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681 - 챕터 690

1206 챕터

제681화

“다 물어봤지?”윤아는 담담한 표정으로 수현을 보았다.“네가 알고 싶었던 일을 다 알았으니까 이제 더는 날 귀찮게 하지 좀 말아줄래?”이 말을 듣자, 수현은 고개를 번쩍 들며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보았다.“난 그 메시지를 보지 못했고 너한테 아이를 포기하라고 하지도 않았어. 너도 방금 알았잖아. 그래도 날 밀어낼 거야?”윤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메시지를 보지 못한 게 내 탓이야? 넌 핸드폰을 다른 곳에 함부로 두지 않는 사람이야. 하지만 넌 강소영 씨한테 핸드폰을 여러 번 빌려줬어. 그러니까 설령 무슨 일이 벌어졌다고 해도 그건 네가 감당해야 할 결과야. 진수현, 비 오는 그날 잊지 않았지? 네가 클럽에 있을 때 내가 장난으로 보낸 메시지를 받고 클럽에 우산을 건네러 갔다가 아래층에서 네 친구들한테 놀림당한 일 말이야.”“그거 알아? 클럽에 가기 전에 난 금방 병원에서 임신 진단을 받았었어.”윤아의 말에 수현은 주먹을 꽉 쥐었는데 동공마저 흔들렸다.“그땐 나도 참 단순했어. 이 기회에 너한테 좋은 소식을 알려주고 싶었거든. 비록 우린 쇼윈도 부부였어도 아이가 생겼으니까 너한테 알려주면 어쩌면 네가 받아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지. 뭐, 아쉽게도 클럽에 가자마자 한바탕 희롱이나 당했지만 말이야.”전에 그녀에게서 이런 얘기를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었다. 지금 이걸 들으니 수현은 온몸이 차갑게 식으면서 벼랑 끝에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좋은 소식의 기쁨을 그와 함께 나누려고 했지만 결국 장난의 주인공이 되어 버렸다.어쩐지 그날 집에 돌아갔을 때 윤아가 비에 흠뻑 젖은 모습이더라니...그때 그녀는 얼마나 절망스러웠을까?더욱 끔찍한 건 그날 저녁에 수현이 그녀에게 이혼을 제안했었다.그래서 임신처럼 중요한 일을 메시지로 보냈던 거구나... 아무리 용기를 내도 자신을 마주할 엄두가 없었을 거다.이렇게 생각한 수현은 마음속에 후회만 한가득 남아 있었다.“미안해. 그땐 나도 몰랐어...”미안하다는 수현의 말을 들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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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2화

여기까지 생각한 윤아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말했다.“다른 사람이랑 만날 생각이 없어. 난 그냥 혼자 두 아이랑 살 거야.”“그렇다면 왜 내가 도와주면 안 돼?”그는 씁쓸한 마음으로 간신히 입을 열었으나 목이 메어와 목소리도 잘 나오지 않았다.“어쨌든...내가 아이들 친 아버지잖아.”“그냥 혈연관계가 있을 뿐, 뭐 중요하지 않아.”윤아는 담담하게 한마디 했다.중요하지 않아...중요하지 않아...수현의 귀가엔 윤아가 한 이 말만 맴돌았다.그는 휠체어에 앉은 윤아를 한참 동안 바라본 후, 쓴웃음을 지었다.하긴, 혈연관계가 있다고 뭐 달라질 게 있나. 5년이나 되는 시간 동안 아버지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는데.하지만 윤아가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는 소리를 듣자 수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만약 그녀 곁에 다른 사람이 없다면 어쩌면 앞으로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지금 가장 중요한 건 그녀의 건강이었다.생각을 정리한 후, 수현은 얼른 윤아에게 가장 유리한 결단을 내렸다.“좋아. 네가 말한 대로 할게. 하지만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네 몸 상태야. 아직 검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어.”이 말을 듣자, 윤아는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수현을 한눈 보았다. 그녀와 다투지 않고 너무 빨리 동의해서 그런지 윤아는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설마 앞으로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겠다는 말을 듣고 마음을 접은 건가?역시나, 남자의 독점욕은 참...5년 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윤아는 고개를 푹 숙이면서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수현은 이걸 눈치채지 못했다. 설령 눈치챘어도 지금의 그는 그저 모른 척할 수밖에 없었다.검사 결과가 나온 후, 윤아의 이마 상처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수현은 그제야 그녀에게 퇴원 절차를 밟아 주었다.퇴원한 다음 수현은 윤아와 아이들을 집에 데려다주었다.원래 윤아는 수현을 집에 들이고 싶지 않았지만 문이 열리자마자 수현이 두 아이를 데리고 잽싸게 들어가는 바람에 입을 열 기회도 없었다.그녀가 문어구에 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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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3화

여기까지 듣자, 윤아는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윤아가 말이 없는 것을 본 수현은 그녀에게 눈길을 돌렸다. 아마 윤아의 표정이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그는 얼른 설명했다.“오해하지 마. 널 나무라는 게 아니야. 그냥 아이들이 아직 어리다 보니까 여러 가지 재미있는 활동이 필요하고 생각해서 그래.”윤아는 조금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네 뜻은 알겠지만 불가능한 일이야. 설마 그런 활동 장소를 집에 만들 거야?”그러나 놀랍게도 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응.”“...”원래 수현에게 이런 장소를 아무나 집에 지을 수 있는 거냐고 불평을 토로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입에서 말이 나오려고 할 때 수현의 전 재산과 전에 귀국할 때 그녀에게 준 거액의 재산을 생각하니 순간 말문이 막혔다.단언컨대 그녀가 허락하기만 하면 그는 분명 사람을 시켜 집에 아이들이 놀 공간을 만들 것이다.“어때?”역시나 그녀가 대답하지 않자 수현은 또 물었다.윤아는 조금 짜증이 났지만 두 아이 앞에서 심한 말을 내뱉고 싶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려 도우미에게 말했다.“아이들을 데리고 내일 시간표를 보러 가주시겠어요?”계속 로봇처럼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도우미가 이 말을 듣자 얼른 다가와 알겠다고 했다.“알겠습니다.”그리고 도우미는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아이들이 자리를 뜨자마자 윤아는 얼른 말했다.“병원에서 잘 얘기하지 않았어? 나랑 두 아이를 놔주기로 했잖아.”“응.”수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약속했었어. 하지만 그거랑 너한테 제안한 게 모순돼?”“아니야. 난 그냥 네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왜?”“왜라고? 필요 없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런 공간을 마련할 돈도 없고. 알겠어?”이 말을 하는 건 사실 거절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수현이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었는지 모르겠다.“돈은 나한테 있어. 사람을 시켜 만들어 놓으라고 할 테니까 너랑 아이들은 그냥 이사 오기만 하면 돼.”윤아는 눈썹을 찌푸렸다.“그건 전에 우리가 얘기했던 거랑 다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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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4화

“그리고 당신이 원하지 않는 건 그렇다고 쳐. 근데 아이들한테는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 애들도 원하지 않는지?”“내 아이들이니 내 말을 들어야지.”윤아는 쌀쌀하게 대꾸했다.그런 윤아의 태도에도 수현은 화를 내지 않고 차분히 얘기했다.“내일 사람 불러서 설계도를 만들 거야. 설계도를 보고 당신 마음에 들면 그때 다시 시공을 시작할게. 오늘은 우선 푹 쉬어. 상처에 물이 안 닿게 조심하고. 잘 때는 엎드려 자지 않도록 해. 일단 요 며칠 휴가를 내고 일을 하지 않는 게 좋겠어.”“얘기 끝났어?” 수현이 아무리 다정한 말을 건네도 윤아의 태도는 차갑기만 했다. “데려다줘서 고마워. 할말 끝났으면 이만 돌아가 줘.”수현은 그런 그녀의 태도에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럼 갈게.”문이 닫히고 방안은 조용해졌다. 윤아는 갑자기 이 모든 게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전에는 귀찮게 굴던 그가 이번에는 자기 말을 고분고분 따르자 윤아는 적응이 되지 않았다.한참 지나고 가정부가 들어와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사모님”선우가 데려온 가정부라는 걸 떠올린 윤아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선우 씨랑 연락했나요?”몇십 년 일해온 가정부는 바로 윤아의 뜻을 알아차리고 대답했다. “사모님, 염려하지 마세요. 비록 사장님이 저희를 고용하셨지만 제가 모시는 분은 사모님입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모님의 사생활은 누구에게도 누설하지 않습니다.” 윤아는 내심 마음에 들었다. 모든 가정부가 이정도 소양을 가지면 좋을 텐데. 흡족해하는 그녀를 보면서 가정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부자들 집에서 일하는 것도 고액 연봉 직업이어서 가정부들은 주인집에 해가 되는 일은 하지 않는 편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고용주와 뭔가 있다면 집세를 그에게 돌려주지도 않았을 것이다. ...윤아의 집에서 나온 수현은 가로등 아래에 한참을 서있었다. 운전기사도 그의 부름이 없자 길가에 차를 댄 채로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수현이 마침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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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5화

오는 길에 수현은 생각나는 시설은 거의 다 얘기했다. 핸드폰 너머의 민재도 일단 그가 불러주는 대로 모두 받아 적었다. 민재는 설계 얘기가 나오면서부터 노트를 준비하고 녹음기도 같이 켜서 녹음하고 있었다. “일단 여기까지고. 생각나는 대로 다시 알려줄게요. 나머지는 건축사보고 보완하라고 해요.”“네, 알겠습니다. 대표님.”민재가 뭐라고 묻기도 전에 전화는 끊겼다. 그제야 그는 정신이 들었다.‘잠깐만, 집을 설계한다고 들은 것 같은데? 내가 잘못 들었나. 집안에 이런 걸 설치한다고?’ 통화를 마치자 차도 마침 멈춰 섰다.“대표님, 도착하셨습니다.”“네.”수현은 피고한 목소리로 대답한 후 핸드폰을 넣고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린 수현의 머릿속에는 온통 집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빼먹은 건 없는지 고민하다 그냥 빨리 집에 가서 바로 확인하는 게 나을 거라 생각했다.차 안에서는 자신이 생각나는 대로 비서에게 분부했지만 아버지로서의 경험이 없던 그는 그냥 평소 주위에서 들은 대로 얘기했을 뿐이었다.전에 접해보지 못해서 그는 모르는 게 많았다.'그냥 집에 가서 자료를 찾아보고 다시 정리하자.'수현은 설계도를 그려줄 사람을 찾으려다 이내 집 설계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게 불안해졌다. 짧은 몇 걸음 동안 수현의 생각은 수십 번 바뀌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뒤로 줄곧 그림자 하나가 따라오고 있었지만 너무 깊이 생각에 빠진 바람에 그는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빠른 걸음에 따라오던 그림자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의 이름을 불렀다.“수현 씨.”수현이 발걸음을 멈추자 그림자의 주인은 숨을 고르며 그의 앞에 섰다. 얼굴을 확인한 수현의 눈빛이 싸늘해졌다. “여긴 왜 왔어?”차가운 수현의 목소리에 소영은 문자를 몰래 지운 일을 그가 알아챈 건 아닐까 불안했다. 사실 병실 밖에서부터 그녀는 걱정이 되었다. 수현과 윤아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게 되면 알아채는 건 시간문제였다. 소영은 그가 윤아에게 묻지 않기를 바랐지만 지금 자신을 바라보는 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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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6화

말을 마치고 소영이는 훌쩍이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수현에게 한 발 더 다가갔다.“그리고 내가 그냥 문자만 지운 거지 윤아 씨에게 무슨 짓을 한 건 아니잖아. 지금 아이도 낳고 잘 지내고 있잖아. 수현 씨만 원한다면 아이들을 데려오자. 응? 내가 친자식들처럼 키울게. 자신 있어. 그리고 나도 앞으로 아이를 낳지 않을게.”수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내 자식들 다른 사람 손에 안 키워.”“수현 씨...”주먹을 쥔 수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의 눈은 한밤중처럼 새카맣고, 그의 표정은 굳어져 있었다.“네가 내 목숨을 구해주지만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그는 이를 악문 채 똑같은 말만 되뇌었다. 이를 가는 수현을 보며 소영은 오싹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를 구해줬다는 명분이 없었더라면 분명 이렇게 간단히 넘어가지 않았을 것이다.수현의 성격에 자신뿐만 아니라 강씨 집안 전체가 같이 나락으로 떨어졌을 것이다. 보통 여자 같으면 수현의 이런 모습을 보고 후환이 두려워 그만뒀을 것이다. 앞으로 얌전히만 지낸다면 비록 그녀가 큰 잘못을 했을지라도 소영은 생명의 은인이라는 타이틀만 있으면 수현도 진씨 집안도 그녀를 어떻게 하지 않을 것이다. 되려 사업상에서 강씨 집안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을 것이며 강씨 집안도 진씨 집안을 등에 업고 의스댈 수 있었다.하지만 진씨 집안 안주인이 될 뻔한 꿈이 바로 눈앞에서 물거품이 되었다. 소영은 이렇게 물러날 여자가 아니었다. 수현의 인내심도 바닥이 나기 시작했다.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마.”말을 마친 수현은 그녀만 남긴 채 집 안으로 들어갔다.차가운 밤바람에 소영의 얼굴에 남은 눈물은 말라갔다. 수현에게 대한 야속한 마음과 윤아에 대한 원망이 점점 더 커졌다.호텔에 돌아온 소영의 몸과 마음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바람에 머리도 산발이 되었지만 그녀는 상관하지 않았다.마침 지혜에게서 영상통화가 걸려 왔다. 원래 전화 받을 마음이 없었던 소영은 엄마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보고 서러운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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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7화

“수현 씨의 애를 낳는다고요?”소영은 너무 놀라서 말이 안 나왔다.“엄마, 내가 무슨 수로 수현 씨의 애를 낳아요? 지금 나를 만나려고도 안 해요. 오늘 나를 보는 눈빛이 너무 무서웠다고요!”유지혜는 한심하다는 듯 딸을 보며 말했다.“뭐 그렇게 놀라? 너 강씨 집안 딸 맞아? 이까짓 일로 그렇게 호들갑 떨면 어떡하니?”“그래도...”“누가 뭐래도 너는 수현의 생명의 은인이야. 이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 거봐, 그런 일 있어도 여전히 너한테 뭐라고 하지 못하잖아. 그러고 보니 수현이 정말 참 괜찮은 애야. 나 같았으면 ...”지혜는 말끝을 흐리다 말이 없어졌다. 그러다 이내 다시 딸의 이야기로 넘어갔다.“네가 지금 윤아랑 비하면 아이만 없다 뿐이지 꿀리는 게 뭐가 있어. 그래서 수현이 지금 그러는 거야. 생명의 은인인데 네가 아이까지 가져봐. 걔가 누구한테 가겠어?” 소영은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너도 참 애가 순진한 거야 바보인 거야? 너랑 수현이 약혼하지 않았지만 예나 지금이나 남자는 다 똑같아. 애만 가지면 다 결혼하게 돼 있어. 수현이가 안 한다고 해도 그 집안에서 가만있지 않을 거야.”소영은 입술을 깨문 채 차마 엄마에게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한참 딸의 대답을 기다리던 지혜는 말이 없는 소영을 보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얘는 참, 뭐라 말 좀 해. 엄마 숨이 넘어가겠다.”“나... 생각 안 해본 건 아닌데, 그럴 기회가 없었어요.”딸의 말뜻을 알아차린 지혜는 놀라서 물었다.“뭐? 그동안 한 번도 없었어?”소영은 내키지 않았지만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옆에 그렇게 오래 있었는데, 한 번도 그럴 기미가 안 보이던?”“네, 없었어요...”“그럴 리가, 너...”“없다고요!”끈질긴 추궁에 소영은 자존심이 상해서 소리를 빽 질렀다.모녀 사이에 정적이 흐르고. 지혜는 할말을 잃었다. 그녀는 수현이가 다른 남자들과 똑같은 줄 알았다. 수현은 우수한 남자였다. 하지만 아무리 우수한 남자도 여자에게 눈길이 가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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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근데 수현 씨 이제 나를 만나려고도 하지 않아요.”“엄마가 다 알아서 할게. 넌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소영은 지혜를 보면서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밤이 깊었지만 수현의 서재는 계속 불이 켜져 있었다.그는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고 그 앞에는 빽빽하게 적은 노트와 설계도가 놓여있었다. 평소 깔끔하던 그의 책상은 자연스럽게 어질러져 있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설계도를 그려나갔다.수현은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그가 설계도를 완성했을 무렵, 창밖은 새벽 어스름 속에 날이 밝아왔다. 밤을 새운 수현의 눈은 핏발이 섰지만 그는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뭔지 모를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시계를 쳐다봤다. 윤아와 아이들이 아직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아직 완벽한 설계도는 아니지만, 바람에 날아갈까 그는 조심히 창문을 닫고 씻으러 들어갔다. 어젯밤에 돌아와서 씻지도 못한 채 책상 앞에 앉아 꼬박 하룻밤을 새우고 설계도를 그렸었다. 이따 윤아를 만나러 가기에 이 꼴을 한 채로 갈 수는 없었다. …윤아도 밤새 잠을 설쳤다. 아침에 깨어났을 때 눈에는 다크서클이 드리워졌다.최근 벌어진 일 때문에 윤아는 살이 빠지고 얼굴은 더욱 작아졌다.깨어나니 상처가 살살 아파졌다. 검사 결과에는 문제가 없다고 나왔지만 그녀는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오늘 아침에는 상처가 더욱 욱신거리고 아픈 느낌이었다. ‘어제 샤워하다 상처가 물에 닿았나? 다시 염증이 생긴 건가?’그녀가 옷을 입으려는 순간, 날카로운 통증이 머리에 전해졌다. 그리고 아주 짧은 찰나였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어린 시절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화면은 짧고 흐릿했다. 그녀가 강에서 허우적거리다 물속으로 가라앉기 직전 화면인 것 같았다. 이는 윤아에게 아주 낯선 기억이었다. 어렸을 적 이런 기억이 없었는데...불현듯 윤아는 뭔가 생각이 났다. 어릴 적 물에 빠졌다가 크게 앓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인 건가?’그녀는 한참을 앉아서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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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윤아는 생각해 내려고 애를 썼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저 여전히 몇 개의 화면만 떠오를 뿐이었다.밝아오는 창밖을 보면서 윤아는 할 수 없이 일어나서 거실로 나갔다. 두 아이도 마침 옷을 챙겨입고 나와 있었다. 어릴 때부터 윤아는 아이들이 스스로 옷을 입을 수 있도록 가르쳤다. 자기 전에 다음날 입을 옷을 머리맡에 준비해 두었다가 이튿날 아침이면 꾸물거리지 않고 바로 일어나 옷을 찾아 입을 수 있도록 교육했더니 이젠 아이들도 익숙해져서 아주 잘 따라왔다. 그래도 윤아는 매번 아이들이 따뜻하게 잘 챙겨입었는지 검사해 주었다.“엄마. 오늘 아침 샌드위치 먹어도 돼요?”윤이가 그녀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그래. 엄마가 만들어 줄게.”“아니. 엄마가 만든 건 말고. 파는 거 먹고 싶어.”윤아는 이해가 되지 않은 듯 물었다.“왜? 엄마가 한 게 맛이 없어?”딸이 우물쭈물하면서 입을 떼려고 한 순간, 훈이가 말했다.“ 엄마, 윤이는 밖에서 파는 간식을 먹고 싶어서 그래요. 떡볶이랑 어묵도요.”“오빠!”‘그런 거였구나’샌드위치는 금방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떡볶이를 만들기엔 아침에 시간이 모자랐다. 윤아는 평소에 아이들에게 길거리 음식을 잘 사주지 않았다. 하지만 딸이 그렇게 간절하게 쳐다보니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 먹으러 가자.”세 사람은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생각에 잠긴 그녀는 미처 아이들이 수현을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수현은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가 메고 있던 아이들의 가방을 잡았다. 윤아는 무의식적으로 가방끈을 움켜쥐었다. 수현은 개의치 않고 그녀에게서 가방을 뺏어 들고 자기의 에깨에 멨다. “여긴 왜 왔어?”윤아는 입술을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계획서를 보여주려고.”“계획서?”‘아직 출근 시간도 멀었는데 무슨 계획서를 보여준다는 거지?’“우선 차에 타서 얘기하지.”가방을 고쳐 매고 수현은 앞장섰다. 그리고 그 뒤에 꼬맹이 둘이 쫄래쫄래 따라나섰다. 그녀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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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무시하면 안 돼? 네가 그렇게 잘났어? 부르면 내가 꼭 대답해야 해?”윤아는 화가 나서 그를 밀치고 도망갔지만 이내 수현에게 손목을 잡히고 말았다. “어딜 가? 똑똑히 말하라고.”그녀가 학교에 없으면 그는 윤아 집까지 쫓아가곤 했다.어릴 적부터 죽마고우였던 사이라 집안의 가정부들도 수현을 보면 웃으면서 문을 열어주곤 했었다. 하루는 윤아가 집사에게 그를 들여보내지 말라고 졸랐지만 집사는 허허 웃기만 했었다.“아가씨 또 진 씨 도련님이랑 싸우셨어요? 다 그렇게 장난치면서 크는 거지요. 금방 화해하게 될 거예요.”“흥, 다시 수현이랑 안 놀 거예요. 수현이 문 열어주시면 안 돼요. 그러면 저 진짜 화낼 거예요.” “집사 할아버지. 들어가게 해주세요. 윤아가 계속 저랑 놀지 않으려고 해요.”매번 수현이 조르면 집사는 문을 열어 그를 들여보내 줬다.지금도 윤아는 그때 집사 할아버지가 수현에게 매수되었던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엄마.”아이의 목소리에 윤아는 정신이 돌아왔다.두 아이는 벌써 차에 탄 채로 그녀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윤아는 할 수 없이 아이들 따라 차에 올라탄 후 수현과 떨어져 앉았다. “아침은 먹었어?”“고독현 아저씨, 엄마가 샌드위치 사준다고 했어요!”샌드위치?“길거리 샌드위치 말하는 거야?”수현이 물었다. “네!”윤아는 대꾸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그의 의아한 눈길에 그만 발끈해서 물었다.“왜? 길거리 샌드위치 먹는게 체면이 깎이는 건가? 하긴 당신의 옷차림은 길거리 음식을 사 먹는 사람 같지는 않네. 애들이랑 나 먼저 내릴게.”“그런 게 아니라.”수현은 다급하게 윤아의 무릎을 잡았다. 이혼한 사이였지만 윤아는 불쾌하거나 하지 않은듯했다.“당신과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거라면 무엇이든 다 좋아.”“정말?” 윤아는 비웃는 어조로 말했다. “고독현 밤 님께서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야?”‘고독현 밤’이라는 호칭에 수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윤아야, 더 이상 그렇게 부르지 마.”“왜? 당신이 직접 지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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