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 별장.거실."뭐라고?!"큰 데시벨의 소리에 별장 밖에서 지저귀던 새들이 깜짝 놀라 날개를 펴고 날아가 버렸다.응접실에서 차를 우려내던 양훈의 얼굴은 평온했다. 그는 여전히 차가웠다. 차를 우려내는 동작이 흐트러짐 없었다.그러나 옆에서 지켜보던 하성우는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양훈을 바라봤다. 하성우도 점차 차분해졌다.하성우가 물었다. "너 확실해? 차우미랑 온이샘이 영소시에 간 거 확실해?"그랬다, 하성우가 이토록 놀란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이다."응."양훈이 찻잎을 꺼내 주전자에 넣었다. 차향이 순식간에 방 안에 퍼졌다. 하성우도 긴장감이 살짝 풀렸다.무덤덤한 양훈의 반응에 하성우가 미간을 찌푸렸다. "무슨 일 생겨서 간 거야?"하성우는 아침에 깨자마자 휴대폰을 들어 문자를 확인했다. 차우미는 새벽 12시 17분에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친구가 갑자기 아파, 상황이 위급해, 당장 가야 한다고. 오늘 돌아오기 힘들 것 같으니 오늘 일정에 참여할 수 없다고 전했다.차우미가 직접 갈 정도면 분명 아주 친한 친구다. 그 역시 친구 무리 중 한 명이 갑자기 아프다는 소식을 들으면 당장 달려갈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의 문자에 별 문제를 느끼지 못했다.차우미에게 알겠다고 답장을 보냈다.그러나 잇달아 온 양훈의 문자에 하성우는 의아했다.어떤 부연 설명도 없이 일어나면 명경 별장으로 오라는 통보였다.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다고 했다.양훈이 중요하다고 표현할 정도면 분명 간단치 않을 이야기다. 그래서 아침 일찍 양훈에게 향했다.양훈은 하성우가 별장에 들어서자마자, 온이샘과 차우미가 어젯밤 영소시로 갔다고 말했다.그래서 하성우가 깜짝 놀란 것이다.차우미가 친한 친구가 아파서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양훈은 하성우에게 온이샘과 차우미가 함께 영소시로 갔다고 전했다.지금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영소시는 온이샘의 엄마 친정이다. 차우미는 온이샘과 함께 친정 어른을 만나러 간 게 아닌지 걱정되었다.그러나 하성우는 이내 잡생각을
"12시 17분.""새벽에 문자 왔어. 자느라고 못 봤어. 아침에 일어나서야 봤어."하성우의 말에 양훈이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었다.하성우는 옆에서 멍하게 입을 벌렸다. "너... 너 누구한테 전화하는 거야?"양훈은 하성우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상대가 전화를 받자마자 말했다. "병원 가서 알아봐. 여가현이 병원에 입원했는지.""예."전화가 끊기자 양훈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하성우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여가현이 누구야?"양훈이 다시 태연하게 차에 집중했다.하성우의 귓가로 양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차우미 친구.""뭐?""우미 씨 친구?""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하성우도 모르는 차우미의 친구 존재를 양훈이 알고 있었다.양훈이 잠시 행동을 멈추더니 고개를 들어 하성우를 쳐다보았다. "내가 왜 몰라야 하는데?""아..."하성우도 살짝 당황했다.양훈은 정보망이 넓었다. 그는 모르는 게 없었다.그러니 차우미의 친구를 알아내는 건 그에게 일도 아니다.하성우가 코끝을 긁적이더니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러니까, 우미 씨 친구인 여가현이라는 사람이 어젯밤 병원에 입원해서 우미 씨가 영소시로 갔고 온이샘 외할머니 고향이 마침 영소시라 두 사람이 같이 갔다는 거야?"양훈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어젯밤, 온이샘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어.""아..."하성우는 살짝 당황했다.양훈이 계속해서 말했다. "두 사람 각자 영소시로 갔어. 나도 우미 씨 친구 여가현이 영소시 있을 줄은 몰랐는데.""지금 그 이유 알 것 같네."하성우가 입을 살짝 벌렸다. 그는 차가운 얼굴로 차에 집중한 양훈을 눈을 깜빡이며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우연이라고?"드디어 모든 실마리가 풀렸다. 온이샘의 외할머니가 어젯밤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고 온이샘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영소시로 향했다. 그리고 차우미의 친구 여가현도 병원에 입원해 차우미도 급히 영소시로 간 것이다.두 사람이 영소
양훈이 찻잔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어 하성우에게 영상을 보냈다. "직접 봐."곧 하성우의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하성우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비밀스러워?"하성우가 찻잔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어 영상을 재생했다.어젯밤 양훈이 나상준에게 보냈던 그 영상이다.영상 속에는 차우미와 주혜민이 보였다. 하성우가 미간을 찌푸렸다.영상은 차우미가 통화하는 장면부터 시작되었다. 곧이어 주혜민이 따라 나오며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고 차우미에게 뻔뻔하게 말했다.하성우는 불쾌한 듯 말했다. "이 미친!""쟤 왜 저렇게 천박해?"하성우는 주혜민과 더 친하긴 했으나 그렇다고 그녀를 옹호하지 않았다.양훈은 말없이 찻잔을 들고 차를 음미했다. 주혜민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왔지만 양훈은 태연했다.차우미가 떠나려 하자 주혜민이 손을 뻗어 차우미를 막았다. 하성우는 이 장면을 보고 더욱 언짢아했다. "지금 누굴 막는 거야? 무슨 자격으로?""……""빌어먹을! 감히 누굴 밀친 거야!""한대 쥐어패 버리고 싶게!"하성우는 주혜민에게 밀쳐져 얼굴이 창백해진 차우미의 모습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당장 주혜민에게 달려가 한 대 때릴 기세였다.양훈이 입을 열었다. "진정해."양훈의 목소리에 하성우가 분출구를 찾은 듯 재빨리 말했다. "어떻게 저런 식으로 말하고 손찌검을 할 수 있지?""같은 여자들끼리 저럴 필요 있어?"양훈이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여자니까 수단이 많은 거야.""그래도 저건 너무 했잖아!""우미 씨가 자기한테 뭘 했다고? 미안한 짓 한 것도 아닌데! 오히려 자기가 두 사람 결혼 기간에 나상준과 사귄다는 소문을 냈잖아! 나한테까지 소문 난 거면 우미 씨도 분명 알고 있을 거라고!""주혜민이야말로 차우미와 나상준 관계를 깨뜨린 거야!""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이유가 누구 때문인데!""저 악독한 년이!"하성우는 처음으로 여자에게 분노했다.양훈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원래 사악한 여자야."하성우는 입을 굳게 다물
하성우가 자기 생각을 내뱉었다.차우미가 주혜민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보고 하성우는 분노를 삼킬 수 없었다.여자들 성향을 잘 안다고 하지만, 여자들이 무슨 일이든 다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주혜민은 정말 사악했다.그는 이렇게 사악한 여자를 처음 본다."우미 씨도 내일 돌아올 거야. 상준이도 내일 돌아올 거고. 우미 씨한테 더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거야."하성우의 머릿속에 불현듯 무언가 떠올랐다. 그가 양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설마 어젯밤부터 우미 씨한테 사람 붙인 거야?""응."하성우는 그제야 양훈이 온이샘과 차우미가 영소시로 간 사실을 알고 있는게 이해되었다.하성우가 궁금한 듯 물었다. "상준이한테도 이 얘기 했어?"양훈이 찻잔을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 정확한 게 아니라 말하지 않았어."하성우도 동의했다.아직 정확한 사실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해봤자 소용없다.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할 수 있다.하성우가 차분해졌다. 자리에 앉은 하성우는 온이샘과 차우미를 떠올렸다."우미 씨는 이혼했고, 온이샘은 솔로야. 온이샘이 우미 씨를 좋아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아. 우미 씨도 새로운 사람 만날 권리 있어.""아주 정상적인 일이지.""두 사람은 지금 영소시에 있어. 온이샘의 외할머니 고향이라, 두 사람이 이번 기회에 가까워질까 봐 걱정이야.""별로 좋은 일이 아니야."하성우는 방금 본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어젯밤, 주혜민이 우미 씨한테 나상준이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라고 했어. 우미 씨는 주혜민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을 거야.""게다가 전에도 이런 소문 난 적 있잖아. 주혜민의 입에서 이런 얘기가 직접 나왔으니 우미 씨도 분명 나상준이 주혜민을 사랑한다고 여길 거야."하성우가 갑자기 소파에 쓰러지듯 누워 이마를 짚었다. "3년 동안 각방을 썼어. 아무런 관계를 가지지 않았다고. 게다가 주혜민과 줄곧 소문이 나돌았고, 나상준이 우미 씨한테 자기 마음을
라스베이거스는 오후 5시다.나상준은 지사에 있었다.검은색 차 한 대가 회사 정문 밖에 주차되었고, 마이바흐 한 대가 정중앙에 주차되었다. 이내 허 비서가 차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었다.검은 구두 한 켤레가 나왔다. 반짝반짝 닦은 신발 바닥이 등불 아래에서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밖으로 나온 나상준이 정장 단추를 채우고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그의 뒤로 십여 명의 사람들이 뒤따랐다. 전부 정장 차림을 한 재계 엘리트들이다.수십개의 발이 회사 로비로 들어갔다. 지잉-휴대폰이 진동했다.나상준이 휴대폰을 들어 확인했다.발신자를 확인한 그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양훈은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소리에 대답했다. "할 얘기가 있어."나상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말해."로비에 도착하자, 허 비서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나상준은 입구에 서서 기다렸다."어젯밤, 차우미와 온이샘이 영소시로 갔어. 온이샘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입원해서 온이샘은 거기로 갔고, 여가현이 입원해서 차우미도 거기로 갔어. 그런데 두 사람이 공교롭게 같은 병원이네."양훈이 요점만 요약해서 나상준에게 말했다. 덕분에 나상준도 어젯밤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알게 되었다.양훈의 말이 끝났지만, 나상준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휴대폰은 고요했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순간, 소리 없는 고요함만 찾아왔다.양훈은 나상준이 대답하기만 기다렸다.나상준이 분명 듣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하성우도 양훈의 맞은편에 앉아 휴대폰에 귀를 기울였다. 그가 어떤 대답을 할지 긴장한 것 같았다.하성우가 궁금한 얼굴로 눈을 반짝였다.그제야 양훈이 연락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흥분한 하성우는 양훈의 입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어떤 인기척도 보이지 않았고 양훈은 상대의 대답만 기다리고 있었다.마음이 다급해진 하성우는 당장 나상준에게 연락해 묻고 싶었지만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겨우 간신히 궁금증을 참았다.한편, 회사 로비.
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어때? 어때?"양훈이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말을 들으며 태연하게 있었다. 그는 나상준의 속셈을 알고있다.전화가 끊겼고 그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하성우는 양훈이 휴대폰을 내려놓은 것을 보고 황급히 물었다. 긴장하고 절박해 보였다.양훈이 휴대폰을 옆에 두고 말했다. "알겠다고 했어.""어? 알겠다고?" "그럼?""그게 다야.""다... 다라고?"하성우가 놀라 물었다. 양훈이 밤새 고생했다. 그런데 단순히 알겠다고 대답하고 끊은 게 어이 없었다.하성우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양훈이 바깥 하늘을 쳐다보더니 시계를 확인했다. "8시야, 이따가 일하러 가지?"하성우의 미간이 살짝 찌푸러졌다. "헐!""잊고 있었어!"그는 즉시 일어나 재빨리 밖으로 뛰어 나가면서 말했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오늘 회의가 있다. 회성의 각종 문화역사 유적을 정리했었다. 함께 어떤 물건을 조각해야 하는지, 이 물건들은 어떻게 진열해야 하는지,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토론해서 박물관에 놓아야 했다.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이다.하성우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양훈은 차를 마시면서 밖에서 들린 차 소리를 들었다. 엔진 소리가 떠들썩하게 울리더니 별장에서 점차 멀어졌다.하성우는 나상준이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몰랐다.비록 어려운 문제지만 나상준은 결코 해결할 것이다.양훈이 차가운 눈빛으로 휴대폰을 들더니 전화를 걸었다. "온이샘과 차우미를 항상 주시하고 여가현의 상황도 보고해.""예."하성우의 차가 빠르게 달렸다.점심에 시간이 되면 그에게 연락할 생각이다.나상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절대 질 수 없다.그는 자기 친구가 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비록 말을 예쁘게 하지 않을때가 있지만.하성우가 마음속에서 주판을 두드렸다. 어떻게 나상준을 도울지 고민중이었다.하성우의 머릿속에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갔다. 눈을 번쩍 뜬 하성우가 얼른 길가에 차를 세우고 양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여
하성우가 바로 물었다. "개인 연락처, SNS 계정도 되고. 그런거 있어?"양훈이 천천히 윗층으로 향했다.하성우의 말에 양훈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런것까지 없어."하성우가 즉시 말했다. "너한테 있는 걸 나한테 전부 보내. 없는 건 사람 보내서 조사하게 하고. 점심까지 나한테 보내줘.""우리가 형제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지!"하성우가 전화를 끊었다.양훈은 자기 할 말만하고 끊어버린 하성우의 행동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여가현 개인 SNS 계정 알아봐.""예."전화를 끊은 양훈은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는 하성우가 뭘 하려지 대충 눈치챌 것 같았다.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다.영소시.온이샘은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흥분된 마음을 누르고 여가현에게 문자를 보냈다.차우미가 깨었는지 깨지 못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다.여가현은 그가 문자를 보내자마자 답장을 보내왔다.[깼어. 아침도 먹었어. 선배가 가져다 준 옷 갈아입었어. 예쁘더라. 사진이랑 영상 다 찍어줬어. 피드에 올렸으니까 선배도 봐봐."온이샘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여가현의 문자를 확인했다. 여가현이 이런 내용을 전달할 줄 몰랐다.온이샘은 살짝 당황했다.특별히 여가현 계정에 들어가 볼 일이 없었다. 워낙 가까운 사이였기에 여가현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는게 더 편했다.여가현이 자기 계정에 들어가 확인해라는 말에 온이샘은 살짝 의아했다.여가현은 계정이 2개였다. 하나는 회사 계정, 다른 하는 개인 계정이다.차우미의 사진은 그녀의 개인 계정에 올라왔다. 바로 차우미 이혼서류를 올렸던 그 계정이다.그리고 이혼 서류는 아직도 여가현의 계정에 남아 있었다.차우미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면 그때 내린다고 했었다.여가현은 농담이 아니었다.여가현이 최근에 올린 것은 두 장의 사진과 하나의 영상이다.사진 속 인물은 모두 차우미다.사진과 영상을 바라보던 온이샘의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첫 번째 사진을 눌렀다.병실에서 손에 쇼핑백을 들고 카메라
그녀는 사진을 찍어대는 여가현을 어쩔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온이샘의 웃음기가 짙어졌다.그는 두번째 사진도 저장했다.그리고 마지막 영상을 클릭했다.그의 눈매가 고요해졌다.영상 속 차우미는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있다. 그가 가져다준 아침 식사는 영소시의 특색 음식이다.그녀는 아주 정돈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의자에 점잖게 앉아 등을 곧게 펴고 젓가락을 들고 아침을 먹었다.그녀는 매우 조용하고 점잖았다. 차분하게 음식을 먹으며 때때로 고개를 돌려 창밖의 햇빛을 바라보았다. 가끔 산들바람이 불어와 잔머리를 흩날리게 했고 그녀가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귀 뒤에 넘겼다.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평범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그녀의 곁을 떠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영원히 보고 싶었다.병실 안.여가현은 침대 머리에 기대 휴대폰을 들고 온이샘에게 문자를 보냈다.온이샘이 답장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지금 차우미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여가현은 온이샘이 반드시 설레할거라고 장담했다.온이샘에게 차우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려주기 위함이기도 했고 다른 사람에게 이혼한 차우미가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여가현이 온이샘에게 개인적으로 보내지 않은 이유다.차우미는 인스타를 자주 하지 않기에 다른 사람들 평가를 신경쓰지 않았다. 이혼은 자랑할만한 일이 아니다. 겉으론 티를 내지 않아도 뒤에서 다른 얘기를 할 수 있다.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차우미가 훌륭하다고, 이혼을 하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려 했다.여가현은 휴대폰을 들고 뭐가 그리 즐기운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그러나 여가현이 즐거워 하는 모습에 차우미도 마음이 좋았다.그녀는 자기 친구가 행복하기를 바랐다. 영원히 이렇게 편안하게 웃을 수 있기를 바랐다.도시락통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종이 타월을 가져와 물을 닦은 뒤 다시 쇼핑백에 넣었다.여가현은 인기척을 느끼고 말했다. "다 씻었어?""응."차우미는 대답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