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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5화

작가: 유리
너무 늦은 시간까지 돌아다니면 좋지 않았다.

차우미는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게다가 내일 할 일도 있었기에 더 돌아다닐 수 없었다.

호텔 앞에 택시가 멈춰 섰고 두 사람은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

온이샘이 입을 열었다.

"어제 너희 부모님 만나러 갔는데..."

온이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차우미의 휴대폰이 울렸다.

온이샘이 하던 말을 멈추었다.

차우미는 온이샘의 말을 들으며 걷다가 휴대폰이 울리자 발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가방에서 꺼냈다.

회성에서 걸려온 전화다. 차우미가 잠시 고민하더니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차우미 씨 휴대폰 맞나요?"

"네. 그런데 누구..."

"안녕하세요, 회양 강변 경찰서입니다. 오늘 폭행 사건으로 신고하셨잖아요."

차우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네, 조사하셨어요?"

온이샘은 말없이 그녀의 곁에 서서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온이샘의 시선이 차우미에게 꽂혔다.

그녀는 경찰서에 있을 때처럼 진지한 표정이었다. 웃음기조차 보이지 않았다.

온이샘은 단번에 누가 전화를 걸어왔는지 짐작했다.

"상대 측 변호사가 피해 보상금을 제시했습니다. 사과 대신 보상금을 내겠다는데, 시간 되실 때 경찰서로 와서 합의 보는 게 어떻습니까?"

"이 일은 두 분께서 직접 협상이든 합의를 보는 게 훨씬 좋은 것 같습니다."

경찰의 말에 차우미는 예상한 듯 물었다.

"내일 점심에 가도 될까요?"

"네."

"네, 그럼 내일 점심에 갈게요."

전화를 끊은 뒤 그녀는 휴대폰을 다시 가방에 넣었다.

"경찰서에서 연락 온 거야?"

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변호사가 와서 피해 보상금을 제시했다네. 사과는 안 하겠다고 한대, 그래서 내일 합의해야 할 것 같아."

온이샘이 미간을 찌푸렸다. 주혜민이 어떤 성격인지 단번에 파악되었다. 그때 주혜민의 오만한 태도가 그녀의 성격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돈을 주더라도 사과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자기가 잘못했다고 여기지 않는 것이다. 자기가 일부러 상해한 것을 잘못이라고 여기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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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286화

    "내일 경찰서에 가서 합의금 받을 거야."그녀의 목소리가 차분했다. 눈매가 평화로웠고 어떤 원망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결과를 예상한 듯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온이샘은 눈앞의 평온하고 담담한 그녀를 바라보며 안도했다.차우미는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가족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미꾸라지 한 마리 잡으려고 어장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자기가 손해 보는 일을 할 수 없었다.경찰에 신고한 이유는 단지 보여주는 거다.인과응보가 있다고, 잘못한 일이라는 것을 충분히 증명할 기회였다.주혜민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온이샘이 미소 지었다.후퇴한다고 패배를 인정하는 게 아니다. 이건 차우미가 원하는 결과다. 그게 전부였다."그래, 언제 갈 거야?""내일 점심."온이샘이 미소 지었다. "나도 같이 가."차우미가 온이샘을 바라보았다. "그래."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 타고 온이샘은 전에 못다 한 말을 계속했다. "어제 너희 부모님께 갔거든. 내가 회성에 간다고 했더니 너한테 챙겨줄 게 있다면서 이것저것 챙겨주더라."차우미는 살짝 의아했다. 온이샘이 여기 오기 전에 그녀의 부모님을 뵈러 갔을 줄 몰랐다. "두 분 아무 일 없지?"온이샘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두 분 다 건강하셔. 널 보고 싶어 하더라, 네가 혼자 밖에 있으니까 걱정하셨어."차우미는 어쩔 수 없었다. 그녀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스스로 나 하나는 잘 돌볼 수 있어."차우미의 부모님은 그녀가 결혼하든, 이혼하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들 눈에는 차우미가 여전히 아이처럼 보였다. 세상의 부모들은 대부분 그러할 것이다. 자녀가 아무리 커도 혼자 밖에 있으면 부모는 안심할 수 없다.온이샘이 부드러운 웃음을 지으며 따듯하게 말했다. "네가 회성에 처음이기도 하고, 혼자 오니까 마음을 놓을 수 없으셨나 봐."차우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차우미가 온이샘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말했다. "고마워, 선배."온이샘이 매우 세심

  • 봄날   제287화

    드디어 발이 완쾌했고 그녀는 더욱 열심히 일해야 한다.그래서 점심과 저녁에만 시간을 뺄 수 있었다.온이샘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나 신경 쓰지 마. 낮에 혼자 돌아다니면 돼. 네가 시간 될 때 같이 돌아다니자.""응."두 사람은 엘리베이터에서 나왔다.온이샘이 점심때 정리한 물건을 꺼냈다. "이 안에 든 건 네 옷이야. 네가 회성에 이렇게 오래 머물 줄은 몰랐다면서 여러 벌 챙겨줬어." 차우미가 가방을 들고 안에 있는 옷가지를 확인했다. 두 세 벌 되었다.그녀는 여기 올 때 세 벌 정도의 옷을 가져왔다. 호텔 드라이클리닝 서비스가 있어서 매일 그녀의 옷을 세탁해 저녁에 갖다 준다.속옷 같은 것은 그녀 스스로 세탁했다. 발을 다쳤지만 간단한 세탁은 가능했다.그래서 몇 벌의 옷을 돌려가며 입었다.온이샘이 이렇게 옷을 가져온 덕분에 앞으로 입을 옷이 충분했다.온이샘이 다른 쇼핑백을 꺼냈다. "이건 네가 좋아하는 거야. 여기서 살 수 없을까 봐, 혹시나 먹고 싶은 게 있을까 봐 챙겨주셨어." 차우미는 쇼핑백에 담겨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녀가 좋아하는 간식들이다. 회성에서 팔지 않는 것들이다.차우미는 안에서 떡 한 상자를 꺼냈다. 그 안에는 손바닥 크기의 반타원형 떡 일곱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그녀는 한 개를 꺼내 온이샘에게 건넸다. "선배, 이거 먹어봐. 내가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건데, 선배 입에 맞을지 모르겠네."온이샘은 가리는 것 없이 잘 먹었다. 유난히 좋아하는 것도, 유난히 싫어하는 것도 없었다.그는 차우미가 자기에게 무언가를 준다는 것 자체가 좋았다.그녀가 좋아하는 건, 그도 좋아한다."응."그는 한 입 베어 물었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이 부드러웠다. 전에는 먹어본 적이 없는 맛이었다.차우미는 그가 씹는 것을 보고 물었다. "어때?"온이샘은 전에 먹었던 떡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매우 특별한 맛이다. 이질적인 느낌이 들게 했다.사랑하는 마음처럼, 달달하면서도 짭조름한 게..온이샘은 차우미가

  • 봄날   제288화

    차우미는 온이샘의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하고 여전히 미소 지었다.차우미는 수면 시간을 놓친 것을 감지하고 방으로 돌아가려 했다.나머지 떡을 다시 상자에 넣은 뒤, 쇼핑백 안의 다른 간식들 몇 가지를 온이샘에게 건넸다."선배 이거 먹어봐.""다 맛있어, 선배도 먹어."온이샘은 진지하게 자기 간식을 나누어주는 차우미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다른 사람이 이렇게 나누어준다면 온이샘은 일찌감치 거절했을 것이다.그러나 차우미의 작은 행동에도 빠르게 뛰어대는 심장을 그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뜨거운 열기가 가슴을 가득 채웠고 온이샘은 거절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럼 거절 안 한다?""응, 맘껏 먹어."차우미는 쇼핑백을 다시 바르게 고쳐 잡은 뒤, 온이샘과 작별 인사를 고했다.그러나 온이샘이 한 수 빨랐다, 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가 먼저 말했다. "방문 앞까지 데려다 줄게."자연스레 그녀의 손에 있던 쇼핑백을 들고 앞으로 나아갔다. "가자."차우미는 당황했다. 온이샘의 동작이 너무 빨랐다. 그녀가 미처 대응하기도 전에 온이샘은 이미 앞에 가 있었다.차우미는 얼른 그를 따라갔다. "선배 됐어. 내가 들게. 선배는 얼른 쉬어."온이샘의 손에서 다시 쇼핑백을 가져오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온이샘이 놓지 않는 바람에 두 사람의 손이 서로 닿았다.두 사람 모두 멍해졌다.차우미가 황급히 손을 뗐다. "선배, 나 혼자..."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바탕 듣기 좋은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이샘의 휴대폰이다.온이샘이 눈살을 찌푸렸다.차우미가 얼른 말했다. "선배, 전화받아. 내 방 바로 위층이잖아, 혼자 갈게.""진짜 안 데려다 줘도 돼."온이샘의 손에서 쇼핑백을 가져오는 차우미다.기어코 혼자 가겠다고 하는 그녀다.만약 휴대폰이 울리지 않았다면 온이샘은 차우미를 방문 앞까지 바래다줬을 것이다. 그러나 때마침 울린 휴대폰 때문에 차우미는 혼자 방으로 가게 되었다. "그럼 도착해서 문자 보내 줘."호텔이긴 했지만

  • 봄날   제289화

    "그래, 최대한 서둘러. 엄마가 너무 걱정돼서..." 진문숙은 뒷말을 차마 잇지 못했다. 온이샘도 엄마가 끝내지 못한 말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이번이 마지막으로 뵙는 것일까 봐 두려워하는 것이다.외할머니는 이미 80세 고령이셨고 뇌졸중이라는 큰 병을 버티지 못할 수도 있었다.온이샘이 몸을 돌려 방으로 향했다. "진정해. 내가 지금 갈 테니까... 그리고 외할머니 무사하실 거야.""그래! 무사하실 거야! 엄마도 그렇게 믿어!"진문숙과 통화를 끝낸 온이샘은 영소시로 가는 가장 빠른 티켓을 예약했다. 신분증과 중요한 서류들만 간단히 챙긴 채 바로 호텔을 나섰다. 짐을 챙기지 않은 채 몸만 영소시로 간다.만약 외할머니가 고비를 넘기면 그는 내일 아침 일찍 돌아올 작정이다.그러나 불상사가 생기면 내일 문자로 차우미에게 상황을 알리려 했다.온이샘은 빠르게 호텔에서 나와 택시를 잡아탔다."기사님, 공항으로 가주세요. 급해요.""네."곧 기사가 차를 출발했다.온이샘은 뒷좌석에 앉아 손에 휴대폰을 꼭 쥐었다. 눈 앞에서 호텔이 빠르게 사라졌다.차우미에게 연락하려다가 잠시 떠나는 것일 수도 있기에 결국 그녀에게 문자를 남기지 않았다.일단 영소시로 가서 상황을 살펴본 뒤 다시 연락할 참이다.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어두운 밤빛이 그의 마음을 더욱 초조하게 했다. 온이샘의 얼굴이 어둡게 깔렸다.한편, 방으로 돌아온 차우미는 온이샘에게 문자를 보냈다.곧 온이샘이 답장했다.[그래, 일찍 쉬어. 무슨 일 생기면 전화해, 만약 내가 전화 못 받으면 문자라도 남겨.]차우미는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한 채 알겠다고 답장한 뒤 들고온 쇼핑백의 짐을 챙겨 파우더룸으로 걸어갔다.발목에서 은근한 통증이 전해왔다.그녀는 옷을 걸치고 가죽 소파에 앉아 바지를 걷어 올려 발목을 살펴보았다.발목이 약간 부은 것 같았다. 낮에 주혜민에게 밀려 뒤로 넘어지면서 발목이 살짝 삔 것 같았다.황급히 발을 보호하려 했으나 주혜민이 너무 갑작스레 두 번이나 공격

  • 봄날   제290화

    전화가 연결되었고 수화기 너머로 무언가 딱딱한 것이 벗겨지는 소리가 들렸다.차우미는 여가현이 무언가를 먹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아직 안 잤어?"무언가를 바삭바삭하게 씹는 여가현이다. 결국, 차우미가 먼저 물었다. "뭐 먹는 거야?""아, 땅콩. 오늘 저녁을 하도 많이 먹어서 나가서 걷는데, 마침 땅콩을 팔더라고. 그래서 좀 샀어."차우미가 푸스스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게 먹고도 또 들어가나 보다?""아니, 소화할 겸 산책하러 갔는데 마침 거기서 땅콩을 팔고 있잖아."여가현은 땅콩을 먹으면서 계속해서 말했다.오래간만에 이렇게 수다를 떨며 먹는 모습을 본다. 보통 여가현은 일과 식사를 병행했다.차우미가 검게 변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로 전화했어?"지금 11시가 거의 되어갔다. 별일 없으면 차우미는 씻고 자려 했다.내일도 일정이 빡빡했다."아, 별거 아니야. 난 그냥 너랑 선배 어떤지 물어보려고 전화했어. 오늘 어땠어?"여가현이 이런 질문을 한 게 놀랍지도 않은 지 차우미는 태연했다.사실 오후에 두 사람이 통화할 때부터 여가현이 했던 질문이다. 그녀와 온이샘 사이를 누구보다 궁금해했다."좋았어.""뭐가 좋았는데?""…"차우미는 고개를 숙이고 이마를 짚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할 일을 끝냈는지 이제는 다른 사람일까지 관여하는 여가현 때문에 차우미가 난감한 듯 말했다."가현아, 지금 11시야.""11시? 고작 11시밖에 안 됐어? 나 오늘 12시 전에 일 끝낸 거네!"여가현의 놀란 소리가 들려왔다. 차우미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너 오늘 12시 전에 일 끝냈어.""근데 난 11시가 되도록 씻지도 못했어.""왜 아직도 씻지 못했는데?"여가현이 뒤따라 말했다. "선배랑 데이트했어? 솔직해 말해봐, 둘이 지금 어떤 상태야?" "더 깊어진 거야?""이샘 선배가 일부러 너 만나려고 회성간 것 좀 봐. 너 설마 모른다고 할 건 아니지?"차우미는 통화를 끝내고 싶었다. 지금 확실히 늦은 시간이

  • 봄날   제291화

    두 사람은 각자 해야 할 일이 있다. 매일 같이 있을 수 없었다.게다가 차우미는 이혼한 지 몇 달 만에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기 어려웠다.그녀는 보수적이었다. 그래서 자기의 마지노선을 절대 넘을 수 없었다."너도 모처럼 일 일찍 끝났는데 얼른 쉬어."차우미는 대화 주제를 전환했다.여가현은 차우미가 화제를 돌리려는 것을 눈치챘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긴 한숨을 내쉴 뿐이다.여가현은 차우미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특히 차우미는 자기가 한 번 정한 것은 절대 바꾸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여가현은 온이샘에게 동정심을 느꼈다. 차우미와 연애 한 번 하기 어려운 것이 한탄스러웠다.차우미는 여가현의 한숨 소리에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한숨 그만 쉬고 얼른 쉬어."휴대폰에서 차우미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가현의 눈앞에 갑자기 차우미와 온이샘 그리고 그들 사이의 아이가 잔디밭에서 뛰놀고 있는 장면이 스쳐 지났다.순간, 여가현은 살짝 긴장했다.차우미는 같은 여자 마음에 들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으나, 그렇게 얻게 된 차우미를 상대는 자연스레 소중히 여길 수밖에 없었다.나상준 같은 쓰레기는 차우미를 너무 쉽게 얻어 소중히 여기지 않은 것이다.여가현의 얼굴이 뻣뻣하게 굳었다.온이샘과 차우미의 현재 관계가 어쩌면 더 좋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온이샘은 좋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차우미를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다. 시련의 고된 시간을 거치면 둘 사이가 더 단단해지기 마련이다.인생은 길었고 앞날에 대해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순간 여가현은 마음이 놓였다. 계속해서 땅콩을 입에 집어넣었다.차우미는 한시라고 일찍 쉬고 싶었다.땅콩을 집어 먹던 여가현은 갑자기 배에서 통증을 느꼈다. 여가현이 앓는 소리를 내자 차우미는 깜짝 놀라 물었다. "가현아, 왜 그래?"여가현이 몸을 앞으로 구부렸다. 손으로 힘겹게 배를 쥐어 잡았다. "배가 왜 이렇게 아프지?""배가 아파?"차우미의 얼굴이 굳었다. "너 배탈 났어?""

  • 봄날   제292화

    여가현은 영소시에 있다.차우미는 얼른 가방을 열어 지갑부터 확인했다. "가현아, 너 어느 호텔이야? 방 번호 뭐여? 얼른 알려줘."여가현은 의식이 아주 맑지 않았으나 차우미가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눈치챘다.차우미는 지금 영소시에 오려는 것이다.여가현이 즉시 몸을 추스르고 애써 말했다. "나 괜찮아. 나 혼자 병원에 갈 테니 오지 마."그러나 여가현은 말을 끝내자마자 배로 전해지는 고통에 몸부림쳤고 정신이 아득해졌다.차우미도 상황이 좋지 않다는 것을 눈치채고 진지하게 말했다. "가현아, 네가 만약 나한테 알려주지 않으면 우린 오늘부터 친구 아니야."차우미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분명 진심이다. 그녀는 쉽게 화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화가 나면 아무도 쉽게 그녀의 화를 풀어줄 수 없었다.여가현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나 지금 M 호텔 1713호야.""그래, 내가 지금 앰뷸런스 부를 테니까 넌 휴대폰 잘 들고 있어. 나 지금 공항으로 바로 갈 테니까 내가 연락하면 바로 받고. 휴대폰 충전도 해둬, 알겠지?""우미야, 너 안 와도 돼...""됐어, 이따가 다시 연락할게."여가현의 말이 끝나기 전에 차우미가 먼저 끊어버렸다.그녀는 얼른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여가현이 출장을 갔다면 분명 혼자일 것이다. 그녀를 돌볼 사람이 곁에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 그러니 직접 갔다 오는 게 마음이 편했다.안 그러면 불안해서 살 수 없을 것 같았다.차우미는 호텔을 나서면서 가장 빠른 티켓을 예약했다. 호텔 입구에 대기하고 있던 택시에 올라탄 그녀가 말했다. "공항으로 가주세요.""네.""서둘러주세요. 급한 일이 있어서요.""알겠습니다. 이 시간에 도로에 차가 없어 한 시간 안에 도착할 겁니다.""감사합니다.""천만에요, 꽉 잡아요!"택시기사가 속도를 냈고,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차우미는 한 손으로 손잡이를 꽉 잡고, 다른 한 손으로 휴대폰을 꼭 쥐었다. 그녀는 스쳐 지나는 가로등을 바라보다가 온이샘에게 전화했다

  • 봄날   제293화

    차우미가 대뜸 강서흔의 연락처를 묻자, 온이샘이 발걸음이 멈추었다. 그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강서흔?"차우미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계속해서 물었다. "무슨 일 있어?"차우미도 숨길 생각이 없었다. "방금 가현이와 통화 중이었거든. 근데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엄청 힘들어하더라고. 상황이 좋지 않은 것 같아서, 그래서 알려주려고."온이샘은 그제야 이해되었다."번호 지금 보낼게. 너무 걱정하지 마.""응."차우미는 전화를 끊었다.온이샘은 전화가 끊긴 지도 모르고 문자로 강서흔의 연락처를 공유했다. 문자를 보내자마자 차우미에게 자세한 상황을 물어보려고 했다.그녀의 제일 친한 친구가 위급한 상황이다. 그러니 자세한 상황을 알아야 했다. 그래야 강서흔에게 제대로 알려줄 수 있었다.그러나 문자를 보내자마자 그는 전화가 끊긴 것을 알았다.온이샘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잔뜩 긴장했던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그녀는 틀림없이 방해하는 게 두려워 전화를 바로 끊은 게 틀림없다.이내 차우미가 답장을 보내왔다. "고마워."그녀의 답장을 바라보던 온이샘의 눈빛이 온화해졌다.여가현과 강서흔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온이샘도 짤막하게 답장한 뒤 탑승구로 향했다.차우미는 온이샘이 보내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연결 음이 들리자마자 상대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나야, 차우미.""차우미?"강서흔은 놀란 듯 휴대폰을 다시 쳐다보았다. "갑자기 왜 전화했어?"강서흔과 여가현이 연애하는 동안 차우미는 강서흔의 연락처를 묻지 않았다. 그게 친구에 대한 존중이라고 여겼다.그랬던 차우미가 갑자기 늦은 밤 전화를 걸어오자 강서흔은 직감적으로 무슨 일이 생긴 것을 눈치챘다. 그의 눈앞으로 여가현의 얼굴이 떠올랐다.여가현의 일이 아니면 차우미가 이 시간에 그에게 전화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강서흔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설마 가현이한테 무슨 일 생겼어?"차우미가 입을 열기 전에, 강서흔이 다급히 물어왔다.차우미가 떨리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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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제956화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 봄날   제955화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 봄날   제954화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 봄날   제953화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 봄날   제952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 봄날   제951화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 봄날   제950화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 봄날   제949화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 봄날   제948화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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