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이샘이 민망한 듯 시선을 돌렸다. "지금 안정됐어."온이샘이 굳었던 발걸음을 천천히 옮겼다. 자기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다가왔다.그러지 않으면 차우미를 놀래킬 수 있었다.차우미가 의자를 건넸다. "괜찮아, 서 있어도 돼."차우미가 말했다. "선배 앉아."그녀는 온이샘에게 물 한 잔을 따라줬다.온이샘이 건네 받으며 말했다. "고마워.""아니야, 선배."차우미는 다른 의자 하나를 가져와 다른 쪽에 앉았다.온이샘도 의자에 털썩 앉았다."넌 어때?" 온이샘이 여가현에게 물었다.여가현이 손을 들며 말했다. "나 어떤 것 같은데?"여가현의 모습에 온이샘이 웃으면서 말했다. "괜찮은 것 같네.""그럼 됐지?""나 회복력 좋아. 무사해. 걱정하지 마."여가현이 자신만만해서 말하자 차우미가 끼어들었다. "회복력이 아무리 좋아도 자기 몸은 아껴야지.""아무리 좋은 몸이라도 네가 아끼지 않으면 오래 못가."여가현이 평소에 업무량이 많아 몸을 챙기지 않았다. 계속 이러다간 위험해진다.여가현이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미 말이 맞아. 이번 기회에 제대로 알았잖아, 이제는 건강 관리도 해야지.""내 몸은 내가 챙겨야지!" 진지하게 말하는 여가현 때문에 차우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그녀는 여가현의 마음을 이해했다.차우미는 더는 잔소리를 하지 않았다. 한 두마디로 여가현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거다.온이샘도 여가현의 성격을 알고 있다. 여가현과 강서흔이 연애할 땐 자주 돌아다녔다. 온이샘이 말했다. "강서흔은 오늘 도착할 거야."강서흔이 비행기에 탄지 몇시간이 지났다. 오후 4, 5시 쯤에 도착할 것이다.여가현은 강서흔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얼굴을 굳혔다. "걔 얘기 그만하면 안 돼?"차우미는 여가현의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온이샘도 마찬가지다.온이샘은 차우미와 여가현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의사가 여가현의 상태를 체크했고 간호사가 그녀에게 링거를 주사했다.차우미는 의사에게 여가현의 상태에 대해 물었다. 의사는 빨리
차우미와 그녀는 오랜 친구다. 그래서 차우미의 안색이 좋지 않으면 여가현은 바짝 긴장한다.지금과 같은 상황이다.여가현이 온이샘에게 눈짓했다. 얼른 차우미를 데리고 올라가라는 뜻이다.차우미와 온이샘이 오늘 그의 외할머니에게 병문안 드리러 간다는 것을 알고 있다.지금이 그 때다.온이샘도 고개를 끄덕였다.온이샘은 차우미의 얼굴을 살폈다.그는 차우미의 곁으로 가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여가현은 비록 괜찮다고 했지만 차우미는 찡그린 미간을 쉽게 펼 수 없었다. "가현이 먼저 쉬게 하자."차우미는 무슨 일이 생기면 원인을 분석하고 결과를 모색했다.그래서 무슨 일이 생기면 걱정만 하는 게 쓸모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는게 중요했다.여가현도 이렇게 된 이유를 잘 알고 있었고 원인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해결 방법은 어려웠다.그녀는 살짝 당황했다.온이샘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오자 차우미가 정신을 차렸다. "그래."여가현은 온이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미야, 넌 선배랑 인사드리러 가. 영소시도 돌아다니기도 하고. 난 졸려서 잠 좀 자야겠다.""병원에 간병인 있으니까 내 걱정은 하지 마."이런 상황에서 나가 놀라고 말하는 여가현 때문에 차우미는 머리가 아팠다. 몸을 돌려 침대 앞으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고 차우미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그래, 알겠어. 푹 쉬어. 휴대폰 그만 놀고 일찍 쉬어. 나 늦게 돌아올게."여가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럴게. 안 놀게!"여가현이 자기 휴대폰을 간병인에게 건넸다. "제 휴대폰 좀 보관해줘요. 한숨 잘테니까 전화와도 깨우지 마요."간병인은 50대 중년 여성이다. 간병인은 휴대폰을 받으면서 말했다. "그래요."휴대폰을 간병인이 가져가자, 여가현은 즉시 침대에 누워 눈을 깜빡이며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차우미가 웃음을 터트렸다."그래, 푹 쉬어.""응!"여가현은 얌전하게 누워있었다. 차우미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
병실 문이 닫히고 여가현이 침대에 누워 멀어지는 발 소리를 들으며 긴장감을 풀었다.차우미의 반응이 너무 무서웠다.간병인이 문을 닫고 침대에 앉았다. "아가씨,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 말씀해주세요."차우미가 나가면서 여가현은 늘어지게 하품했다."먼저 잘게요. 무슨 일 생기면 불러요.""네."여가현은 눈을 감고 곧 잠이 들었다. 간병인은 옆에 앉아 여가현을 지켜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여가현의 휴대폰이 진동했다.간병인이 얼른 휴대폰을 들었다.문자였다.간병인은 여가현이 곤히 잠든 것을 보고 휴대폰을 옷장 안에 넣었다. 여가현을 시끄럽게 하지 않기 위해서다.한편, 회성.하성우는 화장실에 가는 틈에 여가현에게 문자를 보냈다.그리고 여가현의 SNS까지 추가했다.화장실에서 나온 하성우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오늘 그는 적의 내부로 침투할 생각이다. 절대 흐리멍덩해서 휘둘리지 않을 거다.차우미와 온이샘은 병실을 나와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온이샘이 차우미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 강서흔 저녁에 병원 올 거야."차우미는 시종일관 걱정거리가 많았다. 그녀는 여가현이 너무 신경 쓰였다.차우미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괜찮아."차우미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층수를 확인했다. 16층이었다. "우리 16층 가?"온이샘은 차우미를 외할머니에게 데려가 인사를 시킨 뒤, 집으로 데려가 푹 쉬게 할 작정이다. 그냥 차우미가 편하게 쉬길 바라는 마음이다. 어젯밤 병실에서 분명 제대로 쉬지 못했을 것이다.눈 밑이 푸르스름했다.다크서클이 생겼다.온이샘이 답했다. "외할머니 16층 병실에 있어. 이따가 인사 드리고 난 뒤에..."차우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선배, 우리 먼저 밖에 나가자.""뭐?""나가자고?"온이샘은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 있어?"차우미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응, 물건 좀 사자."빈손으로 병문안 갈 수 없었기에 뭐라도 사려 했다.온이샘은 한참 뒤에야 그녀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괜찮아, 사
온이샘은 이상한 점을 느끼고 시선을 돌렸다. 그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진문남이 서 있었다. 그는 온이샘과 차우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렇게 마주칠 줄 몰라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차우미는 얼굴 위에 느껴지는 시선에 상대를 쳐다봤다. 키 큰 중년 남성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온이샘과 그녀를 번갈아 보았다. 온이샘을 알고있는 듯한 눈빛이었다.그녀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차우미가 온이샘을 쳐다보았다.온이샘은 차우미를 쳐다보았다. 차우미가 온이샘에게 눈짓했다. 온이샘이 다시 진문남을 바라보았다. "외삼촌."진문남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온이샘이 자기에게 차우미를 소개시켜 주기를 기다렸다.온이샘이 얼른 입을 열었다. "여긴 내 친구, 차우미야."온이샘이 다시 차우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미야, 여긴 우리 외삼촌."차우미는 외삼촌이라며 소개하는 온이샘을 쳐다보았다. 여기서 가족을 볼 줄 몰랐다.이따가 만날 생각이었다.차우미는 어쩔 수 없이 진문남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진문남은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차리고 친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진문남이 안으로 들어왔다.차우미가 자연스레 뒤로 물러섰다.진문남은 온이샘의 곁으로 다가갔다. "어디가?""응, 일이 있어서."온이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우미는 나가서 물건 좀 사려고. 병원은 내가 지키고 있을게. 일 처리하고 삼촌은 돌아가서 쉬어.""괜찮아. 병실 지키는 사람도 있어야지. 너야말로 병원에만 있지 말고 나가서 네 일 처리해."진문남은 온이샘이 차우미와 함께 있기를 바랐다.온이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차우미는 옆에 서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곧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진문남은 밖에 대기하던 차로 걸어갔다. 차를 타기 전, 차우미를 향해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시간 되면 이샘이랑 영소시 구경해요."온이샘 만큼 그의 가족들도 친절했다.차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진문남은 미소를 지으며 차에 올랐
띠이-차우미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이내 전화가 연결되었고 어젯밤 들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안녕하세요. 어젯밤 회양 강변에서 폭행 신고를 한 사람인데요.""차우미 씨? 무슨 일이세요?""어제 제가 급한 일 때문에 밖에 나와서 오늘 돌아갈 수 없어요. 내일 점심에 가도 될까요? 상대측에 알려줄 수 있을까요?""그렇군요, 네. 연락하겠습니다.""네, 감사합니다.""아닙니다."전화를 끊은 뒤, 온이샘은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차우미가 경찰서에 연락할 줄 몰랐다.그들은 오늘 돌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미리 연락한 것 같았다."내일 돌아가려고?"온이샘이 물었다.차우미는 영소시에 더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 온이샘은 그녀가 이렇게 빨리 돌아갈 줄 몰랐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왜 회성에 일찍 돌아가는지 알고 있다.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강서흔이 나 대신 가현이 곁에 있어주잖아. 나도 내일 아침에 회성 돌아가야지."차우미는 강서흔이 오늘 돌아온다는 말에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두 사람 일은 두 사람이 해결하게 놔두기로 했다.그녀는 두 사람에게 같이 있을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주기로 했다.두 사람을 돕고 싶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거라곤 이게 전부다.온이샘은 차우미의 대답을 듣고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그럼 내일 같이 돌아가자."차우미가 살짝 놀라서 물었다. "같이?""선배 외할머니 곁에 안 있으려고?"온이샘은 응당 영소시에 있어야 한다.온이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짐 전부 회성에 있잖아. 내일 너랑 같이 돌아가서 처리할 거 처리하고 다시 돌아오려고.""외할머니 괜찮아."온이샘은 그녀와 함께 하기로 일찍이 마음 먹었다.그녀와 함께 영소시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아직 때가 아니었다.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한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온이샘이 단순히 짐을 챙기기 위해 돌아간다고 여겼다.사실 온이샘은 주혜민이 차우미를 또 찾아와 괴롭힐 수 있기에 따라가는 거다. 차우미는
과일을 정성껏 고른 뒤, 점원에게 포장을 맡겼다. 온이샘은 포장된 과일 바구니를 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과일가게를 나서 꽃가게로 향했다.꽃가게는 살짝 먼 곳에 있었다. 차로 20분 이동해야 했다. 차우미는 도착하자마자 신중하게 꽃다발을 골랐다.온이샘은 그녀의 곁을 묵묵하게 지켰다.두 사람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어느새 11시가 지났다. 이미 한 시간이 지났다.온이샘이 먼저 말했다. "외할머니 뵈러 갔다가 가현이한테 다시 가자. 그리고 나가서 간단히 밥 먹을까?"차우미가 고민하더니 말했다. "선배는 점심에 외할머니 곁에 있어. 난 배달시켜 먹을게. 오늘 가현이랑 있으려고."차우미는 강서흔이 오기 전까지 그녀의 곁을 지킬 생각이다. 온이샘이 차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차우미는 생각을 굳힌 것 같았다."그래, 그러자.""내가 주문할게.""너 여기 맛집 모르잖아. 여기 살았던 내가 맛집 잘 아니까 내가 대신 주문할게."차우미가 미소를 지었다. "응, 선배가 해줘."온이샘이 그녀를 따라 웃었다. "그래.""응."두 사람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곧 16층에 도착했다.온이샘은 차우미를 데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중환자실로 향했다.진문숙은 병실 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다. 온이샘이 차우미를 데리고 오겠다는 말 때문에 줄곧 기다렸다. 자기의 예비 며느리를 보고 싶었다. 물론 다른 가족들에게 먼저 돌아가서 쉬라고 했지만 그들도 원치 않았다.그래서 가족들도 전부 중환자실 밖에서 두 사람이 오길 기다렸다.엘리베이터 소리가 들리자마자 진문숙이 급하게 달려갔다.그녀는 엘리베이터 소리에 조건반사가 되었다. 게다가 진문남이 그녀에게 전화해 차우미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고 그래서 진문숙의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그녀는 흥분이 되었다.큰오빠가 본 사람을 자기가 보지 못했다는 게 질투났다.그래서 초조하게 복도에서 엘리베이터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소리가 들릴 때마다 차우미이길 바라며 뛰쳐갔다.그러나 여태 그녀가 기다리던 사람
진문숙은 차우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 눈매를 눈여겨보았다. 차우미의 옷과 바지, 신발을 눈에 담았다. 진문숙은 오늘 아침, 친구에게 연락해 가게를 일찍 오픈해달라고 부탁했었다. 친구는 그녀를 위해 이른 아침 출근해줬다. 몇 시간 뒤, 친구는 그녀에게 연락해 축하주를 사야 하는 게 아니냐며 장난스레 물었었다. 온이샘의 여자친구를 사진으로 봤는데 아주 예쁘다는 칭찬도 덧붙였다.덕분에 진문숙은 차우미에 대한 기대가 차올랐다. 아직 만나지는 못했지만, 벌써 차우미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했다.친구는 그녀에게 형모양처가 될 스타일 같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온이샘의 안목이 훌륭하다며 칭찬을 금치 않았다.현모양처는 아주 오래된 옛말이다. 진문숙은 한 집안의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누구보다 이 도리를 잘 알고 있다. 그녀 역시 옛 어른들의 말이 맞다고 여겼다.그녀는 자기 아들이 좋은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길 바랐다. 외면으로든, 내면으로든 좋은 아가씨를 만나길 바랐다.비록 아들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한다고는 말했지만, 그녀는 혹시나 아들이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내심 걱정했다.그러나 이렇게 눈앞에서 차우미를 직접 본 순간, 진문숙은 모든 곡정이 사그라들었다. 차우미는 그야말로 그녀가 그리던 완벽한 며느리였다. 그래서 더 반가웠다.진문숙은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누구보다 차우미를 반겼다.차우미가 모퉁이를 돌았다. 그녀의 시야로 많은 사람이 들어왔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다. 옷차림과 용모에서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차우미는 단번에 그들이 온이샘의 가족이라는 걸 느꼈다.다만...차우미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너무 강렬해 차우미는 몸 둘 바를 몰랐다.특히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중년 여성은 50대 좌우로 보였다. 관리가 잘 되어 있어 피부는 윤기가 흘렀다. 풍기는 분위기도 우아했다.특히 미소 짓는 얼굴이 매우 친절했다.이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얼굴이다.
차우미는 귀가 약간 빨갛게 달아오른 채 시선을 내리깔고 있었다.너무 대놓고 그녀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민망해서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온이샘의 가슴이 살짝 떨렸다. 마음 한구석에서 기쁜 감정이 솟아올랐다. 그 환희는 어느새 그의 온몸에 가득 퍼졌다.차우미가 쑥스러워하는 게 분명했다.마치 고대하던 화분에서 꽃봉오리가 피어난 것처럼 온이샘은 기뻤다.너무 행복했다.진문숙은 고개를 숙인 채 부끄러워하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마치 며느리가 시부모님 앞에서 쑥스러워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차우미가 마음에 쏙 들었다.진문숙은 아쉬운 눈길로 온이샘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야로 차우미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 온이샘이 보였다.차우미와 온이샘은 어느 각도에서 보든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이샘아, 이분은 누구시니?"진문숙은 궁금하다는 말투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온이샘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진문숙을 바라보았다. 진문숙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애써 정신을 차렸다. "엄마, 여긴 차우미, 내 친구야."그는 다시 차우미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우미야, 여긴 우리 엄마."차우미는 진문숙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긴장감이 한결 풀렸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온이샘과 자기는 친구 사이라고 되새기며 천천히 안정을 되찾았다.차우미는 고개를 들고 침착하게 진문숙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그녀의 부드러운 미소는 상냥하고 정숙했다.진문숙은 얼른 차우미의 손을 잡았다. "반가워요. 전에 자기 친구가 병문안 올 거라고 이샘이한테 들었어요. 누군지 궁금했는데, 아가씨였네요."차우미의 손으로 진문숙의 따듯한 온기가 스며들었다. 진문숙은 친절하게 웃으며 그녀의 긴장감을 풀어주려는 것 같았다."괜히 저 때문에, 죄송해요.""어머, 죄송은 무슨? 우린 괜찮아요!" "가요, 이샘이 외할머니한테 가요. 이샘이랑 아가씨 보면 분명 기뻐할 거예요.""네."진문숙은 차우미를 데리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가족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