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72화

선우가 떠나자 윤아는 그제야 숨을 돌렸다.

이제 남은 가능성은 두 가지뿐이다.

하나는 선우가 유심칩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고 그저 윤아가 난동을 부리는 거로 생각하는 것.

다른 하나는 유심칩에 대해 이미 알고 있으나 욕실에 막무가내로 들어올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밖에 있는 것. 정말 샤워를 한다고 믿는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올 수는 없는 노릇이니.

비록 5년이란 시간을 윤아에게 매달린 선우지만 그 긴 시간 동안 선 넘는 행동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 이렇게 보면 선우도 꽤 윤아를 많이 존중해줬다 할 수 있다.

그렇게 서로 존중하며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 둘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윤아는 심란한 마음에 물 속으로 얼굴을 넣었다. 그렇게 하면 복잡한 머릿속이 조금이나마 씻겨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현아와 연락이 닿은 덕에 하루 종일 긴장 상태던 몸이 조금이나마 풀렸다는 것이다.

이제 남은 건 전쟁이다.

윤아는 시간을 벌기 위해 욕조의 물이 다 식을 때까지 아주 오래 몸을 담갔다.

그동안 밖에선 조금 전 선우와의 대화를 끝으로 이상하리만치 아무런 인기척도 나지 않았다. 다시 찾아오지 않는 건 방을 이미 나간 건지, 아니면...

윤아는 순간 무언가 떠오른 듯 안색이 창백해졌다.

정신없이 움직이다 보니 그만 방에서 자고 있던 아이들을 깜빡하고 만 것이다.

윤아는 아이들 걱정에 더 오래 머무르지 않고 타올로 몸의 물기만 간단히 닦아낸 후 문을 열어 옷이 담긴 주머니를 찾았다.

주머니 속에는 온통 몸에 달라붙는 옷들뿐이어서 입으면서도 조금 불편했지만 생각해 보니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닌 것 같았다.

선우는 이제 아예 사람을 감금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와서 무슨 짓을 더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래도 선을 절대 넘지 않는 좋은 사람이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이런 짓은 절대 벌이지 않을 것 같았던 선우가 지금 이러고 있지 않은가.

그 말은 더한 짓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