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미는 온이샘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여전히 미소 지었다.차우미는 수면 시간을 놓친 것을 감지하고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나머지 떡을 다시 상자에 넣은 뒤, 쇼핑백 안의 다른 간식들 몇 가지를 온이샘에게 건넸다."선배 이거 먹어봐.""다 맛있어, 선배도 먹어."온이샘은 진지하게 자기 간식을 나누어주는 차우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나누어준다면 온이샘은 일찌감치 거절했을 것이다.그러나 차우미의 작은 행동에도 빠르게 뛰어대는 심장을 그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뜨거운 열기가 가슴을 가득 채웠고 온이샘은 거절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럼 거절 안 한다?""응, 맘껏 먹어."차우미는 쇼핑백을 다시 바르게 고쳐 잡은 뒤, 온이샘과 작별 인사를 고했다.그러나 온이샘이 한 수 빨랐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가 먼저 말했다. "방문 앞까지 데려다 줄게."자연스레 그녀의 손에 있던 쇼핑백을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가자."차우미는 당황했다. 온이샘의 동작이 너무 빨랐다. 그녀가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온이샘은 이미 앞에 가 있었다.차우미는 얼른 그를 따라갔다. "선배 됐어. 내가 들게. 선배는 얼른 쉬어."온이샘의 손에서 다시 쇼핑백을 가져오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온이샘이 놓지 않는 바람에 두 사람의 손이 서로 닿았다.두 사람 모두 멍해졌다.차우미가 황급히 손을 뗐다. "선배, 나 혼자..."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바탕 듣기 좋은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이샘의 휴대폰이다.온이샘이 눈살을 찌푸렸다.차우미가 얼른 말했다. "선배, 전화받아. 내 방 바로 위층이잖아, 혼자 갈게.""진짜 안 데려다 줘도 돼."온이샘의 손에서 쇼핑백을 가져오는 차우미다.기어코 혼자 가겠다고 하는 그녀다.만약 휴대폰이 울리지 않았다면 온이샘은 차우미를 방문 앞까지 바래다줬을 것이다. 그러나 때마침 울린 휴대폰 때문에 차우미는 혼자 방으로 가게 되었다. "그럼 도착해서 문자 보내 줘."호텔이긴 했지만
"그래, 최대한 서둘러. 엄마가 너무 걱정돼서..." 진문숙은 뒷말을 차마 잇지 못했다. 온이샘도 엄마가 끝내지 못한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으로 뵙는 것일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외할머니는 이미 80세 고령이셨고 뇌졸중이라는 큰 병을 버티지 못할 수도 있었다.온이샘이 몸을 돌려 방으로 향했다. "진정해. 내가 지금 갈 테니까... 그리고 외할머니 무사하실 거야.""그래! 무사하실 거야! 엄마도 그렇게 믿어!"진문숙과 통화를 끝낸 온이샘은 영소시로 가는 가장 빠른 티켓을 예약했다. 신분증과 중요한 서류들만 간단히 챙긴 채 바로 호텔을 나섰다. 짐을 챙기지 않은 채 몸만 영소시로 간다.만약 외할머니가 고비를 넘기면 그는 내일 아침 일찍 돌아올 작정이다.그러나 불상사가 생기면 내일 문자로 차우미에게 상황을 알리려 했다.온이샘은 빠르게 호텔에서 나와 택시를 잡아탔다."기사님, 공항으로 가주세요. 급해요.""네."곧 기사가 차를 출발했다.온이샘은 뒷좌석에 앉아 손에 휴대폰을 꼭 쥐었다. 눈 앞에서 호텔이 빠르게 사라졌다.차우미에게 연락하려다가 잠시 떠나는 것일 수도 있기에 결국 그녀에게 문자를 남기지 않았다.일단 영소시로 가서 상황을 살펴본 뒤 다시 연락할 참이다.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밤빛이 그의 마음을 더욱 초조하게 했다. 온이샘의 얼굴이 어둡게 깔렸다.한편, 방으로 돌아온 차우미는 온이샘에게 문자를 보냈다.곧 온이샘이 답장했다.[그래, 일찍 쉬어.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해, 만약 내가 전화 못 받으면 문자라도 남겨.]차우미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채 알겠다고 답장한 뒤 들고온 쇼핑백의 짐을 챙겨 파우더룸으로 걸어갔다.발목에서 은근한 통증이 전해왔다.그녀는 옷을 걸치고 가죽 소파에 앉아 바지를 걷어 올려 발목을 살펴보았다.발목이 약간 부은 것 같았다. 낮에 주혜민에게 밀려 뒤로 넘어지면서 발목이 살짝 삔 것 같았다.황급히 발을 보호하려 했으나 주혜민이 너무 갑작스레 두 번이나 공격
전화가 연결되었고 수화기 너머로 무언가 딱딱한 것이 벗겨지는 소리가 들렸다.차우미는 여가현이 무언가를 먹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아직 안 잤어?"무언가를 바삭바삭하게 씹는 여가현이다. 결국, 차우미가 먼저 물었다. "뭐 먹는 거야?""아, 땅콩. 오늘 저녁을 하도 많이 먹어서 나가서 걷는데, 마침 땅콩을 팔더라고. 그래서 좀 샀어."차우미가 푸스스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먹고도 또 들어가나 보다?""아니, 소화할 겸 산책하러 갔는데 마침 거기서 땅콩을 팔고 있잖아."여가현은 땅콩을 먹으면서 계속해서 말했다.오래간만에 이렇게 수다를 떨며 먹는 모습을 본다. 보통 여가현은 일과 식사를 병행했다.차우미가 검게 변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로 전화했어?"지금 11시가 거의 되어갔다. 별일 없으면 차우미는 씻고 자려 했다.내일도 일정이 빡빡했다."아, 별거 아니야. 난 그냥 너랑 선배 어떤지 물어보려고 전화했어. 오늘 어땠어?"여가현이 이런 질문을 한 게 놀랍지도 않은 지 차우미는 태연했다.사실 오후에 두 사람이 통화할 때부터 여가현이 했던 질문이다. 그녀와 온이샘 사이를 누구보다 궁금해했다."좋았어.""뭐가 좋았는데?""…"차우미는 고개를 숙이고 이마를 짚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할 일을 끝냈는지 이제는 다른 사람일까지 관여하는 여가현 때문에 차우미가 난감한 듯 말했다."가현아, 지금 11시야.""11시? 고작 11시밖에 안 됐어? 나 오늘 12시 전에 일 끝낸 거네!"여가현의 놀란 소리가 들려왔다. 차우미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너 오늘 12시 전에 일 끝냈어.""근데 난 11시가 되도록 씻지도 못했어.""왜 아직도 씻지 못했는데?"여가현이 뒤따라 말했다. "선배랑 데이트했어? 솔직해 말해봐, 둘이 지금 어떤 상태야?" "더 깊어진 거야?""이샘 선배가 일부러 너 만나려고 회성간 것 좀 봐. 너 설마 모른다고 할 건 아니지?"차우미는 통화를 끝내고 싶었다. 지금 확실히 늦은 시간이
두 사람은 각자 해야 할 일이 있다. 매일 같이 있을 수 없었다.게다가 차우미는 이혼한 지 몇 달 만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어려웠다.그녀는 보수적이었다. 그래서 자기의 마지노선을 절대 넘을 수 없었다."너도 모처럼 일 일찍 끝났는데 얼른 쉬어."차우미는 대화 주제를 전환했다.여가현은 차우미가 화제를 돌리려는 것을 눈치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긴 한숨을 내쉴 뿐이다.여가현은 차우미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특히 차우미는 자기가 한 번 정한 것은 절대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여가현은 온이샘에게 동정심을 느꼈다. 차우미와 연애 한 번 하기 어려운 것이 한탄스러웠다.차우미는 여가현의 한숨 소리에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한숨 그만 쉬고 얼른 쉬어."휴대폰에서 차우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가현의 눈앞에 갑자기 차우미와 온이샘 그리고 그들 사이의 아이가 잔디밭에서 뛰놀고 있는 장면이 스쳐 지났다.순간, 여가현은 살짝 긴장했다.차우미는 같은 여자 마음에 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으나, 그렇게 얻게 된 차우미를 상대는 자연스레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었다.나상준 같은 쓰레기는 차우미를 너무 쉽게 얻어 소중히 여기지 않은 것이다.여가현의 얼굴이 뻣뻣하게 굳었다.온이샘과 차우미의 현재 관계가 어쩌면 더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온이샘은 좋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차우미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시련의 고된 시간을 거치면 둘 사이가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다.인생은 길었고 앞날에 대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순간 여가현은 마음이 놓였다. 계속해서 땅콩을 입에 집어넣었다.차우미는 한시라고 일찍 쉬고 싶었다.땅콩을 집어 먹던 여가현은 갑자기 배에서 통증을 느꼈다. 여가현이 앓는 소리를 내자 차우미는 깜짝 놀라 물었다. "가현아, 왜 그래?"여가현이 몸을 앞으로 구부렸다. 손으로 힘겹게 배를 쥐어 잡았다. "배가 왜 이렇게 아프지?""배가 아파?"차우미의 얼굴이 굳었다. "너 배탈 났어?""
여가현은 영소시에 있다.차우미는 얼른 가방을 열어 지갑부터 확인했다. "가현아, 너 어느 호텔이야? 방 번호 뭐여? 얼른 알려줘."여가현은 의식이 아주 맑지 않았으나 차우미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눈치챘다.차우미는 지금 영소시에 오려는 것이다.여가현이 즉시 몸을 추스르고 애써 말했다. "나 괜찮아. 나 혼자 병원에 갈 테니 오지 마."그러나 여가현은 말을 끝내자마자 배로 전해지는 고통에 몸부림쳤고 정신이 아득해졌다.차우미도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진지하게 말했다. "가현아, 네가 만약 나한테 알려주지 않으면 우린 오늘부터 친구 아니야."차우미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분명 진심이다. 그녀는 쉽게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화가 나면 아무도 쉽게 그녀의 화를 풀어줄 수 없었다.여가현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나 지금 M 호텔 1713호야.""그래, 내가 지금 앰뷸런스 부를 테니까 넌 휴대폰 잘 들고 있어. 나 지금 공항으로 바로 갈 테니까 내가 연락하면 바로 받고. 휴대폰 충전도 해둬, 알겠지?""우미야, 너 안 와도 돼...""됐어, 이따가 다시 연락할게."여가현의 말이 끝나기 전에 차우미가 먼저 끊어버렸다.그녀는 얼른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여가현이 출장을 갔다면 분명 혼자일 것이다. 그녀를 돌볼 사람이 곁에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그러니 직접 갔다 오는 게 마음이 편했다.안 그러면 불안해서 살 수 없을 것 같았다.차우미는 호텔을 나서면서 가장 빠른 티켓을 예약했다. 호텔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택시에 올라탄 그녀가 말했다. "공항으로 가주세요.""네.""서둘러주세요. 급한 일이 있어서요.""알겠습니다. 이 시간에 도로에 차가 없어 한 시간 안에 도착할 겁니다.""감사합니다.""천만에요, 꽉 잡아요!"택시기사가 속도를 냈고,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차우미는 한 손으로 손잡이를 꽉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휴대폰을 꼭 쥐었다. 그녀는 스쳐 지나는 가로등을 바라보다가 온이샘에게 전화했다
차우미가 대뜸 강서흔의 연락처를 묻자, 온이샘이 발걸음이 멈추었다.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강서흔?"차우미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계속해서 물었다. "무슨 일 있어?"차우미도 숨길 생각이 없었다. "방금 가현이와 통화 중이었거든. 근데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엄청 힘들어하더라고.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그래서 알려주려고."온이샘은 그제야 이해되었다."번호 지금 보낼게. 너무 걱정하지 마.""응."차우미는 전화를 끊었다.온이샘은 전화가 끊긴 지도 모르고 문자로 강서흔의 연락처를 공유했다. 문자를 보내자마자 차우미에게 자세한 상황을 물어보려고 했다.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가 위급한 상황이다. 그러니 자세한 상황을 알아야 했다. 그래야 강서흔에게 제대로 알려줄 수 있었다.그러나 문자를 보내자마자 그는 전화가 끊긴 것을 알았다.온이샘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잔뜩 긴장했던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그녀는 틀림없이 방해하는 게 두려워 전화를 바로 끊은 게 틀림없다.이내 차우미가 답장을 보내왔다. "고마워."그녀의 답장을 바라보던 온이샘의 눈빛이 온화해졌다.여가현과 강서흔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온이샘도 짤막하게 답장한 뒤 탑승구로 향했다.차우미는 온이샘이 보내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연결 음이 들리자마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나야, 차우미.""차우미?"강서흔은 놀란 듯 휴대폰을 다시 쳐다보았다. "갑자기 왜 전화했어?"강서흔과 여가현이 연애하는 동안 차우미는 강서흔의 연락처를 묻지 않았다. 그게 친구에 대한 존중이라고 여겼다.그랬던 차우미가 갑자기 늦은 밤 전화를 걸어오자 강서흔은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생긴 것을 눈치챘다. 그의 눈앞으로 여가현의 얼굴이 떠올랐다.여가현의 일이 아니면 차우미가 이 시간에 그에게 전화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강서흔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설마 가현이한테 무슨 일 생겼어?"차우미가 입을 열기 전에, 강서흔이 다급히 물어왔다.차우미가 떨리는 목소리
사실 차우미에게 문자를 보낸 뒤, 전화가 끊길 것을 확인하고 강서흔에게 연락했었다.그러나 통화 중이라는 안내음에 온이샘은 차우미와 강서흔이 통화하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다시 전화를 걸었다."지금 거신 전화는 통화 중..."그러나 아직도 통화 중이었다. '아직도 통화 중인가?'어느새 12시가 되어갔고 기내에서 승무원의 안내음이 들려왔다."승객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희 비행기는 15분 후에 출발합니다. 안전벨트를 매주세요..."온이샘은 어쩔 수 없이 강서흔과 차우미에게 문자를 보냈다.그런 뒤,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 출발한다고 알렸다. 간단하게 통화를 마친 뒤에야 전원을 껐다.강서흔은 차우미과 통화를 마친 후 여가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강서흔은 어쩔 수 없이 M 호텔의 지배인에게 연락해 여가현의 상황을 알린 뒤 그녀의 상태를 살피게 했다. 그런 뒤에도 여러 곳에 전화를 걸어 이것저것 안배했다. 얼마뒤 여가현이 응급실로 호송되었다는 얘기가 전해왔고 강서흔은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그는 다시 해당 병원의 주치의에게 연락했다.미리 병원에 연락해둔 덕분에 여가현은 병원에 이송되자마자 바로 진료를 볼 수 있었다. 그녀의 상태는 고스란히 강서흔에게 전해졌다.강서흔의 휴대폰으로 온이샘의 문자가 왔다.강서흔은 그제야 온이샘의 전화를 받지 못한 게 떠올랐다.그는 얼른 문자부터 확인했다.[가현이 아프다고 해서 우미한테 네 연락처 보냈어. 나 지금 급한 일 생겨서 영소시 가는 중이야. 새벽 1시 40분쯤 도착할 것 같아. 부탁할 일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 이따가 도착하면 다시 연락할게.]'급한 일 생겨서 영소시 간다고?'다른 사람은 몰라도 강서흔은 온이샘의 엄마 고향이 영소시인 것을 알고 있다. 온이샘이 늦은 밤 갑자기 집으로 돌아갈 정도로 급한 일이 생긴 것을 강서흔은 눈치챌 수 있었다. 강서흔은 곧바로 온이샘에게 전화를 걸었다."죄송합니다. 거신 전화는 이미 꺼져 있습니다..."그러나 이
물론 가능하다면 강서흔은 온이샘과 동반 결혼을 하고 싶었다.한편, 회성 공항.택시가 공항 정문 밖에 멈춰 섰고 차우미가 돈을 내고 가방을 들고 내렸다.그녀가 막 차에서 내렸을 때,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들어왔다.차우미는 휴대폰을 확인했다.온이샘이 보낸 것이다.강서흔과 통화 한 후, 온이샘이 보낸 문자 같았다.강서흔이 일을 잘 해결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는 문자였다.그녀는 온이샘에게 여가현이 영소시에 있다는 것을 알리지 않았다. 알릴 필요도 없었을뿐더러, 개인적인 일로 급히 떠난 온이샘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온이샘이 또 다른 장문의 문자를 보내왔다. [우미야, 나 지금 비행기야. 내가 강서흔한테 얘기 잘했으니까 아무 일 없을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얼른 쉬어. 서흔이가 있는 한, 가현이도 무사할 거야. 그리고 나 휴대폰 한 시간 정도 꺼둘 거야. 무슨 일 있으면 문자 남겨줘. 귀찮게 하는 거 아니니까 편하게 얘기해.]그녀가 불안해하는 것을 알아차린 온이샘은 어떻게든 그녀를 위안하기 위해 이렇게 장문의 문자를 보낸 것이다.차우미의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응, 그럴게. 선배도 일 끝내고 편히 쉬어. 경찰서 가는 건 나 혼자 처리할 수 있어. 너무 걱정하지 마.]온이샘이 별일 없으면 내일 아침 일찍 돌아오겠다고 말한 이유를 차우미는 잘 알고 있다.분명 그녀와 같이 경찰서를 가주기 위해서다.문자를 보낸 차우미는 시간을 확인했다. 비행기 이륙시간까지 한 시간 남짓이 남았다.그녀는 새벽 두 세시쯤에 영소시에 도착할 것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여가현의 상태를 모른다.그래서 마음이 너무 조급했다. 그녀는 얼른 탑승구로 향했다.강서흔은 모든 준비를 안배한 뒤, 앰뷸런스에서부터 동행한 의사에게 연락해 그녀의 상태를 자세히 물었다.여가현이 응급실로 들어갔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강서흔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차우미에게 여가현의 상태를 알리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 줄 섰던 차우미의 휴대폰이 울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