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 별장.거실."뭐라고?!"큰 데시벨의 소리에 별장 밖에서 지저귀던 새들이 깜짝 놀라 날개를 펴고 날아가 버렸다.응접실에서 차를 우려내던 양훈의 얼굴은 평온했다. 그는 여전히 차가웠다. 차를 우려내는 동작이 흐트러짐 없었다.그러나 옆에서 지켜보던 하성우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양훈을 바라봤다. 하성우도 점차 차분해졌다.하성우가 물었다. "너 확실해? 차우미랑 온이샘이 영소시에 간 거 확실해?"그랬다, 하성우가 이토록 놀란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응."양훈이 찻잎을 꺼내 주전자에 넣었다. 차향이 순식간에 방 안에 퍼졌다. 하성우도 긴장감이 살짝 풀렸다.무덤덤한 양훈의 반응에 하성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 생겨서 간 거야?"하성우는 아침에 깨자마자 휴대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했다. 차우미는 새벽 12시 17분에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친구가 갑자기 아파, 상황이 위급해, 당장 가야 한다고. 오늘 돌아오기 힘들 것 같으니 오늘 일정에 참여할 수 없다고 전했다.차우미가 직접 갈 정도면 분명 아주 친한 친구다. 그 역시 친구 무리 중 한 명이 갑자기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면 당장 달려갈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의 문자에 별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차우미에게 알겠다고 답장을 보냈다.그러나 잇달아 온 양훈의 문자에 하성우는 의아했다.어떤 부연 설명도 없이 일어나면 명경 별장으로 오라는 통보였다.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양훈이 중요하다고 표현할 정도면 분명 간단치 않을 이야기다. 그래서 아침 일찍 양훈에게 향했다.양훈은 하성우가 별장에 들어서자마자, 온이샘과 차우미가 어젯밤 영소시로 갔다고 말했다.그래서 하성우가 깜짝 놀란 것이다.차우미가 친한 친구가 아파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양훈은 하성우에게 온이샘과 차우미가 함께 영소시로 갔다고 전했다.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영소시는 온이샘의 엄마 친정이다. 차우미는 온이샘과 함께 친정 어른을 만나러 간 게 아닌지 걱정되었다.그러나 하성우는 이내 잡생각을
"12시 17분.""새벽에 문자 왔어. 자느라고 못 봤어. 아침에 일어나서야 봤어."하성우의 말에 양훈이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었다.하성우는 옆에서 멍하게 입을 벌렸다. "너... 너 누구한테 전화하는 거야?"양훈은 하성우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상대가 전화를 받자마자 말했다. "병원 가서 알아봐. 여가현이 병원에 입원했는지.""예."전화가 끊기자 양훈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하성우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여가현이 누구야?"양훈이 다시 태연하게 차에 집중했다.하성우의 귓가로 양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차우미 친구.""뭐?""우미 씨 친구?""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하성우도 모르는 차우미의 친구 존재를 양훈이 알고 있었다.양훈이 잠시 행동을 멈추더니 고개를 들어 하성우를 쳐다보았다. "내가 왜 몰라야 하는데?""아..."하성우도 살짝 당황했다.양훈은 정보망이 넓었다. 그는 모르는 게 없었다.그러니 차우미의 친구를 알아내는 건 그에게 일도 아니다.하성우가 코끝을 긁적이더니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러니까, 우미 씨 친구인 여가현이라는 사람이 어젯밤 병원에 입원해서 우미 씨가 영소시로 갔고 온이샘 외할머니 고향이 마침 영소시라 두 사람이 같이 갔다는 거야?"양훈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어젯밤, 온이샘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어.""아..."하성우는 살짝 당황했다.양훈이 계속해서 말했다. "두 사람 각자 영소시로 갔어. 나도 우미 씨 친구 여가현이 영소시 있을 줄은 몰랐는데.""지금 그 이유 알 것 같네."하성우가 입을 살짝 벌렸다. 그는 차가운 얼굴로 차에 집중한 양훈을 눈을 깜빡이며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우연이라고?"드디어 모든 실마리가 풀렸다. 온이샘의 외할머니가 어젯밤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고 온이샘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영소시로 향했다. 그리고 차우미의 친구 여가현도 병원에 입원해 차우미도 급히 영소시로 간 것이다.두 사람이 영소
양훈이 찻잔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어 하성우에게 영상을 보냈다. "직접 봐."곧 하성우의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하성우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비밀스러워?"하성우가 찻잔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어 영상을 재생했다.어젯밤 양훈이 나상준에게 보냈던 그 영상이다.영상 속에는 차우미와 주혜민이 보였다. 하성우가 미간을 찌푸렸다.영상은 차우미가 통화하는 장면부터 시작되었다. 곧이어 주혜민이 따라 나오며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고 차우미에게 뻔뻔하게 말했다.하성우는 불쾌한 듯 말했다. "이 미친!""쟤 왜 저렇게 천박해?"하성우는 주혜민과 더 친하긴 했으나 그렇다고 그녀를 옹호하지 않았다.양훈은 말없이 찻잔을 들고 차를 음미했다. 주혜민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왔지만 양훈은 태연했다.차우미가 떠나려 하자 주혜민이 손을 뻗어 차우미를 막았다. 하성우는 이 장면을 보고 더욱 언짢아했다. "지금 누굴 막는 거야? 무슨 자격으로?""……""빌어먹을! 감히 누굴 밀친 거야!""한대 쥐어패 버리고 싶게!"하성우는 주혜민에게 밀쳐져 얼굴이 창백해진 차우미의 모습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당장 주혜민에게 달려가 한 대 때릴 기세였다.양훈이 입을 열었다. "진정해."양훈의 목소리에 하성우가 분출구를 찾은 듯 재빨리 말했다. "어떻게 저런 식으로 말하고 손찌검을 할 수 있지?""같은 여자들끼리 저럴 필요 있어?"양훈이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여자니까 수단이 많은 거야.""그래도 저건 너무 했잖아!""우미 씨가 자기한테 뭘 했다고? 미안한 짓 한 것도 아닌데! 오히려 자기가 두 사람 결혼 기간에 나상준과 사귄다는 소문을 냈잖아! 나한테까지 소문 난 거면 우미 씨도 분명 알고 있을 거라고!""주혜민이야말로 차우미와 나상준 관계를 깨뜨린 거야!""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이유가 누구 때문인데!""저 악독한 년이!"하성우는 처음으로 여자에게 분노했다.양훈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원래 사악한 여자야."하성우는 입을 굳게 다물
하성우가 자기 생각을 내뱉었다.차우미가 주혜민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보고 하성우는 분노를 삼킬 수 없었다.여자들 성향을 잘 안다고 하지만, 여자들이 무슨 일이든 다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주혜민은 정말 사악했다.그는 이렇게 사악한 여자를 처음 본다."우미 씨도 내일 돌아올 거야. 상준이도 내일 돌아올 거고. 우미 씨한테 더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거야."하성우의 머릿속에 불현듯 무언가 떠올랐다. 그가 양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설마 어젯밤부터 우미 씨한테 사람 붙인 거야?""응."하성우는 그제야 양훈이 온이샘과 차우미가 영소시로 간 사실을 알고 있는게 이해되었다.하성우가 궁금한 듯 물었다. "상준이한테도 이 얘기 했어?"양훈이 찻잔을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 정확한 게 아니라 말하지 않았어."하성우도 동의했다.아직 정확한 사실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해봤자 소용없다.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할 수 있다.하성우가 차분해졌다. 자리에 앉은 하성우는 온이샘과 차우미를 떠올렸다."우미 씨는 이혼했고, 온이샘은 솔로야. 온이샘이 우미 씨를 좋아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아. 우미 씨도 새로운 사람 만날 권리 있어.""아주 정상적인 일이지.""두 사람은 지금 영소시에 있어. 온이샘의 외할머니 고향이라, 두 사람이 이번 기회에 가까워질까 봐 걱정이야.""별로 좋은 일이 아니야."하성우는 방금 본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어젯밤, 주혜민이 우미 씨한테 나상준이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라고 했어. 우미 씨는 주혜민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을 거야.""게다가 전에도 이런 소문 난 적 있잖아. 주혜민의 입에서 이런 얘기가 직접 나왔으니 우미 씨도 분명 나상준이 주혜민을 사랑한다고 여길 거야."하성우가 갑자기 소파에 쓰러지듯 누워 이마를 짚었다. "3년 동안 각방을 썼어. 아무런 관계를 가지지 않았다고. 게다가 주혜민과 줄곧 소문이 나돌았고, 나상준이 우미 씨한테 자기 마음을
라스베이거스는 오후 5시다.나상준은 지사에 있었다.검은색 차 한 대가 회사 정문 밖에 주차되었고, 마이바흐 한 대가 정중앙에 주차되었다. 이내 허 비서가 차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었다.검은 구두 한 켤레가 나왔다. 반짝반짝 닦은 신발 바닥이 등불 아래에서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밖으로 나온 나상준이 정장 단추를 채우고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그의 뒤로 십여 명의 사람들이 뒤따랐다. 전부 정장 차림을 한 재계 엘리트들이다.수십개의 발이 회사 로비로 들어갔다. 지잉-휴대폰이 진동했다.나상준이 휴대폰을 들어 확인했다.발신자를 확인한 그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양훈은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소리에 대답했다. "할 얘기가 있어."나상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말해."로비에 도착하자, 허 비서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나상준은 입구에 서서 기다렸다."어젯밤, 차우미와 온이샘이 영소시로 갔어. 온이샘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입원해서 온이샘은 거기로 갔고, 여가현이 입원해서 차우미도 거기로 갔어. 그런데 두 사람이 공교롭게 같은 병원이네."양훈이 요점만 요약해서 나상준에게 말했다. 덕분에 나상준도 어젯밤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알게 되었다.양훈의 말이 끝났지만, 나상준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휴대폰은 고요했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순간, 소리 없는 고요함만 찾아왔다.양훈은 나상준이 대답하기만 기다렸다.나상준이 분명 듣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하성우도 양훈의 맞은편에 앉아 휴대폰에 귀를 기울였다. 그가 어떤 대답을 할지 긴장한 것 같았다.하성우가 궁금한 얼굴로 눈을 반짝였다.그제야 양훈이 연락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흥분한 하성우는 양훈의 입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어떤 인기척도 보이지 않았고 양훈은 상대의 대답만 기다리고 있었다.마음이 다급해진 하성우는 당장 나상준에게 연락해 묻고 싶었지만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겨우 간신히 궁금증을 참았다.한편, 회사 로비.
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어때? 어때?"양훈이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말을 들으며 태연하게 있었다. 그는 나상준의 속셈을 알고있다.전화가 끊겼고 그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하성우는 양훈이 휴대폰을 내려놓은 것을 보고 황급히 물었다. 긴장하고 절박해 보였다.양훈이 휴대폰을 옆에 두고 말했다. "알겠다고 했어.""어? 알겠다고?" "그럼?""그게 다야.""다... 다라고?"하성우가 놀라 물었다. 양훈이 밤새 고생했다. 그런데 단순히 알겠다고 대답하고 끊은 게 어이 없었다.하성우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양훈이 바깥 하늘을 쳐다보더니 시계를 확인했다. "8시야, 이따가 일하러 가지?"하성우의 미간이 살짝 찌푸러졌다. "헐!""잊고 있었어!"그는 즉시 일어나 재빨리 밖으로 뛰어 나가면서 말했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오늘 회의가 있다. 회성의 각종 문화역사 유적을 정리했었다. 함께 어떤 물건을 조각해야 하는지, 이 물건들은 어떻게 진열해야 하는지,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토론해서 박물관에 놓아야 했다.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이다.하성우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양훈은 차를 마시면서 밖에서 들린 차 소리를 들었다. 엔진 소리가 떠들썩하게 울리더니 별장에서 점차 멀어졌다.하성우는 나상준이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몰랐다.비록 어려운 문제지만 나상준은 결코 해결할 것이다.양훈이 차가운 눈빛으로 휴대폰을 들더니 전화를 걸었다. "온이샘과 차우미를 항상 주시하고 여가현의 상황도 보고해.""예."하성우의 차가 빠르게 달렸다.점심에 시간이 되면 그에게 연락할 생각이다.나상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절대 질 수 없다.그는 자기 친구가 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비록 말을 예쁘게 하지 않을때가 있지만.하성우가 마음속에서 주판을 두드렸다. 어떻게 나상준을 도울지 고민중이었다.하성우의 머릿속에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갔다. 눈을 번쩍 뜬 하성우가 얼른 길가에 차를 세우고 양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여
하성우가 바로 물었다. "개인 연락처, SNS 계정도 되고. 그런거 있어?"양훈이 천천히 윗층으로 향했다.하성우의 말에 양훈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런것까지 없어."하성우가 즉시 말했다. "너한테 있는 걸 나한테 전부 보내. 없는 건 사람 보내서 조사하게 하고. 점심까지 나한테 보내줘.""우리가 형제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지!"하성우가 전화를 끊었다.양훈은 자기 할 말만하고 끊어버린 하성우의 행동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여가현 개인 SNS 계정 알아봐.""예."전화를 끊은 양훈은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는 하성우가 뭘 하려지 대충 눈치챌 것 같았다.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다.영소시.온이샘은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흥분된 마음을 누르고 여가현에게 문자를 보냈다.차우미가 깨었는지 깨지 못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다.여가현은 그가 문자를 보내자마자 답장을 보내왔다.[깼어. 아침도 먹었어. 선배가 가져다 준 옷 갈아입었어. 예쁘더라. 사진이랑 영상 다 찍어줬어. 피드에 올렸으니까 선배도 봐봐."온이샘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여가현의 문자를 확인했다. 여가현이 이런 내용을 전달할 줄 몰랐다.온이샘은 살짝 당황했다.특별히 여가현 계정에 들어가 볼 일이 없었다. 워낙 가까운 사이였기에 여가현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는게 더 편했다.여가현이 자기 계정에 들어가 확인해라는 말에 온이샘은 살짝 의아했다.여가현은 계정이 2개였다. 하나는 회사 계정, 다른 하는 개인 계정이다.차우미의 사진은 그녀의 개인 계정에 올라왔다. 바로 차우미 이혼서류를 올렸던 그 계정이다.그리고 이혼 서류는 아직도 여가현의 계정에 남아 있었다.차우미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면 그때 내린다고 했었다.여가현은 농담이 아니었다.여가현이 최근에 올린 것은 두 장의 사진과 하나의 영상이다.사진 속 인물은 모두 차우미다.사진과 영상을 바라보던 온이샘의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첫 번째 사진을 눌렀다.병실에서 손에 쇼핑백을 들고 카메라
그녀는 사진을 찍어대는 여가현을 어쩔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온이샘의 웃음기가 짙어졌다.그는 두번째 사진도 저장했다.그리고 마지막 영상을 클릭했다.그의 눈매가 고요해졌다.영상 속 차우미는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있다. 그가 가져다준 아침 식사는 영소시의 특색 음식이다.그녀는 아주 정돈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의자에 점잖게 앉아 등을 곧게 펴고 젓가락을 들고 아침을 먹었다.그녀는 매우 조용하고 점잖았다. 차분하게 음식을 먹으며 때때로 고개를 돌려 창밖의 햇빛을 바라보았다. 가끔 산들바람이 불어와 잔머리를 흩날리게 했고 그녀가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귀 뒤에 넘겼다.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평범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그녀의 곁을 떠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영원히 보고 싶었다.병실 안.여가현은 침대 머리에 기대 휴대폰을 들고 온이샘에게 문자를 보냈다.온이샘이 답장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지금 차우미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여가현은 온이샘이 반드시 설레할거라고 장담했다.온이샘에게 차우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려주기 위함이기도 했고 다른 사람에게 이혼한 차우미가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여가현이 온이샘에게 개인적으로 보내지 않은 이유다.차우미는 인스타를 자주 하지 않기에 다른 사람들 평가를 신경쓰지 않았다. 이혼은 자랑할만한 일이 아니다. 겉으론 티를 내지 않아도 뒤에서 다른 얘기를 할 수 있다.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차우미가 훌륭하다고, 이혼을 하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려 했다.여가현은 휴대폰을 들고 뭐가 그리 즐기운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그러나 여가현이 즐거워 하는 모습에 차우미도 마음이 좋았다.그녀는 자기 친구가 행복하기를 바랐다. 영원히 이렇게 편안하게 웃을 수 있기를 바랐다.도시락통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종이 타월을 가져와 물을 닦은 뒤 다시 쇼핑백에 넣었다.여가현은 인기척을 느끼고 말했다. "다 씻었어?""응."차우미는 대답하면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