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이샘이 민망한 듯 시선을 돌렸다. "지금 안정됐어."온이샘이 굳었던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자기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가왔다.그러지 않으면 차우미를 놀래킬 수 있었다.차우미가 의자를 건넸다. "괜찮아, 서 있어도 돼."차우미가 말했다. "선배 앉아."그녀는 온이샘에게 물 한 잔을 따라줬다.온이샘이 건네 받으며 말했다. "고마워.""아니야, 선배."차우미는 다른 의자 하나를 가져와 다른 쪽에 앉았다.온이샘도 의자에 털썩 앉았다."넌 어때?" 온이샘이 여가현에게 물었다.여가현이 손을 들며 말했다. "나 어떤 것 같은데?"여가현의 모습에 온이샘이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은 것 같네.""그럼 됐지?""나 회복력 좋아. 무사해. 걱정하지 마."여가현이 자신만만해서 말하자 차우미가 끼어들었다. "회복력이 아무리 좋아도 자기 몸은 아껴야지.""아무리 좋은 몸이라도 네가 아끼지 않으면 오래 못가."여가현이 평소에 업무량이 많아 몸을 챙기지 않았다. 계속 이러다간 위험해진다.여가현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미 말이 맞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았잖아, 이제는 건강 관리도 해야지.""내 몸은 내가 챙겨야지!" 진지하게 말하는 여가현 때문에 차우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녀는 여가현의 마음을 이해했다.차우미는 더는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한 두마디로 여가현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다.온이샘도 여가현의 성격을 알고 있다. 여가현과 강서흔이 연애할 땐 자주 돌아다녔다. 온이샘이 말했다. "강서흔은 오늘 도착할 거야."강서흔이 비행기에 탄지 몇시간이 지났다. 오후 4, 5시 쯤에 도착할 것이다.여가현은 강서흔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을 굳혔다. "걔 얘기 그만하면 안 돼?"차우미는 여가현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온이샘도 마찬가지다.온이샘은 차우미와 여가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의사가 여가현의 상태를 체크했고 간호사가 그녀에게 링거를 주사했다.차우미는 의사에게 여가현의 상태에 대해 물었다. 의사는 빨리
차우미와 그녀는 오랜 친구다. 그래서 차우미의 안색이 좋지 않으면 여가현은 바짝 긴장한다.지금과 같은 상황이다.여가현이 온이샘에게 눈짓했다. 얼른 차우미를 데리고 올라가라는 뜻이다.차우미와 온이샘이 오늘 그의 외할머니에게 병문안 드리러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지금이 그 때다.온이샘도 고개를 끄덕였다.온이샘은 차우미의 얼굴을 살폈다.그는 차우미의 곁으로 가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여가현은 비록 괜찮다고 했지만 차우미는 찡그린 미간을 쉽게 펼 수 없었다. "가현이 먼저 쉬게 하자."차우미는 무슨 일이 생기면 원인을 분석하고 결과를 모색했다.그래서 무슨 일이 생기면 걱정만 하는 게 쓸모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는게 중요했다.여가현도 이렇게 된 이유를 잘 알고 있었고 원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해결 방법은 어려웠다.그녀는 살짝 당황했다.온이샘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 차우미가 정신을 차렸다. "그래."여가현은 온이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미야, 넌 선배랑 인사드리러 가. 영소시도 돌아다니기도 하고. 난 졸려서 잠 좀 자야겠다.""병원에 간병인 있으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마."이런 상황에서 나가 놀라고 말하는 여가현 때문에 차우미는 머리가 아팠다. 몸을 돌려 침대 앞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차우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래, 알겠어. 푹 쉬어. 휴대폰 그만 놀고 일찍 쉬어. 나 늦게 돌아올게."여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럴게. 안 놀게!"여가현이 자기 휴대폰을 간병인에게 건넸다. "제 휴대폰 좀 보관해줘요. 한숨 잘테니까 전화와도 깨우지 마요."간병인은 50대 중년 여성이다. 간병인은 휴대폰을 받으면서 말했다. "그래요."휴대폰을 간병인이 가져가자, 여가현은 즉시 침대에 누워 눈을 깜빡이며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차우미가 웃음을 터트렸다."그래, 푹 쉬어.""응!"여가현은 얌전하게 누워있었다. 차우미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
병실 문이 닫히고 여가현이 침대에 누워 멀어지는 발 소리를 들으며 긴장감을 풀었다.차우미의 반응이 너무 무서웠다.간병인이 문을 닫고 침대에 앉았다. "아가씨,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차우미가 나가면서 여가현은 늘어지게 하품했다."먼저 잘게요. 무슨 일 생기면 불러요.""네."여가현은 눈을 감고 곧 잠이 들었다. 간병인은 옆에 앉아 여가현을 지켜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가현의 휴대폰이 진동했다.간병인이 얼른 휴대폰을 들었다.문자였다.간병인은 여가현이 곤히 잠든 것을 보고 휴대폰을 옷장 안에 넣었다. 여가현을 시끄럽게 하지 않기 위해서다.한편, 회성.하성우는 화장실에 가는 틈에 여가현에게 문자를 보냈다.그리고 여가현의 SNS까지 추가했다.화장실에서 나온 하성우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오늘 그는 적의 내부로 침투할 생각이다. 절대 흐리멍덩해서 휘둘리지 않을 거다.차우미와 온이샘은 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온이샘이 차우미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강서흔 저녁에 병원 올 거야."차우미는 시종일관 걱정거리가 많았다. 그녀는 여가현이 너무 신경 쓰였다.차우미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괜찮아."차우미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층수를 확인했다. 16층이었다. "우리 16층 가?"온이샘은 차우미를 외할머니에게 데려가 인사를 시킨 뒤, 집으로 데려가 푹 쉬게 할 작정이다. 그냥 차우미가 편하게 쉬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젯밤 병실에서 분명 제대로 쉬지 못했을 것이다.눈 밑이 푸르스름했다.다크서클이 생겼다.온이샘이 답했다. "외할머니 16층 병실에 있어. 이따가 인사 드리고 난 뒤에..."차우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선배, 우리 먼저 밖에 나가자.""뭐?""나가자고?"온이샘은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 있어?"차우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응, 물건 좀 사자."빈손으로 병문안 갈 수 없었기에 뭐라도 사려 했다.온이샘은 한참 뒤에야 그녀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괜찮아, 사
온이샘은 이상한 점을 느끼고 시선을 돌렸다. 그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진문남이 서 있었다. 그는 온이샘과 차우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렇게 마주칠 줄 몰라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차우미는 얼굴 위에 느껴지는 시선에 상대를 쳐다봤다. 키 큰 중년 남성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온이샘과 그녀를 번갈아 보았다. 온이샘을 알고있는 듯한 눈빛이었다.그녀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차우미가 온이샘을 쳐다보았다.온이샘은 차우미를 쳐다보았다. 차우미가 온이샘에게 눈짓했다. 온이샘이 다시 진문남을 바라보았다. "외삼촌."진문남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온이샘이 자기에게 차우미를 소개시켜 주기를 기다렸다.온이샘이 얼른 입을 열었다. "여긴 내 친구, 차우미야."온이샘이 다시 차우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미야, 여긴 우리 외삼촌."차우미는 외삼촌이라며 소개하는 온이샘을 쳐다보았다. 여기서 가족을 볼 줄 몰랐다.이따가 만날 생각이었다.차우미는 어쩔 수 없이 진문남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진문남은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차리고 친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진문남이 안으로 들어왔다.차우미가 자연스레 뒤로 물러섰다.진문남은 온이샘의 곁으로 다가갔다. "어디가?""응, 일이 있어서."온이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우미는 나가서 물건 좀 사려고. 병원은 내가 지키고 있을게. 일 처리하고 삼촌은 돌아가서 쉬어.""괜찮아. 병실 지키는 사람도 있어야지. 너야말로 병원에만 있지 말고 나가서 네 일 처리해."진문남은 온이샘이 차우미와 함께 있기를 바랐다.온이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차우미는 옆에 서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곧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진문남은 밖에 대기하던 차로 걸어갔다. 차를 타기 전, 차우미를 향해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시간 되면 이샘이랑 영소시 구경해요."온이샘 만큼 그의 가족들도 친절했다.차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진문남은 미소를 지으며 차에 올랐
띠이-차우미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이내 전화가 연결되었고 어젯밤 들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안녕하세요. 어젯밤 회양 강변에서 폭행 신고를 한 사람인데요.""차우미 씨? 무슨 일이세요?""어제 제가 급한 일 때문에 밖에 나와서 오늘 돌아갈 수 없어요. 내일 점심에 가도 될까요? 상대측에 알려줄 수 있을까요?""그렇군요, 네. 연락하겠습니다.""네, 감사합니다.""아닙니다."전화를 끊은 뒤, 온이샘은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차우미가 경찰서에 연락할 줄 몰랐다.그들은 오늘 돌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미리 연락한 것 같았다."내일 돌아가려고?"온이샘이 물었다.차우미는 영소시에 더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 온이샘은 그녀가 이렇게 빨리 돌아갈 줄 몰랐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왜 회성에 일찍 돌아가는지 알고 있다.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강서흔이 나 대신 가현이 곁에 있어주잖아. 나도 내일 아침에 회성 돌아가야지."차우미는 강서흔이 오늘 돌아온다는 말에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두 사람 일은 두 사람이 해결하게 놔두기로 했다.그녀는 두 사람에게 같이 있을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주기로 했다.두 사람을 돕고 싶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거라곤 이게 전부다.온이샘은 차우미의 대답을 듣고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그럼 내일 같이 돌아가자."차우미가 살짝 놀라서 물었다. "같이?""선배 외할머니 곁에 안 있으려고?"온이샘은 응당 영소시에 있어야 한다.온이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짐 전부 회성에 있잖아. 내일 너랑 같이 돌아가서 처리할 거 처리하고 다시 돌아오려고.""외할머니 괜찮아."온이샘은 그녀와 함께 하기로 일찍이 마음 먹었다.그녀와 함께 영소시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아직 때가 아니었다.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한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온이샘이 단순히 짐을 챙기기 위해 돌아간다고 여겼다.사실 온이샘은 주혜민이 차우미를 또 찾아와 괴롭힐 수 있기에 따라가는 거다. 차우미는
과일을 정성껏 고른 뒤, 점원에게 포장을 맡겼다. 온이샘은 포장된 과일 바구니를 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과일가게를 나서 꽃가게로 향했다.꽃가게는 살짝 먼 곳에 있었다. 차로 20분 이동해야 했다. 차우미는 도착하자마자 신중하게 꽃다발을 골랐다.온이샘은 그녀의 곁을 묵묵하게 지켰다.두 사람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어느새 11시가 지났다. 이미 한 시간이 지났다.온이샘이 먼저 말했다. "외할머니 뵈러 갔다가 가현이한테 다시 가자. 그리고 나가서 간단히 밥 먹을까?"차우미가 고민하더니 말했다. "선배는 점심에 외할머니 곁에 있어. 난 배달시켜 먹을게. 오늘 가현이랑 있으려고."차우미는 강서흔이 오기 전까지 그녀의 곁을 지킬 생각이다. 온이샘이 차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차우미는 생각을 굳힌 것 같았다."그래, 그러자.""내가 주문할게.""너 여기 맛집 모르잖아. 여기 살았던 내가 맛집 잘 아니까 내가 대신 주문할게."차우미가 미소를 지었다. "응, 선배가 해줘."온이샘이 그녀를 따라 웃었다. "그래.""응."두 사람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곧 16층에 도착했다.온이샘은 차우미를 데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중환자실로 향했다.진문숙은 병실 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다. 온이샘이 차우미를 데리고 오겠다는 말 때문에 줄곧 기다렸다. 자기의 예비 며느리를 보고 싶었다. 물론 다른 가족들에게 먼저 돌아가서 쉬라고 했지만 그들도 원치 않았다.그래서 가족들도 전부 중환자실 밖에서 두 사람이 오길 기다렸다.엘리베이터 소리가 들리자마자 진문숙이 급하게 달려갔다.그녀는 엘리베이터 소리에 조건반사가 되었다. 게다가 진문남이 그녀에게 전화해 차우미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고 그래서 진문숙의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그녀는 흥분이 되었다.큰오빠가 본 사람을 자기가 보지 못했다는 게 질투났다.그래서 초조하게 복도에서 엘리베이터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소리가 들릴 때마다 차우미이길 바라며 뛰쳐갔다.그러나 여태 그녀가 기다리던 사람
진문숙은 차우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 눈매를 눈여겨보았다. 차우미의 옷과 바지, 신발을 눈에 담았다. 진문숙은 오늘 아침, 친구에게 연락해 가게를 일찍 오픈해달라고 부탁했었다. 친구는 그녀를 위해 이른 아침 출근해줬다. 몇 시간 뒤, 친구는 그녀에게 연락해 축하주를 사야 하는 게 아니냐며 장난스레 물었었다. 온이샘의 여자친구를 사진으로 봤는데 아주 예쁘다는 칭찬도 덧붙였다.덕분에 진문숙은 차우미에 대한 기대가 차올랐다. 아직 만나지는 못했지만, 벌써 차우미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했다.친구는 그녀에게 형모양처가 될 스타일 같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온이샘의 안목이 훌륭하다며 칭찬을 금치 않았다.현모양처는 아주 오래된 옛말이다. 진문숙은 한 집안의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누구보다 이 도리를 잘 알고 있다. 그녀 역시 옛 어른들의 말이 맞다고 여겼다.그녀는 자기 아들이 좋은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길 바랐다. 외면으로든, 내면으로든 좋은 아가씨를 만나길 바랐다.비록 아들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한다고는 말했지만, 그녀는 혹시나 아들이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내심 걱정했다.그러나 이렇게 눈앞에서 차우미를 직접 본 순간, 진문숙은 모든 곡정이 사그라들었다. 차우미는 그야말로 그녀가 그리던 완벽한 며느리였다. 그래서 더 반가웠다.진문숙은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누구보다 차우미를 반겼다.차우미가 모퉁이를 돌았다. 그녀의 시야로 많은 사람이 들어왔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다. 옷차림과 용모에서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차우미는 단번에 그들이 온이샘의 가족이라는 걸 느꼈다.다만...차우미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너무 강렬해 차우미는 몸 둘 바를 몰랐다.특히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중년 여성은 50대 좌우로 보였다. 관리가 잘 되어 있어 피부는 윤기가 흘렀다. 풍기는 분위기도 우아했다.특히 미소 짓는 얼굴이 매우 친절했다.이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얼굴이다.
차우미는 귀가 약간 빨갛게 달아오른 채 시선을 내리깔고 있었다.너무 대놓고 그녀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민망해서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온이샘의 가슴이 살짝 떨렸다. 마음 한구석에서 기쁜 감정이 솟아올랐다. 그 환희는 어느새 그의 온몸에 가득 퍼졌다.차우미가 쑥스러워하는 게 분명했다.마치 고대하던 화분에서 꽃봉오리가 피어난 것처럼 온이샘은 기뻤다.너무 행복했다.진문숙은 고개를 숙인 채 부끄러워하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마치 며느리가 시부모님 앞에서 쑥스러워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차우미가 마음에 쏙 들었다.진문숙은 아쉬운 눈길로 온이샘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야로 차우미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 온이샘이 보였다.차우미와 온이샘은 어느 각도에서 보든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이샘아, 이분은 누구시니?"진문숙은 궁금하다는 말투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온이샘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진문숙을 바라보았다. 진문숙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애써 정신을 차렸다. "엄마, 여긴 차우미, 내 친구야."그는 다시 차우미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우미야, 여긴 우리 엄마."차우미는 진문숙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긴장감이 한결 풀렸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온이샘과 자기는 친구 사이라고 되새기며 천천히 안정을 되찾았다.차우미는 고개를 들고 침착하게 진문숙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그녀의 부드러운 미소는 상냥하고 정숙했다.진문숙은 얼른 차우미의 손을 잡았다. "반가워요. 전에 자기 친구가 병문안 올 거라고 이샘이한테 들었어요. 누군지 궁금했는데, 아가씨였네요."차우미의 손으로 진문숙의 따듯한 온기가 스며들었다. 진문숙은 친절하게 웃으며 그녀의 긴장감을 풀어주려는 것 같았다."괜히 저 때문에, 죄송해요.""어머, 죄송은 무슨? 우린 괜찮아요!" "가요, 이샘이 외할머니한테 가요. 이샘이랑 아가씨 보면 분명 기뻐할 거예요.""네."진문숙은 차우미를 데리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가족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알았어요.”가정부는 거실의 유선 전화를 끊고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던 주혜민에게 다가가서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주 사장님, 사모님은 다른 일이 있어서 오늘 밤에 돌아올 수 없다고 해요.”주혜민은 눈 밑이 살짝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많이 바쁘시군요. 오늘은 제가 사전에 약속하지 않고 왔으니 방법이 없죠. 다음에는 사전에 약속을 잡고 다시 올게요.”말하면서 주혜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저는 이만 갈게요.”가정부가 고개를 끄덕였다.주혜민은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가방을 들고 가정부에게 미소를 지으며 거실을 나와 차에 타고 시동을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별정을 빠져나가 가정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가정부는 계단에 서 있다가 차가 보이지 않자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다시 거실에 있는 유선 전화기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문지영의 담담한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리자, 가정부가 말했다.“사모님, 주 사장은 갔어요.”“알았어. 다음에 또 오면 나한테 전화할 필요 없이 그냥 내가 없다고 해.”“네, 알겠습니다.”문지영은 전화를 끊었다.옆에 있던 서혜란은 문지영이 휴대폰을 내려놓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물었다.“왜? 누구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거야?”서혜란은 최근에 늘 문지영과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가끔은 그럼 전시회로 가고 또 가끔은 연극, 뮤지컬을 보고 또 SPA 하러도 다녔다.그야말로 엄청나게 가깝게 지냈다.오늘 문지영과 서혜란은 어느 브랜드사의 요청을 받고 자선 만찬에 참석했는데 오늘 밤 경매의 수익금은 모두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 교육을 위해 기부될 거라고 한다.기부에 참여하기 위해 문지영과 서혜란은 각각 물품 두 개씩 샀다.이제 경매가 끝나 두 사람은 연회장의 소파에 앉아서 디저트를 먹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이 전화 받을 때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는 문지영이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
나예은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두 눈도 깜빡거렸다.“말하지 말라고? 왜? 그런데 예은이는 분명 큰아빠가 큰엄마를 무릎에 앉힌 걸 봤어. 그리고 큰엄마는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어.”나예은은 손으로 흉내까지 내면서 서혜지에게 그때 상황을 재연하려고 했다.“...”서혜지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나예은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서혜지는 자기의 교육에 문제가 있어서 나예은이 부끄러워하는 것도 아나 싶었다.나예은은 서혜지가 자기를 믿지 않으니 매우 진지하고 열심히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는데 심지어 나상준이 차우미를 보며 했던 행동과 말까지 모두 표현했다.서혜지는 나예은의 다채로운 연기를 듣고 지켜보며 그때의 상황을 재현하는 모습에 마음속으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서혜지는 분명 자신의 교육에 문제가 있어서 나예은이 어린 나이에 알면 안 되는 것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반성했다.하지만 나예은이 이틀 동안 나상준과 차우미가 어떻게 지냈는지를 듣고는 100% 나상준이 차우미에 대한 마음이 진지하다고 확신했다.그렇다, 지금 나상준은 자신의 사업을 대하듯 진지했는데 심지어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그녀는 나상준이 무언가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주 확실하고 신속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금 그의 행동이 또 그것을 증명해 주었다.나상준은 차우미를 원하고 있고 차우미는 절대로 나상준의 공세를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이제 남은 건 시간뿐이다.서혜지는 갑자기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나예은의 눈을 보고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예은아, 오늘 엄마한테 한 말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 그리고 큰아빠와 큰엄마 함께 놀았다는 것도 절대 말하면 안 돼. 이건 예은이와 엄마, 아빠, 그리고 큰아빠, 큰엄마와의 비밀이야. 알겠지?”“왜? 왜 그래야 하는데?”나예은은 왜 말하면 안 된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고 물었다.“왜냐하면...”서혜지는 잠시 생각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
비행기는 정확하게 6시 5분에 출발했다.휴대폰을 끄기 전에 차우미는 하선주에게 비행기가 곧 이륙할 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비행기가 이륙해서 하늘에 높이 솟아오르자, 밤을 맞은 청주시는 아주 작게 변했고 차우미는 눈을 감았다.한잠을 자고 나면 집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나상준은 옆에 앉아서 창문 쪽에 기대어 눈을 감고 고요히 잠이 든 차우미를 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본인도 눈을 감았다.불이 서서히 꺼지면서 비행기 내에도 밤을 맞이했다....유엔 빌리지.청주시는 밤을 맞이하여 불빛들이 밝아졌다.서혜지와 나예은은 저녁 식사 후 산책하러 나갔다.나준우가 오늘은 너무 바빠서 저녁식사를 함께 못해서 서혜지는 송 할머니더러 나준우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다.워낙 서혜지가 직접 가려고 했는데 오늘은 나예은과 놀고 싶고 또 나상준과 차우미의 상황을 알아볼 생각이었다.때문에 예전처럼 나예은과 같이 직접 나준우에게 저녁밥을 가져가지 않고 집에서 나예은과 둘이 식사를 마치고 산책하러 나왔다.서혜지가 나예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예은아, 지난 주말에 큰아빠, 큰엄마와 같이 놀 때 큰아빠가 무슨 말을 하지 않았어?”사실 진작에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젯밤에 나예은을 데리러 갔을 때 이미 곤히 자고 있어서 하지 못했다.그리고 오늘은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야 해서 그럴 시간이 없었서 하교하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또 나상준과 차우미와 전화를 한 내용에 대해서 먼저 물어보느라 이제야 주말에 있었던 일을 물어보게 되었다.나예은은 나상준이 나중에 또 같이 놀아준다는 얘기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퐁퐁 뛰면서 노래도 부르고 나비처럼 춤도 췄다.서혜지의 질문을 듣고 나예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큰 목소리로 말했다.“있어. 큰아빠는 예은이와 엄청나게 많은 말을 했어.”서혜지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엄청나게 많은 말을 했다고? 예은아, 큰아빠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야.”나상준은 나씨 가문 사람 중에서 이혜정보다도 말이 더 없었다
차우미가 원하지 않는다는 건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냥 모르는 체하고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차우미는 어찌 됐든 나상준과 이혼한 이후 서로의 생각이 다른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은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차우미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했으니, 그때도 아마 바쁠 거라고 생각하면서 차우미는 편안하게 생각하기로 했다.차우미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탑승 시간인 것을 보고 잠시 휴식하면서 업무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휴식 구는 점차 조용해지더니 나중에는 적막이 퍼졌다.나상준은 휴대폰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는 차우미를 보았는데 무언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눈빛이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지?’그런 그녀의 모습은 회성 회의실에서 일할 때와 같았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다고 다시 휴대폰으로 안평의 관광 명소들을 검색했다.그는 자기와 멀어지려고 하는 차우미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시간은 어느덧 5시가 되어 나상준과 차우미는 비행기에 탑승했다.좌석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하더니 차우미는 휴대폰을 꺼내 온이샘에게 탑승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곧바로 온이샘이 답장을 보냈다.[알았어. 나도 지금 탑승하고 있어.]퍼스트 클래스는 이코노미석보다 조금 더 일찍 탑승한 것이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다시 시간을 보더니 이어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보았다.하늘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청주는 안평보다 더 일찍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이제야 차우미의 마음은 조금 편안해졌다.청주에 있는 며칠 동안은 몇 년인 것처럼 오래 느껴져서 빨리 돌아가고 싶었는데 이제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니 정말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고향에 돌아가서 다시는 여기로 오지 않고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녀는 몸의 긴장을 풀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고 얼굴에는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갑자기 무슨 물건이 그녀의 몸 위에 떨어져서 놀라며 내려다
“예은이가 안평에 가본 적이 없어서 여름 방학이 되면 안평으로 놀러 갈 생각이야. 그런데 안평은 나도 잘 몰라.”나상준이 나예은과 같이 놀자고 한 것은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이고 자신과 상관이 없다는 생각에 차우미는 나예은의 말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어찌 됐든 조금 전에 그녀는 약속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나상준의 말에 차우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벌렸다.나상준은 안평 사람이 아닌 청주 사람이고 또 일 때문에 여기저기 다니기에 안평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는 청주 이외의 다른 도시에서 오래 있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나예은과 같이 놀려면 어느 도시든 모두 가능한데 왜 하필 안평으로 가려고 하고 또 차우미까지 함께 하자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사실 차우미는 그들과 놀지 않고 일을 하고 싶었다.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차우미는 워낙 회성에서 일을 끝내고 또 나예은과의 약속을 이행한 다음에는 나상준과 더 이상 엮이는 일이 없을 줄 알았다.그런데 지금은 또 이렇게 같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러 가고 있고 그것도 부족해서 나예은과 같이 놀자고 한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왕래를 하지 않는 것이 언제면 가능할지 막막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찡그렸다.나상준은 그녀의 표정 변화를 똑똑히 지켜보다가 말했다.“지금부터 서두를 거 없으니,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그가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고 여유를 주자, 차우미의 표정이 약간 풀렸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우미를 보고 있던 시선도 거두고는 휴대폰으로 일을 하려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그의 행동을 바라보다가 말했다.“아직 예은이의 여름 방학까지 한 달 정도 남았다고는 하지만 나 이번에 회성에서의 일이 금방 끝났고 또 휴가까지 썼기에 앞으로는 매우 바쁠 거여서 그때는 시간이 안 돼. 정말로 예은이와 같이 안평으로 가게 되면 내가 전문 투어 가이드를 소개해 줄 거니까 예은이와 같이 놀러 다녀.”비록 나상준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차우미는 아예 지금 미
차우미는 라운지 안으로 들어가면서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나상준이 통화하는 것을 보고 시선을 거두고 원래 앉았던 1인 소파에 앉았다.나상준은 시종일관 차분한 차우미의 표정을 보다가 별다른 생각없이 말했다.“그래, 큰아빠 시간이 될 때 전화할게.”“네, 알겠어요. 큰아빠 전화 기다릴게요.”나예은은 나상준과 차우미와 함께 놀 수만 있다면 충분히 기다릴 수 있었기에 나상준의 말을 듣고 엄청나게 기뻐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누구와 통화하는지 몰랐지만 업무상의 일이라고 생각할 뿐 나예은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그러다가 나상준의 입에서 큰아빠라는 세 글자를 듣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큰엄마도 같이 있는데 얘기할래?”나예은은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큰엄마와 같이 계세요?”사실 예전에 나예은은 나상준이 아닌 차우미에게만 계속 전화했었다. 그런데 이틀 동안 같이 지낸 보람으로 처음 차우미가 아닌 나상준에게 전화한 것이다.때마침 나상준이 차우미와 함께 있다고 하니 나예은 순식간에 행복과 기쁨이 가득했다.서혜지가 나예은의 옆에 있다가 그 말을 듣고 예상치 못한 일에 눈썹을 치켜올렸다.‘두 사람이 같이 있다고?’나상준은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격동의 앳된 목소리를 듣고 차우미의 의아한 눈빛을 보며 말했다.“응, 같이 있어. 전화 바꿔줄게.”“네.”나상준이 휴대폰을 차우미에게 건넸는데, 그녀가 아직 놀라 있을 때 휴대폰이 눈앞에 왔다.차우미는 잠깐 망설이다가 휴대폰을 받아서 귀에 가져다 댔다.휴대폰은 나상준의 체온이 담겨 있는 듯 따뜻했다.“예은아.”“큰엄마, 깜짝 놀랐죠. 예은이 이번에는 큰아빠에게 전화했어요. 하하하...”차우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예은은 어찌나 기뻤는지 호탕하게 웃었다.나예은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예은도 같이 웃었다.“그래, 큰엄마도 깜짝 놀랐어.”나예은과의 약속한 일을 이미 완성했기 때문에 차우미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
차우미는 잠깐 멈칫하더니 휴대폰을 꺼내서 확인했다.휴대폰 화면에 신규 메시지가 뜨자 차우미는 하선주인 줄 알았는데 발신자는 온이샘이었다.그녀는 메시지를 클릭했다.[우미야, 탑승하면 나에게 메시지 보내줄 수 있어?]차우미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응, 알았어.]그러자 온이샘으로부터 또 잽싸게 미소를 짓고 있는 이모티콘이 왔다.차우미는 이모티콘을 보는 순간 조금 전에 대기실에서 온이샘이 휴대폰으로 좌석 업그레이드를 할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여 달력을 한참 동안 확인하다가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라운지 안으로 들어갔다.어떤 일은 애매모호하면 안 되고 정확해야 했기에 안평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시간을 내서 온이샘과 만나 확실하게 얘기할 생각이었다.라운지 휴식 구에서 나상준은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아서 줄곧 라운지 밖의 복도를 바라보며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통화를 했다.“아주버님, 지금 바빠요?”서혜지의 목소리는 예의를 갖추었지만 조금은 긴장하고 조심스러웠다.나상준이 말했다.“무슨 일이에요?”그는 바쁜가 하는 물음에는 답변하지 않고 무슨 일인지부터 물었다. 아마도 상황에 따라서 다를 모양이다.그러자 서혜지가 서둘러 말했다.“다른 건 아니고요. 지금 예은이를 픽업했는데 예은이가 아주버님과 할 얘기가 있대요. 혹시 바쁘신데 폐를 끼치는 거 아닐까 해서 문의드리는 거예요.”나상준이 말했다.“안 바빠요.”서혜지는 예상했던 대답인 듯 즉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그럼, 예은이 바꿀게요.”“그래요.”나예은은 아주 조용하게 베이비시트에 앉아 있었는데 커다란 두 눈을 굴리면서 서혜지를 바라보며 나상준과 통화시켜 주기를 기다렸다.나예은은 나상준과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서혜지를 만나자마자 자신의 요구를 말했다.서혜지가 자기를 바꿔주겠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예은은 기쁜 나머지 두 눈을 깜빡거리며 서혜지 쪽으로 자그마한 손을 내밀어 휴대폰을 받으려고 했다.서혜지는 조급해하는 나예은의 표정에 미소를 지
하선주는 이제 차우미 옆자리에는 온이샘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온이샘은 하선주에게 특히 좋은 인상을 남겨서 온이샘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좋아했다.차우미는 워낙 하선주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기에 하선주가 눈치채자, 그냥 자연스럽게 대답하려고 했다.그런데 하선주가 갑자기 온이샘을 얘기할 줄은 몰랐다.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선배가 아니라 상준 씨랑 같이 가.”“나상준?”하선주의 미간이 순식간에 찌푸려졌고 얼굴도 일그러졌다. 마치 눈 깜짝할 사이에 맑은 하늘에 먹장구름이 낀 것 같았다.“나상준은 왜 너와 같이 있어? 둘이 뭘 하는 거야? 그런데 왜 안평으로 오는 거야? 나씨 가문에 무슨 일 있어?”하선주의 불만이 섞인 말투와 함께 질문들이 쏟아졌다.나상준과 온이샘에 대한 하선주의 태도는 하늘과 땅이었다.이런 하선주의 반응을 차우미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할아버지와 할머니 뵈러 오는 거야.”“...”표정이 굳어진 하선주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우미의 말 한 마디에 무슨 일인지 알아챘다.분명 나씨 가문의 이혜정이 나상준에게 직접 가서 사과하라고 명령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나씨 가문 이혜정의 일 처리는 오늘날 젊은이들은 비교할 수도 없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선주는 마음이 불쾌했다.차우미는 하선주가 비록 말하지 않지만 듣고 있다는 걸 알고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이라도 상준 씨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러 오는 건 정상적인 일이야. 그러니 화내지 마.”“내가 왜 화를 내? 그리고 화를 낼 필요도 없어. 그냥 안 보면 되지.”하선주가 불쾌함을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걸 듣고 차우미는 웃었다.“엄마, 이제 다 지난 일이야. 우리 이혼한 지도 벌써 몇 달 지났잖아. 상준 씨도 나도 이제 모두 각자의 삶이 있으니 두 가문은 예전대로 서로 왕래하면서 지내면 돼.”차우미의 아무렇지 않아하는 말을 듣고 있던 하선주는 순간 바늘에 찔린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어렸을 때부터 말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