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771 - 챕터 780

1206 챕터

제771화

비행기에 탈 때까지도 수현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진짜 어이없어. 윤아는 이런 남자를 왜 좋아하는 거야. 뭘 이런 사람한테 소식을 전하라는 건지. 내가 보기엔 차라리 이선우 씨랑 만나는 게 낫겠어. 적어도 그 사람은 전화를 받기라도 하니까.”윤아의 상황에 안 그래도 마음이 복잡한데 수현은 연락조차 안 되니 짜증이 폭발해 버린 현아는 핸드폰에 대고 수현의 욕을 잔뜩 퍼부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수현에게는 윤아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주한은 현아를 몇 년 동안 봐왔지만 그녀가 이렇게까지 낙심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진정 좀 해요. 전화를 못 받을 만한 사정이 있겠죠.”“무슨 사정이요? 전화를 몇 통이나 쳤는데 아무리 바빠도 한 번쯤은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런 남자는 믿을게 못돼요. 무슨 사정이 있었든 윤아를 만나면 저 인간은 만나지 말라고 해야겠어요.”주한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 결국 입을 다물었다.지금으로썬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위험에 처한 건 그녀의 단짝친구이고 주한이 아무리 그 감정을 공감한대도 결국 당사자만큼은 아닐 테니.그리고 사실 현아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람을 살려야 하는 위급한 순간에 도움이 전혀 안 되고 있으니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그것도 이렇게 중요한 순간이라면 말이다.비행기가 뜨기 전, 스튜어디스가 다가와 핸드폰 전원을 끄길 요구했다.현아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수현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하지만 여전히 답은 없었고 들리는 건 반복되는 통화연결음 뿐이었다. 현아는 화가 들끓었지만 윤아의 부탁도 있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문자라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현아는 문자가 문제 없이 전송된걸 확인한 후에야 핸드폰을 껐다.주한은 그런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물었다.“아직도 안 받아요?”“네.”현아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문자 보내놨으니 비행기 착륙할 때쯤엔 보겠죠. 아직 도착하려면 한참은 더 걸리니 자고 있었대도 그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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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2화

선우가 떠나자 윤아는 그제야 숨을 돌렸다.이제 남은 가능성은 두 가지뿐이다.하나는 선우가 유심칩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고 그저 윤아가 난동을 부리는 거로 생각하는 것.다른 하나는 유심칩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나 욕실에 막무가내로 들어올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밖에 있는 것. 정말 샤워를 한다고 믿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올 수는 없는 노릇이니.비록 5년이란 시간을 윤아에게 매달린 선우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선 넘는 행동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이렇게 보면 선우도 꽤 윤아를 많이 존중해줬다 할 수 있다.그렇게 서로 존중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둘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윤아는 심란한 마음에 물 속으로 얼굴을 넣었다. 그렇게 하면 복잡한 머릿속이 조금이나마 씻겨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그나마 다행인 건 현아와 연락이 닿은 덕에 하루 종일 긴장 상태던 몸이 조금이나마 풀렸다는 것이다.이제 남은 건 전쟁이다.윤아는 시간을 벌기 위해 욕조의 물이 다 식을 때까지 아주 오래 몸을 담갔다.그동안 밖에선 조금 전 선우와의 대화를 끝으로 이상하리만치 아무런 인기척도 나지 않았다. 다시 찾아오지 않는 건 방을 이미 나간 건지, 아니면...윤아는 순간 무언가 떠오른 듯 안색이 창백해졌다.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그만 방에서 자고 있던 아이들을 깜빡하고 만 것이다.윤아는 아이들 걱정에 더 오래 머무르지 않고 타올로 몸의 물기만 간단히 닦아낸 후 문을 열어 옷이 담긴 주머니를 찾았다.주머니 속에는 온통 몸에 달라붙는 옷들뿐이어서 입으면서도 조금 불편했지만 생각해 보니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닌 것 같았다.선우는 이제 아예 사람을 감금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와서 무슨 짓을 더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래도 선을 절대 넘지 않는 좋은 사람이었는데...그때까지만 해도 이런 짓은 절대 벌이지 않을 것 같았던 선우가 지금 이러고 있지 않은가.그 말은 더한 짓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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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3화

윤아는 머리를 말리고 잠깐 쉬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체내에 약효가 아직 가시지 않은 탓인지 침대에 눕자 저도 모르게 스르륵 잠에 들었다.얼마나 지났을까, 잠에서 깨 서서히 의식이 돌아올 때쯤 방 밖에서 누군가가 대화하는 소리가 낮게 들려왔다.“대표님, 윤아 님은 아직 안 깨셨어요?”“네.”“저희 차량이 이미 대기 중이어서요. 이제 출발해야 합니다.”선우는 굳게 닫힌 방문을 보며 입술을 앙다물었다.“피곤할 텐데 좀 더 자게 놔두죠.”“하지만...”우진이 머뭇거렸으나 선우는 서늘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조금 더 자게 놔두라잖아요. 못 알아들어요?”선우가 화를 낼 것도 예상했던 일이라 우진은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알겠습니다.”우진은 밖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에게 상황을 전달한 후 복도에서 대기했다.사실 우진은 이 곳에 너무 오래 머물렀고 중간에 윤아가 다른 사람과도 연락이 닿았단 걸 선우에게 다시 한번 전해줄 생각이었다.이 곳 사람들은 선우 쪽 사람이 아니라 컨트롤 하기 어려워 만약 일이 커지면 수습하기도 힘들 것이다.우진도 선우가 정신이 좀 나간 것 같다고는 생각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 걸 인제 와 어쩌겠는가. 그는 그저 비서로서의 업무를 성실히 해야겠다 생각했다.그리고 윤아도 반 시간 정도면 깨어날 수도 있으니 조금 더 기다리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다 판단했다.한편, 윤아는 심장이 벌렁댔지만 운 좋게 둘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잠에서 깼다가 그대로 걸리면 빼도 박도 못하고 끌려갈 게 뻔했으니 말이다.윤아는 다시 눈을 꼭 감고 자는 척을 시전했다.그러나 얼마 안 가 다시 들려오는 인기척에 윤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선우가 들어왔나?’들릴 듯 말 듯 한 낮은 발소리가 점점 다가오더니 윤아의 침대맡에서 멈추었다.선우는 누워있는 윤아를 지그시 바라보았다.깨어 있을 때와 달리 잠들어있는 윤아는 유난히 조용했다. 선우는 윤아의 정교한 오관을 한눈에 담기라도 하려는 듯 가만히 바라봤다.윤아의 얼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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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4화

문을 여는 소리에 고개를 돌린 그들은 마침 방을 나온 윤아와 눈이 마주쳤다.윤아는 아이들을 건드리는 모습에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다가가 따졌다.“지금 내 애한테 무슨 짓이에요?”우진도 하필 이럴 때 윤아에게 딱 걸릴 줄 몰랐던 터라 적잖이 당황한듯했다.두 시간을 기다렸는데도 윤아가 깨지 않아 아이들을 먼저 데려가려고 한 거였다. 그러면 윤아가 깬 후에도 아이들 때문에 순순히 따라나설 거라 판단했으니까.그런데 하필이면 이때 깨다니.“윤아 님, 오해예요... 먼저 제 말 좀 들어주세요.”“오해? 두 사람이 제 아이를 몰래 데려가고 있는데 무슨 오해가 있다는 거죠?”말을 마친 윤아는 다가가 아이를 낚아챈 후 우진을 쫓아냈다.우진은 윤아를 향해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윤아 님. 깨셨으니 이제 출발합시다.”“출발이요? 무슨 출발?”“여기는 그저 잠시 쉬어가는 곳이었어요. 이제 장기간 머물 별장으로 가야죠.”윤아는 웃음을 터뜨렸다.“진 비서님. 선우가 지금 미쳐서 무슨 짓을 하는지 스스로 모를 수 있다 쳐요. 그렇다고 진 비서님도 모르나요? 진 비서는 연대책임이란 것도 몰라요?”우진이 윤아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를 리가 없었다.그는 쓴웃음을 짓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그렇다고 해도 제가 뭘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대표님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니 자연히 대표님 뜻을 따라야죠. 이 일을 한 지도 몇 년이나 됐는데 이제 와서 제가 도망갈 리도 없잖습니까.”윤아는 그의 대답으로부터 그가 무슨 생각인지 얼추 알 것 같았다.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지만 이왕 도울 거 일 처리는 완벽하게 할 거라는 말이었다.“이러는 게 선우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해요?”윤아는 말을 하면서도 가슴이 저릿했다.“정말 선우를 위한다면 지금 해야 할 건 방조가 아니라 그를 말리는 거예요.”“윤아 님. 제가 안 말려봤겠습니까? 윤아 님도 대표님과 오랜 시간 지내보셨으니 저보다 대표님을 더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윤아는 대답 없이 입술만 깨물다 그를 쫓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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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5화

윤아는 두 아이를 방으로 다시 돌려놓은 후 방문을 잠갔다.윤아도 직감적으로 이제 여기서 얼마 못 버틸 거란 걸 느낄 수 있었다.우진의 말을 들어보니 유심칩 일에 대해선 서로 말을 안 하고 있을 뿐, 이미 알고 있는 눈치였다.조금 전의 소란으로 두 아이도 잠에서 깬 듯 눈을 비비며 윤아에게 물었다.“엄마, 아까 무슨 말 하고 있었어요?”윤아는 하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깼어? 배고프진 않아? 선우 아저씨 오면 한국 아이스크림 사달라고 할까?”두 아이는 원래 아이스크림 생각이 없었으나 윤아가 말을 꺼내자 저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네.”그때 마침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윤아야.”선우의 목소리가 방문을 타고 들려오더니 이윽고 문이 열렸다.“선우 아저씨.”먹을 거라면 사족을 못 쓰는 하윤이 해맑게 선우에게 달려가 안겼다.“아저씨,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하윤은 선우의 품에 안기자마자 폭풍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아이스크림? 지금?”하윤이 귀엽게 머리를 끄덕였다.“네. 윤이 배고파요.”“그럼 일단 밖으로 나가서 우리가 지낼 곳으로 이동하자. 가는 길에 아저씨가 아이스크림 사줄게. 어때?”옆에서 듣고 있던 윤아는 표정이 어두워졌다.‘선우가 이런 수를 쓸 줄은 몰랐는데. 여기서 만약 윤이가 좋다고 하면...’관건적인 때에 모자간의 죽이 잘 맞는지 옆에 있던 서훈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선우의 바지를 살짝 잡아당기며 말했다.“아저씨. 여기서 먹으면 안 돼요?”윤아는 예상치 못한 서훈의 조공에 깜짝 놀랐다. 그녀는 아이한테는 아무런 내색도 보이지 않았기에 이게 정말 우연인가 싶었다.그리고 선우도 같은 생각인지 윤아 쪽을 힐끔 보았다.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싱긋 웃었다.“그래. 그러면 여기서 엄마랑 기다리고 있어. 아저씨가 윤이랑 같이 사 올게. 하윤아, 너 먼저 먹고 싶지?”하윤이는 냉큼 고개를 끄덕였다.“네. 아저씨랑 같이 갈래요.”“...”윤아는 선우를 힐끔 봤다. 이런 수단을 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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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선우는 말없이 서있었다. 아마 그도 윤아가 더 이상 숨길 생각이 없다는 걸 눈치챘을 거다.그는 입술을 살짝 깨문 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으로 윤아를 바라봤다.“안 보내주면?”윤아가 비아냥대듯 웃으며 말했다.“그럼 이제 우린 더 이상 친구가 될 수 없는 거지. 그리고... 아이들도 너에게 실망 하게 될 거야.”어른스러운 서훈은 윤아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듣기만 할 뿐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그러나 발랄하고 호기심이 많은 하윤은 두 눈에 물음표가 가득했다.“선우 아저씨, 엄마랑 싸웠어요? 싸우지 마요. 윤이 무서워.”솜사탕 같은 하윤의 목소리는 선우의 가슴을 아프게 후벼파며 마음이 약해지게 했다.“윤이 내 옆으로 내려놔.”이제 막 어린 아가씨를 달래려는데 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선우는 여전히 손을 하윤의 등에서 떼지 않은 채 낮게 말했다.“윤아야,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윤아는 불쾌한 듯 되물었다.“이게 네가 원하던 거 아니었어?”말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선우의 품에서 하윤을 빼내려 했다. 그러나 선우는 윤아의 손길을 피해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미안하지만 너 정서가 많이 불안정해보여. 그러니 윤이는 나한테 맡겨.”“?”‘정서가 불안정해? 비정상은 오히려 너 아닌가?’윤아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강조해 말했다.“윤이는 내 아이야. 알겠어?”“엄마...”어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이들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윤은 다급히 윤아의 품으로 돌아가려 선우의 품에서 몸부림쳤다.“움직이지 마, 윤아.”그러나 선우는 그런 하윤을 안고 뒤로 한 걸음 더 물러났다.“아까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했었잖아. 아저씨랑 같이 가서 엄마랑 오빠 것까지 사자. 그럼 엄마도 화 풀릴 거야. 응?”선우가 뒤로 자꾸만 물러나자 윤아는 다급히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이선우. 당장 윤이 돌려줘!”큰 소리에 놀란 하윤이 공포심에 그만 눈물을 터뜨렸다.선우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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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우진의 말을 끝으로 그들은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서있기만 했다.사실 우진은 윤아가 계속해서 반항할까 봐 걱정하던 참이었다. 아무래도... 계속 그녀를 막다 보면 다치는 건 막고 있는 쪽일 테니.그들은 윤아를 막기만 할 뿐, 해칠 수 없었다.하지만 다행히 윤아는 막무가내로 사람을 할퀴고 때리는 그런 악독한 여자는 아니었다는 거다. 그랬다간 우진 쪽 사람이 적잖이 다쳤을 것이다.우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윤아를 말렸다.“윤아 님. 대표님과 함께 가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지난 5년 동안 함께 지냈으니 아시겠지만, 저희 대표님 마음속엔 늘 윤아 님 한 사람밖에 없지 않았습니까. 앞으로도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을 일은 없을 겁니다. 평생 윤아 님께 잘할 거예요.”“그럼 뭐요? 잘해준다고 꼭 받아줘야 해요? 제 자유는요?”“아무쪼록 잘 한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윤아 님도 아시겠지만, 저희 대표님은 한 번 결정하신 일은 쉽게 바꾸지 않아요. 계속 난동을 부리시면 대표님을 자극하는 것밖에 안 됩니다.”말을 마친 그는 무표정으로 옆에 서있던 두 남자를 힐끔 보더니 윤아의 곁으로 다가가 속삭였다.“일단 맞춰줘요.”윤아는 입술을 꾹 깨물며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다. 우진은 윤아를 향해 무슨 뜻이라도 전하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조금 전엔 윤아의 충동적인 행동이 그를 자극해 하윤을 데리고 떠나버리게 만든 것이기도 했다선우의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우진의 말대로 무언가에 자극받은듯 말이다“엄마.”밑을 내려다보니 불안에 떨고 있는 서훈이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훈아.”윤아는 곧장 그를 안아 올려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 그걸 본 우진은 신속히 방문을 도로 닫았다.“엄마. 선우 아저씨랑 싸웠어요?”조용한 곳으로 돌아간 후 서훈이 조심스레 물었다.윤아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싸운 거 아니야. 조금 복잡한 일이 있어서 그래. 선우 아저씨는 지금 너무 위험한 일을 벌이고 있어. 그러니까 우리가 아저씨를 말려야 해.”서훈은 살짝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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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8화

우진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윤아 님. 방금 대표님과 연락했는데 그쪽에선 이미 아이스크림을 사서 다음 행선지로 가고 있다고 합니다. 저희도 지금 출발하면 그쪽보다 10분 정도 늦게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윤아는 이 상황이 몹시 불쾌했다. 구조요청까지 다 해놓고 시간을 못 끌어서 망친 꼴이라니.하윤이도 분명 옆에 있었는데 충동적으로 일을 벌이는 바람에 아이마저 잃고 말았다.윤아는 스스로가 미워졌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때 아이스크림 사러 가게 해줄걸 그랬다.“윤아 님.”우진이 아직 생각에 잠긴 윤아를 재촉했다.“지금 가야 합니다. 더 늦으면 못 따라가요.”윤아는 그제야 정신이 돌아온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짐 좀 챙기고요.”“네. 저희는 그럼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5분 내로 나오세요.”우진이 나간 후, 훈이와 함께 방으로 돌아간 윤아는 짐을 챙기다 말고 뭔가 떠오른 듯 다시 캐리어 속에서 옷을 하나 꺼내 옷장에 걸어 넣었다.그뿐만 아니라 옆 서랍에도 물건을 몇 개 집어넣고서야 윤아는 캐리어를 끌고 훈이와 함께 밖에 나갔다.“윤이 만나러 가자.”“네.”문이 열리자 기다리고 있던 우진이 나서서 캐리어를 들어주었다. 윤아는 지금 사실상 압송 되는 상태나 마찬가지였기에 아예 모든 짐을 우진에게 다 들게 했다.떠나기 전에 윤아는 미련 가득한 얼굴로 호텔 룸을 다시 한번 봤다. 나오기 전에 남긴 물건들을 그들이 볼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 체크아웃을 하고 나면 호텔 측에서 룸을 청소하러 올라갈 거다. 현아가 그 전에 와줘야 할 텐데.선우가 그녀를 어디로 데려갈지 전혀 모르기에 이제부터는 윤아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윤아에게 뺨까지 맞은 우진이지만 그녀를 대하는 태도는 여전히 공손했다. 짐도 들어주고 차 문도 열어주며 또 사람을 시켜 차에서 먹을 음식도 준비해 줬다.“윤아 님, 입맛이 없어도 조금 드세요. 오늘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드셨잖아요. 여기 음식을 준비했으니까 가는 동안 드시고 싶으시면 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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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9화

처음엔 순탄하던 길이 점점 거칠고 험해지기 시작했다. 윤아는 초반엔 그래도 참을만했지만 10분 정도 있으니 점점 머리가 어지러워 났다.그녀의 품에 안겨있던 서훈도 눈에 띄게 상태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윤아는 자기 몸도 불편했지만 서훈을 살뜰히 챙겼다. 멀미에 맞서기 위해 서훈의 관자놀이를 꾹꾹 눌러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좀 나아지는 것 같아?”그러나 서훈은 많이 불편한지 대답이 없었다.윤아는 어쩔 수 없이 운전석에 탄 사람한테 말했다.“좀 천천히 가주세요. 아이가 멀미를 해서요.”운전기사는 급하게 가는 바람에 험한 길에 들어서서도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리고 있었다. 호텔에서 시간을 너무 지체한 탓에 후사가 걱정되었던 우진이 서두르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그러나 고개를 돌려 본 서훈은 괴로운 듯 몸을 구부리고 있었고 윤아도 창백한 안색으로 간신히 참고 있는 듯 보였다. 그 모습에 마음이 약해진 우진은 하는 수 없이 운전기사더러 속도를 늦추라고 했다.속도가 줄자 조금 전보다 훨씬 덜 덜컹거렸다.윤아는 구역질이 나는 걸 간신히 참으며 서훈을 꼭 안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되니 곁에 없는 하윤이 더욱 걱정되기 시작했다.이런 길은 윤이도 분명 버티기 힘들 텐데, 떠날 때도 울며불며 난리를 쳤던 아이라 지금쯤 울음은 그쳤을지, 무섭다고 더 울어대는 건 아닌지, 울다 숨이 막히는 건 아닌지 불안한 마음이 덮쳤다.윤아는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심란해져 아예 눈을 감고 이 긴 여정이 빨리 끝나기를 기다렸다.그렇게 얼마나 버텼을까, 산 중턱에 위치한 별장에 도착해서야 차는 멈췄다.차 문이 열리자 보인 건 별장 입구에 주차되어 있는 다른 차 한 대와 열려있는 대문, 그리고 그 양옆을 지키고 서있는 수많은 경호원이었다. 보기에는 경비가 삼엄하니 매우 안전해 보이지만 동시에 이곳에서 도망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뜻이었다.“윤아 님, 도착했습니다.”윤아는 서훈을 안고 차에서 내리자마자 하윤을 찾았다.우진은 여전히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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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0화

“그게 무슨 뜻이죠?”우진의 말에 윤아는 더욱 어리둥절해졌다.“혹시 저희 대표님 집안 사정을 알고 계십니까?”윤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릴 적 선우네 집안에 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선우 아버지가 소문난 바람둥이라 아내고 아들이고 상관도 안 하고 온종일 술과 젊은 여자에 미쳐 산다고.그의 아버지를 욕하는 사람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래도 선우를 위해 나서주는 사람도 있었다.“돈 많은 남자들은 원래 다 그런 거 아니야? 돈도 있고 권력도 있으니까 밖에서 유흥을 즐기는 거지. 놀다 지치면 집으로 돌아갈 거야. 무슨 큰 사고 치는 것도 아니고.”그 사람은 세상 모든 남자를 그저 그렇게 보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윤아는 알고 있었다. 모든 남자가 다 선우네 아버지 같은 사람은 아니라는 걸. 적어도 그녀의 아빠만큼은 말이다. 엄마를 잃은 윤아를 홀로 키워온 그는 그 후로 단 한 번도 다른 여자를 마음에 품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단지 윤아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여전히 그의 아내를 사무치게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어도 지킬 건 지키는 사람도 있는데 다른 남자들은 왜 그게 안 되겠는가. 그저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은 것 뿐이겠지.윤아는 당시 선우를 위로해 주려 했으나 선우가 그녀를 볼 때마다 수현과 소영 얘기를 해대던 터라 그 소리가 듣기 싫어 찾아가지 않았다.그렇게 윤아의 위로는 선우에게 전달되지 못했다.그리고 얼마 후, 선우네 어머니가 이혼한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었다. 내연녀가 임신한 상태로 집에 찾아와 난동을 부렸다나.남성의 모든 사람이 선우네 집안을 두고 혀를 찼고 학교에서도 그는 씹기 좋은 가십거리가 되었었다.그때 윤아도 여자애들이 수군대는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었다.“우와. 선우 진짜 잘생겼다.”“쳇. 생긴 값 하는 거지 뭐. 바람둥이를 누가 좋아해?”“바람둥이? 왜? 선우 연애한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너희들 뭐 아는 거라도 있어?”“선우 말고 걔네 아빠 말이야. 불륜도 모자라 그 여자 임신까지 시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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