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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3화

그는 시선을 돌려 차우미에게 다가갔다.

자기를 무시하고 지나치는 진현 때문에 주혜민은 치솟는 분노를 어쩔 줄 몰랐다. 심지어 그녀가 아닌 차우미에게 시선을 고정한 진현 때문에 주혜민은 어쩔 줄 몰랐다.

너무 화가 나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진현이 말없이 차갑게 주혜민을 지나치자 그녀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진현!”

"..."

진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주혜민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마치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처럼 그녀를 투명인간 취급했다.

그는 차우미의 앞에 다가가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혜민이 대신 사과드립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말을 마친 진현이 허리를 구부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혜민의 두 눈이 커졌다.

상상도 하지 못한 전개였다.

'날 대신해서 사과한다고?'

'저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사과를 받는데?'

'자기 행동이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거야?'

주혜민은 마치 미치광이를 보듯 진현을 바라보았다.

차우미는 온이샘의 품에 안긴 덕분에 넘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애써 정신을 차렸다.

겨우 안전하게 자리에 서자, 진심 어린 사과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

차우미는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인 채 진심으로 사과하는 진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진현은 진심을 다해 주혜민 대신 사죄를 했다.

하지만 차우미는 그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죄송해요. 당신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어요."

멈칫하던 진현이 몸을 똑바로 펴고 차우미를 바라보았다.

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파르르 떠는 차우미는 연약해 보였지만, 누구보다 침착했고 평온했다.

방금 뜻밖의 사고를 당한 사람답지 않게 차분했다.

차우미는 말을 마친 뒤 시선을 주혜민에게 돌렸다. 주혜민은 충격과 분노에 서린 표정으로 외쳤다.

"그쪽이 날 다치게 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난 미안한 짓 안 했어요. 그러니까 나한테 사과하지 마요."

"허!"

주혜민이 실소를 터트렸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주변을 훑어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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