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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0화

“무시하면 안 돼? 네가 그렇게 잘났어? 부르면 내가 꼭 대답해야 해?”

윤아는 화가 나서 그를 밀치고 도망갔지만 이내 수현에게 손목을 잡히고 말았다.

“어딜 가? 똑똑히 말하라고.”

그녀가 학교에 없으면 그는 윤아 집까지 쫓아가곤 했다.

어릴 적부터 죽마고우였던 사이라 집안의 가정부들도 수현을 보면 웃으면서 문을 열어주곤 했었다. 하루는 윤아가 집사에게 그를 들여보내지 말라고 졸랐지만 집사는 허허 웃기만 했었다.

“아가씨 또 진 씨 도련님이랑 싸우셨어요? 다 그렇게 장난치면서 크는 거지요. 금방 화해하게 될 거예요.”

“흥, 다시 수현이랑 안 놀 거예요. 수현이 문 열어주시면 안 돼요. 그러면 저 진짜 화낼 거예요.”

“집사 할아버지. 들어가게 해주세요. 윤아가 계속 저랑 놀지 않으려고 해요.”

매번 수현이 조르면 집사는 문을 열어 그를 들여보내 줬다.

지금도 윤아는 그때 집사 할아버지가 수현에게 매수되었던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엄마.”

아이의 목소리에 윤아는 정신이 돌아왔다.

두 아이는 벌써 차에 탄 채로 그녀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윤아는 할 수 없이 아이들 따라 차에 올라탄 후 수현과 떨어져 앉았다.

“아침은 먹었어?”

“고독현 아저씨, 엄마가 샌드위치 사준다고 했어요!”

샌드위치?

“길거리 샌드위치 말하는 거야?”

수현이 물었다.

“네!”

윤아는 대꾸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그의 의아한 눈길에 그만 발끈해서 물었다.

“왜? 길거리 샌드위치 먹는게 체면이 깎이는 건가? 하긴 당신의 옷차림은 길거리 음식을 사 먹는 사람 같지는 않네. 애들이랑 나 먼저 내릴게.”

“그런 게 아니라.”

수현은 다급하게 윤아의 무릎을 잡았다. 이혼한 사이였지만 윤아는 불쾌하거나 하지 않은듯했다.

“당신과 아이들이 하고 싶은 거라면 무엇이든 다 좋아.”

“정말?”

윤아는 비웃는 어조로 말했다.

“고독현 밤 님께서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야?”

‘고독현 밤’이라는 호칭에 수현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윤아야, 더 이상 그렇게 부르지 마.”

“왜? 당신이 직접 지은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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