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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6화

선우는 말없이 서있었다. 아마 그도 윤아가 더 이상 숨길 생각이 없다는 걸 눈치챘을 거다.

그는 입술을 살짝 깨문 채 복잡한 감정이 담긴 눈으로 윤아를 바라봤다.

“안 보내주면?”

윤아가 비아냥대듯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우린 더 이상 친구가 될 수 없는 거지. 그리고... 아이들도 너에게 실망 하게 될 거야.”

어른스러운 서훈은 윤아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듣기만 할 뿐 질문을 던지지 않았다.

그러나 발랄하고 호기심이 많은 하윤은 두 눈에 물음표가 가득했다.

“선우 아저씨, 엄마랑 싸웠어요? 싸우지 마요. 윤이 무서워.”

솜사탕 같은 하윤의 목소리는 선우의 가슴을 아프게 후벼파며 마음이 약해지게 했다.

“윤이 내 옆으로 내려놔.”

이제 막 어린 아가씨를 달래려는데 윤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우는 여전히 손을 하윤의 등에서 떼지 않은 채 낮게 말했다.

“윤아야,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윤아는 불쾌한 듯 되물었다.

“이게 네가 원하던 거 아니었어?”

말을 마친 그녀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선우의 품에서 하윤을 빼내려 했다. 그러나 선우는 윤아의 손길을 피해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너 정서가 많이 불안정해보여. 그러니 윤이는 나한테 맡겨.”

“?”

‘정서가 불안정해? 비정상은 오히려 너 아닌가?’

윤아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강조해 말했다.

“윤이는 내 아이야. 알겠어?”

“엄마...”

어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이들도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윤은 다급히 윤아의 품으로 돌아가려 선우의 품에서 몸부림쳤다.

“움직이지 마, 윤아.”

그러나 선우는 그런 하윤을 안고 뒤로 한 걸음 더 물러났다.

“아까 아이스크림 먹고 싶다고 했었잖아. 아저씨랑 같이 가서 엄마랑 오빠 것까지 사자. 그럼 엄마도 화 풀릴 거야. 응?”

선우가 뒤로 자꾸만 물러나자 윤아는 다급히 앞으로 나아가며 말했다.

“이선우. 당장 윤이 돌려줘!”

큰 소리에 놀란 하윤이 공포심에 그만 눈물을 터뜨렸다.

선우는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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