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761 - 챕터 770

1206 챕터

제761화

호텔에 도착해서 휴식을 취하기까지 윤아는 선우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선우는 윤아를 공항 부근의 호텔에 데려갔다. 말로는 부근이라더니 차로 반 시간 정도 가야 하는 거리였지만 말이다. 윤아가 편히 쉴 수 있게 갖은 준비를 해두고 나서야 선우는 윤아에게 말을 건넸다.“먼저 쉬고 있어, 저녁에 다시 와서...”쾅!선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호텔 방문이 닫혔다. 선우는 잠시 침묵하다 이내 못한 말을 덧붙였다.“데리러 올게.”그러나 방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이 대표님...”옆에서 지켜보던 우진이 망설이듯 선우를 불렀다. 이게 무슨 고생이란 말인가. 우진의 부름에 선우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돌려 명령했다.“여기 잘 지키고 있어요. 그 어떤 수상한 사람도 들이면 안 되니까.”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이 대표님, 안심하세요. 조금이라도 수상한 기미가 보인다면 절대 들여보내지 않을 겁니다.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한숨도 쉬지 못하셨잖아요. 얼른 가서 좀 쉬세요.”선우는 장장 20시간에 달하는 시간 동안 제대로 쉬지 못해 눈에 실핏줄까지 어렸다. 물론 지금 같은 상황에 방에 돌아간다 해도 잘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지만서도 눈을 감고 휴식을 취하는 건 안 하느니만 나았다.“알겠어요, 진 비서.”선우는 짧게 대답하고 자리를 떴다.한편 윤아는 방문을 닫고 안쪽으로 걸어갔다. 테이블 위에는 호텔 측에서 갓 올려온 신선한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지만 두 아이는 조각 케이크를 먹고 난 뒤 나머지 음식들에 손대지 않았다. 아이들은 비행기에서부터 계속 뭔가를 먹으며 애니메이션을 보더니 슬슬 지칠 때가 되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예상대로 두 아이는 이내 소파에서 쓰러져 담요를 껴안고 잠들었다.윤아는 담요를 잘 덮어주고는 다른 편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연락처를 없애면 그녀가 방법이 없을까 봐? 의외로 윤아는 꽤 많은 이들의 전화번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유독 수현의 전화번호가 기억에 남아있었다. 당시 연락처를 추가하
더 보기

제762화

윤아는 핸드폰을 집어넣고 자리서 일어나 창가로 다가갔다. 커튼을 젖히고 밖을 내다본 뒤에야 윤아는 자신이 머무르는 층이 16층이란 걸 알았다.문 앞에 다가가 문을 열고 보니 안절부절못하는 우진과 우락부락해 보이는 두 남자가 문을 지키고 서 있었다. 어디로 가나 도망갈 출구 따위는 없었다. 이는 감금이나 다를 바가 없었다. 윤아는 화가 나 우진에 말했다.“나가야겠어요.”우진은 난감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윤아 님,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장시간 비행에 지치셨을 텐데 대표님께서 아이들과 함께 휴식을 취하라 하셨습니다. 그러니 잠시 나가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비행에 지친 절 휴식하라 하는 건가요, 아니면 감금하는 건가요?”감금이라는 단어를 들은 우진은 재빨리 반박하며 말했다.“윤아 님, 감금이라뇨? 윤아 님, 오는 내내 휴식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셨는데 대표님이 윤아 님을 위해서 내린 결정입니다.”“아무튼 저 못 나가게 막겠다는 거죠?”우진은 말이 없었다. 윤아는 그를 앞에 두고 또 다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을 닫았다.소파로 돌아와 두 아이가 쌔근쌔근 잠 든 모습을 보고 윤아는 차츰 이성을 되찾았다. 분명 뭔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포기할 수 없지, 뭔가 도움을 요청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윤아는 다시 칩을 꽂은 핸드폰을 꺼내 들고 호텔 안내데스크 직원한테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저편에서 뚜뚜뚜하는 통화연결음이 들려왔다. 윤아는 통화가 연결 된다는 것에 감격했다. 그 말인즉 그저 그녀가 연락하고 싶었던 그 몇 명만 통화가 제한되어 있을 뿐 다른 이에겐 충분히 연락이 가능하단 소리였다. 선우가 무슨 수를 썼는지는 몰라도 칩만 바꿀 수 있다면 그들한테 연락할 수 있을 것이다.사색에 잠겨 있을 무렵, 수화기 너머에서 유창한 영어가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 물어왔다. 윤아는 콩닥거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베란다 쪽으로 다가갔다.“안녕하세요, 피자 좀 주문하고 싶은데요.”그녀는 재빠르게 테이블 위의 음식들을 훑고는 피자가 없는 것을 확
더 보기

제763화

감금을 들먹이니 우진 쪽은 또 말이 없었다.“나 지금 먹고 싶어요. 하기 싫으면 하지 마세요. 안 먹으면 말죠 뭐.”말이 끝나고 윤아는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핸드폰이 도청되고 있던 게 맞았던 걸까. 그 말인즉슨 그녀가 어디에 전화를 치든, 무엇을 요구하든 다 소용이 없단 소리였다.윤아는 선우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그녀는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해야 했다. 무언가 방법이 꼭 있을 것이다....한편 우진은 전화를 끊은 뒤 진퇴양난의 위기에 몰려 어쩔 수 없이 선우의 의견을 물으러 갈 수밖에 없었다. 선우는 윤아의 요구를 들은 뒤 입술을 말며 생각하다 말했다.“윤아 말대로 해주세요.”“그런데 호텔에는...”“호텔에 없으면 밖에도 없습니까? 차이나타운 같은 데라도 찾아봐요. 운전해야 하면 운전해서 갔다 오고 정 안되면 돈을 주고 요리사를 고용하든가요.”“...”“윤아 옆에는 지금 나밖에 없지 않습니까? 내가 요구를 들어주지 못한다면 누가 들어준답니까?”별수 없이 우진은 시키는 대로 했다. 선우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가볍게 두드려댔다. 한창 휴식하고 있었던 그는 다시 안경을 썼고 그 깊고 차가운 눈빛이 안경알 뒤로 가려졌다.그저 먹고 싶은 음식일 뿐이니 그 정도는 선우도 자연스레 해줄 수 있었다. 선우는 윤아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결코 자신이 수현보다 못하지 않다는 걸....윤아는 가만히 앉아있질 못하고 두 아이를 안아 침실로 이동했다. 그러고는 아이들에게 이불을 꼭 덮어준 뒤 문을 닫아 거실과 담을 쌓았다. 이윽고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카톡을 눌렀다. 아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지만 혹시 앱으로 전화번호를 검색했을 때 친구 추가가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우가 그녀에게 계정을 만들어주며 아마 이 생각은 하지 못했으리라, 그리고 윤아 자신도 너무 급한 나머지 이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윤아가 검색창에 전화번호를 입력하려던 찰나에 초인종이 울렸다. 그녀는 잽싸게 핸드폰을 치우고는 가만히 앉아있
더 보기

제764화

갑작스러운 윤아의 분노는 직원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직원은 그대로 제자리에서 굳어져 어쩔 줄을 몰라 했다.사실 가장 많이 놀란 것은 선우였다. 윤아와 알고 지낸 수많은 세월 동안 이렇게 크게 화내는 모습은 선우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이 음식들, 먹을 수 있어. 그렇지만 넌 보고 싶지 않아.”윤아는 선우의 눈을 쳐다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했다. 말을 마친 뒤 윤아는 손을 써 선우를 밀며 앞으로 나갔다.윤아가 자기를 보고 싶지 않다고 했을 때, 선우의 마음은 칼로 에는 듯 아파 났다.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선우는 문밖으로 내밀렸고 이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우진이 나는 듯이 달려와 선우를 부축했다.“대표님, 괜찮으십니까?”선우는 평형을 잡으며 말했다.“괜찮아요.”그리고 선우는 우진의 손을 밀어냈다. 두 사람이 이 지경까지 된 걸 보면서 우진은 저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대표님, 지금 후회하십니까? 윤아 님이 아무것도 먹지 않고 대표님을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데 이대로 가다가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말을 들은 선우는 오히려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시간이 지나면 윤아도 받아들일 거야. 계속 이렇게 지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됐다, 말을 말자.문을 닫은 뒤 윤아의 가슴은 빠른 속도로 뛰기 시작했다. 그녀는 이내 몸을 돌려 직원을 향해 웃어 보였다.“물건 가지고 올라와 줘서 고마워요.”직원은 윤아가 선우한테 노발대발하는 모습을 보면서 혹시 불똥이 자기한테 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던 참이었다. 그런데 자길 향해 웃다니, 직원은 살짝 멍하기도, 어색하기도 해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별말씀을, 이게 제 일인걸요.”말을 마치고 직원은 뭔가가 생각난 듯 손에 있던 물건을 건넸다.“이게 카운터에 말씀하신 물건이죠?”“네.”윤아는 안색이 밝아지며 물건을 건네받았다.“고마워요.”“괜찮습니다. 그럼... 시키실 일 없으시면 전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맛있는 식사 되세요.”윤아는 직원을 바라보며
더 보기

제765화

직원이 자신과 선우를 커플이라 오해하는 것을 보고는 윤아는 귀찮음에 따로 해석하지 않고 아예 순순히 인정하며 말했다.“제가 그 이랑 싸워서 보고 싶지 않아서요. 그러니까 부탁이에요. 저 이를 약 올린다고 생각하고 같이 먹어주세요, 네?”윤아는 다가가 직원의 팔을 흔들며 도와주기를 바랐다. 여직원도 심성이 여린지라 윤아가 이리 부탁하자 결국 이렇게 얘기했다.“그럼, 그럼 매니저님한테 연락해 볼게요. 만약 동의하시면...”“그래요. 만약 동의하지 않으시면 전화 나한테 줘요. 내가 말하게.”여직원은 윤아를 향해 웃어 보이고 이내 전화기를 꺼내 들고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윤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이따가 결과 알려줘요.”“네.”화장실에 들어선 뒤, 윤아는 신속하게 칩을 꺼내 바꿨다. 유심 핀이 없었으나 다행이었던 건 윤아가 아침에 문을 나설 때 화장을 안 했어도 귀걸이를 하고 나와 조금이나마 신경을 쓴 것이었다. 마침 그 귀걸이가 도움이 됐다.칩을 바꿀 때 윤아는 가슴이 계속 콩닥콩닥 뛰어왔다. 칩을 빼냈을 때 그들이 알 수 있는지도 몰랐다. 이 화장실에 카메라 같은 건 없겠지? 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무의식 간에 사위를 둘러보며 구석구석 살폈다. 침착하려고 애썼으나 떨리는 손이 윤아를 팔아넘겼다.핸드폰이 땅바닥에 떨어지며 둔탁한 소리를 냈다. 윤아는 재빠르게 주어 핸드폰을 닦고는 칩을 핸드폰에 꽂아 넣고 전원을 켰다. 마침 현아에게 연락하려던 찰나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고객님, 물어봤습니다.”윤아는 하는 수 없이 모든 물건을 주머니에 집어넣고는 문을 열었다.“동의한대요?”여직원은 볼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매니저님이 고객님이 마주친 문제를 해결하는 것 또한 우리 직원의 의무 중 하나라면서 고객님이 필요로 하시고 팁까지 주신다는데 저더러 남아서 잘 도와드리랍니다.”“고마워요.”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그럼 제가 남자 친구분한테 가서 말씀드리고 올게요.”“아니요, 그럴
더 보기

제766화

예를 들자면 지금 남자 쪽에서 여자 쪽을 보는 표정은 어이없는 표정이었고 여자 쪽은 팔짱을 끼고 남자 쪽과는 더 이상 말 섞고 싶어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아마도 싸우는 모양인데 남자 쪽에서 먼저 문제를 일으키고 지금 사과하는 것처럼 보였다.아니나 다를까, 윤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네가 좋다고 하면, 내가 꼭 너랑 밥을 먹어야 해?”말을 마치고 윤아는 고개를 들어 선우를 봤다. 그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뭔 짓을 한 건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이렇게 많은 짓을 벌여놓고 내가 너랑 마주 보면서 평화롭게 밥을 먹어야 해? 아니다, 알아듣기 쉽게 말할게. 만약 날 돌려보내 주지 않으면 이후에 밥 먹을 때마다 다른 사람이랑 먹을 거야. 그게 누구든 설사 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이랑 먹어도 너랑은 절대 안 먹어.”윤아의 말은 비수처럼 선우의 심장에 꽂혔다. 만약 그들의 언어를 알아듣는 제삼자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분명 윤아가 한 말들이 너무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직원은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말을 마친 뒤 선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윤아는 입술을 말아 올리면서 웃었다.“아니면 내가 사람과 밥을 먹는 거 자체가 싫은 거야? 좋아, 그럼.”윤아는 손안의 젓가락을 내려놓고 아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나와 저 직원이 먹은 것들 다 가져가. 그리고 날 방에 가둬. 되도록 누구도 만날 수 없게, 어때?”“윤아야.”선우의 목소리는 정말 별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였다.“내가 너한테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는 걸 너도 잘 알잖아. 네 생각에는 네가 밥을 안 먹는 게 네 건강을 다치게 하는 거겠지만 사실 다치는 건 내 마음이야.”말하며 선우는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윤아가 내려놓은 젓가락을 다시 손에 쥐고 말했다.“그냥 사람 찾아서 밥 좀 먹는 거잖아? 뭐 동의하고 말고 할 게 있어? 하지만... 좋기는 저 직원이 널
더 보기

제767화

선우는 자리에 미동도 없이 서서 윤아를 바라봤다.“그럴 필요까진 없어, 윤아야. 그냥 밥 먹는 건데 뭘.”“됐어, 밥맛 다 떨어져서.”윤아는 말을 마치고 소파로 곧게 걸어가 누워버렸다.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기 싫다는 듯 말이다. 여직원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 하지만 여자 쪽에서 아예 대화할 의사를 내비치지 않는 걸 보아하니 이번 대화는 실패인 모양인 듯했다.이상하다... 분명 남자 쪽에서 대화하는 내내 부드럽고 온화했는데 왜 화해가 안 되는 거지?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여자 쪽에서 먹을 의향이 없는 걸 확인한 여직원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전 이만 방해하지 않고 물러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직원은 문 쪽으로 걸어갔다.“잠시만요.”선우가 직원을 불러세웠다. 그리고 그는 윤아 앞으로 다가와 감긴 윤아의 눈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 내가 너무 의심이 많았지? 내가 널 의심해서는 안 됐는데... 아까 일은 내가 잘못했어. 일어나서 밥 먹자, 응?”하지만 선우가 아무리 말을 많이 하고 부드럽게 달래도 윤아는 시체처럼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윤아야?”윤아는 미동도 않고 누워있었다.“아니면 내가 널 테이블로 안아가야겠어?”윤아의 눈이 번쩍 떠져 마침 선우의 눈과 시선이 부딪혔다. 선우가 이리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줄 몰랐던 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진정했다.“넌 쓸 줄 안다는 게 그 방법 하나뿐이니?”선우는 입을 말아 올리며 말했다.“방법은 무작정 많다고 좋은 게 아니지, 유용하면 되는 거 아닌가?”윤아는 차가운 얼굴로 선우를 밀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혼자 있고 싶어. 네가 다른 사람이 나한테 접근하는 게 무섭다면 빨리 저 여직원 데리고 나가. 이다음에 저 여직원 들쑤실 생각도 하지 말고.”“그럴 생각 없어. 그저 저 여직원더러 너랑 같이 밥 좀 먹게 하려는 거야. 너 이미 너무 오랜 시간 아무것도 안 먹고 있잖아.”“나 지금 밥 생각 없어.”두 사람은 같은 대화를 지겹도록 반복했다
더 보기

제768화

윤아는 현아의 말을 끊었다.“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끊지 말고 모두 기억해.”윤아가 이렇게 엄숙한 말투로 말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다. 현아는 사건의 심각성을 알아채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말을 하면서 현아는 혹시나 윤아의 말을 흘려듣거나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통화녹음 버튼을 눌렀다.“잘 들어. 나 지금 카베네 국제 공항에서 차로 한 20분 거리 되는 럭셔리호텔에 묵고 있어. 입구에는 24시간 편의점이 있고 내 방은 16층이야. 그런데 아마 여기에 오래 머무를 것 같지는 않아. 문 앞에는 두세 명 정도 되는 사람이 지키고 서있고 아마 저녁쯤 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 같아. 내가 여기서 시간을 벌어보긴 할 건데 만약 내가 반항할 능력조차 상실하게 되면 아마 옮겨질 거야, 다른 곳으로. 그렇게 되면 다시 기회 봐서 너한테 연락할게.”여기까지 들은 현아의 동공이 커졌다. 납치된 거야? 윤아가?때마침 현아의 상사가 현아를 찾으러 왔다가 현아가 통화 중인 걸 확인하고는 돌아가려 했다. “잠깐만요.”현아는 뒤돌아가는 상사를 불러세우고 오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현아가 맨날 까칠남이라 말하고 다니던 배주한은 그녀의 급해 보이는 제스처에 발걸음을 돌려 다가갔다.“무슨 일이죠?”현아는 이내 통화를 스피커로 전환하고 윤아한테 말했다.“윤아야, 내가 까칠... 아니, 배 대표님한테도 오셔서 들어달라고 했어. 대표님이 나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니까 분명 도움이 될 거야.”배주한은 까칠 두 글자를 듣고 아마 뒤에 이어질 말이 까칠남이겠다는 것을 예상했다. 사실 현아한테서 까칠남이란 소리를 들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저번에 들었을 때는 현아가 절친과 하소연할 때였다. 맨날 자기를 불러 일을 시킨다고 저러니까 연애를 못 한다나 뭐라나... 하지만 오늘 자신을 앞에 두고 실언할 줄이야. 주한이 호칭을 고쳐주려고 입을 열려는 그때 윤아가 빠른 속도로 앞에 했던 얘기를 다시 한번 반복했다. 그 말을 듣고 난 주한의 눈이 가늘어졌다.“위치 보낼
더 보기

제769화

이 모든 과정은 대략 6분 남짓 걸렸고 윤아도 드디어 새 계정을 만들었다. 이때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윤아야.”익숙한 남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구 목소린지 알아챈 현아는 너무 놀라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주한의 커다란 손이 와서 그녀의 입을 가로막았다. 현아는 눈을 크게 뜨고 주한을 밀치려 했지만 어깨가 주한에게 꽉 잡혔다. 주한은 그녀의 귓가에 얼굴을 붙이고 조용히 말했다.“아무 말도 하지 마.”현아는 미간을 찡그리긴 했으나 더 이상 몸부림치지 않았다. 이윽고 수화기 너머에서 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내가 혼자 있고 싶다 한 거 잊었어? 내가 사람 불러 밥 먹는 것도 뭐라 하더니 이젠 샤워하는 것까지 신경 쓰는 거야?”말을 하면서 윤아는 핸드폰을 옆에 있던 선반 위에 올려놓은 뒤 옷을 벗고 샤워기 아래에 섰다. 밖에서는 잠시 아무 말도 들려오지 않다가 선우가 입을 열었다.“알았어, 씻고 있어.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게.”윤아는 선반 쪽을 힐끗 쳐다보고는 말했다.“옷을 안 가지고 들어왔는데 내 캐리어에 있는 옷 좀 가져다줄래?”“알았어, 가지러 갈게.”그리고 윤아는 샤워기를 끄고 문밖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한 뒤 다시 샤워기를 켰다. 그리고 핸드폰을 가져와 스피커폰을 껐다.“지금 위치 보내드릴게요. 더 이상 말할 시간이 없어요. 핸드폰 칩을 바꿔야 하거든요. 이 핸드폰 칩은 아마 더 사용하진 못할 거예요.”“네.”주한은 자세를 유지한 채 담담하게 말했다.“우리가 방법을 대서 구할 테니까 자신을 잘 보호하고 있어요. 웬만하면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고요.”“감사합니다.”“괜찮아요.”윤아는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현아야, 이 일 수현 씨한테 전해줘.”윤아가 현아를 부르고 나서야 주한은 현아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내렸다.“왜 직접 말하지 않고?”“시차 때문에 연락이 닿질 않아.”“알겠어. 근데 널 납치한 사람이 어떻게...”선우가 돌아올 시간이 되어 뒷수습해야 했던 윤아는 현아에게
더 보기

제770화

“...”주한은 침묵했다. 눈앞에서 현아가 티켓을 사려고 화면을 누르는 걸 주한이 어이없다는 듯 손으로 막았다.“주현아 씨는 충동적일 때 좀 머리를 쓰고 침착해질 수는 없는 겁니까?”이 말은 현아의 심기를 살짝 불편하게 만들었다.“제가 충동적이라 말하시면서 침착하길 바라고 계시네요.”주한은 더 이상 현아와 말씨름하기 싫어 사건해결에 주의를 돌렸다.“티켓 사지 말고 신고해요.”신고?“안 돼요! 신고하면 안 돼요!”현아는 신고하려는 그의 손을 막았다. 주한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았다.“아까 윤아 말 못 들었어요? 신고하지 말라잖아요.”“하지만 이미 친구분은 납치당했습니다, 주현아 씨. 불법이라고요.”“알아요.”현아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누가 불법인 거 몰라요?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늘 선우 씨가 윤아를 돌봐주며 챙겼다고요. 윤아가 신고하지 말라 한 건 이유가 있어서일 거예요.”주한은 말없이 현아를 바라봤다. 현아가 말을 덧붙였다.“정이란 게 있는 법이니까요. 그래도 너무 막다른 길로 내몰지는 말자는 소리예요.”두 시선이 허공에서 팽팽하게 부딪혔다. 먼저 양보한 건 주한 쪽이었다.“확실히 말이 맞네요, 사람 사이에 정이란 게 있는 법인데.”주한은 멈칫하더니 말을 꺼냈다.“같이 가죠.”현아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한을 쳐다봤다.“네? 무슨 말씀이세요? 저랑 같이 간다고요?”“주현아 씨가 한 말 아닙니까? 인정을 논해야 한다고. 이미 내가 이번 일을 알게 됐고 또 주현아 씨는 우리 회사 에이스 아닙니까. 지난 몇 년 동안 회사를 위해 힘써준 게 고마워서 이번 일은 저도 돕죠.”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현아는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주한이 있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주한이 오늘날 이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건 머리가 정말 좋다는 거니까 그가 돕는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그래요. 티켓값은 제가 낼게요.”“잠시만요.”“또 뭔데요?”“친구
더 보기
이전
1
...
7576777879
...
121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