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701 - 챕터 710

1206 챕터

제701화

합의서에 무슨 수작이라도 부린건지, 아니면 정말 그의 말대로 차에서 글을 읽는 게 눈에 안좋다고 그러는건지는 알 수가 없다.수현은 이미 합의서를 도로 넣었고 덕분에 윤아도 계속해서 읽을 수 없게 되었다.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윤아는 수현과 더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지 않아졌다.수현도 그런 윤아의 생각을 눈치 챈건지 더 말을 걸지 않았다.둘은 그렇게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침에도 아이들은 수현이 등교를 시켰다. 그리고 이번에도 윤아가 움직이지 않아도 수현이 능숙하게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두 녀석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윤아에게 안기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윤이는 수현이 아직 차에 타지 않은 틈을 타 작은 얼굴을 들어올리며 소곤소곤 물었다.“엄마, 고독현 밤 아저씨를 우리 아빠로 허락한거예요?”그 질문은...윤아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주춤하던 그때, 수현이 어느새 차 문을 열고 들어왔다.윤아는 턱끝까지 올라왔던 말을 삼키고 급하게 말을 돌렸다.“우리 애기, 그건 엄마가 돌아가서 얘기해 줄게.”그녀의 말에 윤이는 고분고분하게 알겠다고 한 후 입을 다물었다.운전기사는 빠르게 그들을 집까지 바래다 주었다. 차에서 내리기 전, 수현이 낮은 소리로 물었다.“저녁 같이 먹을래?”그 말에 윤아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더니 말했다.“다음에.”수현은 기어코 그 설계도를 윤아의 손에 쥐어주더니 한참 뒤에 고개를 끄덕였다.“합의서 다 보고 시간 남으면 그것도 봐.”윤아는 어느새 손에 쥐어진 설계도를 물끄러미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이만 돌아가.”말을 마친 윤아는 두 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갔다.수현은 차에 기댄 채 윤아와 그녀의 두 아이가 무사히 집에 들어갈 때까지 한참을 바라보고는 그제야 차에 탔다.차에 탄 수현은 차창을 내리더니 평소와 같이 차가운 시선으로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백미러로 그런 수현의 모습을 힐끗 보던 운전기사는 그가 오늘따라 어딘가 좀 이상한 듯 싶어 조심스레 말했다.“대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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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2화

하지만 소영이 어떤 사람인지 운전기사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는 수현의 말에 바로 차에서 내리는 대신 조심스레 물었다.“소영 아가씨가 안 가시면 어쩌죠?”“이 비서한테 전화하세요. 사람 불러오라고.”그 말에 운전기사는 마음속에 수가 서는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습니다. 대표님.”곧이어 그는 안전벨트를 풀고 차 문을 열었다.소영은 가방끈을 손에 꼭 쥔 채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다. 가방 안에는 엄마가 그녀를 도울 거라며 챙겨준 물건이 들어있었다.소영은 이제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바로 찾아오는 건 승산이 없는 것 같아 며칠 잠자코 있을 예정이었지만 그녀의 엄마인 유지혜가 쇠뿔도 단김에 빼야 한다며 그녀를 부추기는 바람에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다.소영은 조금 긴장한 듯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승패는 한순간에 달려있다. 그녀는 오늘만큼은 절대 물러서지 말아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그러나 차에서 내린 사람은 수현이 아닌 그의 운전기사였다.소영은 그녀에게 다가오는 운전기사를 한 눈 보고는 시선을 돌려 차 안을 보았지만 어두운 탓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운전기사에게 물었다.“수현 씨는?”반말도 존댓말도 아닌 그녀의 말투에는 운전기사에게 따지는 듯한 뉘앙스가 풍겼다.운전기사는 윤아와 다른 소영의 이런 성격을 참 싫어했다. 특히 부잣집 아가씨라고 사람 깔보는 듯한 저 태도.소영은 운전기사에게 뭘 물을 때마다 저런 태도다.그는 원래 예의를 갖춰 돌아가달라고 할 참이었지만 소영이 이렇게 나오자 빈정이 확 확 상해 퉁명스럽게 말했다.“아가씨. 저희 대표님께서 아가씨와 만나고 싶지 않으니 이만 돌아가시랍니다.”그러자 소영은 안색이 확 바뀌더니 차 안을 보았다.“수현 씨가 그렇게 말하라고 했다고요?”운전기사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네. 대표님이 아가씨 보고 싶지 않다고 말씀하셨어요.”조금 전까지만 해도 콧대 높게 굴던 소영은 순식간에 풀이 죽어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기사 아저씨.”“...”“저 대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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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3화

수현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소영이 작별 인사를 하러 왔다고? 말이 되나?’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차디찬 밤바람 속에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소영을 봤다.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살을 에는듯한 추위 속에서 덜덜 떨고 있는 듯 보였다. 몸뿐만 아니라 두 볼도 이미 빨갛게 얼어있었다.겉모습만 보면 참 불쌍하고 사람 마음 아프게 하는 여자다.그런 여자가 몰래 윤아의 임신 사실이 담긴 메시지를 지우고 오백만이라는 돈까지 쥐여주었다니.소영이 뭘 하려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윤아가 그녀의 바람대로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수현은 그의 소중한 두 아이를 잃게 되었을 거다.사랑스러운 두 아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자 수현은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 아려왔다.마음 약해지지 말자.은혜라면 이미 충분히 갚았다.진씨 집안은 그녀의 집안에도 줄곧 많은 도움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옛정이 계속 남아있는 한 수현은 그 집안에 계속 도움을 줄 생각이다.그렇게라도 소영이 만족할 수만 있다면.“안 봅니다.”결국 수현은 단칼에 거절했다.“작별 인사를 하고 싶은 거라면 전화로 하라고 하세요.”수현이 소영을 다시 보는 일은 없을 거다.작별 인사인데도 만나주지 않는다니. 운전기사는 수현이 이렇게까지 매정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그는 꼿꼿한 수현의 모습에 더 뭐라 말하기도 난처해졌다. 그도 어찌 보면 수현의 돈을 받으며 일하는 사람이지 않은가.결국 얼마 되지 않아 운전기사는 다시 소영에게로 돌아갔다.소영은 기다리는 수현은 내리지 않고 운전기사만 돌아오는 걸 보며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기사 아저씨? 안 만나주겠대요?”운전기사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이만 돌아가시죠.”“아, 안 돼요.”그러자 소영이 울음을 터뜨리며 길가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그녀는 체면은 다 내려놓은 듯 엉엉 울며 말했다.“수현 씨. 나와서 나 좀 만나줘. 나 진짜 인사만 하러 온 거야. 나 이제 곧 떠나. 내가 생명의 은인이라면서 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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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4화

“떠나기 전에 너랑 잠깐 얘기하고 싶은데, 그래도 돼?”소영은 수현에게 다가가 그의 손을 당기며 말했다.수현은 자연스레 그녀의 손을 피해 뒤로 물러났지만 결국 얘기는 들어주기로 했다.“할 말 있으면 해 봐.”그러자 소영은 집 쪽을 힐끔 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나 너무 추워서 그러는데 우리 안에 들어가서 말할까?”수현은 그런 소영을 한 번 훑어보더니 얇은 입술을 앙다물었다.그러고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들어와. 할 말 있으면 오늘 밤에 다 해. 오늘이 지나면 다시는 볼 일 없을 테니까.”수현의 쌀쌀맞은 말에 소영은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다.“알았어. 걱정하지 마. 오늘 밤이 지나면 난 사라질게. 다시는 네 눈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_방 안.소영은 소파에 앉아 모락모락 김이 나는 뜨거운 물을 받아 들었다.추위 속에서 반나절을 서 있었더니 몸에 감각이 없어진 지 오래였다. 그래도 따뜻한 실내에 들어오니 다행히 체온이 서서히 돌아오는 듯했다.소영은 한참 동안 말없이 물컵을 바라보다가 크게 숨을 들이쉬고 고개를 돌려 수현을 보며 말했다.“술 있어?”그 말에 수현은 미간을 찌푸렸다.“이 타이밍에 내가 너한테 술을 먹일 것 같아?”그러자 소영은 처연한 미소를 띠었다.“네가 그렇게 나올 줄 알았어. 그래도 오늘이 마지막일 텐데. 오늘 밤이 지나면 널 귀찮게 하는 일도 없을 거야. 나랑 조금만 마셔주라. 하고 싶은 말 다 하면 이제 네 생명의 은인이고 뭐고 그런 것도 다 없던 걸로 해줄게. 응?”그녀의 말을 끝으로 실내에 숨 막히는 정적이 흘렀다.소영은 한마디라도 더 했다간 수현이 곧바로 차갑게 쳐낼 것 같아 감히 말을 잇지 못했다.수현이 대답을 할 때까지 잠자코 기다리는 수밖에.한참 후, 수현이 몸을 돌렸다.소영은 그가 거절할 줄 알고 낯빛이 더더욱 창백해졌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그녀의 예상 밖이었다.“마지막이야.”소영은 그제야 얼굴에 혈색이 돌았다.“걱정하지 마. 약속은 꼭 지킬게.”수현은 곧장 술과 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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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5화

이제 수현만 계획대로 나와주면 된다.소영은 이미 수현이 그녀를 거절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지분 50퍼센트? 그래.”“안되지? 그럼...”소영은 뒤늦게 된다는 수현의 대답을 인지하고 머리가 띵해졌다. 그러고는 믿기지 않는 상황에 그대로 굳어버렸다.방금... 잘못 들은 건가?된다고?지분 50퍼센트를?소영은 진 씨 그룹의 이익 창출 정도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회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소영도 진 씨 그룹 지분 50퍼센트가 어느 정도인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만약 그걸 가지게 된다면 그녀의 입지는 하루아침에 수직상승할 게 분명했다.그런데... 이걸 왜 승낙하는 거지?소영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가는 듯 수현을 쳐다봤다.“수현 씨...”그녀와 인연을 끊을 수만 있다면 지분 50퍼센트도 기꺼이 내어준단 말인가?심윤아를 위해 거기까지 할 수 있다고?수현의 모든 행동이 오로지 심윤아를 위한 거라는 생각들자 소영은 순간 화가 치밀어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하지만 곧 정신을 다잡고 그녀의 목적을 위해 마음을 가라앉히며 표정 관리를 했다.“수현 씨. 정말 그 지분을 나한테 준다고? 무려 50퍼센트나 되는걸?”수현이 고개를 들어 그녀를 보며 말했다.“많다고 생각해?”“많지 않아?”“그럼 50퍼센트 더 더해서 100 채워줄게.”소영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 했다.“뭐, 뭐?”그녀는 벌렁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되물었다.“지분 100퍼센트를 준다고?”짜릿한 나머지 소영은 저도 모르게 냉큼 받겠다고 말할 뻔했다.애초에 생명의 은인이라는 타이틀도 그의 옆에 있고 싶어서 지킨 거였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의 옆자리는 곧 진 씨 그룹의 안주인 자리니까.진 씨 그룹 안주인 자리를 탐내는 건 결국 돈 때문이 아니던가?지분 100퍼센트를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지금 왜 굳이...소영은 쿵쾅대는 심장을 애써 가라앉히며 수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흥분에 겨운 그녀와 달리 수현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응. 대신 합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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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6화

그녀의 진심 어린 말투와 담담한 눈빛은 마치 모든 걸 내려놓은 듯 평온했다.윤아와 그를 축복해 준다는 말에 수현은 경계를 풀고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고마워.”소영은 숨이 턱 막혀왔다. 수현은 어떻게 하면 그녀를 가장 아프게 할 지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그럼 이제 합의서 쓸까?”수현이 그녀를 보며 말했다.“사람 시켜서 내일 줄게.”“아니.”소영이 단호히 머리를 저었다.“오늘 밤이어야 해. 무려 백 퍼센트 주식인데 내일 네가 후회하면 어떡해.”오늘밤이 지나면 다시는 수현과 단둘이 있을 기회가 없다. 그것도 단둘이 술을 마실 수 있는 기회는 더더욱.이 기회는 반드시 잡아야 한다.주식도 손에 얻고 오늘밤 잠자리로 수현의 아이까지 얻을 것이다.소영은 지금이 마침 가임기다. 그러니 그녀는 하늘도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처지를 가엽게 여기어 하늘이 그녀를 돕는다고 말이다.오늘 일이 순조롭게만 된다면 소영은 이제 수현의 아이를 임신한데다가 어릴 적 그의 목숨을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기까지 된 셈이다. 그때가 되면 윤아 따위는 가볍게 밀어낼 수 있겠지.소영은 담담한 얼굴 뒤로 바쁘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수현은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다 몸을 일으켜 변호사에게 연락했다.수현이 나가자 소영은 재빨리 그 틈을 타 가방 속에서 엄마가 준 물건을 꺼내 수현의 술잔에 넣었다. 그리고 술병을 집어 잔에 술을 가득 채웠다.소영은 가루약과 술이 잘 섞이도록 잔을 흔들었다.난생처음 이런 짓을 벌이는 그녀는 지금 극도의 긴장 상태였다. 미친듯 쿵쾅대는 심장 소리는 어느새 머릿속까지 가득 울려 퍼져 정신이 아득해져 왔다.소영은 태어나서 한 번도 자기 자신이 이토록 비열해 보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원하는 걸 얻으려면 어쩔 수 없지.‘그러게 누가 나를 선택하지 말라고 했나. 이건 내 탓이 아니야. 난 그저 수현 씨를 너무 사랑하는 것뿐이라고.’진수현과 진 씨 그룹 둘 다 가질 거다.긴장한 탓인지 술잔을 흔드는 소영의 손이 바들바들 떨리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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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7화

소영은 곧바로 테이블 위의 술잔을 집어 들더니 단숨에 남은 술을 몽땅 마셔버렸다. 그리고 수현이 보는 앞에서 빈 잔에 다시 술을 채워 넣었다.소영은 술잔을 손에 들고 천천히 흔들었다.“예전에 너 살려준 걸 봐서라도 마지막으로 내 체면 좀 살려줘. 우리 웃으며 헤어지자. 응?”수현의 얇은 입술은 가로로 굳게 닫혀 있었고 눈빛은 서늘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부탁대로 다가가 앉았다.“같이 마셔줘야 웃으면서 헤어지는 거야? 네게 준 두 배의 주식으로는 안 돼?”소영은 처연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수현 씨가 그렇게 생각할 줄 알았어. 하지만 내 마음은 항상 진심이었어. 설령 수현 씨가 회사 대표가 아닌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대도 난 좋아했을 거야. 내가 왜 지분 50퍼센트를 달라고 한 줄 알아? 수현 씨는 빚지고는 못 사는 성격인 걸 알아서야. 내가 그런 요구를 제기하지 않았으면 수현 씨는 내가 정말 이 관계를 끝낼 결심을 했다는 걸 믿지 않았을 거야. 차라리 잘 됐어. 내가 이 회사 지분을 가져가면 수현 씨도 이제 더 이상 나한테 갚을 거 없는 거야.”말을 마친 소영은 술잔을 들었다.“여기까지 오는 데 참 오래 걸렸네. 한잔 들어. 네 행복을 찾길 진심으로 응원해.”그녀는 짧은 축복과 함께 잔을 들어 올렸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갈수록 무겁게 느껴지는 술의 무게에 손이 저렸지만 팔을 내리지 않고 버텨냈다.그렇게 한참 동안의 정적과 함께 이렇게 계획이 실패하나 싶을 때 드디어 수현이 잔을 들어 그녀와 술잔을 부딪쳤다. 그는 내키지 않는 듯 몇 모금만 마신 후 말했다.“이 정도면 됐어?”잔이 다시 테이블에 놓이며 가벼운 소리를 냈다.소영은 술이 그의 목을 타고 내려가는 걸 확인하자 갑자기 미치게 떨려왔다. 심장 소리는 어느새 아찔하게 온몸에 울려 퍼졌고 잔을 쥔 손에도 힘이 들어갔다.마신 거지?드디어 성공이다!그저 몇 모금일 뿐이지만 그럴 것을 대비해 소영은 약을 충분히 챙겨왔다.한 모금만 마셔도 바로 약효가 발효되게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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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8화

소영은 화장실에서 나왔는데 수현이 보이지 않아 심장이 철렁했다. 그녀는 수현이 다른 사람이라도 찾아간 줄 알고 기겁하며 여기저기 그를 찾아다녔다.물론 소영이 가장 걱정하는 상황은 그가 윤아를 찾아가는 거였다.만약 수현이 윤아를 찾아간다면 지금까지 그녀가 한 일은 결국 남 좋은 노릇이 아닌가.그 꼴은 절대 못 보지.소영은 수현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말했다.“밤바람이 찬데 옷도 얇게 입고 왜 나와 있어. 들어가자.”소영이 다가오자 수현은 의식적으로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며 그녀와 거리를 유지했다.수현의 짙은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소영이 자꾸 다가와서 그런 건지 민재가 한참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아서인진 모르지만 이상하게 짜증이 났다. 게다가 몸도 비정상적으로 점점 뜨거워 나는 것 같았다.서늘한 밤바람이 매섭게 불어와 그의 체온을 앗아갔지만 수현은 왜인지 이 추위가 오히려 기분 좋았다.그는 이상한 느낌에 신경을 곤두세웠다.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소영을 바라보던 수현은 문득 방금 먹었던 술이 떠올랐다.어지간해선 눈앞의 사람을, 그것도 생명의 은인을 의심하고 싶진 않았는데 온몸을 휘감는 뜨거운 기운이 그에게 오늘밤 있었던 모든 일들이 어딘가 심상치 않음을 말해주고 있었다.막무가내로 찾아와서 떠날 거라질 않나, 그러다 갑자기 주식을 달라질 않나, 술을 마시자고 하질 않나. 수현은 소영의 모든 행동이 께름칙했지만 했지만 결국 그녀의 요구를 모두 들어주었다.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수현은 바깥으로 성큼성큼 나아갔다.그 모습에 소영도 깜짝 놀라 서둘러 그의 뒤를 쫓았다.“수현 씨, 왜 그래?”그러자 수현의 발걸음이 뚝 끊기더니 서늘한 눈빛으로 소영을 노려보며 말했다.“네 생각엔?”그녀의 모든 걸 꿰뚫어 보는듯한 싸늘한 눈빛에 소영은 순간 소름이 돋아 황급히 눈을 피하며 말했다.“난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그러나 수현은 그녀를 향해 냉소를 터뜨린 후 그대로 몸을 돌려 떠나버렸다.소영은 다급히 그를 뒤쫓았으나 수현의 걸음이 너무 빨라 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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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윤아는 어쩔 수 없이 펜을 내려놓고 현관 쪽으로 갔다.혼자 사는 집이라 늘 조심했고, 입구에도 CCTV와 도어 뷰어를 설치했다.현관에 도착한 그녀는 먼저 인터폰으로 누구인지 확인했다.그리고 화면에 비친 사람을 보고 윤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진수현?’‘저 사람이 왜?’‘한밤중에 왜 여기까지 온 거지?’낯선 사람은 아니지만 윤아는 수현이 무슨 짓을 할지 걱정되었고, 지금 두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면 문을 열어주고 싶지 않았다.만약 정말 중요하게 할 말이 있다면 전화하면 되는데.하지만...곧 합의하겠다고 약속했던 일과 앞으로도 두 아이와 만날 기회가 많은 걸 고려해 보았다.이미 결정을 내렸으니 더 이상...윤아는 고민 끝에 한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문을 열어줬다.수현은 윤아네 집 문 앞에서 오랫동안 기다렸고 문을 열어주기 전에 그는 자기 발을 내려다보았다.이미 늦은 시간이기도 했고 여기에 올 때도 그녀가 문을 열어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하여 그저 벨을 한번 눌러보고 그 뒤에 일은 운에 맡겨보기로 했다.만약 소리를 못 들었다고 해도 상관없다.수현은 한참 동안 기다렸지만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아 실망감을 안고 떠나려고 하던 그때, 갑자기 문이 열렸다.문이 열린 순간, 수현은 믿어지지 않다는 눈빛으로 윤아를 바라보았다.두 사람의 눈빛이 마주쳤는데 윤아는 수현의 몰골을 보고 깜짝 놀랐다.인터폰에서는 그의 반쪽 얼굴밖에 비치지 않아 똑똑히 볼 수 없었다.하여 이제야 그의 정면 얼굴을 볼 수 있었는데 마치 술에 취한 듯 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그리고 눈빛도 조금 이상했다.‘설마 취해서 지금 술주정 부리러 온 건 아니겠지?’윤아는 생각하다가 한 발짝 뒤로 물러섰다.“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야? 무슨 일 있어?”수현이 입술을 살짝 다셨다.‘그러네, 이미 밤도 깊었는데 뭐 하러 여기까지 왔지? 이 상태로 대체 저 여자한테 뭐 하려고?’오지 말았어야 했다. 아무리 그녀와 다시 잘해보려고 왔다고 해도 지금 상황에서는 더욱 오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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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0화

그는 더 이상 여기에 있으면 안 될 것 같았고 더 있다가는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았다.만약 다른 사람이었으면 아마 자기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을 것 같았다.하지만 눈앞에는 자신이 뜨겁게 사랑하는 여자라 마치 불난 집에 기름이라도 부은 듯 욕망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잠깐.”그가 자리를 뜨려고 몸을 막 돌리던 순간 뒤에서 윤이가 그를 불러세웠다.이로인해 수현의 발걸음이 그 자리에 멈춰졌다.그가 움직이기 싫어서가 아니라 몸이 전혀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여지지 않았다.육체와 의식의 힘겨루기 끝에 수현은 자리에 그대로 서있었고 앞으로 움직이지도, 뒤를 돌아보지도 않게 된 것이다.이상하게 여기던 윤아가 그의 앞에 다가왔다. 그리고 무표정한 얼굴로 수현의 이마를 짚어보았다.한참 그의 이마를 어루만지던 윤아는 뜨거운 열기를 느끼고 깜짝 놀라 물었다.“왜... 왜 이렇게 뜨거워?”문을 열자마자 그의 빨개진 얼굴을 보고 분명 취했다고 예상했고 그 때문에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여기까지 와서 벨을 눌렀다고 생각했다.하지만 방금 잠깐 나눈 대화에서 이상하게 아무런 술 냄새도 나지 않았다.근데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라 있고 말투도 어눌한 데다가 지금 잘못 찾아왔다고 얼버무렸다.윤아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이마를 짚어보니 역시나 열이 펄펄 나고 있었다.“아까 저녁에 돌아갈 때까지만 해도 괜찮았잖아? 왜 갑자기 열이 나는 거야? 가서 뭐 했어?”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이 늦은 시각에 열이 이렇게 세게 나는데, 어쩔 수 없다, 내가 구급차 부를게.”말을 마치고 보니 윤아는 어딘가 이상해서 다시 말을 이었다.“아니다, 넌 지금 의식은 있는 상태라 구급차를 불러도 오지 않을 수 있어. 그리고 불러도 기다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아. 좋기는 지금 바로 병원에 가는 게 좋은데...”하지만 그녀가 병원에 같이 가게 되면 두 아이만 남게 되는데, 그것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그래도...윤아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열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리는 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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