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콸콸 흐르는 물소리 때문에 윤아는 수현이 낮은 목소리로 뭐라고 말하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어쩔 수 없이 쪼그리고 앉아 다시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어?”수현은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이 옷은 어디서 났냐고.”‘집에 남자도 없는데 이런 남성복은 대체 어디서 난거지?’이번에야말로 윤아는 똑바로 알아들었는데 그녀가 잠시 머뭇거리는 동안 수현은 그녀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토라진 듯한 말투로 말했다.“다른 남자의 옷은 싫어.”윤아는 할말을 잃었다.“...”그의 표정과 말투를 보아하니 분명 이 옷이 다른 남자의 옷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그래서 지금 입지 않겠다고?’수현의 말을 듣고 윤아는 그의 면전에 대놓고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입지 마. 여기에 계속 앉아 있어. 까다로운 분인 것 같은데 지금 당장 비서한테 전화해서 모시고 가라고 할게.”‘한밤중에 여기까지 와서 행패를 부린 것도 모자라 편하게 자게도 못 했으면서 지금 투정까지 부려?’‘그렇게 버릇을 들일 수는 없지!’말을 마치고 윤아는 자리를 뜨려고 했으나 한 발짝 떼는 순간 옷이 당겨지는 것을 느꼈다. 고개를 숙여보니 수현이 그녀의 옷자락을 손에 쥐고 있었다.윤아가 눈살이 찌푸려진 채 그에게 물었다.“뭐 하는 거야?”수현은 눈가에 눈물이 맺힌 채 눈을 내리깔고 다시 창백한 입술로 말했다.“날 내쫓지 마, 입으면 되잖아.”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윤아는 자꾸만 자신이 수현을 다치게 하고 비참하게 만든 것 같아 숨이 막혀왔다. 그의 모습이 불쌍한 유기견이랑 다를 바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윤아는 순간 두통이 밀려와 미간을 긁적였다.“놔.”“그럼 계속 나를 내쫓을 거야?”윤아가 답했다.“여기에 있어서 뭐 하려고? 그만 집에 가면 안 돼? 지금 체온도 내려갔고 다 나았잖아.”“내가 괜찮아져서 내쫓는 거야?”“아니면?”“알았어.”수현은 손에 쥐고 있던 샤워 헤드를 내동댕이쳤다.“그럼 온수 샤워는 그만할래.”윤아는 할말을 잃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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