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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6화

작가: 박윤미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예를 들자면 지금 남자 쪽에서 여자 쪽을 보는 표정은 어이없는 표정이었고 여자 쪽은 팔짱을 끼고 남자 쪽과는 더 이상 말 섞고 싶어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아마도 싸우는 모양인데 남자 쪽에서 먼저 문제를 일으키고 지금 사과하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윤아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가 좋다고 하면, 내가 꼭 너랑 밥을 먹어야 해?”

말을 마치고 윤아는 고개를 들어 선우를 봤다. 그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뭔 짓을 한 건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 이렇게 많은 짓을 벌여놓고 내가 너랑 마주 보면서 평화롭게 밥을 먹어야 해? 아니다, 알아듣기 쉽게 말할게. 만약 날 돌려보내 주지 않으면 이후에 밥 먹을 때마다 다른 사람이랑 먹을 거야. 그게 누구든 설사 길에서 만난 낯선 사람이랑 먹어도 너랑은 절대 안 먹어.”

윤아의 말은 비수처럼 선우의 심장에 꽂혔다. 만약 그들의 언어를 알아듣는 제삼자가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분명 윤아가 한 말들이 너무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직원은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말을 마친 뒤 선우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 듯 그 자리에 미동도 없이 서있었다. 윤아는 입술을 말아 올리면서 웃었다.

“아니면 내가 사람과 밥을 먹는 거 자체가 싫은 거야? 좋아, 그럼.”

윤아는 손안의 젓가락을 내려놓고 아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나와 저 직원이 먹은 것들 다 가져가. 그리고 날 방에 가둬. 되도록 누구도 만날 수 없게, 어때?”

“윤아야.”

선우의 목소리는 정말 별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였다.

“내가 너한테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다는 걸 너도 잘 알잖아. 네 생각에는 네가 밥을 안 먹는 게 네 건강을 다치게 하는 거겠지만 사실 다치는 건 내 마음이야.”

말하며 선우는 앞으로 걸어갔다. 그는 윤아가 내려놓은 젓가락을 다시 손에 쥐고 말했다.

“그냥 사람 찾아서 밥 좀 먹는 거잖아? 뭐 동의하고 말고 할 게 있어? 하지만... 좋기는 저 직원이 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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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우는 자리에 미동도 없이 서서 윤아를 바라봤다.“그럴 필요까진 없어, 윤아야. 그냥 밥 먹는 건데 뭘.”“됐어, 밥맛 다 떨어져서.”윤아는 말을 마치고 소파로 곧게 걸어가 누워버렸다. 눈을 감고 아무 말도 하기 싫다는 듯 말이다. 여직원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 하지만 여자 쪽에서 아예 대화할 의사를 내비치지 않는 걸 보아하니 이번 대화는 실패인 모양인 듯했다.이상하다... 분명 남자 쪽에서 대화하는 내내 부드럽고 온화했는데 왜 화해가 안 되는 거지?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여자 쪽에서 먹을 의향이 없는 걸 확인한 여직원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럼 전 이만 방해하지 않고 물러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직원은 문 쪽으로 걸어갔다.“잠시만요.”선우가 직원을 불러세웠다. 그리고 그는 윤아 앞으로 다가와 감긴 윤아의 눈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해, 내가 너무 의심이 많았지? 내가 널 의심해서는 안 됐는데... 아까 일은 내가 잘못했어. 일어나서 밥 먹자, 응?”하지만 선우가 아무리 말을 많이 하고 부드럽게 달래도 윤아는 시체처럼 움직일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윤아야?”윤아는 미동도 않고 누워있었다.“아니면 내가 널 테이블로 안아가야겠어?”윤아의 눈이 번쩍 떠져 마침 선우의 눈과 시선이 부딪혔다. 선우가 이리 가까운 거리에 있는 줄 몰랐던 그녀는 깜짝 놀랐지만 이내 진정했다.“넌 쓸 줄 안다는 게 그 방법 하나뿐이니?”선우는 입을 말아 올리며 말했다.“방법은 무작정 많다고 좋은 게 아니지, 유용하면 되는 거 아닌가?”윤아는 차가운 얼굴로 선우를 밀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나 혼자 있고 싶어. 네가 다른 사람이 나한테 접근하는 게 무섭다면 빨리 저 여직원 데리고 나가. 이다음에 저 여직원 들쑤실 생각도 하지 말고.”“그럴 생각 없어. 그저 저 여직원더러 너랑 같이 밥 좀 먹게 하려는 거야. 너 이미 너무 오랜 시간 아무것도 안 먹고 있잖아.”“나 지금 밥 생각 없어.”두 사람은 같은 대화를 지겹도록 반복했다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768화

    윤아는 현아의 말을 끊었다.“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끊지 말고 모두 기억해.”윤아가 이렇게 엄숙한 말투로 말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다. 현아는 사건의 심각성을 알아채고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말을 하면서 현아는 혹시나 윤아의 말을 흘려듣거나 잊어버리지는 않을까 통화녹음 버튼을 눌렀다.“잘 들어. 나 지금 카베네 국제 공항에서 차로 한 20분 거리 되는 럭셔리호텔에 묵고 있어. 입구에는 24시간 편의점이 있고 내 방은 16층이야. 그런데 아마 여기에 오래 머무를 것 같지는 않아. 문 앞에는 두세 명 정도 되는 사람이 지키고 서있고 아마 저녁쯤 되면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 같아. 내가 여기서 시간을 벌어보긴 할 건데 만약 내가 반항할 능력조차 상실하게 되면 아마 옮겨질 거야, 다른 곳으로. 그렇게 되면 다시 기회 봐서 너한테 연락할게.”여기까지 들은 현아의 동공이 커졌다. 납치된 거야? 윤아가?때마침 현아의 상사가 현아를 찾으러 왔다가 현아가 통화 중인 걸 확인하고는 돌아가려 했다. “잠깐만요.”현아는 뒤돌아가는 상사를 불러세우고 오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현아가 맨날 까칠남이라 말하고 다니던 배주한은 그녀의 급해 보이는 제스처에 발걸음을 돌려 다가갔다.“무슨 일이죠?”현아는 이내 통화를 스피커로 전환하고 윤아한테 말했다.“윤아야, 내가 까칠... 아니, 배 대표님한테도 오셔서 들어달라고 했어. 대표님이 나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니까 분명 도움이 될 거야.”배주한은 까칠 두 글자를 듣고 아마 뒤에 이어질 말이 까칠남이겠다는 것을 예상했다. 사실 현아한테서 까칠남이란 소리를 들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저번에 들었을 때는 현아가 절친과 하소연할 때였다. 맨날 자기를 불러 일을 시킨다고 저러니까 연애를 못 한다나 뭐라나... 하지만 오늘 자신을 앞에 두고 실언할 줄이야. 주한이 호칭을 고쳐주려고 입을 열려는 그때 윤아가 빠른 속도로 앞에 했던 얘기를 다시 한번 반복했다. 그 말을 듣고 난 주한의 눈이 가늘어졌다.“위치 보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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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770화

    “...”주한은 침묵했다. 눈앞에서 현아가 티켓을 사려고 화면을 누르는 걸 주한이 어이없다는 듯 손으로 막았다.“주현아 씨는 충동적일 때 좀 머리를 쓰고 침착해질 수는 없는 겁니까?”이 말은 현아의 심기를 살짝 불편하게 만들었다.“제가 충동적이라 말하시면서 침착하길 바라고 계시네요.”주한은 더 이상 현아와 말씨름하기 싫어 사건해결에 주의를 돌렸다.“티켓 사지 말고 신고해요.”신고?“안 돼요! 신고하면 안 돼요!”현아는 신고하려는 그의 손을 막았다. 주한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았다.“아까 윤아 말 못 들었어요? 신고하지 말라잖아요.”“하지만 이미 친구분은 납치당했습니다, 주현아 씨. 불법이라고요.”“알아요.”현아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누가 불법인 거 몰라요? 하지만 지난 5년 동안 늘 선우 씨가 윤아를 돌봐주며 챙겼다고요. 윤아가 신고하지 말라 한 건 이유가 있어서일 거예요.”주한은 말없이 현아를 바라봤다. 현아가 말을 덧붙였다.“정이란 게 있는 법이니까요. 그래도 너무 막다른 길로 내몰지는 말자는 소리예요.”두 시선이 허공에서 팽팽하게 부딪혔다. 먼저 양보한 건 주한 쪽이었다.“확실히 말이 맞네요, 사람 사이에 정이란 게 있는 법인데.”주한은 멈칫하더니 말을 꺼냈다.“같이 가죠.”현아는 순간 자신이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했다.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주한을 쳐다봤다.“네? 무슨 말씀이세요? 저랑 같이 간다고요?”“주현아 씨가 한 말 아닙니까? 인정을 논해야 한다고. 이미 내가 이번 일을 알게 됐고 또 주현아 씨는 우리 회사 에이스 아닙니까. 지난 몇 년 동안 회사를 위해 힘써준 게 고마워서 이번 일은 저도 돕죠.”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현아는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주한이 있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주한이 오늘날 이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건 머리가 정말 좋다는 거니까 그가 돕는다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그래요. 티켓값은 제가 낼게요.”“잠시만요.”“또 뭔데요?”“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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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에 탈 때까지도 수현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진짜 어이없어. 윤아는 이런 남자를 왜 좋아하는 거야. 뭘 이런 사람한테 소식을 전하라는 건지. 내가 보기엔 차라리 이선우 씨랑 만나는 게 낫겠어. 적어도 그 사람은 전화를 받기라도 하니까.”윤아의 상황에 안 그래도 마음이 복잡한데 수현은 연락조차 안 되니 짜증이 폭발해 버린 현아는 핸드폰에 대고 수현의 욕을 잔뜩 퍼부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수현에게는 윤아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주한은 현아를 몇 년 동안 봐왔지만 그녀가 이렇게까지 낙심하는 모습은 처음이었다.“진정 좀 해요. 전화를 못 받을 만한 사정이 있겠죠.”“무슨 사정이요? 전화를 몇 통이나 쳤는데 아무리 바빠도 한 번쯤은 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런 남자는 믿을게 못돼요. 무슨 사정이 있었든 윤아를 만나면 저 인간은 만나지 말라고 해야겠어요.”주한은 할 말이 있는 듯 입술을 달싹이다 결국 입을 다물었다.지금으로썬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위험에 처한 건 그녀의 단짝친구이고 주한이 아무리 그 감정을 공감한대도 결국 당사자만큼은 아닐 테니.그리고 사실 현아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람을 살려야 하는 위급한 순간에 도움이 전혀 안 되고 있으니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 수밖에. 그것도 이렇게 중요한 순간이라면 말이다.비행기가 뜨기 전, 스튜어디스가 다가와 핸드폰 전원을 끄길 요구했다.현아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는지 다시 한번 수현에게 전화를 걸어봤다. 하지만 여전히 답은 없었고 들리는 건 반복되는 통화연결음 뿐이었다. 현아는 화가 들끓었지만 윤아의 부탁도 있고 하니 어쩔 수 없이 문자라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현아는 문자가 문제 없이 전송된걸 확인한 후에야 핸드폰을 껐다.주한은 그런 그녀를 힐끔 보더니 물었다.“아직도 안 받아요?”“네.”현아가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말했다.“문자 보내놨으니 비행기 착륙할 때쯤엔 보겠죠. 아직 도착하려면 한참은 더 걸리니 자고 있었대도 그때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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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아는 머리를 말리고 잠깐 쉬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체내에 약효가 아직 가시지 않은 탓인지 침대에 눕자 저도 모르게 스르륵 잠에 들었다.얼마나 지났을까, 잠에서 깨 서서히 의식이 돌아올 때쯤 방 밖에서 누군가가 대화하는 소리가 낮게 들려왔다.“대표님, 윤아 님은 아직 안 깨셨어요?”“네.”“저희 차량이 이미 대기 중이어서요. 이제 출발해야 합니다.”선우는 굳게 닫힌 방문을 보며 입술을 앙다물었다.“피곤할 텐데 좀 더 자게 놔두죠.”“하지만...”우진이 머뭇거렸으나 선우는 서늘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조금 더 자게 놔두라잖아요. 못 알아들어요?”선우가 화를 낼 것도 예상했던 일이라 우진은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알겠습니다.”우진은 밖에서 대기하던 사람들에게 상황을 전달한 후 복도에서 대기했다.사실 우진은 이 곳에 너무 오래 머물렀고 중간에 윤아가 다른 사람과도 연락이 닿았단 걸 선우에게 다시 한번 전해줄 생각이었다.이 곳 사람들은 선우 쪽 사람이 아니라 컨트롤 하기 어려워 만약 일이 커지면 수습하기도 힘들 것이다.우진도 선우가 정신이 좀 나간 것 같다고는 생각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 걸 인제 와 어쩌겠는가. 그는 그저 비서로서의 업무를 성실히 해야겠다 생각했다.그리고 윤아도 반 시간 정도면 깨어날 수도 있으니 조금 더 기다리는 것 정도는 할 수 있겠다 판단했다.한편, 윤아는 심장이 벌렁댔지만 운 좋게 둘의 대화를 엿들을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잠에서 깼다가 그대로 걸리면 빼도 박도 못하고 끌려갈 게 뻔했으니 말이다.윤아는 다시 눈을 꼭 감고 자는 척을 시전했다.그러나 얼마 안 가 다시 들려오는 인기척에 윤아는 미간을 찌푸렸다.‘선우가 들어왔나?’들릴 듯 말 듯 한 낮은 발소리가 점점 다가오더니 윤아의 침대맡에서 멈추었다.선우는 누워있는 윤아를 지그시 바라보았다.깨어 있을 때와 달리 잠들어있는 윤아는 유난히 조용했다. 선우는 윤아의 정교한 오관을 한눈에 담기라도 하려는 듯 가만히 바라봤다.윤아의 얼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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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 연휴 후. 윤아는 우진에게서 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선우가 드디어 생각을 바꿔 더 이상 방에 갇혀 있고 싶지 않다고 이곳을 떠나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그 소식을 들은 윤아는 가슴 한편을 꽉 막고 있던 응어리가 쑥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래요? 정말 잘됐네요. 진 비서님은요? 제가 뭘...”윤아는 우진을 자기 곁에 두려 했다. 하지만 우진은 그 제안을 거절했다. 그는 이미 선우 곁에서 오랫동안 보좌했던 터라 그의 곁에 있는 것이 편하다며 계속 선우 옆에 남겠다고 했다. 모두 자기만의 귀속이 있는 법이었기에 윤아는 그에게 강요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우진에게 만약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고 당부했다. 그날 밤, 윤아는 이별을 고하는 메시지를 받았다. [내가 예전에 엄청 좋아했던 사람이 있었어. 하지만 난 그 애에게 많은 폐를 끼쳤지. 심지어 좋아한다는 이유로 그 애를 다치게 하기도 했어. 미안한 마음뿐이야. 그럼에도 난 여전히 걔를 사랑해. 그리고 앞으로 행복하기를 바라.][안녕.]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문자를 작성하기까지 이선우는 그가 갖고 있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부어야 했다. 메시지를 전송한 후 선우는 윤아의 답장을 기다리지도 않았다. 심지어 그에겐 그녀의 답장을 볼 용기도 없었다. 선우는 U-SIM을 뽑아 그대로 휴지통에 버렸다. 더는 뒤돌아보지 않을 것이다. 이젠 뒤돌아볼 기회조차도 없었지만. 윤아는 지금 그녀가 사랑하고 그녀를 사랑해 주는 사람 곁에서 앞으로도 행복한 나날을 보낼 것이었으니까. -4월 1일쯤, 현아와 주한은 연인으로 발전했다. 같은 시기, 현아가 투자한 과일 가게가 아파트 단지에 오픈했다. 오픈 날 윤아는 현아에게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 “그래서 주한 씨 회사로 안 돌아가려고?”현아가 입술을 짓이겼다. “내가 없으면 주한 씨 회사가 안 돌아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왜 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주한 씨 회사로 돌아가라는 말이 아니라, 네가 만약 집에서 과일 가게를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4화

    안 그래도 현아에게 좋은 사람을 소개해 주고 싶었는데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만났으니 선희도 당연히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게다가 주한은 인품이 좋아 보였기에 선희는 가운데서 두 사람을 팍팍 밀어줄 의향이 있었다. 선희가 씩 미소 지으며 말했다. “주한아, 이 절에서 인연을 빌면 신통하게 들어주신대. 도착하면 성심을 들여 절을 올리렴.”말을 마친 선희는 일부러 현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현아 너도. 왔던 김에 같이 가서 기도드려.”잘 걱도 있다 갑자기 이름을 불린 현아는 순간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차마 말을 내뱉지 못했다. 주한은 시선을 내린 채 빨개진 현아의 볼과 귓불을 보며 웃음을 머금었다. 이번엔 전혀 헛된 걸음은 아닌 듯했다. 수현의 가족은 정말 따뜻한 분들이었다. 만약 나중에 결혼을 하게 되어 이런 가정을 꾸릴 수만 있다면 정말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네. 제가 간절히 기도를 드려 볼게요. 알려주셔서 감사해요.”선희가 손을 내저으며 유쾌한 웃음을 지었다. 그들 일행은 10여 분 후 산꼬대기에 도착했다. 날씨가 퍽 좋았던 지라 높은 산꼭대기에 올라서니 구름도 더 가까이 느껴졌다. 발아래엔 산봉우리가 첩첩이 이어져 있었고 멀리 보이는 마을 풍경까지 더해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수많은 여행객들은 그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떤 사람은 풍경 사진을 찍었고 또 어떤 사람들은 풍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윤아를 포함한 그들도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나서야 기도를 드리러 절로 향했다.워낙 영험하다고 소문이 난 절이라 사람으로 붐비었고 기도를 드리는 것도 줄을 서야만 했다. 주한이 자리한 곳은 마침 현아의 맞은 편이었다. 주한이 그저 예의상 하는 얘기일 거라고 생각했던 현아는 그가 진지하게 기도를 드리러 눈까지 꼭 감고 절을 올릴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 모습을 본 현아는 조금 놀라기도, 또 조금 감동적이기도 했다. 뒤에서 누군가 현아에게 말했다. “넌 안 가?”윤아의 목소리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3화

    윤아는 사실 지금 현아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두 사람이 사귀게 된다면 그건 신분 상승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론 주한 씨가 너에게 그런 얘기까지 했다는 건 그만큼 진심이라는 말일 거야. 주한 씨는 네가 그런 것들에 얽매여 두 사람 사이에 걸림돌이 되기를 바라지 않을 거야.”사실 주한 같은 남자를 만난다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자수성가한 것은 물론 부모도, 친척도 없어 가족관계가 이보다 간단할 수 없었다. 이런 사람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그가 걸어갈 미래는 전부 스스로 계획한 것이었다. 결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주한이 지금 현아에게 다가온다는 것은 그는 이미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였다. “나도 알아.”현아가 시선을 내리며 말했다. “사실 전엔 난 믿지 않았어. 난 그저 주한 씨가 내가 갑자기 퇴사한 걸 받아들일 수 없어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윤이네 선물을 사러 갔을 때, 주한 씨가 내가 할인받아 사준 만년필을 몇 년 동안이나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별일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조 단위의 자산을 갖고 있는 주한에겐 소중한 물건이라는 얘기였다. 최소한 현아 본인은 그렇게 생각했다. 현아의 얘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윤아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사실 그렇게 많이 고민할 필요 없어. 만약 너도 주한 씨가 좋다면 용기 내서 한 번 만나봐. 어차피 사귄다고 해도 당장 결혼할 것도 아니잖아. 혹시 알아? 사귀고 나서 네 생각이 바뀔지?”“네 말도 맞아. 그럼 나 더 이상 고민 안 할래. 일단 연애만 해보면 되잖아. 어차피 그저 연애만 하는 것뿐이야.”깊은 고민에 빠졌던 현아는 윤아의 도움으로 마음의 평안을 찾았다. “그래. 인생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실수해도 괜찮아. 처음부터 선택한 모든 길이 정확하다고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공주야, 넌 좋은 친구야. 넌 내 인생의 구원자라고.”고민이 해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2화

    그 말은 어느 정도 강압적으로 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예의상 건넨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주한을 집으로 초대한 것임이 느껴졌다. 선희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꺼냈으니 주한도 더 이상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살짝 몸을 숙였다.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신세는 무슨. 가요.”주한과 현아는 선희를 따라 차로 돌아갔다. 그들은 앞에 있는 차를 뒤따라가고 있었다. 운전하며 현아가 참지 못하고 주한에게 말했다.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어요.”주한이 입꼬리를 씩 올렸다. “나중에도 오랫동안 봐야 할 사이 같아서요. 가면 얘기도 나눌 수 있고요.”현아는 순간 주한의 말 속에 담긴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무의식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진씨 그룹과 얘기 중인 프로젝트가 있어요?”“지금은 없어요.”“그럼 왜...”순간 현아는 뭔가를 인지한 듯 얼굴빛이 변하더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또 저 희롱하는 거죠.”“제가 언제요? 그리고 그게 어떻게 제가 현아 씨를 희롱하는 거예요? 전 지금까지 현아 씨에게 아무 짓도 한 적 없잖아요.”“네, 저에게 그런 행동은 하지 않았지만 언어적인 희롱도 희롱이잖아요?”“그건 실제로 그런 게 아니니까 희롱이라고 할 수 없어요.”“쳇, 왜 아니에요.”현아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 와중에 주한은 이미 화제를 전환했다. “두 분 모두 현아 씨를 친절하게 대해주시네요.”“네.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윤아와 같이 두 분 댁에 자주 갔었거든요. 그래도 절 잘 아세요.”현아가 무언가를 떠올린 듯 말했다. “주한 씨는 어렸을 때 어떻게 지냈어요?”질문을 던진 후 현아는 살며시 주한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얼굴에서 작은 표정이라도 캐치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주한은 여전히 평온함을 유지했다. 자신의 불행했던 유년 시절의 얘기를 꺼내도 큰 감정의 기복을 보이지 않았다. “저 어렸을 때요? 거의 혼자 지냈죠.”비록 주한은 평온하게 얘기했지만 현아는 그가 사실은 비참했었던 과거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1화

    윤아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다. 아무래도 남자를 보는 눈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더 정확한 법이었으니까. 서로 생각하는 것이 같을 테니 많은 행동들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그래. 난 알 만날게. 수현 씨가 나 대신 봐줘. 하지만 진지하게 봐줘야 해. 대충하지 말고.”사랑하는 여자의 부탁을 수현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느긋하게 대답했다. “알겠어.”수현은 자기 인생에서 이렇게까지 한 남자를 관찰해야 하는 이유가 윤아 때문일 것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가까이 다가간 윤아와 현아는 서로를 꽉 껴안았다. 하지만 집안 어른들이 계신 관계로 짧은 포옹을 한 후 곧 서로에게서 떨어졌다. 전에 만난 적이 있던 지라 현아는 또 수현의 어머니와 인사를 나누고는 가지고 온 선물을 건넸다. “감사합니다, 현아 이모.”아무래도 몇 년간 함께 지냈던 터라 하윤과 서훈은 현아와 사이가 좋았다. 두 아이에게 현아는 곁에 있는 제일 가까운 가족을 제외하고 제일 친한 사람이었다. 그러니 두 아이는 전혀 거리낌 없이 현아가 건네는 선물을 받고는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현아의 볼에 가볍게 뽀뽀했다. 그러더니 하윤은 고개를 들어 주현아 뒤에 있는 남자를 쳐다보더니 맑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먼저 입을 열었다. “현아 이모, 저 삼촌은 누구예요?”하윤이 주한을 가리키자 하얗던 현아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저분은... 이모 친구야. 주한 삼촌이라고 부르면 돼.”하윤은 무슨 생각인 건지 현아가 분명 설명해 줬음에 불구하고 또 갑자기 질문했다. “이모, 저 삼촌 이모 남자친구예요?”남자친구라는 말에 현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녀가 막 부인하려는데 주한의 웃음 목소리가 들려왔다. “꼬마 아가씨, 아직 남자친구는 아니지만 삼촌이 여전히 노력하고 있어.”집안 어른들은 주한의 말을 듣고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실 수현의 부모님도 주한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동족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니 설사 함께 협업한 적이 없다고 해도 일면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200화

    “그건 아닌데...”현아가 고개를 저었다.“아니면 뭐가 그렇게 걱정돼요?”현아가 입술을 앙다물었다. 뭐 걱정할 게 없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만나지도 않는데 다른 사람이 보는 건...이렇게 생각한 현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됐어요. 아직 정식으로 만나기 전인데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는 없어요.”현아가 이렇게 말하더니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현아의 허리를 감싸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늦었어요. 이미 봤어요.”“네?”이 말에 현아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참 동안 지나서야 현아는 주한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현아는 주한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고 아니나 다를까 멀지 않은 곳에서 윤아가 수현을 데리고 도는 게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과 어른들도 뒤따라 걸어오고 있었다.윤아는 현아를 발견하고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더니 얼른 주한의 품에서 벗어났다.“왜 미리 알려주지 않고 지금 와서 말해주는 거예요?”주한이 덧붙였다.“나도 그럴 겨를이 없었어요. 현아 씨와 얘기하고 나서 고개를 들어보니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더라고요.”“거짓말, 일부러 그런 거잖아요.”주한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나도 일부러 그러고 싶지만 어쩔 수 없었어요. 아까 현아 씨 안으면서 신경이 온통 현아 씨 몸에 쏠려 있다 보니 두 사람이 다가오는 걸 전혀 느끼지 못했어요. 하지만 결과는 뭐 별반 다를 거 없네요.”현아가 무슨 말을 더 하려는데 윤아가 지척까지 다가오자 입을 다무는 수밖에 없었다. 안 그랬다가 주한이 무슨 놀라운 말을 내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주한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최근 주한이 친 돌직구가 너무 많았기에 현아는 걱정되기 마련이었다....윤아는 멀리서 친구인 현아가 남자 코트로 숨어드는 걸 볼 수 있었다.원래는 알아보기 힘들었다. 기억을 잃은 뒤로 주한이 어떻게 생겼는지 몰랐고 이미지도 현아가 말해준 게 전부였다.그러다 옆에 있던 수현이 주한을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9화

    현아는 주한의 돌직구를 당해낼 자신이 없어 시선을 다른데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지금 몇 시예요? 올 때 되지 않았어요?”현아의 화제 전환이 매끄럽지는 않았지만 주한은 이를 캐묻지 않았다. 그저 팔에 찬 시계를 확인하더니 이렇게 말했다.“10분 남았어요.”“10분이요?”현아는 착잡한 표정으로 손으로 턱을 받쳤다. 이렇게 오래 잤을 줄은 몰랐다.이미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현아는 외투를 벗어 주한에게 돌려줄 수밖에 없었다.“외투 돌려줄게요. 고마워요...”“괜찮아요.”주한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걸치고 있어요.”“그럼 이따 내릴 때 추울 텐데.”“몸이 좋다고 했잖아요.”“나도 나쁘진 않아요. 그리고 나도 외투 챙겨 와서 더 입으면 안 예뻐요.”현아는 이렇게 말하며 외투를 주한에게 욱여넣었다.주한은 현아가 잠도 깨고 진심으로 외투를 돌려주는 걸 보자 외투를 받아 입었다.비행기가 착륙하기까지 10분이 필요했지만 내려서 짐도 찾아야 하니 주한과 현아는 차에서 15분을 더 기다리다가 내렸다.출구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현아는 너무 추워 계속 부들부들 떨었다. 그 모습에 주한의 미간이 찌푸려졌다.“몸 좋다면서 이렇게 떨어요?”현아가 말했다.“내가 언제 떨었다 그래요?”현아가 고집을 부리며 반박하는데 주한이 다시 외투를 벗었고 현아가 얼른 이를 막았다.“벗지 마요. 더 벗으면 화낼 거예요.”이를 들은 주한의 동작이 멈칫하더니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봤다.현아가 얼굴을 굳히고 엄숙하게 말했다.“벗지 말라고요!”“춥다면서요?”“그래도 벗지 마요! 벗으면 정말 화낼 거예요.”주한은 그런 현아를 한참이나 바라보더니 갑자기 작은 소리로 웃으며 지퍼를 열었다.“그래요. 안 벗을게요. 대신 들어와서 몸 좀 녹일래요?”현아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 아마 주한이 갑자기 이렇게 말할 줄은 상상도 못 한 것 같았다.“대표님...”주한이 덤덤하게 말했다.“들어와서 숨든지 아니면 내가 벗어서 주든지, 하나만 선택해요.”한참 생각하

  • 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   제1198화

    현아의 말에 주한이 그녀를 힐끔 쳐다봤다.“나 먼저 들어가고 현아 씨 여기 혼자 남겨두라고요?”그러더니 난감한 표정으로 이렇게 덧붙였다.“현아 씨, 나는 지금 현아 씨 좋다고 쫓아다니는 사람이에요. 잊은 거 아니죠?”현아가 입술을 앙다문 채 대꾸하지 않았다.“이럴 때일수록 상대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잘 판단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한밤중에 여기까지 데려다줬는데 지금은 이렇게 기다리게 하고, 너무 대표님 시간 잡아먹는 것 같아서요.”“난 그렇게 생각 안 하는데.”주한은 이렇게 말하더니 외투를 벗어 현아에게 건네주었다. 현아가 손에 들린 외투를 들고 멍한 표정으로 주한을 물끄러미 쳐다봤다.“왜, 왜요?”“걸쳐요.”주한이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아직 한 시간이나 더 있으니까 일단 눈 좀 붙여요.”“졸리지는 않는데...”“그럼 눈 감고 명상하든지.”주한은 마치 반장처럼 그녀를 챙겨줬다.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한은 혼자 자랐으니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애들과는 다르다고 말이다. 하지만 주한이 사람을 챙기는 방법은 어딘가 강압적이었다.현아는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얼굴을 붉힌 채 주한이 건네준 외투를 주섬주섬 몸에 걸치고는 자리에 기대 눈을 감았다.눈을 감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현아는 뭔가 생각난 듯 다시 눈을 떴다.“옷을 이렇게 다 주면 대표님은 어떡해요? 안 추워요?”“나는 몸이 워낙 좋아서.”주한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아, 네.”현아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는 몸이 안 좋다는 건가? 그렇게 생각에 잠겼던 현아는 어느새 잠이 들고 말았다. 다시 깨어났을 때 창밖의 어둠은 더 짙어졌고 현아는 아직도 온몸을 웅크리고 있었다.깨어나 보니 아직도 조금 추웠고 현아는 자기도 모르게 주한의 외투 속으로 점점 숨어들었다. 외투를 받았으니 다행이지 아니면 정말 자다가 추워서 깼을 것이다.하지만 현아는 이내 뭔가 생각났다. 자기는 외투를 입고 있어서 따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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