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을 확인한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 "보스.""가현 씨, 큰 주문건이 들어왔는데 가현 씨가 친구 요청 수락 좀 해줘요. 그리고 그 사람 연락처 나한테 보내줘요. 그 건 맡을 사람 따로 안배해야 해서요."송영용의 말에 여가현의 안색이 찌푸려졌다. "주문이 들어왔다고요? 친구 요청을 수락하라더니, 왜 다른 사람한테 맡기라는 거예요?""무슨 뜻이에요? 나한테 들어온 일을 지금 다른 사람한테 넘기라는 거예요?"여가현은 얼른 휴대폰으로 개인 계정에 들어갔다. 누군가 친구 요청을 보냈다.그러나, 상대가 어떻게 그녀의 개인 연락처를 알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여가현은 어쩔 수 없이 친구 요청을 수락한 다음 빠르게 상대에게 문자를 보냈다."가현 씨가 이렇게 반응할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분은 이혼을 하려는 게 아니라 회사의 변호단을 우리로 지정하려는 거예요.""가현 씨는 이혼 담당이고, 이 부분은 가현 씨 소관이 아니잖아요.""그게..."여가현이 눈살을 찌푸렸다. "클라이언트가 나한테 연락이 왔는데, 나 때문에 찾아온 게 아니라는 거에요?"여가현에게 중요한 문제다.송영용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래요, 사실이에요."여가현의 눈빛이 번쩍였다. "보스, 정확히 해요. 이 사람은 분명 나한테 맡기려고 나한테 연락해 왔어요. 나중에 이분이 우리 회사랑 계약이라도 하면 일정 부분은 계약금의 일정 부분에 제 지분 있다는 거 아시죠?"여가현에게 가장 중요한 건 돈이다, 명실상부 이 바닥에서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송영용도 그걸 잘 알고 있다. "우리 로펌과 계약하기만 하면 가현 씨 노고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좋아요. 약속 꼭 지킬거라고 믿어요."여가현은 전화를 끊은 뒤, 다시 휴대폰을 바라보았다.방금 상대에게 문자를 보낸 뒤, 상대의 답장을 기다렸다.큰돈을 벌 이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다.비록 이혼 전문 변호사지만 그녀는 사람들을 좋아했고 인간관계도 좋았다. 그리고 이 바닥에서 인맥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녀의 명성 때문
하성우가 곧바로 사진과 영상을 저장했다.해당 사진과 영상은 매우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하성우는 웃으면서 계속해서 스크롤을 내렸다, 여가현의 일상생활이 여실히 드러났다.여가현은 자기 일상생활을 전부 공개했다.그녀가 활동을 처음 시작했던 순간부터 모든 기록이 남아있다.하성우는 계속해서 여가현이 올린 게시물을 훑어보았다.어느새 하성우의 휴대폰에 캡처 사진이 점점 많아졌다.다시 갤러리로 들어간 하성우는 자기가 방금 캡처한 사진들을 훑어보았다. 그는 입꼬리가 찢어지게 웃었다.그는 얼마나 즐거운지 몰랐다.'우미 씨 친구, 진짜 대단한 사람이네!'하성우의 머릿속에 계획이 있었다. 그는 얼른 나상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러던 중, 여가현이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하지만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그는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얻었다. 시급한 일부터 해결한 뒤에 여가현에게 답장할 생각이다.하성우는 나상준에게 사진 한 장을 전송했다.그는 사진을 보낸 뒤, 손가락을 핸들에 올리고 기다렸다.나상준이 답장할 수밖에 없다고 장담했다.한편, 라스베이거스.이곳은 밤 10시다.등불이 자욱하고 그림자가 가득 내리 앉았다. 화려한 도시의 밤은 시끌벅적했다.데스 호텔은 화려한 불빛과 인테리어, 크리스털 불빛 아래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유럽의 독특한 인테리어와 유명 건축가가 수년간 고심해서 만든 곳이다. 고상하고 우아한 분위기가 풍겼다.띠잉-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안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나왔다.셔츠와 정장 바지를 입고 손목에 짙은 색 코트를 걸치고 매끄러운 바닥을 밟으며 나상준이 흐트러짐 하나 없이 걸어 나왔다. 휴대폰을 들고 통화하던 나상준이 태연하게 걸음을 옮겼다.허 비서는 서류 가방을 들고 나상준의 뒤를 따라 호텔에서 나왔다. 허 비서의 곁에 또 다른 조수가 있었다.차는 이미 호텔 밖에 주차되었다. 나상준이 밖으로 나오자, 운전기사가 기다렸다는 듯 뒷좌석의 문을 열었다. 나상준이 차에 올라탔다.곧 차 문이 닫히고 운전기사는 허 비서와
"KS 그룹에 연락해 어떻게 이 일을 해결할지 물어봐. 해결 못 하면 협력은 여기까지라고, 계약서에 따라 상응하는 위약금 내야 할거라고 전해.""해결되어도 당분간 협력은 중지할 거야. 잠잠해지면 그때 다시 결정하는 게 좋겠어.""네, 알겠습니다."나상준이 전화를 끊었다.어두운 나상준의 눈이 서늘하게 변했다.허 비서는 나상준의 곁에서 통화 내용을 들으며 속으로 살짝 긴장했다.수년간 나상준의 비서로 일하면서 그는 나상준의 행동 패턴을 잘 알게 되었다. 결단력 있고 뛰어난 안목에 매우 엄격했다. 회사가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오늘과 같은 위치에 있게 된 것은 모두 나상준의 이런 결단력 있는 행동 덕분이다.나상준은 타고난 사업가다.나상준은 예민하고 결단력 있는 일반인보다 훨씬 뛰어났다.회사에서 지위 불륜하고 전부 나상준을 존경하고 숭배한다.그러나 최근 나상준의 행보는 허 비서가 알던 대표님과 많이 달랐다. 속내를 알 수 없었다.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나상준은 이혼한 뒤, 사업을 국내로 이전하면서 전과 많이 달라졌다.특히 KS 그룹과 협력은 회사의 협력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허 비서는 친분 있는 두 집안끼리의 협력으로만 여겼다. 계약서를 쓴 뒤에도 모든 일이 평소처럼 진행됐기에 더는 의구심을 품지 않았다.그러나 계약을 체결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나상준은 갑자기 KS 그룹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마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느낌이 들었다.허 비서는 그제야 의심이 되었다.정확히 오늘 새벽 3시에 나상준은 KS 그룹의 재정 문제를 언론에 제보하게 했고 허 비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협력하기 전에 미리 조사했으면 됐을 것을, 계약 체결 후 조사를 하는 것도 이상했다. 그리고 발견한 문제점은 비공개로 해결해야 하는 편이 훨씬 도움되는데도 불구하고 나상준은 언론에 해당 정보를 퍼뜨리라고 했다.기존에 철두철미하게 일 처리를 하던 나상준의 업무 스타일과 아주 달랐다. 허 비서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심지어 나상준에게
KS 그룹이 잡을 수 있는 손은, 그들을 구원해줄 기회는 오직 하나뿐이다.바로 나상준이다.나상준과 협력하면 다른 기업들도 그들의 가치를 봐주고 협력해줄 것이다.선순환이다.그들에게 실보다 득이 훨씬 크다.이게 현재 상황이다.NS 그룹과 KS 그룹이 협력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로 KS 그룹의 주가가 대폭 상승했고 좋은 방향으로 움직였다.이런 중요한 시기에 KS 그룹의 문제로 나상준이 협력을 중단하거나 계약 파기를 선언하면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고 협력 전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부닥칠 수 있다.결국 KS 그룹과 계약이 체결되는 순간부터 주도권은 나상준에게 간 것이다.전부 나상준의 계획대로 진행된 것이다.허 비서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는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긴장감을 느꼈다.KS 그룹이 나상준의 눈 밖에 나는 큰 실수를 한 게 틀림없어 보였다.나상준은 애꿎은 사람을 괴롭히는 타입이 아니다.나상준에게 피해를 주면 나상준은 가차 없이 상대를 무너뜨린다.여태껏 나상준을 건드려서 살아남은 기업은 없었다.허 비서는 이 점을 아주 잘 알고 있다.그러나 KS 그룹이 어떤 큰 실수를 했는지 짐작할 수 없었다.허 비서가 아는 바로는 없었다.어쩌면 자기가 모르는 이유가 있는 것 같았다.지잉-휴대폰이 진동하면서 차 안의 숨 막히는 적막감을 깼다.허 비서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그를 쳐다보았다.나상준은 등을 기댄 채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휴대폰이 진동하면서 스크린이 밝아졌다.나상준은 감았던 두 눈을 천천히 떴다.스크린에 하성우라는 석 자가 표시되었다. 메시지가 와 있었다.사진을 보낸 것 같았다.나상준은 사진을 확인하기 위해 손가락을 움직였다.곧 한 장의 사진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그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몸을 고쳐 앉은 나상준은 다시 한 번 사진을 확인했다.하성우가 보내온 사진은 여가현이 오늘 올린 차우미의 사진이다. 차우미가 병실에서 찍힌 사진이다.평소처럼 담담한 눈빛으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차
허 비서는 순간 자기 눈을 의심했다. 나상준은 차우미의 사진을 바라보며 감정적으로 행동한 것이다.허 비서의 심장이 다른 방향으로 미친 듯이 뛰었다.나상준이 여자 문제로 감정적으로 변했다고 의심은 했지만, 그 여자가 사모님인 줄은 몰랐다.허 비서는 충격받은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어떤 여자를 모든 매정하고 차갑게 굴던 나상준이 돌연 이혼한 전체에게 다른 감정을 품고 있었던 것이다.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없었다.어디부터 잘못된 것인지 알 수 없었다.나상준이 어쩌다가 이렇게 변했는지 알 수 없었다.허 비서는 나상준의 얼굴을 살펴보았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어떤 반응도 보일 수 없었다.나상준은 다행히 허 비서의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의 모든 집중력이 차우미의 사진으로 향했기 때문이다.차우미의 눈에 비친 상대를 확인한 뒤, 다시 사진을 축소해 원래 크기로 되돌렸다.그녀의 맑고 초롱초롱한 눈빛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하얀 뺨과 아름다운 눈썹, 오뚝한 콧날, 생기 돋는 입술을 천천히 바라보았다.훌륭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듯 오랫동안 천천히 응시했다. 그의 눈빛이 소리 없이 묘하게 변했다.한편, 국내.하성우는 차에 앉아 방금 나상준에게 전송한 사진을 쳐다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이 사진 한 장으로 나상준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그는 장담할 수 있었다. 분명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올 것이다.그러나 한참이 지나도록 나상준은 어떤 연락도 하지 않았다.하성우가 얼굴을 찌푸렸다.'바쁜가?'시간을 확인하는 하성우다. 라스베이거스는 아직 저녁 시간이다, 분명 문자를 확인했을 것이다.그런데 여태 연락이 없는 거로 보아, 다른 급한 일이 생긴 것 같았다.하성우는 결국 문자를 보냈다.이내 나상준이 휴대폰이 진동했고 하성우의 문자가 스크린에 떴다.[바빠?]짤막한 두 글자지만 하성우의 조급함을 충분히 보여줬다. 나상준은 이 문자를 바라보며 다시 천천히 등을 기댔다. 그는 사진을 조용히 저장했다.갤러리에 저장되었다는
하성우는 당황했다.'비행기 오른 거 아니네?''근데 왜 이딴 질문을 하는 거야?' '조급하지 않다고?'하성우는 곧장 나상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나상준의 마음을 테스트해보려고 했다. 무슨 생각을 하기에 이렇게 태연한지 궁금했다.제3자인 자기가 되레 급해 보였다.나상준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스크린에 하성우 이름이 떴다. "여보세요."휴대폰을 귀에 갖다 댄 나상준은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등불이 그의 눈을 스쳐 지났다.나상준의 차분하고 흐트러짐 없는 목소리에 하성우가 조급해서 말했다. "야! 너 왜 이렇게 침착해? 너 여태 거짓말했어?""여태 연기한 거야?""네가 헌신짝처럼 버린 여자를 다른 남자가 소중한 보물처럼 대하는데, 아무렇지 않다고?""질투하고 화내야 하는 거 아니야? 너 우미 씨 좋아하는 거 맞아?""그냥 단순한 소유욕이야?"하성우는 태연한 나상준의 태도에 화를 분출했다.아무 말이나 다 했다.하성우의 말이 끝났지만, 나상준은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고요한 적막감만 흘렀다.나상준의 시선은 여전히 텅 빈 밤하늘을 향해있었다.하성우는 고요한 분위기에 절로 가슴이 조였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말실수를 해버렸다. '아, 말실수했네.'그러나 나상준이 너무 태연한 탓에 그도 어쩔 수 없었다."큼!"하성우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너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우미 씨는 영소시에 있어. 온이샘도 거기 있다고. 두 사람은 분명 이번 기회에 한 걸음 더 발전할 거야.""같은 남자들끼리 툭 까고 말하자. 정말 남자의 속마음을 모르겠어?"하성우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남자라면 그 심리를 잘 알고 있다.온이샘은 차우미를 좋아한다. 차우미와 사귀고 싶어한다. 좋아하는 여자를 앞에 두고 어떤 남자가 철벽을 칠 수 있을까, 남자라면 어떻게 발전할지 다 알고 있을 것이다.아무리 좋은 남자라도 마찬가지다.나상준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는 고개를 돌려 스쳐 지나가는 빌딩을 바라보며 입을 벌렸다. "그럴 사람 아니야.""뭐?"
"온이샘이 무슨 짓을 하든 차우미는 승낙하지 않아."하성우가 눈살을 찌푸렸다. "온이샘이 무슨 짓을 하든 승낙하지 않을 거라니?""무슨 뜻이야?""아니, 왜?'"왜 승낙하지 않는데?""온이샘은 모든 방면에서 뛰어나, 최고 스펙이라고. 너 못지않게 잘났어. 게다가 결혼한 적도 없고 여자친구도 없는 아주 완벽한 남자라고.""네가 내 친구만 아니었으면 난 오히려 우미 씨랑 온이샘이 잘 되길 바랐을 거야."두 사람은 성격, 집안 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적당하고 어울려. 온이샘 같은 남자랑 만나는 게, 너랑 만나는 것보다 훨씬 행복할걸?"하성우는 장담하면서 말했다. 온이샘의 뒷조사를 해본 그는 온이샘이 얼마나 괜찮은 사람인지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온이샘은 훌륭한 남자다.친구의 라이벌이라고 무작정 비하할 수 없었다. 사람은 자기객관화를 해야 한다, 정확한 판단과 결정을 내리기 위해선 이 객관화 과정이 무척 중요했다.하성우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장담하는데 온이샘은 분명 너보다 자상하게 여자를 대할 거야.""여자가 가장 바라는 게 뭔지 알아?" "자상한 남자야. 돈 많은 부잣집 여자가 왜 돈 없는 남자랑 결혼하는지 알아? 왜 돈 없는 남자랑 만나는 줄 알아? 남자가 자상하고 사려 깊고 세심하니까, 여자의 마음을 어루어만져 줄 수 있는 남자니까 그게 가능한 거야.""그런데 넌 여자를 위해 뭘 할 수 있어?""그 잘난 외모랑 몸매, 배경 빼고 내세울 게 있어?" "넌 아무것도 없어.""여자가 바라는 걸 해줄 수 없잖아. 결국, 너한테 사랑을 받지 못한 여자는 자상한 남자로 갈아타겠지.""너랑 우미 씨가 결혼한 3년간, 충분히 사랑해줬어? 널 원망하지 않고 욕 한 바가지 안 하고 헤어져 준 걸 오히려 고맙게 여겨.""온이샘은 잘생긴 외모에 성격도 자상하지, 게다가 교양도 있고 학식도 높다고.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소중하게 대하잖아, 내가 여자였으면 온이샘을 선택했을 거야.""솔직히 말해서 너 지금 승산 없어.""물론 페어플레이긴 하지
하성우는 좀 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미 씨가 왜 온이샘을 거절하는지 알려줘. 정말 그 이유가 궁금해.""네가 이렇게 장담하는 걸 보면 분명 믿는 구석이 있다는 거잖아."하성우는 정말 진심으로 궁금했다.나상준은 자존심이 높았지만 그렇다고 자기애로 넘치는 사람은 아니다. 분명 근거 있는 말만 하는 사람이다.나상준이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다. 그는 어두운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고요하게 가라앉았다. "나랑 이혼하자마자 바로 다른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그 성격에, 그 원칙에 절대 호락호락하게 넘어 안 가."하성우는 순간 이해가 되었다."아... 그래, 그래."차우미는 감정이 진지한 사람이다. 그녀는 확고하고 단호한 사람이다.다른 사람이 다 하는 일이고, 사회가 괜찮다고 하더라도 그녀가 이해되지 않으면 그녀는 하지 않는다.자신의 결정과 생각에 그녀는 매우 확고하다.특히 그녀는 원칙이 있는 사람이다. 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다.하성우는 오늘 아침 봤던 영상이 떠올랐다. 양훈이 그에게 보내준 영상에서 주혜민이 차우미를 밀쳤다.그녀는 어릴 때부터 가정교육을 잘 받았고 교양이 높았다. 가장 기본적인 것을 잘 지켰다. 물론 요즘 사람들에게는 그것을 지키는 게 어려운 일이지만.그녀는 절대 애인 있는 남자와 바람 필 여자가 아니다.도덕이 걸린 문제다.마찬가지로, 나상준과 이혼한 지 몇 달도 안 돼 다른 남자와 연애를 할 수 있는 여자가 아니다.차우미는 그런 사람이다.물론 다른 사람들 시선 때문에 바르고 정직하게 사는 게 아니다. 그녀는 자신의 그런 모습을 받아들일 수 없었기에 자신에게 당당하게 사는 것이다.결혼 생활 3년간, 차우미는 바람난 적 없었다.그런 사람이 갑자기 다른 남자에게 마음을 줄 리 없었다.나상준이 차우미와 온이샘이 영소시에 갔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초조해하지 않은 이유다.차우미가 다른 남자와 함께 있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건 나상준에게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다만 이 기회는 온이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알았어요.”가정부는 거실의 유선 전화를 끊고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던 주혜민에게 다가가서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주 사장님, 사모님은 다른 일이 있어서 오늘 밤에 돌아올 수 없다고 해요.”주혜민은 눈 밑이 살짝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많이 바쁘시군요. 오늘은 제가 사전에 약속하지 않고 왔으니 방법이 없죠. 다음에는 사전에 약속을 잡고 다시 올게요.”말하면서 주혜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저는 이만 갈게요.”가정부가 고개를 끄덕였다.주혜민은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가방을 들고 가정부에게 미소를 지으며 거실을 나와 차에 타고 시동을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별정을 빠져나가 가정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가정부는 계단에 서 있다가 차가 보이지 않자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다시 거실에 있는 유선 전화기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문지영의 담담한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리자, 가정부가 말했다.“사모님, 주 사장은 갔어요.”“알았어. 다음에 또 오면 나한테 전화할 필요 없이 그냥 내가 없다고 해.”“네, 알겠습니다.”문지영은 전화를 끊었다.옆에 있던 서혜란은 문지영이 휴대폰을 내려놓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물었다.“왜? 누구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거야?”서혜란은 최근에 늘 문지영과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가끔은 그럼 전시회로 가고 또 가끔은 연극, 뮤지컬을 보고 또 SPA 하러도 다녔다.그야말로 엄청나게 가깝게 지냈다.오늘 문지영과 서혜란은 어느 브랜드사의 요청을 받고 자선 만찬에 참석했는데 오늘 밤 경매의 수익금은 모두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 교육을 위해 기부될 거라고 한다.기부에 참여하기 위해 문지영과 서혜란은 각각 물품 두 개씩 샀다.이제 경매가 끝나 두 사람은 연회장의 소파에 앉아서 디저트를 먹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이 전화 받을 때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는 문지영이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
나예은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두 눈도 깜빡거렸다.“말하지 말라고? 왜? 그런데 예은이는 분명 큰아빠가 큰엄마를 무릎에 앉힌 걸 봤어. 그리고 큰엄마는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어.”나예은은 손으로 흉내까지 내면서 서혜지에게 그때 상황을 재연하려고 했다.“...”서혜지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나예은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서혜지는 자기의 교육에 문제가 있어서 나예은이 부끄러워하는 것도 아나 싶었다.나예은은 서혜지가 자기를 믿지 않으니 매우 진지하고 열심히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는데 심지어 나상준이 차우미를 보며 했던 행동과 말까지 모두 표현했다.서혜지는 나예은의 다채로운 연기를 듣고 지켜보며 그때의 상황을 재현하는 모습에 마음속으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서혜지는 분명 자신의 교육에 문제가 있어서 나예은이 어린 나이에 알면 안 되는 것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반성했다.하지만 나예은이 이틀 동안 나상준과 차우미가 어떻게 지냈는지를 듣고는 100% 나상준이 차우미에 대한 마음이 진지하다고 확신했다.그렇다, 지금 나상준은 자신의 사업을 대하듯 진지했는데 심지어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그녀는 나상준이 무언가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주 확실하고 신속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금 그의 행동이 또 그것을 증명해 주었다.나상준은 차우미를 원하고 있고 차우미는 절대로 나상준의 공세를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이제 남은 건 시간뿐이다.서혜지는 갑자기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나예은의 눈을 보고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예은아, 오늘 엄마한테 한 말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 그리고 큰아빠와 큰엄마 함께 놀았다는 것도 절대 말하면 안 돼. 이건 예은이와 엄마, 아빠, 그리고 큰아빠, 큰엄마와의 비밀이야. 알겠지?”“왜? 왜 그래야 하는데?”나예은은 왜 말하면 안 된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고 물었다.“왜냐하면...”서혜지는 잠시 생각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
비행기는 정확하게 6시 5분에 출발했다.휴대폰을 끄기 전에 차우미는 하선주에게 비행기가 곧 이륙할 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비행기가 이륙해서 하늘에 높이 솟아오르자, 밤을 맞은 청주시는 아주 작게 변했고 차우미는 눈을 감았다.한잠을 자고 나면 집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나상준은 옆에 앉아서 창문 쪽에 기대어 눈을 감고 고요히 잠이 든 차우미를 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본인도 눈을 감았다.불이 서서히 꺼지면서 비행기 내에도 밤을 맞이했다....유엔 빌리지.청주시는 밤을 맞이하여 불빛들이 밝아졌다.서혜지와 나예은은 저녁 식사 후 산책하러 나갔다.나준우가 오늘은 너무 바빠서 저녁식사를 함께 못해서 서혜지는 송 할머니더러 나준우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다.워낙 서혜지가 직접 가려고 했는데 오늘은 나예은과 놀고 싶고 또 나상준과 차우미의 상황을 알아볼 생각이었다.때문에 예전처럼 나예은과 같이 직접 나준우에게 저녁밥을 가져가지 않고 집에서 나예은과 둘이 식사를 마치고 산책하러 나왔다.서혜지가 나예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예은아, 지난 주말에 큰아빠, 큰엄마와 같이 놀 때 큰아빠가 무슨 말을 하지 않았어?”사실 진작에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젯밤에 나예은을 데리러 갔을 때 이미 곤히 자고 있어서 하지 못했다.그리고 오늘은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야 해서 그럴 시간이 없었서 하교하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또 나상준과 차우미와 전화를 한 내용에 대해서 먼저 물어보느라 이제야 주말에 있었던 일을 물어보게 되었다.나예은은 나상준이 나중에 또 같이 놀아준다는 얘기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퐁퐁 뛰면서 노래도 부르고 나비처럼 춤도 췄다.서혜지의 질문을 듣고 나예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큰 목소리로 말했다.“있어. 큰아빠는 예은이와 엄청나게 많은 말을 했어.”서혜지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엄청나게 많은 말을 했다고? 예은아, 큰아빠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야.”나상준은 나씨 가문 사람 중에서 이혜정보다도 말이 더 없었다
차우미가 원하지 않는다는 건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냥 모르는 체하고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차우미는 어찌 됐든 나상준과 이혼한 이후 서로의 생각이 다른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은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차우미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했으니, 그때도 아마 바쁠 거라고 생각하면서 차우미는 편안하게 생각하기로 했다.차우미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탑승 시간인 것을 보고 잠시 휴식하면서 업무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휴식 구는 점차 조용해지더니 나중에는 적막이 퍼졌다.나상준은 휴대폰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는 차우미를 보았는데 무언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눈빛이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지?’그런 그녀의 모습은 회성 회의실에서 일할 때와 같았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다고 다시 휴대폰으로 안평의 관광 명소들을 검색했다.그는 자기와 멀어지려고 하는 차우미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시간은 어느덧 5시가 되어 나상준과 차우미는 비행기에 탑승했다.좌석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하더니 차우미는 휴대폰을 꺼내 온이샘에게 탑승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곧바로 온이샘이 답장을 보냈다.[알았어. 나도 지금 탑승하고 있어.]퍼스트 클래스는 이코노미석보다 조금 더 일찍 탑승한 것이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다시 시간을 보더니 이어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보았다.하늘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청주는 안평보다 더 일찍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이제야 차우미의 마음은 조금 편안해졌다.청주에 있는 며칠 동안은 몇 년인 것처럼 오래 느껴져서 빨리 돌아가고 싶었는데 이제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니 정말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고향에 돌아가서 다시는 여기로 오지 않고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녀는 몸의 긴장을 풀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고 얼굴에는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갑자기 무슨 물건이 그녀의 몸 위에 떨어져서 놀라며 내려다
“예은이가 안평에 가본 적이 없어서 여름 방학이 되면 안평으로 놀러 갈 생각이야. 그런데 안평은 나도 잘 몰라.”나상준이 나예은과 같이 놀자고 한 것은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이고 자신과 상관이 없다는 생각에 차우미는 나예은의 말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어찌 됐든 조금 전에 그녀는 약속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나상준의 말에 차우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벌렸다.나상준은 안평 사람이 아닌 청주 사람이고 또 일 때문에 여기저기 다니기에 안평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는 청주 이외의 다른 도시에서 오래 있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나예은과 같이 놀려면 어느 도시든 모두 가능한데 왜 하필 안평으로 가려고 하고 또 차우미까지 함께 하자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사실 차우미는 그들과 놀지 않고 일을 하고 싶었다.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차우미는 워낙 회성에서 일을 끝내고 또 나예은과의 약속을 이행한 다음에는 나상준과 더 이상 엮이는 일이 없을 줄 알았다.그런데 지금은 또 이렇게 같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러 가고 있고 그것도 부족해서 나예은과 같이 놀자고 한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왕래를 하지 않는 것이 언제면 가능할지 막막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찡그렸다.나상준은 그녀의 표정 변화를 똑똑히 지켜보다가 말했다.“지금부터 서두를 거 없으니,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그가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고 여유를 주자, 차우미의 표정이 약간 풀렸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우미를 보고 있던 시선도 거두고는 휴대폰으로 일을 하려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그의 행동을 바라보다가 말했다.“아직 예은이의 여름 방학까지 한 달 정도 남았다고는 하지만 나 이번에 회성에서의 일이 금방 끝났고 또 휴가까지 썼기에 앞으로는 매우 바쁠 거여서 그때는 시간이 안 돼. 정말로 예은이와 같이 안평으로 가게 되면 내가 전문 투어 가이드를 소개해 줄 거니까 예은이와 같이 놀러 다녀.”비록 나상준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차우미는 아예 지금 미
차우미는 라운지 안으로 들어가면서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나상준이 통화하는 것을 보고 시선을 거두고 원래 앉았던 1인 소파에 앉았다.나상준은 시종일관 차분한 차우미의 표정을 보다가 별다른 생각없이 말했다.“그래, 큰아빠 시간이 될 때 전화할게.”“네, 알겠어요. 큰아빠 전화 기다릴게요.”나예은은 나상준과 차우미와 함께 놀 수만 있다면 충분히 기다릴 수 있었기에 나상준의 말을 듣고 엄청나게 기뻐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누구와 통화하는지 몰랐지만 업무상의 일이라고 생각할 뿐 나예은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그러다가 나상준의 입에서 큰아빠라는 세 글자를 듣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큰엄마도 같이 있는데 얘기할래?”나예은은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큰엄마와 같이 계세요?”사실 예전에 나예은은 나상준이 아닌 차우미에게만 계속 전화했었다. 그런데 이틀 동안 같이 지낸 보람으로 처음 차우미가 아닌 나상준에게 전화한 것이다.때마침 나상준이 차우미와 함께 있다고 하니 나예은 순식간에 행복과 기쁨이 가득했다.서혜지가 나예은의 옆에 있다가 그 말을 듣고 예상치 못한 일에 눈썹을 치켜올렸다.‘두 사람이 같이 있다고?’나상준은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격동의 앳된 목소리를 듣고 차우미의 의아한 눈빛을 보며 말했다.“응, 같이 있어. 전화 바꿔줄게.”“네.”나상준이 휴대폰을 차우미에게 건넸는데, 그녀가 아직 놀라 있을 때 휴대폰이 눈앞에 왔다.차우미는 잠깐 망설이다가 휴대폰을 받아서 귀에 가져다 댔다.휴대폰은 나상준의 체온이 담겨 있는 듯 따뜻했다.“예은아.”“큰엄마, 깜짝 놀랐죠. 예은이 이번에는 큰아빠에게 전화했어요. 하하하...”차우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예은은 어찌나 기뻤는지 호탕하게 웃었다.나예은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예은도 같이 웃었다.“그래, 큰엄마도 깜짝 놀랐어.”나예은과의 약속한 일을 이미 완성했기 때문에 차우미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
차우미는 잠깐 멈칫하더니 휴대폰을 꺼내서 확인했다.휴대폰 화면에 신규 메시지가 뜨자 차우미는 하선주인 줄 알았는데 발신자는 온이샘이었다.그녀는 메시지를 클릭했다.[우미야, 탑승하면 나에게 메시지 보내줄 수 있어?]차우미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응, 알았어.]그러자 온이샘으로부터 또 잽싸게 미소를 짓고 있는 이모티콘이 왔다.차우미는 이모티콘을 보는 순간 조금 전에 대기실에서 온이샘이 휴대폰으로 좌석 업그레이드를 할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여 달력을 한참 동안 확인하다가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라운지 안으로 들어갔다.어떤 일은 애매모호하면 안 되고 정확해야 했기에 안평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시간을 내서 온이샘과 만나 확실하게 얘기할 생각이었다.라운지 휴식 구에서 나상준은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아서 줄곧 라운지 밖의 복도를 바라보며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통화를 했다.“아주버님, 지금 바빠요?”서혜지의 목소리는 예의를 갖추었지만 조금은 긴장하고 조심스러웠다.나상준이 말했다.“무슨 일이에요?”그는 바쁜가 하는 물음에는 답변하지 않고 무슨 일인지부터 물었다. 아마도 상황에 따라서 다를 모양이다.그러자 서혜지가 서둘러 말했다.“다른 건 아니고요. 지금 예은이를 픽업했는데 예은이가 아주버님과 할 얘기가 있대요. 혹시 바쁘신데 폐를 끼치는 거 아닐까 해서 문의드리는 거예요.”나상준이 말했다.“안 바빠요.”서혜지는 예상했던 대답인 듯 즉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그럼, 예은이 바꿀게요.”“그래요.”나예은은 아주 조용하게 베이비시트에 앉아 있었는데 커다란 두 눈을 굴리면서 서혜지를 바라보며 나상준과 통화시켜 주기를 기다렸다.나예은은 나상준과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서혜지를 만나자마자 자신의 요구를 말했다.서혜지가 자기를 바꿔주겠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예은은 기쁜 나머지 두 눈을 깜빡거리며 서혜지 쪽으로 자그마한 손을 내밀어 휴대폰을 받으려고 했다.서혜지는 조급해하는 나예은의 표정에 미소를 지
하선주는 이제 차우미 옆자리에는 온이샘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온이샘은 하선주에게 특히 좋은 인상을 남겨서 온이샘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좋아했다.차우미는 워낙 하선주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기에 하선주가 눈치채자, 그냥 자연스럽게 대답하려고 했다.그런데 하선주가 갑자기 온이샘을 얘기할 줄은 몰랐다.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선배가 아니라 상준 씨랑 같이 가.”“나상준?”하선주의 미간이 순식간에 찌푸려졌고 얼굴도 일그러졌다. 마치 눈 깜짝할 사이에 맑은 하늘에 먹장구름이 낀 것 같았다.“나상준은 왜 너와 같이 있어? 둘이 뭘 하는 거야? 그런데 왜 안평으로 오는 거야? 나씨 가문에 무슨 일 있어?”하선주의 불만이 섞인 말투와 함께 질문들이 쏟아졌다.나상준과 온이샘에 대한 하선주의 태도는 하늘과 땅이었다.이런 하선주의 반응을 차우미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할아버지와 할머니 뵈러 오는 거야.”“...”표정이 굳어진 하선주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우미의 말 한 마디에 무슨 일인지 알아챘다.분명 나씨 가문의 이혜정이 나상준에게 직접 가서 사과하라고 명령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나씨 가문 이혜정의 일 처리는 오늘날 젊은이들은 비교할 수도 없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선주는 마음이 불쾌했다.차우미는 하선주가 비록 말하지 않지만 듣고 있다는 걸 알고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이라도 상준 씨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러 오는 건 정상적인 일이야. 그러니 화내지 마.”“내가 왜 화를 내? 그리고 화를 낼 필요도 없어. 그냥 안 보면 되지.”하선주가 불쾌함을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걸 듣고 차우미는 웃었다.“엄마, 이제 다 지난 일이야. 우리 이혼한 지도 벌써 몇 달 지났잖아. 상준 씨도 나도 이제 모두 각자의 삶이 있으니 두 가문은 예전대로 서로 왕래하면서 지내면 돼.”차우미의 아무렇지 않아하는 말을 듣고 있던 하선주는 순간 바늘에 찔린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어렸을 때부터 말도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