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온 내 남편의 그녀의 모든 챕터: 챕터 691 - 챕터 700

1206 챕터

제691화

종이에 빼곡하게 적힌 내용을 보고 윤아는 내심 놀랐다. 모두 수현의 필체였다.‘하룻밤 사이에 이걸 다...’윤아는 그제야 그의 눈에 다크서클이 자신보다 더 심해 보이는 걸 알았다. 아까는 예전과 같은 멀끔한 모습에 알아채지 못했었다.계획서를 대충 훑어보고 윤아는 다시 수현에게 돌려줬다.수현이 당황한 듯 물었다.“다 본 거야?”윤아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수현은 건네받지 않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이렇게 빨리. 자세히 보긴 했어?”“봤다니까.”윤아의 심드렁한 반응에 수현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지만 그래도 애써 웃으며 물었다.“이 설계도가 당신 마음에 안 들어?”윤아는 싱긋 웃으면서 그를 보고 말했다.“밤새 사람 찾아 설계도 그리느라 고생하셨네요.”수현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수현은 그녀가 진짜로 자신이 직접 그린 설계도를 알아보지 못한 건지, 아니면 그저 자신을 화나게 하려고 그런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수현은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설계도를 두 아이에게 보여줬다. 윤아는 의아했다. 이 설계도는 자신이 밤새 만든 거라고 얘기할 줄 알았는데 수현은 티를 내지 않았다. 대신 어린 딸이 수현의 조력자로 나섰다.“와. 이거 다 아저씨가 그린 거예요?”윤이는 빼곡하게 그린 설계도를 보면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윤아는 지끈거리는 이마를 짚으며 딸을 쳐다봤다. ‘내 딸 이거 진짜 엑스맨인 거 아니야?’수현은 윤이의 질문이 맘에 든 듯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윤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대답했다.“그래. 다 이 아저씨가 그린 거란다.”“우아.”무엇을 그린 건지도 모르고 빼곡한 그림을 보면서 윤이는 감탄하고 있었다.“고독현 아저씨. 정말 대단해요!”딸에게 칭찬받은 수현은 처음 느끼는 감정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구름을 나는듯한 기분이란 게 이런 건가.“윤아, 아저씨가 그린 그림 잘 보면 안에 뭐든 다 있어. 만약에 윤이라면 이런 집에서 살고 싶어 할까?”“네! 저는 좋아요!”윤이는 신나서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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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2화

마침 출근 시간이라서 안에는 간단히 아침을 때우려는 사람들로 붐볐다.등교 시간에 맞춰야 해서 차를 안까지 가지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다시 차를 가지고 나오려면 한참이 걸릴 게 뻔했다. “자. 여기서부터는 우리 내려서 걷자.”윤아가 입을 떼기도 전에 수현은 두 아이를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윤아는 그런 수현의 뒤통수를 노려보면서 아무 말도 못 했다. “대표님, 제가 차를 저 앞에 대고 기다리겠습니다.”운전기사는 말을 들은 윤아는 할 수 없이 따라 내렸다. “진짜 그 비싼 정장 차림으로 들어가도 괜찮겠어?”수현은 그런 그녀를 돌아보면서 말했다.“왜. 문제 있어? 그쪽 차림도 만만치 않은데.”윤아는 자신의 옷차림을 내려보았다. 까만 슬랙스 바지에 하늘색 스웨터, 그리고 베이지색 아우터. 평범한 출근 복장이었다. 어리둥절한 윤아를 보면서 수현은 말했다.“못 믿겠으면 주위 사람들 표정 봐봐.”그들이 차에서 내린 후부터 주위의 시선은 모두 그들에게 향했다. 잘생긴 선남선녀에 귀여운 아이 둘까지.“놀랄 것 없어. 당신 같은 얼굴은 비닐봉지 써도 사람들이 쳐다볼 테니깐.”“가자.”수현은 한 명을 안고 한 명은 손을 잡은 채 앞장서서 걸어갔다. 윤아는 벙찐 얼굴로 그들 뒤를 따라갔다.‘뭐야? 아까 그거 칭찬이야?’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기 마련이다. 그들이 매점에 나타나자 사람들의 시선은 선남선녀에게로 향했다. 사장도 아이들이 귀엽다며 서비스를 쥐여주면서 말을 걸었다. “둘이 부부?”윤아가 나서서 부인하려고 했지만 수현이 한발 빨랐다.“사장님, 눈썰미 좋으시네요.”매점 사장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신나서 떠들었다.“그럴 줄 알았어. 둘이 부부가 아니면 이렇게 이쁜 자식들이 나올 수 없지.”윤아는 그런 사장을 보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사실 부부라고 할 것도 없어요.”“그건 또 뭔 말이래?”“이 사람 와이프 따로 있거든요.”순간 분주하던 사장의 손이 허공에 멈추었다. 옆에서 흐뭇하게 웃고 있던 수현의 얼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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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3화

엄청난 이야기를 들은 사장은 눈빛이 흔들리더니 한참 지나서야 수현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수현은 기막힌 듯 윤아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이런 장난을 즐기는 건지 아니면 그저 그를 약 올리려고 그러는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그들은 자리를 잡고 먹으려고 둘러보았다.길거리에는 먼지가 나부끼고 손님들이 버리고 간 휴지가 나뒹굴고 있었다. 수현과 아이들은 순간 어디에 앉아야 할지 몰라 허둥거렸다. 특히 밖에서 사 먹겠다고 졸랐던 윤이는 많이 당황한 듯 고개를 들어 울상을 지었다.“엄마.”윤아는 이때다 싶어 딸 앞에 쪼그려 앉아 말했다.“윤이 길거리 샌드위치 먹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우리 여기 앉아서 먹을까?”“근데 엄마, 여기 너무 더러워. 다른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도 있어.”윤이는 갑자기 서러워진 듯했다. “윤아, 모든 사람이 윤이처럼 배운 대로 하지 않아. 똑같은 교육을 받았지만 어른이 된 후 많이 변하게 돼있어. 세상은 그런 거란다. 네가 도리를 지킨다고 해서 남들도 똑같길 바라는 건 때론 힘들어. 그러니까 우리 이제부터 집에서 밥을 먹고 나오자. 알았지?”윤이는 알쏭달쏭 잘 이해가 되지 않는듯했으나 마지막 물음에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녀석이 밖에서 사 먹자고 했구나.’수현은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물었다.“그럼 우리 차에 가서 먹을까?”“네!”우울해하던 윤이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 “어서 가자.”그러는 동안 훈이는 계속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따라다니기만 했다. 훈이는 약간 혼란스러웠다. 고독현 아저씨가 잘 대해주지만 엄마는 왠지 아저씨에게 냉정한 듯하였고 아빠로 되는 것도 원하지 않는듯했다. 그래서 훈이는 동생과 달리 오는 내내 수현에게 거리를 두고 말도 하지 않았다. 차에 가는 길에도 훈이는 윤아의 손을 잡고 돌아가려 했다. 그 순간 수현이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리 와.”말을 마치고 수현은 훈이를 안아 들었다. 그의 한쪽 팔은 윤이를 안고 있었다. 떨어질까 훈이는 자기도 모르게 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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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4화

어려서부터 엄마의 사랑을 받지 못했던 윤아는 아이에게 행복한 어린 시절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나중에 자신의 아이가 한부모가정에게 자라게 될 줄은 몰랐으며 더군다나 하나도 아니고 둘이 될 줄은 더더욱 생각지 못하였다. 윤아는 아이들을 어릴 적부터 공평하게 대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마음속으로 알고 있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두 아이를 똑같이 대할 수는 없다는 것을.훈이는 내성적이고 사람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는 아이였다. 떼도 안 쓰고 항상 윤아의 말을 잘 들었다. 윤이는 그런 오빠와 달리 장난꾸러기인 데다 식탐도 많고 떼도 많았다. 항상 윤아에게 안겨서 어리광을 부리고 관심을 구했다. 윤아는 그런 딸에게 자연스레 손이 많이 갔고 훈이는 습관이 된 듯 불평불만 없었지만 윤아의 마음속에는 항상 훈이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었다.그런데 수현이가 양팔에 하나씩 안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윤아는 이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이도 5년간 알고 지낸 선우보다 수현에게 더 의지하는 듯했다. 훈이는 비록 동생처럼 티는 안 냈지만 훈이의 내성적인 성격에 저 정도의 행동으로 볼 때 아마 수현을 내심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몰랐다. 다른 때 같으면 안기지도 않을 아이가. 윤아는 항상 자신이 노력만 한다면 두 배의 사랑을 줄 수 있다고 자신했었다. 하지만 지금 세 사람을 보면서 그녀 혼자서 온전한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윤아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그들 뒤를 따라갔다. 차에 돌아간 후 윤아는 수현이 두 아이를 돌보는 모습을 지켜봤다. 비록 서툴렀지만 수현은 세심하게 아이들을 챙겼으며 긴장한 그의 눈에서는 비장함까지 보였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윤아는 자신이 처음 아이들을 키울 때가 생각이 났다. 윤아는 세 사람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문득 고개를 돌린 수현과 눈길이 마주쳤다. 그의 눈은 한밤중처럼 새카맣고 그의 표정은 알 듯 모를 듯했다. 윤아는 놀란 듯 이내 시선을 거두었다. 아까부터 뒤통수가 따가웠던 수현은 자신의 눈길을 피하는 윤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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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5화

수현은 윤아가 왜 갑자기 그 이야기를 꺼내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에게는 좋은 시작점이었다. 수현은 바로 대답했다.“맞아.”윤아는 조심스레 말을 이어갔다.“아이들을 만나게 해줄 수 있어. 그런데 조건이 있어.”‘과연 나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군.’수현은 심장이 튀어나올 듯했지만 이내 침착하게 대답했다.“그래. 말해봐. 조건이 뭔지.”“먼저 이건 짚고 넘어가야 해. 당신과 아이들이 만나는 건 오로지 아이들을 위해서야. 당신과의 혈연관계이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어.”“알았어.”수현은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윤아는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이어서 말했다.“당신을 아저씨라고밖에 부르지 않을 거야. 아이들한테 아빠라고 말하면 안 돼. 이 점에 동의하는지 알아야겠어. 아니면...”“약속할게.”윤아는 말문이 막혔다. 수현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나는 그저 못다 한 책임을 지려는 것뿐이야. 호칭은...”윤이와 훈이가 자신의 아이들이라는 것을 안 순간부터 수현은 매일 아이들이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는 순간을 기다려왔었다. 하지만 그는 이 5년 동안 윤아가 고생하면서 혼자 아이들을 키운 것을 잊지 않았다. 차마 두 아이에게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게 할 면목이 없었다. 어렵게 키운 아이들이 한순간에 그를 아빠라고 부른다면 윤아가 상처받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욕심을 접었다. 더군다나 요즘 수현의 눈에는 윤아가 진짜로 아이들을 뺏기지는 않는지 불안해하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긴 소영과 나 사이를 오해하면 그럴 수도 있지. 이젠 소영이 일도 해결했으니...’그는 시간이 필요했다. “당신 진짜 약속 지킬 수 있어?”윤아는 계속 신경 쓰여서 물었다.“정말 걱정되면 계약서를 쓰면 되잖아. 어때?”수현은 안심시키며 물었다.녹음하는 것만으로 윤아는 불안한듯하였다.“계약서?”“그래.”수현이 먼저 얘기를 꺼냈지만 윤아도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었다.윤아는 두 사람 사이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회의심이 들었지만 지나간 일들은 다시 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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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6화

“그래.”윤아는 차에서 내려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곧장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수현이와 평온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 때문인가.’ 아니면 정말 그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어서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가 아이를 지우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걸 알아서일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일지라도 윤아는 따지기 싫었다. 그저 두 아이가 온전한 사랑을 받고 클 수만 있다면 그녀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윤아는 아이들이 자신과 같은 어린 시절을 보낼까 두려웠다. 사무실에 도착한 윤아는 바로 계약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중간에 민우가 와서 면접 인원 몇 명 있다고 보고하자 그녀는 할 수 없이 같이 다녀왔다. 회사의 발전을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었다. 면접이 끝나고 윤아는 돌아와 계속 계약서를 마무리했다. 자신과 수현은 아무런 사이도 아니며 관계가 있다면 아이들 때문에 이어진 관계이다. 그것을 제외하면 둘은 그저 이혼한 남남이었다. 윤아는 조항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작성한 후 예전의 변호사에게 연락했다. 윤아가 자신의 의도를 간략하게 설명하자 변호사도 이내 무슨 뜻인지 알아차렸다. “윤아 씨의 의견은 아이들의 양육권은 여전히 윤아 씨에게 속하며 남자 측은 그저 아버지의 의무를 다할 뿐 실질적 권리가 없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으시다는 거지요?”“네. 맞아요. 가능할까요?” “네. 가능합니다. 일단 작성한 조항을 제가 한번 볼게요.”변호사는 윤아가 작성한 계약서를 빠르게 훑어본 후 말했다.“네. 이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한 번 더 보완해서 드릴게요.”“네. 그렇게 해주세요. 고맙습니다.”전화를 끊은 후 윤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수현이라면 이런 불공평한 계약서에 절대로 사인을 안 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5년의 세월도 그녀에게 불공평하긴 마찬가지였다. ‘사인 안 하면 말지 뭐. 아이들을 떠나고 싶으면 그렇게 하라지. 내가 강요하는 것도 아니잖아.’윤아가 생각에 잠겨있는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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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7화

심인철은 그 뒤의 말을 쉽사리 꺼내지 못했다.윤아는 그런 그의 낌새를 눈치채고 먼저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요?”지금까지 한 번도 연애 얘기는 물은 적 없던 아빠이기에 윤아는 그의 갑작스러운 변화에 조금 의아해 났다. 설마 선우와 관계가 틀어진 걸 알게 되신 건가?“우리 공주님.”심인철이 윤아를 친근하게 불렀다.“아빠가 네 사생활을 물으려고 그런 게 아니라... 아무래도 이 일은 네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말이다.”“말씀하세요.”윤아는 마음의 준비를 이미 마친 상태였다.“그게 말이다. 최근에 들은 바로는 그 집 영감이 선우의 짝이 될 여자를 찾는 중이라고 하더라.”‘짝이 될 여자를 찾는 중이라고?’그 말에 윤아는 한시름 놓으며 말했다.“아빠. 하시려던 얘기가 이거였군요. 전 또...”“왜 그래?”심인철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다.“너한테 중요한 일 아니니? 너 선우랑...”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딸의 침묵에서 그도 뭔갈 눈치챈 듯 한참을 가만히 있더니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속상해할까 봐 걱정했는데. 그 사람과는 이미 끝난 거니?”“아빠. 저와 선우는 어울리지 않아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붙잡아둔 것도 미안한데, 이제 정말 선우 앞길 막지 말아야죠.”“그래. 몇 년이나 봐 왔는데도 아닌 것 같다면 그래야지. 다만... 널 오랫동안 좋아했던 사람인데 정말 이대로 끝인 거니? 더 생각 해보지 않아도 되겠어?”“더 생각할 것도 없어요. 제 생각이 길어질수록 그 사람 시간만 더 낭비할 거예요. 그리고 저한테 잘해준다고 무조건 만나야 하는 건 아니잖아요. 선우가 저한테 잘해줄수록 그의 마음이 더 뚜렷이 보이는데 저를 향한 그 마음을 뻔히 알면서도 계속 만난다면 그건 선우한테 너무 불공평하잖아요.”윤아도 그녀에게 지극정성인 선우에게 감동할 때도 많았다. 그런 그에게 마음을 줘 볼까 하는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니다.하지만 아무리 노력해 봐도 안 되는 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몇 년이 지나도 윤아는 그를 사랑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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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8화

윤아는 담담하게 웃었다.“네. 만났어요.”윤아는 그동안 있었던 일을 간단히 설명했다.그러자 심인철은 적잖이 놀란 듯 되물었다.“뭐? 아이에 대해서까지 다 알아버렸다고? 게다가 너와 같이 아이를 키우려 한다고?”“그저 같이 키우는 거지 공동 양육권은 아니에요.”윤아가 정정했다.“시간이 흐른 뒤에도 그 놈이 다시 아이를 빼앗으려 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니?”“합의서를 작성했으니 그러진 못할 거예요.”“합의서에 사인 한다더냐?”“안 한다면 아이들 얼굴 볼 생각은 말아야죠.”윤아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때가 되면 아이는 그쪽에 보낼게요. 아빠가 아이들이랑 같이 지내주세요.”그 말에 심인철도 바로 승낙했다.“네 말이 맞다. 아이를 빼앗으려 하면 아빠한테 보내라.”“네.”“다만...”심인철이 또다시 머뭇거리더니 말했다.“그 사람과는 정말 아무것도 없는 거니? 이선우랑 헤어진 데에 정말 그 원인은 없었던 거야?”“그게 무슨 소리세요. 그런 거 아니에요, 아빠. 그 사람 아니었어도 전 선우와 안됐을 거예요. 이건 정말 확신할 수 있어요.”그러자 심인철도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하긴.”오늘 물으려던 것도 다 물어봤으니 그는 윤아의 휴식에 방해가 되지 않게 짧은 인사를 끝으로 통화를 마쳤다.핸드폰을 내려놓은 후 윤아는 사색에 잠겼다.선우네 집에서 벌써 선우의 짝을 찾고 있다니. 이렇게 서두르는 걸 보니... 이미 마음 정리를 다 끝내고 잘 살아가고 있는 모양이다.그도 이제 보통의 사람들처럼 결혼하고 아이도 갖는 그런 평범한 삶을 살겠지.윤아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드리웠다.뭐라 해도 한때 그녀에게 참 잘해줬던 사람이다. 그런 그가 행복할 수만 있다면 그건 윤아에게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_오후에 윤아는 변호사에게서 수정을 마친 합의서 내용을 받아 별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후 이메일을 통해 수현에게 보냈다.윤아의 이메일을 받은 수현은 큰 걱정 없이 내용을 확인했다. 윤아가 얼마나 깐깐하고 세심한 지는 그도 잘 알고 있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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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99화

결국 윤아는 복잡한 마음으로 수현과의 통화를 끝마쳤다.사무실 의자에 기대어 있는 윤아는 마음이 엉킨 실타래처럼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그녀가 제시한 조건은 사실 수현에게 굉장히 불리한 내용이었다.그에게 아이들의 양육비는 물론 시간에 에너지까지 투자하라고 하면서 정작 자기는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하고 있지 않은가. 양육권도 줄 수 없을뿐더러 아이들이 그를 아빠라고 부르는 일도 없을 것이다.어떻게 보면 그는 남의 아이를 키우는 거나 마찬가지였다.두 아이가 그와 혈연적으로는 관계가 있다지만 성씨는 윤아의 성을 따르는 데다가 그를 아빠라고 부르지도 않으니.사실 수현이라면 얼마든지 이 황당한 제안을 거절할 수 있었다. 혹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밀어붙이거나.하지만 그는 이 모든 걸 다 받아들이겠다고 하고 있다. 심지어...윤아는 손을 올려 미간을 꾹 누르며 흐트러지는 정신을 다잡았다.“이건 진수현의 계략이야. 쉽게 믿어선 안 돼. 또다시 상처받진 않을 거야. 과거는 과거일 뿐이고 진수현도 이제 어릴 적 그 애가 아니야.”윤아는 스스로를 세뇌 하며 겨우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았다.그렇게 마음을 가라앉힌 후에야 윤아는 다시 일에 몰두할 수 있었다._시간은 흘러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었다. 물건을 정리하고 회사를 나선 윤아의 앞엔 익숙한 검은 차량이 입구에서 보란 듯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리고 그 옆에는 수현이 차에 기대어 서있었는데 가만히 서있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그도 그럴것이 마침 퇴근 시간이라 나오는 사람들이 많았을뿐더러 회사 사람들 중에 수현을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수현을 보며 눈이 휘둥그레져서 수군대기 시작했다.그들의 뒤에서 나오던 윤아는 이 광경을 보고는 주춤하더니 곧바로 발길을 돌려 구석진 곳으로 몸을 피했다.눈에 띄지 않는 구석으로 도망간 윤아는 그제야 숨을 돌렸다.진짜 어이없는 사람이다. 분명히 얘기 했는데 또 이렇게 약속을 어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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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0화

수현은 하는 수 없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알았어.”하지만 윤아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말투도 어딘가 이상한 것이 아무래도 말로만 알겠다고 하고 또 마음대로 행동할 것 같았다.그리고 그녀의 예상대로 수현이 먼저 말을 꺼냈다.“그런데 난 네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진 않았어.”“?”“지금 주고 있잖아.”그러자 수현이 한참 후에 다시 입을 뗐다.“내가 데리러 오든 말든 넌 평소대로 아이들 학교에 보내고 퇴근도 할거잖아. 내가 와주면 기름값도 아끼고 아침값도 아끼는 거 아닌가.”아침밥을 수현이 사긴 했지.“그럼 내가 뭐 고맙다고 해야 해?”“괜찮아.”수현이 사뭇 진지하게 말을 이었다.“내 아이와 아이 엄마한테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윤아는 수현과 말도 섞기 싫어졌다.“나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그는 윤아가 거절할까 봐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아이들 기다리겠다.”“...”그는 윤아를 다루는 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윤아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의 차에 타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수현도 그걸 눈치챈 듯 말했다.“계약이 성사되면 앞으로 이런 기회는 많을 거야. 어차피 나와 아이들 사이는 숨긴다 해서 숨겨지는 일이 아니야. 사람들도 언젠간 알게 되겠지.”듣고 보니 그렇긴 하다.“알았어.”윤아는 짜증스럽게 전화를 끊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곧이어 그녀는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을 받으며 수현에게 다가갔다.다가오는 윤아를 보자 수현의 입꼬리는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서서히 올라갔다. 그는 자상하게 손수 그녀를 위해 문을 열어 주었는데 그 모습은 마치 구애하는 공작새와 같이 우아했다.윤아는 회사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을 피해 서둘러 차에 올라탔다.쾅.차 문이 닫히던 그때, 윤아는 마침 고개를 돌린 운전기사와 눈이 마주쳤다. 윤아의 혼란스러운 눈빛을 보며 운전기사는 그녀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윤아 아가씨.”그의 가벼운 인사에 윤아도 고개를 끄덕여주었다.이윽고 수현도 빠르게 차에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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