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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9화

윤아는 생각해 내려고 애를 썼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저 여전히 몇 개의 화면만 떠오를 뿐이었다.

밝아오는 창밖을 보면서 윤아는 할 수 없이 일어나서 거실로 나갔다. 두 아이도 마침 옷을 챙겨입고 나와 있었다. 어릴 때부터 윤아는 아이들이 스스로 옷을 입을 수 있도록 가르쳤다. 자기 전에 다음날 입을 옷을 머리맡에 준비해 두었다가 이튿날 아침이면 꾸물거리지 않고 바로 일어나 옷을 찾아 입을 수 있도록 교육했더니 이젠 아이들도 익숙해져서 아주 잘 따라왔다. 그래도 윤아는 매번 아이들이 따뜻하게 잘 챙겨입었는지 검사해 주었다.

“엄마. 오늘 아침 샌드위치 먹어도 돼요?”

윤이가 그녀의 손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그래. 엄마가 만들어 줄게.”

“아니. 엄마가 만든 건 말고. 파는 거 먹고 싶어.”

윤아는 이해가 되지 않은 듯 물었다.

“왜? 엄마가 한 게 맛이 없어?”

딸이 우물쭈물하면서 입을 떼려고 한 순간, 훈이가 말했다.

“ 엄마, 윤이는 밖에서 파는 간식을 먹고 싶어서 그래요. 떡볶이랑 어묵도요.”

“오빠!”

‘그런 거였구나’

샌드위치는 금방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떡볶이를 만들기엔 아침에 시간이 모자랐다.

윤아는 평소에 아이들에게 길거리 음식을 잘 사주지 않았다. 하지만 딸이 그렇게 간절하게 쳐다보니 결국 고개를 끄덕이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 먹으러 가자.”

세 사람은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생각에 잠긴 그녀는 미처 아이들이 수현을 부르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수현은 성큼성큼 다가와 그녀가 메고 있던 아이들의 가방을 잡았다. 윤아는 무의식적으로 가방끈을 움켜쥐었다. 수현은 개의치 않고 그녀에게서 가방을 뺏어 들고 자기의 에깨에 멨다.

“여긴 왜 왔어?”

윤아는 입술을 깨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계획서를 보여주려고.”

“계획서?”

‘아직 출근 시간도 멀었는데 무슨 계획서를 보여준다는 거지?’

“우선 차에 타서 얘기하지.”

가방을 고쳐 매고 수현은 앞장섰다. 그리고 그 뒤에 꼬맹이 둘이 쫄래쫄래 따라나섰다.

그녀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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