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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8화

"안 바빠요."

나상준의 희미한 목소리에 서혜지는 살짝 당황했다.

나상준은 처음부터 말수가 적었다. 그녀가 이 집안에 시집을 왔을 때부터 나상준은 쭉 이런 성격다.

다행히 가족들은 집안 큰 행사가 아니면 자주 만나지 않았고 그래서 나상준의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

이미 적응했다.

오늘 그녀는 나준우와 저녁에 외출했었다.

집에 돌아온 뒤에야 딸이 넘어진 뒤에 자기 큰아빠와 큰엄마한테 연락한 것을 알게 되었다.

예은이는 큰엄마가 자기 만나러 꼭 오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큰아빠도 같이.

어린 애들은 자기 말에 따르는 척만 해줘도 순진하게 믿었다. 그래서 차우미의 대답이 놀랍지 않았다.

그러나 예은이에게 먼저 연락한 나상준은 급한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어린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나상준은 평소에도 예은이와 거리를 뒀다. 가끔 본가로 가면 몇 번 놀아주기는 했지만, 결코 많지는 않았다.

차가운 성격의 나상준을 예은이가 무섭다고 피하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 여겼다.

어린애에게 아무 관심도 없던 그가 갑자기 전화하자, 서혜지는 되려 불안했다.

예은이가 큰엄마한테 연락해서 자기를 만나러 오라고 투정부린 사실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준우에게 당장 아주버님에게 연락해 목적을 알아보게 한 것이다.

간단한 문제 같지 않았다.

그러나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감정 기복 없는 목소리에 서혜지는 겁을 살짝 먹었다.

짤막한 말이나 눈빛 하나로 상대를 압도하는 사람이 있다.

나상준이 바로 이런 부류이다. 나상준은 카리스마가 강한 사람이다.

서혜지가 마음속의 두려움을 억누르며 애써 미소 지었다.

"아무 일도 없는 거면 다행이에요. 저랑 준우 씨가 아주버님 쉬는 거 방해한 건 아니죠?"

나준우는 순식간에 나약해진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

자기한테 큰소리를 치던 아내가 꼬리를 내리는 꼴이 웃겼다.

게다가 그의 등까지 찰싹 내리쳤다.

나상준은 휴대폰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르고 창밖의 야경을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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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goodnovel comment avatar
김태림
미치겠다 ㅎㅎㅎ 나상준이.. 하다하다 조카 예은이한테까지 도움의 손길을 뻣친거야? ㅋㅋㅋ 미국 출장중에.. 양훈한테서.. 온이샘이 차우미 만나러 회성 왔다는 소리듣고.. 급했나보다 ㅎㅎㅎ 뜬금없이 예은이가.. 왜 차우미한테 전화했나 했더니 그 이유가 밝혀졌네 ㅎㅎㅎ 차우미랑 지금 하는일 마무리 되면.. 볼일 없어져서 머리 좋은 나상준이.. 또 만날 기회를 만들려고 조카 예은이를 끌어들였네 ㅎㅎㅎ 나대표.. 이런 모습 너무 보기 좋아요 ㅋㅋㅋ 그러니 제발.. 차우미랑 스킨십 진도 좀 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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