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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8화

“근데 수현 씨 이제 나를 만나려고도 하지 않아요.”

“엄마가 다 알아서 할게. 넌 엄마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

소영은 지혜를 보면서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밤이 깊었지만 수현의 서재는 계속 불이 켜져 있었다.

그는 책상에 앉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고 그 앞에는 빽빽하게 적은 노트와 설계도가 놓여있었다. 평소 깔끔하던 그의 책상은 자연스럽게 어질러져 있었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설계도를 그려나갔다.

수현은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그가 설계도를 완성했을 무렵, 창밖은 새벽 어스름 속에 날이 밝아왔다.

밤을 새운 수현의 눈은 핏발이 섰지만 그는 피곤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뭔지 모를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는 시계를 쳐다봤다. 윤아와 아이들이 아직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아직 완벽한 설계도는 아니지만, 바람에 날아갈까 그는 조심히 창문을 닫고 씻으러 들어갔다. 어젯밤에 돌아와서 씻지도 못한 채 책상 앞에 앉아 꼬박 하룻밤을 새우고 설계도를 그렸었다. 이따 윤아를 만나러 가기에 이 꼴을 한 채로 갈 수는 없었다.

윤아도 밤새 잠을 설쳤다. 아침에 깨어났을 때 눈에는 다크서클이 드리워졌다.

최근 벌어진 일 때문에 윤아는 살이 빠지고 얼굴은 더욱 작아졌다.

깨어나니 상처가 살살 아파졌다.

검사 결과에는 문제가 없다고 나왔지만 그녀는 통증을 느끼고 있었다. 특히 오늘 아침에는 상처가 더욱 욱신거리고 아픈 느낌이었다.

‘어제 샤워하다 상처가 물에 닿았나? 다시 염증이 생긴 건가?’

그녀가 옷을 입으려는 순간, 날카로운 통증이 머리에 전해졌다. 그리고 아주 짧은 찰나였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어린 시절의 장면들이 스쳐 지나갔다.

화면은 짧고 흐릿했다. 그녀가 강에서 허우적거리다 물속으로 가라앉기 직전 화면인 것 같았다. 이는 윤아에게 아주 낯선 기억이었다. 어렸을 적 이런 기억이 없었는데...

불현듯 윤아는 뭔가 생각이 났다. 어릴 적 물에 빠졌다가 크게 앓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의 기억인 건가?’

그녀는 한참을 앉아서 생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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