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봄날 / 제302화

Share

제302화

Author: 유리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02-29 21:48:48
진문숙은 엘리베이터 밖에 서서 문이 닫힐 때까지 지켜보았다.

바보 같이 닫힌 엘리베이터 문을 바라보며 웃었다. 기쁜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분명 이샘이한테 외할머니 입원 소식을 듣고 따라온 거야.'

자기 아들은 혼자 짝사랑 중이라고 했지만 어쩌면 그녀도 자기 아들과 마음이 같을 수 있다고 여겼다.

그게 아니면 한밤중에 이렇게 달려올 리 없었다.

진문숙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서둘러 집에 있는 유모에게 연락해 게스트룸을 청소하게 했다.

자기 아들이 좋아하는 아가씨가 집에 오니 절대 소홀해서는 안 된다.

2시 50분, 영소 공항.

회성에서 출발한 비행기 한 대가 영소 공항에 착륙했다.

곤히 잠들었던 승객들이 깨어났다.

차우미도 눈을 살짝 붙였다. 마음이 놓이지 않아 편하게 잠들 수 없었지만 그래도 자지 않는 것보다 낫다.

눈을 비비며 자리에서 담요를 개어 승무원에게 다시 돌려준 차우미는 가방을 들고 휴대폰을 열었다.

벌써 3시가 다 되었다.

창밖을 바라보니 칠흑같이 어두웠다. 짙은 먹물을 끼얹은 것처럼 새카맸다.

줄지어 비행기에서 내린 차우미는 곧바로 강서흔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그때, 그녀에게 문자가 왔다.

발신자는 온이샘이었다, 차우미는 살짝 놀랐다.

그녀의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선배 아직도 안 자는 건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온이샘이 연락할 줄 몰랐던 차우미는 얼른 문자를 확인했다.

[우미야, 나 10분 뒤에 공항에 도착할 거야. 공항 입구에서 나 기다려.]

발걸음을 멈춘 차우미는 멍하니 휴대폰을 들여다보았다.

10분 뒤에 도착한다는 말에 차우미는 온이샘이 어떻게 그녀가 여기 온 것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었다.

[선배 언제 영소시에 온 거야?]

몇 초간 굳은 차우미는 온이샘에게 답장했다.

한편, 온이샘을 태운 택시는 공항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온이샘은 창 밖으로 스쳐 지나는 건물을 바라보며 초조하게 휴대폰을 확인했다.

이쯤이면 차우미도 도착했을 것이다. 그래서 다급히 그녀에게 문자했다.

지잉-

그의 휴대폰이 가볍게 진동했다. 온이샘이 초조한 마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봄날   제303화

    차우미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뇌졸중?""그래."차우미의 휴대폰에 힘이 들어갔다. 그녀의 얼굴이 사뭇 진지하게 변했다. "그... 그래서 지금 어떤 상황이야?"차우미는 온이샘이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겼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미처 그의 외할머니가 쓰러져서 왔을 줄 몰랐다. 게다가 뇌졸중일지는 더욱 몰랐다.그녀가 아는 바로는 이 병은 아주 위험했다.온이샘은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묻는 그녀의 목소리에서 그녀가 얼마나 걱정하고 근심하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병원 가서 확인했는데 이미 무사하게 수술받으셨고 지금은 상태 안정되셨어. 걱정하지 마."평온한 목소리로 답하는 온이샘에, 차우미도 마음을 내려놓았다.물론 그녀와 상관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긴장되었다.온이샘의 외할머니이기에."정말 다행이야."차우미가 미간을 풀며 계속해서 발걸음을 움직였다.온이샘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가현이도 너무 걱정하지 마. 강서흔한테 연락하니까 가현이도 지금 병실에 입원했다고 하더라. 링거 맞고 있대, 상황도 좋아졌고.""응, 일단 가현이부터 만나려고.""같이 가야지."차우미는 그제야 온이샘의 외할머니와 여가현이 같은 병원이라는 걸 다시 떠올렸다.'나도 선배 외할머니한테 인사드려야 하나?'몰랐으면 그냥 지나쳤을 테지만, 이미 알아버린 지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온이샘은 그녀의 부모님을 자주 찾아뵈었다. 매번 예의 바르게 그들을 챙겼다. 그의 외할머니가 입원했으니 그녀도 인사하는 게 인지 사정이다."우선 가현이부터 살펴보고 그 뒤에 선배 외할머니한테 인사드릴 거야."자연스럽게 그의 외할머니한테도 인사드리겠다는 차우미의 제안에 온이샘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사실 온이샘도 기대했다. 그녀가 인사 하러 와주길. 가족들에게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고 싶었다.어디까지나 그의 바람이었다. 차우미가 인사 하러 오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차우미는 그의 예상을 깼다.

    Last Updated : 2024-02-29
  • 봄날   제304화

    택시가 순환도로를 지나 공항에 다다랐다. 공항 입구가 온이샘의 시야로 들어왔다.입구 왼쪽에 얇은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여자가 서 있었다. 긴 머리를 어깨 뒤로 말끔하게 묶은 차우미다.새벽 3시, 모두가 잠든 시각은 아주 고요했다. 가로등이 고요하게 물들었고 하늘이 검게 물들었다. 고요한 숨결 속에서 모든 것이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하얀 가방을 들고 있었다. 다른 손에는 휴대폰을 쥐고 있었다. 추운지 팔을 문지르고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그려졌다.온이샘은 차우미의 미소에, 가로등에 비친 그녀의 모습에 심장이 빠르게 뛰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의 일희일비에, 그녀의 행동에 온이샘의 기분이 좌지우지되었다. 택시가 차우미의 앞에 멈춰 섰고 차우미가 시선을 택시로 옮겼다.차 문이 열리자 온이샘이 내렸다.차우미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선배."온이샘은 그녀를 바라보며 눈웃음을 부드럽게 지었다. "춥지? 얼른 타."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응."춥긴 했으나 참을만했다.차우미가 차에 올라타자, 온이샘도 뒤따라 올랐다. 곧 택시가 다시 출발했다.한편, 공항 게이트 오른쪽에 남자의 그림자가 비쳤다. 남자는 고개를 숙인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택시가 떠나자마자 남자는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택시 번호판 397이니까 따라붙어.""예."곧 검정 차 한 대가 택시의 뒤를 따라붙었다.택시 안.온이샘이 어디론가 전화 걸었다. "유모, 집에 내가 뒀던 옷들 있지?""예, 있어요.""외투 한 벌만 병원으로 갖다 줘. 저녁이라 그런지 춥네.""네, 지금 갖다 드리겠습니다.""수고해줘.""아닙니다, 다른 건 필요하지 않으세요?"온이샘이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엄마한테 필요한 거 없는지 물어보고 같이 갖다 줘.""네, 그럴게요.""응."통화가 끝났고 온이샘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차우미는 고개를 숙여 강서흔과 문자 중이다. 그에게

    Last Updated : 2024-02-29
  • 봄날   제305화

    차우미는 온이샘의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차우미가 고개를 저었다. "지금은 안 추워."창문을 열지 않아 차 안이 따듯했다.온이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네.""영소시의 밤은 추워. 초여름이라 밤에 좀 더 쌀쌀해."차우미가 말했다. "그런 것 같아. 내가 너무 급하게 나와 여기 날씨를 고려 못 했어."여가현이 신경 쓰여 다른 것을 돌보지 못했다.온이샘은 그녀의 목소리가 안정된 것을 느꼈다. "너무 걱정하지 마. 가현이 괜찮을 거야.""응."강서흔이 전화를 걸어왔다.차우미가 얼른 전화를 받았다. "강서흔.""온이샘이랑 같이 있어?""응.""전화 바꿔줘, 할 얘기 있어.""응."차우미가 온이샘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선배, 강서흔이 바꿔 달래."온이샘이 고개를 끄덕이며 건네받았다. "응.""나 지금 공항으로 출발했어. 두 시간 뒤에 폰 꺼질 거야. 열 몇 시간 걸려야 국내에 도착할 수 있어. 가현이 부탁 좀 할게."온이샘이 답했다. "그래, 걱정하지 마.""물론, 너도 이번 기회에 표현 좀 잘해. 나랑 가현이 이용해서 점수 좀 따라고."강서흔은 농담이 아니었다. 온이샘이 어쩔 수 없이 웃었다."알겠으니까 할 일 해. 내가 알아서 할게.""흠흠, 형제여, 힘 좀 내! 올해 결혼해야지!"온이샘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강서흔은 요즘 결혼에 관한 얘기밖에 하지 않았다."응, 노력할게."온이샘이 전화를 끊은 뒤,휴대폰을 차우미에게 돌려주었다.휴대폰을 건네받은 그녀가 다시 가방에 넣었다. "가현이 많이 좋아졌대?"강서흔은 해외에 있었지만, 인맥이 넓어 여가현의 상태를 가장 잘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강서흔에 대한 신뢰도가 매우 높았다.온이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잠들었대, 간병인이 지키고 있어.""가현이 본 뒤 돌아가서 잠깐 눈 좀 붙이고 내일 아침 다시 오는 게 어때?"온이샘은 그녀에게 여가현의 상황에 대해 알려줬다.그녀가 어떤 선택을 하든 그는 존중할 것이다.차우미가 고민하더니 말했다.

    Last Updated : 2024-02-29
  • 봄날   제306화

    차우미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 얼마 뒤, 병실 문이 열렸고 중년의 여성이 차우미를 바라보고 있었다.차우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하세요, 전..."그녀가 입을 열자마자, 중년 여성이 선수 쳤다. "차우미 씨와 온이샘 씨 맞죠?"여자는 강서흔에게 일찌감치 두 사람이 올 거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여자가 말했다. "들어오세요. 강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어요. 이따가 두 분이 올 거라고.""아, 네. 그만 들어가셔서 쉬세요. 여긴 제가 있을게요.""괜찮습니다. 전 밖에서 지키고 있을게요. 강 선생님께서 반드시 환자분 잘 지켜야 한다고 당부하셨거든요."차우미가 미소를 지었다.강서흔의 마음을 그녀도 알고 있다.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그녀는 여가현이 깰까 봐 어쩔 수 없었다.중년 여성이 조용히 문을 닫으며 나갔다. 차우미가 여가현의 옆으로 다가갔다.침대 탁자 위에 놓은 등이 여가현의 얼굴을 또렷이 비추었다. 얼굴이 많이 야위었다.특히 안색이 창백했다.그간 고생이 많았던 것 같다.차우미가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만지며 그녀의 체온을 알아보려 했으나 뜻밖에도 그녀의 손이 여가현의 이마에 닿자마자 여가현이 잠에서 깼다."우미야..."침대 옆에 서서 자기를 다정하게 쳐다보는 차우미의 모습에 여가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혼자 출장 중, 갑자기 몸이 아팠지만, 그녀의 곁에는 가족도 친구도 없었다.이런 상황에서 멀리 있던 친구가 자기를 보러 오면 누구라도 감동할 것이다.여가현도 더욱 감동했다.그녀는 차우미에게 손을 뻗었다. 안아달라는 뜻이다.차우미도 그녀의 서러움을 알고 있었기에 허리를 굽혀 부드럽게 껴안았다. "괜찮아, 아무 일 없을 거야."여가현은 아주 강인했다. 평소에 성격이 쾌활했고 눈물이 적었다. 그런데 이렇게 차우미의 품에 안기자, 그간 참았던 설움이 몰려와 눈물을 터지게 했다.차우미는 멍하게 여가현의 등을 토닥였다. "괜찮아, 나 여기 있어."차우미는

    Last Updated : 2024-02-29
  • 봄날   제307화

    차우미가 눈썹을 살짝 움직였다. "응."차우미는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그녀의 눈꺼풀이 많이 처져 있었다.휴식이 필요했다.온이샘이 병실을 나가기 전 한마디 했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줘. 귀찮지 않으니까 언제든지 전화해. 영소시는 우리 엄마 고향이야."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야."온이샘의 말뜻을 차우미가 모를 리 없었다.그의 엄마 고향이라는 건, 그의 고향이라는 거다. 이곳에 온 이상, 자기가 할 수 있는 건 전부 돕겠다는 뜻이다.온이샘이 그녀에게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를 떴다. 병실 문이 조심스레 닫혔다.차우미는 눈물 자국으로 얼룩진 여가현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이 짠했다.여가현은 강서흔을 좋아했다. 그러나 강서흔의 집안은 여가현을 허락하지 않았다. 오만하고 주관이 강한 여가현과 강서흔이 만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두 사람의 감정에 가족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수많은 트러블이 생기기 시작했다. 강서흔은 그녀에게 나중에 그녀와 가족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기에 예의를 갖추고 참아달라고 했다.여가현도 처음엔 참고 견디면 끝날 줄 알았다.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참아도 강서흔의 가족들에게 존중을 받을 수 없었고, 오히려 감정의 고리만 깊어져 두 사람의 감정도 서서히 균열이 생겼다.다른 가치관과 잦은 다툼으로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기로 했다.여가현은 자기의 힘으로 능력으로 얼마든지 잘 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그녀가 강서흔에게 어울리는 여자라는 것을. 하지만 그럴수록 여가현의 삶은 매우 고되고 힘들게 변했다. 항상 밤샘 작업을 하고, 24시간 내내 일하거나, 잠도 자지 않는 일이 다 반수였다.휴식 시간이 없으니, 자기 시간도 없었고 워커 홀릭이 되어 자기를 증명하는 것에만 몰두했다.여가현은 매우 고되고 피곤했을 거다.이번에 갑자기 이렇게 아픈 것도 그녀가 처음 아픈 것이다. 그녀의 체력이, 마음이 한계에 달한 것이다.그래서 차

    Last Updated : 2024-02-29
  • 봄날   제308화

    차 안에 있던 사람은 온이샘이 병원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네, 알겠습니다."회성, 명경빌라.서재.양훈이 휴대폰을 손에 쥐고 어두운 눈빛으로 있었다.그는 오랫동안 휴대폰을 바라보더니 문자를 보냈다....온이샘은 쇼핑백을 들고 여가현의 병실로 향했다. 노크하지 않고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갔다.병실 안에는 조명이 커져 있었다. 침대 가장자리에 엎드려 잠든 차우미가 그의 시선으로 들어왔다.곤히 잠든 차우미는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부드러운 눈빛으로 차우미를 바라본 뒤 조용히 문을 닫고 안으로 병신 안에 들어가 침대 앞에 멈췄다. 쇼핑백에서 옷을 꺼내 그녀에게 덮어주려 했다. 그러나 그가 옷을 집자마자 미세한 움직임 소리가 들렸고 그가 행동을 멈추었다.차우미는 잠에서 깨지 않고 깊이 잠들었다.다시 시선을 돌린 온이샘이 가방을 들고 몸을 돌려 나갔다.조심스레 나가서 쇼핑백을 가방에 넣고 옷을 꺼낸 뒤 다시 병실로 들어갔다.고요한 병실 안에 어떤 소리도 나지 않았다. 발걸음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온이샘은 차우미의 등 뒤로 가 옷을 조심스레 그녀에게 덮어 주었다.진문숙이 유모에게 말했던 그녀의 코트다. 비록 출가한 딸이지만 친정집에 가끔 오는 탓에 친정집에는 여전히 진문숙의 옷이 있었다.다만 새 옷이 아닌 그녀가 입었던 옷이다.이 시간에 새 옷을 살 수 없었기에 우선 진문숙의 옷을 가져온 것이다. 낮이었다면 진문숙은 진작에 그녀의 새 옷을 사러 갔을 거다.온이샘은 차우미에게 옷을 덮어주며 안색을 살폈다.옷이 차우미에게 완전히 덮어질 때까지 차우미는 전혀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속눈썹은 미세한 떨림도 없었다.항상 제시간에 잠든 탓에 이번 일정은 분명 피곤했을 거다.그녀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를 보니 푸르스름했다. 그는 마음이 아팠다. 가능하다면 그녀를 도와 모든 일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그녀 대신 걱정하고 그녀 대신 피로를 감행하고 싶었다. 차우미는 그냥 행복하기를 바랐다

    Last Updated : 2024-02-29
  • 봄날   제309화

    온이샘이 차우미를 데리러 나갔을 무렵, 진문숙도 병원은 자기가 지키겠다고 했다.온이샘의 혼인 대사를 진문숙이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온이샘의 감정에 물꼬가 트인 지금 진문숙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진문숙과 진문남, 셋째 아들 그리고 그녀의 두 조카까지 중환자실 앞을 지키고 있었다.온이샘이 탄 엘리베이터가 16층에 멈춰 섰다.사람들은 의자에 기대 담요를 덮고 자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소리에 그들도 눈을 떴다.진문숙은 온이샘이 데리러 간 아가씨가 걱정되어 선잠이 들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소리에 바로 반응했다.유모에게 온이샘이 병원에 왔다는 말에 진문숙도 그가 곧 돌아올 거라는 것을 감지했다.병원에 진작 도착한 온이샘이 돌아오지 않아 이상했다.그래서 유모에게 자세히 물었고, 유모는 온이샘이 친구에게 옷을 전달해야 한다며 가져갔다고만 했다.진문숙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그녀는 담요를 옆에 두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다.몇 걸음 옮기자마자 온이샘이 쇼핑백을 들고 돌아왔다.진문숙은 살짝 놀랐다.온이샘의 등 뒤에는 누구도 없었다. 뭐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묻지 못했다.온이샘은 진문숙의 얼굴을 보고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차렸다.온이샘이 어쩔 수 없이 웃었다."이샘아, 아가씨는?"진문숙이 다급히 온이샘의 손을 낚아채고 물었다. 그러면서 차우미를 찾았다.혹시나 자기 눈이 침침해서 보지 못한 것일까 봐 걱정했다.온이샘이 진문숙을 진정시켰다. "잠들었어.""잠들었다니?""어디서? 집으로 간 거야?""내가 유모한테 게스트룸 청소하라고 했어. 그 아가씨 데리고 집으로 간 거야?"진문숙은 온이샘이 데리고 온 여자가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라 참으로 다행이었다.온이샘은 진문숙의 말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사람 친구가 이 병원에 입원했거든. 친구 보러 왔고 지금은 병실 지키고 있어."진문숙은 어떻게 반응할지 몰랐다.분명 여자친구라고 여겼다. 그러나 자기 아들은 여자친구가 아니라고 했다.

    Last Updated : 2024-02-29
  • 봄날   제310화

    "엄마한테 친구 상태 대해 말해봐. 큰아빠한테 말해서 병원에서 좀 더 주의 기울이게 할게."온이샘은 한껏 즐거워하는 진문숙의 말이 끝나길 기다렸다. "아니야, 그녀 친구랑 강서흔 아는 사이야.""강서흔이 다 준비했어.""아..."진문숙이 얼떨결 한 얼굴로 물었다. "병문안하러 온 친구는 여자지?"온이샘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진문숙이 미소를 지었다. "알겠어. 일단 넌... 넌 들어가서 얼른 쉬어. 여긴 엄마가 준비할게."진문숙은 매우 흥분된 상태다. 그녀는 어떻게 차우미를 이곳에 정착시켜 며느리로 들일지에 대해 고민했다. 예비 며느리가 영소시를 마음에 들어 하길 바랐다.온이샘은 진문숙의 이런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 "엄마 돌아가서 쉬어. 여긴 내가 있을게."진문숙이 발끈했다. "어떻게 그래? 멀리서 온 네가 쉬어야지. 얼른 돌아가. 내일 아가씨랑 병문안 온다며. 깔끔하게 차려입고 와, 알겠지?"진문숙은 온이샘의 등을 다시 떠밀었다.온이샘이 얼른 그녀의 손을 잡았다. "엄마, 여기 있다가 틈틈이 보러 가려고 그래."진문숙의 발걸음이 멈췄다. "어?"온이샘이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영소시 처음이야. 게다가 급하게 와서 챙겨 온 것도 없고. 내가 대신 준비해야지.""그리고 여기 아는 사람이라곤 나밖에 없어."진문숙은 자기가 대신 준비하겠다고 말하려다가 아들의 진지한 눈매에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그... 그럼 네가 그 아가씨 곁에 가. 엄마가 여기서 외할머니 지키고 있을게.""엄마 먼저 들어가서 쉬어. 내일 다시 얘기하자.""내 말 들어."아들의 진지한 말에 진문숙은 말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온이샘은 누구보다 단호했다. 진문숙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게. 엄마가 돌아갈게."그녀는 집에 돌아가 잠시 눈을 붙이기로 했다. 좋은 컨디션으로 며느리가 될지도 모르는 여자를 만나는 게 좋을 것 같았다.진문숙은 진문남에게 간단히 상황을 설명하고 병원을 나섰다.온이샘은 진문남의 옆에 앉았다.진문남 역시 오랫동안

    Last Updated : 2024-02-29

Latest chapter

  • 봄날   제948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 봄날   제947화

    “알았어요.”가정부는 거실의 유선 전화를 끊고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며 기다리고 있던 주혜민에게 다가가서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주 사장님, 사모님은 다른 일이 있어서 오늘 밤에 돌아올 수 없다고 해요.”주혜민은 눈 밑이 살짝 어두워졌지만, 여전히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알았어요. 많이 바쁘시군요. 오늘은 제가 사전에 약속하지 않고 왔으니 방법이 없죠. 다음에는 사전에 약속을 잡고 다시 올게요.”말하면서 주혜민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저는 이만 갈게요.”가정부가 고개를 끄덕였다.주혜민은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가방을 들고 가정부에게 미소를 지으며 거실을 나와 차에 타고 시동을 걸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별정을 빠져나가 가정부의 시야에서 사라졌다.가정부는 계단에 서 있다가 차가 보이지 않자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다시 거실에 있는 유선 전화기로 가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문지영의 담담한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리자, 가정부가 말했다.“사모님, 주 사장은 갔어요.”“알았어. 다음에 또 오면 나한테 전화할 필요 없이 그냥 내가 없다고 해.”“네, 알겠습니다.”문지영은 전화를 끊었다.옆에 있던 서혜란은 문지영이 휴대폰을 내려놓는 것을 보고 호기심에 물었다.“왜? 누구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은 거야?”서혜란은 최근에 늘 문지영과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가끔은 그럼 전시회로 가고 또 가끔은 연극, 뮤지컬을 보고 또 SPA 하러도 다녔다.그야말로 엄청나게 가깝게 지냈다.오늘 문지영과 서혜란은 어느 브랜드사의 요청을 받고 자선 만찬에 참석했는데 오늘 밤 경매의 수익금은 모두 어려운 지역의 아이들 교육을 위해 기부될 거라고 한다.기부에 참여하기 위해 문지영과 서혜란은 각각 물품 두 개씩 샀다.이제 경매가 끝나 두 사람은 연회장의 소파에 앉아서 디저트를 먹고 차를 마시며 수다를 떨고 있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이 전화 받을 때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는 문지영이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누구인지 궁

  • 봄날   제946화

    나예은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두 눈도 깜빡거렸다.“말하지 말라고? 왜? 그런데 예은이는 분명 큰아빠가 큰엄마를 무릎에 앉힌 걸 봤어. 그리고 큰엄마는 부끄러워하는 것 같았어.”나예은은 손으로 흉내까지 내면서 서혜지에게 그때 상황을 재연하려고 했다.“...”서혜지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나예은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바라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서혜지는 자기의 교육에 문제가 있어서 나예은이 부끄러워하는 것도 아나 싶었다.나예은은 서혜지가 자기를 믿지 않으니 매우 진지하고 열심히 그때의 상황을 설명했는데 심지어 나상준이 차우미를 보며 했던 행동과 말까지 모두 표현했다.서혜지는 나예은의 다채로운 연기를 듣고 지켜보며 그때의 상황을 재현하는 모습에 마음속으로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다.서혜지는 분명 자신의 교육에 문제가 있어서 나예은이 어린 나이에 알면 안 되는 것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반성했다.하지만 나예은이 이틀 동안 나상준과 차우미가 어떻게 지냈는지를 듣고는 100% 나상준이 차우미에 대한 마음이 진지하다고 확신했다.그렇다, 지금 나상준은 자신의 사업을 대하듯 진지했는데 심지어 조금 무서울 정도였다.그녀는 나상준이 무언가 가지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주 확실하고 신속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지금 그의 행동이 또 그것을 증명해 주었다.나상준은 차우미를 원하고 있고 차우미는 절대로 나상준의 공세를 거절할 수 없을 것이다.이제 남은 건 시간뿐이다.서혜지는 갑자기 머릿속으로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나예은의 눈을 보고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예은아, 오늘 엄마한테 한 말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 그리고 큰아빠와 큰엄마 함께 놀았다는 것도 절대 말하면 안 돼. 이건 예은이와 엄마, 아빠, 그리고 큰아빠, 큰엄마와의 비밀이야. 알겠지?”“왜? 왜 그래야 하는데?”나예은은 왜 말하면 안 된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고개를 갸우뚱하고 물었다.“왜냐하면...”서혜지는 잠시 생각하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

  • 봄날   제945화

    비행기는 정확하게 6시 5분에 출발했다.휴대폰을 끄기 전에 차우미는 하선주에게 비행기가 곧 이륙할 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비행기가 이륙해서 하늘에 높이 솟아오르자, 밤을 맞은 청주시는 아주 작게 변했고 차우미는 눈을 감았다.한잠을 자고 나면 집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나상준은 옆에 앉아서 창문 쪽에 기대어 눈을 감고 고요히 잠이 든 차우미를 보다가 시선을 거두고 본인도 눈을 감았다.불이 서서히 꺼지면서 비행기 내에도 밤을 맞이했다....유엔 빌리지.청주시는 밤을 맞이하여 불빛들이 밝아졌다.서혜지와 나예은은 저녁 식사 후 산책하러 나갔다.나준우가 오늘은 너무 바빠서 저녁식사를 함께 못해서 서혜지는 송 할머니더러 나준우에게 가져다주라고 했다.워낙 서혜지가 직접 가려고 했는데 오늘은 나예은과 놀고 싶고 또 나상준과 차우미의 상황을 알아볼 생각이었다.때문에 예전처럼 나예은과 같이 직접 나준우에게 저녁밥을 가져가지 않고 집에서 나예은과 둘이 식사를 마치고 산책하러 나왔다.서혜지가 나예은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예은아, 지난 주말에 큰아빠, 큰엄마와 같이 놀 때 큰아빠가 무슨 말을 하지 않았어?”사실 진작에 물어보고 싶었지만, 어젯밤에 나예은을 데리러 갔을 때 이미 곤히 자고 있어서 하지 못했다.그리고 오늘은 일찍 일어나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가야 해서 그럴 시간이 없었서 하교하고 물어보려고 했는데 또 나상준과 차우미와 전화를 한 내용에 대해서 먼저 물어보느라 이제야 주말에 있었던 일을 물어보게 되었다.나예은은 나상준이 나중에 또 같이 놀아준다는 얘기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퐁퐁 뛰면서 노래도 부르고 나비처럼 춤도 췄다.서혜지의 질문을 듣고 나예은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큰 목소리로 말했다.“있어. 큰아빠는 예은이와 엄청나게 많은 말을 했어.”서혜지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엄청나게 많은 말을 했다고? 예은아, 큰아빠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 아니야.”나상준은 나씨 가문 사람 중에서 이혜정보다도 말이 더 없었다

  • 봄날   제944화

    차우미가 원하지 않는다는 건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냥 모르는 체하고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차우미는 어찌 됐든 나상준과 이혼한 이후 서로의 생각이 다른 것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부분은 그녀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다.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차우미가 뭐라고 할 수는 없다.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고 했으니, 그때도 아마 바쁠 거라고 생각하면서 차우미는 편안하게 생각하기로 했다.차우미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탑승 시간인 것을 보고 잠시 휴식하면서 업무에 대해 생각하기로 했다.휴식 구는 점차 조용해지더니 나중에는 적막이 퍼졌다.나상준은 휴대폰을 들고 창밖을 바라보는 차우미를 보았는데 무언가 진지하게 생각하는 눈빛이었다.‘무슨 생각하는 거지?’그런 그녀의 모습은 회성 회의실에서 일할 때와 같았다.나상준은 차우미를 바라보다고 다시 휴대폰으로 안평의 관광 명소들을 검색했다.그는 자기와 멀어지려고 하는 차우미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시간은 어느덧 5시가 되어 나상준과 차우미는 비행기에 탑승했다.좌석에 앉아서 안전벨트를 하더니 차우미는 휴대폰을 꺼내 온이샘에게 탑승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곧바로 온이샘이 답장을 보냈다.[알았어. 나도 지금 탑승하고 있어.]퍼스트 클래스는 이코노미석보다 조금 더 일찍 탑승한 것이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메시지를 확인하고 다시 시간을 보더니 이어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보았다.하늘은 이미 어두워졌는데 청주는 안평보다 더 일찍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이제야 차우미의 마음은 조금 편안해졌다.청주에 있는 며칠 동안은 몇 년인 것처럼 오래 느껴져서 빨리 돌아가고 싶었는데 이제 비행기에 탑승하고 나니 정말로 집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고향에 돌아가서 다시는 여기로 오지 않고 평범한 생활을 하고 싶었다. 그녀는 몸의 긴장을 풀고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고 얼굴에는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그런데 갑자기 무슨 물건이 그녀의 몸 위에 떨어져서 놀라며 내려다

  • 봄날   제943화

    “예은이가 안평에 가본 적이 없어서 여름 방학이 되면 안평으로 놀러 갈 생각이야. 그런데 안평은 나도 잘 몰라.”나상준이 나예은과 같이 놀자고 한 것은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이고 자신과 상관이 없다는 생각에 차우미는 나예은의 말에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어찌 됐든 조금 전에 그녀는 약속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나상준의 말에 차우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벌렸다.나상준은 안평 사람이 아닌 청주 사람이고 또 일 때문에 여기저기 다니기에 안평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은 알고 있다. 그는 청주 이외의 다른 도시에서 오래 있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나예은과 같이 놀려면 어느 도시든 모두 가능한데 왜 하필 안평으로 가려고 하고 또 차우미까지 함께 하자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사실 차우미는 그들과 놀지 않고 일을 하고 싶었다.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차우미는 워낙 회성에서 일을 끝내고 또 나예은과의 약속을 이행한 다음에는 나상준과 더 이상 엮이는 일이 없을 줄 알았다.그런데 지금은 또 이렇게 같이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만나러 가고 있고 그것도 부족해서 나예은과 같이 놀자고 한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왕래를 하지 않는 것이 언제면 가능할지 막막했다.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찡그렸다.나상준은 그녀의 표정 변화를 똑똑히 지켜보다가 말했다.“지금부터 서두를 거 없으니,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그가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고 여유를 주자, 차우미의 표정이 약간 풀렸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우미를 보고 있던 시선도 거두고는 휴대폰으로 일을 하려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그의 행동을 바라보다가 말했다.“아직 예은이의 여름 방학까지 한 달 정도 남았다고는 하지만 나 이번에 회성에서의 일이 금방 끝났고 또 휴가까지 썼기에 앞으로는 매우 바쁠 거여서 그때는 시간이 안 돼. 정말로 예은이와 같이 안평으로 가게 되면 내가 전문 투어 가이드를 소개해 줄 거니까 예은이와 같이 놀러 다녀.”비록 나상준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차우미는 아예 지금 미

  • 봄날   제942화

    차우미는 라운지 안으로 들어가면서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나상준이 통화하는 것을 보고 시선을 거두고 원래 앉았던 1인 소파에 앉았다.나상준은 시종일관 차분한 차우미의 표정을 보다가 별다른 생각없이 말했다.“그래, 큰아빠 시간이 될 때 전화할게.”“네, 알겠어요. 큰아빠 전화 기다릴게요.”나예은은 나상준과 차우미와 함께 놀 수만 있다면 충분히 기다릴 수 있었기에 나상준의 말을 듣고 엄청나게 기뻐했다.차우미는 나상준이 누구와 통화하는지 몰랐지만 업무상의 일이라고 생각할 뿐 나예은이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그러다가 나상준의 입에서 큰아빠라는 세 글자를 듣는 순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봤다.나상준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큰엄마도 같이 있는데 얘기할래?”나예은은 커다란 두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큰엄마와 같이 계세요?”사실 예전에 나예은은 나상준이 아닌 차우미에게만 계속 전화했었다. 그런데 이틀 동안 같이 지낸 보람으로 처음 차우미가 아닌 나상준에게 전화한 것이다.때마침 나상준이 차우미와 함께 있다고 하니 나예은 순식간에 행복과 기쁨이 가득했다.서혜지가 나예은의 옆에 있다가 그 말을 듣고 예상치 못한 일에 눈썹을 치켜올렸다.‘두 사람이 같이 있다고?’나상준은 휴대폰에서 들려오는 격동의 앳된 목소리를 듣고 차우미의 의아한 눈빛을 보며 말했다.“응, 같이 있어. 전화 바꿔줄게.”“네.”나상준이 휴대폰을 차우미에게 건넸는데, 그녀가 아직 놀라 있을 때 휴대폰이 눈앞에 왔다.차우미는 잠깐 망설이다가 휴대폰을 받아서 귀에 가져다 댔다.휴대폰은 나상준의 체온이 담겨 있는 듯 따뜻했다.“예은아.”“큰엄마, 깜짝 놀랐죠. 예은이 이번에는 큰아빠에게 전화했어요. 하하하...”차우미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예은은 어찌나 기뻤는지 호탕하게 웃었다.나예은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예은도 같이 웃었다.“그래, 큰엄마도 깜짝 놀랐어.”나예은과의 약속한 일을 이미 완성했기 때문에 차우미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

  • 봄날   제941화

    차우미는 잠깐 멈칫하더니 휴대폰을 꺼내서 확인했다.휴대폰 화면에 신규 메시지가 뜨자 차우미는 하선주인 줄 알았는데 발신자는 온이샘이었다.그녀는 메시지를 클릭했다.[우미야, 탑승하면 나에게 메시지 보내줄 수 있어?]차우미는 메시지를 확인하고 곧바로 답장을 보냈다.[응, 알았어.]그러자 온이샘으로부터 또 잽싸게 미소를 짓고 있는 이모티콘이 왔다.차우미는 이모티콘을 보는 순간 조금 전에 대기실에서 온이샘이 휴대폰으로 좌석 업그레이드를 할 때의 모습이 떠올랐다.그녀는 손가락을 움직여 달력을 한참 동안 확인하다가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라운지 안으로 들어갔다.어떤 일은 애매모호하면 안 되고 정확해야 했기에 안평으로 돌아가면 반드시 시간을 내서 온이샘과 만나 확실하게 얘기할 생각이었다.라운지 휴식 구에서 나상준은 소파에 몸을 기대고 앉아서 줄곧 라운지 밖의 복도를 바라보며 손에는 휴대폰을 들고 통화를 했다.“아주버님, 지금 바빠요?”서혜지의 목소리는 예의를 갖추었지만 조금은 긴장하고 조심스러웠다.나상준이 말했다.“무슨 일이에요?”그는 바쁜가 하는 물음에는 답변하지 않고 무슨 일인지부터 물었다. 아마도 상황에 따라서 다를 모양이다.그러자 서혜지가 서둘러 말했다.“다른 건 아니고요. 지금 예은이를 픽업했는데 예은이가 아주버님과 할 얘기가 있대요. 혹시 바쁘신데 폐를 끼치는 거 아닐까 해서 문의드리는 거예요.”나상준이 말했다.“안 바빠요.”서혜지는 예상했던 대답인 듯 즉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알았어요. 그럼, 예은이 바꿀게요.”“그래요.”나예은은 아주 조용하게 베이비시트에 앉아 있었는데 커다란 두 눈을 굴리면서 서혜지를 바라보며 나상준과 통화시켜 주기를 기다렸다.나예은은 나상준과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서혜지를 만나자마자 자신의 요구를 말했다.서혜지가 자기를 바꿔주겠다는 말을 듣자마자 나예은은 기쁜 나머지 두 눈을 깜빡거리며 서혜지 쪽으로 자그마한 손을 내밀어 휴대폰을 받으려고 했다.서혜지는 조급해하는 나예은의 표정에 미소를 지

  • 봄날   제940화

    하선주는 이제 차우미 옆자리에는 온이샘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온이샘은 하선주에게 특히 좋은 인상을 남겨서 온이샘에 대해 매우 만족하고 좋아했다.차우미는 워낙 하선주에게 숨길 생각이 없었기에 하선주가 눈치채자, 그냥 자연스럽게 대답하려고 했다.그런데 하선주가 갑자기 온이샘을 얘기할 줄은 몰랐다.차우미가 웃으며 말했다.“선배가 아니라 상준 씨랑 같이 가.”“나상준?”하선주의 미간이 순식간에 찌푸려졌고 얼굴도 일그러졌다. 마치 눈 깜짝할 사이에 맑은 하늘에 먹장구름이 낀 것 같았다.“나상준은 왜 너와 같이 있어? 둘이 뭘 하는 거야? 그런데 왜 안평으로 오는 거야? 나씨 가문에 무슨 일 있어?”하선주의 불만이 섞인 말투와 함께 질문들이 쏟아졌다.나상준과 온이샘에 대한 하선주의 태도는 하늘과 땅이었다.이런 하선주의 반응을 차우미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할아버지와 할머니 뵈러 오는 거야.”“...”표정이 굳어진 하선주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차우미의 말 한 마디에 무슨 일인지 알아챘다.분명 나씨 가문의 이혜정이 나상준에게 직접 가서 사과하라고 명령한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나씨 가문 이혜정의 일 처리는 오늘날 젊은이들은 비교할 수도 없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선주는 마음이 불쾌했다.차우미는 하선주가 비록 말하지 않지만 듣고 있다는 걸 알고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이라도 상준 씨가 할아버지, 할머니를 뵈러 오는 건 정상적인 일이야. 그러니 화내지 마.”“내가 왜 화를 내? 그리고 화를 낼 필요도 없어. 그냥 안 보면 되지.”하선주가 불쾌함을 직설적으로 얘기하는 걸 듣고 차우미는 웃었다.“엄마, 이제 다 지난 일이야. 우리 이혼한 지도 벌써 몇 달 지났잖아. 상준 씨도 나도 이제 모두 각자의 삶이 있으니 두 가문은 예전대로 서로 왕래하면서 지내면 돼.”차우미의 아무렇지 않아하는 말을 듣고 있던 하선주는 순간 바늘에 찔린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어렸을 때부터 말도 잘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