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751 - 챕터 760

1206 챕터

제751화

이른 아침, 어수선하던 모든 게 순식간에 물밑으로 가라앉은 듯 햇살은 따뜻하고 바람은 부드러웠다.윤아는 산뜻한 바람을 한껏 만끽한 후에야 창문을 닫고 아침을 준비하러 갔다.어젯밤 수현이 떠난 뒤, 윤아는 옛 생각에 밤새 뒤척일 줄 알았으나 예상외로 아주 깊은 잠을 잤다.누워서 한참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했지만 그 뒤론 언제 잠든 건지 기억이 없었다.윤아가 빵을 토스트기에 넣고 있는데 때마침 초인종 소리가 들려왔다.‘이 시간에 누구지?’감시 카메라를 확인해 보니 문 앞에 생각지도 못한 누군가의 뒷모습이 보였다.누군지 확인한 윤아는 곧바로 현관문을 열어주었다.“선우야, 무슨 일이야?”문 앞에 서있던 선우는 그녀를 향해 싱긋 웃어 보이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왜, 오랜만에 보는 건데 별로 안 반가워?”“그럴 리가...”윤아는 애써 입꼬리를 올리고 몸을 돌려 선우를 집안으로 들였다.집에 들어선 선우는 두리번거리며 이곳저곳을 살피더니 곧 예전과 같이 신발장을 열어 실내화로 갈아신었다.“오늘 주말이니까 다들 약속 없지?”“주말이야?”윤아는 오늘이 주말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윤아와 아이들 모두 주말이어도 늦잠을 자지 않고 제시간에 일어나는 습관이 있어 별문제는 없었다.윤아의 반응에 선우는 잠시 멈칫하더니 한참 후에야 신발을 갈아신고 그녀를 바라보았다.“일이 많이 바쁜가봐... 오늘이 주말인지도 몰랐어?”윤아는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지난번에 선우한테 모진 말을 내뱉은 이후로 윤아는 선우와 함께 있는 게 어색해서 견딜 수 없었다. 그의 마음을 거절하기 위해 싫은 소리만 가득 퍼부었으니 어쩌면 어색한 게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다.그 일 이후로 윤아는 당연히 선우가 다시는 그녀를 찾아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생각했다.선우도 당황스러워하는 윤아의 낌새를 눈치챈 듯 몸을 일으킨 후 대뜸 물었다.“연인은 못해도 친구는 할 수 있지?”윤아는 그제야 반응이 돌아온 듯 머리를 저으며 말했다.“당연하지. 너만 괜찮다면 우린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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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2화

‘거절하려는 건가?’‘내가 너무 늦게 왔나?’선우가 생각에 잠길 동안 윤아는 고민을 마쳤는지 고개를 들어 싱긋 웃으며 말했다.“아냐, 당연히 되지. 다시 친구로 생각해 줘서 고마워.”수현은 처리해야 할 일이 있으니 너무 빨리 찾아오진 않을 거다. 윤아는 자기도 아이들과 함께 잠깐 놀다 오는 거니 금방 돌아올 거라 생각하며 승낙했다.수현이 찾아온다고 해도 집에 사람이 없으면 연락이 오겠지.‘그때 가서 설명하면 돼.’윤아의 대답에 선우는 한시름 놓으며 물었다.“윤이랑 훈이는? 한동안 못 봤는데 나 보고 싶다고는 안 했어?”이제 다시 친구가 되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윤아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그건 나중에 직접 물어보는 게 어때? 그게 더 서프라이즈일 것 같은데?”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의 햇살이 윤아의 사랑스러운 얼굴에 떨어지며 더 눈부시게 빛났고 눈동자도 마치 부서진 별 조각처럼 반짝거려 눈을 뗄 수가 없었다.윤아에 대한 이런 감정은 어렸을 때부터 이미 선우의 마음속 한켠에 자리 잡고 있었다.하지만 그녀가 바라보는 사람은 늘 그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 평생을 기다리다 겨우 온 기회도...선우의 눈동자에 슬픔이 언뜻 스쳤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평소처럼 다정한 표정으로 돌아왔다.“그래. 내가 직접 물어봐야지.”“아참, 오늘은 어디 가고 싶은데?”윤아는 그제야 오늘의 일정을 물었다.“캠핑 어때? 오는 길에 사람 시켜서 텐트도 준비해 놓았어.”캠핑이라는 말에 윤아는 잠시 멈칫했다. 같이 가겠다고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벌써 사람을 시켜 준비했다니. 윤아가 거절하면 쓸데없는 일을 한 셈일 텐데.“그래. 그리고 얼마 전에 아빠한테서 들었어. 너희 집에서 맞선 알아보고 계신다고?”맞선이라는 말에 움직이던 선우의 손가락이 멈칫했다. 이윽고 그는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응. 할아버지 지시야. 내 짝이 될 여자를 물색 중이라고 하더라고.”“어때? 마음 가는 사람은 있어?”선우는 윤아를 힐끔 봤다. 그녀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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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3화

선우가 준비할 필요 없다고는 했지만 윤아는 그래도 냉장고에서 먹을만한 식자재를 간단히 준비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쓸 일용품들도 챙기고 있는데 선우가 다가왔다.선우는 그런 윤아를 보며 말했다.“그렇게 많이 챙길 필요 없어. 그때 가서 사면 돼.”“캠핑하러 가서 물건 사기도 번거로우니까 직접 챙겨가려고. 집에도 물건 많은데 더 사면 공간만 차지해.”윤아는 한바탕 말을 쏟아내면서도 한편으로는 바쁘게 물건들을 가방에 집어넣었다.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우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그럼 네 화장품이랑 개인용품도 다 챙기지 그래. 가는 길에 화장을 고쳐야 할지도 모르잖아.”“됐어. 캠핑 가는 거지 여행도 아니잖아.”사실은 귀찮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 윤아는 아이와 함께 가는 장소에는 거의 화장을 하지 않았다.두 녀석이 얼굴에 하도 뽀뽀 세례를 하는 바람에 얼굴의 화장품이 아이의 입술에 닿는 걸 될수록 피하려다 보니 화장하는 횟수도 자연스레 줄게 되었다.엄마가 되는 게 어렵다는 말이 정말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선우도 더 말하지 않고 옆에서 윤아를 도와 짐을 정리했다.두 아이는 오랜만에 선우를 만나 신이 났는지 전보다 더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밥을 먹을 때 하윤은 아예 선우의 다리 위에 올라타 우유를 마시며 말했다.“선우 아저씨. 왜 그동안 윤이 보러 안 왔어요. 설마 이제 윤이 안 좋아하는 거예요?”선우는 손을 뻗어 하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이렇게 왔잖아. 앞으로도 우리 윤이랑 훈이 자주 보러 올 거야.”“진짜요? 윤이 속이면 안 돼요.”“그럼 약속.”둘은 윤아가 보는 앞에서 손가락까지 걸며 약속했다. 큰 손과 작은 손이 꼭 맞닿아있는 걸 보며 윤아는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왔다.“유치하기는.”간단히 아침을 먹은 후, 윤아는 다시 주방으로 가 아까 하다 말았던 캠핑 준비를 시작했다. 선우가 다시 한번 그럴 필요 없다고 찾아왔지만 윤아는 단호하게 말했다.“시작했는데 끝은 봐야지.”선우는 하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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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4화

“아니야. 통화 마치면 바로 출발할 거야.”그때 마침 우진이 통화를 마치고 차에 탔기에 윤아도 별다른 말을 더 하지 않았다.그렇게 출발한 지 10분도 안 됐는데 윤아의 곁에 찰싹 붙어있던 두 녀석이 벌써 지쳤는지 눈을 비비며 윤아의 위로 늘어졌다.“엄마. 윤이 졸려...”윤아는 고개를 숙여 하윤의 말랑한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잠꾸러기네? 아까 금방 깼으면서 또 졸려?”하윤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자 윤아는 마음이 사르르 녹아 다리를 탁탁 치며 말했다.“그럼 더 자.”“나한테 와.”그때, 선우가 손을 뻗어 하윤을 안았다.“차에 타면 졸릴 수 있지. 훈이도 이제 졸릴 수 있으니까 윤이는 내가 안고 있을게.”윤아는 졸린지 눈을 껌뻑이는 훈이를 보고 그의 말이 맞다는 듯 머리를 끄덕였다.“그래.”하윤은 처음 선우의 품에 안겨본 거였지만 얼마 안 가 바로 깊은 잠이 들었다. 그의 품이 편한지 귀여운 코골이 소리도 내며 단잠에 빠진 모습이었다.그 모습을 보던 윤아는 자기 자식이지만 참 적응력이 남다르다고 생각했다.그리고 선우의 예상대로 몇분 지나지 않아 훈이도 졸린다며 윤아의 다리를 베고 잠에 들었다. 윤아는 오늘따라 두 녀석이 조금 이상하다고 여겨졌다.“이상하네. 어젯밤에 잘 못 잤나? 오늘따라 왜 이렇게 졸린다는 거지?”“아이들은 원래 차에 타면 졸잖아. 정상이야.”선우가 부드럽게 말했다.“하지만 윤이랑 훈이는 원래 차에 타고 한참은 지나야 졸린다고 하는데, 오늘은 너무 이른 것 같단 말이지.”윤아는 조금 게름찍했지만 어젯밤에 잠을 잘 못 잤겠거니 하고 더 생각하지 않았다.아마 그녀가 나간 후에도 몰래 깨어있었던 모양이다.“잘 자면 좋지.”선우가 하윤의 머릿결을 정리해 주며 뒷자리의 담요를 꺼내 덮어주었다.“얌전히 자고 일어나면 도착해있을 거니까.”“그렇긴 하네.”우진이 뒤쪽에서 담요를 하나 더 꺼내 윤아에게 건넸다.“윤아 아가씨, 이거 덮으세요. 날씨가 습해서 오래 앉아계시면 추우실 거예요.”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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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5화

선우의 뜨거운 손끝이 윤아의 차가운 얼굴에 닿았다. 희고 맑은 피부의 부드러운 감촉이 그를 기분 좋게 만들었다.선우의 손끝은 우진이 보는 앞에서 천천히 윤아의 얼굴을 누볐다. 지그시 감은 두 눈, 오똑한 코와 그 옆의 발그레한 볼까지...우진은 왠지 보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황급히 눈을 피했다.그리고 선우의 손끝은 어느새 윤아의 촉촉한 입술에 안착했다. 피부로부터 전해지는 온기와 부드러움은 마치 최고급 셰프가 조리해 낸 푸딩 같았다. 비록 직접 느껴보진 않았지만 손끝만으로도 그 느낌을 상상할 수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늘 간절히 바라오던 여자가 눈앞에 있다.그는 윤아가 조금이라도 자기를 더 바라봐주길 바랐다. 그녀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눈에 띄는 행동도 해보고 철없이 약 올리기도 했었다.윤아한테 다가갈 수만 있다면 그는 늘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의도와 달리 그는 윤아의 미움을 샀고 그녀가 다른 사람 곁으로 가는 걸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그 사실이 미치도록 슬펐지만 후회는 없었다. 그래도 진수현 다음으로 그녀가 가장 신경 쓰는 사람이란 건 변하지 않았으니까.아예 관심이 없는 것보다 미움이라도 받으면서 윤아의 마음속에 남아있고 싶었다.그리고 그렇게 했고.수현과 소영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을 때, 수현이 생명의 은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애정이라 착각하도록 바람을 잡은 것도 다름 아닌 선우였다.성인식 때도 그는 나무 뒤로 숨은 윤아의 치마를 발견했었다.윤아가 그곳에 있다는 걸 알고도 수현이 그런 말을 하도록 유도한 거였다.윤아가 수현에 대한 마음을 접길 바라면서.그러다 집에 변고가 생기며 오랫동안 떨어져 있어야 하는 바람에 국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더 이상 예측할 수 없게 되었지만 수현의 맹세를 들은 소영이 있었기에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윤아도 그 말을 들었으니 적어도 집안일이 모두 해결되기까지 몇 년 동안은 두 사람 사이에 진전이 있긴 힘들거라고 예상했었다.그러나 변수는 늘 존재했다.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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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6화

우진이 하윤을 다시 선우의 품으로 돌려놓으며 말했다.“대표님.”선우는 조심스레 하윤을 받아안고 아이가 편하게 잘 수 있도록 자세를 고쳐 앉으며 물었다.“얼마나 더 걸려요?”“20분 정도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도착하면 헬기가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목적지까지 총 한 시간 정도 소요할 거고요.”우진은 조금 머뭇거리며 윤아와 두 아이를 바라봤다.“가는 도중에 깨진 않겠죠?”그러자 선우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설령 깬다 해도 아무것도 바꿀 수 없겠지만요.”우진은 다시 한번 윤아 쪽을 보더니 조심스레 물었다.“대표님. 캠핑 쪽도 사실 준비를 마쳤는데...”“네.”그러나 선우는 담담한 대꾸만 할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러니까 제 말은 지금도 늦지 않았다는 겁니다. 지금이라도 차를 돌리면 윤아 아가씨가 깨도 너무 피곤한 탓이라고 여기고 별로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그 말에 선우가 드디어 고개를 돌려 그를 봤다.“진 비서님.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예요?”우진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했다.“대표님이 후회하실까 봐요. 그동안 윤아 님을 물심양면으로 도운 덕에 이제 대표님을 가족같이 믿을만한 사람으로 생각하고 계시잖아요. 이러다 들켰다간... 원망을 살 겁니다.”“그래서요?”선우가 비아냥거리며 입꼬리를 올렸다.“윤아가 다른 남자한테 가도록 내버려두는 것만큼 후회될 일은 없어요.”이렇게까지 말했는데 우진이 그의 뜻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이미 마음을 굳힌 듯한 선우를 보며 더 말려봤자 소용없겠다고 생각했다.그는 애꿎은 한숨만 푹 쉬며 입을 다물었다.하지만 이번 계획이 윤아한테는 얼마나 기분 나쁠지 예상이 갔기에 더욱 마음이 불편했다. 설령 성공한다 해도 선우와 윤아가 쌓아왔던 관계는 아마 점차 균열이 생길 것이다.그러나 지금 선우는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이 없는 듯 보였다.‘생각해 보면 윤아 님이 귀국한다고 했을 때 대표님이 어떻게든 막았어야 했어. 그랬으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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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7화

이미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듯한 저 태도.선우는 이미 윤아의 원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윤아는 화를 내지 않기 위해 크게 숨을 들이쉬고 창밖을 통해 비행고도를 가늠해 봤다.지면이 아예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미 비행기가 뜬지 한참은 된 모양이었다.“훈이랑 윤이는?”“앞쪽에 돌봐주는 사람이 있으니 걱정 마.”“아이들을 좀 봐야겠어.”그 말에 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내가 데려다줄게.”윤아는 선우를 따라 다른 칸으로 들어갔다. 먼저 깨서 간식을 먹고 있던 두 아이는 윤아가 다가오는 걸 보고 방긋 웃었다.아이들한테는 이미 적당히 둘러낸 모양이다. 아이들은 워낙 선우를 믿고 잘 따르니 뭐가 잘못된 건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그나마 사리가 밝은 서훈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엄마, 우리 캠핑 가는 거 아니었어요? 왜 갑자기 비행기를 탄 거예요?”윤아는 애써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갑자기 생각이 바뀌었어. 맛있어?”“맛있어요.”“그럼 먼저 먹고 있어. 엄마는 선우 아저씨랑 할 얘기가 있어서 나중에 다시 찾으러 올게.”“네.”두 녀석이 동시에 머리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아이가 안전한 걸 확인한 윤아는 몸을 일으켜 선우와 눈을 맞추었다. 그녀는 화가 치미는 걸 겨우 억누르며 무표정으로 그를 스쳐 지나갔다.이런 반응을 예상했던 선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윤아의 뒤를 따라나섰다.다른 칸으로 자리를 옮긴 뒤, 윤아는 발걸음을 멈춘 채 그대로 앞을 보며 선우에게 물었다.“어디로 가는 건데?”“해외.”“얼마나 더 걸려?”선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윤아는 그가 대답하든 말든 할 말을 쏟아냈다.“도착하면 곧바로 돌아가는 항공편을 알아볼 거야. 두 아이와 함께 무사히 귀국하면 오늘 일은 그냥 여행 온 셈 쳐줄게.”그녀는 선우에게 앞으로 무슨 짓을 하려고 하든 지금이라도 멈추라고 말하고 있었다.그래도 꽤 좋은 사이였지 않은가. 윤아는 가능하다면 둘 사이의 평화를 산산조각 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윤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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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8화

“네가 말하는 좋아한다는 마음이 나와 아이들의 믿음을 이용해서 강제로 기절시켜 비행기에 태우는 거야? 이게 네 마음의 표현이야?”아프게 날아오는 말에 선우의 눈에 슬픈 기색이 비쳤다.“미안해.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윤아야, 나 무려 5년이란 시간을 너한테 쏟아부었어. 그런데도 네가 받아주지 않으니 이렇게 하는 것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었어. 날 너무 탓하지 말아줘.”선우의 태도를 보니 계속 얘기를 이어가도 답이 없을 것 같았다.윤아가 그럴만한 성격은 안되지만 지금 비행기 안에서 난동을 부린다 해도 소용없을 것 같았다.윤아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말했다.“목적지까지 얼마나 남았는진 모르지만 가는 동안 한번 잘 생각해 봐. 네가 생각을 바꾸고 날 무사히 한국으로 돌려보내 주면 없던 일로 해줄게.”윤아는 선우와 더는 얘기를 나누고 싶지 않아 아무 좌석이나 찾아 앉아 피곤한 듯 눈을 감았다.아직 약효가 완전히 가시지 않아 몸이 뻐근하고 졸음이 몰려왔다. 그러나 눈을 감아도 선우의 말이 떠올라 머릿속이 복잡하고 가슴도 답답했다.그리고 잇따라 몰려온 건 왜 체면 때문에 수현에게 문자를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였다.문자를 보냈다면, 그리고 수현이 그 문자를 봤다면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단 걸 알 수 있었을 텐데.어쩌면 지금쯤...윤아는 불현듯 뭔가 떠오른 듯 눈을 번쩍 뜨더니 주머니를 뒤적였다.없다. 아무것도 없다.윤아는 고개를 돌려 아직 그 자리에 서있는 선우에게 물었다.“내 핸드폰은?”선우는 싱긋 웃더니 옆으로 와 앉았다.“비행기가 착륙 하기 전까진 핸드폰 사용 금지야.”“... 안 쓸 테니까 돌려줘.”“응. 도착한 뒤에 비행에서 내리면 돌려줄게.”윤아는 돌려준다는 그의 말이 썩 믿기진 않았지만 아직 시간은 있으니 그동안 선우가 생각을 바꾸길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비행기는 그렇게 한참을 날았고 어느덧 점심때가 되었는지 식사를 준비해 오는 직원들이 보였다. 자가용 비행기라 그런지 내부에 개인 셰프가 있었다. 덕분에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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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9화

선우는 윤아의 접시를 곁눈질하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윤아야, 이제 몇 입 먹었다고 그래.”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선우는 윤아가 지금 자기를 밀어낸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선우는 잠시 입술을 말며 생각하다 뭔가가 떠오른 듯 말했다.“그래, 아무래도 이 요리사가 제대로 만들지 못해서겠지? 괜찮아, 조금 이따 비행기에서 내리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말을 마치고 선우는 사람을 시켜 접시를 치우게 했다. 이윽고 그는 손에 와인 한 잔을 쥐고 걸어왔다.“마실래?”“아니, 괜찮아.”선우는 와인잔을 손에 들고 여유롭게 마셔댔다. 마시고 난 뒤 선우는 조용히 윤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윤아는 그를 보지 않고 있었고 가슴에 손을 올린 채 눈 감고 잠에 든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선우는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다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상관없었다, 어차피 도착하면 자연스레 그녀를 잘 챙길 것이니. 비행 내내 복잡한 마음을 품고 드디어 카네베에 도착했다.카네베의 시차는 국내와 달라서 도착했을 때 국내는 자정일 시각이었지만 카네베는 밝은 낮이었다.“먼저 공항 근처의 가까운 호텔에 가서 씻고 쉬고 있어. 깨면 그때 별장으로 데려다줄게.”카네베에서의 일정은 모두 사전에 완벽하게 짜였다. 윤아가 비행기에서 제대로 쉬지 못한 것을 고려하지 않았더라면 선우는 바로 윤아를 별장으로 데려갔을 것이다.윤아는 미동 없이 앉아있었다.“이렇게 긴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생각을 못 끝낸 거야? 윤아야, 나 정말 오래 생각하고 내린 결정이야.”선우는 미소를 지어 보이며 윤아의 팔을 부축했다.“일어나, 내려야지.”윤아는 계속 꿈쩍도 하지 않고 앉아있었다.“선우야, 난 쭉 우리가 친구라고 생각했어.”“당연하지.”선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후에도 난 계속 너의 친구일 거야. 물론 그와 동시에 가장 친밀한 사람이기도 하고.”여기까지 들은 윤아가 선우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넌 미쳤어.”선우는 팔이 내쳐져도 그저 살짝 고개를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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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60화

두 아이는 고사하고 윤아 혼자 도망가기도 버거웠다. 게다가 윤아의 핸드폰은 선우한테 있었다.그리고 선우가 자기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건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도 아마 그녀의 여권이며 신분증을 다 찾아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밥을 할 때 방에 들어가서 뒤진 건가? 윤아는 답답했지만 계속 생각했다.그래서 선우가 그녀 근처로 다가왔을 때, 그녀는 입을 열어 물었다.“내 핸드폰은?”선우가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질세라 윤아가 덧붙였다.“비행기에서 내리면 핸드폰 줄 거라고 네가 얘기했잖아.”“응.”선우는 약속을 어기지 않고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윤아한테 건넸다. 핸드폰을 가진 윤아는 꿈인가 싶었다. 선우가 순순히 핸드폰을 내놓을 줄은 몰랐던 터였다. 아까 비행기에서 한 말이 효과가 있었던 걸까? 비록 아주 미세한 효과인 것 같긴 해도.그러나 핸드폰의 전원을 켰을 때 이내 윤아는 뭔가 달라졌음을 발견했다. 핸드폰의 유심칩은 원래 쓰던 그 칩이 아니었다. 원래 쓰던 칩은 진작 바꿔치기 당했고 지금 쓰는 칩은 카베네에서 쓰는 전용 칩이었다.이러면 핸드폰을 돌려주나 안 돌려주나 무슨 다른 점이 있단 말인가. 윤아는 어이없다는 듯 선우를 쳐다봤다.“너 내 허락도 없이 칩을 바꾼 거야?”묻고 난 뒤 윤아 본인도 그런 질문을 한 자신이 우스웠다. 물어보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외국은 뭐 허락받고 왔나, 유심칩 하나 바꾼 건 일도 아니었다.“국내 유심칩은 여기서 못 써, 알잖아.”선우는 평소와 같이 덤덤하게 설명했다.“그래서 미리 새 칩을 준비해 둔 거야, 안심하고 써.”윤아는 카톡을 눌러보고 서야 자신이 사용하던 앱들이 전부 새로 다운받아진 걸 알아챘다. 카톡 계정도 새 계정이었고 카톡 연락처는 선우와 우진 둘뿐이었다. 그 둘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연락처도 말끔히 지워져 핸드폰이 초기화된거나 다름이 없었다. 윤아가 참지 못하고 화를 내려 할 때,“엄마?”마침 두 아이가 기다리는 게 지쳤는지 윤아를 불렀다. 윤아는 두 아이를 돌아보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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