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맨스 / 봄날 / 제3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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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작가: 유리
온이샘이 차우미를 데리러 나갔을 무렵, 진문숙도 병원은 자기가 지키겠다고 했다.

온이샘의 혼인 대사를 진문숙이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온이샘의 감정에 물꼬가 트인 지금 진문숙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진문숙과 진문남, 셋째 아들 그리고 그녀의 두 조카까지 중환자실 앞을 지키고 있었다.

온이샘이 탄 엘리베이터가 16층에 멈춰 섰다.

사람들은 의자에 기대 담요를 덮고 자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소리에 그들도 눈을 떴다.

진문숙은 온이샘이 데리러 간 아가씨가 걱정되어 선잠이 들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소리에 바로 반응했다.

유모에게 온이샘이 병원에 왔다는 말에 진문숙도 그가 곧 돌아올 거라는 것을 감지했다.

병원에 진작 도착한 온이샘이 돌아오지 않아 이상했다.

그래서 유모에게 자세히 물었고, 유모는 온이샘이 친구에게 옷을 전달해야 한다며 가져갔다고만 했다.

진문숙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담요를 옆에 두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

몇 걸음 옮기자마자 온이샘이 쇼핑백을 들고 돌아왔다.

진문숙은 살짝 놀랐다.

온이샘의 등 뒤에는 누구도 없었다. 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묻지 못했다.

온이샘은 진문숙의 얼굴을 보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다.

온이샘이 어쩔 수 없이 웃었다.

"이샘아, 아가씨는?"

진문숙이 다급히 온이샘의 손을 낚아채고 물었다. 그러면서 차우미를 찾았다.

혹시나 자기 눈이 침침해서 보지 못한 것일까 봐 걱정했다.

온이샘이 진문숙을 진정시켰다.

"잠들었어."

"잠들었다니?"

"어디서? 집으로 간 거야?"

"내가 유모한테 게스트룸 청소하라고 했어. 그 아가씨 데리고 집으로 간 거야?"

진문숙은 온이샘이 데리고 온 여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라 참으로 다행이었다.

온이샘은 진문숙의 말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사람 친구가 이 병원에 입원했거든. 친구 보러 왔고 지금은 병실 지키고 있어."

진문숙은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다.

분명 여자친구라고 여겼다. 그러나 자기 아들은 여자친구가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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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3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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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313화

    루즈한 브이넥 니트 안에 몸에 달라붙은 탱크톱이 있었다. 연 베이지색 탱크톱은 같은 컬러라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청바지는 연한 청바지다. 그녀의 옷과 잘 어울렸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이다. 차우미는 플랫 슈즈를 신었다. 그녀의 하얀 발목이 드러났다.차우미의 코디는 단아하면서 부드러웠다. 몸에 붙는 청바지는 그녀의 몸매를 드러낸다. 길고 곧은 다리가 유난히 아름다웠다.차우미는 몸에 달라붙는 바지를 즐겨 입지 않았다. 불편하다고 여겼지만, 선배가 준 바지는 입기 편했다.여가현은 침대에 걸터앉아 차우미를 쳐다보았다. 차우미의 옷이 반짝반짝 빛났다. "옷 잘 골랐네. 니트가 부드러워 보인다. 완전 네 스타일이야.""게다가 바지도 잘 어울려. 위아래 너무 잘 어울린다.""역시 선배 안목이 뛰어나."여가현은 차우미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차우미는 편하고 심플하며 미니멀한 스타일을 추구했다.온이샘이 그녀에게 준비해준 옷은 아주 편안했다. 그래서 디자인에 신경 쓰지 않았다. 디자인도 평범했다. 다만 탱크톱에 살짝 당황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옷은 팔이나 가슴, 다리를 드러내지 않았다.온이샘은 확실히 섬세하고 차우미의 스타일을 제대로 파악했다.차우미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얼른 아침 먹어. 식잖아."간병인이 조그마한 탁자 위에 아침을 차려놓았다. 여가현이 젓가락을 들었다."잠깐, 잠깐 기다려 봐!"여가현이 말했다.그녀의 표정이 변하자 차우미가 걸음을 멈췄다. 무의식적으로 가슴이 졸여졌다. "왜 그래?"차우미가 여가현을 바라보았다. 여가현이 젓가락을 들고 말했다. "움직이지 마. 거기 서 있어. 절대 움직이지 마!"여가현이 신신당부하면서 침대 위에 놓인 자신의 휴대폰을 들어 차우미의 사진을 찍었다.차우미는 갑작스레 사진 찍는 여가현의 모습에 당황했다. 그래서 멍한 얼굴로 서 있다가 천천히 걸어갔다. "너 오늘 아니면 내일 퇴원할 수 있겠다."이렇게 기운 넘치는 걸 보니 전혀 아픈 사람 같지 않다.여

  • 봄날   제314화

    차우미는 여가현의 성격을 잘 알고 있다. 누구도 여가현을 말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여가현을 내버려 두었다.여가현은 휴대폰을 들고 빙그레 웃었다. 차우미가 다정하게 말했다. "너 이런 몸 상태로 찬 거 먹으면 안 돼."차우미는 여가현에게 음식이 뜨거울 때 어서 먹으라고 일깨웠다.여가현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알겠다고 손짓했다.차우미는 여가현의 이런 모습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침 식사를 조금씩 먹기 시작했다.여가현은 카메라에 비친 사람을 바라보며 휴대폰을 테이블에 기대어 놓고 카메라를 차우미에게 맞췄다.곧 차우미가 조용하게 식사하는 화면이 휴대폰에 비쳤다. 그제야 여가현이 젓가락을 들고 아침을 먹었다.여가현은 아침을 먹으면서 휴대폰에 나오는 차우미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마치 큰일을 도모하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아침을 먹은 뒤 식탁을 치웠다. 사용했던 용기도 깨끗하게 씻었다.여가현은 아침 식사를 끝내고 차우미가 병실을 나가기 전까지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아주 빠르게 찍은 동영상과 사진을 정리했다.곧 여가현이 새로운 피드를 올렸다.온이샘은 하루 동안 거의 눈을 붙이지 못했다. 어젯밤 진문숙이 떠난 뒤 그는 중환자실 밖을 지켰다. 오랫만에 만난 큰아빠와 친척들과 잡담을 나누다가 등받이에 기대 잠시 휴식을 취했다.오전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에 온이샘은 병원에서 나와 집으로 향했다.유모는 매우 이른 아침에 일어난다. 진문숙도 뜻밖에 일어났다. 진문숙은 온이샘이 돌아온 것을 보고 즉시 위층으로 보내 쉬게 했다. 진문숙과 유모는 차우미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같이 준비했다.온이샘은 여가현도 있으니 2인분을 준비해달라고 했다.진문숙이 아침 일찍 일어난 것은 유모와 함께 아침을 만들어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두 사람은 여가현과 차우미를 위한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온이샘은 방으로 돌아가 샤워를 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진문숙에게 근처에 쇼핑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 물었다. 차우미에게 옷을 사

  • 봄날   제315화

    여가현에게 알겠다고 손짓한 온이샘은 밖으로 나가 옷 가게로 향했다.여자의 옷을 사본 적 없는 온이샘은 난감했다. 그러나 다행히 엄마의 친구가 차우미의 키와 몸무게 그리고 사진을 보더니 그녀에게 어울리는 옷 몇 벌을 건넸다.치마 몇 벌과 세트, 그리고 바지 등을 건넸고 온이샘은 그중에서 한 벌을 골랐다.차우미가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않은 것 같았던 온이샘은 그녀에게 필요한 용품까지 사기로 했다. 그러나 어떤 것을 사야 할지 마땅히 감이 오지 않아 엄마의 친구에게 부탁했다.온이샘에게 그 중 몇벌을 고르라고 했지만 쑥스러웠던 온이샘은 그녀에게 모든 선택권을 넘겼다.결국 엄마의 친구가 고른 옷과 용품을 골라 쇼핑백에 같이 담았다.계산을 마친 온이샘은 바로 24시간 편의점으로 가 세면용품도 샀다.필요한 것들을 사서 병원에 가니 어느새 7시가 되어 있었다. 차우미는 여전히 잠 들어 있었다.차우미를 깨우지 않기 위해 온이샘은 쇼핑백을 올려놓은 뒤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아침 일찍 의사가 외할머니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왔다. 보호자들은 밖에서 대기했다.온이샘만 의사를 따라 중환자실 안으로 들어갔다.30분 뒤, 의사와 온이샘이 따라 나왔다.사람들의 시선이 의사에게 머물렀다.의사는 펜을 가운 가슴 주머니에 꽂고 말했다. "환자분께서 저녁에 상태가 안정되셨습니다. 그러나 연세가 있어 며칠 더 관찰하고 안정이 되면 일반 병동으로 옮기겠습니다."진문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의사가 대략적인 상황,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보호자에게 알려줬다. 의사의 말에 가족들도 근심을 덜었다.할머니 상태가 전반적으로 안정되었다.의사가 떠났을 땐 어느새 8시가 되어 있었다.의사의 말에 가족들도 한시름 덜었다. 온이샘은 휴대폰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뒤 차우미에게 가려 했다."이샘 오빠 여자친구는 언제 만날 수 있어?" 그의 사촌 동생이 순진무구하게 물었다.사람들의 시선이 온이샘에게 쏠렸다.온이샘의 귓불이 붉어졌다. "아직 여자친구 아니야."사람들은 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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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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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 봄날   제954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 봄날   제953화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 봄날   제952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 봄날   제951화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 봄날   제950화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 봄날   제949화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 봄날   제948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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