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이샘의 낯선 모습에 놀랐을 그녀가 걱정되어 미안함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차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선배만 아무 일 없으면 그거로 충분해."사실 차우미는 그를 걱정했다.온이샘도 다시 생기를 되찾았다."예전에 여기 음식 맛 좋다고 들었거든. 다음에는 가현이랑 서흔이도 같이 오자. 둘 다 좋아할 거야."사실 차우미도 여가현과 올 생각을 했었다.그리고 여가현과 강서흔이 잘 되길 바라는 온이샘의 마음을 차우미도 공감되었다. 오랜 친구였기에 서로 잘 알고 있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너도?"온이샘이 살짝 놀란 눈치였다.차우미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응, 가현이랑 오면 좋을 것 같더라. 가현이 입맛에 맞을 거야, 분명 좋아할 거야.""그래, 다음엔 우리 넷이 같이 오자.""좋아."두 사람이 웃고 떠들었다. 그들은 주혜민을 아예 신경 쓰지 않았다.그들의 대화 소리에 귀를 기울이던 주혜민은 마땅한 정보를 캐내지 못했다. 게다가 두 사람 말투는 전혀 연인 같지 않았다.두 사람이 사귀는지, 사귀지 않는지 도저히 알아차릴 수 없었다.차우미와 온이샘이 대화를 하는 사이 음식이 나왔다.그들이 주문했던 음식이 전부 올라왔다.온이샘은 집자를 바라보았다. 함께 잡은 두 손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어떤 일이 생겨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두 연인을 표현한 집자를 바라보았다.메뉴판 속 사진과 똑같았다. 사진으로만 보던 것을 직접 눈앞에서 보자 그의 심장이 빠르게 뛰어댔다.맞잡은 두 손이 심장에 반응하게 했다.온이샘이 애써 진정을 유지하며 미소 지었다. "이 음식에 대해 들은 적 있어.""보기만 해도 좋네."온이샘은 자기의 마음을 그녀에게 표현하지 않았지만, 그의 말 속에는 차우미를 향한 마음이 분명하게 담겨 있었다.아까 주혜민과 진현에게 직원이 이 요리에 담긴 러브 스토리를 할 때부터 온이샘도 귀를 기울였다.차우미는 온이샘의 말뜻을 알아차렸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척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게, 맛있어 보여."차우미의
온이샘은 그녀가 먹은 뒤 먹을 생각이다.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던 마음이 유난히 컸던 온이샘은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도 진심으로 믿었다.그래서 그녀가 꽃잎을 집어 먹는 순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바짝 긴장한 채로.그녀가 꽃잎을 입가에 가져가려던 순간, 갑자기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순간 온이샘은 머리가 하얗게 질렸다.왜 하필 지금 그녀의 휴대폰이 울리는지 알 수 없었다. 바짝 긴장했던 온이샘의 가슴이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했다.차우미는 휴대폰 진동음에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꽃잎이 다시 그릇에 올려졌다. 차우미가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발신자는 예은이다.갑자기 전화를 걸어온 예은 때문에 차우미도 당황했다.안평시에서 예은과 통화한 이후로 그녀와 더는 연락하지 않았다. 시간이 날 때 그녀에게 간식을 전해주러 가려 했지만, 연속으로 스케줄이 생기는 바람에 갈 수 없게 되었다.차우미의 눈에 죄책감이 감돌았다."선배, 먼저 먹어. 나 잠깐 통화 좀 하고 올게."온이샘 앞에서 다른 사람과 통화하는 게 꺼려졌던 차우미가 전화를 받기 위해 일어섰다. 그리고 굳이 온이샘에게 전에 나상준과 이걸 먹었다고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사사건건 전부 말할 필요는 없었다.특히 주혜민이 듣고 있는 지금.이런 상황에서는 말조심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았다차우미는 휴대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온이샘은 자리에 앉아 그녀의 앞 접시에 올려진 꽃잎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이 싸늘하게 식었다.지금 상황이 마치 둘은 이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고 예언하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전화를 받기 위해 휴게실 쪽으로 향했다.곧장 앞으로 나가 모퉁이를 돌자 작은 울타리가 보였다. 안에는 가지런히 놓인 티 테이블과 소파가 있었다.차우미가 전화를 받으며 그쪽으로 다가갔다."으앙!"예은의 구슬픈 울음소리가 들려왔고 차우미가 순간 발걸음을 멈추었다.눈살을 찌푸린 차우미가 휴대폰을 꼭 쥐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예은아, 무슨 일이야?""예은이 큰엄마 보고 싶어요..
차우미가 물었다. "예은이 넘어졌다고 하던데, 심각해요?""아니에요. 뛰다가 카펫에 넘어져서 무릎만 조금 붉어졌어요.""다행히 피부는 까지지 않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송 할머니가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고 차우미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나씨 가문은 아이를 가르치는 데 있어 까다롭지 않았다. 아이는 다치면서 크는 거라고 여겼고 큰일이 아닌 이상 호들갑을 떨지 않았다.나준우와 서혜지도 이 일을 문제 삼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큰 문제가 아니면 대수롭지 않게 지나갔다.송 할머니는 50세가 넘었고 경험도 많았다. 게다가 나씨 집안에서 오랫동안 일한 고용인 중 한 명으로 그녀가 심각하지 않다고 말한 거로 보아, 정말 큰 문제가 아닐 것이다."그럼 저도 안심할게요.""예은이한테 전화 바꿔주세요.""네."예은이가 전화를 건네받았다. "큰엄마, 언제 예은이 만나러 와요?"스피커폰으로 한 탓에 송 할머니도 그녀의 말을 듣고 있다. 예은이는 차우미가 자기를 걱정하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껏 심하게 울지 않은 것이다.차우미는 예은이의 목소리로 보아 아이가 진정을 되찾은 것을 알아차렸고,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안돼, 며칠 뒤에 갈게.""왜요?""에은이가 큰엄마를 얼마나 기다렸는데요. 큰엄마가 만들어 주신 과자 먹고 싶어요. 꿈도 꾸고 있어요.""큰엄마, 예은이 보러 오면 안 돼요?""예은이 큰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요."예은은 활발했고 잘 웃고 귀엽게 행동했다. 머리도 총명해 표현을 유난히 잘했고 예쁨 받을 줄 알았다.울지도 않고 순진무구한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것처럼.차우미가 웃음을 터트렸다.그녀와 나상준이 이혼한 뒤로 그녀는 자연스레 나씨 가문과도 거리를 뒀다. 자연스레 예은과 만나지 않았다.이혼한 이상 가족끼리 만나지 않는 게 정상이다.그러나 예은이와 전에 했던 약속을 지키지 못했던 죄책감이 그녀를 괴롭혔다.차우미가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 "큰엄마 요즘은 바빠서 안 돼. 바쁜 거 지나가면 예은이
차우미와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누군가 서 있었다.그녀는 실크색 긴 셔츠를 입고 있었다. 정강이까지 내려오는 스커트와 높은 힐을 신고 있었다. 그녀의 우월한 외모와 몸매를 아주 잘 표현했다.다만 주혜민의 기분이 상당히 나빠 보였다.그녀는 입가에 손을 짚고 얼굴에는 웃음을 띠었지만, 눈에는 냉기가 돌았다.주혜민은 자리에 서서 한동안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차우미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녀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입술을 살짝 깨문 차우미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주혜민이 차우미를 따라와 그녀의 통화를 엿들은 것이다.그녀는 차우미와 예은이 나누는 대화를 정확히 들었다. 차우미는 휴대폰을 살짝 움켜쥐고 주혜민을 스쳐지나기로 했다.주혜민에게 들키기 싫어 여기까지 나와 전화를 받은 것이다. 그런데 주혜민이 따라왔다.차우미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결국 자리를 피하기로 했다.차우미가 주혜민을 스쳐지나자 주혜민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속에 들어왔다. "멈춰요."차우미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주혜민의 발소리가 멈춰지자 몸을 돌려 섰다.그녀가 천천히 차우미의 앞으로 다가왔다.차우미보다 키가 살짝 더 컸던 주혜민은 10cm가 넘는 힐을 신은 탓에 훨씬 컸다.그녀는 차우미의 앞을 가로막고 서있어 차우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주혜민을 쳐다봤다."설명해야죠?"주혜민의 담담한 얼굴에 미소가 짙어졌지만, 눈빛은 싸늘해졌다.그녀는 매우 화가 났다. 온이샘과 대화 내용을 엿듣기 위해 룸에 앉아 있다가, 차우미가 전화를 받으러 나오겠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뒤따라 나왔다.누가 전화를 걸었기에 이렇게 나와서 받는지 궁금했다.호기심이 생겨 따라나온 것이다.하지만 그녀가 통화한 사람은 다름 아닌 예은이다, 나씨 집안의 손녀.차우미가 아지도 그 집안 사람과 연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결국 주혜민의 마지노선을 넘었고 그녀는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차우미가 미간을 찌푸리고 입술을 깨물었다.주혜민의 말뜻을 차우미도 알아들었다. 헤어진 마당에
"하지만 난 상준 씨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어요. 그쪽이 믿을지, 안 믿을지 모르겠지만 난 진심이에요."말을 마친 차우미가 시선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주혜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주혜민에게 무례한 말 그만하라고 요구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보는 시선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주혜민과 논쟁하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자리를 피했다.그러나 차우미는 자신의 이런 태도가 주혜민에게 도발로 다가왔다는 것을 몰랐다. 마치 그녀를 무시하고 자기 갈 길을 가겠다는 것처럼 보였다.주혜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선심 써서 경고했더니 그걸 모르네요. 이젠 내가 어떻게 행동해도 원망하지 마요."주혜민은 차우미가 자기 주제를 아는 사람이라 여겼다. 그러나 직접 대면한 차우미는 그렇지 않았다.그래서 차우미에게 더는 예의를 차리고 싶지 않았다.주혜민은 바로 팔을 들어 차우미의 앞을 막았다.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주혜민 씨." 차우미의 입이 열리자마자 주혜민은 순식간에 그녀를 밀쳤다.그러나 주혜민의 힘이 강했던 탓에 차우미는 떠밀려 비틀거렸다. 그리고 주혜민이 손찌검을 쓸 줄 몰랐던 차우미는 아무런 방비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공격을 받았고 그래서 무게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던 것이다. 결국 차우미가 균형을 잃고 순식간에 뒤로 휘청댔다.그러나 넘어지는 순간 차우미의 뇌리로 다쳤던 발이 스쳐 지났고 다시 다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그래서 넘어지는 와중에 다쳤던 발부터 보호했다. 그러나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심한 통증이 전해왔다.차우미가 바닥에 넘어지는 것을 본 주혜민은 그제야 만족했다.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주혜민은 그녀의 앞에 다가와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녀를 내려다보며 턱을 약간 치켜들고 차가운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임자 있는 약혼남을 감히 건드리고 뭐가 이렇게 당당해!"주혜민은 마치 전 세계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차우미는 주혜민의 발언에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주혜민의 입
"그만해!""그만해!"두 사람의 목소리가 거의 동시에 울렸다.하지만 주혜민의 행동이 더 빨랐다.순식간에 강한 힘이 차우미를 밀어붙였고, 채 일어서기도 전에 차우미는 다시 뒤로 자빠졌다.그러나 그녀가 뒤로 고꾸라지던 순간, 누군가 빠르게 날아와 순식간에 그녀를 품에 안았다.친숙하면서도 낯선 품에 부드럽게 안긴 차우미는 안정감을 느꼈다.'선배가 왔어.'온이샘이 차우미를 품에 꼭 감싸고 있었다. 그는 싸늘한 시선으로 주혜민를 노려보았다. "지금 한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 행동인지 알아?"온이샘은 화가 나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는 이런 분노를 살면서 처음 느꼈다.온몸의 신경이 곤두섰다.차우미가 휴대폰을 가지고 나갔을 때까지만 해도 온이샘은 멍하니 접시에 놓인 꽃잎을 바라보았다.그는 차우미와 연인으로 발전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음식에 집착했던 것이다. 어쩌면 둘 사이를 좋게 발전시킬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줄 수 있었기에, 용기를 내서 자기 마음을 고백하기 위해. 그러나 갑작스레 걸려온 전화가 차우미의 식사를 방해했다. 둘 사이에 무언가 발전할 기회를 방해했다. 마치 둘 관계가 순조롭게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실의에 빠졌다.항상 평온하던 온이샘은 이런 사소한 일에 감정이 동요해버렸다.침울한 기분에서 오랫동안 헤어나오지 못하던 온이샘은 직원이 다가와 찻물을 따라줄 때가 되어서야 차우미가 아직도 돌아오지 않은 것을 발견했다. 시선을 돌려 앞을 바라보자 주혜민이 있어야 할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주혜민과 맞은편에 앉은 남자 모두 사라져버렸다. 테이블에는 음식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순간 불길한 기분이 들었다.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차우미를 찾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그러나 차우미를 찾기 위해 나갔을 땐, 차우미가 바닥에서 일어서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온이샘의 마음이 시큰거렸다.그가 다가가던 찰나, 주혜민은 또다시 차우미를 해쳤다.바로 그의 눈앞에서 다쳤다. 이번에
그는 시선을 돌려 차우미에게 다가갔다.자기를 무시하고 지나치는 진현 때문에 주혜민은 치솟는 분노를 어쩔 줄 몰랐다. 심지어 그녀가 아닌 차우미에게 시선을 고정한 진현 때문에 주혜민은 어쩔 줄 몰랐다.너무 화가 나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진현이 말없이 차갑게 주혜민을 지나치자 그녀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진현!”"..."진현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주혜민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마치 그녀의 목소리를 듣지 못한 것처럼 그녀를 투명인간 취급했다.그는 차우미의 앞에 다가가 미안한 기색으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혜민이 대신 사과드립니다. 정말 미안합니다."말을 마친 진현이 허리를 구부리며 고개를 숙였다.이 광경을 지켜보던 주혜민의 두 눈이 커졌다. 상상도 하지 못한 전개였다.'날 대신해서 사과한다고?''저 여자가 무슨 자격으로 사과를 받는데?''자기 행동이 무슨 뜻인지 알고 하는 거야?'주혜민은 마치 미치광이를 보듯 진현을 바라보았다.차우미는 온이샘의 품에 안긴 덕분에 넘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무게중심을 잡기 위해 애써 정신을 차렸다.겨우 안전하게 자리에 서자, 진심 어린 사과의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다.차우미는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인 채 진심으로 사과하는 진현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진현은 진심을 다해 주혜민 대신 사죄를 했다.하지만 차우미는 그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죄송해요. 당신의 사과를 받아들일 수 없어요."멈칫하던 진현이 몸을 똑바로 펴고 차우미를 바라보았다.창백한 얼굴로 입술을 파르르 떠는 차우미는 연약해 보였지만, 누구보다 침착했고 평온했다.방금 뜻밖의 사고를 당한 사람답지 않게 차분했다.차우미는 말을 마친 뒤 시선을 주혜민에게 돌렸다. 주혜민은 충격과 분노에 서린 표정으로 외쳤다. "그쪽이 날 다치게 한 것도 아니잖아요. 그리고 난 미안한 짓 안 했어요. 그러니까 나한테 사과하지 마요.""허!"주혜민이 실소를 터트렸다.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주변을 훑어보며 말했다.
"우리 부모님은 어릴 때부터 사람 됨됨이 대해 가르쳤어요.""세상사는 복잡하면서도 단순하다고 하셨죠.""사람마다 가장 기본적인 것만 갖추면 충분히 잘 살 수 있다고 했어요. 윤리 도덕과 같은 품행 말이에요."주혜민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주혜민은 실눈을 뜨고 차우미를 쳐다보았다.차우미는 지금 주혜민이 윤리 도덕 없는 무례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차우미가 자기를 완전히 얕본다고 여겼다.차우미는 주혜민의 안색이 눈에 띄게 변한 것을 보고 계속해서 말했다. "우리 부모님은 결코 나한테 재력이나 지위, 명예 같은 게 중요하다고 가르치지 않았어요. 두 분은 그저 저한테 착실하게 살면 된다고, 그러면 가문에 먹칠하지 않는 거라고 하셨어요.""그래서 어릴 때부터 부모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날 지키고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헐뜯지 않기 위해 내 일에 최선을 다했고 부끄러움 없이 잘 살았어요.""그런데 혜민 씨가 오늘 저한테 거짓을 진실인양 날조해 모독하고 내 명예를 훼손하고 날 다치게 한 거예요. 그쪽 가정 교육이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난 우리 부모님 가르침대로, 나한테 피해를 주는 사람은 물러서지 않을 거에요.""난 불륜을 한 적도 없고 누군가의 감정에 끼어드는 짓도 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쪽이 한 비난과 모욕을 참을 수 없어요. 그쪽 언행으로 난 다른 사람들한테 불륜녀라는 낙인이 찍혔고 보이지 않는 상처를 입었어요. 물론 날 가르친 부모님께까지 상처를 주는 행동이었고요.""혜민 씨가 모든 사람 앞에서 나한테 사과하세요."차우미는 어떤 감정의 미동 없이 차분하게 말을 마쳤다.그녀는 상처를 입은 사람보다 상처를 입은 사실을 진술하는 변호사 같기도 했다.순간, 주위가 삭막해졌다. 숨소리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고요했다.구경꾼들은 차우미의 말에 살짝 동요했다.자기 할 말을 이렇게 똑 부러지게, 이성적으로 하는 여자를 불륜녀로 오해했다고 여겼다.온이샘은 조용히 주먹을 꽉 쥐었다.차우미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차우미에게 명예 훼손을 저지
나상준은 차우미 뒤에서 두 모녀가 포옹하는 것을 지켜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자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시선을 느끼고는 흠칫하며 눈을 들었다.차동수는 하선주의 뒤를 따라 입구로 왔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차우미를 보았고, 이어서 딸의 뒤에 서 있는 나상준을 보았다.그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깜짝 놀랐다.사위였던 나상준은 나씨 가문의 후손으로서 언제나 예의가 바르고 사려가 깊었다.나상준의 성격은 보통 사람과 달랐는데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고 잘 웃지도 않으며 내성적이어서 사람들이 잘 접근하지 못한다.차우미와 나상준이 결혼한 3년 동안 차동수도 사위 나상준과 몇 마디 해본 적이 없어서 여전히 낯설었다.차동수에게 나상준은 아주 훌륭하고 교양이 있는 젊은이였고 동시에 따뜻함도 인간미도 없는 사위이기도 했다.이런 사윗감은 좋다고 하기도 나쁘다고 하기도 애매했는데 차우미만 좋으면 그들은 의견이 없었다.그런데 두 사람이 이혼한 이유가 제3자 때문이라는 것이 제일 의외였다.차동수의 마음속에 나상준은 절대 교양이 없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일이 발생하고 나니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다만 나상준의 신분과 지위를 곰곰이 생각해 봤을 때 있을 법한 일이기도 했다.비록 부모 눈에 자신들의 자식이 제일이겠지만 차우미가 어느 정도인지는 그들도 똑똑히 알고 있었고 또 사람과 사람은 차이가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나상준과 같은 훌륭한 아이가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가 아니었다면 절대 차우미와의 결혼이 없었을 거라고 생각했다.만약 나상준이 차우미보다 훨씬 훌륭하다는 것을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차동수는 절대 두 사람을 만나게 하지 않았을 건데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그가 알았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기에 운명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얼마 전에 차우미가 나상준과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는 마음이 아팠는데 동시에 다행이라고도 생각했다. 모든 사람이 그렇듯이 맞지 않으면 하루빨리 헤어지는 게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그래서 하선주가 나상준을 못마
차우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아니야. 시간도 늦었고 아빠와 엄마는 이제 주무실 거야. 그러니 상준 씨도 일찍 돌아가서 쉬어.”안평에 오기 전에 나상준은 차은평과 소명진을 보러 온다고 했지, 차동수와 하선주도 만나겠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기에 차우미는 조금 놀랐다.하지만 그녀는 금방 나상준의 뜻을 이해했다.후배로서 예의상 부모님을 찾아뵙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고 안 가면 오히려 말이 안 되는 것이다.하지만 차우미는 나상준이 자기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데 왜 그러는지는 나상준도 잘 알고 있었다.“가자.”차우미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 나상준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했다.나상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차가 그와 차우미 앞에 멈춰 섰다.나상준은 몸을 옆으로 돌리고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를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오늘은 너무 늦었으니 다음에 가. 그리고 상준 씨는 일도 바쁠 텐데 얼른 가서 일해. 굳이 오늘 갈 필요 없으니 나중에 시간이 많을 때 가도 돼.”“지금 시간이 돼.”“...”차우미는 할 말을 잃었다.그녀가 싫어하는 것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왜 굳이 가겠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순간 차우미는 나상준의 깊은 눈동자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차우미의 생각을 아예 모르는 듯 대답이 없는 차우미를 향해 말했다.“계속 이러고 있으면 시간이 더 늦어져.”차우미는 입술을 다시며 열려 있는 차 문을 보더니 잠깐 머뭇거리다가 올라탔다.나씨 가문에서 자란 나상준에게 예의를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에 더 이상 말리지 않았다.차동수와 하선주가 나상준을 반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겠다고 하니 차우미는 포기했다.차우미가 차에 타자 나상준은 문을 닫고 다른 쪽으로 가서 차에 탔다.그들은 순식간에 청강 아파트를 떠났다.청강 아파트와 차동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멀지 않았기에 십여 분이면 도착할 수 있었다.게다가 지금 시간은 교통이 막히지 않은 시간이고 도
차우미는 걸음을 멈추고 소명진의 손을 잡아주며 말했다.“할머니, 저는 괜찮아요. 상준 씨는 좋은 사람이고 아무 문제가 없어요. 저도 그렇고요. 저희는 그냥 맞지 않을 뿐이에요.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소명진은 밤하늘을 바라보더니 평소와 같은 단순하고 깨끗하고 부드러운 얼굴이었지만 눈에는 걱정이 많았다.“알았어. 맞지 않으면 다시 찾으면 되지. 우리 손녀가 얼마나 훌륭한데, 꼭 잘 어울리는 사람을 찾을 수 있을 거야.”차우미가 웃으며 소명진을 끌어안더니 소명진의 등을 다독이며 말했다.“할머니, 저 꼭 행복할 거예요. 저만 믿으세요.”소명진도 웃었다.“그럼, 우리 우미는 꼭 행복할 거야.”차우미와 소명진은 밖에서 너무 오래 머무르지 않고 30분 정도 있다고 신선한 과일을 사 들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들어서자마자 차우미는 거실의 분위기가 나갈 때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차우미는 나상준과 차은평을 번갈아 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차를 마시고 있었지만, 표정은 모두 달라졌다.나상준의 표정은 여전히 기쁨과 분노를 알아볼 수 없었지만 차우미가 예민한 탓인지 그녀는 나상준이 조금 전과 너무 달라진 것 같았다.반면에 차은평은 표정에 명백한 변화가 있었는데 전처럼 웃는 모습이 아니고 근엄하고 위엄이 느껴졌다.차우미와 소명진이 나가자마자 그다지 좋지 않은 대화를 한 모양이다.차우미는 과일을 테이블에 놓으며 말했다.“할아버지, 할머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이제 쉬셔야죠. 저희는 이만 갈게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다시 또 뵈러 올게요.”현재의 시간은 노인들에게 있어서 늦은 시간이 확실하다.차운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고개를 끄덕였는데 조금 전의 엄숙한 표정은 차우미 집에 들어오는 순간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다시 인자한 얼굴로 변했다.“우리도 알아. 걱정하지 마. 너도 지금 금방 도착했으니 얼른 집에 가서 쉬어. 너의 부모도 너를 기다리고 있을 거잖아. 그런데 너 몇 달 못 본 사이에 야윈 것 같아.”매년 청주에서 새해를 맞이하고 차우
주변의 공기가 갑자기 응축되면서 일시 정지 버튼을 누른 것 같았다.차은평은 주전자를 들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조금 전까지 보이던 후배에 대한 사랑은 온데간데없이 엄숙했다.나상준은 허리를 약간 굽혀 주전자를 받으려던 자세를 유지하고 있었다.차은평의 진지한 말에 그는 동작을 멈추고 차은평과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네, 사실입니다.”대답을 들은 차은평의 표정은 엄숙하고 모르는 사람을 대하듯 낯설게 변했다.그와 동시에 나상준에게 차를 주려고 들었던 주전자를 거두고 테이블에 올려놓았다.나상준은 차은평의 행동에 놀라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으며 말했다.“저와 우미가 이혼하게 된 건 제3자 때문이기도 하지만 전적으로 제 문제입니다. 하지만 결혼 3년 동안 절대 혼인 생활을 배신하는 일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 사이에 오해가 좀 있어요. 제3자는 저도 생각을 못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저의 실수입니다.”차은평은 찻주전자를 내려놓고 자기 찻잔을 들고 마셨다.나상준이 담담한 어조로 하는 말을 들으며 차은평은 잠깐 흠칫하고 눈빛이 흔들리더니 계속 차를 마셨다.그 모습은 나상준의 말을 들은 것 같기도 하고 듣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나상준은 조금은 당황한 표정으로 계속 말했다.“할아버지, 저는 우미와 다시 시작하고 싶습니다. 보상하려는 것도 죄책감도 아니고 나씨 가문과 차씨 가문의 관계 때문도 아닙니다. 오로지 우미와 이번 생을 함께 하고 싶습니다.”“...”차은평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를 마시며 눈을 내리깔고 나상준의 말에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다.나상준은 말을 마치고 차은평을 바라보면서 무슨 말이라도 하기를 기다렸다.두 사람이 그렇게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거실은 다시 조용해졌다.차은평은 그렇게 나상준이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모르는 듯 고요함을 만끽하며 차를 천천히 마셨다.손에 들고 있던 차를 절반 넘게 마시고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차은평은 찻잔을 내려놓고 나상준을 바라보았는데 화는 조금 풀리고 미소가 살짝 보였다.하지만 그 미소는
청강 아파트는 도시 중심이 아닌 외곽에 자리잡고 있으며 입주한 지 2년밖에 안 되는 아파트인데 그 옆에는 강이 있고 그 맞은편에는 작은 산이 있다.때문에 청산녹수가 한눈에 보이고 경치가 너무 좋아 어르신들이 살기에 매우 적합한 곳인데 차우미의 조부모님들도 바로 이 아파트에 살고 있다.그들은 이제 백발노인이 되었지만, 아파트 앞에서 기분 좋게 오가는 차들을 보고 있었다.차가 멈추려 하자 노인들은 누구인지 궁금해서 차 쪽으로 보고 있었고 차 안에 있는 차우미도 밖에 있는 노인들을 바라보았다.차가 멈추자 차우미는 잽싸게 내려서 노인들에게로 다가가서 손을 잡고 말했다.“할머니, 여기까지 나와서 기다리지 않으셔도 되는데...”오늘 밤 차우미가 나상준과 함께 조부모님 뵈러 가는 것을 하선주는 싫어했지만, 그녀는 그래도 하선주와 통화를 마친 후 조부모님께 연락했었다.그리하여 그들이 아파트에 도착하기 전에 차우미는 할머니 소명진의 전화를 받고 도착 예정 시간을 얘기했다.그런데 이렇게 밖에 나와서 그들을 기다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다.소명진은 차우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괜찮아. 조금 전까지 산책하다가 마침 네가 올 시간이 되는 것 같아서 기다린 거야.”두 사람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다가 소명진은 차에서 내려 차우미 옆에 서 있는 키가 큰 사람을 보았다.나상준이 말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소명진은 나상준을 향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우미를 보고 말했다.“들어가자. 할아버지는 기다리다가 먼저 집에 들어갔어.”“네.”차우미는 소명진의 팔짱을 끼고 손을 잡고 계속 문질렀다.소명진은 차우미의 일과 생활에 관해 물었고 차우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하나하나 대답했다.나상준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차우미 옆에서 두 사람이 걷는 속도와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걸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그렇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고 두 분이 사는 건물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띵. 존경하는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리 비행기는 15분 후에 안평 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착륙 준비를 위해...”기내에서 항공 승무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차우미는 속눈썹을 움직이다가 멍한 표정으로 눈을 떴는데 기내의 희미한 조명과 윙윙거리는 비행기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제대로 한잠을 잤다.무의식적으로 창밖을 바라보니 안평시의 불빛들이 깜빡였는데 밤하늘의 가득 채운 것이 은하수의 별빛처럼 아름다웠다.차우미는 일어나 앉아서 눈을 비볐다.나상준은 옆에 있는 차우미가 일어나면서 담요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잽싸게 손을 뻗어 담요를 잡아 다시 덮어주었다.차우미는 무언가 느끼고 고개를 숙였는데 관절이 명확한 손이 자기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있었다.“고마워”그리고 직접 담요를 가져다가 덮었다.담요를 정리하고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하품하며 계속해서 창문으로 점점 가까워지는 도시를 바라보았다.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비행기는 점차 하강했는데 익숙한 도시, 고향이 가까워지자, 차우미는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었다.드디어 돌아오게 되어 그녀는 행복했다.나상준은 미소를 짓고 있는 차우미의 옆 모습을 바라보았는데 눈에 빛이 반짝거렸고 또 하품으로 인해 살짝 촉촉했다.눈빛에서 나상준은 차우미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너무 행복해하는 것을 느꼈다.어느덧 시간이 흘러 비행기는 유유히 안평 공항에 순조롭게 착륙했다.기내는 어느새 등이 전부 켜졌고 승무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차우미는 안전벨트를 풀고 가방을 챙겨 일어섰는데 도로 옆에 앉은 나상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녀의 가방을 들고 먼저 나갔다.차우미는 하는 수 없이 나상준의 뒤를 따라 기내에서 나갔다.두 사람은 여전히 VIP 통로로 아무 막힘없이 일사천리로 몇 분 만에 공항을 나왔다.차는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기사는 차우미와 나상준이 나오는 것을 보고 즉시 짐을 받아 트렁크에 넣었다.나상준은 뒷좌석의 차 문을 열어 차우미에게 먼저 타라고 했다.차우미는 사양하지 않고 올라가서 안쪽으로 앉
진문숙은 마음이 어찌 조급했는지 가능하다면 올해에 결혼식까지 치르고 싶었다.파티에서 사람들은 서로 잘 아는 사람들과 모여 앉아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며 우아한 음악 선율에 맞춰 각자의 생각과 행복, 그리고 걱정들을 이야기했다....성북동 별장에서.주혜민은 운전해서 별장을 떠난 후 액셀러레이터를 세게 밟고 큰 도로로 빠르게 달렸다.그날 밤, 그녀는 나상준의 냉정한 눈빛이 너무 두려워서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했고 당황했다.주혜민은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해 봤지만, 도저히 나상준과 가까이할 수 없었다.그래서 고민 끝에 문지영을 만나서 상황을 얘기하려고 했다.비록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문지영과 친해지면 그것 또한 자기에게 유리할 거라고 믿었다.그런데 주혜민이 문지영이 집에 있을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방문했는데 결국 집에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가정부의 말에서 문지영이 자신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왜 나를 안 만나려고 하는 거지?’주혜민은 설마 나상준이 다른 여자를 데리고 문지영을 만났고 또 문지영은 그 사람이 마음에 들었는지 궁금했다.그녀는 문지영의 성격을 잘 아는데 절대 아무에게나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그런데 이제 며칠도 되지 않았는데 문지영이 자기를 만나주지 않는다는 건 그 이유 외 다른 건 없다고 생각했다.이제 문지영이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 여자가 자신을 이겼다는 생각에 화가 났다.‘절대 안 돼!’주혜민은 지금 상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상대가 자기보다 조건이 좋든 안 좋든 절대 나상준을 포기할 수 없었다.3년을 기다려서 겨우 기회가 왔는데 다시는 나상준을 다른 여자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핸들을 꽉 잡고 갑자기 브레이크를 밟았다.그러자 기다란 브레이크 소리가 깊은 밤에 울려 퍼졌다.차를 길옆에 주차하고 주혜민은 분노로 가득 찬 눈으로 앞을 바라보았는데 눈빛에는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그녀는 더 이상 시간
문지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들으며 시선을 돌렸는데 한 번에 몇몇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아봤다.거의 모두 만나봤던 사람들인데 그중에 온씨 가문의 진문숙도 있었다.문지영은 친구 사귀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 특별히 필요가 있을 때만이 그 필요한 사람과 가까워지려 한다. 예를 들어 지금의 서혜란처럼 말이다.예를 들어 온씨 가문의 진문숙과는 거의 왕래가 없었는데 평소에 가끔 만나면 간단하게 웃으면서 인사만 하는 사이였다.서혜란의 말에 문지영은 궁금해서 물었다.“결혼식이라니? 어느 가문에 결혼식이 있을 것 같아?”문지영 나이대의 사람들은 자식들의 나이가 모두 나상준과 비슷했는데 거의 모두 결혼해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 어느 가문의 자식이 약혼하고 결혼한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없었다.서혜란은 문지영을 보더니 턱으로 진문숙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가운데 있는 온씨 가문의 며느리 진문숙 씨 알지?”문지영은 진문숙 방향으로 보았는데 거기에는 3~4명이 있었는데 진문숙에 가운데서 제일 기쁘게 웃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무슨 경사가 있는 듯싶었다.문지영이 잠깐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온씨 가문의 아들은 해외에서 무슨 연구를 하는데 괜찮다고 들었어.”예로부터 사람들은 훌륭한 아이와 나쁜 아이들에 대한 인상이 깊게 남는다.“맞아. 온씨 가문의 아들은 모두가 좋다고 해. 최근에 들었는데 그 아들이 좋아하는 아이가 있다고 해. 성격이 조용하고 가문도 좋으며 진문숙 씨도 보고 엄청 마음에 들었나 봐.”문지영이 그제야 이해했다.그들과 같은 가문에서는 며느리를 볼 때 아들만 좋아한다고 되는 거 아니고 가문 어른들의 동의도 받아야 하는데 만약 어른들이 동의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했다.그런데 서혜란이 진문숙도 만나보고 만족한다고 하니 아마도 성사될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잘된 일이군.”말은 그렇게 했지만, 문지영은 마음속으로 조금 다급했다.주변의 많은 아이들은 모두 결혼
어떤 일은 당사자가 눈치채기 전에 잘못 말하면 미움을 사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뒤에 주씨 가문에 일이 발생하고부터 문지영은 서혜란과 가까이 지냈는데 그녀를 통해서 더 많은 아기씨를 요해하고 직접 며느리를 고르고 싶었다.그때 서혜란은 마음속으로 기뻐했고 문지영이 장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혜란은 주혜민의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자기가 알고 있는 아가씨들에 대해서만 문지영에게 알려주고 문지영이 직접 만나보고, 조사하고 고려하게 했다.비록 주혜민은 좋아하지 않지만, 서혜란은 나상준을 높이 평가했다.서혜란이 봤을 때 나상준은 능력이 있고 대담하고 용감하며 신중하게 일 처리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다.하지만 결혼은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비록 자기 가문에 나이와 조건이 비슷한 소녀를 나상준에게 소개해 주려고 골라봤지만, 도저히 찾을 수 없어서 포기했다.사람은 자신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사람과 사람이 이어지려면 서로 맞아야 한다.서혜란은 모든 일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본다.때문에 문지영이 며느리를 찾는 문제에서 그녀는 특별히 신경을 써서 모두 나상준과 잘 어울릴만한 아가씨들만 문지영에게 말했다.이제 남은 건 나상준의 마음에 달렸는데 그는 아무나 쉽게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다.문지영이 주혜민을 얘기하는 것을 듣더니 서혜란은 곧바로 문지영이 이제 주혜민을 잘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주혜민은 정말로 며느리로 적합하지 않았기에 서혜란도 그냥 준다고 해도 거부할 것이다.“그 아이가 상준이를 많이 좋아하나 봐요.”서혜란은 여전히 주혜민에 대한 나쁜 말은 하지 않고 이해한다는 듯이 말했다.주혜민과 나상준에 대한 소문은 서혜란도 들었지만 믿지 않았다.나씨 가문의 나상준이 만약 정말로 주혜민을 좋아한다면 절대 다른 사람과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주혜민이 어떤 사람인지 나상준이 모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때문에 나상준이 주혜민을 선택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