔은 연극, 뮤지컬을 보고 또 SPA 하러도 다녔다.그야말로 엄청나게 가깝게 지냈다.오늘 문지영과 서혜란은 어느 브랜드사의 요청을 받고 자선 만찬에 참석했는데 오늘 밤 경매의 수익금은 모두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 교육을 위해 기부될 거라고 한다.기부에 참여하기 위해 문지영과 서혜란은 각각 물품 두 개씩 샀다.이제 경매가 끝나 두 사람은 연회장의 소파에 앉아서 디저트를 먹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이 전화 받을 때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는 문지영이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
나예은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두 눈도 깜빡거렸다.“말하지 말라고? 왜? 그런데 예은이는 분명 큰아빠가 큰엄마를 무릎에 앉힌 걸 봤어. 그리고 큰엄마는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어.”나예은은 손으로 흉내까지 내면서 서혜지에게 그때 상황을 재연하려고 했다.“...”서혜지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나예은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서혜지는 자기의 교육에 문제가 있어서 나예은이 부끄러워하는 것도 아나 싶었다.나예은은 서혜지가 자기를 믿지 않으니 매우 진지하고 열심히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는데 심지어 나상준이 차우미를 보며 했던 행동과 말까지 모두 표현했다.서혜지는 나예은의 다채로운 연기를 듣고 지켜보며 그때의 상황을 재현하는 모습에 마음속으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서혜지는 분명 자신의 교육에 문제가 있어서 나예은이 어린 나이에 알면 안 되는 것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반성했다.하지만 나예은이 이틀 동안 나상준과 차우미가 어떻게 지냈는지를 듣고는 100% 나상준이 차우미에 대한 마음이 진지하다고 확신했다.그렇다, 지금 나상준은 자신의 사업을 대하듯 진지했는데 심지어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그녀는 나상준이 무언가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주 확실하고 신속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금 그의 행동이 또 그것을 증명해 주었다.나상준은 차우미를 원하고 있고 차우미는 절대로 나상준의 공세를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이제 남은 건 시간뿐이다.서혜지는 갑자기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나예은의 눈을 보고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예은아, 오늘 엄마한테 한 말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 그리고 큰아빠와 큰엄마 함께 놀았다는 것도 절대 말하면 안 돼. 이건 예은이와 엄마, 아빠, 그리고 큰아빠, 큰엄마와의 비밀이야. 알겠지?”“왜? 왜 그래야 하는데?”나예은은 왜 말하면 안 된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고 물었다.“왜냐하면...”서혜지는 잠시 생각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
비행기는 정확하게 6시 5분에 출발했다.휴대폰을 끄기 전에 차우미는 하선주에게 비행기가 곧 이륙할 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비행기가 이륙해서 하늘에 높이 솟아오르자, 밤을 맞은 청주시는 아주 작게 변했고 차우미는 눈을 감았다.한잠을 자고 나면 집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나상준은 옆에 앉아서 창문 쪽에 기대어 눈을 감고 고요히 잠이 든 차우미를 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본인도 눈을 감았다.불이 서서히 꺼지면서 비행기 내에도 밤을 맞이했다....유엔 빌리지.청주시는 밤을 맞이하여 불빛들이 밝아졌다.서혜지와 나예은은 저녁 식사 후 산책하러 나갔다.나준우가 오늘은 너무 바빠서 저녁식사를 함께 못해서 서혜지는 송 할머니더러 나준우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다.워낙 서혜지가 직접 가려고 했는데 오늘은 나예은과 놀고 싶고 또 나상준과 차우미의 상황을 알아볼 생각이었다.때문에 예전처럼 나예은과 같이 직접 나준우에게 저녁밥을 가져가지 않고 집에서 나예은과 둘이 식사를 마치고 산책하러 나왔다.서혜지가 나예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예은아, 지난 주말에 큰아빠, 큰엄마와 같이 놀 때 큰아빠가 무슨 말을 하지 않았어?”사실 진작에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젯밤에 나예은을 데리러 갔을 때 이미 곤히 자고 있어서 하지 못했다.그리고 오늘은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야 해서 그럴 시간이 없었서 하교하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또 나상준과 차우미와 전화를 한 내용에 대해서 먼저 물어보느라 이제야 주말에 있었던 일을 물어보게 되었다.나예은은 나상준이 나중에 또 같이 놀아준다는 얘기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퐁퐁 뛰면서 노래도 부르고 나비처럼 춤도 췄다.서혜지의 질문을 듣고 나예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큰 목소리로 말했다.“있어. 큰아빠는 예은이와 엄청나게 많은 말을 했어.”서혜지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엄청나게 많은 말을 했다고? 예은아, 큰아빠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야.”나상준은 나씨 가문 사람 중에서 이혜정보다도 말이 더 없었다
차우미가 원하지 않는다는 건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냥 모르는 체하고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차우미는 어찌 됐든 나상준과 이혼한 이후 서로의 생각이 다른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은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차우미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했으니, 그때도 아마 바쁠 거라고 생각하면서 차우미는 편안하게 생각하기로 했다.차우미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탑승 시간인 것을 보고 잠시 휴식하면서 업무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휴식 구는 점차 조용해지더니 나중에는 적막이 퍼졌다.나상준은 휴대폰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는 차우미를 보았는데 무언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눈빛이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지?’그런 그녀의 모습은 회성 회의실에서 일할 때와 같았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다고 다시 휴대폰으로 안평의 관광 명소들을 검색했다.그는 자기와 멀어지려고 하는 차우미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시간은 어느덧 5시가 되어 나상준과 차우미는 비행기에 탑승했다.좌석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하더니 차우미는 휴대폰을 꺼내 온이샘에게 탑승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곧바로 온이샘이 답장을 보냈다.[알았어. 나도 지금 탑승하고 있어.]퍼스트 클래스는 이코노미석보다 조금 더 일찍 탑승한 것이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다시 시간을 보더니 이어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보았다.하늘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청주는 안평보다 더 일찍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이제야 차우미의 마음은 조금 편안해졌다.청주에 있는 며칠 동안은 몇 년인 것처럼 오래 느껴져서 빨리 돌아가고 싶었는데 이제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니 정말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고향에 돌아가서 다시는 여기로 오지 않고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녀는 몸의 긴장을 풀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고 얼굴에는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갑자기 무슨 물건이 그녀의 몸 위에 떨어져서 놀라며 내려다
“예은이가 안평에 가본 적이 없어서 여름 방학이 되면 안평으로 놀러 갈 생각이야. 그런데 안평은 나도 잘 몰라.”나상준이 나예은과 같이 놀자고 한 것은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이고 자신과 상관이 없다는 생각에 차우미는 나예은의 말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어찌 됐든 조금 전에 그녀는 약속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나상준의 말에 차우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벌렸다.나상준은 안평 사람이 아닌 청주 사람이고 또 일 때문에 여기저기 다니기에 안평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는 청주 이외의 다른 도시에서 오래 있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나예은과 같이 놀려면 어느 도시든 모두 가능한데 왜 하필 안평으로 가려고 하고 또 차우미까지 함께 하자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사실 차우미는 그들과 놀지 않고 일을 하고 싶었다.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차우미는 워낙 회성에서 일을 끝내고 또 나예은과의 약속을 이행한 다음에는 나상준과 더 이상 엮이는 일이 없을 줄 알았다.그런데 지금은 또 이렇게 같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러 가고 있고 그것도 부족해서 나예은과 같이 놀자고 한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왕래를 하지 않는 것이 언제면 가능할지 막막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찡그렸다.나상준은 그녀의 표정 변화를 똑똑히 지켜보다가 말했다.“지금부터 서두를 거 없으니,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그가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고 여유를 주자, 차우미의 표정이 약간 풀렸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우미를 보고 있던 시선도 거두고는 휴대폰으로 일을 하려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그의 행동을 바라보다가 말했다.“아직 예은이의 여름 방학까지 한 달 정도 남았다고는 하지만 나 이번에 회성에서의 일이 금방 끝났고 또 휴가까지 썼기에 앞으로는 매우 바쁠 거여서 그때는 시간이 안 돼. 정말로 예은이와 같이 안평으로 가게 되면 내가 전문 투어 가이드를 소개해 줄 거니까 예은이와 같이 놀러 다녀.”비록 나상준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차우미는 아예 지금 미
차우미는 라운지 안으로 들어가면서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나상준이 통화하는 것을 보고 시선을 거두고 원래 앉았던 1인 소파에 앉았다.나상준은 시종일관 차분한 차우미의 표정을 보다가 별다른 생각없이 말했다.“그래, 큰아빠 시간이 될 때 전화할게.”“네, 알겠어요. 큰아빠 전화 기다릴게요.”나예은은 나상준과 차우미와 함께 놀 수만 있다면 충분히 기다릴 수 있었기에 나상준의 말을 듣고 엄청나게 기뻐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누구와 통화하는지 몰랐지만 업무상의 일이라고 생각할 뿐 나예은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그러다가 나상준의 입에서 큰아빠라는 세 글자를 듣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큰엄마도 같이 있는데 얘기할래?”나예은은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큰엄마와 같이 계세요?”사실 예전에 나예은은 나상준이 아닌 차우미에게만 계속 전화했었다. 그런데 이틀 동안 같이 지낸 보람으로 처음 차우미가 아닌 나상준에게 전화한 것이다.때마침 나상준이 차우미와 함께 있다고 하니 나예은 순식간에 행복과 기쁨이 가득했다.서혜지가 나예은의 옆에 있다가 그 말을 듣고 예상치 못한 일에 눈썹을 치켜올렸다.‘두 사람이 같이 있다고?’나상준은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격동의 앳된 목소리를 듣고 차우미의 의아한 눈빛을 보며 말했다.“응, 같이 있어. 전화 바꿔줄게.”“네.”나상준이 휴대폰을 차우미에게 건넸는데, 그녀가 아직 놀라 있을 때 휴대폰이 눈앞에 왔다.차우미는 잠깐 망설이다가 휴대폰을 받아서 귀에 가져다 댔다.휴대폰은 나상준의 체온이 담겨 있는 듯 따뜻했다.“예은아.”“큰엄마, 깜짝 놀랐죠. 예은이 이번에는 큰아빠에게 전화했어요. 하하하...”차우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예은은 어찌나 기뻤는지 호탕하게 웃었다.나예은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예은도 같이 웃었다.“그래, 큰엄마도 깜짝 놀랐어.”나예은과의 약속한 일을 이미 완성했기 때문에 차우미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
차우미는 잠깐 멈칫하더니 휴대폰을 꺼내서 확인했다.휴대폰 화면에 신규 메시지가 뜨자 차우미는 하선주인 줄 알았는데 발신자는 온이샘이었다.그녀는 메시지를 클릭했다.[우미야, 탑승하면 나에게 메시지 보내줄 수 있어?]차우미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응, 알았어.]그러자 온이샘으로부터 또 잽싸게 미소를 짓고 있는 이모티콘이 왔다.차우미는 이모티콘을 보는 순간 조금 전에 대기실에서 온이샘이 휴대폰으로 좌석 업그레이드를 할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여 달력을 한참 동안 확인하다가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라운지 안으로 들어갔다.어떤 일은 애매모호하면 안 되고 정확해야 했기에 안평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시간을 내서 온이샘과 만나 확실하게 얘기할 생각이었다.라운지 휴식 구에서 나상준은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아서 줄곧 라운지 밖의 복도를 바라보며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통화를 했다.“아주버님, 지금 바빠요?”서혜지의 목소리는 예의를 갖추었지만 조금은 긴장하고 조심스러웠다.나상준이 말했다.“무슨 일이에요?”그는 바쁜가 하는 물음에는 답변하지 않고 무슨 일인지부터 물었다. 아마도 상황에 따라서 다를 모양이다.그러자 서혜지가 서둘러 말했다.“다른 건 아니고요. 지금 예은이를 픽업했는데 예은이가 아주버님과 할 얘기가 있대요. 혹시 바쁘신데 폐를 끼치는 거 아닐까 해서 문의드리는 거예요.”나상준이 말했다.“안 바빠요.”서혜지는 예상했던 대답인 듯 즉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그럼, 예은이 바꿀게요.”“그래요.”나예은은 아주 조용하게 베이비시트에 앉아 있었는데 커다란 두 눈을 굴리면서 서혜지를 바라보며 나상준과 통화시켜 주기를 기다렸다.나예은은 나상준과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서혜지를 만나자마자 자신의 요구를 말했다.서혜지가 자기를 바꿔주겠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예은은 기쁜 나머지 두 눈을 깜빡거리며 서혜지 쪽으로 자그마한 손을 내밀어 휴대폰을 받으려고 했다.서혜지는 조급해하는 나예은의 표정에 미소를 지
하선주는 이제 차우미 옆자리에는 온이샘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온이샘은 하선주에게 특히 좋은 인상을 남겨서 온이샘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좋아했다.차우미는 워낙 하선주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기에 하선주가 눈치채자, 그냥 자연스럽게 대답하려고 했다.그런데 하선주가 갑자기 온이샘을 얘기할 줄은 몰랐다.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선배가 아니라 상준 씨랑 같이 가.”“나상준?”하선주의 미간이 순식간에 찌푸려졌고 얼굴도 일그러졌다. 마치 눈 깜짝할 사이에 맑은 하늘에 먹장구름이 낀 것 같았다.“나상준은 왜 너와 같이 있어? 둘이 뭘 하는 거야? 그런데 왜 안평으로 오는 거야? 나씨 가문에 무슨 일 있어?”하선주의 불만이 섞인 말투와 함께 질문들이 쏟아졌다.나상준과 온이샘에 대한 하선주의 태도는 하늘과 땅이었다.이런 하선주의 반응을 차우미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할아버지와 할머니 뵈러 오는 거야.”“...”표정이 굳어진 하선주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우미의 말 한 마디에 무슨 일인지 알아챘다.분명 나씨 가문의 이혜정이 나상준에게 직접 가서 사과하라고 명령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나씨 가문 이혜정의 일 처리는 오늘날 젊은이들은 비교할 수도 없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선주는 마음이 불쾌했다.차우미는 하선주가 비록 말하지 않지만 듣고 있다는 걸 알고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이라도 상준 씨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러 오는 건 정상적인 일이야. 그러니 화내지 마.”“내가 왜 화를 내? 그리고 화를 낼 필요도 없어. 그냥 안 보면 되지.”하선주가 불쾌함을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걸 듣고 차우미는 웃었다.“엄마, 이제 다 지난 일이야. 우리 이혼한 지도 벌써 몇 달 지났잖아. 상준 씨도 나도 이제 모두 각자의 삶이 있으니 두 가문은 예전대로 서로 왕래하면서 지내면 돼.”차우미의 아무렇지 않아하는 말을 듣고 있던 하선주는 순간 바늘에 찔린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어렸을 때부터 말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