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 탄 양훈은 경찰서에서 걸어나오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차우미가 오늘 왜 경찰서에 왔는지 조사해봐.""네."전화가 끊기자, 양훈은 멀어지는 택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돌아가자."...호텔로 돌아온 주혜민은 곧바로 경찰서로 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진짜 신고했어?'전화를 끊은 주혜민은 분노를 참지 못하고 휴대폰을 가방과 함께 내동댕이쳤다.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분노다.3년 전, 나상준이 자기보다 못난 여자와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이미 차우미에 관해 조사한 적 있었다.주혜민은 차우미에 관한 모든 것을 샅샅이 조사했다. 차우미의 집안은 청렴했다, 조상들도 청렴결백한 사람들이었고 지저분한 것이 없었다.나상준의 할머니가 차우미를 신붓감으로 고른 이유 중 하나가 그녀의 가문 때문이라고 여겼다. 차우미 집안이 바로 청렴결백한 집안이기에.두 사람의 집안과 비교하면 차우미 집안도 뒤떨어지지 않았다.차우미의 관한 흠을 찾으려 했으나 결국 아무것도 찾지 못했고 결혼을 막기 위해 이것저것 알아보았으나 끝까지 알아내지 못했다.어쩌면 나상준의 할머니가 훨씬 전에 조사를 끝냈을 수도 있었다.결국 주혜민은 나상준의 결혼을 막을 방법이 없었다.게다가 나상준은 주혜민을 거절했다.그녀가 먼저 고백을 했고 나상준이 원하기만 하면 주혜민은 그와 결혼할 생각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나상준이 주혜민을 거절했다. 자기 잘난 맛에 살던 주혜민은 처음 겪어본 거절에 제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이렇게 된 이상, 주혜민은 나상준이 결혼한 뒤에 후회하게 할 생각이었다. 틀림없이 후회할 거라고 굳게 믿었다.그러나 그가 정말로 차우미와 결혼했을 때 후회한 것은 주혜민이다.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보내지 말았어야 했다. 어떻게든 그 결혼을 막아야 했었다.그러나 후회를 해봤자 이미 늦은 뒤다. 그는 이미 다른 여자와 결혼했고 한방에서 살았으며 친밀한 일을 했다. 이런 생각을 할 때마다 주혜민은 질투에 휩싸였다.그래서 선택한 게, 출국이었
나상준뿐만 아니라 가온그룹의 아드님까지 그녀에게 매달리고 있는 꼴이었다. 주혜민은 아까 한식집에서 일어났던 일을 떠올렸다. 차우미를 보호하던 온이샘, 차우미의 편을 들던 진현, 두 사람은 그녀에게 적대적이었다.'허! 대단하다! 진짜 대단해!'기가 찬 주혜민은 실소하며 눈빛이 음침하게 변했다.'차우미, 네가 감히 자기 주제도 모르고 내 자리를 빼앗으려고 해?네가 이렇게 나오면, 나도 더는 호락호락하게 당하지 않아.'주혜민의 입꼬리가 비열하게 올라갔다. 그녀는 몸을 구부려 바닥에 있는 휴대폰을 집어들었다.방문과 닿은 곳에 내동댕이친 탓에 문 앞으로 가서 주워야 했다.그녀가 휴대폰을 집어 들고 일어서는 순간, 문밖으로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였다.진현이다.언제부터 입구에 서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주혜민의 눈빛이 순간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녀가 실눈을 뜨고 진현을 바라보았다. "왜 온 건데? 아까는 모른 척하더니?"주혜민의 눈빛이 차갑게 얼어붙었다.그들은 알고 지낸 지 몇 년이나 되었다, 그는 지금까지 줄곧 주혜민의 말을 들었다. 그녀에게 어떤 일이 생기든 진현은 줄곧 주혜민의 말에 따랐다.그러나 3년이 지난 지금, 진현이 변했다.그녀가 알던 순종적인 남자가 아니었다.진현은 미소를 지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평소와 같은 얼굴로 조용히 들어왔다. "가자, 경찰서 같이 가줄게."진현은 주혜민 앞에 서서 온화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주혜민이 손을 들었다. 짝!매우 우렁찬 소리와 함께 진현의 얼굴이 돌아갔다.진현의 얼굴이 서서히 굳었다.주혜민은 눈앞에 태연하게 서 있는 그를 바라보며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 "경찰서를 가? 네가 뭔데? 네가 뭔데 나 대신 사과를 해? 제까짓 게 뭔데! 진현, 경고하는데, 난 널 사랑하지 않아! 결코, 널 좋아하는 일 없을 거니까 헛된 꿈 품지 마!"주혜민이 턱을 치켜들며 차갑게, 조롱하듯 아무렇지 않게 이런 말을 내뱉었다.그녀는 말을 마친 뒤 바닥에 있는 가방을 집어 들고 빠르
"안 바빠요."나상준의 희미한 목소리에 서혜지는 살짝 당황했다. 나상준은 처음부터 말수가 적었다. 그녀가 이 집안에 시집을 왔을 때부터 나상준은 쭉 이런 성격다. 다행히 가족들은 집안 큰 행사가 아니면 자주 만나지 않았고 그래서 나상준의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았다.이미 적응했다.오늘 그녀는 나준우와 저녁에 외출했었다.집에 돌아온 뒤에야 딸이 넘어진 뒤에 자기 큰아빠와 큰엄마한테 연락한 것을 알게 되었다.예은이는 큰엄마가 자기 만나러 꼭 오겠다고 약속했다고 했다. 큰아빠도 같이.어린 애들은 자기 말에 따르는 척만 해줘도 순진하게 믿었다. 그래서 차우미의 대답이 놀랍지 않았다. 그러나 예은이에게 먼저 연락한 나상준은 급한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어린 아이를 좋아하지 않는 나상준은 평소에도 예은이와 거리를 뒀다. 가끔 본가로 가면 몇 번 놀아주기는 했지만, 결코 많지는 않았다.차가운 성격의 나상준을 예은이가 무섭다고 피하지 않은 것만으로 다행이라 여겼다.어린애에게 아무 관심도 없던 그가 갑자기 전화하자, 서혜지는 되려 불안했다.예은이가 큰엄마한테 연락해서 자기를 만나러 오라고 투정부린 사실을 그녀도 잘 알고 있다.어딘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나준우에게 당장 아주버님에게 연락해 목적을 알아보게 한 것이다.간단한 문제 같지 않았다.그러나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감정 기복 없는 목소리에 서혜지는 겁을 살짝 먹었다.짤막한 말이나 눈빛 하나로 상대를 압도하는 사람이 있다.나상준이 바로 이런 부류이다. 나상준은 카리스마가 강한 사람이다.서혜지가 마음속의 두려움을 억누르며 애써 미소 지었다. "아무 일도 없는 거면 다행이에요. 저랑 준우 씨가 아주버님 쉬는 거 방해한 건 아니죠?"나준우는 순식간에 나약해진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어이가 없었다.자기한테 큰소리를 치던 아내가 꼬리를 내리는 꼴이 웃겼다.게다가 그의 등까지 찰싹 내리쳤다.나상준은 휴대폰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으로 뜨거운 물 한 잔을 따르고 창밖의 야경을 바라
나상준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준우야."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자기를 부르는 나상준 때문에 나준우가 살짝 당황했다. "응, 형.""너 제수씨랑 어떻게 사귄 거야?""뭐?"나준우는 예상치 못한 질문에 더욱 당황했다.나상준이 이런 문제로 연락했을 줄 몰랐다.나준우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어버버거렸다.서혜지는 나상준이 한 얘기를 듣지 못했으나, 자기 남편의 반응 때문에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얼른 나준우의 팔을 붙잡고 나준우의 곁에 바짝 붙어 통화 내용을 들으려 했다.나준우는 아내가 엿듣는 모습에 정신을 차렸다. 그는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몸을 옆에 밀착한 서혜지 때문에 도저히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우리가... 말로 설명하긴 애매해."서혜지는 통화 내용을 엿듣기 위해 애썼지만 나준우의 목소리만 들렸다. 나준우는 그런 서혜지를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결국 휴대폰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선 나준우가 위층으로 피신했다.서혜지는 소파에 멍하니 앉아 휴대폰을 들고 도망치는 나준우를 바라보았다.'나 몰래 할 얘기가 있다는 거야?'나준우는 휴대폰을 들고 서재로 가서 문을 살며시 닫았다. "형, 여자랑 잘 안돼?"나상준은 남에게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그에게 도움을 청하면 청했지, 그가 먼저 도움을 청할 리 없었다.지금까지 총 두 번 나준우에게 도움을 청했다.한 번은 차우미가 손을 다쳤을 때였고 다른 한 번은 지금이다.나상준은 창문 밖의 끝없는 등불을 바라보았다. 환하게 빛나는 도시의 밤은 눈부신 은하수같이 그의 눈에서 끊임없이 반짝였다.그는 담담하고 평온한 차우미의 얼굴을 떠올렸다. 깜짝 놀라서, 아연실색하던, 멍하게 넋이 나갔던 그녀의 모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심장 박동이 빨라졌다."음."그는 분명 문제가 생겼고 해결해야 했다.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나지막한 소리에 나준우는 그가 전과 확실히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냥 꺼낸 질문에 나상준이 대답할 줄 몰랐다. 게다가 그
"사귀는 데까지 얼마나 걸렸는데?"나준우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대학교 시절부터 알았으니까, 졸업 후 내가 취업한 뒤부터 만났으니까...""얼추 계산하면 2~3년 정도 걸린 것 같은데."'2년에서 3년이 걸렸다...'나상준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너무 길다.휴대폰이 다시 조용해졌다. 나준우는 나상준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궁금한 게 있음에도 묻지 못했다. 아무나 연애나 사랑을 잘하는 게 아니다. 나상준은 업무 능력이 뛰어났지만, 연애에 취약했다.그리고 그는 명백하게 나상준이 이 일에 대해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어떻게든 형을 도와주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다.나준우도 아무 말을 하지 않았고 조용해졌다. 그는 나상준의 대답을 기다렸다.오랫동안 침묵이 유지되었고 나상준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네가 일이 바쁠 때, 제수씨가 자주 찾아오면 짜증 나지 않았어?""음..."나준우가 곰곰이 되새기더니 말했다.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은데, 그런데…"나상준은 물컵을 들고 창문 앞에 섰다. 그는 거리의 등불을 바라보며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의 얼굴이 평온했다.다만 그의 눈빛이 깊게 변했다.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나준우가 말을 멈추자 나상준은 컵을 든 손가락을 살짝 움직이며 물었다. "왜?" 나준우가 얼굴을 찡그리더니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내가 정말 바빴던 날이 있었는데, 그날이 혜지가 찾아온 거야. 화가 났던 난 걔한테 듣기 싫은 말을 했고 혜지가... 그때 울더라고."나상준의 시선이 무거워졌다. "그리고?"나준우 지금까지 이런 말을 누군가에게 한 적이 없었다. 누군가에게 자기의 지나간 시절을 얘기하는 게 쑥스러웠던 나준우가 머리채를 움켜쥐고 말했다. "울면서 뛰쳐 갔어, 동료 눈에는 우리가 커플로 보였는지 전부 날 위로하면서 잡으라고 하더라고. 물론 나도 말실수를 한 것 같았고 그래서 혜지를 잡기 위해 따라나갔어.""그날 유독 큰비가 왔어. 내가 혜지를 찾았을 땐, 이미 비에 흠뻑
나준우는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말할 수밖에 없었다."혜지를 끌어안자 내 품에 안겨 울더라. 날 때리면서 욕하더라. 양심 없다고... 나 그때 진짜 복잡했어.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혜지가 우니까 나도 괴로웠어, 그래서..."나준우가 마지막 말을 삼켰다.더는 말 할 수 없었다.나준우는 결국 서혜지에게 키스했다.아주 서투르게 첫 키스를 했다.나준우도 자기가 그렇게 행동할 줄 몰랐다.나상준도 그가 삼킨 말을 눈치챘다.물 한 모금을 마신 나상준이 천천히 말했다. "두 사람 지금 보기 좋아."나준우가 한숨을 돌렸다.그는 나상준이 계속해서 뒷이야기를 물을까 봐 걱정했다. 끝까지 물으면 나준우는 어쩔 수 없이 말해야 했다."그냥 서로 운명이었던 거지, 자연스럽게 만나는...""나도 일부러 뭘 하려고 애쓰지 않았거든. 어쩌다 보니 지금 이렇게 부부가 된 거야."나상준은 몸을 돌려 물잔을 돌려놓고 말했다. "제수씨가 고생이 많네.""아..."나준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는 일부러 무엇을 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서혜지는 그를 위해 많은 것을 해줬다. 사소하고 작은, 보잘것없지만 아주 중요한 것이다.서혜지는 확실히 나준우보다 많은 사랑을 줬다.나준우가 순간 물었다. "지혜가 고생이 많았지. 난... 아니지.""너도 좋은 사람이야. 이렇게 앞으로 쭉 행복하게 살아."나준우는 마음속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나상준이 뭔지 모르게 자기를 부러워하는 기분이 들었다.부러워하는 건가?나준우는 놀랐다.나상준은 아주 대단한 사람이다, 못하는 게 없었고 어떤 일이든 잘해낸다.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나상준은 훌륭하게 해결한다.그런 사람이 자기를 부러워한다는 게 살짝 의아했다."그래,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나준우가 정신을 차렸다. "알겠어.""형도... 내가 도움될지 모르겠지만 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응, 그럴게."'흠...'나준우는 살짝 난처했다.남녀 사이의 감정에 그가 할 수 있는 말은 별로 없었다.
"우선 확인해 봐. 다 보고 나한테 연락해.""음."전화가 끊기고 동영상이 흘러나왔다. 동영상 안의 목소리와 사람이 선명하게 들어왔다.나상준의 눈빛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영상이 재생되면서 침실 안의 눈빛이 한없이 차가워졌다.특히 주혜민이 차우미를 밀치던 순간, 나상준의 눈이 흔들렸다. 여태 보지 못했던 차가움이 서려 있었다.영상은 짧지 않았다. 거의 한 시간 동안 이어졌고 나상준은 인내심있게 바라보았다. 차우미와 온이샘이 나가는 모습에서 영상이 종료되었다.이때까지만 해도 나상준의 얼굴이 고요했다. 마치 동영상을 보기 전과 후에 어떤 변화도 없었다.그러나 그의 눈빛은 심연처럼 어두웠다.등불 하나 없는 어두운 밤과 비슷했다.손가락을 살짝 움직인 나상준은 양훈에게 전화를 걸었다.양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 봤어?""음.""경찰서에 갈 일이 있어서 근처에 갔는데 차우미와 온이샘이 거기서 나오더라고.""그래서 사건의 진위에 대해 알아봤어. 네가 봤던 그대로야."양훈이 잠시 말을 멈추더니 다시 이었다. "진현이 너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어."조용한 목소리에 감정의 변화가 들리지 않았으나, 양훈은 나상준이 화난 것을 눈치챘다.감정이 커질수록 그는 냉정해진다."경찰서 잘 지켜보라고 했어. 주혜민은 경찰서에 나타나지 않았더라, 변호사 보냈다고 하더라. 차우미는 주혜민에게 사과를 요구했더라.""주혜민은 배상은 하겠지만, 사과는 하지 않겠다고 했대.""피해 보상으로 끝날 것 같아."말을 마친 양훈이 입을 닫았다.나상준도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을 것 같았다.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일이고 차우미도 그다지 크게 다치지 않았다. 물론 차우미가 계속 사과하기를 고집한다면 주혜민도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주혜민이 사과할 때까지 진행되는 수밖에 없다.그러나 차우미는 분명 끝까지 갈 성격이 아니다.그녀는 가족을 사랑했고 가족애를 중시했다. 여기서 일이 더 커지면 그녀의 가족들도 크게 걱정할 것이다.그녀가 바
휴대폰을 내려놓은 양훈은 여전히 재생되고 있는 동영상을 바라보다가 전화를 걸었다. "차우미에게 사람을 붙여. 무슨 일 생기면 언제든 보고해.""예."나상준도 전화를 끊었다.그의 손가락이 전보다 좀 더 하얗게 변해 있었다.그의 눈동자는 어두운 밤과 어우러져 더 짙게 빛났다. 등불은 여전히 눈부시게 빛났지만 끝없는 심연에 결코 환하게 비칠 수 없었다.한참 동안 그는 눈을 감았다.어두운 밤, 고요한 적막이 가득 뒤덮였다.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고요하고 조용하게 지나갔다....회성의 밤은 열기로 가득 찼다.차우미는 온이샘과 함께 L 거리에 도착했다. 온이샘이 말한 먹자골목은 L 거리였다. 하성우가 차우미를 데리고 왔던 곳이다. 다만 거리가 워낙 넓었던 탓에 지난번에는 먹자골목에 오지 못했다. 당시 하성우는 먹자골목은 나중에 기회가 되면 와서 먹자고 했다.결국 그들 일행 중 대다수는 고령인들로 고염도 음식이나, 당도가 높은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하성우는 이곳은 젊은이들에게 적합한 장소라고 말해줬다.하성우의 말에 차우미는 나중에 여가현과 이곳에 오면 좋을 것 같다고 여겼다. 그런데 오늘 온이샘과 오게 될 줄 몰랐다.그들이 왔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지난번에 왔던 사람들보다 훨씬 많았다.사람들로 거리가 가득 찼지만 짙은 불꽃 연기가 거리를 가득 메워 후끈하게 했다.먹자골목은 다양한 음식들의 향이 가득 메우고 있었고 사람들의 식욕을 돋웠다. 차우미는 가리는 것 없이 아주 잘 먹었다. 좋아하는 먹거리도 많았으나 위가 작아 많이 먹지 못했다. 여가현과 있을 때도 두 사람은 함께 1인분을 먹을 정도였다. 다만 차우미는 몇 입, 여가현은 남은 전부를 먹었다.다양한 것을 적당하게 먹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그러나 온이샘과 하나를 나눠 먹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작은 점포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부드러운, 지글지글 익고 있는 야채 육전을 바라보던 온이샘이 2인분을 주문했다. 차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