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781 - 챕터 790

1206 챕터

제781화

윤아는 원래 함부로 말을 지어내는 여자애들한테 몇 마디 해주려던 것뿐인데 이것들이 면전에서 남의 집안까지 들먹일 줄이야.윤아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그들을 노려봤다.“뭐라고?”“왜? 우리가 뭐 틀린 말 했어? 하긴 애초에 가정환경에 문제 있는 애들이 선우같이 모자란 애들이랑 노는 거지. 모자란 것들끼리 아주 그냥 끼리끼리네.”“아참. 우리 심씨 가문 아가씨가 선우랑 사귀게 되면 과연 누가 먼저 바람을 필까?”윤아는 그들의 선 넘은 막말에 이성의 끈이 뚝 끊기는 걸 느꼈다. 화가 치밀어 당장 다가가 따지려던 그때, 난데없는 굉음에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학교 쓰레기통이 주먹에 맞아 완전히 찌그러져 있었다.주먹을 쓴 사람은 옆에 있던 선우였다.아직 애티 나는 얼굴에 오금이 저릴 정도로 서늘한 기운이 풍겼다.그의 스산한 눈빛은 윤아를 지나쳐 그 뒤의 막말을 쏟아내던 여자애들에게 향했다. 이윽고 그의 얼굴에 때아닌 미소가 피어나더니 말했다.“알고 싶은 게 많은가 봐... 내 주먹한테 한 번 물어보는 건 어때?”“미친놈.”여자애들은 공포에 질려 외마디 욕설과 함께 황급히 자리를 떴다.그제야 선우는 조금 전의 살기는 온데간데없는 자상한 남자아이 모습으로 윤아에게 다가갔다.“너 왜 이렇게 멍청해? 쟤네들이 말하는 건 네가 아니라 나잖아. 뭣 하러 거길 껴?”윤아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쟤들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니까 좀 정정해 줬어. 그게 너랑 무슨 상관인데?”말을 마친 윤아는 그대로 몸을 돌려 쌩하니 가버렸다.그날, 선우는 윤아를 집까지 데려다주었다.동시에 그날은 윤아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렇게까지 크게 화를 내는 선우를 본 날이었다.사실 그때 일은 윤아에게 이제 거의 잊혀가는 어릴 적 헤프닝일 뿐이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 보니 선우의 어린 시절은 정말 엉망진창이었겠다 싶었다.오합지졸인 집안은 한 부모 가정보다 못하다. 적어도 윤아네 집은 평화로웠고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해 주는 아빠가 있었으니.잠시 옛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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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2화

윤아는 그 뒤의 말이 훈이가 듣기 부적절한 얘기임을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시간 될 때 찾아와주세요.”“네.”기나긴 복도를 지나 드디어 별장 내부가 보이기 시작했다.윤아는 저 멀리 하윤의 손을 잡고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선우를 보았다.그는 늘 그렇듯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태연하게 말을 건넸다.“왔어? 오는 길에 멀미 하진 않았고? 안색이 안 좋아 보여.”선우는 윤아의 얼굴을 유심히 살피며 걱정스레 물었다.윤아는 사람을 감금하고 있으면서 뻔뻔하게 말을 걸어오는 그의 모습에 화가 치밀어 저도 모르게 험한 말이 나올 뻔했다.그러나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은 우진이 얘기해줬던 선우 어머니의 자살에 관한 이야기가 떠오르면서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진 못했다.결국 윤아는 아무것도 못 들은 척 고개를 떨구었다.‘됐어. 말한다고 바뀌는 것도 없는걸.’그때, 하윤이 윤아에게 달려왔다.“엄마!”윤아는 그제야 하윤의 눈시울이 붉은 것을 발견했다. 보아하니 조금 전까지 울고 있었던 모양이다.“멀미했어?”그러자 하윤이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엄마가 꿀물 타 줄게. 응?”“네.”그래도 다행인 건 선우가 아이는 살뜰히 챙겨준 듯했다.곧이어 집사처럼 보이는 사람이 다가오더니 자기소개를 했다.“안녕하세요, 윤아 씨. 전 이곳의 집사, 임춘재라고 합니다. 필요하신 물건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금방 준비해 드리겠습니다.”그러나 윤아는 여전히 싸늘한 표정으로 그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했다.집사가 마음에 안들어서가 아니라 결국 이곳에 와있는 자신의 처지가 싫어서였다. 그러니 윤아는 자연히 이곳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풀 필요를 못 느꼈다. 만약 집사가 그녀의 태도로 인해 기분이 상한다면 그것 또한 선우가 골치 아파야 할 일이지.아니나 다를까, 윤아의 쌀쌀맞은 반응에 춘재는 머쓱한지 머리를 긁적였다.‘내가 뭘 잘못 말했나?’어색한 분위기 속, 선우가 가볍게 웃으면서 말했다.“험한 길 오느라 다들 지쳤을 테니 올라가 쉴 수 있게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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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10분 후, 우진은 방에서 나왔고 그 안에 남겨진 건 숨 막히는 적막과 소파에 덩그러니 앉아 있는 윤아였다.윤아는 선우가 그런 일을 겪고도 성격이 정상인 게 더 이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선우의 어머니가 자살을 했던 그 해, 그런 일이 있기 전에 그녀는 한동안 제정신이 아니었다고 한다. 헛소리는 기본이고 자기 아들한테 폭력까지 일삼았으니 말이다.선우는 집에서 맞은 상처로 온몸에 성한 곳이 없었으나 젊은 나이에 미쳐버린 엄마에 대한 동정심 때문인지 반항 한번 없이 꾹 참으며 살았다고 한다.그러다 선우의 할아버지가 그 일을 알게 되면서 선우는 겨우 그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고 선우가 할아버지를 따라 떠나던 그날, 그녀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그 일로 집안은 발칵 뒤집혔고 선우의 아버지와 달리 품행에 늘 심혈을 기울이던 할아버지는 선우의 아버지의 권력을 모두 몰수하고 방금 엄마를 잃은 선우에게 후계자 자리를 넘겨주었던 것이다.그리고 그 집을 찾아왔던 내연녀는 본래 선우의 할아버지가 처리해 버리려고 했으나 아이를 가졌다기에 강제로 친자 검사를 시켰다.그 아이 정말 선우네 일가의 핏줄이 맞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그동안 가족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던 어린 선우는 위로받을 사람 하나 없이 홀로 후계자 수업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버텨야 했다.결국 선우는 그들이 원하는 대로 완벽한 후계자가 되었지만 그 내면에 있는 아이는 영원히 치유받지 못한 채 더없이 차갑게 변했던 것이다.우진이 왜 그를 미친놈이라 여기게 되었는지는 그 내연녀가 딸아이를 낳고 나서 벌어진 일로부터 시작된다.남자아이를 낳지 못한 그 여자는 포기하지 않고 출산 후 다시 임신 하는 데 성공하게 되었다.또다시 임신을 하게 된 그녀는 선우의 앞에서 온갖 유세를 다 떨곤 했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딸아이는 매일 보는 선우를 가족이라 생각하게 되었고 그에게 안아달라며 애교까지 부리곤 했었다.어린 소녀가 몇 살째 되던 해, 선우의 곁에 서서 짧은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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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4화

여자애의 눈매는 선우와 많이 닮아 있었다. 외모로만 보면 오누이라고 해도 믿을 것이다.여자애가 울기 시작하자 선우는 쪼그리고 앉아 구경이라도 난 듯 눈물을 뚝뚝 떨구며 통곡하는 걸 지켜봤다.아이의 울음소리가 성가실 법도 했지만 선우는 마치 감미로운 멜로디라도 감상하듯 즐기고 있었다.감상할 만큼 한 선우는 사람을 불러 아이의 입을 틀어막고 데려가라고 했다.그 뒤로 아이는 한 번도 선우를 찾아온 적이 없었다.우진은 그때부터 선우가 어딘가 미쳐 있다고 생각했다.적어도 정상적인 심리 상태는 아닌 것 같았다.심리 상담을 받아야 할 수준이라고 생각했지만 우진은 말을 꺼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잘못했다간 큰 화를 입을 수 있으니 말이다.윤아는 아직도 이해되지 않았다. 선우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자기를 납치한 건지 알 수 없었다. 단지 그녀를 좋아해서 그러는 걸까, 아니면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뺏기기 싫어서 그러는 걸까.이렇게 생각하며 윤아는 미간을 주물렀다. 만약 그가 비정상적인 심리로 이러는 거라면 일이 복잡해진다.윤아는 방에 잠깐 있다가 바로 두 아이를 찾으러 가 그들과 함께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집사가 찾아와 주방에 디저트를 애피타이저로 준비했으니 내려와 먹으라고 했다.윤아는 멈칫하더니 대답 대신에 집사에게 물었다.“선우는요? 좀 만나고 싶은데.”“그게... 대표님은 일이 있어서 나갔습니다.”윤아는 이 질문에 집사의 표정이 부자연스러워진 걸 발견했다.신경이 갑자기 곤두서는 그녀였다.“어디로 간 거예요?”하지만 집사는 표정을 삭 정리하더니 말했다.“심윤아 씨, 그건 저도 잘 모릅니다. 저는 대표님이 부른 집사일 뿐 개인 일정까지 관리하지는 않습니다.”집사가 대표의 일정을 모른다고?윤아는 이걸 믿을 리가 없었다.그녀는 속으로 이를 비웃으며 말했다.“그래요. 일정을 모른다니 어쩔 수 없죠.”집사가 말을 이어갔다.“심윤아 씨, 그럼 디저트는...”“됐어요. 배고프지 않으니 식사할 때도 부를 필요 없어요.”“...”집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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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5화

공항.현아와 주한은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윤아가 보낸 주소로 향했다.차가 호텔 앞에 멈춰서고 현아는 윤아가 전에 알려준 건물을 하나씩 대조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전부 들어맞았다.현아는 윤아의 관찰 능력과 기억력에 감탄하며 안전벨트를 풀고 망설임 없이 차에서 내렸다.호텔로 들어가려는데 따라서 내린 주한이 팔을 잡았다.“침착해요. 바로 들어가면 안 돼요.”이를 들은 현아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다급하게 물었다.“여기까지 왔는데 못 들어간다고요? 친구가 위험한데 여기서 이렇게 기다리기만 해요? 뭐라도 해야죠!”주한은 까만 눈동자로 그런 현아를 힐끔 쳐다보더니 실눈을 뜨고 호텔을 올려다보며 지령을 내렸다.“나 혼자 들어갈게요.”“뭐라고요?”현아는 이 말에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반 시간 후에도 내가 나오지 않으면 바로 신고해요.”“...”현아는 할말을 잃었다.“내가 대표님을 어떻게 혼자 들여보내요?”주한이 현아의 어깨를 부여잡았고 현아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어 그를 마주 보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둘 사이가 매우 가까웠다.“현아 씨, 잘 들어요. 같이 들어갔다가 무슨 일 생기기라도 하면 누가 신고해요? 그러니까 한 명은 꼭 밖에 있어야 해요.”“맞는 말이긴 한데, 윤아... 내 친구예요. 모험하더라도 내가 해야죠. 대표님이 밖에 있어요.”현아를 바라보는 주한의 눈빛이 점점 난감해졌다.“들어가서 사고 안 치고 잘 해낼 자신 있어요?”“...”현아는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다.“남자라도 마주치면 맞짱 뜰 수 있어요?”“아니요...”주현아가 이를 부정했다.“그럼 이제 말해봐요. 그래도 들어갈 거예요?”“그래요, 그럼 대표님이 들어가요. 근데 20분이에요. 20분이 지나도 안 나오면 바로 신고합니다.”“그래요.”주한은 덤덤한 표정으로 현아를 놓아주더니 몸에 지닌 물품을 정리하며 말했다.“길 저쪽 편에 카페가 하나 있어요. 거기서 기다려요. 기억해요. 내가 나오기 전까지 절대 들어올 생각하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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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6화

이렇게 생각한 현아는 종업원을 다시 불렀다. 공복에 커피를 마시는 게 아직 습관 되지 않았으니 디저트를 하나 올려달라고 했다.디저트가 올라오고 현아는 포크를 들어 그럴싸하게 두 입 크게 뜯어먹었다. 빨리 이 디저트를 해결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하지만 한입에 너무 많이 욱여넣었는지 너무 달아서 이가 빠질 것 같았다.어쩔 수 없이 이미 식은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마셨고 그제야 속이 풀리는 것 같았다.현아는 디저트와 커피를 번갈아 쳐다보더니 결국 둘 다 포기했다.그러고는 모든 신경을 맞은편 호텔에 쏟았다.이미 15분이나 지났다. 5분이 더 지나도 주한이 나타나지 않으면 바로 신고해야 한다.비록 윤아에게 신고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순간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자리에 앉아있던 현아가 화들짝 놀랐다.현아는 정신을 가다듬으며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화면에 뜬 이름은 배주한이었다.현아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까칠남?”말이 헛나간 현아는 얼른 입을 틀어막았다. 긴장해서 그런지 그의 별명을 부른 것이다.수화기 너머에 침묵이 흘렀다. 이렇게 노골적인 별명에 말문이 막혔는지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이제 와도 돼요.”“네?”현아는 잘못 들은 줄 알고 되물었다.“가도 된다고요? 윤아 찾았어요?”“아니요.”주한이 덤덤한 목소리로 침착하게 설명했다.“호텔 방은 비어있어요. 떠난 지 꽤 되는 거 같은데요.”이를 들은 현아는 바로 전화를 끊고 그쪽으로 건너갔다.도착해보니 주한이 이미 문 앞에 서 있었다. 옆에는 호텔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 옆을 지키고 있었다.현아를 본 주한이 얼른 설명했다.“바로 여기에요.”현아가 안을 두리번거렸지만 아니나 다를까 호텔 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같이 찾아봐요. 다른 단서는 없는지.”“그래요.”둘은 그렇게 방안을 샅샅이 뒤지기 시작했다.십여 분이 지났지만 둘은 아무런 소득도 없었다.“아무것도 안 나오네요. 이건 윤아답지 않아요. 만약 우리와 연락이 닿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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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7화

윤아가 방에서 아이들과 꽤 오랜 시간을 보낼 동안 선우는 여태 돌아오지 않았고 윤아는 이를 이상하게 생각했다.그녀를 여기로 데려와 놓고는 온 적이 없다는 게 수상하게 느껴졌다.그리고 아까 집사에게 확인했을 때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집사의 표정도 떠올랐다.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윤아는 그렇게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서 나가보기로 했다.이렇게 결심한 윤아는 두 아이에게 같이 있으라고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하지만 나가자마자 밖에서 들어오는 선우와 딱 마주쳤다. 그는 옷을 갈아입었고 안경도 벗고 있었다.윤아를 본 선우의 얼굴에 금세 미소가 걸렸다.“윤아야.”“...”윤아는 그 말에는 대꾸하지 않았고 선우의 이상한 차림새를 보며 물었다.“어디 갔다 오는 거야?”선우가 대답했다.“잠깐 처리할 일이 좀 있어서.”“일 처리 하는데 옷까지 갈아입어야 해?”윤아가 의심의 눈초리로 물었다.이를 들은 선우는 멈칫하더니 입꼬리를 올리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뭘 입고 있는지 알고 있었구나. 나한테 아예 관심이 없는 줄 알았는데.”“...”윤아는 할말을 잃었다.이 말을 이렇게 받아들이다니, 신기했다.어이없긴 했지만 그래도 문제는 해결해야 하니 다시 물었다.“지금은 시간 좀 나? 할말 있어.”“그래?”선우는 의외라는 표정으로 윤아를 보며 물었다.“드디어 나랑 대화라는 걸 하네. 당연히 시간 되지. 너만 원한다면 내 시간은 다 네 거야.”윤아가 몸을 돌리며 차갑게 말했다.“그럼 조용한데 가서 얘기 좀 해.”“어디 가고 싶은데?”“여기 너희 집이야.”“그래, 그럼 내려가서 밥 먹으면서 얘기할래?”“나 입맛 없어.”윤아는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앞에 있는 테라스를 가리키며 말했다.“저기로 가자.”“그래. 네가 가고 싶은 데로 가자.”윤아는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잠깐만.”선우는 입고 있던 외투를 벗어 윤아에게 걸쳐주었다.“테라스는 뻥 뚫려 있어서, 이거라도 걸쳐.”윤아는 걸쳐준 외투를 바로 쳐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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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8화

윤아의 예쁜 미간이 구겨졌다.“윤아야.”선우가 가까이 다가오자 그의 숨결이 가볍게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내가 너에게 말하지 않은 건 네가 나를 동정하는 게 싫었을 뿐이야. 근데 결국 알게 됐네? 진 비서가 알려준 거야?”거리가 가깝긴 했지만 윤아는 선우의 체온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선우는 마치 온도가 없는 사람 같았다.게다가 선우의 눈빛은 그가 우진에게 무슨 짓을 할 거라고 말하고 있었다.이런 생각에 윤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내가 물어본 거지 우진 씨와는 아무런 상관없어.”이를 들은 선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고 부드러운 눈빛으로 윤아를 바라봤다.“윤아야, 넌 여전히 참 착해.”어릴 적 여자애들은 자주 뒤에서 선우에 대해 수군거렸고 선우는 사실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윤아도 그저 모른 척 지나칠 수 있었다.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 그냥 지나가면 그만이었다.하지만 윤아는 앞에 나서서 선우 편을 들어줬다. 이런 여자를 어떻게 놓아줄 수가 있단 말인가?윤아가 태양이라면 그는 음지에 있는 악마와도 같았다.음지에 너무 오래 있으면 누구든 빛을 갈망하게 된다.“이건 착한 거랑 아무 상관 없어.”윤아가 설명을 덧붙였다.“확실히 내가 물어본 게 맞거든. 게다가 너는 지금 나를 가둬놓고 있고. 알려주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있었겠어?”“응.”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뭐,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좋은 핑계가 될 수 있지.”말은 그렇게 해도 윤아는 그가 이 말을 아예 염두에 두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었다.우진 씨 어떡하지...일단 이 생각은 뒤로 미루기로 했다. 지금 제일 시급한 건 선우의 마음의 병이었다.“그때...”윤아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만약 네가 필요하다면 친구로서 우리 모두가 너를 위로해 줄게. 이미 너무 오래 지나긴 했지만... 그래도...”“윤아야.”항상 온화하기만 하던 선우가 갑자기 그녀의 말을 잘랐다.“이 일은 이미 다 지나갔어. 더는 꺼내지 말아 주라. 걱정하지 마. 앞으로 너랑 있으면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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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9화

이번에는 선우도 그녀의 질문을 마주했다.“윤아야, 우리 한 지붕 아래에서 사는데 어떻게 안 봐?”“꼭 이래야겠어? 지금이라도 그만둬. 계속 이렇게 물고 뜯고 싸우다가 친구를 다 잃어야 그만할래?”“그건 아니야.”선우가 앞으로 다가가 윤아의 어깨를 잡으며 들릴까 말까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지만 누가 뭐래도 넌 포기 못 해.”“...”윤아는 말문이 막혔다.순간 윤아가 반응하기도 전에 선우는 그녀를 번쩍 안아 들더니 성큼성큼 방으로 향했다.무슨 상황인지 알아챈 윤아가 발버둥 쳤지만 선우와의 힘 차이는 무시할 수가 없었고 조금도 벗어날 수 없었다.그렇게 속수무책으로 안겨 방으로 향했다.선우가 향하는 곳이 침대라는 걸 알고 윤아의 눈빛과 목소리가 변했다.“뭐 하자는 거야? 이선우, 경고하는데 감히 나한테 손 대면 확 죽어버릴 거야.”이를 들은 선우가 움찔하더니 침대 옆에 멈춰 섰다.“이거 놔!”선우의 눈빛이 서글퍼졌다.“윤아야. 넌 나를 도대체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 거야?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한다고 그래?”“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이미 방에 들어왔기에 선우도 더는 윤아를 힘으로 가둬두지 않았고 윤아는 그 틈을 타 얼른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쓰고 있던 외투도 덕분에 툭 바닥에 떨어졌다.선우는 고개를 숙여 바닥에 떨어진 외투를 한참 바라보다가 허리를 숙여 이를 주었다.“네가 원하지 않는 일이라면 나도 강박하지 않아.”옷을 주워 든 선우가 낮은 목소리로 해명했다.“그래? 그럼 지금 당장 나랑 하윤이, 서훈이 놓아주든지.”“그것만 빼고 다른 건 다 들어줄 수 있어. 얼른 쉬어.”선우가 나가고 방에는 윤아 혼자 남았다. 윤아는 아까 발버둥 치느라 숨결이 흐트러졌다.문이 닫히고 선우가 간 걸 확인하고 나서야 윤아는 한시름 놓였다.만약 선우가 정말 윤아에게 무슨 짓을 하고 싶었던 거라면 그녀는 그대로 당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언제쯤 그녀는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이렇게 생각한 윤아는 휴식이고 뭐고 자리에서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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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90화

처음엔 선우를 돕는 우진도 좋은 사람은 못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런 일을 그녀에게 말해주는 걸 보면 진심으로 선우를 도와 이런 일을 벌이는 게 아닌 것 같았고 비서로서 어쩔 수 없이 돕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집사가 다가왔다.“심윤아 씨, 혹시 배고프신가요? 뭘 도와드릴까요?”윤아는 바로 거절했다.“배고프지는 않아요.”“아.”집사는 아마 배고프지도 않으면서 왜 내려왔는지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그냥 잠이 안 와서 여기저기 걷고 있어요.”이를 들은 집사가 얼른 대꾸했다.“그럼 동행할까요? 길도 안내해 드릴 겸요.”“아니요. 혼자 걸을게요.”윤아가 단칼에 거절했다.“하지만...”“왜요?”윤아의 말투가 급 차가워졌다.“설마 이 별장에서 걸어 다닐 권한도 없나요?”윤아는 이렇게 말하며 집사를 향해 두 손을 내밀었다.“아니면 지금 밧줄이나 쇠사슬을 가져와 나를 방에 묶어두지 그래요? 앞으로 식사도 내려올 필요 없이 사람 시켜서 먹여주면 되겠네요? 어떻게 생각하세요?”이 말에 집사는 어딘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심윤아 씨...”“가요. 얼른 가서 가져와요.”윤아가 그를 재촉했다.결국 집사는 윤아의 재촉에 두손 두발 다 들고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아닙니다, 심윤아 씨. 돌아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어디든 돌아보세요. 하지만 날이 어두워져서 별장 주변에 가로등을 설치하긴 했지만 빛이 비치지 않는 곳도 있어요.”집사는 서랍에서 랜턴 하나를 찾아 윤아에게 건네주며 말했다.“이거 챙겨가세요. 잘 안 보이면 랜턴으로 비추고요.”“...”윤아는 할말을 잃었다.아예 나가지 못하게 하더니 랜턴까지 준비해 준다?안 챙기는 게 바보 같은 짓이라고 생각했다.윤아는 바로 랜턴을 받았다.“사람 붙여서 미행할 건 아니죠?”이 말에 집사가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마음껏 돌아보시면 됩니다. 사람을 붙이진 않을게요.”사실 윤아는 이 말 뒤에 숨겨진 속뜻을 알고 있었다. 돌아보고 싶으면 얼마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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