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문숙은 차우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 눈매를 눈여겨보았다. 차우미의 옷과 바지, 신발을 눈에 담았다. 진문숙은 오늘 아침, 친구에게 연락해 가게를 일찍 오픈해달라고 부탁했었다. 친구는 그녀를 위해 이른 아침 출근해줬다. 몇 시간 뒤, 친구는 그녀에게 연락해 축하주를 사야 하는 게 아니냐며 장난스레 물었었다. 온이샘의 여자친구를 사진으로 봤는데 아주 예쁘다는 칭찬도 덧붙였다.덕분에 진문숙은 차우미에 대한 기대가 차올랐다. 아직 만나지는 못했지만, 벌써 차우미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했다.친구는 그녀에게 형모양처가 될 스타일 같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온이샘의 안목이 훌륭하다며 칭찬을 금치 않았다.현모양처는 아주 오래된 옛말이다. 진문숙은 한 집안의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누구보다 이 도리를 잘 알고 있다. 그녀 역시 옛 어른들의 말이 맞다고 여겼다.그녀는 자기 아들이 좋은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길 바랐다. 외면으로든, 내면으로든 좋은 아가씨를 만나길 바랐다.비록 아들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한다고는 말했지만, 그녀는 혹시나 아들이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내심 걱정했다.그러나 이렇게 눈앞에서 차우미를 직접 본 순간, 진문숙은 모든 곡정이 사그라들었다. 차우미는 그야말로 그녀가 그리던 완벽한 며느리였다. 그래서 더 반가웠다.진문숙은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누구보다 차우미를 반겼다.차우미가 모퉁이를 돌았다. 그녀의 시야로 많은 사람이 들어왔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다. 옷차림과 용모에서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차우미는 단번에 그들이 온이샘의 가족이라는 걸 느꼈다.다만...차우미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너무 강렬해 차우미는 몸 둘 바를 몰랐다.특히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중년 여성은 50대 좌우로 보였다. 관리가 잘 되어 있어 피부는 윤기가 흘렀다. 풍기는 분위기도 우아했다.특히 미소 짓는 얼굴이 매우 친절했다.이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얼굴이다.
차우미는 귀가 약간 빨갛게 달아오른 채 시선을 내리깔고 있었다.너무 대놓고 그녀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민망해서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온이샘의 가슴이 살짝 떨렸다. 마음 한구석에서 기쁜 감정이 솟아올랐다. 그 환희는 어느새 그의 온몸에 가득 퍼졌다.차우미가 쑥스러워하는 게 분명했다.마치 고대하던 화분에서 꽃봉오리가 피어난 것처럼 온이샘은 기뻤다.너무 행복했다.진문숙은 고개를 숙인 채 부끄러워하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마치 며느리가 시부모님 앞에서 쑥스러워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차우미가 마음에 쏙 들었다.진문숙은 아쉬운 눈길로 온이샘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야로 차우미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 온이샘이 보였다.차우미와 온이샘은 어느 각도에서 보든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이샘아, 이분은 누구시니?"진문숙은 궁금하다는 말투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온이샘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진문숙을 바라보았다. 진문숙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애써 정신을 차렸다. "엄마, 여긴 차우미, 내 친구야."그는 다시 차우미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우미야, 여긴 우리 엄마."차우미는 진문숙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긴장감이 한결 풀렸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온이샘과 자기는 친구 사이라고 되새기며 천천히 안정을 되찾았다.차우미는 고개를 들고 침착하게 진문숙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그녀의 부드러운 미소는 상냥하고 정숙했다.진문숙은 얼른 차우미의 손을 잡았다. "반가워요. 전에 자기 친구가 병문안 올 거라고 이샘이한테 들었어요. 누군지 궁금했는데, 아가씨였네요."차우미의 손으로 진문숙의 따듯한 온기가 스며들었다. 진문숙은 친절하게 웃으며 그녀의 긴장감을 풀어주려는 것 같았다."괜히 저 때문에, 죄송해요.""어머, 죄송은 무슨? 우린 괜찮아요!" "가요, 이샘이 외할머니한테 가요. 이샘이랑 아가씨 보면 분명 기뻐할 거예요.""네."진문숙은 차우미를 데리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가족
차우미는 진문숙의 심정이 이해되었다. 그녀의 할아버지도 병원에 입원하신 적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고 할아버지를 돌보다가 엄마도 병이 났었다.나이 든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족의 심정이 어떤지 잘 알 것이다."사람은 살면서 관문이 한 번은 찾아와요. 외할머니께서 이 고비만 넘기시면 그 뒤로 건강하실 거예요."다른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괜찮다는 말로 위로 할 것이다. 그러나 차우미는 그들과 다른 얘기를 했다. 눈물을 글썽이던 진문숙이 살짝 당황했다.진문숙이 고개를 끄덕이며 차우미의 손을 꼭 쥐었다. "그래요, 아가씨 말이 맞아요. 분명 무사하게 넘길 수 있는 관문이에요. 이것만 무사히 지나면 그 뒤로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엄마, 얼른 나으셔. 우리 이샘이가 친구까지 데리고 병문안 왔어. 엄마도 보이지? 아주 좋은 아가씨야.""그러니까 얼른 나아."진문숙은 침대에 누워 있는 노인에게 희망차게 말했다.차우미는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창백하고 초췌했지만 분명 자상한 어르신일 것 같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얼른 쾌차하길 빌었다.온이샘은 차우미의 곁에 서서 침대에 누워있는 할머니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할머니, 얼른 나으세요. 건강해지면 또 우미랑 보러 올게요. 다음번에는 친구가 아니라 여자친구라고 소개할게요.'온이샘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중환자실에 장시간 머물 수 없었던 그들은 방해가 될까 봐 이내 밖으로 나왔다.진문숙이 차우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점심인데, 우리 같이 나가서 식사라도 할까요? 밥 먹고 푹 쉬는 게 어때요?""이샘이한테 들었어요. 어제 늦게 왔다면서요, 제대로 쉬지 못했을 텐데, 집에 게스트룸 있어요. 미리 청소해놨어요.""이제부터는 영소시에서 아가씨는 여기를 자기 집처럼 여기면 돼요." 차우미는 진문숙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진문숙이 말을 마치자, 차우미가 온화하게 말했다."아니에요, 친구가 아직 병실에 있어 돌봐야 해요."진문숙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친
차우미의 시선이 진문숙에게 향했다. 차우미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좋아요."온이샘은 가족들에게 차우미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문숙의 시댁이 청주라는 말에 차우미의 시선이 살짝 흔들렸다. 온이샘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얼른 끼어들었다. "우리 먼저 내려갈게."진문숙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래, 조심해서 가."차우미는 진문숙에게 미소를 지은 뒤 몸을 돌려 온이샘을 따라갔다.진문숙은 자리에 서서 사라지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아들과 며느리를 돌려보내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마냥 좋지 않았다.차우미와 온이샘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온이샘은 차우미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까 우리 엄마가 한 말... 그러니까 청주에 가면 같이 만나자고 한 말, 신경 쓰지 마. 그냥... 청주가 익숙하고 편해서 그런 거야, 다른 뜻 없어."차우미는 이혼하자마자 청주를 떠났다. 그녀는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온이샘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그녀 앞에서 청주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또다시 그녀의 마음속 상처를 헤집어 놓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에 말을 아꼈다.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진문숙은 청주를 언급했고 차우미는 많이 당황했다. 온이샘은 본의 아니게 차우미가 상처를 입었을까 봐 걱정되었다.그는 무서웠다.차우미가 온이샘을 멀리할까 봐 두려웠다.온이샘은 지금 누구보다 긴장했다.차우미는 온이샘이 자기 가족에게 그녀의 이혼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을 눈치챘다. 그래서 당황한 것이다. 진문숙이 청주를 언급해서 당황한 것이 아니다.사실 청주는 그녀에게 어떤 곳도 아니었다.이미 지나간 일이고, 그래서 지나가게 둔 것이다. 그녀는 어떤 상처도 받지 않았다.그러나 진문숙이 방금 꺼낸 말 때문에 그녀는 다시 한번 자신과 온이샘의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솔직히 말해서, 그녀의 재혼 상대는 자신처럼 이혼한 사람이거나, 아이까지 있는 사람이어야 할
온이샘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차우미는 마냥 따듯하고 부드럽던 온이샘이 이렇게 복잡한 표정을 짓는 것을 처음 본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온이샘의 기분이 좌지우지될 것 같았다.온이샘의 마음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차우미는 미소를 지으며 온이샘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선배, 나 괜찮아.""이모 참 좋은 분 같아."온이샘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따듯하고, 친절했다. 털털하고 위화감도 보이지 않았다.나상준의 어머니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나상준의 어머니는 항상 그녀와 척을 졌다. 그녀를 가족이 아닌 외부인으로 대했고 선을 명확하게 그었다. 그러나 온이샘의 어머니는 처음 보는 그녀에게 따듯하게 웃으며 손잡고 가족들에게 소개했다. 그녀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게 보였다.그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차우미는 느낄 수 있었다.온이샘의 어머니가 자기를 얼마나 존중하고 신경 쓰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온이샘은 차우미의 말에 살짝 놀랐다.차우미는 진심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어떤 아픔도, 괴로움도 보이지 않았다.원한의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정말 힘들어하는 것 같지 않았다.차우미의 미소에 온이샘도 안심되었다. 바짝 굳었던 온이샘의 얼굴이 서서히 풀렸다. "다행이야.""엄마 때문에 네가 놀랐을까 봐 걱정했어.""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성격이 밝고 쾌활하시거든."차우미가 그를 따라 미소 지었다. "얼마나 좋아.""이모가 날 스스럼없이 대해서 나도 좋아. 나 놀라지 않았으니까 선배도 신경 쓰지 마."차우미는 온이샘이 혹시나 믿지 못했을까 봐 진심으로 웃었다."네가 이렇게 말하니까 나도 쓸데없는 걱정 안 할게."두 사람은 곧 여가현의 병실로 향했다.한편, 병실.여가현은 생각보다 일찍 깨어났다. 그녀는 침대 머리에 기대 키보드를 두드리며 업무를 하고 있었다.평소 업무량이 방대했던 그녀는 어제 갑작스러운 사고로 일이 지연되었다. 지금부터라도 처리해야 했다.그래서 잠에서 깨자마자, 간병인에게 노트북을 가져다 달라고
휴대폰을 확인한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보스.""가현 씨, 큰 주문건이 들어왔는데 가현 씨가 친구 요청 수락 좀 해줘요. 그리고 그 사람 연락처 나한테 보내줘요. 그 건 맡을 사람 따로 안배해야 해서요."송영용의 말에 여가현의 안색이 찌푸려졌다. "주문이 들어왔다고요? 친구 요청을 수락하라더니, 왜 다른 사람한테 맡기라는 거예요?""무슨 뜻이에요? 나한테 들어온 일을 지금 다른 사람한테 넘기라는 거예요?"여가현은 얼른 휴대폰으로 개인 계정에 들어갔다. 누군가 친구 요청을 보냈다.그러나, 상대가 어떻게 그녀의 개인 연락처를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여가현은 어쩔 수 없이 친구 요청을 수락한 다음 빠르게 상대에게 문자를 보냈다."가현 씨가 이렇게 반응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분은 이혼을 하려는 게 아니라 회사의 변호단을 우리로 지정하려는 거예요.""가현 씨는 이혼 담당이고, 이 부분은 가현 씨 소관이 아니잖아요.""그게..."여가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클라이언트가 나한테 연락이 왔는데, 나 때문에 찾아온 게 아니라는 거에요?"여가현에게 중요한 문제다.송영용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요, 사실이에요."여가현의 눈빛이 번쩍였다. "보스, 정확히 해요. 이 사람은 분명 나한테 맡기려고 나한테 연락해 왔어요. 나중에 이분이 우리 회사랑 계약이라도 하면 일정 부분은 계약금의 일정 부분에 제 지분 있다는 거 아시죠?"여가현에게 가장 중요한 건 돈이다, 명실상부 이 바닥에서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송영용도 그걸 잘 알고 있다. "우리 로펌과 계약하기만 하면 가현 씨 노고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좋아요. 약속 꼭 지킬거라고 믿어요."여가현은 전화를 끊은 뒤, 다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방금 상대에게 문자를 보낸 뒤, 상대의 답장을 기다렸다.큰돈을 벌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다.비록 이혼 전문 변호사지만 그녀는 사람들을 좋아했고 인간관계도 좋았다. 그리고 이 바닥에서 인맥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녀의 명성 때문
하성우가 곧바로 사진과 영상을 저장했다.해당 사진과 영상은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하성우는 웃으면서 계속해서 스크롤을 내렸다, 여가현의 일상생활이 여실히 드러났다.여가현은 자기 일상생활을 전부 공개했다.그녀가 활동을 처음 시작했던 순간부터 모든 기록이 남아있다.하성우는 계속해서 여가현이 올린 게시물을 훑어보았다.어느새 하성우의 휴대폰에 캡처 사진이 점점 많아졌다.다시 갤러리로 들어간 하성우는 자기가 방금 캡처한 사진들을 훑어보았다. 그는 입꼬리가 찢어지게 웃었다.그는 얼마나 즐거운지 몰랐다.'우미 씨 친구, 진짜 대단한 사람이네!'하성우의 머릿속에 계획이 있었다. 그는 얼른 나상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러던 중, 여가현이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하지만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그는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얻었다. 시급한 일부터 해결한 뒤에 여가현에게 답장할 생각이다.하성우는 나상준에게 사진 한 장을 전송했다.그는 사진을 보낸 뒤, 손가락을 핸들에 올리고 기다렸다.나상준이 답장할 수밖에 없다고 장담했다.한편, 라스베이거스.이곳은 밤 10시다.등불이 자욱하고 그림자가 가득 내리 앉았다. 화려한 도시의 밤은 시끌벅적했다.데스 호텔은 화려한 불빛과 인테리어, 크리스털 불빛 아래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유럽의 독특한 인테리어와 유명 건축가가 수년간 고심해서 만든 곳이다. 고상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풍겼다.띠잉-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안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나왔다.셔츠와 정장 바지를 입고 손목에 짙은 색 코트를 걸치고 매끄러운 바닥을 밟으며 나상준이 흐트러짐 하나 없이 걸어 나왔다. 휴대폰을 들고 통화하던 나상준이 태연하게 걸음을 옮겼다.허 비서는 서류 가방을 들고 나상준의 뒤를 따라 호텔에서 나왔다. 허 비서의 곁에 또 다른 조수가 있었다.차는 이미 호텔 밖에 주차되었다. 나상준이 밖으로 나오자, 운전기사가 기다렸다는 듯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나상준이 차에 올라탔다.곧 차 문이 닫히고 운전기사는 허 비서와
"KS 그룹에 연락해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할지 물어봐. 해결 못 하면 협력은 여기까지라고, 계약서에 따라 상응하는 위약금 내야 할거라고 전해.""해결되어도 당분간 협력은 중지할 거야. 잠잠해지면 그때 다시 결정하는 게 좋겠어.""네, 알겠습니다."나상준이 전화를 끊었다.어두운 나상준의 눈이 서늘하게 변했다.허 비서는 나상준의 곁에서 통화 내용을 들으며 속으로 살짝 긴장했다.수년간 나상준의 비서로 일하면서 그는 나상준의 행동 패턴을 잘 알게 되었다. 결단력 있고 뛰어난 안목에 매우 엄격했다. 회사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오늘과 같은 위치에 있게 된 것은 모두 나상준의 이런 결단력 있는 행동 덕분이다.나상준은 타고난 사업가다.나상준은 예민하고 결단력 있는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났다.회사에서 지위 불륜하고 전부 나상준을 존경하고 숭배한다.그러나 최근 나상준의 행보는 허 비서가 알던 대표님과 많이 달랐다. 속내를 알 수 없었다.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나상준은 이혼한 뒤, 사업을 국내로 이전하면서 전과 많이 달라졌다.특히 KS 그룹과 협력은 회사의 협력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허 비서는 친분 있는 두 집안끼리의 협력으로만 여겼다. 계약서를 쓴 뒤에도 모든 일이 평소처럼 진행됐기에 더는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그러나 계약을 체결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상준은 갑자기 KS 그룹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마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느낌이 들었다.허 비서는 그제야 의심이 되었다.정확히 오늘 새벽 3시에 나상준은 KS 그룹의 재정 문제를 언론에 제보하게 했고 허 비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협력하기 전에 미리 조사했으면 됐을 것을, 계약 체결 후 조사를 하는 것도 이상했다. 그리고 발견한 문제점은 비공개로 해결해야 하는 편이 훨씬 도움되는데도 불구하고 나상준은 언론에 해당 정보를 퍼뜨리라고 했다.기존에 철두철미하게 일 처리를 하던 나상준의 업무 스타일과 아주 달랐다. 허 비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심지어 나상준에게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