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이샘은 이상한 점을 느끼고 시선을 돌렸다. 그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진문남이 서 있었다. 그는 온이샘과 차우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이렇게 마주칠 줄 몰라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차우미는 얼굴 위에 느껴지는 시선에 상대를 쳐다봤다. 키 큰 중년 남성이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온이샘과 그녀를 번갈아 보았다. 온이샘을 알고있는 듯한 눈빛이었다.그녀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 차우미가 온이샘을 쳐다보았다.온이샘은 차우미를 쳐다보았다. 차우미가 온이샘에게 눈짓했다. 온이샘이 다시 진문남을 바라보았다. "외삼촌."진문남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는 온이샘이 자기에게 차우미를 소개시켜 주기를 기다렸다.온이샘이 얼른 입을 열었다. "여긴 내 친구, 차우미야."온이샘이 다시 차우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미야, 여긴 우리 외삼촌."차우미는 외삼촌이라며 소개하는 온이샘을 쳐다보았다. 여기서 가족을 볼 줄 몰랐다.이따가 만날 생각이었다.차우미는 어쩔 수 없이 진문남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진문남은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아차리고 친근하게 웃으며 말했다. "안녕하세요."진문남이 안으로 들어왔다.차우미가 자연스레 뒤로 물러섰다.진문남은 온이샘의 곁으로 다가갔다. "어디가?""응, 일이 있어서."온이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우미는 나가서 물건 좀 사려고. 병원은 내가 지키고 있을게. 일 처리하고 삼촌은 돌아가서 쉬어.""괜찮아. 병실 지키는 사람도 있어야지. 너야말로 병원에만 있지 말고 나가서 네 일 처리해."진문남은 온이샘이 차우미와 함께 있기를 바랐다.온이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차우미는 옆에 서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곧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진문남은 밖에 대기하던 차로 걸어갔다. 차를 타기 전, 차우미를 향해 친절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가씨, 시간 되면 이샘이랑 영소시 구경해요."온이샘 만큼 그의 가족들도 친절했다.차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진문남은 미소를 지으며 차에 올랐
띠이-차우미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이내 전화가 연결되었고 어젯밤 들었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안녕하세요. 어젯밤 회양 강변에서 폭행 신고를 한 사람인데요.""차우미 씨? 무슨 일이세요?""어제 제가 급한 일 때문에 밖에 나와서 오늘 돌아갈 수 없어요. 내일 점심에 가도 될까요? 상대측에 알려줄 수 있을까요?""그렇군요, 네. 연락하겠습니다.""네, 감사합니다.""아닙니다."전화를 끊은 뒤, 온이샘은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차우미가 경찰서에 연락할 줄 몰랐다.그들은 오늘 돌아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가 미리 연락한 것 같았다."내일 돌아가려고?"온이샘이 물었다.차우미는 영소시에 더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 온이샘은 그녀가 이렇게 빨리 돌아갈 줄 몰랐다.온이샘은 차우미가 왜 회성에 일찍 돌아가는지 알고 있다.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강서흔이 나 대신 가현이 곁에 있어주잖아. 나도 내일 아침에 회성 돌아가야지."차우미는 강서흔이 오늘 돌아온다는 말에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 두 사람 일은 두 사람이 해결하게 놔두기로 했다.그녀는 두 사람에게 같이 있을 시간과 장소를 마련해주기로 했다.두 사람을 돕고 싶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거라곤 이게 전부다.온이샘은 차우미의 대답을 듣고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그럼 내일 같이 돌아가자."차우미가 살짝 놀라서 물었다. "같이?""선배 외할머니 곁에 안 있으려고?"온이샘은 응당 영소시에 있어야 한다.온이샘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 짐 전부 회성에 있잖아. 내일 너랑 같이 돌아가서 처리할 거 처리하고 다시 돌아오려고.""외할머니 괜찮아."온이샘은 그녀와 함께 하기로 일찍이 마음 먹었다.그녀와 함께 영소시를 구경하고 싶었지만 아직 때가 아니었다.다음 기회를 기약해야 한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말뜻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온이샘이 단순히 짐을 챙기기 위해 돌아간다고 여겼다.사실 온이샘은 주혜민이 차우미를 또 찾아와 괴롭힐 수 있기에 따라가는 거다. 차우미는
과일을 정성껏 고른 뒤, 점원에게 포장을 맡겼다. 온이샘은 포장된 과일 바구니를 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과일가게를 나서 꽃가게로 향했다.꽃가게는 살짝 먼 곳에 있었다. 차로 20분 이동해야 했다. 차우미는 도착하자마자 신중하게 꽃다발을 골랐다.온이샘은 그녀의 곁을 묵묵하게 지켰다.두 사람은 다시 병원으로 돌아갔다.어느새 11시가 지났다. 이미 한 시간이 지났다.온이샘이 먼저 말했다. "외할머니 뵈러 갔다가 가현이한테 다시 가자. 그리고 나가서 간단히 밥 먹을까?"차우미가 고민하더니 말했다. "선배는 점심에 외할머니 곁에 있어. 난 배달시켜 먹을게. 오늘 가현이랑 있으려고."차우미는 강서흔이 오기 전까지 그녀의 곁을 지킬 생각이다. 온이샘이 차우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차우미는 생각을 굳힌 것 같았다."그래, 그러자.""내가 주문할게.""너 여기 맛집 모르잖아. 여기 살았던 내가 맛집 잘 아니까 내가 대신 주문할게."차우미가 미소를 지었다. "응, 선배가 해줘."온이샘이 그녀를 따라 웃었다. "그래.""응."두 사람은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섰다.곧 16층에 도착했다.온이샘은 차우미를 데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중환자실로 향했다.진문숙은 병실 밖에서 오랫동안 기다렸다. 온이샘이 차우미를 데리고 오겠다는 말 때문에 줄곧 기다렸다. 자기의 예비 며느리를 보고 싶었다. 물론 다른 가족들에게 먼저 돌아가서 쉬라고 했지만 그들도 원치 않았다.그래서 가족들도 전부 중환자실 밖에서 두 사람이 오길 기다렸다.엘리베이터 소리가 들리자마자 진문숙이 급하게 달려갔다.그녀는 엘리베이터 소리에 조건반사가 되었다. 게다가 진문남이 그녀에게 전화해 차우미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고 그래서 진문숙의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그녀는 흥분이 되었다.큰오빠가 본 사람을 자기가 보지 못했다는 게 질투났다.그래서 초조하게 복도에서 엘리베이터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소리가 들릴 때마다 차우미이길 바라며 뛰쳐갔다.그러나 여태 그녀가 기다리던 사람
진문숙은 차우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의 얼굴, 눈매를 눈여겨보았다. 차우미의 옷과 바지, 신발을 눈에 담았다. 진문숙은 오늘 아침, 친구에게 연락해 가게를 일찍 오픈해달라고 부탁했었다. 친구는 그녀를 위해 이른 아침 출근해줬다. 몇 시간 뒤, 친구는 그녀에게 연락해 축하주를 사야 하는 게 아니냐며 장난스레 물었었다. 온이샘의 여자친구를 사진으로 봤는데 아주 예쁘다는 칭찬도 덧붙였다.덕분에 진문숙은 차우미에 대한 기대가 차올랐다. 아직 만나지는 못했지만, 벌써 차우미에 대한 설렘으로 가득했다.친구는 그녀에게 형모양처가 될 스타일 같다는 평가도 덧붙였다. 온이샘의 안목이 훌륭하다며 칭찬을 금치 않았다.현모양처는 아주 오래된 옛말이다. 진문숙은 한 집안의 어머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누구보다 이 도리를 잘 알고 있다. 그녀 역시 옛 어른들의 말이 맞다고 여겼다.그녀는 자기 아들이 좋은 사람을 아내로 맞이하길 바랐다. 외면으로든, 내면으로든 좋은 아가씨를 만나길 바랐다.비록 아들의 선택과 결정을 존중한다고는 말했지만, 그녀는 혹시나 아들이 잘못된 선택을 할까 봐 내심 걱정했다.그러나 이렇게 눈앞에서 차우미를 직접 본 순간, 진문숙은 모든 곡정이 사그라들었다. 차우미는 그야말로 그녀가 그리던 완벽한 며느리였다. 그래서 더 반가웠다.진문숙은 흥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누구보다 차우미를 반겼다.차우미가 모퉁이를 돌았다. 그녀의 시야로 많은 사람이 들어왔다.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었다. 옷차림과 용모에서 비슷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차우미는 단번에 그들이 온이샘의 가족이라는 걸 느꼈다.다만...차우미를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이 너무 강렬해 차우미는 몸 둘 바를 몰랐다.특히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중년 여성은 50대 좌우로 보였다. 관리가 잘 되어 있어 피부는 윤기가 흘렀다. 풍기는 분위기도 우아했다.특히 미소 짓는 얼굴이 매우 친절했다.이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얼굴이다.
차우미는 귀가 약간 빨갛게 달아오른 채 시선을 내리깔고 있었다.너무 대놓고 그녀를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민망해서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온이샘의 가슴이 살짝 떨렸다. 마음 한구석에서 기쁜 감정이 솟아올랐다. 그 환희는 어느새 그의 온몸에 가득 퍼졌다.차우미가 쑥스러워하는 게 분명했다.마치 고대하던 화분에서 꽃봉오리가 피어난 것처럼 온이샘은 기뻤다.너무 행복했다.진문숙은 고개를 숙인 채 부끄러워하는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마치 며느리가 시부모님 앞에서 쑥스러워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차우미가 마음에 쏙 들었다.진문숙은 아쉬운 눈길로 온이샘을 쳐다보았다. 그녀의 시야로 차우미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는 온이샘이 보였다.차우미와 온이샘은 어느 각도에서 보든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이샘아, 이분은 누구시니?"진문숙은 궁금하다는 말투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온이샘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진문숙을 바라보았다. 진문숙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애써 정신을 차렸다. "엄마, 여긴 차우미, 내 친구야."그는 다시 차우미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우미야, 여긴 우리 엄마."차우미는 진문숙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긴장감이 한결 풀렸다.그녀는 마음속으로 온이샘과 자기는 친구 사이라고 되새기며 천천히 안정을 되찾았다.차우미는 고개를 들고 침착하게 진문숙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그녀의 부드러운 미소는 상냥하고 정숙했다.진문숙은 얼른 차우미의 손을 잡았다. "반가워요. 전에 자기 친구가 병문안 올 거라고 이샘이한테 들었어요. 누군지 궁금했는데, 아가씨였네요."차우미의 손으로 진문숙의 따듯한 온기가 스며들었다. 진문숙은 친절하게 웃으며 그녀의 긴장감을 풀어주려는 것 같았다."괜히 저 때문에, 죄송해요.""어머, 죄송은 무슨? 우린 괜찮아요!" "가요, 이샘이 외할머니한테 가요. 이샘이랑 아가씨 보면 분명 기뻐할 거예요.""네."진문숙은 차우미를 데리고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가족
차우미는 진문숙의 심정이 이해되었다. 그녀의 할아버지도 병원에 입원하신 적 있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고 할아버지를 돌보다가 엄마도 병이 났었다.나이 든 가족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족의 심정이 어떤지 잘 알 것이다."사람은 살면서 관문이 한 번은 찾아와요. 외할머니께서 이 고비만 넘기시면 그 뒤로 건강하실 거예요."다른 사람들은 이런 상황에서 괜찮다는 말로 위로 할 것이다. 그러나 차우미는 그들과 다른 얘기를 했다. 눈물을 글썽이던 진문숙이 살짝 당황했다.진문숙이 고개를 끄덕이며 차우미의 손을 꼭 쥐었다. "그래요, 아가씨 말이 맞아요. 분명 무사하게 넘길 수 있는 관문이에요. 이것만 무사히 지나면 그 뒤로 아무 일도 없을 거예요.""엄마, 얼른 나으셔. 우리 이샘이가 친구까지 데리고 병문안 왔어. 엄마도 보이지? 아주 좋은 아가씨야.""그러니까 얼른 나아."진문숙은 침대에 누워 있는 노인에게 희망차게 말했다.차우미는 머리가 하얗게 센 노인을 바라보았다. 얼굴이 창백하고 초췌했지만 분명 자상한 어르신일 것 같았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얼른 쾌차하길 빌었다.온이샘은 차우미의 곁에 서서 침대에 누워있는 할머니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할머니, 얼른 나으세요. 건강해지면 또 우미랑 보러 올게요. 다음번에는 친구가 아니라 여자친구라고 소개할게요.'온이샘은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중환자실에 장시간 머물 수 없었던 그들은 방해가 될까 봐 이내 밖으로 나왔다.진문숙이 차우미를 바라보며 말했다. "점심인데, 우리 같이 나가서 식사라도 할까요? 밥 먹고 푹 쉬는 게 어때요?""이샘이한테 들었어요. 어제 늦게 왔다면서요, 제대로 쉬지 못했을 텐데, 집에 게스트룸 있어요. 미리 청소해놨어요.""이제부터는 영소시에서 아가씨는 여기를 자기 집처럼 여기면 돼요." 차우미는 진문숙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진문숙이 말을 마치자, 차우미가 온화하게 말했다."아니에요, 친구가 아직 병실에 있어 돌봐야 해요."진문숙이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친
차우미의 시선이 진문숙에게 향했다. 차우미가 환하게 미소 지었다. "좋아요."온이샘은 가족들에게 차우미가 이혼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진문숙의 시댁이 청주라는 말에 차우미의 시선이 살짝 흔들렸다. 온이샘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얼른 끼어들었다. "우리 먼저 내려갈게."진문숙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결국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그래, 조심해서 가."차우미는 진문숙에게 미소를 지은 뒤 몸을 돌려 온이샘을 따라갔다.진문숙은 자리에 서서 사라지는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마음이 좋지 않았다.아들과 며느리를 돌려보내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마냥 좋지 않았다.차우미와 온이샘은 엘리베이터를 탔다. 온이샘은 차우미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까 우리 엄마가 한 말... 그러니까 청주에 가면 같이 만나자고 한 말, 신경 쓰지 마. 그냥... 청주가 익숙하고 편해서 그런 거야, 다른 뜻 없어."차우미는 이혼하자마자 청주를 떠났다. 그녀는 마음에 상처를 입었다. 온이샘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그녀 앞에서 청주에 관한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또다시 그녀의 마음속 상처를 헤집어 놓을까 봐 두려웠기 때문에 말을 아꼈다.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진문숙은 청주를 언급했고 차우미는 많이 당황했다. 온이샘은 본의 아니게 차우미가 상처를 입었을까 봐 걱정되었다.그는 무서웠다.차우미가 온이샘을 멀리할까 봐 두려웠다.온이샘은 지금 누구보다 긴장했다.차우미는 온이샘이 자기 가족에게 그녀의 이혼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을 눈치챘다. 그래서 당황한 것이다. 진문숙이 청주를 언급해서 당황한 것이 아니다.사실 청주는 그녀에게 어떤 곳도 아니었다.이미 지나간 일이고, 그래서 지나가게 둔 것이다. 그녀는 어떤 상처도 받지 않았다.그러나 진문숙이 방금 꺼낸 말 때문에 그녀는 다시 한번 자신과 온이샘의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솔직히 말해서, 그녀의 재혼 상대는 자신처럼 이혼한 사람이거나, 아이까지 있는 사람이어야 할
온이샘이 조심스럽게 그녀의 눈치를 살폈다.차우미는 마냥 따듯하고 부드럽던 온이샘이 이렇게 복잡한 표정을 짓는 것을 처음 본다. 그녀의 말 한마디에 온이샘의 기분이 좌지우지될 것 같았다.온이샘의 마음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차우미는 미소를 지으며 온이샘에게 고개를 저어 보였다. "선배, 나 괜찮아.""이모 참 좋은 분 같아."온이샘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따듯하고, 친절했다. 털털하고 위화감도 보이지 않았다.나상준의 어머니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다.나상준의 어머니는 항상 그녀와 척을 졌다. 그녀를 가족이 아닌 외부인으로 대했고 선을 명확하게 그었다. 그러나 온이샘의 어머니는 처음 보는 그녀에게 따듯하게 웃으며 손잡고 가족들에게 소개했다. 그녀를 편안하게 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게 보였다.그녀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차우미는 느낄 수 있었다.온이샘의 어머니가 자기를 얼마나 존중하고 신경 쓰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온이샘은 차우미의 말에 살짝 놀랐다.차우미는 진심이었다. 그녀의 눈에는 어떤 아픔도, 괴로움도 보이지 않았다.원한의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정말 힘들어하는 것 같지 않았다.차우미의 미소에 온이샘도 안심되었다. 바짝 굳었던 온이샘의 얼굴이 서서히 풀렸다. "다행이야.""엄마 때문에 네가 놀랐을까 봐 걱정했어.""다른 사람보다 유난히 성격이 밝고 쾌활하시거든."차우미가 그를 따라 미소 지었다. "얼마나 좋아.""이모가 날 스스럼없이 대해서 나도 좋아. 나 놀라지 않았으니까 선배도 신경 쓰지 마."차우미는 온이샘이 혹시나 믿지 못했을까 봐 진심으로 웃었다."네가 이렇게 말하니까 나도 쓸데없는 걱정 안 할게."두 사람은 곧 여가현의 병실로 향했다.한편, 병실.여가현은 생각보다 일찍 깨어났다. 그녀는 침대 머리에 기대 키보드를 두드리며 업무를 하고 있었다.평소 업무량이 방대했던 그녀는 어제 갑작스러운 사고로 일이 지연되었다. 지금부터라도 처리해야 했다.그래서 잠에서 깨자마자, 간병인에게 노트북을 가져다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