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 17분.""새벽에 문자 왔어. 자느라고 못 봤어. 아침에 일어나서야 봤어."하성우의 말에 양훈이 손에 든 찻잔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었다.하성우는 옆에서 멍하게 입을 벌렸다. "너... 너 누구한테 전화하는 거야?"양훈은 하성우에게 대꾸하지 않았다. 다만 상대가 전화를 받자마자 말했다. "병원 가서 알아봐. 여가현이 병원에 입원했는지.""예."전화가 끊기자 양훈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하성우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입을 다물었다. "여가현이 누구야?"양훈이 다시 태연하게 차에 집중했다.하성우의 귓가로 양훈의 목소리가 들렸다. "차우미 친구.""뭐?""우미 씨 친구?""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하성우도 모르는 차우미의 친구 존재를 양훈이 알고 있었다.양훈이 잠시 행동을 멈추더니 고개를 들어 하성우를 쳐다보았다. "내가 왜 몰라야 하는데?""아..."하성우도 살짝 당황했다.양훈은 정보망이 넓었다. 그는 모르는 게 없었다.그러니 차우미의 친구를 알아내는 건 그에게 일도 아니다.하성우가 코끝을 긁적이더니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러니까, 우미 씨 친구인 여가현이라는 사람이 어젯밤 병원에 입원해서 우미 씨가 영소시로 갔고 온이샘 외할머니 고향이 마침 영소시라 두 사람이 같이 갔다는 거야?"양훈이 다시 시선을 돌렸다. "어젯밤, 온이샘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했어.""아..."하성우는 살짝 당황했다.양훈이 계속해서 말했다. "두 사람 각자 영소시로 갔어. 나도 우미 씨 친구 여가현이 영소시 있을 줄은 몰랐는데.""지금 그 이유 알 것 같네."하성우가 입을 살짝 벌렸다. 그는 차가운 얼굴로 차에 집중한 양훈을 눈을 깜빡이며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우연이라고?"드디어 모든 실마리가 풀렸다. 온이샘의 외할머니가 어젯밤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고 온이샘은 그 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영소시로 향했다. 그리고 차우미의 친구 여가현도 병원에 입원해 차우미도 급히 영소시로 간 것이다.두 사람이 영소
양훈이 찻잔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어 하성우에게 영상을 보냈다. "직접 봐."곧 하성우의 휴대폰이 짧게 진동했다.하성우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무슨 일인데 이렇게 비밀스러워?"하성우가 찻잔을 내려놓고 휴대폰을 들어 영상을 재생했다.어젯밤 양훈이 나상준에게 보냈던 그 영상이다.영상 속에는 차우미와 주혜민이 보였다. 하성우가 미간을 찌푸렸다.영상은 차우미가 통화하는 장면부터 시작되었다. 곧이어 주혜민이 따라 나오며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고 차우미에게 뻔뻔하게 말했다.하성우는 불쾌한 듯 말했다. "이 미친!""쟤 왜 저렇게 천박해?"하성우는 주혜민과 더 친하긴 했으나 그렇다고 그녀를 옹호하지 않았다.양훈은 말없이 찻잔을 들고 차를 음미했다. 주혜민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흘러나왔지만 양훈은 태연했다.차우미가 떠나려 하자 주혜민이 손을 뻗어 차우미를 막았다. 하성우는 이 장면을 보고 더욱 언짢아했다. "지금 누굴 막는 거야? 무슨 자격으로?""……""빌어먹을! 감히 누굴 밀친 거야!""한대 쥐어패 버리고 싶게!"하성우는 주혜민에게 밀쳐져 얼굴이 창백해진 차우미의 모습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당장 주혜민에게 달려가 한 대 때릴 기세였다.양훈이 입을 열었다. "진정해."양훈의 목소리에 하성우가 분출구를 찾은 듯 재빨리 말했다. "어떻게 저런 식으로 말하고 손찌검을 할 수 있지?""같은 여자들끼리 저럴 필요 있어?"양훈이 차를 한 모금 들이켰다. "여자니까 수단이 많은 거야.""그래도 저건 너무 했잖아!""우미 씨가 자기한테 뭘 했다고? 미안한 짓 한 것도 아닌데! 오히려 자기가 두 사람 결혼 기간에 나상준과 사귄다는 소문을 냈잖아! 나한테까지 소문 난 거면 우미 씨도 분명 알고 있을 거라고!""주혜민이야말로 차우미와 나상준 관계를 깨뜨린 거야!""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이유가 누구 때문인데!""저 악독한 년이!"하성우는 처음으로 여자에게 분노했다.양훈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원래 사악한 여자야."하성우는 입을 굳게 다물
하성우가 자기 생각을 내뱉었다.차우미가 주혜민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장면을 보고 하성우는 분노를 삼킬 수 없었다.여자들 성향을 잘 안다고 하지만, 여자들이 무슨 일이든 다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지만 주혜민은 정말 사악했다.그는 이렇게 사악한 여자를 처음 본다."우미 씨도 내일 돌아올 거야. 상준이도 내일 돌아올 거고. 우미 씨한테 더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거야."하성우의 머릿속에 불현듯 무언가 떠올랐다. 그가 양훈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 설마 어젯밤부터 우미 씨한테 사람 붙인 거야?""응."하성우는 그제야 양훈이 온이샘과 차우미가 영소시로 간 사실을 알고 있는게 이해되었다.하성우가 궁금한 듯 물었다. "상준이한테도 이 얘기 했어?"양훈이 찻잔을 들고 그를 바라보았다. "아직 정확한 게 아니라 말하지 않았어."하성우도 동의했다.아직 정확한 사실이 파악되지 않은 상황에서 말해봤자 소용없다.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할 수 있다.하성우가 차분해졌다. 자리에 앉은 하성우는 온이샘과 차우미를 떠올렸다."우미 씨는 이혼했고, 온이샘은 솔로야. 온이샘이 우미 씨를 좋아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아. 우미 씨도 새로운 사람 만날 권리 있어.""아주 정상적인 일이지.""두 사람은 지금 영소시에 있어. 온이샘의 외할머니 고향이라, 두 사람이 이번 기회에 가까워질까 봐 걱정이야.""별로 좋은 일이 아니야."하성우는 방금 본 장면이 머릿속에 떠올랐고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어젯밤, 주혜민이 우미 씨한테 나상준이 좋아하는 사람은 자기라고 했어. 우미 씨는 주혜민의 말이 사실이라고 믿을 거야.""게다가 전에도 이런 소문 난 적 있잖아. 주혜민의 입에서 이런 얘기가 직접 나왔으니 우미 씨도 분명 나상준이 주혜민을 사랑한다고 여길 거야."하성우가 갑자기 소파에 쓰러지듯 누워 이마를 짚었다. "3년 동안 각방을 썼어. 아무런 관계를 가지지 않았다고. 게다가 주혜민과 줄곧 소문이 나돌았고, 나상준이 우미 씨한테 자기 마음을
라스베이거스는 오후 5시다.나상준은 지사에 있었다.검은색 차 한 대가 회사 정문 밖에 주차되었고, 마이바흐 한 대가 정중앙에 주차되었다. 이내 허 비서가 차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었다.검은 구두 한 켤레가 나왔다. 반짝반짝 닦은 신발 바닥이 등불 아래에서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밖으로 나온 나상준이 정장 단추를 채우고 성큼성큼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그의 뒤로 십여 명의 사람들이 뒤따랐다. 전부 정장 차림을 한 재계 엘리트들이다.수십개의 발이 회사 로비로 들어갔다. 지잉-휴대폰이 진동했다.나상준이 휴대폰을 들어 확인했다.발신자를 확인한 그가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양훈은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나지막한 소리에 대답했다. "할 얘기가 있어."나상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말해."로비에 도착하자, 허 비서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나상준은 입구에 서서 기다렸다."어젯밤, 차우미와 온이샘이 영소시로 갔어. 온이샘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입원해서 온이샘은 거기로 갔고, 여가현이 입원해서 차우미도 거기로 갔어. 그런데 두 사람이 공교롭게 같은 병원이네."양훈이 요점만 요약해서 나상준에게 말했다. 덕분에 나상준도 어젯밤 있었던 일을 간단하게 알게 되었다.양훈의 말이 끝났지만, 나상준은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휴대폰은 고요했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순간, 소리 없는 고요함만 찾아왔다.양훈은 나상준이 대답하기만 기다렸다.나상준이 분명 듣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하성우도 양훈의 맞은편에 앉아 휴대폰에 귀를 기울였다. 그가 어떤 대답을 할지 긴장한 것 같았다.하성우가 궁금한 얼굴로 눈을 반짝였다.그제야 양훈이 연락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흥분한 하성우는 양훈의 입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러나 어떤 인기척도 보이지 않았고 양훈은 상대의 대답만 기다리고 있었다.마음이 다급해진 하성우는 당장 나상준에게 연락해 묻고 싶었지만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겨우 간신히 궁금증을 참았다.한편, 회사 로비.
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어때? 어때?"양훈이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말을 들으며 태연하게 있었다. 그는 나상준의 속셈을 알고있다.전화가 끊겼고 그는 휴대폰을 내려놓았다.하성우는 양훈이 휴대폰을 내려놓은 것을 보고 황급히 물었다. 긴장하고 절박해 보였다.양훈이 휴대폰을 옆에 두고 말했다. "알겠다고 했어.""어? 알겠다고?" "그럼?""그게 다야.""다... 다라고?"하성우가 놀라 물었다. 양훈이 밤새 고생했다. 그런데 단순히 알겠다고 대답하고 끊은 게 어이 없었다.하성우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몰랐다.양훈이 바깥 하늘을 쳐다보더니 시계를 확인했다. "8시야, 이따가 일하러 가지?"하성우의 미간이 살짝 찌푸러졌다. "헐!""잊고 있었어!"그는 즉시 일어나 재빨리 밖으로 뛰어 나가면서 말했다.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오늘 회의가 있다. 회성의 각종 문화역사 유적을 정리했었다. 함께 어떤 물건을 조각해야 하는지, 이 물건들은 어떻게 진열해야 하는지,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 토론해서 박물관에 놓아야 했다.집중해서 해야 하는 일이다.하성우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양훈은 차를 마시면서 밖에서 들린 차 소리를 들었다. 엔진 소리가 떠들썩하게 울리더니 별장에서 점차 멀어졌다.하성우는 나상준이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할지 몰랐다.비록 어려운 문제지만 나상준은 결코 해결할 것이다.양훈이 차가운 눈빛으로 휴대폰을 들더니 전화를 걸었다. "온이샘과 차우미를 항상 주시하고 여가현의 상황도 보고해.""예."하성우의 차가 빠르게 달렸다.점심에 시간이 되면 그에게 연락할 생각이다.나상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한다. 절대 질 수 없다.그는 자기 친구가 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비록 말을 예쁘게 하지 않을때가 있지만.하성우가 마음속에서 주판을 두드렸다. 어떻게 나상준을 도울지 고민중이었다.하성우의 머릿속에 한 줄기 빛이 스쳐 지나갔다. 눈을 번쩍 뜬 하성우가 얼른 길가에 차를 세우고 양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여
하성우가 바로 물었다. "개인 연락처, SNS 계정도 되고. 그런거 있어?"양훈이 천천히 윗층으로 향했다.하성우의 말에 양훈이 발걸음을 멈췄다. "그런것까지 없어."하성우가 즉시 말했다. "너한테 있는 걸 나한테 전부 보내. 없는 건 사람 보내서 조사하게 하고. 점심까지 나한테 보내줘.""우리가 형제 행복을 위해 노력해야지!"하성우가 전화를 끊었다.양훈은 자기 할 말만하고 끊어버린 하성우의 행동에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여가현 개인 SNS 계정 알아봐.""예."전화를 끊은 양훈은 다시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는 하성우가 뭘 하려지 대충 눈치챌 것 같았다.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다.영소시.온이샘은 엘리베이터 앞에 서서 흥분된 마음을 누르고 여가현에게 문자를 보냈다.차우미가 깨었는지 깨지 못했는지 알아보기 위함이다.여가현은 그가 문자를 보내자마자 답장을 보내왔다.[깼어. 아침도 먹었어. 선배가 가져다 준 옷 갈아입었어. 예쁘더라. 사진이랑 영상 다 찍어줬어. 피드에 올렸으니까 선배도 봐봐."온이샘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오자마자 여가현의 문자를 확인했다. 여가현이 이런 내용을 전달할 줄 몰랐다.온이샘은 살짝 당황했다.특별히 여가현 계정에 들어가 볼 일이 없었다. 워낙 가까운 사이였기에 여가현에게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하는게 더 편했다.여가현이 자기 계정에 들어가 확인해라는 말에 온이샘은 살짝 의아했다.여가현은 계정이 2개였다. 하나는 회사 계정, 다른 하는 개인 계정이다.차우미의 사진은 그녀의 개인 계정에 올라왔다. 바로 차우미 이혼서류를 올렸던 그 계정이다.그리고 이혼 서류는 아직도 여가현의 계정에 남아 있었다.차우미가 새로운 연애를 시작하면 그때 내린다고 했었다.여가현은 농담이 아니었다.여가현이 최근에 올린 것은 두 장의 사진과 하나의 영상이다.사진 속 인물은 모두 차우미다.사진과 영상을 바라보던 온이샘의 가슴이 빠르게 뛰었다.손가락을 살짝 움직여 첫 번째 사진을 눌렀다.병실에서 손에 쇼핑백을 들고 카메라
그녀는 사진을 찍어대는 여가현을 어쩔 수 없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온이샘의 웃음기가 짙어졌다.그는 두번째 사진도 저장했다.그리고 마지막 영상을 클릭했다.그의 눈매가 고요해졌다.영상 속 차우미는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있다. 그가 가져다준 아침 식사는 영소시의 특색 음식이다.그녀는 아주 정돈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의자에 점잖게 앉아 등을 곧게 펴고 젓가락을 들고 아침을 먹었다.그녀는 매우 조용하고 점잖았다. 차분하게 음식을 먹으며 때때로 고개를 돌려 창밖의 햇빛을 바라보았다. 가끔 산들바람이 불어와 잔머리를 흩날리게 했고 그녀가 손을 들어 머리카락을 귀 뒤에 넘겼다.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평범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그녀의 곁을 떠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영원히 보고 싶었다.병실 안.여가현은 침대 머리에 기대 휴대폰을 들고 온이샘에게 문자를 보냈다.온이샘이 답장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지금 차우미의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여가현은 온이샘이 반드시 설레할거라고 장담했다.온이샘에게 차우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려주기 위함이기도 했고 다른 사람에게 이혼한 차우미가 여전히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여가현이 온이샘에게 개인적으로 보내지 않은 이유다.차우미는 인스타를 자주 하지 않기에 다른 사람들 평가를 신경쓰지 않았다. 이혼은 자랑할만한 일이 아니다. 겉으론 티를 내지 않아도 뒤에서 다른 얘기를 할 수 있다.그래서 모든 사람에게 차우미가 훌륭하다고, 이혼을 하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고 말하려 했다.여가현은 휴대폰을 들고 뭐가 그리 즐기운지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그러나 여가현이 즐거워 하는 모습에 차우미도 마음이 좋았다.그녀는 자기 친구가 행복하기를 바랐다. 영원히 이렇게 편안하게 웃을 수 있기를 바랐다.도시락통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종이 타월을 가져와 물을 닦은 뒤 다시 쇼핑백에 넣었다.여가현은 인기척을 느끼고 말했다. "다 씻었어?""응."차우미는 대답하면
여가현은 사실 차우미가 곁에 있어주길 바랐다. 아플 때 누군가 곁에 있어주길 바란다.이번 기회에 차우미와 온이샘이 잘 지내길 바랐다.이런 우연이 쉽게 생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여가현이 아파서 입원한 병원에 온이샘의 외할머니도 입원했다. 온이샘의 가족이 영소시에 있을 줄 누가 알았을가.이런 게 천생연분이다.여가현은 이렇게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물론 강서흔에게 고마워해야 한다. 어젯밤 온이샘이 영소시에 온다는것을, 그의 외할머니가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면 여가현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강서흔이 도움이 될 줄이야.차우미는 여가현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 몰랐다. 여가현의 말에 자리 잡고 앉아 말했다. "괜찮아, 미리 말해둬서 나 없어도 돼."차우미는 자기가 없이도 일이 잘 돌아간다고 여겼다.그래서 안심했다.여가현의 말에 차우미가 손을 뻗어 차우미를 끌어안았다. "우미야, 네가 최고야~"여가현의 목소리에 애교가 넘쳤다. 차우마에게 얼마나 의지하는지 잘 보여줬다.차우미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해다. "얼른 나아. 내가 어제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여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다시는 안 아플게!""맹세해!"여가현이 손을 들어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차우미도 덩달아 웃었다.두 시람이 대화하고 있을 무렵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여가현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들어오세요."여가현이 차우미에게 말했다. "이샘 선배일 거야."싱글벙글 웃고 있는 여가현과 달리 차우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병실 문을 바라보았다.여가현의 말이 끝나자마자 온이샘이 따라 들어왔다.차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선배."온이샘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문이 열리는 순간, 온이샘의 시야로 차우미가 제일 먼저 들어왔다. 그녀가 미소를 머금고 부드러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았다.갑자기 그의 눈앞에 영상 속 여자가 나타났다. 너무 아름답고 고요해 눈을 깜밖이지도 못했다.순간 온이샘의 가슴이 빠르게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알았어요.”가정부는 거실의 유선 전화를 끊고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던 주혜민에게 다가가서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주 사장님, 사모님은 다른 일이 있어서 오늘 밤에 돌아올 수 없다고 해요.”주혜민은 눈 밑이 살짝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많이 바쁘시군요. 오늘은 제가 사전에 약속하지 않고 왔으니 방법이 없죠. 다음에는 사전에 약속을 잡고 다시 올게요.”말하면서 주혜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저는 이만 갈게요.”가정부가 고개를 끄덕였다.주혜민은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가방을 들고 가정부에게 미소를 지으며 거실을 나와 차에 타고 시동을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별정을 빠져나가 가정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가정부는 계단에 서 있다가 차가 보이지 않자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다시 거실에 있는 유선 전화기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문지영의 담담한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리자, 가정부가 말했다.“사모님, 주 사장은 갔어요.”“알았어. 다음에 또 오면 나한테 전화할 필요 없이 그냥 내가 없다고 해.”“네, 알겠습니다.”문지영은 전화를 끊었다.옆에 있던 서혜란은 문지영이 휴대폰을 내려놓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물었다.“왜? 누구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거야?”서혜란은 최근에 늘 문지영과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가끔은 그럼 전시회로 가고 또 가끔은 연극, 뮤지컬을 보고 또 SPA 하러도 다녔다.그야말로 엄청나게 가깝게 지냈다.오늘 문지영과 서혜란은 어느 브랜드사의 요청을 받고 자선 만찬에 참석했는데 오늘 밤 경매의 수익금은 모두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 교육을 위해 기부될 거라고 한다.기부에 참여하기 위해 문지영과 서혜란은 각각 물품 두 개씩 샀다.이제 경매가 끝나 두 사람은 연회장의 소파에 앉아서 디저트를 먹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이 전화 받을 때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는 문지영이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
나예은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두 눈도 깜빡거렸다.“말하지 말라고? 왜? 그런데 예은이는 분명 큰아빠가 큰엄마를 무릎에 앉힌 걸 봤어. 그리고 큰엄마는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어.”나예은은 손으로 흉내까지 내면서 서혜지에게 그때 상황을 재연하려고 했다.“...”서혜지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나예은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서혜지는 자기의 교육에 문제가 있어서 나예은이 부끄러워하는 것도 아나 싶었다.나예은은 서혜지가 자기를 믿지 않으니 매우 진지하고 열심히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는데 심지어 나상준이 차우미를 보며 했던 행동과 말까지 모두 표현했다.서혜지는 나예은의 다채로운 연기를 듣고 지켜보며 그때의 상황을 재현하는 모습에 마음속으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서혜지는 분명 자신의 교육에 문제가 있어서 나예은이 어린 나이에 알면 안 되는 것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반성했다.하지만 나예은이 이틀 동안 나상준과 차우미가 어떻게 지냈는지를 듣고는 100% 나상준이 차우미에 대한 마음이 진지하다고 확신했다.그렇다, 지금 나상준은 자신의 사업을 대하듯 진지했는데 심지어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그녀는 나상준이 무언가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주 확실하고 신속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금 그의 행동이 또 그것을 증명해 주었다.나상준은 차우미를 원하고 있고 차우미는 절대로 나상준의 공세를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이제 남은 건 시간뿐이다.서혜지는 갑자기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나예은의 눈을 보고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예은아, 오늘 엄마한테 한 말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 그리고 큰아빠와 큰엄마 함께 놀았다는 것도 절대 말하면 안 돼. 이건 예은이와 엄마, 아빠, 그리고 큰아빠, 큰엄마와의 비밀이야. 알겠지?”“왜? 왜 그래야 하는데?”나예은은 왜 말하면 안 된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고 물었다.“왜냐하면...”서혜지는 잠시 생각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
비행기는 정확하게 6시 5분에 출발했다.휴대폰을 끄기 전에 차우미는 하선주에게 비행기가 곧 이륙할 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비행기가 이륙해서 하늘에 높이 솟아오르자, 밤을 맞은 청주시는 아주 작게 변했고 차우미는 눈을 감았다.한잠을 자고 나면 집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나상준은 옆에 앉아서 창문 쪽에 기대어 눈을 감고 고요히 잠이 든 차우미를 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본인도 눈을 감았다.불이 서서히 꺼지면서 비행기 내에도 밤을 맞이했다....유엔 빌리지.청주시는 밤을 맞이하여 불빛들이 밝아졌다.서혜지와 나예은은 저녁 식사 후 산책하러 나갔다.나준우가 오늘은 너무 바빠서 저녁식사를 함께 못해서 서혜지는 송 할머니더러 나준우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다.워낙 서혜지가 직접 가려고 했는데 오늘은 나예은과 놀고 싶고 또 나상준과 차우미의 상황을 알아볼 생각이었다.때문에 예전처럼 나예은과 같이 직접 나준우에게 저녁밥을 가져가지 않고 집에서 나예은과 둘이 식사를 마치고 산책하러 나왔다.서혜지가 나예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예은아, 지난 주말에 큰아빠, 큰엄마와 같이 놀 때 큰아빠가 무슨 말을 하지 않았어?”사실 진작에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젯밤에 나예은을 데리러 갔을 때 이미 곤히 자고 있어서 하지 못했다.그리고 오늘은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야 해서 그럴 시간이 없었서 하교하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또 나상준과 차우미와 전화를 한 내용에 대해서 먼저 물어보느라 이제야 주말에 있었던 일을 물어보게 되었다.나예은은 나상준이 나중에 또 같이 놀아준다는 얘기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퐁퐁 뛰면서 노래도 부르고 나비처럼 춤도 췄다.서혜지의 질문을 듣고 나예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큰 목소리로 말했다.“있어. 큰아빠는 예은이와 엄청나게 많은 말을 했어.”서혜지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엄청나게 많은 말을 했다고? 예은아, 큰아빠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야.”나상준은 나씨 가문 사람 중에서 이혜정보다도 말이 더 없었다
차우미가 원하지 않는다는 건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냥 모르는 체하고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차우미는 어찌 됐든 나상준과 이혼한 이후 서로의 생각이 다른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은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차우미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했으니, 그때도 아마 바쁠 거라고 생각하면서 차우미는 편안하게 생각하기로 했다.차우미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탑승 시간인 것을 보고 잠시 휴식하면서 업무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휴식 구는 점차 조용해지더니 나중에는 적막이 퍼졌다.나상준은 휴대폰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는 차우미를 보았는데 무언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눈빛이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지?’그런 그녀의 모습은 회성 회의실에서 일할 때와 같았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다고 다시 휴대폰으로 안평의 관광 명소들을 검색했다.그는 자기와 멀어지려고 하는 차우미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시간은 어느덧 5시가 되어 나상준과 차우미는 비행기에 탑승했다.좌석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하더니 차우미는 휴대폰을 꺼내 온이샘에게 탑승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곧바로 온이샘이 답장을 보냈다.[알았어. 나도 지금 탑승하고 있어.]퍼스트 클래스는 이코노미석보다 조금 더 일찍 탑승한 것이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다시 시간을 보더니 이어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보았다.하늘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청주는 안평보다 더 일찍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이제야 차우미의 마음은 조금 편안해졌다.청주에 있는 며칠 동안은 몇 년인 것처럼 오래 느껴져서 빨리 돌아가고 싶었는데 이제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니 정말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고향에 돌아가서 다시는 여기로 오지 않고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녀는 몸의 긴장을 풀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고 얼굴에는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갑자기 무슨 물건이 그녀의 몸 위에 떨어져서 놀라며 내려다
“예은이가 안평에 가본 적이 없어서 여름 방학이 되면 안평으로 놀러 갈 생각이야. 그런데 안평은 나도 잘 몰라.”나상준이 나예은과 같이 놀자고 한 것은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이고 자신과 상관이 없다는 생각에 차우미는 나예은의 말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어찌 됐든 조금 전에 그녀는 약속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나상준의 말에 차우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벌렸다.나상준은 안평 사람이 아닌 청주 사람이고 또 일 때문에 여기저기 다니기에 안평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는 청주 이외의 다른 도시에서 오래 있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나예은과 같이 놀려면 어느 도시든 모두 가능한데 왜 하필 안평으로 가려고 하고 또 차우미까지 함께 하자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사실 차우미는 그들과 놀지 않고 일을 하고 싶었다.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차우미는 워낙 회성에서 일을 끝내고 또 나예은과의 약속을 이행한 다음에는 나상준과 더 이상 엮이는 일이 없을 줄 알았다.그런데 지금은 또 이렇게 같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러 가고 있고 그것도 부족해서 나예은과 같이 놀자고 한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왕래를 하지 않는 것이 언제면 가능할지 막막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찡그렸다.나상준은 그녀의 표정 변화를 똑똑히 지켜보다가 말했다.“지금부터 서두를 거 없으니,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그가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고 여유를 주자, 차우미의 표정이 약간 풀렸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우미를 보고 있던 시선도 거두고는 휴대폰으로 일을 하려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그의 행동을 바라보다가 말했다.“아직 예은이의 여름 방학까지 한 달 정도 남았다고는 하지만 나 이번에 회성에서의 일이 금방 끝났고 또 휴가까지 썼기에 앞으로는 매우 바쁠 거여서 그때는 시간이 안 돼. 정말로 예은이와 같이 안평으로 가게 되면 내가 전문 투어 가이드를 소개해 줄 거니까 예은이와 같이 놀러 다녀.”비록 나상준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차우미는 아예 지금 미
차우미는 라운지 안으로 들어가면서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나상준이 통화하는 것을 보고 시선을 거두고 원래 앉았던 1인 소파에 앉았다.나상준은 시종일관 차분한 차우미의 표정을 보다가 별다른 생각없이 말했다.“그래, 큰아빠 시간이 될 때 전화할게.”“네, 알겠어요. 큰아빠 전화 기다릴게요.”나예은은 나상준과 차우미와 함께 놀 수만 있다면 충분히 기다릴 수 있었기에 나상준의 말을 듣고 엄청나게 기뻐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누구와 통화하는지 몰랐지만 업무상의 일이라고 생각할 뿐 나예은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그러다가 나상준의 입에서 큰아빠라는 세 글자를 듣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큰엄마도 같이 있는데 얘기할래?”나예은은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큰엄마와 같이 계세요?”사실 예전에 나예은은 나상준이 아닌 차우미에게만 계속 전화했었다. 그런데 이틀 동안 같이 지낸 보람으로 처음 차우미가 아닌 나상준에게 전화한 것이다.때마침 나상준이 차우미와 함께 있다고 하니 나예은 순식간에 행복과 기쁨이 가득했다.서혜지가 나예은의 옆에 있다가 그 말을 듣고 예상치 못한 일에 눈썹을 치켜올렸다.‘두 사람이 같이 있다고?’나상준은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격동의 앳된 목소리를 듣고 차우미의 의아한 눈빛을 보며 말했다.“응, 같이 있어. 전화 바꿔줄게.”“네.”나상준이 휴대폰을 차우미에게 건넸는데, 그녀가 아직 놀라 있을 때 휴대폰이 눈앞에 왔다.차우미는 잠깐 망설이다가 휴대폰을 받아서 귀에 가져다 댔다.휴대폰은 나상준의 체온이 담겨 있는 듯 따뜻했다.“예은아.”“큰엄마, 깜짝 놀랐죠. 예은이 이번에는 큰아빠에게 전화했어요. 하하하...”차우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예은은 어찌나 기뻤는지 호탕하게 웃었다.나예은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예은도 같이 웃었다.“그래, 큰엄마도 깜짝 놀랐어.”나예은과의 약속한 일을 이미 완성했기 때문에 차우미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
차우미는 잠깐 멈칫하더니 휴대폰을 꺼내서 확인했다.휴대폰 화면에 신규 메시지가 뜨자 차우미는 하선주인 줄 알았는데 발신자는 온이샘이었다.그녀는 메시지를 클릭했다.[우미야, 탑승하면 나에게 메시지 보내줄 수 있어?]차우미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응, 알았어.]그러자 온이샘으로부터 또 잽싸게 미소를 짓고 있는 이모티콘이 왔다.차우미는 이모티콘을 보는 순간 조금 전에 대기실에서 온이샘이 휴대폰으로 좌석 업그레이드를 할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여 달력을 한참 동안 확인하다가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라운지 안으로 들어갔다.어떤 일은 애매모호하면 안 되고 정확해야 했기에 안평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시간을 내서 온이샘과 만나 확실하게 얘기할 생각이었다.라운지 휴식 구에서 나상준은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아서 줄곧 라운지 밖의 복도를 바라보며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통화를 했다.“아주버님, 지금 바빠요?”서혜지의 목소리는 예의를 갖추었지만 조금은 긴장하고 조심스러웠다.나상준이 말했다.“무슨 일이에요?”그는 바쁜가 하는 물음에는 답변하지 않고 무슨 일인지부터 물었다. 아마도 상황에 따라서 다를 모양이다.그러자 서혜지가 서둘러 말했다.“다른 건 아니고요. 지금 예은이를 픽업했는데 예은이가 아주버님과 할 얘기가 있대요. 혹시 바쁘신데 폐를 끼치는 거 아닐까 해서 문의드리는 거예요.”나상준이 말했다.“안 바빠요.”서혜지는 예상했던 대답인 듯 즉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그럼, 예은이 바꿀게요.”“그래요.”나예은은 아주 조용하게 베이비시트에 앉아 있었는데 커다란 두 눈을 굴리면서 서혜지를 바라보며 나상준과 통화시켜 주기를 기다렸다.나예은은 나상준과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서혜지를 만나자마자 자신의 요구를 말했다.서혜지가 자기를 바꿔주겠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예은은 기쁜 나머지 두 눈을 깜빡거리며 서혜지 쪽으로 자그마한 손을 내밀어 휴대폰을 받으려고 했다.서혜지는 조급해하는 나예은의 표정에 미소를 지
하선주는 이제 차우미 옆자리에는 온이샘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온이샘은 하선주에게 특히 좋은 인상을 남겨서 온이샘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좋아했다.차우미는 워낙 하선주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기에 하선주가 눈치채자, 그냥 자연스럽게 대답하려고 했다.그런데 하선주가 갑자기 온이샘을 얘기할 줄은 몰랐다.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선배가 아니라 상준 씨랑 같이 가.”“나상준?”하선주의 미간이 순식간에 찌푸려졌고 얼굴도 일그러졌다. 마치 눈 깜짝할 사이에 맑은 하늘에 먹장구름이 낀 것 같았다.“나상준은 왜 너와 같이 있어? 둘이 뭘 하는 거야? 그런데 왜 안평으로 오는 거야? 나씨 가문에 무슨 일 있어?”하선주의 불만이 섞인 말투와 함께 질문들이 쏟아졌다.나상준과 온이샘에 대한 하선주의 태도는 하늘과 땅이었다.이런 하선주의 반응을 차우미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할아버지와 할머니 뵈러 오는 거야.”“...”표정이 굳어진 하선주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우미의 말 한 마디에 무슨 일인지 알아챘다.분명 나씨 가문의 이혜정이 나상준에게 직접 가서 사과하라고 명령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나씨 가문 이혜정의 일 처리는 오늘날 젊은이들은 비교할 수도 없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선주는 마음이 불쾌했다.차우미는 하선주가 비록 말하지 않지만 듣고 있다는 걸 알고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이라도 상준 씨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러 오는 건 정상적인 일이야. 그러니 화내지 마.”“내가 왜 화를 내? 그리고 화를 낼 필요도 없어. 그냥 안 보면 되지.”하선주가 불쾌함을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걸 듣고 차우미는 웃었다.“엄마, 이제 다 지난 일이야. 우리 이혼한 지도 벌써 몇 달 지났잖아. 상준 씨도 나도 이제 모두 각자의 삶이 있으니 두 가문은 예전대로 서로 왕래하면서 지내면 돼.”차우미의 아무렇지 않아하는 말을 듣고 있던 하선주는 순간 바늘에 찔린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어렸을 때부터 말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